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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곡곡] 수원 낯설여관(제2회)

  • 작성일 2023-09-01
  • 조회수 805


《문장 웹진》 책방곡곡 수원 낯설여관(제2회)

사회, 원고정리 : 지혜
참여자 : 다정, 셔터맨, 숑숑, 한쑤

책 : 최민석 『기차와 생맥주』(북스톤, 2022)

2023년 8월 6일 일요일





지혜 :

안녕하세요, 여러분.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오늘은 여름과 잘 어울리는 책, 최민석 작가님의 여행지 창간호 『기차와 생맥주』입니다. 책과 어울리는 맥주와 간단한 주전부리를 준비했으니 즐겁게 먹고 마시면서 이야기 나눠요.

숑숑 :

사실 저는 이 작가님이 누군지 잘 모른 채 가벼운 느낌으로 후루룩 읽었어요. 제가 성격이 좀 급해서 앞부분 절반 정도 읽다가 모임 날짜를 생각하면서 속도를 조절했어요. 너무 빨리 읽으면 내용을 기억하지 못할 걸 알고 있었던 거죠. (웃음) 그래서 한참 쉬었다가 다시 읽곤 했는데, 앞부분 같은 경우에는 별생각 없이 읽었어요. 왜냐하면 그때는 최근 시작한 글쓰기 모임 '모서리 기록단'과 아무 관련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에요. 근데 중간 정도 지난 다음부터 모서리 기록단 때문에 여행책 관련자가 돼버리고 나니 마음이 편치 않더라고요. 저는 늘 '이 책 때문에 나무가 베어질 만큼의 가치가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하거든요. 근데 에세이는 개인의 생각이나 느낌이 일기처럼 자유롭게 적히다 보니 이 책을 돈 주고 살 만한지, 나무를 베어내고 책으로 남겨 둘 만한지를 자꾸만 떠올려요. 저는 주로 여행을 통해 의미 있는 생각을 했고 또 그 부분에 대해서 얼마큼 숙고했는지, 그것이 그 사람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명확하게 드러나는 책을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아주 좋아하는 여행 에세이와 결이 일치하진 않았어요. 그렇지만 표지에 여행지 창간호라고 적혀 있는 것처럼 잡지를 읽듯이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고요. 지루하거나 생각을 많이 하고 싶지 않을 때 읽으면 굉장히 만족스러운 책 같아요.

한쑤 :

아마 제가 여기서 책 읽는 양이 제일 적을 것 같아요. 독서 취향도 좁은 편이고요. 주로 소설을 많이 봐서 에세이나 산문집을 많이 안 읽었어요. 이번 여행 에세이 장르는 안 읽어 본 분야라 이런 책이 나랑 잘 맞을까 궁금했어요. 파주로 혼자 여행 갔을 때나 친구들 만나러 갈 때, 버스나 기차 같은 대중교통 안에서 주로 읽었어요. 멀미를 안 하는 편이라 몰입해서 보게 되더라고요. 페이지에 비해서 챕터가 엄청 많아서 놀랐는데, 정말 술술 읽혀서 책장이 잘 넘어갔어요. 다양한 나라와 도시가 등장하고 책에 담긴 에피소드도 많아서 책 읽을 때마다 색다른 매력을 느꼈어요. 그리고 뒷부분에 픽세이(픽션+에세이)가 신기했는데, 경험만 나열한 게 아니라 소설적인 요소를 가미해서 재미있었어요. 어디까지가 직접 겪은 일이고 어디까지가 픽션일까? 상상해 보기도 했고요. 계속 읽다 보니까 픽세이가 모두 사실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그런 혼란을 주는 요소가 재미있었어요. 여행 에세이니까 공간이나 배경이 머릿속에 그려지듯이 묘사를 한다거나 여행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경험이 적혀 있는 걸 기대했는데 그것과는 다르더라고요. 여행 작가 혹은 글을 계속 쓰는 사람으로서의 아이덴티티가 많아서 그 부분이 조금 지루하기도 했어요. 운 좋게 제가 가본 곳이 나오면 반갑기도 하고, 복합적인 감정을 느꼈어요. 그래도 제가 안 읽어 본 장르에 대한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다정 :

저는 이 작가를 좋아해요. 약간 허풍이 있으면서 엉뚱한 사람인데요. 『베를린 일기』라는 책을 읽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재밌는 거예요. 물론 엄청 좋은 문장들이 적혀 있는 건 아니지만요. (웃음) 이분은 글에 괄호가 많아요. 그 괄호 안에 쓴 말들이 재밌더라고요. 『베를린 일기』가 나오고 북토크가 열린다고 해서 찾아봤는데 '시와 바람'이라는 밴드 멤버였어요. 좋아서하는밴드의 손현님까지 네 명이서 말도 안 되게 웃기고 엉뚱한 노래를 많이 만들었어요. 노래 부르면서 북토크를 했는데, 큰 공간에 사람들이 많이 안 왔거든요. 그것조차도 작가님과 잘 어울리는 거예요. 그들의 B급 느낌이 엄청 좋아서 다음에 책 나오면 꼭 봐야지 생각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자기 복제적인 느낌이 있어서 한동안 멀리했는데, 이번 모임에서 이 책을 읽게 돼서 반갑고 기뻤어요. 역시 이분은 글을 재밌게 쓰는구나! 이런 느낌이었어요. 글이 엄청 기억에 남고, 돈 주고 무조건 소장! 이런 느낌은 아닌데 (웃음) B급 감성을 잘 캐치하면서 쓴다는 생각이 들어요. 픽세이도 이야기와 경험 사이에서 자신이 잘하는 것들을 재미있게 서술한 느낌이어서 웃으면서 열심히 봤어요. 아직도 잘 생존하면서 글을 쓰고 있구나 싶어서 좋았어요. (웃음)

숑숑 :

저도 이 책 다 읽고 여행에 관련된 소설만 묶어 놓은 소설집 『여행하는 소설』이 떠오르더라고요.

셔터맨 :

요즘 저는 뭐 하나를 읽어도 마음에 안 들거나 취향과 안 맞는 게 별로 안 보여요. 스펀지처럼 다 빨아들이는 느낌이랄까? 지혜 님이 저한테 읽어 보라고 몇 챕터를 먼저 보여줬는데 재밌더라고요. 특별히 뭐가 더 좋고 안 좋고가 아니라 다정 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이 사람 자체가,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좋은 거죠. 몇 년 사이 저의 큰 화두는 저와 같은 성별을 가진 매력적인 사람 동료 혹은 인생 선배를 찾는 거예요. 그렇다 보니 오랜만에 만난 남성 작가의 책이기도 하고 재밌게 쓰셔서 지금의 저에게 필요했고 정말 좋은 에너지를 줬어요. 말씀하신 대로 이건 진짜 소장하고 싶어! 1년 뒤에 또 읽을 거야! 이건 아니지만요. (웃음)

다정 :

셔터맨 님에게 『미시시피 모기떼의 습격』을 추천해요. 별로 길지 않으면서 재밌어요. 이분이 제가 좋아하는 카페 위층에 작업실이 있었나 봐요. 어느 날 우연히 봤는데 행동하는 게 되게 작위적이에요. 연기 톤으로 말하는, 그런 식의 유머를 구사하는 느낌이 재미있었어요.

숑숑 :

약간 기인의 느낌?

다정 :

맞아 맞아.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기인스러워요. 진짜 그 표현이 맞는 것 같아요.

셔터맨 :

그 정도는 좀······ 부담스러운데. (웃음) 친해지고 싶었는데, 잘 모르겠네요. (웃음)

지혜 :

저는 출간 직후부터 책방에 입고해 둔 책이었는데요. 문학나눔 선정도서 리스트에서 책 제목을 보고 반가웠어요. 좋아하는 작가의 책은 무조건 본다는 생각도 하지만, 모르는 작가의 책이라도 마음이 가면 읽어 보잖아요. 여행지 창간호라고 적힌 표지부터 끌렸고요. 온라인 서점을 통해 책 정보를 훑어봤는데 유머와 페이소스를 갖췄다고 해서 더 궁금했어요. 저희가 유머와 위트를 정말 좋아해요. 얼마 전에 낯설여관의 '설'은 왜 뒤집어져 있냐고 물어 보셨는데 제가 "재미있잖아요!" 하고 대답을 해버렸어요. (웃음) 그러고는 글자가 뒤집어져도 잘 읽히지 않느냐는 둥 구구절절 설명했는데요. 지루하고 팍팍한 우리 일상에 이렇게 작은 위트가 나의 삶을 좀 더 생동감 있게 만들어 주지 않나 생각해요. 이 책도 피식피식 웃게 만드는 매력이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어요. 앞부분 내용 중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셨나요?



숑숑 :

제가 여행 유튜브를 굉장히 자주 봐요. 부부가 미국 횡단 열차를 타고 가는 영상을 한참 보고 있었는데 그 부분이 책에 나오더라고요. 비행기를 타면 훨씬 빠를 텐데 일부러 돈을 더 많이 주고 시간을 지연시키는 여행이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런 이야기들을 굉장히 즐겁게 읽었어요.

다정 :

저는 '왜 공항 생맥주가 맛있을까?'가 좋았어요. 여행을 못 가더라도 공항에 가서 생맥주 한 잔 먹고 싶더라고요. 저는 공항에서 생맥주를 먹을지 말지 늘 고민하거든요. 보통 여행지 공항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는 돈이 별로 없잖아요. 국경 넘어가서 맥주 사 먹으면 되지 돈도 없는데 왜 비싼 값에 맥주를 마셔? 이러면서 넘어갔는데, 이 챕터를 읽는 순간 그동안의 선택들이 너무 아쉬운 거예요. 맞아! 아무리 생맥주여도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시간이 있고, 현지에서 먹는 맛은 분명 다를 텐데 왜 돈 아깝다고 생각했을까? 그래서 다음에 여행을 간다면 꼭 공항에서 생맥주 먹는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했어요.

한쑤 :

책 제목을 잘 뽑았다고 생각해요. (웃음) 책 읽으려고 SNS 스토리에 올렸는데 타이틀만 보고 같이 풋살하는 언니가 '기차랑 생맥주? 당장이지! 나도 읽어 보고 싶다!' 이러더라고요. 그리고 공항에서 뭘 먹거나 마시는 것에 대해서 별로 생각을 안 해봤던 것 같아요. 왜 굳이 공항에서 술을? 공항은 잠깐 들르는 곳이고 얼른 짐 찾고 나가 놀아야지! (웃음) 공항에서 생맥주를 먹는다는 생각을 한 번도 안 해봐서 저에게는 색다른 접근이었어요. 저는 '사와디캅과 웃음전도사협회'를 웃으면서 봤어요. '사와디캅'의 발음과 입 모양이 웃음을 짓게 만드는 인사법인 것 같다는 생각이 재미있었어요.

숑숑 :

진 찍을 때 와이키키 하고 웃잖아요. 와이키키 모르세요?

다정 :

맞아 맞아. 김치 이런 것도 있어요.

한쑤 :

저는 김치랑 치즈밖에 몰라요. (웃음)

셔터맨 :

 '우리는 왜 지겨워지는 일을 반복할까'가 좋았어요. 저도 숑숑 님과 함께 모서리 기록단에서 글을 쓰고 있는데요. 요즘 인도 여행기를 쓰고 있어요. 그래서 '노 프라블럼!'을 완전 몰입해서 읽었어요. 공감이 많이 되더라고요. 요즘 글을 써보니까 저는 유머를 쥐어짜야 나오는 스타일인데 이분은 글 속에 자연스럽게 묻어 있더라고요. 그래서 배우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어요. 

다정 :

가장 기억에 남는 인도 여행이 있으신가요?

셔터맨 :

인도는 혼자서 간 첫 배낭여행이었어요. 두 달 있다 왔는데, 그 기억이 굉장히 강렬하게 남아서 글 분량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요. 근데 다시 가라고 하면 안 갈 거예요. (웃음)

한쑤 :

근데 인도 다녀온 사람들이 다 '모 아니면 도'라고 하더라고요.

지혜 :

셔터맨 님이 말은 이렇게 하는데 무조건 다시 갈 거예요. 인도에 굉장히 많이 갔고 엄청 좋아하는 곳이에요. 저는 보내 줄 의향이 있어요, 하지만 전 안 가려고요. (웃음)

셔터맨 :

애증 같은 거죠. 왜냐하면 그때 너무 찌질하게 여행을 했거든요. 그래서 지금 난 안 그렇겠지만 자꾸 그때가 떠오르는 거죠. 책 안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 중 하나는 작가님이 '여보, 용돈 좀 올려 줘!'라고 반복해서 말하는 거예요. (웃음)

한쑤 :

맞아요! '그러니까 여보, 보고 있죠?'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게 되게 재밌었어요. (웃음)

지혜 :

연결해서 말하자면, '하와이의 매력'이라는 챕터에 이런 말이 나와요. "알고 보니 결혼은 두 개의 우주가 만나서 하나의 우주를 시원하게 인수합병하는 것이었다." 이런 표현들이 너무 재미있고 좋은 거예요. 기혼자로서 공감이 가기도 하고요. 하지만 실제로 이렇게 인수합병하고, 우리는 그러지 않았어요. (웃음) 아무튼 이 책 곳곳에 묻어 있는 위트가 제일 좋았어요.

숑숑 :

100페이지 마지막 문단이 인상 깊었어요. "삶이 익숙한 것으로만 가득 차 있으면 우리는 그 단조로움의 무게를 견딜 수 없고, 삶이 낯선 것들로만 가득 차 있으면 우리는 그 생경함의 무게를 견딜 수 없다. 그렇다면 여행과 삶이 별반 다를 게 없기도 하다. 둘 다 적당한 변화와 적당한 안정을 추구하니까 말이다. 이렇게 보면, 삶은 여행이고, 여행 또한 삶이다. 그래서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보내려고 한다." 앞쪽에서는 웃기고 재미있다가 이 부분을 만났을 때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게 되기도 했고요. 저는 이동하는 여정 자체를 좋아해요. 그래서 비행기를 타고 갈 때 비행기에 타고 있는 순간도 좋아하거든요. 제가 처음 프랑스 파리에 갔을 때, 해질녘에 비행기를 탔어요. 시간을 거꾸로 가는 거니까 4∼5시간 내내 노을이 보이는 거예요. 떨어질 듯 말 듯한 해와 노을을 바라보는 게 정말 좋았어요. 부산에 갈 때도, 물론 KTX가 있지만, 일부러 무궁화호를 타고 5시간 넘게 갔는데 그게 재미있었어요. 어디서는 지린내 나고 어디서는 아기가 울고 이런 것들마저 좋았어요. (웃음)

지혜 :

그러면 이제 책 뒤쪽에 있는 픽세이, 픽션과 에세이를 결합한 네 개의 스토리에 대해 이야기 해볼게요.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장면들이 펼쳐져서 정말 흡입력 있게 읽었는데 여러분은 어떠셨어요?

한쑤 :

저는 읽고 나서 어디까지가 작가님의 경험일지 궁금했어요.

지혜 :

맞아 맞아, 이게 진짜 궁금해.

한수 :

'보고타 아침 이슬'에서 여권사진이랑 실물이 달라서 벌어지는 에피소드, 북한 사람으로 오해받는 부분, 대사관에서 온 사람한테 "김정은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라고 말하는 장면이 진짜 웃겼어요. 실제로 비슷한 일이 많잖아요. 대학생 때 친구들이랑 술집 가서 신분증 검사하면 민증을 꺼내요. 근데 고등학생 때 사진이 박혀 있으니까 본인 맞냐고 물어 보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한국에서도 벌어지는 일이니까 충분히 공감되고 재미있었어요. 소설가여서 이런 상상력이 가능한 게 아닐까 감탄했던 것 같아요.

숑숑 :

'나폴리 렌터카'에 콜럼버스 얘기가 살짝 나오거든요. 아까 말씀드린 『여행하는 소설』 중에 윤고은 작가의 '콜럼버스의 뼈'라는 단편소설이 있어요. 어떤 사람이 아버지를 찾기 위해 아버지가 남긴 주소 하나 가지고 세비야에 가는 소설이에요. 마음을 많이 건드리는 이야기라 좋았던 기억이 있는데, 이 책에서 콜럼버스라는 단어를 보고 '콜럼버스의 뼈'가 떠올라서 『여행하는 소설』을 다시 읽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이탈리아 올드카 '친퀘첸토'가 언급되는데, 이탈리아에 바다가 있는 동네 '친켄테레'가 생각났어요. 제가 갔던 루트에서 지나갈 수 있었는데 그때가 겨울이기도 하고 형편이 안 돼서 못 갔거든요. 절벽에 알록달록한 건물들이 많은 예쁜 곳인데, '친퀘첸토'와 발음이 비슷해서 그 장소가 떠올랐어요.

다정 :

저도 '나폴리 렌터카' 가 인상적이었어요. 마약까지 등장하는 이 스토리가 사실 엄청 위험한 상황이잖아요. 이쯤 되면 뭔가 사건이 터지거나 문제가 생겨서 난리가 나야 하는데 마지막에 깔끔하게 끝나요. 이런 사고의 흐름이 나를 너무 복잡하지 않게 만들면서 그 순간을 몰입하게 하는 재미가 있었어요. 근데 이분은 진짜 MBTI N일 것 같아요. 상상력이 정말 뛰어나서 이야기가 막힘없이 후루룩 넘어가는 느낌이에요.

셔터맨 :

기인 맞네요. (웃음)

한쑤 :

'나폴리 렌터카'는 약간 코믹 버디 무비 보는 느낌이었어요. 이런 사건이 일어나는데 또 얼렁뚱땅 말이 되게 넘어가고 헤쳐 나가는 것들이요. 그리고 같이 여행한 로커가 누굴까 궁금해요. 가상의 인물일까? 실제로 우리가 아는 사람일까? (맞아 맞아) (웃음)

셔터맨 :

저는 맨 마지막 '사랑의 헌터'를 재미있게 읽었어요. 사기당한 이야기잖아요. 최근에 여행 일기장을 열었다가 첫 배낭여행인 인도에서 3일 차인가 2일 차에 델리에 입국한 내용을 읽었어요. 한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한국 사람을 만난 거예요. 여자 두 분이 식당으로 뛰어 올라와서 도움을 청하는 거죠. 하루 만에 700달러를 사기 당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 여행자니까 듣고만 있었어요. 바라나시에 가서 기차를 타고 어디로 갔다가 타지마할을 볼 계획이었는데, 공교롭게도 어떤 삐끼가 나한테 얼마만 주면 그 일정을 정확하게 예약해 주겠다고 한 거예요. 기차 예약하고 이런 게 힘드니까 믿고 돈을 줬는데 그 사람이 도망쳐 버린 거죠. 저한테 여행은 사기를 피하는 여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물론 사기를 당한 적도 있고 안 당하기 위해서 삐끼랑 싸우기도 한 경험이 있거든요. 그래서 사기당한 이 에피소드를 엄청 몰입해서 읽었어요. 저는 한국 사람이라고 하면 박수 받고 사진 찍자고 하는 데만 주로 여행했는데 반대로 거기는 사기 치려는 사람들 또한 워낙 많은 동네예요. 그래서 다른 에피소드의 유럽 이야기는 잘 그려지지 않았던 반면 '사랑의 헌터'는 주인공이 곤란해 하면서도 재밌어하고, 나중에 이걸 글로 쓰겠다고 하는 생각들을 상상하니까 몰입이 잘 됐어요.

지혜 :

셔터맨 님처럼 책 읽으면서 나의 여행이 떠오르셨을 것 같은데요. 자신의 여행기를 하나씩 이야기해 주시면 어떨까요? 재밌을 것 같아요.

셔터맨 :

우리 집에 갈 수 있을까요? (웃음)

한쑤 :

예전에 '꽃보다 청춘'을 보고 라오스에 가보고 싶더라고요. 라오스가 배낭여행자들의 성지로 유명하다고 해서 캐리어 말고 배낭여행으로 가야지 생각했어요. 이런 건 체력 있을 때, 젊었을 때 할 수 있으니까요. (웃음) 그래서 20살 때부터 그 여행을 위해 공장 알바 하면서 처음으로 적금을 모았어요. 친한 언니랑 둘이서 대학교 3학년 겨울방학 때 5박 6일인가 6박 7일로 갔거든요. 근데 그때는 꽃청춘 방송이 나가고 이미 한국인들이 많이 가는 곳이 됐더라고요. 한국인이 너무 많아서 여기가 강촌인가 라오스인가 계속 그런 얘기를 했어요. 방비엥이라는 도시가 레저 스포츠의 성지라고 하더라고요. 블루라곤이라고 물이 예쁜 곳에 가서 다이빙하고 놀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가기는 어려워서 당일 투어를 신청했어요. 10명 중 저희 빼고 다 교회에서 오신 한국 분들이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긴장하고 걱정했는데 다들 친절하고 다정하게 대해 주셔서 좋았어요. 그리고 날씨가 좀 추워서 불을 쬐고 있는데 어떤 남자분이 "혹시 OO 아세요?" 물어 보시는 거예요. 근데 OO이는 저랑 진짜 친한 고등학교 친구거든요. 순간 너무 무서워서 "제 친구인데, 왜요?" 했더니 자기도 그 친구랑 아는 사이라고 하더라고요. 나를 알아본 게 너무 신기해서 물어 보니까 친구 SNS로 본 제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나 봐요. 처음에는 무서웠다가 친구랑 아는 사이라니까 다행이다 싶었어요. 음식도 잘 맞고 날씨가 더워도 물놀이, 동굴 투어나 튜브 카약킹 하는 것도 재미있어서 같이 간 언니랑 라오스 또 가고 싶다는 이야기도 했어요.

숑숑 :

저는 체력이 안 좋아서 신체적으로 힘든 여행을 잘 상상할 수 없어요. 우유니 사막에 너무 가보고 싶어요. 마음은 벌써 히말라야도 오르고 마추픽추도 갔지만 현실은 '이번 생에는 글렀다' 생각해요. (웃음)

다정 :

저는 책에 등장한 여행지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엄청 많이 했어요. 기차가 반복적으로 나오니까 기차여행이 너무 하고 싶더라고요. 예전에 동유럽 발트 3국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를 여행했어요. 그때는 비행기를 타고 들어갔는데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러시아에서 출발할 수 있거든요. 그 얘기를 듣고 나도 언젠가 그렇게 하고 싶다고 생각은 했는데, 그때는 기차에 대해서 호감이 있거나 끌리지 않았어요. 근데 작가가 느리게 가는 선택을 하니까 왠지 해보고 싶은 거 있잖아요. 불편해도 그 시간이 너무 좋을 것 같은 느낌. 그리고 에스토니아에서 배를 타고 이동하면 바로 핀란드거든요. 에스토니아가 핀란드보다 물가가 저렴해서 주말이면 핀란드 사람들이 에스토니아에서 장을 보고 자기 나라로 돌아간대요.

한쑤 :

오오, 그렇군요. 화폐가 같나요?

다정 :

원래는 화폐가 다 달랐는데 발트 3국이 통합되면서 핀란드랑 쓰는 화폐가 같아졌어요. 핀란드 여행 갔을 때 어떤 부부가 전시하는 걸 봤는데, 기차 안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계속 작업을 한대요. 핸드폰을 잘 못하는 상황에서 몰입하며 작업한다는 사실에 완전 꽂혔어요. 이 책에서 기차여행이 계속 언급되니까 그 부부처럼 핸드폰 같은 것에 집착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것에 몰입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더라고요. 갑자기 시베리아 횡단 열차 너무 타고 싶다. (웃음)

지혜 :

'시베리아 선발대'라는 예능도 있어요. 그거 보고 기차여행 꼭 다녀오세요.

다정 :

에스토니아에 '뽀할라'라는 맥주가 있는데 진짜 맛있어요. 그때는 맥주 공장을 못 가고 바로 핀란드로 이동해야 했는데, 다시 가면 공장에서 생맥주 한 잔 꼭 마시려고요. 

숑숑 :

제일 처음에는 조식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래, 여행엔 맥주가 있지!' (웃음) 사실 잘 마시는 편은 아닌데 맥주를 되게 좋아해요. 그래서 여행 가면 그 나라 맥주를 꼭 먹어 보려 하고, 우리나라에서도 로컬 막걸리를 찾아 먹어요. 로컬 막걸리 진짜 맛있어요. (웃음) 베트남에 파란 색깔 맥주가 있는데 엄청 싸요. 비싸 봤자 300원? 근데 한국 편의점에서는 가격이 10배나 뛰니까 도저히 먹을 수가 없는 거예요. 여행을 다니니까 이런 게 슬퍼요. 베트남 음식도 진짜 맛있어요. 근데 국내 쌀국수 가게에 가면 가격이 너무 비싼 거예요. '아니야, 쌀국수는 이 가격이 아니야! 나는 1,800원 주고 먹었는데 10,000원 이상 내고 먹을 수 없단 말이야!' (웃음) 그래서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쌀국수를 먹었는데 베트남 갔다 오니까 도저히 못 가겠더라고요. (웃음) 저는 맥주 공장은 한 번도 안 가봤어요. 예전에 일본에 맥주를 마실 수 있는 패키지 투어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 프로그램이 없어졌다고 하더라고요. 맥주를 마실 수 없다면 굳이 맥주를 어떻게 만드는지 알아야 할까? (웃음) 왜 굳이 맥주 공장을 가야 하지? (웃음) 생각해서 아직 못 가봤는데요. 그 패키지가 다시 생겼다는 소식이 들리면 한번 가보려고요.

한쑤 :

코로나 때문에 없어진 걸까요?

지혜 :

그럴 수도 있겠다.

숑숑 :

많이 먹고 온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닐까요? (웃음) 그냥 샘플 정도로 가볍게 마시면 되는데 약간 그런.

한쑤 :

여기서 뽕을 뽑겠다! 이런 자세? (웃음)

숑숑 :

맞아요. 그런 거죠!

한쑤 :

이야기를 듣다 보니 아일랜드 갔다 온 게 생각났어요. 정말 운 좋게 학교에서 보내 줘서 더블린으로 15주 어학연수를 갔다 왔어요. 아일랜드는 기네스 맥주가 유명하잖아요. 그전까지는 몰랐다가 거기서 흑맥주의 맛을 알게 됐어요. 여기도 기네스 맥주 공장 투어 프로그램이 있어요. 가격이 좀 있지만 한번 가봤거든요. 생맥주를 직접 따라 보는 체험도 하고 한 잔 정도 무료로 마실 수 있었어요. 지금도 그 프로그램이 있는지 모르지만 혹시 흑맥주를 좋아하신다면 추천합니다.

다정 :

아일랜드에서는 뭐가 좋았어요?

한쑤 :

영화에 등장하는 장소가 몇 군데 있어서 그런 곳을 찾아갔던 것도 재미있었고, 아일랜드 사람들이 말이 많더라고요. (웃음) 한국 어르신들처럼 사람 만나고 대화하는 걸 되게 좋아하는데요. 게스트하우스에서 밥 먹고 있는데 혼자 식사하시는 할아버지를 만났어요. 영어로 대화하고 싶어서 일부러 게스트하우스에 왔는데 현지 친구를 사귀어야 하지 않을까? 말을 걸어 볼까? 싶어서 쭈뼛대며 인사를 했는데 안색이 확 바뀌면서 아일랜드의 역사를 계속 얘기해 주시는 거예요, 시리얼 먹다가. (웃음) 심지어 저는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데. (웃음) 어느 날은 지나가던 할머니가 갑자기 저한테 '저기 건너편 생선집 문 닫은 것 같은데 너 어떻게 됐는지 알아?' 이런 거 물어 보시고. (웃음) 사람들한테 거리낌 없이 이야기 건네는 게 좋았어요. 그리고 자연경관이 정말 볼 만했어요. 같은 바다여도 아일랜드 서쪽이 대서양이라 풍경이 다르더라고요. 약간 제주도 느낌도 났어요. 거기도 돌이랑 풀이 정말 많거든요. 직접 운전할 수 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소도시 같은 곳은 렌트해서 조용히 갔다 올 만하거든요. 아! 음식은 감자가 계속 나와요. (웃음)

셔터맨 :

저는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너무 많아서 지금 저희가 쓰고 있는 책에 다 녹이고 있어요.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시면 저희가 준비하는 책이 10월에 나옵니다. 꼭 구입해서 한번 읽어 주세요. (웃음)

지혜 :

이렇게 홍보를! (웃음)

셔터맨 :

낯설여관 출판사에서 23년 10월에 나옵니다. (웃음) 한쑤 님이 방금 아일랜드를 언급하셔서 생각난 에피소드가 있어요. 사진관 단골손님이 직장을 그만두고 여행 가고 싶다는 고민을 했어요. 그러다 좋아하는 작가님의 온라인 북토크 때 질문을 한 거예요. 퇴사하고 워킹홀리데이 가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그랬더니 작가님이 하고 싶으면 하라고 답변을 해주셨어요. 그래서 아일랜드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어요. 원래 사진관에서 12월까지 참여하는 프로젝트가 있는데 11월에 마무리하고요. 되게 낭만적이잖아요, 하던 일도 안정적이라고 알고 있는데. 마음이 이미 많이 기운 상태에서 작가님의 한마디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분은 올해 말에 귀국 예정이고요. 그분의 친구가 지금 사진관에서 같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어서 소식을 전해 듣고 있어요.

지혜 :

저는 다정 님이 기차 얘기해 주셔서 '나는 여행 중에 기차를 언제 탔지?' 생각해 봤어요. 셔터맨 님이랑 같이 탄 기차가 몇 번 있더라고요. 페루에서 마추픽추 갈 때, 그리고 인도에서 다즐링이라는 도시에 갔을 때였어요. 갈 수 있는 교통편이 기차밖에 없어서 밤기차를 타고 이동했어요. 2등석인가? 셔터맨 님은 인도 경험이 있었지만 저는 처음이어서 고생할 게 뻔하니 기왕이면 조금이라도 편하게 가자고 비싸고 좋은 등급의 좌석을 선택했어요. 그렇게 다즐링에 도착했는데 제가 내려서 막 울었어요. 기차에서 힘들었거나 컨디션이 안 좋았던 것 같아요. 기차에서 누가 뭐 가져갈까 봐 긴장해서 불편하게 자서 그랬는지. 근데 사실 또렷하게 기억이 잘 안 나요, 왜 울었는지. (웃음)

셔터맨 :

사람이 힘들고 짜증이 나면 별거 아닌 걸로도 눈물이 나잖아요. 기차에서 내린 다음에 식당에 갔어요. 아침이라서 커피를 시켰는데 이상한 가루 같은 걸 섞은 맛없는 커피가 나온 거예요, 우리가 아는 달달한 커피가 아니라. 그걸 보더니 커피 맛이 왜 이러냐며 울더라고요. (웃음)

지혜 :

우와, 진짜요? 대박, 그래서 울었구나. (웃음)

셔터맨 :

그전에 이미 너무 힘들어서 불만이 쌓였던 거죠. 근데 커피가 핑곗거리가 됐어요. 



지혜 :

조금 부끄러운 에피소드지만 이어서 이야기하자면, 책에서 작가님도 기록하지 않으면 여행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원래 기록하지 않는 여행을 하려다가 결국에는 모든 것을 기록하고 말았다고 해요. 저는 일기 쓰는 습관이 없어서 기록을 잘 안 하니까 여행의 디테일한 부분이 잘 기억이 안 나요. 셔터맨 님은 참 기억을 잘하더라고요. (웃음) 여러분은 혹시 여행을 어떻게 기록하시는지, 나의 여행을 어떤 방식으로 기억하시는지 그런 얘기도 해보고 싶어요.

다정 :

저는 그림일기를 그려요. 체력이 너무 좋아서 나를 묶어 두지 않으면 하루 종일 움직일 걸 알아요. (웃음) 그래서 일부러 뭔가 더 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너무 과하게 몰아치지 않게 하는 수단으로 그림일기를 활용해요. 나의 캐릭터를 하나 설정하고 그걸 그림으로 그려요. 기록하고 싶은 상황 같은 건 사진을 찍고 있었던 일을 글로 적다 보면 하루에 3시간은 가만히 있거든요. (웃음) 한참 혼자 여행 다녔을 때는 그렇게 했고요. 대신 누군가와 함께 여행 갈 때는 잘하지 않아요.

숑숑 :

저는 사실 그 기록이 되게 고민이에요. 기록하려면 기록을 위한 시간을 내야 하잖아요. 가장 생생한 기억을 기록하기 위해서는 사실 여행 중간 중간 계속 기록해야 기록으로서 생생함이 남아요. 여행을 마친 후에 적을 수도 있지만 그때는 이미 그 따끈함은 사라져서 명확하게 기억을 못 해요. 그런 식으로 기록하려고 하면 재미있는 여행을 못 하게 되더라고요. 처음에 여행할 때는 '일기를 매일매일 써야지, 어디에 가면 뭘 했는지 어떻게 했는지 남겨 놔야지.' 이런 강박이 있었어요. 그래서 제일 처음에 다녔던 여행 한두 번은 여행 포토앨범도 만들었어요. 근데 어느 순간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서 그냥 다녔거든요. 그랬더니 '그때 어디를 거쳐서 어디를 갔지? 뭘 먹었지? 첫째 날에는 이걸 한 것 같은데 둘째 날엔 뭐 했지? 어느 숙소에 있었지?' 이런 식으로 호텔이나 공간 자체가 뿅 하고 사라져 버리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기록을 하고 싶기도 하지만 여행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 기록을 안 하고 싶기도 해서 요즘엔 사진을 열심히 찍어요.

한쑤 :

저는 기록을 안 하는 편이에요. 글을 남기지도 않고, 사실 기록에 대해 그렇게 깊이 생각을 안 해봤어요. 시간이 지나면 확실히 여행의 디테일한 부분이 잘 기억나지 않아서 아쉽긴 해요. 그래도 그건 어쩔 수 없지 않을까, 내 삶을 모두 다 기억하고 기록할 수는 없으니까 하고 생각해요. 그래도 좋았던 일, 힘들어서 고생했던 일, 맛있게 먹은 음식이나 기분 같은 그때의 순간은 좋았다고 기억하고 있으니까 저는 대체로 그렇게 순간순간 만족하면서 여행을 갔다 오는 편이에요. 그리고 저도 사진을 많이 찍어요. 혼자 여행하면 건물이든 풍경이든 사진으로 많이 남기고, 사람 찍어 주는 걸 좋아해서 누군가와 같이 가면 그 사람을 사진에 많이 담아요. 같이 간 친구가 제가 찍은 사진을 마음에 들어 하면 너무 행복하고 즐겁더라고요.

셔터맨 :

과거에는 사진으로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과도한 집착이 있었어요. 지금 생각나는 가장 최선의 기록 방법은 가계부인 것 같아요.

지혜 :

오오, 맞네요. 가계부!

셔터맨 :

지혜 님이 주로 가계부를 담당하거든요. 저는 사진을 많이 찍었다가 최근에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어요. 눈으로 담기에도 부족한데 사진을 찍는 시간이 너무 아까운 거죠. 기록은 시간이 지나서 내가 그때를 추억하고 싶은 마음이잖아요. 돈을 안 쓰고 하는 경험도 물론 있지만 여행은 결국 소비의 기록이더라고요. 어디 가서 뭘 사 먹었는지, 어떤 경험을 했는지. 저에게 여행의 순간을 떠올리는 쉬운 방법은 사진 같은 시각적인 것보다는 활자나 숫자예요. 저희가 여행 갈 때는 꾸준히 계속 기록하거든요. 그게 엄청 도움이 돼요. 제가 사진 수업 다니면서 많이 하는 말 중의 하나가 '가장 좋은 사진은 두 번 보는 사진이다'인데요. 여행 사진을 대부분 열심히 찍어 두고 그다음에 안 열어 봐요, 특히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이. 그렇게 찍고 안 볼 바에는 처음부터 안 찍는 게 낫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글도 많이 씁니다. 늘 노트와 펜을 가지고 다니면서 하루에 한 줄이라도 쓰려고 해요. 즐거웠던 경험을 기록하는 게 아니고요. 내가 지금 겪은 이 힘든 고통을 잊고 싶지 않은 거예요. 나중에 시간이 흘러서 그때를 돌아봤을 때 고통을 회고하기 위한 거지 즐거움을 복기하고 싶은 마음은 아니에요. 그래서 보통 힘들었던 경험에 대한 기록들, 내가 오늘 몇 만 보를 걸었다, 이런 것들을 많이 기록하는 편입니다.

다정 :

제가 그림일기 쓰게 된 게 이다 작가님 덕분이에요. 이다 작가님의 그림 여행기를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림을 엄청 유려하게 그리지 않지만 내 기준에서 기억하는 것들을 기록하기에 너무 재밌겠구나 싶어서 시작했어요.

지혜 :

아쉽게도 마무리할 시간이 되었어요. 여행 시즌인 이 시기에 읽기에 좋은 책이었고, 여러분에게 약간 쉼표 같은 책이 됐길 바라요. 우리가 책을 읽는다고 하면 늘 교훈이 있어야 할 것 같고 뭔가 남겨야 할 것 같잖아요. 하지만 가끔 팝콘 무비나 예능 프로를 보듯이, 이 책이 무더위에 우리를 피식피식 웃게 해주는 유쾌한 책이 아니었나 싶어요.

다정 :

전 지혜 님 이야기에 너무 공감해요. 어제 맥주 마시면서 이 책을 읽었는데 진짜 좋은 거예요. 한낮에 맥주를 마시면 시간을 그냥 흘려보낸 느낌이 드는데, 이 책을 읽으니까 지금 내가 책이랑 어울리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 좋고 뿌듯했어요. 여행을 못 가서 아쉬웠던 찰나에 여행기를 읽으니까 아쉬움이 어느 정도 채워져서 8월에 갈 저의 다음 여행이 너무 기대돼요.

숑숑 :

이야기하다 보니까 저도 이 책을 즐겁게 읽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업하다가 중간에 비는 시간이 생기면 주로 책을 보거든요. 돌이켜보니까 그때 이 책을 읽었어요.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 웃음이 너무 크게 터지면 허벅지를 꼬집으면서 참았어요. (웃음) 여행에 대한 글을 왜 쓰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줬고요. 역시 책을 읽고 난 다음에 많은 분과 같이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쑤 :

다른 분들의 여행 경험이나 책의 재미있었던 부분을 듣고 나니 공감하면서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처음에 말씀드린 것처럼 제가 소설만 읽다 보니까 좀 낯설기도 하고 예상했던 스타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요. 소설은 독자와 스토리가 철저하게 분리된 시점으로 전개되는데, 오늘 읽은 책은 작가님의 속마음도 그대로 드러나고 (웃음) 생각의 흐름을 가감 없이 표현하시는 게 익숙하지 않았나 봐요. 처음에는 약간 오그라드는데 포인트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계속 읽다 보니까 피식피식 웃게 되고, 천천히 작가님의 스타일에 매료된 것 같아요. 재미있는 책을 읽어서 좋았고 또 여행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셔터맨 :

책도 물론 좋았지만 어떤 책을 읽는가보다 더 중요한 건 어떤 사람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가인 것 같아요. (환호) 저희가 아마 국어사전을 가지고 모였어도 좋았을 거예요. (웃음) 이 멤버들이 경청해 주는 사람들이라는 걸 많이 느꼈거든요. 그냥 듣고 흘리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마음 써서 기다려 주고 귀 기울여 주고 이야기에 몰입해 주는 게 느껴져서 서로의 합이 잘 맞는 것 같아요. 요즘 같은 시대에 만나기 어려운 귀한 모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요즘 여행에 대해서 생각이 많아지던 시기였거든요. 저는 그동안 도망가는 여행을 해왔어요. 현생이 너무 지쳐서 도망가고 싶고 멀리 떠나고 싶고 사라져 버리고 싶고 그럴 때 보통 여행을 택했는데 최근에 많이 바뀌었어요. 이 책에서도 그런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떠나고 싶어서 한 달 정도 여행을 가기도 하고, 직업적인 이유로 떠나기도 하고. 여행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지고 있던 찰나에 이 책을 읽은 건 행운이었어요. 평소에 생각이 많은 편이라 생각의 가지가 안 좋은 방향으로 뻗어 나갈 수도 있어요. 그런데 오늘 좋은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건강하게 매듭지어지는 느낌이었어요. 잘못 읽으면 헛바람 들 수 있거든요. (웃음) 우리의 현생을 좀 더 건강하게 살아내면서 여행에 대한 꿈을 건강하게 꾸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걸 이 책의 유머를 통해서 많이 느꼈습니다. 좋은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혜 :

다음이 마지막 모임이네요. 벌써 아쉬운 마음이 드는데요. 그동안 건강하게 잘 지내고 반갑게 다시 만나요. 감사합니다.





<참여자>


사회, 원고정리 / 지혜

책을 고르고 이웃을 만나고 환경을 생각하는 낯설여관 책방지기


참여자 / 다정

경험한 일로부터 관심이 무럭무럭 자란다.

좋아하는 것은 명확히 좋아하고 나머지는 궁금해 한다.


참여자 / 셔터맨

동네에서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타인의 얼굴을 뷰파인더로 들여다보듯 스스로를 정성껏 살피며 살고 싶습니다.


참여자 / 숑숑

읽기와 생각하기를 좋아하는 사람, 가끔 비관적이지만 자주 낙관적인 사람입니다.


참여자 / 한쑤

사람과 대화, 활동적인 것을 좋아해 주말마다 바쁘게 살고 있는 ESFJ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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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쾌의 여정

[에세이] 책쾌의 여정 우당탕탕 독립출판 북페어 기획자 도전기 임주아 뜻밖의 부재중 이름이 폰에 떠 있었다.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S 팀장이었다. ‘이 시간에 무슨 일이지?’ 일로 만난 공무원이 퇴근 시간을 넘어 전화 문자 콤보로 연락했다는 건 모종의 긴급 상황 아닌가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어딘가 다급해보이는 목소리였다. “헉 제가요?” 요지는 전주에서 처음 독립출판박람회를 여는데 내가 총괄 기획을 맡아줬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시기는 6~7월이라 했다. “오늘이 벌써 3월 7일인······” 기간도 기간이지만 독립출판 전문가도 아닌 내가 총대를 메는 게 맞는지 주제 파악에 나섰다. 그러자 팀장은 전주에서 책방을 운영하는 동료와 팀을 꾸리면 어떻겠냐며 인건비도 한번 생각해보라고 했다. 당황스러우면서도 눈에 광이 돌았다. 단기간에 아이디어를 짜고 사람 모으고 경주마처럼 내달리는 일은 내 주특기 아니던가. 그렇게 살아온 임시변통스러운 삶에 드디어 어떤 보상이 따르려나. 함께할 내 기쁜 동료는 누구인가. 기획자 동료 구하기 첫 타깃은 전주에서 10년 가까이 독립출판 전문책방을 운영중인 뚝심의 M이었다. 그의 책방 인스타그램 프로필에는 ‘기성으로 출간된 도서는 입고를 받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단호하게 적혀 있다. 설사 혈육이 역사에 남을 명저를 썼다 하더라도 독립출판이 아니면 가차 없이 거절 메일을 전송하고야 말 꼿꼿함이었다. 그런 M의 책방에는 개인이 스스로 쓰고 만든 각양각색의 독립출판물이 대거 진열되어 있는데 그 큐레이션된 목록에는 웰메이드 작품인 ‘책방을 꾸리는 중입니다’라는 에세이도 있다. 화학공학과를 나온 공대생이 어쩌다 모교 대학로의 한 건물 지하에서 책방을 시작해 지금 모습에 이르게 됐다는 애환 서사가 담긴 책이다. 그는 그 책을 들고 전국을 쏘다니며 독자를 만났다. 주6일 책방 문을 여는 그가 문 닫는 날엔 어김없이 북페어 현장에 가 있었으니까. 캐리어를 끌고 고속버스를 타고 기꺼이 책 보부상으로 분해온 그는 힘들다 힘들다 해도 매년 매회 출전을 멈추지 않았다. 전주에서 오로지 독립출판만을 다루는 책방 주인은 M이 유일해서 대표성도 남다른 터다. 때문에 함께 하자는 내 제안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 그의 눈높이도 짐작이 간다. 일찍이 S 팀장이 독립출판박람회 관련 자문을 구하고 싶다고 여러 번 M의 책방을 찾았으나 그는 ‘박람회’라는 명칭부터 맞지 않다고 생각해 소통에 소극적이었던 것이다. 특히 독립출판 행사는 스스로 책을 낸 제작자나 책방 운영자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해 열리는데 전주에선 도서‘관’ 주도로 만들어질 행사라 생각하니 최대한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럴수록 나는 M이 적극적으로 합류해 의견을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잘되면 그가 책방 꾸리는 일에도 전환점이 올 거라

  • 관리자
  • 2024-05-01
도깨비 이야기

[에세이] 도깨비 이야기 한정현 최근 친구의 부탁으로 점집에 동행한 적이 있었다. 사실 무속에 대해선 알면 알수록 이건 민속 문화의 하나이지, 미래를 알려주는 예언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에서 무속 때문에 큰 피해를 본 경우도 있어서 나같은 경우는 사실 이제 거의 점괘를 안 믿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친구가 갓 신내림 받은 애동이라기에 나 또한 어디 구경이나 한 번 해보자 하는 생각에 따라가겠다고 했다. 문화로서의 무속은 여전히 관심거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옆에서 들어보니 그 영검하다던 무속인의 점사는 무척 일반적인 내용이었다. ‘어깨가 아프지 않느냐’ ‘밤에 늦게 자지 않느냐’ ‘두통이 가끔 오지 않느냐’ 오랜 시간 책상에 앉아 있는 친구의 직업상 대부분 추측 가능한 증상이었다. 게다가 친구는 불면증도 없고 두통도 없다는 거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순간 친구는 자신이 혹시 두통이 있는 걸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마치 도깨비에 홀린 것처럼 그 말에 순간 따라가고 있더란다. 하긴 나도 그 당사자가 되면 순간 나도 모르게 내가 그런 건 아닐까? 싶기도 할 것 같다. 말 그대로 이런 걸 보고 도깨비에 홀린다고 하나 보다. 다행히 친구는 도깨비에 홀려 도깨비가 되기 전에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런데 이후 나는 왜인지 내내 도깨비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살면서 도깨비 만나기 사실 어렵지 않군, 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말이다. 사실 어릴 땐 도깨비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큰 산을 끼고 있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나고 자라다 보니 자연스레 온갖 민간 신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인 것 같다. 흔히 도깨비와 저승사자는 이길 수 없고 오로지 속일 수만 있다고들 한다. 그들이 그만큼 무서운 존재라는 것인데 특히 도깨비에 대해서는······. 얼마 전 영화 〈파묘〉에서도 나왔지만, 도깨비들은 주로 안 쓰는 물건에 혼이 깃들어 만들어지는 귀신이다. 이후엔 도깨비가 그 사물을 대신하여 그 자체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일반적인 혼령하고는 아주 다른 무시무시한 존재가 되어버린다고 한다. 한데 찾아보니 이 험상궂은 도깨비는 사실 일제강점기 이후 도입된 ‘일본식 도깨비’ 이야기가 일부 섞여 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혹부리 영감이 그러한데, 우리가 알고 있는 혹부리 영감에서는 영감이 부러 도깨비를 속여 혹을 떼지만 이것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만들어낸 이야기라고 한다. 원래 한국 전래동화에서는 도깨비가 그리 나쁜 존재로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영감과 같이 어울려 놀던 도깨비들이 서로의 교감을 통해 친밀해진 후 먼저 나서서 영감의 혹을 떼준다는 이야기라고 한다. 생각해 보면 혼령이 물건에 깃들어 만들어진 것이 도깨비라고 한다면 무슨 혼령이냐에 따라 좋은 도깨비가 될 수도 있고 나쁜 도깨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내가 이십 년 가까이 이고지고 다니

  • 관리자
  • 2024-05-01
어떤 기준

[에세이] 어떤 기준 전석순 “그래도 꽃은 잊지도 않고 제때제때 피네.” 예년보다 개화가 늦어지던 해였다. 어머니는 작년 봄 집 근처 공원에서 찍은 사진을 살펴보며 분명 이번 주쯤에는 피었어야 했다고 중얼거렸다. 이어서 괜히 달력을 들춰 보며 오늘 날짜를 확인했다. 사진 속 날짜와 일치했지만 어째선지 올해는 아직 봉오리조차 불거지지 않았다. 왠지 노크라도 해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뭐 잊은 거 없냐고. 어디선가 계절을 알려주는 나무는 계절관측목이라고 부른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개나리, 진달래, 매화, 벚꽃 같은. 이 기준에 따르면 아직 봄이 오지 않은 셈이었다. 옆에서 발톱을 깎던 아버지는 아마 까먹은 거 같다고 말하며 히죽였다. 사람도 깜빡깜빡하는데 꽃이라고 다를 게 있겠냐면서. 심드렁하게 이어지는 목소리에 어머니는 아버지를 슬쩍 흘겨봤다. 안 그래도 요새 외출하고 집에 들어올 때 수선 맡긴 바지를 찾아와야 한다거나 식초와 긴장이 떨어졌다는 사실을 더러 잊었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어머니는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닌 눈치였다. 몇 번쯤 길을 걷다가도 순간순간 또 뭔갈 잊고 지나쳐 버린 건 없는지 따져 보는 것 같았다. 한참 골몰하다가 겨우 친목회 회비 날짜를 기억해 낼 때도 있었다. 그때부터 사소한 거라도 핸드폰에 따로 메모를 해두고 수시로 빠뜨린 건 없는지 살펴봤다. 요가 교실 수업 신청 날짜나 관리비 납부 마감일과 함께 수리기사 방문 일정까지. 고개를 들다 어머니와 눈이 마주친 아버지는 돌아앉으며 우물댔다. “한 해쯤 그냥 지나가면 뭐 어때서.” 아버지의 생각과는 달리 뉴스에서는 연일 전국 봄꽃 개화 예상 일정을 내보내며 전문가까지 나와 늦어진 원인을 분석했다. 동네 사람들은 환경오염을 들먹이며 사나워진 날씨 탓에 종잡을 수 없는 계절 때문일 거라고 입을 모았다. 꽃도 계절을 헷갈리는 거라고. 개중에는 진짜 꽃이 피지도 않고 봄이 지나가는 게 아닐지 염려하는 이도 많았다. 어머니도 그중 하나였다. 나중에는 꽃을 향해 잊을 것 같으면 알람을 맞춰 두거나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라고 조언해 줄 기세였다. 어머니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앞산을 내다보고 매일 지나다니던 화단과 공원을 천천히 돌아봤다. 더러 까치발까지 하고선 주변을 휘둘러보기도 했다. 혹시 진즉 만개한 꽃을 놓친 게 아닌가 싶은 듯했다. 처음에는 조금 서운한 기색이더니 나중에는 아예 울상이 되었다. 어느새 나도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꽃이 필 기미가 보이는지 기웃거렸다. 언뜻 봉오리라도 보이면 사진을 찍어 바로 보내드리려 했지만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바람까지 서늘하니 날짜와는 상관없이 정말 봄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이러다가 봄을 건너뛰고 곧바로 여름이 되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즈음 제법 많은 양의 봄비가 내리더니 하루 사이에 기온이 크게 올랐다. 곧 지천으로 사방이 꽃이었다. 지난해 유난히 다닥다닥 모여 있

  • 관리자
  • 202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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