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세계 문학축제 특집] 서울국제작가축제

  • 작성일 2016-09-01
  • 조회수 2,029

 

[세계 문학축제 특집]

 

 

2016 서울국제작가축제,
주목받는 국내외 28인의 작가가 한 자리에!

 

 

 

사진1

 

국내외 작가들에게는 문학적 영감을, 국내 독자들에게는 저명한 작가들과 가까이에서 호흡할 수 있는 더없이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서울국제작가축제가 올 9월의 마지막 주를 문학의 세계로 안내한다. 한국 작가와 한국 문학이 세계 문학과 만나는 지점을 확장하기 위해, 한국 문학 세계화의 중심 기관인 한국문학번역원이 주최하는 이 축제는 2006년 제1회를 시작으로 격년제로 개최되어, 올해 제6회를 맞이한다.

 

서울국제작가축제
(SIWF, Seoul International Writers' Festival)

주최 : 한국문학번역원
일시 : 2016년 9월 25일(일) ~ 10월 1일(토)
장소 : 서울 대학로
주제 : "잊혀진, 잊히지 않는"
홈페이지 : http://siwf.klti.or.kr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siwfest
트위터 : https://twitter.com/siwfest

 

벌써 10년, 서울국제작가축제가 걸어온 길

 

“낯모르는 사람들이 쉽게 친해지는 방법으로 축제 이상의 멋진 만남을 나는 알지 못한다.
펜을 놓고, 막 골방에서 나온 작가들의 눈을 바라보는 것, 그들의 손을 잡는 것, 축제는 벌써 시작되고 있지 않은가.”

- 2016 서울국제작가축제 참가 작가 소설가 함정임 -

 

제1회 작가축제의 기획위원이자 참가 작가로 함께하였던 소설가 함정임은 10년 만에 2016 서울국제작가축제와 함께한다. 사람들이 쉽게 친해지는 방법으로 축제 이상의 멋진 만남을 알지 못한다는 그녀의 말처럼, 국내 작가와 해외 작가들의 지속적인 문학교류를 위해 서울국제작가축제가 탄생하게 되었다. 행사의 이름은 <서울, 젊은작가들>로 시작했지만, 더 폭넓은 세대를 아우르고, 문학과 출판의 거점 도시로 ‘서울’을 내보이기 위해 현재의 <서울국제작가축제>로 이름을 변경하였다.

 

국내외 작가의 문학세계에 대한 토론과 낭독 이외에도 춤, 노래, 연극과 같은 다양한 예술 공연이 함께 어우러지는 문학 축제인 서울국제작가축제는 현재까지 세계 60여 개국에서 148명의 작가가 참여하였으며 서울을 대표하는 문학축제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축제의 바람대로, ‘서울’이 국제적인 문학 도시로 우뚝 서기를 기원하며, 서울국제작가축제를 들여다보자.

 

서울국제작가축제만의 매력

 

“엄청난 영감을 주는 축제”

– 2008년 참가 작가 어니스 모주가니(미국) -

 

이 시대 최고의 스포큰 워드 시인이라 불리는 어니스 모주가니는 이 축제를 두고, “엄청난 영감을 주는 축제”라고 말한다. 축제를 통해 처음 만나는 국내외 작가들이 문학을 매개로 소통하는 교류의 장인 서울국제작가축제는 상업적 성격이 짙은 도서전이나 독자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작가 행사와는 달리 작가가 주체가 되는 작가들의 축제인 만큼, 온전히 작가들의 영감을 진작시키기 위한 축제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찾을 수 있다.

 

사진2

2014 서울국제작가축제의 작가들의 수다
강정 – 클로드 무샤르 (사회: 문학평론가 허희)

 

참가 작가들은 축제 기간 동안에만 서울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이후의 작품 활동에서도 수시로 서울에서의 기억을 넘나들며 받은 ‘엄청난 영감’을 그들의 문학 세계로 옮겨 놓을 것이다. 더욱이 서울국제작가축제는 작가들과의 교류뿐 아니라 국내 독자들이 국내외의 주목받는 작가들과 한층 가까이에서 호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대거 마련하여, 잊지 못할 문학 경험을 선사한다. 환영회와 환송회가 있는 9월 25일, 10월 1일을 제외한 모든 일정 동안 국내 독자들은 작가들의 수다와 낭독 공연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서울국제작가축제와 함께한 작가들

 

서울국제작가축제의 시작이 되었던 축제의 명칭이 <2006 서울, 젊은 작가들>이었다는 점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서울국제작가축제는 촉망받는 신진 작가들의 영감을 진작시키고 궁극적으로 한국 문학의 세계화를 목표로 한다. 2016 맨부커상 인터내셔널을 수상하여 전 세계에 한국 문학을 알린 소설가 한강을 포함하여 문단에서 주목받는 국내 작가들이 서울국제작가축제와 함께하였다. 그렇다면, 멀리 이국땅에서 축제를 위해 서울을 찾은 해외 작가들은 어떤 작가들일까?

 

사진3

2014 서울국제작가축제의 시네이드 모리세이 낭독 공연

 

2006년에는 일본 최연소 아쿠타가와상 수상자이며, 일본의 현대문학을 이끄는 젊은 기수로 손꼽히는 히라노 게이치로를 비롯하여 16명의 해외 작가가 서울을 찾았다. 2008년에는 이 시대 최고의 스포큰 워드 시인이라 불리는 미국의 어니스 모주가니, 아쿠타가와상, 노마문예상, 오에겐자부로상 등을 수상하며 일본 문단을 이끌 촉망받는 작가 중 한 명으로 떠오른 나카무라 후미노리 등 20명의 해외 작가가 참가했다. 2010년에는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소설가 주노 디아즈가 서울을 찾아 퓰리처상 수상 소설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을 낭독했다. 그 외 12명의 해외 작가가 참가했다. 2012년에는 프랑스 메디치상을 수상한 벨기에 작가 겸 영화감독인 장 필리프 투생, 그리고 유명 프랑스 작가 필리프 베송 등 10인의 해외 작가가 참가했다. 2014년에는 2013년 T. S. 엘리엇상 수상자이며 현재 영국에서 가장 훌륭한 시를 쓰는 것으로 인정받고 있는 시인 시네이드 모리세이 외 14인이 서울국제작가축제를 빛내 주었다. 국내에서 출간된 작품으로 국내의 두꺼운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저명한 해외 작가들의 참가도 눈길을 끌었지만, 무엇보다 작가축제를 통해 방한 이후에도 한국의 문학과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을 바탕으로 꾸준히 한국과 교류를 이어 오고 있는 해외 작가들의 모습은 서울국제작가축제의 가장 큰 성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2016 서울국제작가축제 미리보기

 

제6회 2016 서울국제작가축제의 참가 작가 라인업에는 소설가 김경욱, 김숨, 배수아, 정유정, 천명관, 함정임, 해이수, 그리고 시인 김선우, 문태준, 박상순, 박정대, 안현미, 이수명, 하재연이 이름을 올렸다. 또한 해외에서는 소설 『자살의 전설』로 크게 주목받은 미국 작가 데이비드 밴과 최근 신동엽문학상을 받은 중국 조선족 출신 소설가 금희를 비롯해 남미에서 촉망받는 소설가 산티아고 감보아(콜롬비아), 프랑스 최고의 시문학상 아폴리네르상 수상자로 현재 아폴리네르상 심사협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시인 린다 마리아 바로스 등 14명이 함께한다.

 

사진4

2016 서울국제작가축제 <작가들의 수다>, <낭독과 공연> 일정

 

이번 축제의 주제는 '잊혀진, 잊히지 않는(The Forgotten and the Unforgettable)’으로, 개인적이거나 혹은 사회적인 기억을 모두 포괄하는 주제로서 깊은 공감대를 형성할 예정이다. 주요 행사는 한국 작가와 해외 작가가 짝이 되어 서로의 작품에 대해 일대일로 이야기를 나누는 <작가들의 수다>, 그리고 참가 작가들의 작품을 소재로 한 다양한 공연이 마련된 <낭독과 공연>으로 독자들도 무료로 참석하여 작가들과 대화를 나누고, 낭독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올해 서울국제작가축제에서는 낭독 공연의 장르를 폭넓게 마련하여, 관객들에게 환상적인 문학의 또 다른 세계를 보여줄 예정이다.

 

 

 

 

 

◆ 구성 및 작성 / 유우현 (한국문학번역원 교류홍보팀)

 

   《문장웹진 2016년 9월호》

 

추천 콘텐츠

책쾌의 여정

[에세이] 책쾌의 여정 우당탕탕 독립출판 북페어 기획자 도전기 임주아 뜻밖의 부재중 이름이 폰에 떠 있었다.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S 팀장이었다. ‘이 시간에 무슨 일이지?’ 일로 만난 공무원이 퇴근 시간을 넘어 전화 문자 콤보로 연락했다는 건 모종의 긴급 상황 아닌가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어딘가 다급해보이는 목소리였다. “헉 제가요?” 요지는 전주에서 처음 독립출판박람회를 여는데 내가 총괄 기획을 맡아줬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시기는 6~7월이라 했다. “오늘이 벌써 3월 7일인······” 기간도 기간이지만 독립출판 전문가도 아닌 내가 총대를 메는 게 맞는지 주제 파악에 나섰다. 그러자 팀장은 전주에서 책방을 운영하는 동료와 팀을 꾸리면 어떻겠냐며 인건비도 한번 생각해보라고 했다. 당황스러우면서도 눈에 광이 돌았다. 단기간에 아이디어를 짜고 사람 모으고 경주마처럼 내달리는 일은 내 주특기 아니던가. 그렇게 살아온 임시변통스러운 삶에 드디어 어떤 보상이 따르려나. 함께할 내 기쁜 동료는 누구인가. 기획자 동료 구하기 첫 타깃은 전주에서 10년 가까이 독립출판 전문책방을 운영중인 뚝심의 M이었다. 그의 책방 인스타그램 프로필에는 ‘기성으로 출간된 도서는 입고를 받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단호하게 적혀 있다. 설사 혈육이 역사에 남을 명저를 썼다 하더라도 독립출판이 아니면 가차 없이 거절 메일을 전송하고야 말 꼿꼿함이었다. 그런 M의 책방에는 개인이 스스로 쓰고 만든 각양각색의 독립출판물이 대거 진열되어 있는데 그 큐레이션된 목록에는 웰메이드 작품인 ‘책방을 꾸리는 중입니다’라는 에세이도 있다. 화학공학과를 나온 공대생이 어쩌다 모교 대학로의 한 건물 지하에서 책방을 시작해 지금 모습에 이르게 됐다는 애환 서사가 담긴 책이다. 그는 그 책을 들고 전국을 쏘다니며 독자를 만났다. 주6일 책방 문을 여는 그가 문 닫는 날엔 어김없이 북페어 현장에 가 있었으니까. 캐리어를 끌고 고속버스를 타고 기꺼이 책 보부상으로 분해온 그는 힘들다 힘들다 해도 매년 매회 출전을 멈추지 않았다. 전주에서 오로지 독립출판만을 다루는 책방 주인은 M이 유일해서 대표성도 남다른 터다. 때문에 함께 하자는 내 제안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 그의 눈높이도 짐작이 간다. 일찍이 S 팀장이 독립출판박람회 관련 자문을 구하고 싶다고 여러 번 M의 책방을 찾았으나 그는 ‘박람회’라는 명칭부터 맞지 않다고 생각해 소통에 소극적이었던 것이다. 특히 독립출판 행사는 스스로 책을 낸 제작자나 책방 운영자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해 열리는데 전주에선 도서‘관’ 주도로 만들어질 행사라 생각하니 최대한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럴수록 나는 M이 적극적으로 합류해 의견을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잘되면 그가 책방 꾸리는 일에도 전환점이 올 거라

  • 관리자
  • 2024-05-01
도깨비 이야기

[에세이] 도깨비 이야기 한정현 최근 친구의 부탁으로 점집에 동행한 적이 있었다. 사실 무속에 대해선 알면 알수록 이건 민속 문화의 하나이지, 미래를 알려주는 예언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에서 무속 때문에 큰 피해를 본 경우도 있어서 나같은 경우는 사실 이제 거의 점괘를 안 믿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친구가 갓 신내림 받은 애동이라기에 나 또한 어디 구경이나 한 번 해보자 하는 생각에 따라가겠다고 했다. 문화로서의 무속은 여전히 관심거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옆에서 들어보니 그 영검하다던 무속인의 점사는 무척 일반적인 내용이었다. ‘어깨가 아프지 않느냐’ ‘밤에 늦게 자지 않느냐’ ‘두통이 가끔 오지 않느냐’ 오랜 시간 책상에 앉아 있는 친구의 직업상 대부분 추측 가능한 증상이었다. 게다가 친구는 불면증도 없고 두통도 없다는 거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순간 친구는 자신이 혹시 두통이 있는 걸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마치 도깨비에 홀린 것처럼 그 말에 순간 따라가고 있더란다. 하긴 나도 그 당사자가 되면 순간 나도 모르게 내가 그런 건 아닐까? 싶기도 할 것 같다. 말 그대로 이런 걸 보고 도깨비에 홀린다고 하나 보다. 다행히 친구는 도깨비에 홀려 도깨비가 되기 전에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런데 이후 나는 왜인지 내내 도깨비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살면서 도깨비 만나기 사실 어렵지 않군, 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말이다. 사실 어릴 땐 도깨비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큰 산을 끼고 있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나고 자라다 보니 자연스레 온갖 민간 신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인 것 같다. 흔히 도깨비와 저승사자는 이길 수 없고 오로지 속일 수만 있다고들 한다. 그들이 그만큼 무서운 존재라는 것인데 특히 도깨비에 대해서는······. 얼마 전 영화 〈파묘〉에서도 나왔지만, 도깨비들은 주로 안 쓰는 물건에 혼이 깃들어 만들어지는 귀신이다. 이후엔 도깨비가 그 사물을 대신하여 그 자체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일반적인 혼령하고는 아주 다른 무시무시한 존재가 되어버린다고 한다. 한데 찾아보니 이 험상궂은 도깨비는 사실 일제강점기 이후 도입된 ‘일본식 도깨비’ 이야기가 일부 섞여 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혹부리 영감이 그러한데, 우리가 알고 있는 혹부리 영감에서는 영감이 부러 도깨비를 속여 혹을 떼지만 이것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만들어낸 이야기라고 한다. 원래 한국 전래동화에서는 도깨비가 그리 나쁜 존재로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영감과 같이 어울려 놀던 도깨비들이 서로의 교감을 통해 친밀해진 후 먼저 나서서 영감의 혹을 떼준다는 이야기라고 한다. 생각해 보면 혼령이 물건에 깃들어 만들어진 것이 도깨비라고 한다면 무슨 혼령이냐에 따라 좋은 도깨비가 될 수도 있고 나쁜 도깨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내가 이십 년 가까이 이고지고 다니

  • 관리자
  • 2024-05-01
어떤 기준

[에세이] 어떤 기준 전석순 “그래도 꽃은 잊지도 않고 제때제때 피네.” 예년보다 개화가 늦어지던 해였다. 어머니는 작년 봄 집 근처 공원에서 찍은 사진을 살펴보며 분명 이번 주쯤에는 피었어야 했다고 중얼거렸다. 이어서 괜히 달력을 들춰 보며 오늘 날짜를 확인했다. 사진 속 날짜와 일치했지만 어째선지 올해는 아직 봉오리조차 불거지지 않았다. 왠지 노크라도 해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뭐 잊은 거 없냐고. 어디선가 계절을 알려주는 나무는 계절관측목이라고 부른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개나리, 진달래, 매화, 벚꽃 같은. 이 기준에 따르면 아직 봄이 오지 않은 셈이었다. 옆에서 발톱을 깎던 아버지는 아마 까먹은 거 같다고 말하며 히죽였다. 사람도 깜빡깜빡하는데 꽃이라고 다를 게 있겠냐면서. 심드렁하게 이어지는 목소리에 어머니는 아버지를 슬쩍 흘겨봤다. 안 그래도 요새 외출하고 집에 들어올 때 수선 맡긴 바지를 찾아와야 한다거나 식초와 긴장이 떨어졌다는 사실을 더러 잊었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어머니는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닌 눈치였다. 몇 번쯤 길을 걷다가도 순간순간 또 뭔갈 잊고 지나쳐 버린 건 없는지 따져 보는 것 같았다. 한참 골몰하다가 겨우 친목회 회비 날짜를 기억해 낼 때도 있었다. 그때부터 사소한 거라도 핸드폰에 따로 메모를 해두고 수시로 빠뜨린 건 없는지 살펴봤다. 요가 교실 수업 신청 날짜나 관리비 납부 마감일과 함께 수리기사 방문 일정까지. 고개를 들다 어머니와 눈이 마주친 아버지는 돌아앉으며 우물댔다. “한 해쯤 그냥 지나가면 뭐 어때서.” 아버지의 생각과는 달리 뉴스에서는 연일 전국 봄꽃 개화 예상 일정을 내보내며 전문가까지 나와 늦어진 원인을 분석했다. 동네 사람들은 환경오염을 들먹이며 사나워진 날씨 탓에 종잡을 수 없는 계절 때문일 거라고 입을 모았다. 꽃도 계절을 헷갈리는 거라고. 개중에는 진짜 꽃이 피지도 않고 봄이 지나가는 게 아닐지 염려하는 이도 많았다. 어머니도 그중 하나였다. 나중에는 꽃을 향해 잊을 것 같으면 알람을 맞춰 두거나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라고 조언해 줄 기세였다. 어머니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앞산을 내다보고 매일 지나다니던 화단과 공원을 천천히 돌아봤다. 더러 까치발까지 하고선 주변을 휘둘러보기도 했다. 혹시 진즉 만개한 꽃을 놓친 게 아닌가 싶은 듯했다. 처음에는 조금 서운한 기색이더니 나중에는 아예 울상이 되었다. 어느새 나도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꽃이 필 기미가 보이는지 기웃거렸다. 언뜻 봉오리라도 보이면 사진을 찍어 바로 보내드리려 했지만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바람까지 서늘하니 날짜와는 상관없이 정말 봄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이러다가 봄을 건너뛰고 곧바로 여름이 되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즈음 제법 많은 양의 봄비가 내리더니 하루 사이에 기온이 크게 올랐다. 곧 지천으로 사방이 꽃이었다. 지난해 유난히 다닥다닥 모여 있

  • 관리자
  • 2024-05-01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 1500

댓글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