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모임-책방곡곡 제주 시옷서점 3편
- 작성일 2019-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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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모임-책방곡곡]
2019년 독자모임 코너 [책방곡곡]에서는 전국 방방곡곡의 독립서점들을 방문하고, 그 지역의 문인 및 독자의 목소리를 청취하고자 합니다. 각 지역의 문학 생태계와 특수한 현안들이 곳곳에 계시는 독자들에게 서로 공유되어, 사유와 비평의 지평을 넓히는 데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제주 시옷서점 3편
- 이야기는 이야기를 낳고
사회 : 현택훈(시인, 시옷서점 대표)
참여 : 홍임정(소설가), 김진철(제주대 강사, 동화작가), 허유미(시인), 김신숙(시인), 오승주(인문학 강사, 작가)
김진철 글, 안민승 그림,『잔소리 주머니』(파우스트, 2017) [/caption]
서동애, 『소록도의 눈썹달』(글라이더, 2018)[/caption]
현택훈 : 오늘이 마지막이네요. 오늘은 김진철의 동화 『잔소리 주머니』(파우스트, 2017)와 서동애의 동화 『소록도의 눈썹달』(글라이더, 2018) 이 두 권의 동화에 대한 얘기를 나눠 보겠습니다. 김진철의 동화 『잔소리 주머니』에서는 「아빠와 신데렐라」나 「클린하우스의 고양이」 등 소외나 비주류라는 말로 지칭되는 것들을 중심으로 쓴 동화와 「기억살이꽃」, 「마마신과 산호해녀」 등 제주 설화를 바탕에 둔 동화로 나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서동애의 동화 『소록도의 눈썹달』의 경우에도 우리의 관심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대상이잖아요. 김진철 작가의 동화에 대한 고민이 작품에 나타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허유미 : 저는 이 동화책을 제 아이와 함께 읽어 봤습니다. 아이가 흥미를 느끼지 않는 책도 꽤 있는데 이 책은 매우 재미있게 읽더라구요. 아마 전래동화와 같은 서사 구조를 띠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특히 「행복한 불치병」은 수수께끼 풀듯이 아주 흥미롭게 읽더라구요. 아이는 「잔소리 주머니」를 좋아했고, 저는 「기억살이꽃」이 좋았어요.
오승주 : 저도 이 동화집에서 전래동화 같은 권선징악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교훈적인 점에 오히려 반감이 들긴 하지만 오히려 현대적인 언어로 된 전래동화가 필요한 시기라는 생각도 들어요. 아이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동화도 좋지만 때로는 아이의 눈치를 너무 본다는 느낌도 불편하더라고요. 사회, 예절, 정의, 가치 같은 소중한 의미들이 점점 줄어드는 건 사실이니까요.
현택훈 : 네. 김진철 동화작가는 연구자이면서 창작자라서 그런지 자신의 정체성을 꾸준히 고민해 온 것 같습니다. 그것은 단점이 아니라 오히려 역이용해서 자신의 위치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점이 눈에 보입니다. 창작만 하면 트렌드에만 관심을 가질 수 있는데, 마치 양팔저울처럼 유지해 왔기에 이 동화 『잔소리 주머니』는 곧 '이야기 주머니'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신숙 : 맞습니다. 제주도에 이야기 주머니가 필요합니다. 가령 '감귤'에 대한 동화가 얼마나 있을까요. 제주도 이야기를 할 부분이 많을 텐데, 제주의 동화작가들이 제주의 특수성을 잘 살리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김진철 작가는 준비된 작가라 할 수 있습니다.
홍임정 : 저는 이 동화에서 군데군데 작가의 갈등을 느꼈습니다. 동화를 쓰면서 느꼈을 점을 저 역시 느꼈는데요. 기승전결 구조에서 결에 이르러 여러 가지 고민이 동화에 녹아 있는 것 같았어요. 망설이는 모습이 보입니다.
오숭주 : 이런 용어는 없지만, 저는 김진철 작가가 '두괄식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결론을 이미 내버린 것이죠. 그래서 재미가 사라지는 것이지 그런 요소를 제외하면 이 동화는 다른 요소로써 재미있는 점이 분명 있습니다. 「클린하우스의 고양이」의 경우, 이야기를 풀어 가는 방식이 재미있었습니다.
김신숙 : 저는 서동애의 동화 『소록도의 눈썹달』을 통해 동화의 미덕을 느꼈습니다. 소록도를 배경으로 한 이 동화를 통해 저 자신조차 소록도의 느낌이 깊게 다가왔습니다. 그렇다면 이 동화의 방식대로 '제주도의 눈썹달'을 쓴다면 어떻게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김진철 작가가 제주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동화를 쓰는 작가로 적격인 것 같습니다.
현택훈 : 작가들은 어렸을 때 동화를 읽었던 즐거운 기운 때문에 지금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억에 남는 동화가 있을까요?
오승주 : 독일 동화 하우프의 『유령선』이 정말 재미있어서 읽고 또 읽은 기억이 납니다. 또 작가는 생각나지 않는데 제목이 『인도동화집』이었던 것 같은데, 그 동화책도 신비로운 세계를 그리고 있어서 제 유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계몽사에서 나온 것 같은데 기억에 오래 남아 있습니다.
김신숙 : 저는 전래동화가 공포로 다가온 적이 있었습니다. 「소가 된 게으름뱅이」. 그거 읽고 정말 무서웠어요. 게으르면 소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강했어요.
허유미 : 저는 어렸을 때 이런 색깔 있는 동화를 거의 못 봤어요. 집에 동화전집이 있었는데 읽어도 느낌이 안 왔어요. 그러다 우연히 동네에서 잘사는 이장집에 간 적이 있는데 거기서 컬러로 된 동화책을 보고 나도 모르게 그 책을 훔쳤어요. 너무 갖고 싶어서. 나중에 언니한테 혼나고 돌려준 적이 있어요. 저의 유년 시절은 동심을 잘 보듬어 줄 수 없는 처지였어요. 최근에는 정말 다양한 동화책이 많아서 가끔 동화를 읽기도 합니다. 동심에 대한 갈증으로 어른이 되어도 동화를 읽는 사람이 있습니다.
현택훈 : 예전 동화와 요즘 동화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동화가 달리 보이기 시작한 계기는 김기정의 동화 『금두껍의 첫 수업』(창비, 2010)과 김남중의 동화 『동화 없는 동화책』(창비, 2011)이었어요. 동화가 아이들의 세계와 어른들의 세계를 교차하면서 우리들의 자화상으로 보여주고 있는 지점이 놀라웠습니다. 특히 송미경의 동화 『어떤 아이가』(시공주니어, 2013)는 전형성을 깨면서 동화를 만든다는 점에 동화의 가능성이 보여서 좋았어요.
김진철 : 저는 동화를 쓰긴 하지만 아이들에게 적극적으로 호감을 갖고 대하지는 못하는 성격이에요. 그래서 아이들의 입장에서 글을 쓰는데 어려움을 느끼기도 해요. 그런 어려움 때문에 아이가 등장하지 않고 동물이나 사물이 등장하는 동화를 쓰기도 했습니다.
허유미 : 제가 아이한테 들은 말 중에서 놀란 말이 있습니다. 만화는 자기편인 경우가 많은데, 동화는 자기편인 경우를 찾기 어렵다는 겁니다.
오승주 : 그러고 보면 이 동화에 악당이 거의 등장하지 않아요.
김진철 : 저는 악당도 여러 각도에서 보면 악당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악당이라는 인물보다 저는 부재에 더욱 중점을 두는 편입니다. 그것 역시 꼭 인물뿐만 아니라 성향의 부재인 경우도 있어요.
홍임정 : 악당의 부재로군요.
현택훈 : 그럼 이런 건 어떨까요. 김진철이라는 동화작가를 캐릭터로 해서 등장하는 동화를 쓰는 겁니다.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는 동화작가. 하지만 알고 보니 아이들을 무척 아끼는 사람이더라..
허유미 : 이제 생활이나 공부 등 모든 기본을 동화로 시작하는 시대인 것 같은데요. 스토리텔링 시대라서 그렇겠지요
오승주 : 제 조카가 지난겨울에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했는데요. 그때 손목에 계속 꽂혀 있던 주사바늘을 손목 대신 발목에 꽂으니까 조카가 간호사 선생님더러 "고맙습니다."라고 하더라구요. 그 까닭을 물으니 손이 자유로워져서 좋다는 겁니다. 그렇게 아이들의 마음을 아이들의 눈으로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의 마음은 이미 폐허 같아요. 공부라는 큰 벽 앞에서 차갑게 지내잖아요. 하지만 제 조카처럼 한 줄기 마음을 뽑게 해주는 것은 바로 무언가에 기댈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한 지점이겠지요. 그렇게 기댈 수 있는 역할을 이 동화가 수행하면 좋겠습니다.
김신숙 : 제주도라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점이 많다고 봐요. 앞으로 공동작업을 해서라도 제주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김진철 : 신화, 해녀가 요즘 제주도의 주요 문화 키워드인데요. 마치 유행처럼 전부 그 두 제재만 파는 것도 문제라고 봐요. 다양한 소재를 찾는 작가들이 많이 나와야겠지요.
현택훈 : 공감합니다. 제주의 작가들이 제주의 것을 써야 한다는 강박증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요.
허유미 : 제주의 특성을 살려야만 문학지원금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기관이 그렇게 문학 환경을 조장하는 것은 문제라고 봅니다.
홍임정 : 하지만 활용할 가치가 많다는 것은 큰 장점입니다. 지역이라고 해서 다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제주는 특히 자기 지역에 대한 애정이 문학에 많이 나타나 있어서 보기 좋더라구요. 소재의 편협함으로 볼 것이 아니라고 봐요. 살려도 부족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현택훈 : 네. 그럼 이제 『소록도의 눈썹달』에 대한 얘기를 나눠 볼까요.
김신숙 : 저는 시인 한하운의 시를 통해 소록도를 알았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문학의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한하운의 시 「전라도 길」을 읽고 깊은 인상을 받았어요. 이 동화는 나병 환자인 부모를 둔 아이들의 이야기입니다. 동화이기에 소록도를 배경으로 동화의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의 눈으로 본 아픔, 그 점이 좋았습니다.
허유미 : 이 동화 역시 아이와 함께 읽었는데요. 읽으면서 서로 인상적인 부분에 밑줄을 그어 보기로 했어요. 나중에 보니 밑줄 그은 지점이 거의 일치하지 않더라구요. 그것이 바로 아이와 어른의 시선 차이더라구요.
현택훈 : 저는 사실 '소록도'라는 문학 제재가 낡았다는 첫인상을 받았어요. 물론 환자 분들은 많이 힘들었겠지만, 이제는 치료 가능한 병이고 오해가 많았던 것으로 인식되어 있잖아요. 하지만 끝까지 이야기를 끌고 가는 모습을 보면서 세상이 변하더라도 아픔은 변하지 않은 것이기에 대상을 바라보는 심지가 굳어서 믿음이 가던데요.
오숭주 : 저는 지금까지 문학은 반기를 들면서 변화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 두 동화책을 통해 그런 관념이 깨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독단의 잠을 자던 저에게 이 두 동화책은 고마운 존재입니다. 소재로 본다면, 이 '소록도'는 매우 압도적입니다.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랄까.
허유미 : 역사 속에서 사람들이 어떤 상황을 겪고 어떤 심리 상태였는지 동화가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오숭주 : 그 당시 인물들의 감정을 보여주는 것이 동화의 힘이겠지요.
김신숙 : 저는 이 동화 뒤편에 실려 있는 사진 한 장에 눈길이 오래 머물렀습니다. 부모와 아이가 한센병 때문에 서로 만지지도 못하고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는 모습입니다. 이 사진처럼 옛날 사진을 찾아 그 사진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될 수도 있겠습니다.
홍임정 : 저는 처음에 이 동화를 읽고 너무 전형적이라서 크게 와 닿지 않았어요. 쉽게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인데 쉽게 진행해 버리는 느낌이랄까.
현택훈 : 그 점이 아쉬웠군요. 이 낡은 방식이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가 있겠죠?
홍임정 : 네. 제가 이 책을 읽으며 처음 든 부정적인 생각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어요. 오히려 다 읽고 나니까 그것이 기우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어쩌면 잊고 있었던 문학의 기능 같은 문학의 본능적 자세를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읽으면서 차오르는 이야기, 그런 점을 아주 오랜만에 느껴서 좋았습니다.
김신숙 : 아이의 입장에서는 부모와 떨어져 있다는 것이 갈등의 요인입니다. 어떻게 보면 견딜 수 있는 일이지만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심각한 문제인 거죠. 아이가 감각적으로 느끼는 갈등이 갈등으로 쓰인 모습이 동화의 포지션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허유미 : 그 병에 걸렸다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당하는 점, 이 점이 또 아이들에게는 크게 와 닿을 것 같아요.
현택훈 : 그렇죠. 이제는 한센병 대신 구제역, AI, 메르스 등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생기고 있잖아요.
현택훈 : 김진철 님은 동화작가라서 이 책에 대한 느낌이 더욱 각별했을 것 같습니다.
김진철 : 네. 서사는 물론이고 구조나 인물을 보게 되죠. 소록도에서는 임신을 하면 강제로 낙태를 시켰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이 부분을 어떻게 그리는지 궁금해 하며 살폈습니다. 소설이라면 리얼하게 그리면 되지만 동화는 그게 어려운 점이 있거든요. 그런 거북한 소재를 아이들에게 어떻게 전하는지 그 지점이 궁금해서 더 집중해서 읽게 되었어요.
현택훈 : 그렇군요. 동화의 독자는 아이라서 이야기 전개에 더욱 고심을 하게 되는 것 같습 니다. 시나 소설은 특정 독자를 두지 않지만 동화는 그래도 연령층을 정하는 경우 가 많습니다.
김진철 : 네. 그런 점에서 4‧3이라는 이야기도 아이들에게 전하기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4‧3을 아주 먼 시간의 역사로 생각해 버리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이 사건을 보여줄까 고민해 보아야겠죠.
홍임정 : 우리도 그렇지만, 4‧3과 더 멀리 떨어져 있는 이 아이들에게 4‧3을 어떻게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식이 이 동화에 나타나 있습니다.
오승주 : 압도적인 소재를 짓눌리지 않고 쓸 수 있는 힘은 문학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면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억눌려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소록도에 사는 사람들의 감정을 잘 잡아 형상화하는 모습을 보고서 이것이 동화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현택훈 : 네. 지금까지 김진철의 동화 『잔소리 주머니』와 서동애의 동화 『소록도의 눈썹달』을 통해 동화에 대한 얘기를 나눠 보았습니다. 시, 소설, 동화 이렇게 세 장르로 나눠서 책을 읽고 얘기를 해보았습니다. 3개월 동안 책을 읽고 얘기를 나눈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김진철 : 여러 장르의 책을 살펴보면서 각 장르의 특성을 새삼 느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즐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김신숙 : 이렇게 지면을 제공해 준 《문장 웹진》에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세 번의 만남이 어떤 계기가 될 것 같아 설렙니다. 물론 제 시집 얘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구요. 마치 『여우의 시』처럼.
오승주 : 경계와 지역을 이야기한다는 점이 신선하고 좋았어요. 정치뿐 아니라 문학도 앞으로는 지역의 역할이 매우 커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역에서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자신감을 갖고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비문학 도서도 함께 읽을 책으로 선정되면 좋겠습니다.
홍임정 : 둘러앉은 탁자 위에 제주 작가의 책 한 권, 육지 작가의 책 한 권을 놓고 제주와 문학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를 통해 더 많은 고민과 숙제를 안게 되었습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던 벗들의 건필을 빕니다. 또 제주문학이 특수성과 보편성을 동시에 갖춘 고유한 문학으로 거듭 발전하기를 바라며 저 또한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허유미 : 제가 읽었던 모든 문학은 저의 상처와 결핍을 치유해 주고 있었습니다. 이제껏 책을 읽으며 책과 세상의 연결 방법을 잘 몰라 저에게 맞는 책만 골라 저만의 감정으로 읽었습니다. 이번 '책방곡곡'을 통해 여러 문학 분야, 예술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 하니 문학이 세계의 상처와 결핍을 치유해 주고 있음을 다시 확인하고 문학과 세계를 연결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이번이 마지막 회라 많이 아쉽습니다. 이번 계기를 통해 이런 독서 모임이 있다면 찾아다니며 함께 할 것 같습니다.
현택훈 : 제가 진행을 잘 못하는데 끝까지 힘을 모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누군가 제주도를 변방이 아닌 가장자리라는 말을 쓰자고 하던데요. 우리가 제주도에서 책을 읽고 또 글을 쓰다보면 이곳에서 세상을 대한 소리를 충분히 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동안 즐거웠습니다. 《문장 웹진》연재는 이제 끝나지만 우리는 계속 정기적으 로 독서회를 가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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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 김진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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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 1981년 제주 출생. 2006년 《제주작가》로 등단. 단편동화집 「잔소리 주머니」. 탐라문화연구원 특별연구원. 제주대학교 출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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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 김신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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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1979년 제주 출생. 2012년 《제주작가》, 2015년 《발견》으로 등단. 시집 『우리는 한쪽 밤에서 잠을 자고』. 《시린발》 편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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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 오승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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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강사, 작가. 1978년 제주 출생. 『책 놀이 책』,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 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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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2019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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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 기획 – 단 한 권의 책] 『소심록(素心錄)』, 그 마음의 울림과 여운 정혜경 연주홍빛 표지 배경에 민들레 씨앗이 날아다니고 있다. 표지 왼쪽에는 한자 세로쓰기로 素心錄(소심록) 柳達永(류달영) 著(저)라고 저자가 직접 쓴 글씨가 굳건하게 새겨져 있다. 성천(星泉) 류달영의 수상록 『素心錄(소심록)』(경문사, 1961)이다.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우선 성천의 수상록이라는 것만으로도 반가웠고, 소박하면서도 여운 있는 표지가 마음을 끌었다. 장정을 맡은 월전 장우성은 농민이 ‘생각하는 민들레’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던 성천의 뜻을 이렇게 담았다. 1961년 초판본 민들레 씨앗 하나가 이제사 마음터에 내려앉았다. 저자 성천 류달영(1911~2004)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39년 『농촌 계몽의 최용신 소전』을 저술해서 발표하면서부터였다. 양정고보 스승이었던 김교신은 최용신을 만나 보았던 성천에게 이 책을 쓰도록 권유했다. 개성 호수돈여학교에 재직 중이던 성천은 제자들에게 최용신 전기를 읽히고 싶었다. 일본 경찰 검열을 의식하며 어려움 속에 완성한 최용신 전기는 초판 1천 부가 얼마 지나지 않아 거의 품절되었을 정도로 큰 호응을 받았다. 당시 젊은이들의 가슴에 민족 사랑과 계몽 운동의 불씨를 심어 준 책이었다. 그 시절부터 성천의 글은 독자를 공감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일제강점기에서 시작되어 6·25전쟁과 4·19혁명 후 역사의 고비 고비마다 발표했던 성천의 글이 했던 역할을 『소심록』에서 실감할 수 있었다. 『소심록』은 ‘평소의 마음을 기록한 책’이란 뜻으로 근래에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모아 내었다는 겸손한 제목이다. 성천은 이 글모음이 자신에게만이라도 사람다운 사람을 위하여 훗날까지 격려하는 힘을 가질 것으로 믿었다. 그 ‘격려하는 힘’은 충분히 전해져 강렬한 울림으로 왔다. 가로 12.5cm 세로 19cm의 이 아담한 책 405쪽에 51편의 글이 빼곡히 담겨 있다. 『소심록』의 글들은 1959년 3월부터 1961년 2월까지 이 년 동안 《사상계》, 《새벽》, 《사조》, 《신태양》, 《식량과 농업》, 《여원》 그 밖의 여러 잡지와 《조선일보》, 《대학신문》을 비롯한 여러 신문에 발표한 것이다. 이 책은 1961년 5월에 출간되었으니 1960년 4·19혁명이 일어난 지 일주기가 되는 시점이었다. 마지막 장 ‘사월혁명’의 다섯 편은 혁명 때 쓰러진 꽃다운 젊음들과 같은 행진 속에서, 거친 호흡을 함께 하면서 쓴 글들이었다. 성천은 4·19혁명은 학생들의 피로 성공했으니, 그 정의로운 피에 무한한 감사를 드리면서 깊은 존경으로 명복을 빌었다. 성천이 사회의 지도자로서 특별했던 점은 나라의 현실에 대해 고뇌하면서 비전을 제시할 뿐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 현실에서의 타개책까지 구체적으로 찾아가는 것이었다. 성천은 수원고등농림학교 재학 중 사토
- 관리자
- 2026-02-01
[편집위원 기획 – 단 한 권의 책] 거대한 사랑의 기록 - 김명순 창작집 『생명의 과실』 박소란 사진1. 『생명의 과실』 (한성도서주식회사, 1925) 표지 지난 2025년은 『생명의 과실』(한성도서주식회사, 1925)이 출간된 지 꼭 100년이 되는 해였다. 『생명의 과실』은 김명순(金明淳, 1896~1951 추정)이 쓴 한국 여성 작가 최초의 창작집이다. 국내 서지 기록에 등록된 여성 작가 최초의 단행본. 문학사적으로 특기할 만한 것임에 분명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생명의 과실』도 김명순도 오늘날 우리에게는 그리 익숙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때문에 100주년은 터무니없이 고요했다. 별다른 의식이나 언급 없이 우리 문학장은 지난 한 해를 지나치고 말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생전 김명순이 겪어야 했던 갖가지 고난과 핍박을 떠올리게 된다. 혹여 김명순이라는 선구적 예술가를 아직까지도 과거 그늘진 그 자리에 세워 둔 것은 아닐까, 못내 씁쓸한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인터넷으로 조금만 검색을 해 봐도 대략의 사실을 파악할 수 있겠지만, 김명순은 쉽게 소거될 수 없는 이름이다. 1917년 단편소설 「의심의 소녀」가 문예지 『청춘』의 현상 공모에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그는 등단이라는 제도를 거친 한국 문단 최초의 여성 작가다. 1920, 30년대 누구보다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펼친 김명순은 시, 소설, 수필, 희곡, 평론 등 다양한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을 국내에 최초로 소개하고 보들레르의 시를 번역하는 등 외국어에도 능통했다. 피아노를 잘 치고 독일어로 곡을 만들 만큼 음악에도 조예가 깊었다. 또한 신문기자, 영화배우로도 활동할 만큼 다재다능했다. 이처럼 화려한 이력에도 불구하고 어머니가 기생 출신의 ‘첩'이라는 이유로, 성폭력의 피해자라는 이유로, ‘자유연애’를 주창한다는 이유로 온갖 조롱을 받았다. ‘부정한 혈액’ ‘문란한 여자’ 등 모욕적인 꼬리표가 일평생 그를 따라다녔다. 조선과 일본을 오가며 공부와 집필에 힘썼으나 생활고에 시달리는 등 힘겨움이 잇달았고, 결국 1951년경 일본 도쿄의 한 정신병원에서 홀로 생을 마감해야 했다. 김명순은 생전 시, 소설, 수필, 희곡(각본) 등을 한데 묶은 두 권의 창작집을 냈다. 『생명의 과실』과 『애인의 선물』(회동서관, 1929 추정)이 그것이다. (세 번째 창작집을 준비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과적으로 불발되었으며, 때문에 창작집에 수록되지 않은 작품도 상당하다.) 이 중 『생명의 과실』은, 앞서 언급한 대로 한국 여성 작가 최초의 단행본으로 그 의미가 각별하다. 1 『생명의 과실』에는 등단작 「의심의 소녀」를 포함해 소설 2편, 시 24편, 수필(목차에는 ‘감상(感想)’이라 표기되어 있다) 4편이 수록되었다. 소설 「돌아다볼 때」나 시 「유언」, 「저주」, 「탄실의 초몽」, 「유리관 속에
- 관리자
- 2026-02-01
[편집위원 기획 – 단 한 권의 책] 100년 전 멋진 신혼여행의 기억 -염상섭의 『해바라기』와 나혜석의 결혼 전후 박진영 노처녀 결혼 풍경 신부 나이 스물넷이면 노처녀인 시절이었다. 서른넷의 신랑이라고 첫혼인일 리 없었다. 암만해도 결혼식을 버젓하게 치러야 했다. 둘 다 유명 인사다 보니 결혼 소식이야 진작에 왁자그르르 퍼졌고, 신문에 신랑 신부 사진까지 실렸건만 그래도 아쉬웠다. 내친김에 결혼 기사 아래 청첩장을 내기로 했다. “저희는 목사 김필수 씨의 지도를 받자와 4월 10일 토요일 오후 3시에 정동 예배당에서 결혼식을 거행하옵나이다. 이날에 귀댁 왕림의 광영 주심을 엎드려 빕니다. 경신년(1920) 4월 3일, 김우영 · 나혜석.” 신문에 청첩장을 광고한다고 발칙한 일은 아니다. 대체 뉘 집 아들딸인지 이름이 없는 게 문제다. 100년이나 지난 오늘날에도 청첩장은 신랑 신부가 아니라 부모 이름으로 보내고 있지 않은가? 무릇 결혼이란 당사자들의 일이기에 앞서 엄연히 집안 대사인 까닭이다. 요즘에야 신랑 신부가 나란히 팔짱 끼고 걸어 들어가는 일도 흔하다지만 여태 청첩장 문화는 그대로 아닌가? 이만한 기세라면 혈기 넘치는 청년들이야 박수 칠 법하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못마땅하다 못해 한심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둘 다 웬만한 정도가 아니라 내로라하는 집안 자식들이었다. 그나마 넷째, 다섯째 자식이라서 불행 중 다행이지만 대체 무슨 남부끄러운 짓이란 말인가? 시아버지는 기어코 폐백을 물리치고 술잔이나 기울이러 나갔다. 하기야 목사 주례에 답사랍시고 감히 신부가 한마디 아니라 일장 연설을 떠든 예식이었으니 결혼식이고 피로연이고 애당초 안 들어선 게 차라리 나은 지경이었다. 그뿐이 아니다. 신랑 신부는 이튿날 식전 댓바람부터 양가에 차례로 들이닥쳐서는 신혼여행 떠난답시고 들썩여 놓고는 훌쩍 기차를 탔다. 신부는 두 주일쯤 예정이라고만 무지르고는 어디로 가는지 신랑에게도 도통 알려 주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잡아끌다시피 했다. 이쯤 되고 보면 아무래도 웬만한 신혼여행이 될 리 만무했다. 신랑은 교토제국대학 출신의 변호사 김우영, 신부는 진명여학교 최우등 졸업생이자 도쿄여자미술전문학교 출신의 화가 나혜석이다. 사진1. 나혜석 결혼사진 (1920) 출처: 수원시립미술관 남도 신혼여행 사달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대전에서 잠시 여관에 들렀다가 호남선으로 갈아탄 신혼부부는 한밤중에 목포에 도착했다. 열 시간 넘게 걸린 곤한 여정이었다. 그런데 인력거 잡아타고 곧장 여관에 들어서서는 하녀 이름부터 대는 신부가 영 수상쩍다. 초행길이 아니었던 셈이다. 신부는 3년 전 그 여관 2층에서의 하룻밤을 홀로 추억했고, 영문 모르는 신랑은 얼추 짐작이 나섰지만 섣불리 입을 열 계제가 아니었다. 아직 신혼 둘째 날 밤이었으니. 부산 유곽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하녀와의 사연인즉 대수로울 것도 없었다. 신부는 3년 전 도쿄에서 다니던 학교를 빼먹고 홀로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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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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