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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에 뭐가 있니

  • 작성일 2024-06-01
  • 조회수 865

   우리 사이에 뭐가 있니


장대성


   나는 너를 어르고 달래 주었지

   베개 밑에 묻은 식칼을 과도로 바꿔 주면서

   세상에 얼마나 많은 부적이

   귀신으로부터 방문을 걸어 잠그는지 아느냐고


   나란히 누우면 팔꿈치가 닿는 침대

   무드등의 얕은 빛이 어깨에 맺힐 때마다

   우리는 각자의 악몽을 나누기 위해 손을 잡았지


   어긋나며 흐르는 손금을 따라


   빗길에 차를 몰다가 사람을 쳤어

   개가 되어 밤새 누군가를 기다렸어


   빛에 얼굴이 매몰된 사람이

   네가 나를 찌를 거래


   이불을 발로 차는 내 습관으로

   우리의 꿈속에 한파가 찾아와

   눈보라에 발목이 파묻힌 채

   서로를 죽을 때까지 사랑해야 한다면 어쩌지


   과일을 깎듯 서로의 피부를 쓸어내리다 문득

   베개 밑에 묻어 둔 믿음이 두려워진다면


   덜덜 떨리는 너의 어깨 너머에서

   무드등의 불빛이 깜박거리고


   내가 너의 귀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벽에 깃든 그림자의 몸집을 키운다


   오늘은 손을 놓고 자자

   우리가 서로의 어둠을 만드는 것 같아


   너는 무드등의 스위치를 내린다

   방은 관처럼 고요하고 어두워져

   눈을 감지 않아도

   서로의 얼굴이 보이지 않게 되어서


   천장에 붙여 둔 야광별이 겨우

   자신의 몸만큼만 빛을 뿜어낼 때


   슬며시 눈을 감는다

   푹 자고 일어난 아침


   어제 꿈속에서 울던 양이

   창문을 열고 들어왔다


   우리에게 자신의 언덕을 나눠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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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24-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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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24-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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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24-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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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건

  • 남기윤
    최고에요

    몰입해서 읽었습니다

    • 2024-06-05 14:20:59
    남기윤
    최고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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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서토
    공감합니다

    "내가 너의 귀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우리가 서로의 어둠을 만드는 것 같아"

    • 2024-06-09 12:56:05
    양서토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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