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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민들레예술문학상 심사평]민들레예술문학상 심사를 마치며

  • 작성일 2013-11-01
  • 조회수 629

[제2회 민들레예술문학상 심사평]

 

 

민들레예술문학상 심사를 마치며

 

 

 

 

 

    흔히 문학상 ‘심사’는 능력 있는 권위자가 문단에 들어서려는 문청들을 작품을 가려 뽑는 과정을 말한다. 작품의 선별 기준은 제각기 다를 수 있지만, 이 경우 ‘심사’ 대상작들은 저마다의 개성과 기본기를 적절히 섞은 작품을 제출하기 마련이다. 이미 이렇게 써야 한다는 대략적인 방향이나 경향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응모작을 읽으면서 심사위원들이 감정적인 부대낌을 경험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민들레예술문학상 심사는 달랐다. 누군가의 슬픔과 어둠을 읽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왜냐하면 어떤 슬픔과 어둠은 지독한 전염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육체적으로는 그다지 힘들지 않았으나 타인들의 고통으로 뒤덮인 문장들을 꼼꼼히 읽어 나가는 일은 많은 인내심이 필요했다.

 

    270편에 달하는 작품을 읽으면서 네 사람의 심사위원은 저마다의 기준을 적용하여 심사를 진행했다. 누군가는 표현력을 중시했을 것이고, 누군가는 삶의 진정성과 절박성에 높은 점수를 부여했을 것이다. 또 누군가는 미흡하지만 기성 작가의 느낌이 나는 작품을 좋게 평가했고, 또 누군가는 동일한 느낌의 작품을 나쁘게 평가하기도 했다. 저마다의 기준을 가지고 심사를 진행했지만 네 사람의 심사위원 모두는 어렴풋하게나마 응모작들의 상당수에서 ‘말의 힘’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그것은 잘 다듬어진 아름다운 문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었고, 그렇다고 날것 그대로의 거친 문체에서만 드러나는 것도 아니었다. 분명한 것은 ‘심사위원’이라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어떤 작품들에선 쉽사리 시선을 거둘 수 없는 힘을 느꼈다는 점이다. 그것은 아마도 기성 문인들의 글이 미처 담지 못하는 투박함, 그 내부에 슬픔의 기운이 잔뜩 도사리고 있는 거친 아름다움이 뿜어내는 미약한 빛이었을 것이다.

 

    심사는 시와 산문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각 분야의 심사위원 두 사람이 합의 추천한 10편씩을 골라 20편을 선정한 후, 문학성과 수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순위를 매겨 나갔다. 별도의 논의를 거치지 않았는데도 네 사람의 심사위원 모두가 김인수의 「새벽의 길 위에서」를 대상으로 지목했다. 아마도 마지막 한 행에 담긴 간절한 마음이 심사위원들의 마음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을 것이다. 우수작으로 선정된 김영서의 「자갈 음악회」는 맑은 시선과 투명한 상상력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김영철의 「목숨」은 동일한 내용의 산문을 시적으로 축약한 작품이어서 심사위원들 간에 약간의 이견이 있었지만, 작품의 완성도는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승수의 「방과 일」은 젊은 날의 친구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매우 진솔하면서도 단정하게 정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 분야의 심사위원들은 이번 응모작 가운데 좋은 작품이 많은 이유는 마음의 진정성이라는 좋은 토양에서 출발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시 쓰기를 통해 오랫동안 대면하기를 거부해 왔던 자신의 모습을 정면으로 응시하려는 태도를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산문 분야의 심사위원들은 주제에 얽매이지 않고 성찰적인 자세로 꽤 긴 분량의 글을 완성하려고 노력한 태도와 자신 속에 웅크리고 있는 어둠을 객관화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민들레예술문학상은 주거취약 계층의 주거 문제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문학상이라고 알고 있다. 그래서 수상자들 가운데 일부는 미약하나마 이전보다 나은 주거 환경을 제공받을 것이다. 그분들의 삶이 내내 평안했으면 좋겠다. 아울러 수상자와, 아쉽게도 수상하지 못한 모든 응모자들이 이후에도 ‘말의 힘’을 신뢰하고 문학을 가까이하기를 희망한다. 도대체 문학이란 무엇일까? 어쩌면 우리는 모든 사람들이 만족하고 동의할 수 있는 답변을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이 있다. 그것은 문학이 읽고 쓰는 행위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이다.

 

 

2013년 10월
심사위원 일동

 

 

    《문장웹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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