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놀이

  • 작성일 2024-05-01
  • 조회수 1,142

   놀이


박참새


   이것은 카드게임*의 일종이다. 앞면에는 그림이, 뒷면에는 그림이 없는 카드를 짝에 맞춰 준비한다. 준비된 카드를 무작위로 엎어 배열한다. 예를 들면


 


   차례마다 두 장의 카드를 뒤집는다. 그림 일치 시 계속 진행, 불일치 시 원상태로 복귀한다. 뒤집은 횟수가 적거나, 회수한 카드가 더 많은 쪽이 이긴다.


   혼자 놀이 시, 카드 전부를 회수하기 위해 필요한 횟수를 최대로 줄여 보는 데에 의의가 있다.


   뒷통수만 보아도 너 같다

   앞길이 안 보인다

   걸음소리로도 알 수 있다 서걱 서걱

   앞뒤가 다르다

   승패가 걸린 내 몫이 다 걸린

   무시무시한 동전

   뒤집기


   예로부터 동전의 앞면과 뒷면은 일종의 시대적 캔버스였습니다 손안의 역사적인 모멘텀

   현금 없는 버스 현금 없는 카페에 없는 것 : 소중한 이웃에게 나누는 작은 행복 10원의 기쁨 사랑의 동전 나눔!

   숫자가 앞이라면 뒷면의 상징은 상징으로서의 기개를 잃어버리게 되고 상징이 앞이라면 뒷면의 숫자는 화폐에서 작동되는 가치를 훼손당한다 

   중요한 게

   앞인가 뒤인가?

   앞뒤인가?

   뒤앞이라는 말이 어색하니까 그럼 앞이 더 중요한 건가?

   이게 다 무슨 의미냐고 생각한다면 앞도 뒤도 중요한 것이 아닐 텐데 왜 우리는 뒤앞이라고 단 한 번도 말하지 않았을까?

   모부라는 말 괜히 쓴 거죠 튀어 보이려고

   한 글자 차이다 한 글자 바꾼 것도 아니고 엎은 것뿐인데

   온 세상이 난리네

   동전 뒤집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나는 손톱을 바짝 깎는단 말이야


           ㅇㅣ


                 ㅇ 


          ㅇㅇ 


           ㅇ 


           ㅇ


           ㅣ 


          ㅌ 


   날아오른다 앞뒤바뀔 우리의 운명

   손등에(손의 앞면?) 동전의 앞뒤 착지하면 재빠르게


     ㅊㅏ

             ㄱ


   손바닥(손의 뒷면)으로 내리치듯 가린다 심장 조여온다

   마지막 바꾸기 찬스?

   앞이 너 뒤면 나 아니다

   뒤가 너 앞이 나 아 아니 어 어떡하 어떻게 해

   나 살아?


   깍지 낀 손가락을 정면으로 바라보면 살가죽으로 만든 쇠고랑을 여러 개 차고 있는 기분 

   가슴이 터질 것 같을 때마다 꽉 쥐었던

   손들

   동행자를 놓쳤다면 놓친 그 자리에서 절대 떠나지 말라고 배웠다

   똑같은 카드를 똑같이 뒤집는다

   뒤집는 면은 똑같다

   똑같은 일을 계속 반복하는데도 내게

   회수되는 일이 없다

   두 마리의 새가 날아온다

   약간 앞서 있던 새가 자연을 반사하여 마치 풍경화 같은 유리에

   머리 박고 죽는다 새에겐 유리나 유리 건너나 같은 뒷모습이기 때문이다

   앞이었다면

   뒤따라오던 새도 똑같이

   창에 머리를 박았다

   못 봤나? 친구가 대가리 박고 죽는 것

   기억을 못 하나? 집중을 안 했나?


   여기 단 두 장의 카드가 있다

   결국 당신의 것이 될 수밖에 없는

   내가 바라는

   둘


 


   전혀 그렇지 않다 그렇지 않다 보통이다 약간 그렇다 매우 그렇다 

   *Reverse scale : 앞뒤를 다르게 재야 함


   앞을 보고 걸으세요

   뒷모습이 달라요

   해보세요

   다시 해요

   혼자여도 이기세요

   흩어지세요



* 이 게임은 영미권에서 ‘Memory’, 혹은 집중력을 의미하는 ‘Concentration’이라고도 불린다. 일본에서는 ‘신경쇠약(神経衰弱)’이라고 불린다.
○ 그림 설명 : 이탈리아 출생 화가, 산드로 키아의 ⌈키스2⌋(2009)다. 그는 흔히 “아방가드르를 뛰어넘었다”는 뜻의 [트랜스 아방가르드]의 선구자라 불린다.

추천 콘텐츠

고달프고 사나운

고달프고 사나운 황인숙 느지막이 장년 훌쩍 지나 만난 나의 반려 내 젊은 날 친구랑 이름 같은 누군가 돌아볼지 몰라요 아니, 재길이 그대 부른 거 아니에요 “제기랄! 제기랄, 제기랄, 제기라알!” 시도 때도 없이 길바닥에서도 짖어 부르는 내 반려욕 사납고 고달픈 맘 달래 줍니다 사실 나는 내 반려욕을 사랑하지 않아요 못나기도 못났으니까요 어디서 그렇게 나 닮은 욕을 만났을까요 만나기는 뭘 만나 내 속으로 낳았지

  • 관리자
  • 2024-05-01
글 쓰는 기계

글 쓰는 기계 김응교 사실 기계들은 자기 프로그램을 업데이트 할 기계적 고독이 필요하여 자기만의 기계실에서 밤새 작동한다 그를 누구도 볼 수는 없겠지만 껍질이 날아간 뼈다귀 로봇 등 뒤 상자 서너 박스에는 유영을 멈춘 지느러미들 생선집 좌판에 파리 날리는 근간 시집들이 옆으로 누워 있다 그의 얼굴은 점점 기계를 닮아 가고 책 모양 사각형으로 바뀌어 옆으로 누운 가자미, 눈알과 손가락만 남아 상상력이 냉동되면 어떤 창작도 휘발되고 너무 많은 과거의 형태와 언어가 얼어붙어 더 이상 신선한 속살을 드러내지 못하는 이 기계에게도 컨베이어에 실려 뜨거운 화덕에서 태워질 운명이 다가온다

  • 관리자
  • 2024-05-01
멍쯔 삼촌

멍쯔 삼촌 김응교 내 피의 4분의 1에는 몽골 피가 흐르고 아마 4분의 1은 옛날 중국인 피가 흐를지 몰라 내 몸에는 지구인들 피가 고루 섞여 있을 거야 그니까 삼촌이라 해도 뭐 이상할 거 없지 중국에 삼촌이 산다 삼촌이 쓴 책에 역성혁명이 나오는데 우리는 비슷한 혁명을 몇 번 경험했지 제자가 많다는데, 나는 삼촌으로 부른다 중국인은 멍쯔라 하고 한국인은 맹자라 하는 멍멍, 차갑게 웃을 중국인 삼촌 우리는 계속 역성혁명을 하고 있어 불은 든 프로메테우스들이 많아 멍쯔 삼촌, 우린 심각해요

  • 관리자
  • 2024-05-01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 1500

댓글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