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메라
- 작성일 2024-02-01
- 댓글수 0
키메라
- 캔버스에 피, 49cm x 175cm x 60kg
윤보성
또 빨가벗겨진 채 버려졌구나
온몸엔 촛농이 굳어져 있었지
불꽃의 명암에 따라 보호색은
예복과 상복 사이로 갈마들지
애초에 성기가 없는 존재에게
인간의 금기는 기이할 뿐인데
액자에 맞춰 잘려 나가고 있어
연출된 건 페티시의 복제품들
빈 도화지를 사랑하려 했으나
세상엔 흰색 연필만 남아 있네
지우고 그려 본들 똑같을 테니
광적으로 울고 웃는 실루엣들
악몽에서 깬 자화상이 다가와
빛을 헌화하니 몽땅 타버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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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 2025-07-01
독서 모임 최경민 매일 다른 장소를 열어 보고 있어요 처음 오시는 분에게는 상자가 있습니다 이달의 질문지가 있으니 집에서 작성해 보세요 어디에 내리면 좋겠습니까? : 애인이 사는 해변에 내려 주세요 그는 다시 미치게 될까요? : 캘린더에 날짜를 표시해 뒀습니다 저는 크림색 수정테이프를 좋아합니다 캘린더는 귤 모양 스티커랑 같이 샀습니다 금세기 말 출판계의 위대한 결실 오래된 띠지들은 사건을 모아 두는 통에 담겨 있습니다 책꽂이 옆 옷장을 열면 세계의 모든 체크무늬를 한 번에 볼 수도 있습니다 우린 모두 같은 방향으로 걸어요 저는 예언에 취미가 있는 사람입니다 주인공은 여름 한정 비행기에 올라탔습니다 그는 이국의 해변에서 발견될 예정입니다 묘지 안내원 역할을 맡고 있을 거예요 주인공을 찍은 사진으로 방을 꾸밉니다 계란 껍질에 흙을 담고 물을 줍니다 모종이 배경 역할에 심취해 있습니다 그럼 한번 나가 보시겠어요? 낮게 나는 비행기를 멈춰 세웁니다 출입문 비밀번호는 4736입니다 어디까지 올라가 보고 싶어요? 내려갈 일만 남은 이야기는 인기가 없습니다 흔들리는 컵은 코스터 위에 올려 두는 것이 좋습니다
- 관리자
- 2025-07-01
열다섯 번의 겨울이 지났다 최현우 여름에 버리지 못할 목도리는 없어 우리는 모든 옷장을 열었다 결심을 부추긴 건 파란 봉투를 소각장에 던져 놓고 돌아오다 본 어딘가 기울어진 집 무너질 듯 비틀거리는 중심축을 뒤틀리게 한 석양의 착시 유행했던 천국들 비만했던 계절들 가장 먼저 버려지는 건 너무 입어 형태를 잃었거나 한 번만 입고 입지 않았거나 어쩌면 한 번도 입지 않아서 영영 입을 수 없게 된 아쉽지 않을까 겨울은 올 텐데 너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가소로운 미련이었다 몸은 하나인데 대봉투 열세 묶음 너무 많이 입고 벗었고 그리고 돌아가지 않았고 몇 번을 왕복하며 버리고 다시 집으로 간다 집이 무게를 회복하기를 바라면서 운명이 더욱 세련되어지기를 바라면서 대문 앞에서 네가 잠깐만, 하고 먼지 낀 손을 놓고 뒤돌아 뛰어간다 소각장 쪽으로 다 없어질 곳으로 내가 본 너의 마지막이었다 나는 목도리를 하지 않는다
- 관리자
- 2025-07-01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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