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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통신

  • 작성일 2006-08-03
  • 조회수 7,340

 

[조경란이 만난 사람 2] 야콥 하인Jakob Hein



베를린 통신

                



1. 야콥에 관한 짐작

 

"틀림없이 그는 냉소적일 것이다. 유머감각이 있을 것이다. 아버지를 싫어할 것이다. 머리가 좋은 사람일 것이다. 말이 많고,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일 것이다. 잘난 척하기를 좋아할 것이다. 남이 뭐라고 말하든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잘 웃지 않을 것이다. 글쓰기가,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글쓰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어쩐지, 마르고 대머리일 것 같다!"

 

이 년 전, 그의 『나의 첫 번째 티셔츠』(2004, 샘터사)를 읽고 난 후 나는 그가 이런 사람일 거라고 짐작했다. 책에는 작가 사진이 실려 있지 않았으므로 야콥 하인이라는,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는 젊은 작가의 외모를 짐작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었다. 물론 일 년 뒤, 우리가 서로 만나게 될 거라는 사실을 그때는 몰랐다. 그와 내가 처음 만났을 때, 내가 짐작한 그와 실제의 그가 너무나 똑같아서 아, 나는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크리스토프 하인, 그의 아버지에 관한 짐작만 빼곤.



2. 베를린, 그의 집

 

"우리 집에 오지 않을래? 내 아내도 너를 무척이나 만나고 싶어 해. 하지만 우리 집은 거대한 놀이터야. 너무나 지저분하고 발 디딜 데가 없어. 너도 알다시피 나에게는 막무가내인 두 보스들이 있잖아. 너는 아마 패닉 상태에 빠지게 될 걸. 정말 집이 카오스 상태야, 카오스! 그런 것에 개의치 않겠다면 와서 함께 저녁을 먹자."



그리고 그는 이메일 끝에, 내 숙소가 있는 반제Wannsee서부터 택시를 타면 요금이 너무 많이 나올 거라고 걱정했다. 나는 피식 웃었다. 서울에서라면 모를까, 아무리 내가 길눈이 없고 방향치라고는 해도 타지에 머물 때는 웬만해선 택시를 타지 않는다. 택시를 타고 다니면 낯선 곳에 와 있다는 실감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몽상을 즐기기엔 택시는 너무나 빨리 달린다. 7월 21일 금요일. 야콥이 상세히 알려준 대로 기차를 타고 알렉산더 플라츠 역에서 내렸다. 베를린에서 가장 높다는, 365m짜리 거대한 텔레비전 타워가 보인다. 거기서 다시 택시를 타고 오 분 뒤, 나는 플렌즈라우어 베르거에 있는 그의 집 앞에 도착했다. 




3. 두 달 전, [서울, 세계젊은작가 페스티벌]

 



지난 5월 7일부터 13일, 일주일 동안 ‘한국문학번역원’이 주최한 [젊은작가 페스티벌]이 서울에서 열렸다. 우리나라 작가 약 이십여 명과 프랑스, 체코, 영국, 일본, 헝가리 등 17개국에서 초대된 작가들이 함께 ‘문학에 있어서 새로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토론을 하고 함께 여행도 하는 그런 페스티벌이었다. 어떤 작가들이 서울에 오나? 유심히 명단을 들여다보다가 독일에서는 야콥 하인과 알리사 발저, 이 두 작가들이 오게 될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야콥 하인, 크리스토프의 하인의 아들.

알리사 발저, 마르틴 발저의 딸.

그 두 작가와 혹시 긴 이야기를 나누게 될 기회가 생기거나 친밀해져도 그들의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라고 혼자 미리 작정해버렸다. 크리스토프 하인과 마르틴 발저. 아무리 내가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독일의 문호들이라고 해도 말이다. 아버지 이야기는, 민감한 부분일 테니까. 특히 같은 장르에서 창작을 하고 있다면.



4. 만두를 먹으러 가다


외국에서 온 작가들이 DMZ에 가던 날, 야곱과 알리사는 DMZ가 아닌 서울의 다른 곳을 더 둘러보고 싶어 했다. 


야콥 하인은 1970년, 구 동독 라이프치히에서 태어난 후 육개월만에 베를린으로 이주했다. 그가 서독에서 살았던 경험은 겨우 육개월이었으나 그것은 그의 글쓰기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나의 첫 번째 티셔츠』는 동독 치하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추억에 대해서 쓴 책이다. 같은 주제, 동독 치하의 어린 시절에 대해서 쓴 다른 작가들과는 달리 야콥에게 통독 이후 놀라웠던 것은, 동독에서의 삶이 서독에서의 삶과 근본적으로 아주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이데올로기는 바뀌었으나 사람들은 여전히 통제되어 있고 그것이 바로 자본주의 사회의 단점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말을 하는 그는 프로필 사진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진지하고 차갑게 느껴지지만, 『나의 첫 번째 티셔츠』는 공산주의 치하에서의 청소년기를 보낸 한 소년의 어둡고 비극적인 이야기를 그린 것이 아니라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 그리움의 시절을 아이러니와 유머로 그려낸 소설이다. 농담과 아이러니를 통해서 시대를 비판하는 독일 젊은 작가들의 일반적인 화풍은, 그의 첫 책을 번역해 소개한 소설가 배수아의 짐작처럼 현재 야콥 하인에게 와서 가장 빛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럼 뭘 할까?

밥을 먹으러 가자.


DMZ에 가는 대신 우리는 부암동으로 만두를 먹으러 갔다. 알리사 발저와 그녀의 남편, 야콥, 그리고 나, 이렇게 네 사람이 있었지만 우리가 함께 있게 될 때면 언제나 그랬듯이 대개 야콥 혼자서 말을 이어나갔다. 알리사와 나는 웃거나 한마디씩 거들거나 감탄사를 내뱉는 게 고작이었고 가끔은 우리 모두가 어휴, 너는 입도 안 아프니, 말 좀 그만 해, 라는 노골적인 사인을 보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미국 체류 시절,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자신이 얼마나 손님들한테 친절했는지, 그래서 얼마나 많은 팁을 받았는지에 관한 이야기, 엄마가 아팠을 때의 이야기, 서울에 와서 밤에 텔레비전을 틀었는데 한 여성 상품 광고 배경음악의 가사가 게이들의 사랑에 관한 거였다는 것 등등, 정말 끝도 없이 늘어놓는다. 결국 부모의 반대 때문에 포기하긴 했지만 희극배우가 되고 싶었다던 어린 시절의 꿈이 이루어졌어도 아마 그는 지금쯤 전 세계적으로 꽤나 유명해졌을 것 같다. 말을 할 때의 그 다양한 표정과 손짓이라니! 대체 그 많은 말들이 어디서 다 쏟아져 나오는 걸까. 그가 소설가이기도 하지만 현재 신경정신과의사이기도 한 게 나로서는 참 신기하게 느껴진다. 상담시간에도 아마 그는 환자보다 훨씬 더 말을 많이 하지 않을까?

결국 그는 작별파티 때 스태프들이 선정한 ‘가장 수다스러운 작가상’을 수상하였다. 상을 받아놓고도 그는 내게 다가와서 두 팔을 흔들어대며 우디 알렌 같은 그 특유의 진지한 표정으로 이렇게 화가 난 척을 한다.

아, 왜 나한테는 베스트 드레서 상을 안 주는 거야!

소설가 윤성희 표현에 의하면, 언제나 ‘배 바지’를 입고 있는 야콥이 말이다!

점심을 먹고 산책을 했다. 아무것도 할 일이 없고 아무 걱정도 없는 사람처럼 느리고 천천히, 그리고 별로 재밌지도 않은 이야기에도 가끔씩 폭소를 터트리기도 하면서. 페스티벌 기간이 끝나가는, 이제 곧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이 가까워진 그런 날 오후였다. 나는 만약 우리가 처음으로 개인적인 우정을 나누었고 그것에 대해 서로 신뢰감을 갖게 되었다면, 바로 그날이라고 생각한다. 

 




5. 크리스토프 하인


궁금해서, 아무래도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너의 아버지, 아직도 글을 쓰니?

Of course!

야콥은 크고 활달하게 고갯짓을 했다. 그리곤 자신의 아버지를 아느냐고 내게 물었다. 나는 내가 갖고 있는 크리스토프 하인의 책, 『탱고 연주자』, 『처음부터』, 『낯선 여인』, 『원탁의 기사』에 관해 말하기 시작했다.  


크리스토프 하인은 크리스타 볼프, 우베 욘존 등과 함께 구 동독 출신으로, 독일 현대문학의 대표적인 작가이다. 그는 주로 사회주의 역사 과정에서 좌절하고 고뇌하는 지식인과 인간 소외를 탐구하는 소설을 썼다. 야콥의 자전소설 『나의 첫 번째 티셔츠』를 읽었을 때 나는 그의 아버지 크리스토프 하인의 『처음부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목사의 아들인 열세 살 소년 다니엘이 스탈린주의가 지배한 1950년대 중반, 동독에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그러니까 크리스토프 하인의 자전소설을 말이다. 


아내가 죽고 난 후, 크리스토프 하인은 지금 야콥의 집에서 십 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혼자 살고 있다. 그러다가 주말이면 매번 다른 종류의 동화책 한 권씩을 들고 야콥의 집 사층 계단을 오른다. 야콥의 아들 칼 구스타프에게 책을 읽어주기 위해서. 

더 이상 크리스토프 하인의 책이 우리나라에 번역되지 않는 것이 나로서는 안타까울 뿐이다.

나는 한 번도 아버지처럼 되고 싶어 했던 적이 없어.

처음에 나는 그 말이 야콥이 아버지를 싫어하거나 아버지와 친밀하지 않기 때문에 한 말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 생각이 틀렸다. 시간이 더 흐른 후, 우리가 베를린에서 다시 만났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아버지를 사랑해. 그의 작품을 아주 많이 좋아한다고. 내 말, 이해하겠니?

 




6. 중요한 것


소설가의 아내들은 모두 미인이라는 소릴 들은 적이 있다. 잊고 있다가, 야콥의 아내 마이카를 만나자마자 맨 처음 떠오른 게 바로 그 말이었다. 마이카. 그녀는 정말로 너무나 예뻤다. 그녀가 잠깐 식탁을 비운 사이에 나는 야콥에게 야, 너 와이프 진짜 이쁘구나? 라고 속삭였다. 그렇지? 그는 자랑스럽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짧게 친 금발머리에 초록과 푸른색이 섞인 밝은 눈동자. 크고 당당한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 때문일까. 야콥의 아내라기보다는 어쩐지 그를 돌보고 있는 엄마 같은 느낌이 드는 여자다. 야콥이 한 마디 덧붙인다. 우린 고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냈는데, 그때 나는 다른 여자애랑 사귀고 있었어.


야콥을 위해 언제나 뜨거운 차를 준비해놓고 기다린다는 마이카. 그날 그녀는 모짜렐라 치즈와 루꼴라를 곁들인 카프레제, 차갑게 식힌 펜네, 토마토 소스를 올린 에피타이저용 빵, 그리고 백포도주 한 병을 준비해놓고 있었다. 


이제 막 네 살이 된, 팬티 바람으로 사층 계단을 뛰어내려와 나를 기다리고 있던 야콥의 첫 아들 칼 구스타프는 내가 현관으로 들어서자마자 두두두두, 총을 쏘아대는 시늉을 했다. 내가 이십여 분이나 늦어서 화가 났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사들고 간 초코파이를 주자 큰소리로 내가 초콜릿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알았어! 외치면서 겅중겅중 뛰어다닌다. 열 달이 된 둘째 아들 엘리아스는 열심히 낑낑거리며 식탁 바닥을 기어 다니고 있었다. 마이카와 내가 밥을 먹는 동안에도 야콥은 엘리아스를 챙기고 칼 구스타프의 질문에 일일이 대답을 해주느라 전혀 밥 먹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마이카가 밥을 다 먹자 두 사람은 이제 역할을 바꾼다. 아이가 있는 집의, 일상적인 풍경이다. 


너, 내가 요즘 얼마나 유명해졌는지 모를 거야.

그래 그래, 고개를 끄덕이면서 나는 웃었다. 베를린에 도착한 지 사나흘 후쯤인가, 우연히 독일 잡지 

《슈피겔》을 넘기다가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낯익은 이름을 발견했다. Jakob Hein, 『Herr Jensen Steigt aus』(『미스터 얀샌, 하차하다』).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전, 막 새로 내고 왔다는 바로 그 책이었다. 책을 낸 지 꽤 됐을 텐데, 이제 와서 책이 많이 팔리기 시작했다는 게 이상했다.

텔레비전 책 프로그램에 크게 소개가 됐거든. 그 후로 책이 막 팔리는 거야. 정말 웃기지 않니?

그러면서 정말로 그는 어처구니가 없어죽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의 첫 번째 티셔츠』가 출간된 후 그를 찾는 데가 많아지자 그가 친구인 작가 블라디미르 카미르에게 ‘도무지 모르겠어. 나한테 뭘 해달라는 건지 말이야’ 라고 말했을 때의 표정도 꼭 저랬을 것 같다.

그래도 너의 책인데, 작가로서 뭔가 해야 하지 않니?

나에게는 중요한 세 가지가 있어. 첫 번째는 가족이고 두 번째는 병원 일, 그리고 세 번째는 글쓰기야. 낭독회를 하거나 인터뷰를 하는 건 네 번째지. 만약 나에게 그 중 두 가지만 고르라고 한다면 아마 첫 번째와 두 번째일 거야. 그러나 세 번째가 없다면 첫 번째와 두 번째가 지금만큼 소중하게 느껴지지 않을지도 몰라. 네 번째는, 나로서는 지금 그걸 할 수 있는 여유가 없어. 네 번째 때문에 첫 번째와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를 위한 시간을 나누는 건 거의 불가능하거든.

그럼, 글을 언제 쓰니?

주말에.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나는 8시까지는 병원에 출근해야 하고 6시까지 일을 해야 해. 집에 돌아오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건 나에게 정말로 중요해. 그러니까 나는 주말밖에 글 쓸 수 있는 시간이 없어.  

시간이 더 많다면, 글을 더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너는?

글쎄…… 

 


7. 얀샌 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내가 지금 머물고 있는 곳은 베를린, 반제 호수 근처에 있는 LCB라는 곳이다. Literarisches Colloquium Berlin. 작가들을 위한 집이자 문학 기관인 셈이다. 한 달에 서너 번씩 낭독회도 열리고 세계에서 모인 작가들, 번역가들을 위한 집필실도 마련되어 있다. 야콥의 집에 초대받은 날은, 공교롭게도 LCB에서 7월에 모인 작가들을 위한 가든파티가 열리는 날이기도 했다. 나에게는 그런 어색하기 짝이 없는 파티보다는 친구와의 저녁식사가 더 중요했다. 그래서 그 말도 그에게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저녁을 먹자마자, 야콥은 전화로 택시를 불렀다. 오늘 너, LCB에 파티 있는 날이지? 함께 가자! 

플렌즈라우어 베르거에서 반제까지 가는 택시 안에서 야콥은 왜 이 도시 이름이 베를린인가부터 시작해서 브란덴부르크 문을 지나갈 땐, 그것이 고대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의 열주문을 본떠서 설계했다는 이야기, 지게스조일레라는 전승 기념탑을 지나갈 땐 꼭대기에 금빛으로 빛나는 빅토리아 여신상에 대해서, 그리고 베를린에 새로 생긴 거리, 건물들, 미술관 등에 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들려주었다. 그보다 더 훌륭한 베를린 관광안내자는 당분간 만나기 힘들 것 같다. 그리고 그는 동생의 부인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비가족적인지, 마이카와 얼마나 사이가 안 좋은지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기회를 엿보고 있다가, 나는 불쑥 이런 질문을 던졌다. 

야콥, 말해봐. 미스터 얀샌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니?

오! 감탄사를 내뱉으면서 야콥이 내 쪽으로 고개를 더 돌린다. 이제 자신의 새 소설에 관한 이야기를 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러다가 반제에 가긴 갈 수나 있을까.  

매일 공장에 출근하고 저녁이면 텔레비전을 껴안고 사는 남자 얀샌. 할 줄 아는 것도 할 수 있는 일도 없는, 많이 배우지도 못하고 돈이 많지도 않고 욕심도 없는 남자 얀샌. 그런 그가 어느 날 갑자기 공장에서 해고당한다. 왜 내가 해고를 당했을까? 그는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텔레비전을 본다. 그가 아는 그 모든 것들도 이전에 이미 텔레비전을 통해서 배워왔으니까. 그러나 그는 그 질문에 관한 대답은 찾을 수가 없다. 텔레비전을 창밖으로 집어던진 그는 드디어 거리로 나간다. 일인 시위를 하기 시작한다. 그 후, 얀샌 씨는……


마지막 장면, 마지막 문장이 막 끝났을 무렵 우리는 LCB에 도착했다.

 


    

저녁 9시. 그 시간에 테라스에 나와 있으면 반제 호수로, 마치 호수가 해를 끌어당기기라도 하는 듯 빠른 속도로 해가 쑥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시간, 여기 온 후 하루 중 내가 가장 기다리는 시간이기도 하다. 호수로 해가 떨어진 뒤에도 한 시간쯤 더, 하늘은 오전의 숲처럼 환하디 환하다. 그 빛 속에서 성장을 한 사람들이 맥주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자신들을 소개하고 사진을 찍고 야콥은 신중하게 담배를 피우고 나는 여전히 얀샌 씨 생각에 빠져 있었다. 야콥 식의 유머와 냉소라면, 그 소설은 내가 알고 있는 그의 어떤 소설보다 훨씬 더 멀리 나아가 있을 것이다. 붉은 빛이 사라지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떠나고 나는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새 글을 시작하기 전이면 나는 그 어느 때보다 훨씬 더 우울해지는 것을 느낀다.

기억하니?

뭐?

『여름 별장, 그 후』.

아, 유디트 헤르만.

그 책 맨 앞에 이렇게 씌어져 있지. ‘의사가 말했지. 나는 곧 괜찮아질 거라고. 그러나 지금 나는 여전히 우울해.’

나 이제 아이들이 아니라 성인들 상담을 받고 있어.

그가 진담을 농담처럼 말했다.

그래? 한 시간에 얼마쯤 페이하면 되니?

한 50유로쯤?

우리는 낄낄거렸다. 

언제나처럼, 맥주 세 병 담배 세 대를 다 피운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서 오늘 밤엔 짐을 꾸려야 해. 내일 아침 일찍, 우린 여름휴가를 떠날 거거든. 

   


8. 니체를 읽다가


이곳에 온 후부터 나는 집에서와는 달리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되었다. 그것은 바로 LCB에서 딱 한 끼 제공하는 아침식사 때문이다. 이 년 전, 아이오아에 국제문예창작 프로그램에 참가할 때도 그랬지만, 일단 집을 떠나 한 곳에 오래 있게 되면, 먹는 일이 갑자기 너무나 중요해져버린다. 어느 때는 먹는 일이 너무나 중요하게 느껴져서 자존심이 상할 때도 있다. 아침 식사를 놓칠까봐 허겁지겁 세수를 해야 할 때, 책을 더 읽다 자고 싶은 데 늦게 일어나 식사 시간을 놓치게 될까봐 불을 끌 때, 그럴 때. 아무려나 밥을 먹고 나면 오전 시간 대부분은 테라스에 나가 책을 읽는다.  

 

"나무가 더욱 높고 환한 곳을 향해 뻗어 오르려 하면 할수록 그 뿌리는 더욱더 힘차게 땅 속으로, 저 아래로, 어둠 속으로, 나락으로 뻗어내려 가려 하지." 

 

5월, 작별파티가 끝날 무렵이었다. 불쑥, 야콥이 내게 이렇게 말했다.


너, 고독하지?

무슨 소리야?

자 둘러 봐봐, 너는 혼자 있잖아. 내가 보기에 너는 언제나 그랬어. 나는 담배를 석 대 피웠고 맥주도 이제 세 병 다 마셨으니까 곧 자리에서 일어날 거야. 그럼 너는 또 이 자리에 혼자 남게 되겠지. 

야콥, 나한테는 문제가 있어.

누구한테나 문제가 있어.

나는 혼자 있기를 원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내 고독에 대한 증인들이 필요해. 그런데, 그걸 갖기 위한 일들이 너무나 어렵게 느껴져.

너한테 필요한 건 다른 것일지도 몰라.

나한테는 글쓰기가 필요해. 

내 아버지 말이야. 언제나 고독하게 지냈어.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고. 그러나 그는 훌륭한 작가가 되었어.

너 나를 위로해주는 거니?

그래. 그러나 너는 너의 고독 속으로 더 깊이 내려가야 할 거야.  

 




9. 야콥에 관한 사실


합리적이며 사리판단이 빠르다. 다정하고 친절하며 가정적이다. 책은 많이 읽지 않는다. 질투를 느끼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참, 머리를 빗어본 적이 거의 없다.



10. 아무튼 그는


다른 외국 작가들은 나를 부를 때 ‘경란’, 이 아니라 그냥 ‘란’으로 부르곤 한다. 그들에게 내 이름은 발음하기가 몹시 까다롭고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때때로 나를 부르는 그 ‘란!’하는 소리가 말끝에 그냥 묻어나는 감탄사인지 신음소리인지, 그저 한번 소리내보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많아서 뒤에서 혹은 바로 코앞에서 누가 이름을 불러도 매번 놓치기 일쑤다. 야콥은 내 이름을 그냥 'Ran'이 아니라 'Kyung Ran'이라고, 매번 신중하고 고집스럽게 불러주는 유일한 친구다. 음, 그 소리가 ‘컹란’, 혹은 ‘켱란’이라고 들리는 게 흠이긴 하지만 뭐, 어쨌든.



11. 8월의 일요일



매주 일요일, 야콥은 베를린 토어 거리에 있는 ‘카페 부르거’에서 다른 젊은 작가들과 함께 자신의 글을 낭독하곤 한다. 삼 주 후에 돌아와서 연락할게. 그래, 그럼 그때 카페 부르거로 갈게. 야콥은 나에게 자신들의 낭독회와 퍼포먼스가 얼마나 파격적이고 펑키한가에 관해 또 쉴 새 없이 설명했다. 카오스라니까 카오스. 너 같은 사람은 패닉 상태에 빠지게 될 걸? 그가 진지하게 말하면 말할수록 나는 피식피식 웃음이 난다. 그러고 보니 이제 얼마쯤 그의 과장법에 익숙해진 것 같기도 하다. LCB 정문 앞에서 우리는 다시 작별을 했다. 카오스라고? 돌아서서, 나는 이렇게 혼잣말을 했다. 야콥, 너는 나를 잘 몰라. 




           







야콥 하인Jakob Hein

1971년 구 동독 라이프치히에서 태어났다. 베를린과 보스턴, 스톡홀롬에서 의학을 공부했다. 갑작스럽게 통일을 맞이한 독일에서 성장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첫 소설 『나의 첫 번째 티셔츠』는 2001년 피퍼 출판사에서 출간되어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두 번째 책 『사람들과 함께 살기』는 미국에서 체류한 그의 경험을 다루고 있다. 세 번째 책 『어쩌면 아름답기까지 할지도』(2004, 피퍼)는 암 투병 끝에 끝내 돌아가신 그의 어머니에 관한 소설이다. 가장 최근작 『미스터 얀샌, 하차하다』(2006, 피퍼)는 현재 《슈피겔》지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있다. 베를린의 샤리테 병원에서 소아정신과 의사로 근무했으나 최근엔 성인들을 상담, 치료하고 있다. 매주 일요일, 베를린의 한 카페에서 친구들과 함께 낭독회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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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ikisoft
  • 2010-07-30
시 쓰고 자빠졌네

시 쓰고 자빠졌네. 이런 말 자주 들었다. 누군가에게 자주 두들겨 맞았고, 누군가에게 가끔 린치를 가하던 시절이었다. 이웃 여고 문예부 아이들이 어쩐지 예쁠 거 같아서 문예부실을 전전했다. 그리고 백일장에 나가곤 했다. 물론 남달리 예쁜 아이는 없었지만, 어쨌든 17세 남녀가 교복을 입은 채로 노래방에서 듀스나 룰라, 혹은 투투의 노래를 함께 부르는 모습은 남달리 아름다웠다. 되도록 빨리 노래방으로 가기 위해서 우리는 사바사바, 시를 썼다. 빨리 써야 했다. 시는 최초의 노래였으므로. 엉덩이를 두드리듯, 천사를 찾아. 발라드를 부르며 감정 과잉에 빠지는 철수에게 영희는 이렇게 말한다. 시 쓰냐? 그때 우리는 원고지를 눕히던 누런 잔디에서, 어두운 노래방에서, 혹은 밀도가 높은 교실에서 어떤 감정 속에 놓여 있었을까. 난 누군지 또 여기는 어딘지 아무도 알려 주지 않았기에 우리는 분노에 가득 차 교복을 줄이고 담배를 숨기고 몰래 술을 마시기도 했다. 수채화 대신에 야간 자율 학습 감독을 주로 하던 미술 선생은 또 말했다. 또, 또 시 쓰냐? 시화전 제출 작품에서 피 흘리는 고등어를 그려 놓고 ?어느 고딩의 죽음?이라 제목을 붙이며 나는 전위를 담당한 듯 당당했다. 부끄러움이 없는 남자였다. 미술 선생에게 욕을 먹을 때에도, 맞을 때에도 나는 부끄러움을 몰랐다. 대한민국 학교 다 족구하라 그래. 시 쓰고 자빠졌다, 정말. 정말이란 말에 대해 오래 생각해 본다. 오래 생각하는 버릇은 이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최대한 짧고 단순하게 사고한 것으로 보이는 일들이 생각보다 빠르고 무식하게 벌어지고 있다. 정말? 시집을 묶어내던 중에 바위에서 사람이 떨어져 죽었다. 그 부엉이는 정말 새였을까. 도심에서 사람이 불에 타 죽었다. 그 망루는 정말 구름이었을까. 모두 정말이냐고 정색하며 물어 볼 만한 일들이었다. 분노가 치민다. 지금 나와 싸우자는 건가? 그런데 싸우는 법을 배운 적이 없다. 아니다. 싸움은 끝났다고, 이제 싸움이 아닌 경쟁의 시대라고 배웠다. 나는 그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잘 모르겠어서, 화가 났다. 사실 싸움보다 훨씬 경쟁이 무서웠다. 사건은 이미지가 되는 순간 거짓말이 된다. 이 모든 게 차라리 멋진 거짓말이었으면 좋겠지만, 이것은 너무나 끔찍한 거짓말. 난삽한 이미지. 이미지가 아닌 이미지. 그러므로 차라리 보이는 게 진실이라고 믿어 본다. 이 지긋지긋하고 끔찍한 진실이 시의 배후가 되어 시에 맘껏 개입해도 나는 좋다. 시가 그렇게 하지 못하겠다면 기꺼이 네가 그렇게 하라. 가져간 나의 반쪽! 때문인가. 이제 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 리얼리스트 되자. 모던한 리얼리스트가 되자. 모더니스트가 되자. 리얼한 모더니스트가 되자. 장난하느냐고? 그렇다면, 불길한 장나니스트라고 해 두지 뭐. 꼴에 시랍시고 자빠졌네. 이런 말 자주 들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나는 시가 좋다. 그리고 시가 밉다. 사랑하고 미워하며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처음 증상을 보일 때는 이렇게 데뷔를 하고 시를 쓰리라 짐작하지 못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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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7-15
일본 소설, 한국 시

일본 소설, 한국 시 한성례 한국에서 일본소설의 베스트셀러 현상 한류바람이 뜨겁게 일본 열도를 달구기 시작한 2000년 이후부터 한국에서 일본소설은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해왔다. 일본보다 한국에서 더 인기가 많은 작가가 나올 정도로 한국은 일본소설 홍수 시대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일본인들은 물론이고 일본소설가들조차도 왜 일본소설이 한국에서 그렇게나 많이 팔리는지 몹시 궁금해 한다. 이에 대한 일본 신문의 인터뷰나 원고의뢰가 있을 적마다 나는 현재 한국에서의 한국시에 비유해서 설명을 한다. 이전에도 한국에서 일본소설은 종종 많이 팔렸다. 70년대 중반에 첫 출간된 무라카미 류(村上龍)의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는 해적판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출판금지서임에도 안 읽은 사람이 없을 만큼, 문학이나 예술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필독서이고 바이블이었다. 1999년 정식으로 저작권 계약을 맺어 커버에 비닐을 씌워 19세 미만 구독불가로서 출간된 후에도 쇄를 거듭하며 읽히는 소설이다. 또한 1989년 원제인 『노르웨이의 숲』이 『상실의 시대』란 이름으로 출간된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소설은 당시 크게 각광을 받았고 지금도 계속해서 읽힌다. 당시 한국은 민주화 쟁취와 맞물려 자의식이 집단에서 개인으로 향하던 시기였다. 민주주의가 아직 성숙하지 못한 상태여서 사회, 정치적으로 안정되지 못했고, 급변하는 사회적 환경 속에서 개인이 느끼는 소외감, 고독, 상실감 등이 당시 한국 젊은이들이 처한 현실과 겹쳐지면서 이 소설에 크게 공감했다. 더욱이 하루키의 가독성 높은 문장은 금방 젊은이들을 사로잡았다. 한편으로 문학의 구도자 같은 마루야마 겐지(丸山健二)의 소설도 여러 편 번역 소개되었는데, 이는 주로 문학 창작자들이 마니아였다. 하지만 일본소설의 인기는 단편적일 뿐 전반적인 경향은 아니었다. 오히려 서구소설이 중심을 이뤘다.그러던 것이 에쿠니 가오리, 요시모토 바나나, 쓰지 히토나리, 히라노 게이치로, 요시다 슈이치 등 젊은 작가와 미야베 미유키, 스즈키 코지, 히가시노 게이고 등의 미스터리 소설과 나오키 상을 비롯한 여러 문학상 수상작이 2000년 이후에 대거 한국에 번역 소개되었고, 대형서점에는 코너가 별도로 마련될 만큼 일본소설은 인기를 끌고 있다. 왜 일본 소설을 좋아하는 것일까 무엇보다도 일본소설은 재미있다. 독자를 의식하고 소설을 썼다는 게 금방 느껴진다. 말하자면 자신의 상품을 사줄 소비자의 위치에서 창작을 한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은 일본소설을 읽으면서 비현실적인 주인공을 통해 현실에서 실제로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자신의 일탈을 꿈꾸고, 대리만족을 느낀다. 일본소설의 주인공 젊은이들은 특별한 목표도 없고, 무기력하며 수동적이고, 나약하기 짝이 없다. 그들은 시대의 흐름과 기존 질서에 따르지도 않고, 세상을 약간은 냉소적이고 관조적인 눈으로 바라보면서, 보편적인 부와 명예, 사회적인 안정 등과는 거리가 멀다. 이에 독특한 상상력과 가독성 높은 문장도 한 몫 한다. 최근 일본과 한국에서 밀리언셀러 판매 기록을 갱신하는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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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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