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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풍의 역사

  • 작성일 2011-10-28
  • 조회수 1,381

 

장풍의 역사

 

노희준

 



  


  아마도 그것은 위기에 몰린 입시학원장의 책상 위에서 탄생하지 않았을까. 단기간에 자신의 노하우를 학생들에게 모두 전수하는 건 미친 짓이었지만 일단은 빚부터 갚고 보자는 심산이었겠지. 그런데 예상 밖의 빅 히트를 친 거다. 사실 효과를 본 건 극소수였으나, 너도 나도 그 몇 명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몰려들었을 거야.

  민들레 씨처럼, 아니면 민들레 씨인 척하는 버들개지 솜꽃가루처럼, 녀석은 치맛바람을 타고 엄마들의 ‘나와바리’ 곳곳에 씨를 퍼뜨렸으리라. 뿐이랴. 바깥양반들의 밤 문화를 휩쓸고, 아이들의 일상으로 되돌아와 온갖 형태의 변종으로 번성하는,

 

  때는 바야흐로 속성(速成)의 전성시대였다.

 

  속성파마, 속성다이어트, 속성만남, 속성 게임 아이템, 드라마 속성 폐인 되기 등등. 어디에 가나 ‘속성’이라는 단어가 붙은 간판은 쉽게 눈에 뜨였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상가의 낡은 건물에, ‘속성요리학원’과 ‘속성연애학원’, ‘속성국제결혼상담소’가 나란히 붙어 있는 꼴을 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기진이와 내가 기진이가 십여 년째 정체 중인 시장골목의 귀퉁이에서,

 

  속성 도장 고수

 

  라는 간판을 보았을 때, 우리는 한번쯤 미심쩍게 생각해 봤어야 했다. 어째서 유행을 쫓고 있는 간판이 낡아 있을까? 주인이 고수라서 일찍이 선견지명을 갖고 있었을까? 반투명 아크릴판에 글자를 테이핑한 간판은, 활자 가장자리가 조금씩 떨어져 말려 있는 모습이었다. 세 글자 중 ‘속성’이 가장 닳고 바래 있었다. 언뜻 ‘도장 고수’만 읽고서 도장(刀匠)을 끝내 주게 파주는 집이라는 줄 알았다. 매주 각 분야의 달인들을 소개하는 공중파 프로그램도 떠올렸던 것 같다. 그다지 끈질긴 성격이 아니었으므로 나는 그곳을 그냥 지나칠 팔자였다. 간판을 똑바로 가리켜 내 관성의 나침반을 슬쩍 돌려 놓은 건 기진이었다.

 

  나랑 같이 저기 안 다닐래?

 

  하필 그 찰나에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왔을 중국산 황사가 작은 회오리로 불어 닥쳤고, 그래 봤자 고작 잎사귀 몇 개 떨어뜨리고 말 양의 바람에도 우리는 속절없이 흔들렸다. 혀끝에서 문득 잘게 부서지는 씁쓸하고 텁텁한 흙 맛을 본 탓이었다. 그 미세한 흙 알갱이들은 언제 입 속에 들어온 것이었을까. 맞는다는 건 윗니와 아랫니의 맞물림을 끈질기게 방해하는 모래알 같았다. 밥알 속의 돌멩이처럼 이젠 괜찮겠지, 방심하는 순간 씹게 마련이었다. 생선살을 씹을 때마다 목구멍에 꽂혔던 가시의 통증이 되살아나듯 쉽게 잊히지도 않았다.

  사실 제대로 맞은 것은 한 번뿐이었다. 그 뒤로는 내내 맞지 않느라고 힘들었다. 우리를 괴롭히는 애들은 A동에 살았다. A동은 C동보다 세 배쯤 넓었다. 절반 남짓쯤 되는 B동이라면 모를까, C동 아이는 A동 아이의 친구가 될 수 없었다. B동이라고 해서 모두 받아들여지는 것도 아니었다. 기진이처럼 나 같은 애와 어울리면 똑같은 취급을 받았다. 우리는 평등했으나 떡볶이나 만두가 하나 남았을 때는 언제나 내가 양보했다. 반대로 도장처럼 무언가를 선택하는 일은 항상 기진의 몫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B동 아이들이 제일 불쌍했다. 용꼬리가 될 것인가, 뱀 머리가 될 것인가, 시시각각 고민해야 했으니까. 어디 무리에 붙건 제일 힘든 것도 B동 아이들이었다. 용은 꼬리를 흔들어서 날고, 뱀은 머리를 흔들어서 전진하게 마련이었으니까.

 

  그러고 보니,

 

  B동 아이 중에는 머리로 싸움짱이 된 놈도 있었다. 녀석에게는 완벽한 자세가 있었다. 허리를 깊게 꺾고 턱을 가슴에 밀착시킨 후, 양팔 가드로 안면을 빈틈없이 숨겼다. 녀석은 오로지 맞기만 했지만 한 번도 지지 않았다. 주먹의 통증을 호소하며 먼저 물러난 건 예외 없이 도전자였다. 그 상황은 모두를 웃게 만들어서 싸움은 매번 게임이나 놀이처럼 흐지부지 끝나버리곤 했다. 녀석은 이름까지 ‘철모’였다.

  A동 싸움짱인 재헌은 통 유머감각이 없었다. 십여 분을 쉬지 않고 몰아붙였다. 철모는 머리가 아니라 허리와 목이 아파 잠깐 고개를 들었다가 눈을 정통으로 얻어맞았다. 연이은 스트레이트로 코피가 터진 채 기절했고 그것으로 철모의 신화는 무너진 듯싶었다. 다음날 학교에 나오지 않은 것은 재헌이었다. 다다다음날이 되어서야 두 팔 기브스로 나타나 해맑게 밥을 먹고 있던 철모의 식판을 발로 차 엎었다. 철모는 몇 번씩 사과하고 바닥에 흩어진 음식까지 치웠다. 점심을 굶은 대신 철모는 정학을 먹었다. 교무실을 습격한 재헌 엄마가 담임과의 담판에서 승리했기 때문이었다. 아빠는 교장의 고등학교 후배인 데다 잘나가는 변호사라고 했다. 당시 교무실에 있었던 부반장에 의하면, 싸움짱 엄마의 전투력은 변호사 할아버지였다.

  “제 아들이 폭력을 행사했다고 하나 상대아이 상태를 보아 전혀 증거가 없고요, 상대아이가 반격하지 않았다는 아이들 주장도 같은 반임을 고려할 때 신빙성이 떨어지고요, 원래 교통사고가 나도 동승자는 증언효과가 없는 거라고요. 재헌이가 전치 십이 주의 부상을 입었는데, 육 주 이상이면 구속인 거 아시죠? 두 팔이 다 부러져서 공부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폭행죄는 아니어도 상해죄의 적용을 피하기는 어렵겠네요. 어쩔까요? 제가 아예 학교까지 고발을 할까요, 아니면 선생님께서 적절한 조치를 취해 주시겠어요?”

  아이들은 그런 궤변이 먹혔다는 사실보다, 그렇게 긴 내용을 빠짐없이 전달한 부반장의 암기력에 더 놀라워하면서 자리로 돌아갔다. 침통한 표정으로 교실에 들어온 담임은, 아무리 단단한 머리라도 맞기만 해서 팔을 두 개나 부러뜨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믿을 수 없다, 는 말로 민심을 수습해 보려 했지만 사실 그럴 필요조차 없었다. 애들은 이해했다. 자위를 안 해도 사정을 할 수 있는 나이였다. 섹스는 안 했지만 임신은 했더라는 여학생의 전설이 있는 학교였다. 먹지 않아도 비만 죄는 성립하며, 머리가 큰 것만으로도 폭력일 수 있다는 것쯤 다 알았다. 아무도 분노하거나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한바탕 웃을 수 있게 해준 재헌과 철모에게 감사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내가 그리지 않았어도, 상은 받을 수 있는 거잖아?

 

  재헌이 그렇게 말하기 전까지는 기진과 나도 관심 두지 않았다. 설마 그 사건까지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리라고는 상상하지 않았다. 점심시간이었고, 우리는 학교 안의 외진 숲 속에서 나무의 일종으로 서식 중이었다. 재헌 일당은 종종 우리를 불러다 놓고 지들끼리 수다를 떨었다. 처음에는 납득이 가지 않았다. 삥 뜯을 것도 아니고, 심부름도 안 시키고, 때리지도 않으면서 왜 자꾸 불러? 시답잖은 대화에 중이염이 걸릴 때쯤에야 이해했다. 일종의 프리스타일 랩 배틀이랄까, 놈들은 우리를 관객으로 놓고 누가 더 잘났나 키 재기하는 거였다. 반응을 안 보여도 맞았고, 반응을 잘못 보여도 맞았다. 바람직하지 않은 타이밍에 표정관리를 놓쳤다가는 곧장 암묵적인 패자의 화풀이 대상이 되었다. 웃어? 재밌냐? 씨발, 뭐가 재밌는데?

  그날은 정말로 재밌지 않았다. 한 달에 수백만 원씩 과외비를 쓰는 하위권 재헌이가 뜬금없이 미대에 가겠다고 선언한 날이었다.

  “미친 새끼 네가 무슨 미대를 가?”

  “무슨 미대긴 서울대 미대지.”

  “서울대가 장난이냐?”

  “이왕이면 꿈은 높게 잡아야지, 안 그래?”

  재헌이 징그럽게 윙크를 하며 말했다.

  “피카소 해라, 씨발.”

  “피카소는 지랄 요즘엔 예고애들도 상 같은 거 없음 못 간다는데.”

  친구들이 비아냥거리자마자 재헌은 기진이를 쏘아보았다.

  “내 말이. 꼭 내가 그리지 않아도, 상만 받으면 되는 거 아냐. 안 그래?”

  기진이는 당황한 나머지 재헌이 제일 싫어하는 삼단논법을 구사하고 말았다.

 

  아, 아닐걸? 아, 아닌가? 아, 아닐 건데…….

 

  희한하게도 기진은 ‘속성 고수 도장’의 사범 앞에서는 더듬지 않았다. 우리는 반 백발 중노인이 건넨 흠집투성이 코팅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빼곡히 줄지어선 단어 목록이 비뚤배뚤했다. 하단의 “속성훈련 시 30% 인상”이라는 조건이 무색하게, 종이의 앞뒤 어디에도 원래 금액이 명시돼 있지 않았다. 좁아터진 입구에 어울리지 않게 넓은 곳이었다. 눈에 걸리는 것이라곤 마룻바닥 나무와 나무 사이의 미세하게 어긋난 짝이었다. 그 흔한 대련사진이나 상장 액자 하나 없는 벽에는 습기와 곰팡이의 합작으로 그려진 거대한 추상화뿐이었다. 기진은 그곳이 프렌치 레스토랑이라도 된다는 듯 굴었다. 메뉴판 내용을 잘 아는 사람의 낯빛을 하고, 중간 중간 고개를 끄덕여 주방장의 센스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그러다가 멋들어진 쇄심지법(碎心指法)으로 가리킨 메뉴가 ‘장풍’이었다. 무진장 젠 체하다가 안심스테이크를 고른 꼴이었다. 철사장(鐵砂掌)이나 금강불괴(金鋼佛塊)라면 또 몰라, 고작 장풍?

 

  이거네요. 이거예요. 이걸로 할래요.

 

  기진은 그를 향해 외치듯 말하고 나서 물었다. 

  “그런데……, 이것도 속성으로 되는 거죠?”

  “물론이지. 근데 좀 비쌀 건데?”

  참으로 고수답게 그의 목소리는 미성이었다. 이 영감이 거세정진(去勢精進)을 하셨나.

  “얼마나 비싼데요?”

  내가 물었다.

  “사람마다 다르지. 내공이 높으면 많이 내야 되고.”

  “낮을수록 많이 내는 게 아니고요?”

  헐헐헐, 그의 목에서 바람이 샜다. 그는 세모꼴이 된 눈으로 나를 보더니 물었다.

  “너는 초등학교가 비쌀 것 같냐, 대학교가 비쌀 것 같냐?”

  “아하!”

  감탄은 기진이가 했다. 선사의 한 마디에 대오각성(大悟覺醒)을 얻은 동자승의 표정이었다. 고승은 특별 디스카운트라며 입시종합반의 절반 가격을 요구했다. 비싼 건지 싼 건지 종잡을 수가 없어서 나는 기진에게 물었다.

  “너 진짜로 장풍을 배울 거야? 말이 된다고 생각해?”

  기진은 찡긋, 윙크를 하더니 목소리를 변조해서 말했다. 재헌을 흉내 낸 것이었다. 누구 대사인지 눈치 채기도 전에 기분이 나빴다. 기억을 지우는 무공이라도 있다면 당장 배우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왕이면 꿈은 높게 잡아야지, 안 그래?

 

  “더 쭉쭉 뻗어 이놈들아. 더 낮게 뛰란 말이야.”

  사범이 이미 땅바닥에 널브러진 우리를 향해 외쳤다. 예상 밖의 폭발적인 성량이었다. 소프라노 사자후(獅子吼)에 뇌가 분해될 지경이었다. 구라공력은 목소리 저리 가라였다. 숫제 사범이 아니라 사이비 교주였다.

  “노래를 잘 부르려면 뭣부터 해야 할까?”

  “글쎄요… 소리 지르기?”

  “에라 이 녀석아. 노래를 많이 들어야지.”

  “그래요, 그렇군요…….”

  “글을 잘 쓰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죠.”

  “그렇지. 그러니까 장풍을 잘 쏘려면?”

  “장풍을 많이 맞아 봅니다.”

  “이런 미친놈아. 그랬다간 죽지.”

  “그, 그럼, 어쩌죠?”

  “어쩌긴 뭘 어째. 장풍을 피하는 법부터 배워야지.”

  아하! 하는 감탄사는 이번에도 기진의 몫이었다. 덕분에 우리는 준비운동도 없이 역비행 품새라는 것을 배웠다. 위도 아니고, 앞도 아닌, 뒤로 멀리뛰기를 하라는 것이었다. 돌고래가 배영을 하듯 자세가 낮아야 한다고 했다. 수영은커녕 걸을 때도 몸치인 나는 채 몇 번 뛰기도 전에 다리에 쥐가 나 데굴거렸다.

  “잽싸게 돌아 뛰면 안 될까요?”

  “무술인은 결코 상대에게 등을 보이지 않는 법이다.”

  “어째서요?”

  “어째서라니. 그랬다간 죽지!”

  과연 그 전에 죽지 않을 수 있을까? 장풍을 피하려면 우선 까치발로 서야 했다. 다음에는 앞으로 뛰는 척 뒤로 젖히며, 위로 솟구치는 척 떨어진다. 발밑이 바닥에 닿지 않게 발가락 힘을 곧장 발뒤꿈치에 전달하는 게 관건이다. 뒤로 재주넘기 기술을 발바닥에 집약시킨 것이라 했다. 발가락에 발 전체의 기를 모을 수 있으면, 그 순간 발뒤꿈치가 손처럼 자유로워진다나 뭐라나.

  “그럼 뒤로 재주넘기부터 배웠어야죠.”

  “이놈아, 이건 속성반이잖아.”

  하루에 팔십팔 번을 채워야 했다. 일주일 만에 발가락 마디마디 관절염에, 뒤꿈치는 한 발 한 발 골절이 의심되었고, 조인트 주변의 근육에는 무수히 사금파리가 박힌 것 같았다. 허벅지는 이식된 남의 것이었고, 허리는 디스크 수술 직전이었으며, 푹신한 매트리스에 부딪힌 건데도 뒤통수는 이미 뇌사상태였다. 이게 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고 있는 탓이었다. 대관절 하늘 아래 어떤 생물이 뒤로 뛴단 말인가.

 

  언젠가 그 장면을 꼭 봐야 하는데.

 

  “무슨 장면?”

  우리는 B동과 C동 사이의 놀이터 벤치에서 어둠의 일부로 존재하는 중이었다. 텅 빈 놀이터에는 평행봉 위에서 놀고 있는 아마도 중학생 아이 한 명과 우리뿐이었다. 기진은 그 아이 쪽을 힐끗거리며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내가 어릴 때, 사범님이 장풍을 쏘면 이만한 덩치들이 휙휙 날아갔대. 유도 검도 태권도 할 것 없이.”

  나는 아이가 연속 이 회전을 반복해서 시도하는 것을 안쓰럽게 지켜보고 있었다. 왜 저런 쓸데없는 짓을 할까?

  “사람들은 사범님을 미쳤다고 했지만, 찾아온 사람들은 모두 사범님의 제자가 됐다더군. 지금은 모두 각 분야의 최고가 됐대. 제자 되는 조건이 비밀을 지키는 거라서 아무도 사범님과 장풍에 대해 말하지 않지만 말이야. 너도 꼭 비밀로 해야 돼.”

  “넌 그 얘기를 누구한테 들었어?”

  “아빠한테.”

  “아빠가 사범님 제자였어?”

  “응.”

  “그럼 아빠도 장풍 쏴?”

  “아니. 태권도 사범이야. 몰랐구나?”

  미술천재 아들에 유단자 아빠라니. 왜 아빠한테 싸움을 배우지 않았는데? 라고 묻지 않았다. 마침 평행봉을 놓친 아이가 연속 이 회전을 넘어 반 바퀴를 더 돈 다음 지구라는 행성과 충돌했기 때문이었다. 땅이 잠시 기우뚱했고, 아이가 엎어지다 못해 파묻힌 곳에서 모래구름이 피어올랐다. 어찌나 느리게 우리 쪽으로 날아왔던지, 가로등 불빛에 뿌옇게 드러난 그것은 흙먼지라기보다는, 태양계를 향해 접근 중인 엄청난 규모의 운석 떼를 먼 우주에서 포착한 모습 같았다. 죽은 줄 알았던 아이가 옷을 툭툭 털고 가버리고 나서도 우리는 한동안 우주에 남아 있었다. 가로등이 꺼지고, 침묵조차 어둠속으로 사라지자,

 

  죽을 것처럼 한기가 몰려왔다.

 

  그런 봄을 겪은 게 처음이었다. 한시도 가만히 있는 것들이 없었다. 잠시만 눈을 돌려도 방금 전에 보았던 세상은 사라지고 없었다. 햇살이 눈부시다고 생각하자마자 비가 왔고, 편의점에서 산 우산을 펴보기도 전에 하늘이 개었다. 일기예보는 매번 틀렸다. 기상청 체육대회 날 폭우가 쏟아졌다는 소문이 돌았다. 예고 없는 비바람에 채 피지도 못한 꽃들이 무수히 스러졌다. 선선한 가을날 등교하여, 언제나 여름인 학교를 거쳐 도장까지 나오고 나면, 명백한 겨울을 느낄 수 있었다. 분명 봄인데 봄만 없었다. 분명 봄이 아닌데 봄이라고 했다. 계절은 사라지고 날씨만 남은 날들이었다. 여름은 땅! 하는 총소리와 함께 출발하는 육상선수처럼 왔다. 어느 날 잠에서 깨어 보니 매미들이 지구를 지배하고 있었다. 사생대회, 아니,

 

  사생결단의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백일장도 함께 열리는 큰 대회였다. 문교부장관상이 걸려 있어 대입특전이 주어졌다. 학교에서는 한 학기에 한 번 이상 대회 참여를 허용하지 않았으므로 꼭 이번에 상을 타야 했다. 어디까지나 기진이의 경우였다. 기진이의 그림은 천재적이었지만 내 시는 그저 그랬다. 특기생으로 대학에 갈 실력도 아니었거니와 시인의 꿈 따위는 더군다나 없었다. 나는 단지 단어들을 갖고 노는 게 재미있어서 썼다. 이를테면 시는 나에게 짝짓기 게임이었다. 잘 맞는 짝들을 찾으면 가슴속의 무언가가 아무는 기분이었다. 비슷한 단어라고 잘 붙는 게 아니었다. “남자와 여자”는 예뻐도, “남자와 사내”는 이상하잖아. 멀수록 가깝고, 다를수록 끌리는 게 단어였다. 치마 입은 여자보다는 가슴 달린 남자가, 땅을 밟는다, 보다는 하늘을 걷는다, 가 그럴듯했다. 왜 하늘색은 차가워야 하고 붉은색은 뜨거워야 하는가. 따듯한 하늘이라고, 냉혹한 불길이라고 쓰고 싶었다. 하늘과 땅, 물과 불처럼 지루하게 말고, 산불 같은 노을이라고, 파도처럼 물결치는 땅이라고 쓰고 싶었다.

  기진의 그림에는 산불처럼 번지는 노을과, 파도같이 물결치는 땅과, 위로하며 안아 주는 나무들과, 따듯하게 웅크리고 있는 물빛이 다 있었다. 기진이는 단 한 번도 흔한 색깔을 쓰는 법이 없었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색들을 겹쳐 가며 그렸는데 물에다가 붉은색, 나무기둥에다 파란색 터치를 하는 건 기본이었다. 하지만 멀리 떨어져서 보면 파란색보다 더 파란 호수가, 갈색보다 더 견고해 보이는 나무밑동이 돋을새김으로 화면 위에 떠올라왔다. 그런데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그 그림을,

 

  재헌 따위가 빼앗겠다고 나선 거였다.

 

  담임을 어떻게 구워삶았는지 몰라도, 재헌도 사생대회 대상자가 되었다. 재헌의 요구는 알아듣기 쉬웠다. 자신의 그림과 바꾸고 싶지 않으면 두 장을 그리라는 얘기였다.

  “네가 봐서, 더 잘 그린 걸 주면 돼.”

  재헌은 담배에 불을 붙이며 말했다. 첫 번째 모금은 기진의 얼굴에 뿌려졌다.

  “그래. 알았어.”

  “내 취향은 신경 쓰지 마. 난 상만 받으면 되니까.”

  “그래. 그렇겠지.”

  두 번째 모금은 웃음과 함께 몽실몽실.

  “그렇겠지?”

  “아, 아니, 그런 뜻은 아니고.”

  “이 새끼 좀 보게. 그런 뜻이 뭔데?”

  세 번째 모금은 하늘로 뿜어지고,

  “나쁜 뜻이 아니라고.”

  “네가 미술을 뭘 아냐 이거지?”

  네 번째 모금은 풍차를 돌고,

  “그게 아니라…….”

  “아니긴 뭘 아냐 씨발놈아 맞는 말이구만. 네가 잘 봤어. 나 그림 잘 몰라.”

  마침내 담배를 잡은 손이 기진의 귀를 바짝 잡아당겼다.

  “그러니까 입상 가작 이런 거 말고 반드시 수상권에 들어야 해. 알겠어?”

  귀부터 시작된 분홍빛이 왼쪽 뺨으로 번질 때쯤에야 기진은 재헌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마지막 한 모금을 깊이 빨고 담배를 탁탁 털며 재헌은 기진의 마지막 기대마저 꺼버렸다.

  “나보다 좋은 상 받음 벌 받는다.”

  나는 멀쩡하게 서 있다 불똥을 맞았다.

  “어이, 시인.”

  “으응.”

  “넌 그냥 네 꺼나 열심히 써라.”

  지랄 맞은 변덕일 뿐, 놈이 정말 미술을 할 리 없었다. 그 사실이 부당한 도둑질보다 더 부당하게 여겨졌다. 이를테면 오랫동안 공들여 온 여자애를 양아치에게 넘겨주는 꼴이었다. 재헌에게 상장은 그저 가로챈 여자애와의 첫날밤 인증샷 같은 거였다. 장담컨대 사진만 남고 여자애는 버려진다. 자랑에 시들해지면 사진조차 처박힐 게 뻔했다.

 

  뭐가 좋아서 그렇게 희죽거리니.

 

  성불을 했는지, 너무 상심해 실성하고 말았는지, 기진이는 훈련에만 열중했다. 얼굴에 송골송골 땀이 맺힐 즈음이면 내일 모레 첫 데이트하는 놈처럼 실실거렸다. 이거 봐, 지금 기상천외한 점프나 배우고 있을 때가 아니야. 당장 일주일 후면 상을 빼앗기건 죽도록 맞건 둘 중 하나라고. 꿈을 높게 잡은들 무슨 소용인가. 상대는 팔이 부러지는 것도 모르고 주먹을 휘두를 정도로 단순무식한 양아치다. 한방이면 모르되, 규칙도 시간차도 없이 날아오는 풀 스윙을 백 점프로 어떻게 피한단 말인가.

  나는 괜히 심술이 나서 사범한테 시비를 걸었다.

  “사범님은 어째 시범을 안 보이신대요?”

  “나는 장풍을 장풍으로 막을 수 있다.”

  “에헤, 뛸 줄 모르시는 거 아니고요?”

  사범은 인자하게 한 번 웃어 주시더니 또 그놈의 선문답을 시작했다.

  “올챙이가 뭘로 헤엄치지?”

  내가 고개를 외로 꼬자 기진이 대신 대답했다.

  “꼬리요.”

  사범은 그렇지! 하는 눈빛을 보이더니 두 눈을 지그시 감고 말했다. 역시 구라의 고수답게, 내 평생 다시 들을 성싶지 않은 명언이었다.

  “개구리는 물갈퀴로 헤엄친다.”

  나는 식도를 역류하는 말들을 삼키느라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장풍이 있어야 장풍을 피하지

 

  그렇지 않은가? 꼬리건 물갈퀴건 물을 만나야 쓸모가 있고, 제 아무리 예수라도 바다가 있어야 물을 가를 게 아닌가. 고수의 장풍은 피할 수 있어도, 고딩의 주먹은 못 피하는 게 역비행 품새였다. 더구나 이 세상에 고수가 어디 있나. 그런 따위 없다는 것쯤 십팔 세가 모르면 나이 헛먹은 거였다. 온 세상이 사파였다. 흡성대법(吸性大法)이나 익혀서 남의 무공이나 훔치는 것들. 재헌이가 하는 짓이 사파의 채기법(採氣法)이 아니고 무엇이랴. 진정한 무도라면 육체뿐 아니라 정신의 오랜 수련을 강조해야 한다. 하물며 정파 무도에 어찌 “속성”이라는 단어가 끼어든단 말인가.

  하지만 말이 속성이지, 우리는 한 달도 넘게 역비행만 배우고 있었다. 매일같이 뒤로 뛰는 것만 하고 있는데도 내 실력은 조금도 늘지 않았다. 기진도 자세는 꽤 그럴듯했지만 스피드와 거리에서 장풍을 피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무래도 간판이 사기 같다는 의심을 품을 만했다.

 

  〈속성〉 그림

 

  ㅗ의 돌출부위가 짧았다. 누군가의 장난으로 잘려 나간 것처럼도 보였다. 테이핑 모서리가 말리면서 ㅗ처럼 읽혔을 뿐이었다. ㅡ 모음 위에 수직으로 덧붙인 작대기는 밑으로도 조금 나가서, “숙성”으로 읽지 말란 법도 없었다. 평균치로 말하자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슥성’이었다. 종잡을 수 없기는 간판이나 사범이나 똑 닮아 있었다. 어느 날 기진이 완벽한 자세를 선보이자 사범은 우리 주위를 빙빙 돌면서 말했다.

  “이 시점에서 기진 군에게 질문을 해야겠다.”

  “네, 사범님.”

  “기진 군은 어느 정도 자세를 익혔으니 결정을 해야 한다. 장풍을 더 배워 무림에 발을 들일 것인지, 아니면 이쯤에서 그만두고 평범하게 살아갈 것인지.”

  “그 두 가지가 어떤 차인데요?”

  “진정한 고수는 고수만 상대하는 법. 하지만 사파는 조금이라도 무공이 있는 사람을 발견하면 제거하려고 들지. 만에 하나 네가 장풍무공을 익힌 자와 맞닥뜨리기라도 하는 날이면…….”

  사범은 손날을 세워 목 긋는 제스처를 했다. 참으로 노인다운 행동이었다.

  “그럼 어쩌죠?”

  “어쩌긴. 사파를 알아보는 법부터 배워야지.”

  사범은 마치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말을 이어나갔다. 정파는 오랜 수련을 통해 무도를 연마하므로 내공이 높아질수록 겸손해지고 자연스러워지는데 이를 반박귀진(返撲歸眞)이라 한다. 하지만 사파는 단시간 내에 편법으로 무공을 얻으므로 반드시 티를 내고 싶어 한다. 양아치들이 문신을 하거나 태도가 불량한 게 다 그런 이치다. 위아래로 전부 검은 옷을 입고 눈빛이 칼날처럼 번득이는 자가 위험하다. 장풍의 경우 얼치기는 손에 모인 기를 감당하지 못해 어깨에 힘을 넣거나 팔을 과도하게 흔들게 된다. 특히 장풍고수는 장풍을 연마한 자부터 노리게 마련이다. 대부분의 맹수는 어릴 때 잡아먹힌다. 생존율이 십 퍼센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언제까지 조심해야 할지 알 수 없다. 그래도 계속 배우겠느냐?”

  기진은 심각하게 고민하다 대답했다.

  “할게요. 해야죠. 하겠습니다.”

  그냥 넘어가도 다 알아먹을 것을, 사범은 굳이 나에게 한 마디 했다.

  “그리고 너, 굼벵이.”

  “네?”

  “넌 아직 아무것도 조심할 필요 없다.”

 

  아 네, 뭐가 있어야 조심을 하지요.

 

  우리에게 장풍보다 먼저 닥친 건 사생대회였다. 태양이 세상의 모든 먼지와 바람을 빨아들여 타오르고 있는 것 같은 날씨였다. 전국에서 모여든 천여 명의 학생들이 직인이 찍힌 원고지와 켄트지를 받아 미술관 주변의 그늘로 삼삼오오 숨어들었다. 기진과 나는 미술관 맞은편 숲 속에 정착했다.

  나는 시는 쓰는 둥 마는 둥 기진만 훔쳐보았다. 근경에 나무 하나를 넣고 뒤편의 산세를 배경으로 미술관 건물의 일부와 분수대를 초점으로 잡았다. 복잡한 주제를 잡아 놓고 스케치까지 꼼꼼하게 했다. 기진이 이십호 붓으로 팔레트 위에 검정에 가까운 혼색을 풀 때부터 나는 엉덩이가 들썩였다. 기진의 채색기법은 입시미술과 정반대였다. 음영부터 짙고 뚜렷하게 잡은 다음 점차 터치를 덜 중첩시켜 하이라이트로 가는 방법을 썼다. 밀도와 입체감이 도드라지지만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다.

  “어쩌려고 그래?”

  “뭘?”

  “안 그려 줄 거야?”

  기진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나는 텅 빈 원고지를 든 채 무작정 일어섰다. 갈 데도 없으면서 바삐 걸었다. 미술관의 넓은 잔디밭에는 벌써부터 작품을 끝낸 애들이 뛰어다녔다. 뜨거운 햇살이 머리카락 사이사이에서 벌레처럼 기어 다녔다.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나는 식식거리고 있었다. 부풀었다는 것 외에는 완전히 모호한 감정이었다. 꽉 차 있는 게 아니라 텅 비어 있었다. 아무것도 없어서 터질 것처럼 위태로웠다. 온 세상이 뜨거운 여름인데, 내 가슴속은 아직도 날씨만 있는 무명의 계절이었다.

  나를 보는 기진의 시선이 달라진 건 좀 되었다. 자력을 물려받은 쇠붙이가 플라스틱 조각 따위를 굽어보는 눈초리. 겸손을 덧칠해 놓았지만 수채화 물감마냥 다 비쳐보였다. 나는 산타의 비밀을 숨기는 어른의 심정을 경험했다. 기진을 설득할 능력도 없었지만 그러고 싶지도 않아졌다. 기진의 눈빛이 그렇게 빛나는 것은 처음 보았다. 학교 짱, 아니 전교 킹카나 가질 법한 눈빛이었다. 그럼 나는 뭐야. 킹카 똘마니?

  천만에. 현실에서는 셔틀의 똘마니였다. 말이 셔틀이지 재헌 일당은 우리에게 바라는 게 없었다. 돈이 많아서 삥을 안 뜯는 거였고 수행평가도 과외선생들이 다 알아서 해줘서 시키지 않는 거였다. 간식이나 군것질거리도 비싼 걸로 죄다 집에서 싸가지고 왔다. 우리는 보통 벽이나 기둥으로 쓰였다. 수업시간에 딴짓 할 때 가리개 셔틀을 해주거나 점심시간에 카메라로 서 있는 게 유일한 용도였다. 하지만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게 더 비참하다는 생각은 사치였다. 기진이 재헌의 제안에 동의한 그날부터 나는 하루에 두 번씩 매점을 향해 뛰었다. 기진은 뛰지 않았다. 내가 사온 빵이나 음료수의 주인은 기진이었다.

  기진은 이제 내 운명의 주인이기도 했다. 무엇을 조심하건 말건 나는 이제 기진에게 달려 있었다. 재헌에게 맞게 될 일보다 그게 더 비참했다. 누구는 자존심도 밸도 없어서 참나? 이기면 지게 되는 거야. 가만히 맞은 아이도 처벌을 받았는데 걔네들한테 이빨자국이라도 하나 남겼다간…… 아빠 엄마까지 지는 사람으로 만드는 거라고. 어차피 질 거, 주먹보다 큰 게 날아오기 전에 미리 넘어져 주는 게 상책이 아니겠니?

 

  하지만 기진에게 다시 돌아갔을 때,

 

  내가 느낀 감정은 뜻밖에도 배신감이었다. 내가 자리에 앉았을 때만 해도 그것은 몇 개의 묽은 색으로 화면을 아무렇게나 분할한 두 개의 무의미한 화면이었다. 숫제 스카프나 벽지 디자인에 가까웠다. 기진은 이십호 붓 하나로 그 위를 종횡무진 옮겨 다녔다. 한쪽이 마르는 동안 다른 쪽에 터치를 하고, 이쪽에 머무는 동안 저쪽에 그릴 것을 생각한다는 식이었다. 기진의 붓은 발레리나의 토슈즈만큼이나 빨랐다. 발레리나의 현란한 스텝 밑에서 어느새 원경과 근경이 갈리고 있었다. 기진은 화폭 외에는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 세상에 없는 풍경이 켄트지 위에서 인화되고 있었다. 내 가슴속에 있었던 단어들이 낱낱의 음운들로 흩어지고 있었다.

 

  잃은 게 있으면 얻는 게 있어야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기진의 그림은 단 한 점도 장관상을 받지 못했다. 더 의외인 건 초고속으로 그린 그림 중 하나가 가작에 뽑혔다는 사실이었다. 불행하게도 그 그림은 재헌이가 입이 귀까지 찢어져 골라간 것이 아니었다. 납득은 어려웠지만 정리는 깔끔했다. 존심 버리고, 상 못 받고, 맞기까지 하게 생겼다. 일타쌍피(一打雙皮)를 터뜨리려다 삼진아웃당한 꼴이었다. 그런데도 실성을 했는지, 성불을 한 건지, 기진이는 버스 안에서 띄엄띄엄 피식거렸다. 고급 화장실에 달린 타이머 향수 같았다. 상쾌하다 못해 쌍욕이 절로 떠올랐다. 어금니를 악물다가 자꾸만 이빨을 갈았다.

 

  피식…… 뿌드득…… 피식…… 뿌드득……

 

  지하철에서 빠져나오자 벌써 해가 가라앉고 있었다. 여름 해는 한꺼번에 에너지를 너무 많이 써서 빨리 기우는 모양이었다. 기진이는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나는 탈진한 마라토너처럼 빨라졌다 느려졌다 했다. 뒤통수를 보면 후려갈길까 봐 앞장섰다가, 피식 소리를 듣고 힘이 빠져 뒤처졌다. 그래도, 비록 비참하게 졌지만, 오늘의 코스는 완주한 셈이라고 생각했다. 신도 이쯤 했으면 복잡해질 대로 복잡해진 내 심사를 좀 쉬게 해주겠지, 막연하게 믿고 있던 참이었다. 그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존재임을 깜박 잊고 있었다고나 할까.

  도장이 백 미터쯤 남아 있는 곳에 신은 온통 검은 모습으로 강림해 계셨다. 양복에 중절모까지 쓰고도 모자라서 팔과 어깨에 한껏 날을 세우고 있었다. 어두운 선글라스 속에서도 오직 기진만을 노리는 날카로운 눈빛이 느껴졌다. 기진은 길 중앙에 멈칫 서버렸고, 나는 게걸음쳐서 길가로 물러났다. 남자가 손목을 중심으로 손바닥을 합쳐 허공을 일타하자마자 기진은 이 미터쯤 뒤로 활강했다. 모르고 보면 영락없이, 장풍에 제대로 얻어맞은 행인이 나자빠지다 못해 날아가 버리는 광경이었다. 그런데, 만약 처음부터 장풍이 없었다면?

 

  아니, 그깟 장풍 따위 있었건 말건.

 

  나는 잠시 잠깐 거꾸로 자전하는 지구를 느꼈다. 우주의 방향을 역행했다 돌아오는 느린 속도 속에서 방금 전의 순간을 지금인 듯 다시 보았다. 팔과 손이 유려하게 태극을 그리는 동안 남자의 머리와 등은 그려 놓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상체가 순식간에 멈춰버린 순간에도 기진의 종아리근육은 까치발 위로 유연하게 도드라졌다. 날카로움은 흘렀고, 고임은 물결쳤다. 남자가 여유 있게 움직일수록 시간의 고무줄은 위태롭게 늘어났고, 그 고무줄의 예측할 수 없는 파열을 향해 기진은 점점 더 단단하게 균형 잡혔다. 순간은 뛰는 듯 걷는 듯 눈앞에 있어도 닿지 않았고, 날아가는 듯 날아오는 듯 부유하는 황사 속에서 그들은 밀어내는 듯 잡아당기는 듯 하나의 자장에 속해 있었다. 마침내 먹이의 급소에 이빨을 박아 넣는 뱀의 아가리처럼 남자의 손이 자장의 벽에 구멍을 뚫자, 기진의 종아리는 순식간에 긴장을 잃고 스러졌다. 기진의 몸은 남자의 흐름을 그대로 물려받아 배영 하는 돌고래의 자세로 흘러넘치는 자장의 첫 물결을 탔다. 그리고 그 헤엄이 끝나기도 전에 기진의 스러진 긴장은 고스란히 남자의 팔뚝으로 옮아가 섬세한 근육과 힘줄과 핏줄의 돋을새김으로 단단하게 고였다. 모든 움직임을 소진한 남자의 등 뒤에서 그러나 노을이 산불처럼 화륵 화르륵 번지고, 남자와 기진 사이에 깔려 있는 평범한 골목길은 용솟음치는 파도의 바다였으며, 앙 옆으로 늘어 서 있는, 십 수 년 동안 똑같은 모습이었던 시장의 상점들이 갖가지 표정으로 그들을 지켜보며 술렁대고 있었던 그때, 내 가슴에는 누군가의 손길이 영원보다 더 긴 순간으로 왔다간 것만 같았다. 돌아서는 남자의 뺨에서 흐뭇한 미소를 본 것이 먼저였는지 나중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장풍보다 강렬하고, 위로보다 따듯하고, 그 어떤 단어보다도 뿌듯하게 끌리는 감촉만이 분명했다.

 

  무릇 꼬리가 없어져야 물갈퀴가 생기는 법

 

  재헌이 월요일이 되자마자 우리를 집합시킨 건 당연했다. 대개의 세상사가 그렇듯 진부하지만 가볍지 않을 뿐이었다. 반면 기진의 태도는 가벼워서 독창적이었다. 점심시간이야 오건 말건, 오전 내내 장풍 날리는 시늉만 하고 있었다. 독창성으로는 재헌도 쌍벽이었다. 숲 속에서 우리를 맞은 것은 쌍욕과 주먹이 아니라 조소와 각목이었다. 어디서 구했는지 재헌이 가슴 높이까지 오는 긴 각목에 턱을 괴고 빙글빙글 웃고 있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스무 대만 때리겠다는 거였다.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차라리 성질부리며 두들겨 팰 일이지, 빠따는 선배나 선생처럼 굴겠다는 거잖아. 나쁜 놈을 넘어서 급이 다른 놈이 되겠다는 거고, 복수하는 게 아니라 교육을 시키겠다는 심산이잖아.

  치욕스러웠지만 나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언제나처럼 단지 재헌이의 주먹이 무서워서가 아니었다. 그런데 나무 쪽으로 손을 가져가며 막 엉덩이를 대려는 순간 짧은 소리가 났다. 단순하고 경쾌하지만, 결코 가볍지도 사소하지도 않았다. 그 소리는 분명 두 개였다. 정확히 말하면 높고 낮은 두 음의 순간적인 합창이었다.

 

  퍽(땡강)

 

  돌아섰을 때 재헌은 땅에 코를 박고 있었다. 기진이 낮은 발차기로 각목을 부러뜨린 것이었다. 애들은 갑자기 썰물을 만난 갯벌의 게들처럼 허둥지둥 사라졌다. 기진은 아프지도 않은지 그 와중에도 장풍 쏘는 동작을 흉내 내고 있었다. 애들이 마치 기진의 장풍을 피해 도망가는 것처럼 보였다. 재헌이 엎어진 자리에서 미세한 흙먼지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기진의 정강이는 쇠처럼 단단해져 있었다. 반복된 뒤로 뛰기 훈련으로 인해 정강이 주변의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발달해 있었던 것이다.

 

  그게 끝이었다.

 

  기진은 더 이상 나와 같이 다니지 않았다. 재헌 일당과 놀지도 않았지만, 다른 A동 아이들의 친구가 되었다. 미술은 그만두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법대나 경제학과에 가겠다고 했다. 그렇다고 기진이 나를 무시하거나 멀리한 건 아니었다. 어쩌다 우연히 마주치면 항상 묻곤 했다.

  “괴롭히는 새끼들 없지?”

  “응, 그럼.”

  “있으면 말만 해. 내가 장풍으로 싹 쓸어 줄 테니까.”

  “응, 그래.”

  그럴 때마다 기진의 어깨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손동작이 어찌나 거창한지 뒷모습이 점만큼 작아져도 눈에 띌 지경이었다. 졸업한 후에도 한여름이 되면 나는 종종 기진을 떠올렸다. 특히 나무가 듬성듬성한 숲 속에 들어서면 ‘퍽’과 ‘땡강’의 짧은 불협화음이 뚜렷한 환청으로 들려오곤 했다. 아마도 평생 그럴 것만 같았다.

 

  내 인생 두 번째로,

 

  날씨만 있는 계절이 다시 찾아왔다. 나는 이번에는 혼자서 도장을 찾아갔다. 사범이 내민 코팅지에서 망설임 없이 〈금강불괴〉를 골랐다. 사범은 의외라는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온몸을 쇳덩이처럼 단단하게 만드는 무공이다. 알고 있냐?”

  “물론이죠.”

  “그럼 뭐부터 배워야 할까?”

  “실컷 때리는 법부터 배워야죠.”

  “어째서?”

  “원래 거꾸로 하는 거잖아요. 장풍은 피하는 것부터니까, 금강불괴는 때리는 것부터.”

  “세상에 그런 억지가 어디 있냐?”

  “이 도장에 있죠. 때릴 줄을 알아야 맞을 줄도 알죠.”

  “꼬리도 없는 게 물갈퀴 타령하고 있구나.”

  나는 개구리처럼 펄쩍 뛰며 말했다.

  “당연하죠. 여기는 속성 도장이니까요!”

  사범이 천천히 씨익, 하고 웃었다. 그날의 남자가 누구였냐고 나는 묻지 않았다. 어디선가 지구가 자전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아서였다.

 

《문장웹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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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식물원

야생 식물원 하가람 식물원으로 가는 길이었다. 다이아몬드 모양의 철골로 둘러싸인 거대한 유리 온실에는 열대와 지중해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이국적인 식물이 자란다고 했다. 한 달 전 나는 식물원 근처에 있는 여러 호텔을 찾아 은규에게 링크를 보냈다. 보통 때의 그라면 어디든 좋다고 했을 것이다. 레스토랑도, 카페도, 동네의 작은 아이스크림 가게조차도 모조리 내 선택에 맡기곤 했으니까. 하지만 그날 은규는 이미 예약한 곳이 있다고 하여 나를 놀라게 했다. 은규가 보내 준 링크를 열어 보았다. 넓은 통유리 창 너머로 식물원과 공원이 내다보이는 스위트룸이었다. 나는 조금 들뜬 채 답장했다. — 우리가 만난 지 곧 1년이래. 믿어져? 1년이라는 시간은 내게 유별났고 은규에게는 별다른 감흥이 없는 것이었다. 그가 전에 사귄 여자친구는 단 두 명인데 각각 4년, 5년을 만났다고 했다. 매번 석 달도 채 넘기지 못하는 나와는 달랐다. 이따금 은규에게 이전 연인들에 대해 물었다. 그들이 어떤 성향의 사람이었고 어떤 외양을 가졌는지 궁금했다. 처음에는 응응, 하며 대꾸해 주던 은규는 내가 그녀들의 음악 취향이나 살던 동네처럼 구체적인 정보까지 캐묻자 태도를 바꾸었다. 기억 안 나. 그는 말했다. 다 옛날이야기라고. 그 후로는 이전에 나눈 대화를 떠올리며 그녀들을 생각했다. 눈, 손톱, 말투, 그리고 신발. 나와 닮았을지, 닮았다면 얼마나 닮았고 다르다면 무엇이 다를지도. 상상을 이어 가다 보면 늘 한 가지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은규는 한 번도 애인과 잠자리를 가진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니까 여자와 밤을 보내는 일이 오늘 그에게는 처음이었다. 서른을 넘긴 남성에게서 보기 드문 경우였지만 그가 처음인 게 좋았다. 그 점이 무엇보다도 나와 그녀들을 구분 지어 주는 것만 같았다. 차창에 머리를 기대었다. 햇볕에 데워진 창문에서 온기가 느껴졌다. 인터넷으로 보았던 화려한 꽃과 기다란 나무들을 떠올렸다. 노랗고 푸르고 분홍빛이 맴도는 공간을. 여름 휴가철이었고 도로는 차들로 빽빽했다. 졸음 껌을 씹는 은규를 보며 말했다. “오늘은 내가 운전하고 싶었는데.” “다음에. 너 힘들어.” 은규가 말했지만 나는 안다. 다음에도 그다음에도 그는 내게 차를 맡기지 않을 것이다. “보면 놀랄걸? 너무 잘해서?” 나는 허리를 세운 채 한 손으로 반원을 그려 보았다. 휙휙. 입으로 소리 내며 운전대를 쥔 그를 따라 했다. 그가 웃었다. 머릿속으로 주행하기. 그것은 나만의 놀이였다. 캠퍼스 변두리에 있는 H관 1층, 5평 남짓한 주차관리실에서 상상력을 충족시켜 줄 만한 것은 많지 않았다. 먼지 쌓인 커피믹스와 낡은 소파, 책상 위에 시간별로 놓여 있는 분홍색, 파란색, 노란색 주차권들. 지겨운 서류, 서류, 서류. 드물게 실장이 자리를 지키는 날이 아니면 대체로 혼자 그곳에서 일했다. 사람들이 찾아와 주차권을 사거나 정기 등록을 마친 후 돌아가면 나는 모니터에

  • 관리자
  • 202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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