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문학 플랫폼 〈문장〉을 기대하며

  • 작성일 2012-12-11
  • 조회수 486

 

   [새 문장에 바란다]

 

 

문학 플랫폼 〈문장〉을 기대하며

 

조정미

(시인, 출판기획자)

 

 

 

 

   나는 한때 문청이었다. 대학시절에는 문예지를 탐독했고 PC통신 문학동아리 활동도 열정적이었다. 그 결과 문예지 등단도 했고 한 권의 시집도 냈다. 그래서 시인이라는 이름을 갖기도 했지만 직장인의 삶을 선택하게 되었고 16년째 출판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지금은 예전과 같은 열정은 남아 있지 않지만, 문학에 대한 목마름을 갖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 아쉬움을 〈문장〉을 통해 간간히 풀어오곤 했다. 이 자리를 통해 〈문장〉에 고마움을 전한다.

   사이버문학광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문장〉에는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 문학애호가들부터 한때 작가지망생이었던 사람들, 현재 뜨거운 문학청년들, 문예창작학과 진학을 꿈꾸는 청소년들, 이제 무대에 나선 신진작가들,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는 기성작가들, 선생님으로서의 역할을 해주고 계시는 중견작가들까지 다양하다. 각자의 목적은 다르겠지만, 그들은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로서 이 자리에 모여 있다. 〈문장〉은 이와 같은 문학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하여 새로운 문학의 생산, 유통, 소비의 모형을 보여주고 있는 공간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문장〉이 이와 같은 역할을 수행함에 있어서 충분한 기술적 진보가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진행하게 된 사이트 리뉴얼은 매우 기쁜 소식이다. 〈문장〉은 콘텐츠에 있어서는 국내 최고 수준이다. 다만, 그 내용을 전달하는 형식으로서의 웹서비스에 아쉬움이 있는 것이다. 웹서비스는 IT기술과 디자인, 그리고 콘텐츠가 결합된 형태이다. 애플의 성공 사례를 짚어본다면 금방 납득이 가는 문제다. 그래서 나는 〈문장〉이 이번 리뉴얼을 통해 멋진 변신을 했으면 좋겠다고 기대한다.

   기술적으로는 SNS와의 연계성과 소통이 원활해졌으면 좋겠다. 지금도 일부 콘텐츠에서는 트위터 공유 기능이 지원되고 있으나, 트위터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미투데이 등 다양한 SNS와의 유연한 연계가 이루어졌으면 좋겠고, 트윗봇 등과 같은 알림서비스를 활용하여 새로운 콘텐츠가 업데이트 되었다는 소식을 굳이 방문하지 않고도 확인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또한 〈문장〉 회원들의 SNS 활동 역시 〈문장〉으로 연결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떠한 방식으로 구현될지는 모르겠지만, 〈문장〉 앱을 설치한 이용자의 경우에는 SNS에 구축하는 콘텐츠들도 〈문장〉 블로그로 축적할 수 있으면 블로그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 다음으로는 다양한 사용자 환경을 지원했으면 한다는 점이다. 새로운 OS, 브라우저 환경을 선택하는 이용자일수록 적극적인 사용자의 성격을 띠고 있으며, 여론을 주도하는 오피니언 리더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런 까닭에 얼마나 새로운 이용자 환경에 적절히 대응하는가 하는 것이 사이트의 경쟁력과 평판을 좌우한다. 얼리어답터이자 오피니언 리더이며 크리에이티브 유저인 사용자들에게 찬사를 받는 〈문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또한 이용자 콘텐츠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블로그 기능이 강화되어야 하는데, 나의 경우에는 네이버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문장〉 블로그를 이용하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게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블로그 활성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차별화된 기능이 필요하다. 앞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다른 블로그나 SNS에 써놓은 글이나 그림도 블로그에 축적될 수 있게 함으로써 개인 콘텐츠 통합관리가 가능한 기능을 제공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또한 그와 같은 방식으로 블로그에 축적된 개인 콘텐츠를 ebook으로 제작하여 다양한 전자책 유통사에 판매하고, 인세 지급까지 가능하게 해주는 서비스가 구현된다면, 문학 플랫폼으로서의 〈문장〉의 역할은 확실하게 수행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가치는 이동하는 것이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문학작품을 생산하고 유통하고 소비하는 일련의 과정이 변화하고 있다. 단순하게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의 변화로만 이야기해서도 안 된다. 매체가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문학 향유의 생태계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변화의 중심에서 미래를 내다보고 저자와 독자의 커뮤니티를 확고히 하며, 그들이 원하는 문학광장의 모습을 충분히 실현하는 문학플랫폼으로서의 사이버문학광장 〈문장〉을 기대한다. 그곳에서 나도 다시 열정적인 참여자로서 글을 쓰고 싶고, 마음 맞는 문학 친구들과 멋들어지게 놀아보고 싶다.

 

   《문장웹진 12월호》

 

 

 

 

 

 

 

 

   지금 ‘사이버문학광장(www.munjang.or.kr)’은 홈페이지 개편 작업이 한창 진행입니다. (2013. 1. 10 오픈 예정)

   본 내용은 새 '사이버문학광장'에 대한 다양한 기대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마련했습니다. 올 12월과 내년 1월 두 달에 걸쳐, 각 분야 다양한 필자의 글이 릴레이로 연재될 예정입니다.

 

 

추천 콘텐츠

책쾌의 여정

[에세이] 책쾌의 여정 우당탕탕 독립출판 북페어 기획자 도전기 임주아 뜻밖의 부재중 이름이 폰에 떠 있었다.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S 팀장이었다. ‘이 시간에 무슨 일이지?’ 일로 만난 공무원이 퇴근 시간을 넘어 전화 문자 콤보로 연락했다는 건 모종의 긴급 상황 아닌가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어딘가 다급해보이는 목소리였다. “헉 제가요?” 요지는 전주에서 처음 독립출판박람회를 여는데 내가 총괄 기획을 맡아줬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시기는 6~7월이라 했다. “오늘이 벌써 3월 7일인······” 기간도 기간이지만 독립출판 전문가도 아닌 내가 총대를 메는 게 맞는지 주제 파악에 나섰다. 그러자 팀장은 전주에서 책방을 운영하는 동료와 팀을 꾸리면 어떻겠냐며 인건비도 한번 생각해보라고 했다. 당황스러우면서도 눈에 광이 돌았다. 단기간에 아이디어를 짜고 사람 모으고 경주마처럼 내달리는 일은 내 주특기 아니던가. 그렇게 살아온 임시변통스러운 삶에 드디어 어떤 보상이 따르려나. 함께할 내 기쁜 동료는 누구인가. 기획자 동료 구하기 첫 타깃은 전주에서 10년 가까이 독립출판 전문책방을 운영중인 뚝심의 M이었다. 그의 책방 인스타그램 프로필에는 ‘기성으로 출간된 도서는 입고를 받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단호하게 적혀 있다. 설사 혈육이 역사에 남을 명저를 썼다 하더라도 독립출판이 아니면 가차 없이 거절 메일을 전송하고야 말 꼿꼿함이었다. 그런 M의 책방에는 개인이 스스로 쓰고 만든 각양각색의 독립출판물이 대거 진열되어 있는데 그 큐레이션된 목록에는 웰메이드 작품인 ‘책방을 꾸리는 중입니다’라는 에세이도 있다. 화학공학과를 나온 공대생이 어쩌다 모교 대학로의 한 건물 지하에서 책방을 시작해 지금 모습에 이르게 됐다는 애환 서사가 담긴 책이다. 그는 그 책을 들고 전국을 쏘다니며 독자를 만났다. 주6일 책방 문을 여는 그가 문 닫는 날엔 어김없이 북페어 현장에 가 있었으니까. 캐리어를 끌고 고속버스를 타고 기꺼이 책 보부상으로 분해온 그는 힘들다 힘들다 해도 매년 매회 출전을 멈추지 않았다. 전주에서 오로지 독립출판만을 다루는 책방 주인은 M이 유일해서 대표성도 남다른 터다. 때문에 함께 하자는 내 제안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 그의 눈높이도 짐작이 간다. 일찍이 S 팀장이 독립출판박람회 관련 자문을 구하고 싶다고 여러 번 M의 책방을 찾았으나 그는 ‘박람회’라는 명칭부터 맞지 않다고 생각해 소통에 소극적이었던 것이다. 특히 독립출판 행사는 스스로 책을 낸 제작자나 책방 운영자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해 열리는데 전주에선 도서‘관’ 주도로 만들어질 행사라 생각하니 최대한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럴수록 나는 M이 적극적으로 합류해 의견을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잘되면 그가 책방 꾸리는 일에도 전환점이 올 거라

  • 관리자
  • 2024-05-01
도깨비 이야기

[에세이] 도깨비 이야기 한정현 최근 친구의 부탁으로 점집에 동행한 적이 있었다. 사실 무속에 대해선 알면 알수록 이건 민속 문화의 하나이지, 미래를 알려주는 예언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에서 무속 때문에 큰 피해를 본 경우도 있어서 나같은 경우는 사실 이제 거의 점괘를 안 믿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친구가 갓 신내림 받은 애동이라기에 나 또한 어디 구경이나 한 번 해보자 하는 생각에 따라가겠다고 했다. 문화로서의 무속은 여전히 관심거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옆에서 들어보니 그 영검하다던 무속인의 점사는 무척 일반적인 내용이었다. ‘어깨가 아프지 않느냐’ ‘밤에 늦게 자지 않느냐’ ‘두통이 가끔 오지 않느냐’ 오랜 시간 책상에 앉아 있는 친구의 직업상 대부분 추측 가능한 증상이었다. 게다가 친구는 불면증도 없고 두통도 없다는 거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순간 친구는 자신이 혹시 두통이 있는 걸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마치 도깨비에 홀린 것처럼 그 말에 순간 따라가고 있더란다. 하긴 나도 그 당사자가 되면 순간 나도 모르게 내가 그런 건 아닐까? 싶기도 할 것 같다. 말 그대로 이런 걸 보고 도깨비에 홀린다고 하나 보다. 다행히 친구는 도깨비에 홀려 도깨비가 되기 전에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런데 이후 나는 왜인지 내내 도깨비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살면서 도깨비 만나기 사실 어렵지 않군, 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말이다. 사실 어릴 땐 도깨비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큰 산을 끼고 있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나고 자라다 보니 자연스레 온갖 민간 신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인 것 같다. 흔히 도깨비와 저승사자는 이길 수 없고 오로지 속일 수만 있다고들 한다. 그들이 그만큼 무서운 존재라는 것인데 특히 도깨비에 대해서는······. 얼마 전 영화 〈파묘〉에서도 나왔지만, 도깨비들은 주로 안 쓰는 물건에 혼이 깃들어 만들어지는 귀신이다. 이후엔 도깨비가 그 사물을 대신하여 그 자체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일반적인 혼령하고는 아주 다른 무시무시한 존재가 되어버린다고 한다. 한데 찾아보니 이 험상궂은 도깨비는 사실 일제강점기 이후 도입된 ‘일본식 도깨비’ 이야기가 일부 섞여 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혹부리 영감이 그러한데, 우리가 알고 있는 혹부리 영감에서는 영감이 부러 도깨비를 속여 혹을 떼지만 이것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만들어낸 이야기라고 한다. 원래 한국 전래동화에서는 도깨비가 그리 나쁜 존재로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영감과 같이 어울려 놀던 도깨비들이 서로의 교감을 통해 친밀해진 후 먼저 나서서 영감의 혹을 떼준다는 이야기라고 한다. 생각해 보면 혼령이 물건에 깃들어 만들어진 것이 도깨비라고 한다면 무슨 혼령이냐에 따라 좋은 도깨비가 될 수도 있고 나쁜 도깨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내가 이십 년 가까이 이고지고 다니

  • 관리자
  • 2024-05-01
어떤 기준

[에세이] 어떤 기준 전석순 “그래도 꽃은 잊지도 않고 제때제때 피네.” 예년보다 개화가 늦어지던 해였다. 어머니는 작년 봄 집 근처 공원에서 찍은 사진을 살펴보며 분명 이번 주쯤에는 피었어야 했다고 중얼거렸다. 이어서 괜히 달력을 들춰 보며 오늘 날짜를 확인했다. 사진 속 날짜와 일치했지만 어째선지 올해는 아직 봉오리조차 불거지지 않았다. 왠지 노크라도 해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뭐 잊은 거 없냐고. 어디선가 계절을 알려주는 나무는 계절관측목이라고 부른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개나리, 진달래, 매화, 벚꽃 같은. 이 기준에 따르면 아직 봄이 오지 않은 셈이었다. 옆에서 발톱을 깎던 아버지는 아마 까먹은 거 같다고 말하며 히죽였다. 사람도 깜빡깜빡하는데 꽃이라고 다를 게 있겠냐면서. 심드렁하게 이어지는 목소리에 어머니는 아버지를 슬쩍 흘겨봤다. 안 그래도 요새 외출하고 집에 들어올 때 수선 맡긴 바지를 찾아와야 한다거나 식초와 긴장이 떨어졌다는 사실을 더러 잊었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어머니는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닌 눈치였다. 몇 번쯤 길을 걷다가도 순간순간 또 뭔갈 잊고 지나쳐 버린 건 없는지 따져 보는 것 같았다. 한참 골몰하다가 겨우 친목회 회비 날짜를 기억해 낼 때도 있었다. 그때부터 사소한 거라도 핸드폰에 따로 메모를 해두고 수시로 빠뜨린 건 없는지 살펴봤다. 요가 교실 수업 신청 날짜나 관리비 납부 마감일과 함께 수리기사 방문 일정까지. 고개를 들다 어머니와 눈이 마주친 아버지는 돌아앉으며 우물댔다. “한 해쯤 그냥 지나가면 뭐 어때서.” 아버지의 생각과는 달리 뉴스에서는 연일 전국 봄꽃 개화 예상 일정을 내보내며 전문가까지 나와 늦어진 원인을 분석했다. 동네 사람들은 환경오염을 들먹이며 사나워진 날씨 탓에 종잡을 수 없는 계절 때문일 거라고 입을 모았다. 꽃도 계절을 헷갈리는 거라고. 개중에는 진짜 꽃이 피지도 않고 봄이 지나가는 게 아닐지 염려하는 이도 많았다. 어머니도 그중 하나였다. 나중에는 꽃을 향해 잊을 것 같으면 알람을 맞춰 두거나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라고 조언해 줄 기세였다. 어머니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앞산을 내다보고 매일 지나다니던 화단과 공원을 천천히 돌아봤다. 더러 까치발까지 하고선 주변을 휘둘러보기도 했다. 혹시 진즉 만개한 꽃을 놓친 게 아닌가 싶은 듯했다. 처음에는 조금 서운한 기색이더니 나중에는 아예 울상이 되었다. 어느새 나도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꽃이 필 기미가 보이는지 기웃거렸다. 언뜻 봉오리라도 보이면 사진을 찍어 바로 보내드리려 했지만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바람까지 서늘하니 날짜와는 상관없이 정말 봄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이러다가 봄을 건너뛰고 곧바로 여름이 되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즈음 제법 많은 양의 봄비가 내리더니 하루 사이에 기온이 크게 올랐다. 곧 지천으로 사방이 꽃이었다. 지난해 유난히 다닥다닥 모여 있

  • 관리자
  • 2024-05-01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 1500

댓글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