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 작성일 2024-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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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신동옥
장미는 덩굴 하나로 담을 넘어 지붕을 덮어버린다
제비꽃 엉겅퀴 향긋한 쑥 내음이 피어오른다
그리고 비가 내렸던 것을 기억해
그런 날은 온종일 길에서 보냈지
담벼락에 내려앉은 구름에서 이상한 맛이 났다
벽은 아직 등 뒤에 있고 어젯밤
나는 여기서 길을 잃었다
벽장 속에 모르는 얼굴들이 숨어 있었거든
더 이상 갈팡질팡하지 않겠다 내가 써온 길을
살아내는 게 두려워 더 이상 꿈꾸지 않듯
길모퉁이 돌계단 틈에 피어난 민들레
1977년에 날아온 홀씨 하나
때로 이유 없이 발길을 돌렸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까지 걸었고 산책이 끝날 즈음이면
다른 삶이 조금씩 스며드는 길 지금껏
나는 내가 써온 시행에 기대어 진화해 왔다
여기 이렇게 오래 머무른 이유를 알 것도 같다
내가 이렇게 많은 시를 쓴 것이 우연이 아니듯
막다른 곳은 언덕 끄트머리거나 샛강이었고
거기서 내려다보면 무엇에 쫓기는지 깨닫게 된다
영영 떠날 수도 과거로 돌아갈 수도 있겠지만
이 골목에서 길을 잃은 것은 이생이 처음은 아니어서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떠나올 때는 아직 젊었거든
좁은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빠져나갈 길이 없다는 걸 알게 되듯
어느 날 마침내 나는 나였던 바로 그 사람이 되었다
거울과 연기 사이로 난 푸른 길을 따라
아이와 손잡고 나란히 걸어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떠나온 뒷골목에는 여전히 우리가 남긴 이야기가
피어오르고 1977년의 민들레가 꽃망울을 틔우는데
대문을 나서면 늘 바람이 거셌다 신발 끈을 동여매며
이번 산책은 계속될 거라고 믿었다 이번 사랑은
끝내 의심을 떨치지 못한 기억 속에 지도 하나
펼치고 모퉁이를 돌 때마다 거짓말처럼 같은 길이 반복되는데
아이야 너는 길을 잃은 것 같구나 애초에
여기 오지를 말았어야지 난 너랑 놀아 줄 기분이 아니란다
새 친구를 사귀려거든 어서 집으로 돌아가려무나
나는 결국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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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달프고 사나운 황인숙 느지막이 장년 훌쩍 지나 만난 나의 반려 내 젊은 날 친구랑 이름 같은 누군가 돌아볼지 몰라요 아니, 재길이 그대 부른 거 아니에요 “제기랄! 제기랄, 제기랄, 제기라알!” 시도 때도 없이 길바닥에서도 짖어 부르는 내 반려욕 사납고 고달픈 맘 달래 줍니다 사실 나는 내 반려욕을 사랑하지 않아요 못나기도 못났으니까요 어디서 그렇게 나 닮은 욕을 만났을까요 만나기는 뭘 만나 내 속으로 낳았지
- 관리자
- 2024-05-01
글 쓰는 기계 김응교 사실 기계들은 자기 프로그램을 업데이트 할 기계적 고독이 필요하여 자기만의 기계실에서 밤새 작동한다 그를 누구도 볼 수는 없겠지만 껍질이 날아간 뼈다귀 로봇 등 뒤 상자 서너 박스에는 유영을 멈춘 지느러미들 생선집 좌판에 파리 날리는 근간 시집들이 옆으로 누워 있다 그의 얼굴은 점점 기계를 닮아 가고 책 모양 사각형으로 바뀌어 옆으로 누운 가자미, 눈알과 손가락만 남아 상상력이 냉동되면 어떤 창작도 휘발되고 너무 많은 과거의 형태와 언어가 얼어붙어 더 이상 신선한 속살을 드러내지 못하는 이 기계에게도 컨베이어에 실려 뜨거운 화덕에서 태워질 운명이 다가온다
- 관리자
- 2024-05-01
멍쯔 삼촌 김응교 내 피의 4분의 1에는 몽골 피가 흐르고 아마 4분의 1은 옛날 중국인 피가 흐를지 몰라 내 몸에는 지구인들 피가 고루 섞여 있을 거야 그니까 삼촌이라 해도 뭐 이상할 거 없지 중국에 삼촌이 산다 삼촌이 쓴 책에 역성혁명이 나오는데 우리는 비슷한 혁명을 몇 번 경험했지 제자가 많다는데, 나는 삼촌으로 부른다 중국인은 멍쯔라 하고 한국인은 맹자라 하는 멍멍, 차갑게 웃을 중국인 삼촌 우리는 계속 역성혁명을 하고 있어 불은 든 프로메테우스들이 많아 멍쯔 삼촌, 우린 심각해요
- 관리자
- 2024-05-01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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