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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씨 이야기

  • 작성일 2024-05-01
  • 조회수 221

   죽음 씨 이야기  


함기석


   죽음은 사는 게 지겨워서 

   죽음은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죽음은 죽기로 작정하고 딱 한 번 

   죽음은 어떻게 죽으면 잘 죽을까 고민하다 

   죽음은 위스키 한 병을 벌컥벌컥 들이켜고  

   죽음은 죽음이 사는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는데

   죽음이 입주한 아파트는 끝 층이 보이지 않고    

   죽음이 탄 엘리베이터도 37층에서 고장 나서 

   죽음은 걸어서 지그재그 계단을 오르는데  

   죽음은 온몸에 땀이 줄줄 흐르고  

   죽음은 다리가 너무 아프고   

   죽음은 오줌이 너무 마려워서 

   죽음은 아무 층에나 내려 오줌을 싸고  

   죽음은 비상구 계단에 철퍼덕 주저앉아서 

   죽음은 죽기가 영원히 불가능한 꿈만 같아서 

   죽음은 죽기가 살기보다 힘들다고 긴 한숨을 쉬며 

   죽음은 죽지도 못하는 자신을 자학하면서  

   죽음은 쿠바 담배 Dream Life를 쭉 빨았는데

   죽음은 눈알이 뱅뱅 돌고 

   죽음은 어질어질 기분이 해롱해롱해지더니 

   죽음은 그대로 잠들어버렸는데 

   죽음은 이상하고 낯선 파도 꿈에 빠져들었는데   

   죽음은 꿈속 섬에서 마침내 죽는데 멋지게 성공해서 

   죽음은 야호! 크게 소리쳤는데   

   죽음은 자기 목소리에 깜짝 놀라 잠을 깼는데  

   죽음은 으스스 몸이 떨리고 콧물이 흐르고 

   죽음은 도무지 죽어지지 않는 자신이 너무 미워서 

   죽음은 다섯 살 아이처럼 떼를 쓰면서 

   죽음은 엉엉 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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