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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스크류잡

  • 작성일 2024-04-01
  • 조회수 527

   몬트리올 스크류잡


신동옥


   파괴의 형제들 언더테이커는 링에 남았다 

   가면을 벗은 케인은 공화당 계열의 온건 자유주의자로 밝혀졌다

   둘 가운데 하나는 유서 깊은 미국 소도시 녹스빌 시장이 되었다

   레이거노믹스를 맹종하며 연간 50만 시간 책 읽기 캠페인을 공약으로


   관을 끌고 난입해 탑 로프 너머로 불을 뿜으며

   더블 초크슬램을 작열시키던

   둘 중에 누가 시장일까? 파괴의 형제들


   썩 잇, 헬 예, 왓 더 F 빈정거리며

   각본진을 향해 손가락 욕을 날리던

   아름다운 시절이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다

   스타TV 속에 빛나던 철창은 자료화면이 되어 나무위키에 박제


   글쎄, 그날 공손하게 사직서를 바치며 못 이기는 척

   사장 구두코에 머리를 박은 다음 기라면 기고

   짖으라면 짖었어야 했는데 기는 척 짖는 척

   이마가 깨질 것을 각오하고 구두코에다 대고


   박치기를 날린 다음 철제 의자에 슬레지해머를 그냥

   아무리 생각해도 시시하지 스포일러는 늘 필연이었다

   그날, 사프슈터를 맞고 버티던 브렛 하트는

   벨트를 강탈당하고 링을 떠났다 떠나며

   사장 얼굴에다 대고 시원하게 가래침을 날렸지만


   옛날 옛적 레슬링 군내 나는 순정에 뼈를 갈아 바치며 

   사라져 갔고 레슬링 명문 하트 家는 몰락했다

   각본을 배반한 레퍼리와 친구와 사장은 머지않아

   월드 와이드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제패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시시하기만 하지 스포일러는 늘 필연이었다


   진짜라니까 못 믿겠으면 나무위키 찾아봐라

   이제는 그마저 대세가 되었지만 언제 적 악덕 사장 기믹인가

   퇴직연금을 몰빵 덕성여대 정문 건너 솔밭 귀퉁이에

   탕후루 카페를 차린 친구 부부는 오늘도 태그팀으로 스크류잡


   그러게 내 뭐랬냐 그게 다 쇼고 스포일러라니까

   자, 기술 들어간다 

   긴장 풀고 늘 하던 대로 나동그라질 준비 하시라

   각본만 완벽하다면 한없이 황홀한 자버의 삶


   결국 레슬링은 쇼였다 룰은 완고했다

   하지만 필살기 하나쯤이면 룰쯤은 우스워 보였다

   하지만 언젠가 믿었던 그 필살기 하나 때문에 뼈저리게 깨닫는 날이 온다

   롤은 룰보다 완고하다는 것을 레슬링은 쇼다

   그러나 쇼는 운명이고 필연이라는 것을


   당신이 브렛 하트를 망가뜨렸어

   당신이 브렛 하트를 망가뜨렸어

   당신이 브렛 하트를 망가뜨렸어






  * 몬트리올 스크류잡 : 북미 프로레슬링 최악의 승부조작 사건. 

  * 케인, 언더테이커, 브렛 하트 : WWF, WWE에서 전성기를 선보인 프로레슬러. 

  * 초크슬램 : 레슬링 기술. 멱살 잡고 들어올려 패대기치기. 

  * 샤프슈터 : 레슬링 기술. 새우 꺾기. 

  * 기믹 :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가공한 서사 전략과 인물 특징. 

  * 자버 : 각본에 따라 져주는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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