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곡곡] 경북 영주 샘터서점(3회)
- 작성일 2021-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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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곡곡]
경북 영주 샘터서점(제3회)
: 동시, 똑똑! - 김현숙 동시집 『아기 새를 품었으니』
- 모임 / 2021-08-09, 저녁 7시, 샘터 3층
사회/원고정리 : 권화빈
참여자 : 의상대사, 우옥영, 김미경, 우병훈

책읽기 모임 ‘영주시 100인 독서클럽 휴(休)’ : 책을 통해 삶을 가꾸는 사람들의 모임
권화빈 : 그 동안 잘 지내셨나요. 벌써 8월 입추가 지나 이제 선선한 바람이 창에 밀려드는 가을 문턱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8월 9일 오늘 모임의 책 이야기를 진행할 사회 권화빈입니다. 오늘은 세 번째 김현숙 동시인의 동시집 『아기 새를 품었으니』를 가지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오늘 마지막 모임을 통해 이야기 나눌 이 동시집(2020, 3차 아르코 문학나눔 선정도서)은 어릴 적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보냈던 나의 과거의 기쁨과 행복, 추억을 느낄 수 있게 해주고, 또 시골 길을 걸어가면서 맞는 소소한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시를 통해 어릴 적 순수함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킬 수 있기에, 동시가 주는 행복은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을 듯합니다. 이 동시집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한 달 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듣고 싶어요.
의상대사 : 코로나 바이러스 급증으로 집콕 하는 이들이 늘어나 거의 모이지 않고 있습니다. 저도 근신(?) 중입니다. (일동 웃음)
우옥영 : 여름 휴가철이 코앞이라 사람들이 많이 모일 것 같아서, 여러 가지 걱정을 하면서 집콕 하고 있어요. 웬만한 큰 볼일 아니면 나다니는 걸 줄이고 있어요.
김미경 : 사랑의 교회 전광훈 목사가 8·15 광화문 집회를 선동하는 모습을 보면 왠지 우울해져요. 사회 각계각층에서 협조가 잘 되어 하루빨리 코로나 정국에서 좀 벗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의상대사 :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2차 접종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힘든 이 상황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병훈 : 어서어서 우리들의 일상이 회복되어 웃는 모습을 양껏 보고 싶습니다.
권화빈 : 안동 SK 바이오사이언스 임상 3상 착수가 진행되고 있어서, 국내 백신이 조만간 우리 곁에 찾아올 듯합니다. 이번 여름휴가는 집에서 그냥 세숫대야에 얼음 넣어 발 담그고(세숫대야 피서법?) 조용히 시간을 요리하며 즐기시는 게 상책인 듯하네요! 물론 손에는 한 권의 책이 들려 있어야겠지요. (웃음) 그럼 오늘의 책 이야기 상자를 슬슬 열어 볼까요. 표지에서 따스함과 정겨움이 느껴지고, 아기 새와 어미 새의 품어 주고 품게 되는 생명의 신비로움이 가득 담겨 있는 동시집입니다. 책의 표지는 그 책의 얼굴과 같아요. 책의 첫인상이라 평생(?)을 좌우해요.

우옥영 : 책 표지를 보니까 가까운 숲에서 본 둥지 위의 새들을 상상하게 됩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기 새를 지키기 위한 어미 새의 모정, 우리네 어머니의 삶과 많이 닮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일동 웃음)
김미경 : 내 집에 있는 아이들을 생각하니 조금 부끄럽네요. 바쁘다고 자주 품어 주지도 못하고. (에휴)
의상대사 : 괜히 머쓱해집니다. 저도 별다르지 않아서. (일동 웃음)
권화빈 : 그럼 각자 눈에 각인되었던 동시 이야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동시의 의미와 동시의 가치에 대해서 살짝 언급하고 지나갈게요.
의상대사 : 동시를 통해 내 마음에 힐링을, 삭막한 우리 삶에 따스한 빛을 느끼게 해주는 햇살 같은 기분이 동시에서 느껴집니다. 어릴 적 새들과 나비들과 함께 잠자리채를 들고 해 떨어지는 줄 모르고 하루를 보냈네요.
김미경 : 저도 사실 그랬어요. 산과 강, 그리고 학교보다 친구가 더 중요했던 때라서 가끔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우병훈 : 완전 까까머리 시절로 돌아간 듯해요, 때 묻지 않은!
권화빈 : 모두 좋은 말씀 해주셨습니다. 동시는 역시 동심을 불러일으키는 묘약이 들어 있는 것 같아요. 동시만 읽었다 하면 모두 착한 어린이가 되어버리니! 동시는 시와 달리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쉽고 어린이들의 삶을 가지고 쓰여야 어린이들이 관심을 가져요. 어린이의 삶을 떠난 공허한 말장난으론 좋은 점수를 받긴 힘들어요. 현대 물질문명 속에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동심을 잃어버리지 않게 하는 지렛대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 동시 속으로 풍덩 뛰어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김미경 : 그럼 저부터 한 편 열겠습니다. 도토리 모습에서 떠올린 착상이 한순간 아주 재치 있고 재밌게 잘 표현되어 골랐어요. (낭독) 각자 동시 이야기를 나눠 보지요.
도토리
안전이라면
우리가 으뜸이에요
뛰어내려도 다치지 않게
어릴 때부터
안전모 썼다니까요.
- 「도토리」 전문(24쪽)
의상대사 : 내용이 신선하고, 자연을 보고 느낀 관찰력이 대단한 것 같아요.
우옥영 : 우리는 안전모라 안 하고 화이바라 했지요. 내 몸을 지켜주는 안전모,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 같아요. 다치지 않고 함께할 수 있으니까요.
권화빈 : 도토리 머리 부분을 안전모에 적절히 잘 비유했어요. 시는 이렇게 비유를 잘해야 오래 기억에 남지요. 비유는 시 창작에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밋밋하고 싱거운 시와 그렇지 않은 시의 분수령. 시의 승패를 좌우한다고나 할까!
김미경 : 맞아요. 적절한 비유를 통해서 시의 의미를 더 강화시키고 있어요. 세상의 모든 사물을 눈여겨봐야겠어요.
우병훈 : 시인의 눈이 엄청 날카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발상법이 대단해요. 도토리 머리를 보고 어찌 그리 딱 맞는 비유를 했는지 감탄스럽습니다!
권화빈 : 좋은 안목으로 적절하게 언급하셨습니다. 그간 2권의 동시집 이야기를 나누다가 모두 시인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일동 박장대소)
의상대사 : 저는 「옥수수」라는 시가 눈에 들어왔지요. 지금 절기(여름)와 딱 맞는 시 같아요. 읽어 보겠습니다. (경쾌하게 낭독)
옥수수
수염을 뽑고
껍질 벗겨 보니
가지런한 이빨들
생글생글 웃으며
한 마디 한다
고마워
무지 갑갑했거든.
- 「옥수수」 전문(28쪽)
김미경 : 지금 옥수수가 나올 시기인가요. 서리가 내리고 겨울철 온돌 아랫목에서 옥수수 한 가득 베어 물었던 그 시절이 생각나네요. 외숙모, 외삼촌 함께하면서 사촌들과 같이 베어 물었던 옥수수, 지금도 옥수수 철이 되면 그 생각이 문득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권화빈 : 옥수수 이야기를 꺼내 보니 많은 것들이 떠오릅니다. 강원도 여행을 하다가 길가에 차를 세우고 베어 물던 강원도 찰옥수수는 아직도 내 입속에 맴돌아요. 옥수수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캐나다와 중앙아메리카, 아르헨티나까지 분포되어 있는 대표적인 곡물이라고 볼 수 있어요. 한여름 대표 간식으로도 안성맞춤입니다. 또 옥수수 술로 차도 만드는데 시원하고 독특한 향기와 맛이 나지요.
의상대사 : (잠시 얼굴을 쓰다듬고 난 뒤) 시를 읽다가 갑자기 갑갑해졌어요. 자유로운 삶, 자유에 대한 갈망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 옥수수에서 내 마음이 보입니다. 갑갑한 일상에서 어디로 훌쩍 물 맑고 공기 좋은 시원한 계곡으로 떠나고 싶은.
우옥영 : 이 동시에서도 비유가 발견돼요. 옥수수를 사람에 비유한 것 같아요. 이빨, 생글생글, 고맙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그런 걸 알게 됐어요. 의인법을 써서 적절하고 쉽고 단순하게 잘 표현해 냈어요.
우병훈 : 저도 마찬가지 생각이 들어요. 어린이들이 엄청 쉽게 접근하겠네요. 의미나 리듬, 이미지도 아주 선명하다는 느낌입니다.
권화빈 : 다음엔 누가 소개해 보실까요?
우옥영 : 이번엔 제가 소개해 볼게요. 많은 비유가 눈에 확 띄어요! 읽어 보겠습니다. (천천히 낭독)
홍시
감나무 발전소는 느리다
감 이파리가 태양열 발전을 시작한 지
두 계절이 지나서야 불이 켜진다
감나무에 켜진 알전구들
가을이 환하다
- 「홍시」 전문(30쪽)
김미경 : 「홍시」를 읽으니, 동시 쓰는 게 한편으론 어렵다는 걸 느낍니다. 일상 속의 평범한 이야기로 동시를 쓰고 공감하는 것, 쉬운 언어로 공감을 끌어내는 것이 쉽지 않네요. 그래서 동시를 읽겠죠. 동시 속에 우리 이야기가 숨 쉬고 있으니 말입니다.
일동 : 그래요. 시인이 무언가를 발견해 내는 작업이 아주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발전소, 태양열 발전, 불, 알전구들!
우병훈 : 적재적소에 맞는 비유를 찾아내기 위해 열심히 궁리해야 할 것 같아요.
의상대사 : 시인은 누구보다도 관찰력을 키우는 눈을 가져야 좋은 시가 탄생하겠지요.
권화빈 : 그런 말이 있어요. 한 편의 시를 쓰려면 똑같은 사물을 세 번 정도 들여다봐야 한다고. 그래야 시가 내게 문을 열어 주겠지요. 시인의 생명은 ‘눈’에 있다고 말할 수 있겠어요. 그것도 현미경 같은 ‘퀭하고 밝은 눈’! (일동 크게 손뼉 친다) 다음 차례는 우병훈 님!
우병훈 : 아, 네. (시집을 넘겨 한 편을 낭독한다)
신입사원 모집
꽃밭에 광고가 붙었다
측량 기술자를 모집합니다.!
광고를 보고
자벌레 ,무당벌레, 풍뎅이, 나비가 찾아갔다.
꽃과 꽃 사이를 가장 잘 재는
나비가 뽑혔다.
- 「신입사원 모집」 전문(64쪽)
의상대사 : 동시 「아기 새를 품었으니」에서 가장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시인 것 같습니다. 동시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네요. 현대적인 느낌과 자연을 일치시키는 순간, 무릎을 탁 치게 됩니다. 공감이라는 것은 이런 거겠죠. 내 삶을 이해하고 나를 알게 되는 것, 그 안에서 소소한 느낌들을 찾아내는 것, 그래서 동시 「아기 새를 품었으니」에 감탄을 하게 됩니다.
우병훈 : 신입사원과 자연의 동질감, 진짜 나비가 측량 기술자인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옮겨 다니면서, 꿀을 찾아다니는 나비가 가지는 예민한 오감이 풍부한 감성과 연결되어서 상당히 고무적으로 느껴집니다. 자벌레, 무당벌레, 풍뎅이에게도 무언가 역할을 부여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느껴지네요.
우옥영 : 우리 삶과 연계된 동시인 것 같아요. 이 동시도 아주 재밌게 비유를 시 쓰기에 활용한 것이 눈에 띄어요.
김미경 : 광고, 측량 기술자…… 꽃을 보고 이런 것까지 찾아내다니! 시인의 상상력이 대단해요.
우옥영 : 맞아요. 대단해요 대단해! 나도 언제 저런 동시 한번 써보나! (일동 웃음)
권화빈 : 시인은 창조주와 비견될 만한 사람이지요. - 하늘에는 조물주! 땅에는 창조주! (모두모두 맞다 맞아! 박수치며 크게 웃는다) 벌써 어둠이 짙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제가 동시 한 편을 소개하고 아쉽지만 여기서 대단원의 막을 내려야 할 것 같습니다. (다 함께 낭독)
책
책도 취미생활을 하지
파리채, 고양이 베개, 탑 쌓기, 징검다리 놀이
으라차차! 책장을 넘기는 받침대가 되었어
가장 좋았던 건 클로버 품기
잘 품고 있다가 행복이든 행운이든 나눠주기
- 「책」 전문(76쪽)

우옥영 : 역시! 마무리는 책으로 끝내는군요. 우리 “휴”(영주시 100인 독서클럽)가 지향하는 방향에 맞게 피날레를 장식해서 기분이 좋아요. 집에 돌아가 누우면 엄청 맛있는 잠을 잘 것 같아요.
김미경 : 책의 가치를 우리에게 들려주는 것 같아요. 책이 의미하는 바를 잘 표현해 내었어요.
우병훈 : 배경 그림도 썩 어울리게 잘 그렸네요. 그림도 동시의 내용과 일치해야 시가 더 입체감 있게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생생해요.
의상대사 : 맞아요. 저도 우병훈 님의 의견에 공감합니다. 봄에 관한 동시에 배경 그림으로 수박을 그려 넣으면 안 되지요. 개발에 놋대가리(?)일까요! (일동 큰 웃음)
권화빈 : 우리가 책을 주제로 함께 만나 이야기 나눈 시간들이 엄청 소중했단 말을 하고 싶어요.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으면서 각자 하고 싶은 말을 풀어내는 작업은 두고두고 우리 삶에 역동적인 영향을 미치리라 봐요. 이 동시를 쓴 시인도 그런 말을 우리에게 넌지시 속삭여 주는 것 같아요.
김미경 : 네, 맞아요. 지금 내 두 귀가 쟁쟁거려요. (함께 웃음)
우병훈 : 그래요. 책은 우리에게 행복과 행운을 주는 징검다리라고 확신해요.
우옥영 : 내 삶이 힘들 때 큰 위로를 주는 피로회복제 같은 것!
의상대사 : 그 어떤 영양제보다 나은 영양제 같아요. 인생의 가치와 소중함을 다시 일깨워 주는 나침반이지요.

‘영주시 100인 독서클럽 휴(休)’ 회원들
권화빈 : 모두 의미심장한 말입니다. 이제 슬슬 마무리할 시간이 온 것 같습니다. 모두 돌아가면서 한 마디씩 하고 지금까지 일정에 마침표를 찍어야겠어요. 긴 시간 동시 이야기를 나누면서 동시의 세계를 좀 더 깊이 들여다봤습니다. 아쉬운 마음은 자리를 옮겨 차 한 잔 나누면서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한 분씩 소감을 말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우옥영 : 지금까지 동시집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이제부터는 동시를 자주 접해 친구처럼 가까이하겠습니다. 다시금 동심을 회복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의상대사 : 따뜻한 마음을 나눈 친구 같은 동시를 오늘 이 시간부터 내 손 가까이 두어 읽고 싶을 때 언제든 읽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동시는 분명 우리 삶에서 중요한 삶의 요소라고 마음깊이 새기겠습니다. 앞으로 많은 동시를 읽고 또 주위 사람들에게도 권하겠습니다.
김미경 : 난생처음 동시 맛을 제대로 느꼈습니다. 시어 한 구절 한 구절이 깊은 메아리로 내 귀와 가슴 속으로 쏙쏙 들어와 아직도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동시를 통해 세상을 읽고 나를 읽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오늘도 멈춤 없이 독서운동과 시를 쓰시는 선생님과 함께한 그간의 시간 영원히 새겨 놓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인사)
우병훈 : 한 편의 동시가 주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동시의 깊은 맛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시어 한 자 한 자가 주는 인상은 깊었습니다. 거리감 없이 앞으로 자주 동시를 접하는 시간을 만들겠습니다.
권화빈 : 그간 함께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동시, 똑똑’이라는 주제로 장장 3회에 걸쳐 동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3권의 동시집을 통해 스스럼없이 동시의 문을 두드려 열고 마음껏 동시의 세계를 여행했습니다. 지금까지 170여 편의 동시를 감상하면서 동시의 또 다른 맛과 향을 깊이 톺아보았습니다. 한 편 한 편의 동시가 주는 웅숭깊은 울림은 우리들의 가슴에 두고두고 남아 기억될 것입니다. 끝까지 유종지미 해주셔서 마음깊이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동시 향유층이 나날이 늘어나는 데 여러분도 한몫 해주시기를 기원하고 응원하겠습니다. 그간 함께해서 행복했고 함께해서 기뻤습니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그냥 가기 아쉬워 아늑한 찻집에 들러 뒷이야기를 나누는 휴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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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내가 읽어야 할 책을 바라볼 때보다
내가 읽었던 책을 바라볼 때 더 행복해진다”
- 독서운동가 권화빈
《문장웹진 2021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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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 2026-02-01
[편집위원 기획 – 단 한 권의 책] 거대한 사랑의 기록 - 김명순 창작집 『생명의 과실』 박소란 사진1. 『생명의 과실』 (한성도서주식회사, 1925) 표지 지난 2025년은 『생명의 과실』(한성도서주식회사, 1925)이 출간된 지 꼭 100년이 되는 해였다. 『생명의 과실』은 김명순(金明淳, 1896~1951 추정)이 쓴 한국 여성 작가 최초의 창작집이다. 국내 서지 기록에 등록된 여성 작가 최초의 단행본. 문학사적으로 특기할 만한 것임에 분명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생명의 과실』도 김명순도 오늘날 우리에게는 그리 익숙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때문에 100주년은 터무니없이 고요했다. 별다른 의식이나 언급 없이 우리 문학장은 지난 한 해를 지나치고 말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생전 김명순이 겪어야 했던 갖가지 고난과 핍박을 떠올리게 된다. 혹여 김명순이라는 선구적 예술가를 아직까지도 과거 그늘진 그 자리에 세워 둔 것은 아닐까, 못내 씁쓸한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인터넷으로 조금만 검색을 해 봐도 대략의 사실을 파악할 수 있겠지만, 김명순은 쉽게 소거될 수 없는 이름이다. 1917년 단편소설 「의심의 소녀」가 문예지 『청춘』의 현상 공모에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그는 등단이라는 제도를 거친 한국 문단 최초의 여성 작가다. 1920, 30년대 누구보다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펼친 김명순은 시, 소설, 수필, 희곡, 평론 등 다양한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을 국내에 최초로 소개하고 보들레르의 시를 번역하는 등 외국어에도 능통했다. 피아노를 잘 치고 독일어로 곡을 만들 만큼 음악에도 조예가 깊었다. 또한 신문기자, 영화배우로도 활동할 만큼 다재다능했다. 이처럼 화려한 이력에도 불구하고 어머니가 기생 출신의 ‘첩'이라는 이유로, 성폭력의 피해자라는 이유로, ‘자유연애’를 주창한다는 이유로 온갖 조롱을 받았다. ‘부정한 혈액’ ‘문란한 여자’ 등 모욕적인 꼬리표가 일평생 그를 따라다녔다. 조선과 일본을 오가며 공부와 집필에 힘썼으나 생활고에 시달리는 등 힘겨움이 잇달았고, 결국 1951년경 일본 도쿄의 한 정신병원에서 홀로 생을 마감해야 했다. 김명순은 생전 시, 소설, 수필, 희곡(각본) 등을 한데 묶은 두 권의 창작집을 냈다. 『생명의 과실』과 『애인의 선물』(회동서관, 1929 추정)이 그것이다. (세 번째 창작집을 준비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과적으로 불발되었으며, 때문에 창작집에 수록되지 않은 작품도 상당하다.) 이 중 『생명의 과실』은, 앞서 언급한 대로 한국 여성 작가 최초의 단행본으로 그 의미가 각별하다. 1 『생명의 과실』에는 등단작 「의심의 소녀」를 포함해 소설 2편, 시 24편, 수필(목차에는 ‘감상(感想)’이라 표기되어 있다) 4편이 수록되었다. 소설 「돌아다볼 때」나 시 「유언」, 「저주」, 「탄실의 초몽」, 「유리관 속에
- 관리자
- 2026-02-01
[편집위원 기획 – 단 한 권의 책] 100년 전 멋진 신혼여행의 기억 -염상섭의 『해바라기』와 나혜석의 결혼 전후 박진영 노처녀 결혼 풍경 신부 나이 스물넷이면 노처녀인 시절이었다. 서른넷의 신랑이라고 첫혼인일 리 없었다. 암만해도 결혼식을 버젓하게 치러야 했다. 둘 다 유명 인사다 보니 결혼 소식이야 진작에 왁자그르르 퍼졌고, 신문에 신랑 신부 사진까지 실렸건만 그래도 아쉬웠다. 내친김에 결혼 기사 아래 청첩장을 내기로 했다. “저희는 목사 김필수 씨의 지도를 받자와 4월 10일 토요일 오후 3시에 정동 예배당에서 결혼식을 거행하옵나이다. 이날에 귀댁 왕림의 광영 주심을 엎드려 빕니다. 경신년(1920) 4월 3일, 김우영 · 나혜석.” 신문에 청첩장을 광고한다고 발칙한 일은 아니다. 대체 뉘 집 아들딸인지 이름이 없는 게 문제다. 100년이나 지난 오늘날에도 청첩장은 신랑 신부가 아니라 부모 이름으로 보내고 있지 않은가? 무릇 결혼이란 당사자들의 일이기에 앞서 엄연히 집안 대사인 까닭이다. 요즘에야 신랑 신부가 나란히 팔짱 끼고 걸어 들어가는 일도 흔하다지만 여태 청첩장 문화는 그대로 아닌가? 이만한 기세라면 혈기 넘치는 청년들이야 박수 칠 법하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못마땅하다 못해 한심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둘 다 웬만한 정도가 아니라 내로라하는 집안 자식들이었다. 그나마 넷째, 다섯째 자식이라서 불행 중 다행이지만 대체 무슨 남부끄러운 짓이란 말인가? 시아버지는 기어코 폐백을 물리치고 술잔이나 기울이러 나갔다. 하기야 목사 주례에 답사랍시고 감히 신부가 한마디 아니라 일장 연설을 떠든 예식이었으니 결혼식이고 피로연이고 애당초 안 들어선 게 차라리 나은 지경이었다. 그뿐이 아니다. 신랑 신부는 이튿날 식전 댓바람부터 양가에 차례로 들이닥쳐서는 신혼여행 떠난답시고 들썩여 놓고는 훌쩍 기차를 탔다. 신부는 두 주일쯤 예정이라고만 무지르고는 어디로 가는지 신랑에게도 도통 알려 주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잡아끌다시피 했다. 이쯤 되고 보면 아무래도 웬만한 신혼여행이 될 리 만무했다. 신랑은 교토제국대학 출신의 변호사 김우영, 신부는 진명여학교 최우등 졸업생이자 도쿄여자미술전문학교 출신의 화가 나혜석이다. 사진1. 나혜석 결혼사진 (1920) 출처: 수원시립미술관 남도 신혼여행 사달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대전에서 잠시 여관에 들렀다가 호남선으로 갈아탄 신혼부부는 한밤중에 목포에 도착했다. 열 시간 넘게 걸린 곤한 여정이었다. 그런데 인력거 잡아타고 곧장 여관에 들어서서는 하녀 이름부터 대는 신부가 영 수상쩍다. 초행길이 아니었던 셈이다. 신부는 3년 전 그 여관 2층에서의 하룻밤을 홀로 추억했고, 영문 모르는 신랑은 얼추 짐작이 나섰지만 섣불리 입을 열 계제가 아니었다. 아직 신혼 둘째 날 밤이었으니. 부산 유곽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하녀와의 사연인즉 대수로울 것도 없었다. 신부는 3년 전 도쿄에서 다니던 학교를 빼먹고 홀로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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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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