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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웹진》 2022년 기획 연속좌담 ‘읽는 사람’ 1차 : 작은 서점에 모이다

  • 작성일 2022-07-01
  • 조회수 1,224

[연속좌담]

 

 

《문장 웹진》 2022년 기획 연속 좌담 ‘읽는 사람’
1차 ‘작은 서점에 모이다’

 

 

 

 

ㅇ 회의명 : 《문장 웹진》 2022년 기획 연속 좌담 ‘읽는 사람’ - 1차
   - 소주제 : 작은 서점에 모이다


ㅇ 참여자 :
   - 유진목(사회자/시인, 부산, 서점 ‘손목서가’ 운영)
   - 박경애(서울, 서점 ‘자상한 시간’ 운영)
   - 박진숙(천안, 서점 ‘가문비나무아래’ 운영)
   - 정선원(관악중앙도서관 서울, 사서)
   - 최한숙(원주, 틔움책방 책방지기)


   - 작은 서점을 여는 일
   - 작은 서점을 지속하는 일
   - 작은 서점을 도약하는 일
 

 

 

 

작은 서점을 여는 일

 

유진목 : 반갑습니다. 저는 부산에서 ‘손목서가’를 운영하고, 글을 쓰고 있는 유진목이라고 합니다. 돌아가면서 소개 한번 해주실까요?

 

박경애 : 저는 서울대입구역 근처에서 커뮤니티 서점을 운영하는 ‘자상한 시간’ 자상지기 박경애입니다. 반갑습니다.

 

정선원 : 저는 여기에서 유일한 이방인 같은데요. 서울시 관악구에 위치한 관악문화재단 ‘관악중앙도서관’ 사서이고 서점에 관심이 많은 정선원입니다.

 

최한숙 : 안녕하세요. 저는 시골 같은 강원도 원주에서 왔습니다. 저희 책방은 특이하게 주인이 없고 성공회 나눔의 집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표님은 성공회 신부님입니다. 북카페 형태로 신부님을 비롯해 5명의 봉사자들이 요일을 정해 돌아가며 운영하고 있습니다. ‘틔움 북카페’ 책방지기 최한숙입니다. 반갑습니다.

 

박진숙 : 천안의 ‘가문비나무아래’, 지역 내에서는 ‘가문비’라고 줄여 부르기도 하고요. 2020년 3월에 시작해 삼 년째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책방지기 박진숙입니다.

 

유진목 : 이름들이 다 좋네요. 보통 오시면 손님들께서 이름을 어떻게 지었느냐고 여쭤 보시지 않나요? 어떻게 짓게 되셨나요?

 

박진숙 : 책방을 만들 때 나무에게 미안하지 않은 책을 권하고 싶었어요. 나무의 살과 사람의 삶이 만나 이루어진 것이 책이라, 책방 이름에 나무를 넣고 싶었는데 악기도 만들고 종이를 만들기도 하는 상록침엽수 가문비나무가 떠올랐습니다. 꽃말이 정직과 성실인 것도 맘에 들었고요. 책 자체가 하나의 숲이기도 하고, 책을 읽는 독자가 모이면 그만한 숲이 없잖아요. 그런 의미를 담아 지었습니다.

 

유진목 : 좋은 이름이네요. 저희도 항상 질문을 받거든요. 저와 함께 운영하는 남편의 이름 한 글자씩을 따서 지은 이름이에요. 그러다 보니 뭔가 더 거창한 뜻을 기대했다가 실망하는 분들도 계셨는데, 너무 멋진 이름을 지으신 것 같습니다. 다른 책방은 어떻게 지어진 이름인가요?

 

최한숙 : 저희 북카페는 원주에서는 최초로 2018년에 시작한 책방인데요. ‘틔우다’가 어원으로 명사형 ‘틔움’이라 지었다고 들었습니다. 싹을 틔우다, 그런 의미에서요.

 

유진목 : ‘자상한 시간’은 어떻게 짓게 된 이름인가요?

 

박경애 : 제가 한참 이병률 시인님의 시에 빠져 있을 때 이병률 시인님의 시 중 「자상한 시간」이라는 시가 있어요. 제가 그 시를 참 좋아하기도 하고, ‘자상한 시간’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느낌도 좋아서 언젠가 제가 브랜드를 만들게 되면 이 이름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러다 책방을 하게 되어서 망설임 없이 썼고, 이병률 시인님의 북토크에 가서도 그 얘기를 했어요.

 

유진목 : 시인님이 반가워하셨겠네요.

 

박경애 : 별 반응이 없으시더라고요. 좋아하셨던 것 같기도 하고, 모르겠어요.

 

유진목 : 제가 어렸을 때 되고 싶었던 것 중 도서관 사서가 있었거든요. 지금 가장 비슷하게 생각할 수 있는 게 서점 주인이 아닌가 싶어서 서점을 열게 되었는데요. 꿈의 직업을 가지고 계신 선생님께도 차차 질문을 여쭤 보겠습니다. 아무래도 도서관에 계시다 보면 자주 오는 분들의 얼굴을 익히게 될 것 같아요. 가끔 오는 분들도 계시지만, 자주 오셔서 신간을 빌려 간다거나 신청하는 분들도 계실 것 같고요. 저희 서점지기들과 그다지 다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방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일단 준비한 내용을 토대로 이야기를 이어 가겠습니다. 일단 도서관에서는 그럴 걱정이 없을 것 같은데, 서점을 열 때는 손님이 하나도 오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이 가장 클 것 같아요. 지금 저도 서점을 연 지 4년 정도 됐지만, 책을 입고할 때 이 책이 안 팔리면 어떡하지 하면서 두 권을 들일지, 세 권을 들일지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어떤 책은 금방 팔려버려서 찾는 손님이 못 가져가기도 하고요. 이런 조절할 수 없는 일들의 반복 속에서 지내게 되는 것 같은데, 어떤지 궁금합니다.

 

박경애 : 큐레이션이 제일 고민이거든요. 책방을 운영한 지 사 년 차인데도 고민이 너무 많더라고요. 책방을 막 오픈했을 때는 어쩔 수 없이 제 취향의 책들을 가져다 놓았어요. 그런데 책이 잘 안 팔리니까 너무 대중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떤 손님들은 책이 좀 어렵다고 하기도 하셨고요. 문학, 소설이 많다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해서 나중에는 베스트셀러를 가져다 놓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저희 책방에서는 베스트셀러가 또 안 나가더라고요. 이 접점을 찾기가 너무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요. 큐레이션은 저에게 가장 어려운 문제이고, 여전히 고민이 많습니다.

 

유진목 : 선생님은 어떠신가요?

 

최한숙 : 저는 북카페 틔움 이곳에서 봉사 활동한 지가 얼마 안 돼요. 코로나19가 시작되고 나서야 활동하기 시작했거든요. 저희는 월, 화, 수, 목, 고정된 날짜에 따라 책방지기가 따로 있어요. 우린 요일 어사라 부르고 있습니다. 보통 일하는 날 책방지기 지인들이 많이 오는 편입니다. 지인들이 방문했을 때 음료는 기본이고 책을 권하는 경우도 있고 정기적 북콘서트를 통해 책판매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봉사자들이 사회활동 영역이 다양해 어떻게 보면 장점일 수도 있겠더라고요. 이익금이 청소년을 위한 지원금이나 기부금으로 쓰이니까요. 사주는 손님이 많아요.

 

유진목 : 지역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 같아요.

 

최한숙 : 대관도 많이 해요. 봉사자들의 활동 영역이 종교, 정치, 교육 등 다양하다 보니 북카페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다양해요. 대관으로도 인지도가 좀 있습니다.

 

유진목 : 그렇게 오셨다가 책을 보고 구매하시는 건가요?

 

최한숙 : 그래도 열심히 설명해야죠. 이 책을 왜 팔아야 하는지, 이익금의 사용처는 어디인지 등을 설명하다 보면 사는 분도 있어요. 저희 북카페 바로 위에 법원이 있었는데, 법원이 이전하면서 변호사 하던 많은 분들도 이전하셨는데 그중 훌륭하신 분이 북카페 공간을 무상으로 활용해 좋은 곳에 써달라고 하셨습니다. 임대료 없이 카페도 함께 운영하니 저희가 활동하기에 좀 낫죠. 부담이 적으니 아름답게 잘 운영하고 있어요.

 

유진목 : 부럽습니다. 선생님은 어떠신가요?

 

박진숙 : 저희 책방을 처음 열 때 모토는 ‘청소년을 위한 책방’이었어요. 부산의 ‘인디고 서원’을 처음 알았을 때부터 그와 같은 서점을 열고 싶었는데요. 저희가 책방을 연 곳이 학원 밀집지역이라 학생들이 많지만, 청소년들이 책을 볼 시간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은 거의 장년들을 위한 책방이 되었습니다. 처음 책방을 열 때 제 지인들에게 책을 추천받았어요. 누군가가 이런 이유로 권하는 책이라고 하면 많이 구매하는 것 같아요. 책을 들여올 때는 팔릴 걸 생각하지 않고 저희가 좋아하는 책을 가져다 놓습니다. 주로 주문한 책에서 매출이 발생하는데요, 임대료도 비싼 곳에서 책방이 망해선 안 된다며 지역에서 책을 많이 주문해서 구매해 주십니다.

 

박경애 : 저희도 작은 책방이다 보니 대형 책방처럼 책을 다양하게 많이 가져다 놓을 수 없는 형편이라 책방 오셔서 서가를 둘러보고 책을 사가는 분들도 많지만 주로 단골손님들이 예약 구매를 많이 해주는 편입니다. 예약했던 책 찾으러 왔다가 서가 둘러보고 또 책을 사가기도 하고요.

 

유진목 : SNS가 주로 서점을 홍보할 수 있는 창구가 되잖아요. 신간을 홍보할 수 있기도 하고요. 저 같은 경우 그것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입고되는 신간, 구간을 규정하지 않고 서점에 입고되는 책들을 SNS에 올려서 이 책이 필요하신 분들이 책방에 찾아오게끔 할 것인가 굉장히 많이 고민했어요. 지금도 고민 중이긴 한데, 결론적으로 SNS에 책으로는 홍보를 일절 하고 있지 않아요. 어떤 책이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그 책이 들어왔다고 사진을 찍어 올리지 않게 되더라고요. 그 이유가 저희 같은 경우 신간 위주로 책을 들여오는 게 아니라, 구간을 탐험하듯 여기저기 찾아보고 현재 인터넷에 많이 노출되지 않은 책을 들여오거든요.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서 신간 목록을 보다가 알게 되거나, 편집장의 추천 등으로 노출되는 책들이 있잖아요. 그런 플랫폼을 통해서는 전혀 찾을 수 없는 책들을 가져오다 보니 아까운 거예요. 내가 어렵게 찾아낸 책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싶지 않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일부러 오프라인으로 찾아와 주는 분들이 이 책을 발견하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어요. 서점 계정이 있긴 한데, 거의 업로드를 안 하는 계정이 되어서 열심히 홍보할 수 있는 지점이 책 말고 뭐가 있을까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도서관에서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정선원 : 서점과 관련된 역할 말씀이시겠죠? 도서관에서 예산을 책정할 때 인건비 외에 가장 비중이 높은 게 도서 구입비입니다. 도서정가제 전에는 입찰공고를 올렸고 총판이 입찰하러 들어오면 책에 기준을 두기보다는, 최저단가가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도서정가제 이후 가격 경쟁 기준이 사라졌고, 서울시의 경우 지역서점에서 구매할 경우 평가할 때 가산점이 붙어요. 그래서 지역서점에서 구매하게 되었죠. 일반 서적을 판매하던 서점과 달리 요즘 독립서점이라고 이야기하는 서점들은 영리를 추구하는 것과 멀기 때문에 관공서에서 해야 할 서류 처리가 어려워 처음부터 독립서점들과 거래하는 게 쉽지는 않았어요. 독립서점 사장님들은 색깔이 다 다르세요. 페미니즘, 환경, 아예 돈벌이에는 관심이 없으신 분들도 계시고요. 여닫는 시간이 정해지지 않은 독립서점도 많았기 때문에 거래하는 것도 힘들었고요. 그런데 코로나19가 직격탄이 된 것 같아요. 기존에 저희와 사업을 하던 기관들과 얼굴을 보고 이야기할 수 없게 되니 저희가 독립서점에 눈을 뜨게 된 거예요. 때마침 정부에서도 협치, 거버넌스, 네트워크를 권장했고요. 저희와 가깝게 거래할 수 있는 곳을 찾았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곳이 동네 서점, 독립서점이었던 거예요. 그래서 독립서점 투어도 하고, 독립서점 축제도 열면서 시작을 하게 됐죠.

 

유진목 : 도서관에서 주관한 축제인가요?

 

정선원 : 축제지원팀에서 했어요. 도서관도 문화재단 안에 속해 있고, 특히 축제지원팀 팀장님께서 사서 출신이셨던 거예요. 사서이다 보니 기본적으로 관심이 있으셨고, 축제지원팀에 가셔서 축제를 잘 하는 문화 기획을 전공한 사원들과 협업하여 축제를 열어주신 거죠. 저희 같은 경우 올해는 ‘동네서점 바로 대출제’라고 서울시에서는 최초로 관악구가 했는데요. 기존 참여 서점에 독립서점 두 곳을 추가해 같이 운영할 수 있게끔 했어요. 저희에게는 새롭고 신선한 고객이라고 할까요. 문화기획자 역량을 지닌 독립서점 사장님들이 좋았어요. 작가님들과 강연 기획을 하게 될 때도 코로나19로 인해 도서관에 출입할 수 없었을 때, 연계된 독립서점과 함께 할 수 있었어요. 보통 작가님들은 도서관과 책방을 정말 좋아하시더라고요. 도서관 밖의 공간에서 또 다른 소비층을 만날 수 있게 됐고, 더 열심히 협력할 수 있는 기관이 되도록 일하고 있습니다.

 

유진목 : 코로나19가 오히려 다른 방향으로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계기가 된 거네요.

 

정선원 : 특히 젊은 층을 많이 만나는 기회였어요. 도서관에는 엄마와 아기,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 많이 계세요. 그 중간이 텅 비어 있는 거예요. 그런데 그 중간층이 책에 관심이 많으세요. 저희 지역 도서관의 경우 지하철역에서 앱으로 신청을 통해 출근하면서 책을 대출할 수 있어요. 굳이 도서관을 거치지 않아도 책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중간층 사람들을 도서관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적어졌어요. 관악구가 청년의 비율이 높거든요. 청년을 대상으로 사업을 해야 하는데 청년을 만날 수 없는 거예요. 그런데 독립서점에 가니 청년을 만날 수 있더라고요. 새로운 계층을 만나는 계기가 되었어요.

 

유진목 : 저희는 코로나19 이전에 스무 분에서 스물다섯 분 정도를 정원으로 북토크를 하거나 저자들을 초청해서 낭독회를 하는 행사를 많이 했는데,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행사들이 전면 중단됐거든요. 저희는 오히려 독자들을 만나게 된 게 꿈같은 거예요. 언제였지 싶은 거예요. 오픈하고 1년 반 정도 지나고 코로나19로 행사를 열 수 없게 됐거든요. 꿈같이 좋았던 시절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때는 모객이 시스템화 되어 있지 않아 일일이 메시지를 확인해야 해서 다시는 내가 이걸 하나 봐라, 하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다시 하면 사람이 아니다 생각하면서 낭독회나 북토크 준비를 하고, 모객을 해서 스물다섯 분을 받는 데도 연락처를 확인하거나, 환불하면 빈 좌석이 올라왔으니 공지하고 하는 것들이 힘든 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못 하다 보니 그걸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런데 정선원 선생님은 오히려 코로나19로 밖으로 나가게 되었네요.

 

정선원 : 사서라는 직업이 참 편해 보이잖아요. 열 분을 만나면 그중 아홉 분은 편하겠다는 말을 하는데요. 원래도 힘들었는데 더 힘들어졌죠.


 

작은 서점을 지속하는 일

 

유진목 : 작은 책방을 운영하는 분들이 계셔서 하는 말이지만, 책이라는 것이 팔아서 많은 이윤을 남기는 것이 아니잖아요. 하루에 수십 권의 책을 매일 판다고 해도 공간 임대료를 지탱하는 것조차 어려운 일인데 어쨌든 그것을 이겨내고 수년에 거쳐 서점을 하고 있다는 것이 새삼스레 신기하네요.

 

최한숙 : 올해 원주에서 대한민국 독서 대전이 열려요. 주최 측에서 원주의 작은 책방들에게 3월부터 10월까지 돌아가며 북토크, 강연, 공연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줬어요. 책방들이 주제를 가지고 한 달에 두 번, 책방지기 선생님들의 마음대로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저희는 10월에 하기로 했어요. 저희 책방은 코로나19에도 대면 비대면 함께 작가와의 대화 시간을 가졌습니다. 6월에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대면 20명, 비대면으로 이루어질 것 같아요. 봉사자들이 계획해도 체계화되어 북콘서트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하더라고요. 주로 인근 대학 교수님을 초청해 행사를 했고 6월 8일에도 지인을 통한 계획 섭외로 의학박사님을 모시고 북토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봉사자들이 많다 보니 섭외와 북토크 추진이 쉬워 크게 어려움이 있는 것 같지 않더라고요. 어떤 면에서는 책방에 찾아오는 분들의 계층이 다양하다는 게 장점인 것 같아요. 사람을 어떻게 끌어들이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유진목 : 그걸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가 막막한데, 저 같은 경우 책에 대한 정보는 SNS에 올리지 않지만 SNS를 통해 북토크나 낭독회 모집을 하거든요. SNS가 없다면 알릴 수 있는 수단이 사실상 없죠. 처음에는 아무도 안 올까 봐 동네에 전단지라도 붙이고 다닐까 생각했는데 SNS를 통해 인원 모집을 해보고 첫 신청자가 들어왔을 때 환호성을 질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정작 다시 하게 되면 내가 이걸 하나 봐라 하지만, 어쨌든 그런 시간이 빨리 오면 좋겠습니다. 저희 서점이 열 평 정도 되거든요. 예전에는 가득 앉으면 스무 분, 서 계시면 스물다섯 분까지도 받았는데, 지금은 거리두기로 예닐곱 분밖에 앉을 수 없어요. 전혀 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죠. 다른 서점들도 평소에 북토크 등을 통해 독자들과 직접 만나는 계기를 가졌나요?

 

박진숙 : 저희는 코로나19 최전선에서도 했습니다. 인원 조정을 했고요. 2020년 3월에 책방을 열고, 6월에 처음으로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의 저자와의 만남을 가졌어요. 아주 심각할 때를 제외하곤 한 달에 한두 번씩 열었던 것 같아요. 정말 모객이 어려웠는데요. 계속 전화하고, 지인이나 SNS를 통해 알리기도 하고요. 그런데 확실히 지원 사업으로 진행하면 모객을 덜 신경 쓰게 되고 참여도도 좀 낮아지는 게 사실입니다.

 

유진목 : 노쇼(No-Show)라고 하잖아요. 저희도 한 번은 무료 행사를 열었거든요. 신청을 엄청 많이 하셨는데, 신청자의 절반 정도 오신 것 같아요. 확실히 책임감이 따르는 무언가가 주어지는 게 참여도가 높은 것 같아요. 선생님도 행사를 진행하신 적이 있나요?

 

박경애 : 저희도 한 달에 한 번씩 북토크를 꾸준히 했어요. 북토크뿐만 아니라 독서 모임, 글쓰기 모임, 정회원 제도 등 저희는 책을 매개로 하는 다양한 커뮤니티를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사실 책만 팔아서는 운영이 쉽지 않아서 책을 매개로 하는 다양한 커뮤니티를 많이 하고 있어요. 특히 독서 모임이나 북토크 같은 행사는 정기적으로 하려고 합니다.

 

유진목 : 그럼 거의 매주 독서 모임을 여나요?

 

박경애 : 네, 목요일에 주로 독서 모임이 있는데요. 독서 모임은 꾸준히 오는 분들이 많아요. 매달 첫째 주 목요일에는 ‘고전 함께 읽기’를 하고요, 매달 둘째, 넷째 주 목요일에는 장기 독서프로젝트! ‘자장자장’이라는 독서 모임이 있어요. ‘자장자장’은 문학 시리즈 읽기 모임인데요. 그동안 『토지』, 『태백산맥』,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같은 시리즈물, 혼자 읽기 버거운 책들을 함께 읽는 모임이에요.

 

유진목 : 그 모임에 참여하면 독파를 할 수 있겠네요.

 

박경애 : 맞아요. 완독했다는 것 자체를 뿌듯해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같이하니까 어찌 되었건 읽는다는 느낌으로 참여하십니다. 그런데 미리 책을 읽어오는 게 버거우신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그렇게 미리 읽는 게 어려우신 분들은 자발적 강제 책읽기 모임! ‘아무튼 읽어봅시다’ 독서 모임에 오세요. 독서실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자유롭게 읽고 싶은 책을 각자 읽고, 모임 끝나기 전에 잠깐 모여 어떤 책을 읽었는지 공유하는 모임이에요.

 

유진목 : 그 시간에 각자 책을 읽는군요.

 

박경애 : 네, 모여서 어떤 책을 읽었는지 짧게 이야기를 나눕니다.

 

유진목 : 모든 걸 선생님께서 직접 관리하시나요?

 

박경애 : 저와 남편이 함께하고 있는데요. 말씀드렸던 각자 책을 읽는 ‘아무튼 읽어봅시다’는 남편이 하고 다른 독서 모임은 제가 하고 있어요. 다양한 형태의 독서 모임이나 책을 통한 커뮤니티를 만들려 하고 있어요. 그냥 책을 사려고 오는 분들은 한정적인 데다 저희 책방의 위치가 주택가 골목이어서 모르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주변에서 오는 분들도 그리 많지 않은 편이라 책을 통해 할 수 있는 것들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북토크도 한 달에 한 번씩 하고 있어요. 5월에도 했고요.

 

유진목 : 만나서 각자 가만히 책을 읽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아요. 책을 읽고 와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에 책을 읽고 약간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요. 저는 죽기 전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는 것이 목표예요.

 

박경애 : 10권까지 출판되어 있어서 저희는 10권까지 읽었습니다.

 

유진목 : 그러면 선생님께서도 읽으셨나요?

 

박경애 : 네, 제가 진행했으니까 읽었습니다.

 

최한숙 : 골목에 있다고 하는데 도서관 역할을 하네요. 작지만 큰 도서관이네요.

 

유진목 : 저도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말없이 책을 읽고, 끝나기 전에 적은 시간일지라도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헤어지는. 그렇게 하면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박경애 : 저희 남편이 읽는 속도가 느리고, 읽고 와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을 부담스러워하더라고요. 본인은 와서 각자 읽고, 읽는 만큼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을 하고 싶다고 해서 만든 거예요. 그전에 ‘온종일 북 데이’라고 해서 쉬는 날 하루 동안 도서관처럼 이용할 수 있는 날을 정했어요. 와서 책만 읽고 아무것도 하지 않기. 각자 자리에 앉아 책을 읽어요. 저희가 음료도 주고, 샌드위치도 주어요. 대여섯 시간 정도 온종일 책만 읽는 날이죠. 예약자 한에서 그렇게 운영했어요.

 

유진목 : 어느 정도 운영하셨어요?

 

박경애 : 한 달에 한 번 했는데, 코로나19 이후로 없어지고 ‘아무튼 읽어봅시다’로 변형되었어요.

 

최한숙 : 책방에 공간이 나누어져 있나요?

 

박경애 : 20평 정도의 규모인데, 칸막이 같은 것으로 서가와 커뮤니티 공간을 나누어 놓았어요. 서가 쪽에서는 책을 보고, 커뮤니티 공간과 분리된 거죠.

 

유진목 : 내가 원하는 책과 만나 보지 못한 책을 발견하는 좋은 시간이 되어서 도서관을 정말 좋아했어요. 그런데 제가 제주도에 살게 되면서 도서관이 너무 먼 거리에 있게 된 거예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어려운 외진 곳에 살았거든요. 그때 도서관 금단 현상을 심하게 겪었고, 서점과 도서관의 중요성을 크게 느꼈어요. 서울에 살 때는 인터넷으로 책을 사본 적이 없었어요. 제가 2016년부터 2년간 제주도에 살았는데, 처음으로 제주도에서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너무 이상하더라고요. 실물 책을 보고 고르다가 이제는 플랫폼이 띄워 주는 책이 아니면 볼 수 없게 된 거예요. 힘들어하다가 직접 부산에 서점을 열게 되었어요. 저희 서점은 관광지 근처에 있는데 부산 영도의 ‘흰여울마을’ 근처예요. 제가 질문지를 준비하면서 편의상 원거리 독자, 근거리 독자라는 표현을 썼는데요. 저희는 근거리 독자보다 원거리 독자가 더 많은 거예요. 한번 오셨다가 부산에 오더라도 일부러 찾아오지 않는다면 들르기 쉽지 않은 곳에 있죠. 지역 주민들은 오시기 힘들대요. 관광객들로 북적이다 보니 실제로 근거리에 거주하는 분들은 사람이 많을까 봐 그런 거죠. 저는 이 동네에 서점이 없으니 저처럼 책에 목말라 있는 사람들이 와서 책을 살펴보고, 골라서 사가고, 주문하고, 책을 추천하는 일을 생각했는데요. 실상은 관광객들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찾는 거예요. 여행하는 동안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얇고 작은 책. 제가 갖다 둔 책들은 거의 벽돌 같은 책들이거든요. 베스트셀러나 여행 서적을 가져다 둘지 많이 고민했어요. 지금은 어쨌든 고집을 피워서 제 큐레이션을 지키다 보니 오는 분들이 그 큐레이션에 맞추어 책을 사가세요. 여기에는 그런 책들이 있다더라 하는 얘기를 듣고 오는 것 같더라고요. 지금은 별다른 걱정 없이 두꺼운 책도 두는데, 예전에는 절대 팔리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꽂아 두었거든요. 한두 권씩 팔리니까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이 책을 두어도 사람들이 찾겠구나. 저는 맑스-엥겔스 전집을 참 좋아해요. 안 팔릴 줄 알았는데, 여행 오신 분이 서울의 서점, 도서관에서는 덤덤하게 지나갔다가 부산에 와서 보니 참 반갑다며 사가셨어요. 그다음부터는 들여놓지 말까 고민했는데, 또 사가는 분이 계시더라고요. 책이라는 것은 사실상 눈에 보이고, 직접 마주하면 그것과 인연이 되어 그 사람과 함께 떠나가는 신기한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최한숙 : 선생님이 독자층 분석을 잘하셨네요. 관광지에 있으면서 손님들이 뭘 원하시는지 잘 캐치하셨네요.

 

유진목 : 저는 안 팔릴 것을 생각했는데, 오히려 역으로 특이하다고 생각해서 가져가거나, 책들이 두꺼우니까 택배 발송을 원하는 경우도 있어요. 거의 부산 이외에 거주하는 분들이더라고요. 그런 분들이 나중에 돌아가서 다시 주문을 주는 것 같아요. 서점에 혹시 또 이런 특이한 책 없나요? 같은 메시지가 오면, 소통을 통해 택배 발송을 해드려요. 이러다 보니 점점 무슨 책이 들어왔다고 선전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오는 분들에게만 무슨 책이 있는지 알려드려야지 하는 고약한 심보가 생기더라고요. 직접 오는 분들과 소통하고 싶은 생각이죠. 그게 인터넷 서점과 오프라인 서점의 가장 큰 차이이고, 많은 책을 둘 수 없는 한정된 공간의 역할을 충실하게 행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고요. 지금 가장 큰 바람은 근거리 독자와 커뮤니티를 형성해서 주기적으로 소통해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예전에는 북토크를 하면 북토크를 위해 겸사겸사 여행 삼아 오는 분들이 많으셨어요. 서울에서 오시고, 대구에서 오시고, 울산에서 오시더라고요. 제가 지금 가장 크게 원하는 것은 근거리 독자와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입니다.

 

박경애 : 저희에게는 새로운 독자를 유입하는 게 큰 고민이거든요. 몇 년째 의리로 오는 분들은 계속 찾아 주시는데, 새로운 독자층을 만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는데 쉽지 않아요.

 

박진숙 : 저희가 예전에 박남준 시인을 모셔서 북토크를 연 적이 있는데요. 그때 박남준 시인을 좋아하는 팬께서 세종에서 오셨어요. 그게 인연이 되어 다른 북토크에도 참여해 주셨는데요. 바느질하는 분이셨거든요. 그게 인연이 되어 저희 책방에서 전시회를 하게 되었어요. 바느질 작품 전시회를 하니까 그걸 보러 책방에 오는 분들도 계시는 거예요. 그게 아주 성공적인 사례인지는 모르겠으나, 책방 공간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니까 새로운 독자층이 생기기는 한 것 같아요. 독서 모임에 참여하셨다가 책방이라는 곳에서 책과 사람을 만나는 것이 삶을 고양한다는 걸 알게 되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점점 책의 세계로 들어오는 분들이죠. 들어오실 때는 ‘저는 책 안 읽어요’ 하고 들어오셨는데, 독서 모임에서 성장하는 게 보여서 그 점이 굉장히 고무적이었어요. 저의 문제의식은 어떻게 독자를 발굴할 것인가 같아요. 처음 책방 열었을 때 상가 이웃들에게 책방 개업 인사를 했을 때 가장 가슴 아팠던 이야기가 ‘저 책 안 읽어요’였어요. 마치 ‘저 담배 안 피워요’라고 말씀하시는 것처럼 책을 안 읽는다는 걸 당당하게 말씀하시는 문화가 안타까웠습니다. 지금은 주로 책을 읽는 분들이 단골손님인데, 책 안 읽는 분들에게 책 읽기의 기쁨을 체험하게 하는 게 과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독서 모임이나 북토크에 오셔서 책방이라는 곳을 알게 되고, 서서히 물들어 가는 게 보이더라고요. 인근 학교의 동아리 학생들이 선생님과 함께 책방에 온 적이 있었어요. 교장 선생님께 지원을 받아서 책도 사주시고 한두 시간 책을 읽고, 나눔을 하시더라고요. 아이들이 좋아하니까 아예 교장 선생님께 제안해 정기적인 프로그램으로 만드셨더라고요. 몇몇 지역에서는 학생들에게 작은 책방 이용권을 주는 사업도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유진목 : 어떤 일을 겪었을 때 역으로 그것을 제안해서 지속적으로 이어 나가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저희 서점에도 학생들이 선생님을 따라 들어왔고, 선생님이 이십 분 동안 책을 한 권씩 고르라고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선생님께 여쭤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이들이 책을 고르고, 뭘 골랐는지 이야기하고, 다 읽으면 바꿔 보자고 하는 걸 들었거든요. 선생님이 결제를 하고 가셨고요. 저도 좀 더 적극적으로 선생님께 여쭤 보고, 정기적으로 이어 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다음에 그런 기회가 생기면 적극적으로 제안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저희가 하는 고민들은 비슷한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새로운 독자를 유입시킬 것인가, 어떻게 지금까지 만나 온 독자들과 지속해서 만나 갈 수 있는가. 하나를 계속할 수는 없거든요. 변화를 줘야 하잖아요. 작은 책방지기들은 기획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형태여서 자연스럽게 공간이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새로운 독자들을 만나기 위해서 정기 발송이라는 것을 시작했어요. 신청하면 매달 첫 주에 세 권 이상의 책을 보내 드리는데, 어떤 취향인지 이야기를 듣고 1.5배수에서 2배수 범위 내의 책을 추천해 드려요. 개인 큐레이션을 통해 책을 보내 드리는 거예요. 한 달의 첫 주는 거의 없다고 생각하고 살아요. 제가 책을 읽어야 추천해 드릴 수 있잖아요. 신간은 다른 데서도 추천하고 있기에 신간이 아닌 책들을 찾아내서 독자들께 추천해 드려야 하는데, 전부 원하는 분야가 달라요. 요리, 범죄 추리 소설, 인문학, 철학, 에세이, 소설 등 저는 다 읽어야 하죠. 제가 요리 분야는 추천을 하다가 한계가 와서 못 하겠다고 솔직히 말씀을 드린 적이 있어요. 범죄 추리 소설 같은 경우는 제가 워낙 좋아하는 분야여서 얼굴을 한 번도 뵌 적 없지만 내적으로 친밀감이 쌓이더라고요. 제가 이걸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다고, 처음에는 찬사를 보내다가 점점 친해지면서 ‘선생님, 이거 정말 죽입니다. 장난 아니에요’라고까지 소통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어요. 하지만 말씀드린 것처럼 첫 주는 거의 없는 것처럼 살아야 해요. 게다가 저희 서점에서 가장 가까운 우체국이 1.5km 떨어져 책을 모두 들고 가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지금으로서 저희 서점에서 가장 독자와 밀접하게 소통하고 있는 건 정기 발송입니다. 저도 오프라인에서 정기 모임을 열고 싶다는 생각이 이번 대화를 통해 드네요.

 

박진숙 : 몇 분이나 하세요?

 

유진목 : 지금 딱 열 분에서 제가 멈췄어요. 그 이상은 너무 힘들더라고요. 분야가 다 다르다 보니 20~30권 정도의 책을 선별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요. 고백하자면, 제가 4월에 책을 한 권도 못 읽었어요. 외부 일정이 너무 많아서요. 그래서 5월 정기 발송을 쉬었어요. 6월에 찾아뵙도록 하겠다고 말씀드렸는데, 벌써 5월 중순이네요. 책을 빨리 많이 읽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박진숙 : 다른 책방을 보니 매달 같은 책으로 정기 발송하기도 하더라고요. 서점이 한 권의 책을 정해 발송해 주는 거예요.

 

박경애 : 저희도 정회원제를 하고 있어요. 정회원이 직접 고른 세 권의 책을 보내드리고, 한 권은 생일에 블라인드 북으로 제가 회원들이 회원 가입할 때 적어 준 좋아하는 작가, 좋아하는 책 등을 참고해서 고민 끝에 고른 책을 보내드려요. 근데 블라인드 북은 읽은 책일까 봐 고민이 많이 되더라고요. 정회원분들이 책을 워낙 많이 읽으니까요. 그리고 너무 새 책이어도, 옛날 책이어도 걱정되고, 저는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분께도 맞을까 걱정이 되고요. 제가 블라인드 북이나 정기 발송을 항상 시도해 볼까 고민했는데, 저는 저의 취향이 대중적이지 않고 너무 흔한 책은 하기 싫어서 한 달에 한 권 고르는 것도 너무 고민이 되더라고요. 어렵게 한 권을 골라 놓고도 시도를 못 하고 있어요. 일대일로 큐레이션 하는 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회원은 단골들 위주가 많으니까 새로운 독자를 유입하려면 정기 발송이나 나만의 뭔가를 만들어야겠는데, 제가 자신이 없더라고요. 아직까지 못 하고 있고, 숙제 중의 하나예요.

 

유진목 : 선생님의 경우는 어떤가요?

 

최한숙 : 저희는 한 달에 한 번 독서토론회를 공식적으로 하고 있거든요. 저자와의 대화, 북콘서트도 규칙적으로 하고 있고. 모객 행위에 대해서는 크게 아이템이 없어요.

 

유진목 : 모객은 어떤 창구를 통해서 하나요?

 

최한숙 : 아까 말씀드린 대로 다양한 책방지기들이 자신들의 사적 모임을 책방에서 해요. 대관해서 책방 여는 시간을 제외하고 지인들을 모아 책에 대한 PR을 하기도 하고요. 그날은 자기가 주인이니까요.

 

박진숙 : 책방지기의 채용 조건이 있나요?

 

최한숙 : 자기가 원하면 하는 거예요.

 

박진숙 : 공석이거나 차고 넘칠 때도 있나요?

 

최한숙 : 그렇지는 않아요. 저희 위치가 위에는 법원이 있었고, 책방 바로 밑에는 희매촌이에요.

 

유진목 : 희매촌이 뭔가요?

 

최한숙 : 옛날 말로는 유곽이라고 하죠. 거기에 위치하다 보니 드나드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요. 취지는 좋으나, 그런 면들이 있어서 지인이 아니면 오는 경우가 드물어요. 단점은 내가 주인이 아니다 보니 큐레이션이나 새로운 걸 연구하고 기획하는 건 없어요. 이런 부분을 배워 가야겠어요.

 

유진목 : 요일마다 책방지기가 바뀌다 보면 서로의 짐을 덜 수도 있고 좋은 것 같아요. 매일 혼자 책임지지 않아도 되니까.

 

최한숙 : 그런 면도 있지만 책에 대한 것들이 소홀해지는 부분들이 있어요. 대신 저희는 카페도 겸하고 있어서 음료가 많이 나가요. 희매촌 부근이어서 원주시에서 중점적으로 지역 재생 도시로 활성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일부는 완성돼서 희매촌이 허물어지고 문화 거리가 됐어요. 예술인들이 왔다 갔다 해요. 도자기, 그림 등. 앞으로는 더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적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작은 서점을 도약하는 일

 

유진목 : 저희가 정신없이 이야기를 하다 보니 한 시간이 지나버렸는데, 계속해서 이야기를 진행해 보겠습니다. 제가 하는 고민 중 하나는 작은 서점이다 보니 책장의 규모가 정해져 있잖아요. 책들을 어떤 식으로 순환시켜 큐레이션에 변화를 줄 것인가 생각할 때 고민이 생기기도 하는 것 같아요. 원거리 독자들이 주로 원하는 책이 있기에 언제나 있으면 좋겠다는 책이 있을 것이고, 그 책이 서점의 얼굴이자 정체성이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이 책은 언제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죠. 반대로 근거리 독자들을 위해서는 늘 같은 책이 있을 수 없으니 순환시켜야 한다는 점이 있어요. 근거리 독자들이 오셨을 때 항상 이 책만 있다며 아쉬워하는 점들이 있거든요. 제가 고집스럽게 만화책 애장판 전지를 들여놨는데, 사실상 팔릴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들여놓은 거죠. 이제는 빼고 다른 책을 들여놓아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다들 어떻게 순환하나요?

 

박경애 : 저희는 다섯 가지 테마로 큐레이션이 되어 있거든요. 나를 사랑하는 시간, 타인을 이해하는 시간,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시간, 한눈팔면 재밌는 시간, 함께 만들어 가는 시간. 이 테마에 맞추어 책을 가져오는 게 힘들어요.

 

유진목 : 총 규모가 어느 정도 되나요?

 

박경애 : 한쪽 벽면과 중앙에 살짝 책이 있어요. 책장마다 큐레이션이 되어 있는데, 함께 만들어 가는 시간에는 저희 독서 모임에서 읽는 책들도 있어요. 예전에는 정회원들이 추천하는 책을 두기도 했는데, 지금 함께 만들어 가는 시간 한쪽에는 기부 책장이라고 해서 ‘위기임신여성’분들을 위해 기부할 수 있는 책장을 마련해 두었어요. 손님들이 책을 사서 기부하면 ‘애란원’이라는 위기임신여성을 돕는 시설인데. 그곳에 직접 전달해 드리는 방식으로 해드리고 있어요. 함께 만들어 가는 시간은 저희 책방을 찾아 주는 분들과 함께하는 공간이고, 나머지는 테마별로 큐레이션을 해서 각각 맞는 책을 두고 있어요. 함께 만들어 가는 시간을 저희의 정체성처럼 두고 있는데, 늘 변화 지점이 있지만, 책 판매와 직결된 변화는 아니어서 약간의 정체기예요. 추천해 드리는 책은 늘 인기가 많아서 책방에 없을 때가 있거든요. 한쪽 책장에 자상지기들이 추천하는 책만 모아 두려고 하고 있어요.

 

유진목 : 선생님은 어떠신가요?

 

정선원 : 저는 제가 몇 군데 들러본 느낌을 이야기할게요. 얼마 전 신생 책방에 가보게 됐어요. 생각보다 베스트셀러가 많이 있어서 사실은 놀랐어요. 제가 사서이기도 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책방만의 고유한 포인트가 있는 게 찾아가는 맛이 있더라고요. 저는 인스타그램을 하는데, 해시태그를 통해 동네 책방에 들어가 보면 다 나와요. 책방은 책을 읽기 위해 가기도 하지만, 그 분위기와 이미지가 좋아서 가는 경우도 많아요. 책방만의 색이 뚜렷하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인트가 되는 이미지가 있으면 좋겠다는 제 개인의 바람이고요. 어떤 책방은 너무 안 꾸며두셔서 놀란 적도 있어요. 보기에 예쁜 것도 중요한 지점 중 하나이기에 꾸며놓으면 기어이 가게 되더라고요. 공간상의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필요할 것 같고요. 젊은 친구들이 동물보호 캠페인이나 생리대 기부 등도 많이 하잖아요. 환경이나 동물 보호 등 책방만의 아이덴티티를 가지면 좋을 것 같아요. 저희 관악구는 스탬프 투어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작은 서점 수가 있어요. 각자의 색깔을 가지고 스탬프 투어 같은 기회를 마련해도 좋을 것 같고, 그렇게 하면 한 잔이라도 마시고 한 권이라도 사지 않을까요? 도서관은 큐레이션도 정말 중요한데요. 한동안 큐레이션이 정말 붐이었어요. 큐레이션 교육을 하기도 했고, 도서관을 만들 때부터 공간 자체에 큐레이션 서가를 넣어 두기도 해요. 저희 도서관 열람 사서선생님께서 아이디어를 내신 건데요. 도서관에서 도서를 폐기할 때 여러 이유가 있지만, 오랜 시간 대출되지 않은 책도 폐기 대상이 돼요. 한정된 공간에 책이 들어오고, 이고 지고 있을 수 없으니 결국 폐기하게 될 수밖에 없어요. 폐기 조건 중 하나가 이용자가 찾지 않는다는 거죠. 최근 ‘처음 뵙겠습니다’라는 큐레이션 코너를 만들었어요. 한 번도 대출되지 않은 책들을 일부러 큐레이션하는 거예요. 아무도 대출해주지 않은 책들에게 특별히 자리를 마련했어요. 대출 권수 바깥의 권외로 책정해 대출해 드리고 있고요. 한 번이라도 이용자들에게 읽힘을 권하는 의미에서 큐레이션을 진행했어요. 생각보다 반응이 좋더라고요. 한 번이라도 도서관에 들어오는 많은 책이 읽혔으면 좋겠는 마음으로 큐레이션을 해요. 저희도 큐레이션에 있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이용자 분석도 열심히 해요. 빅데이터 안에서 대출 현황을 분석하고, 지역 특성을 분석하여 이용자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했는가가 중요한 수치가 돼요. 그 수치를 추출해서 메일링 서비스를 통해 회원들에게 맞춤형 저보를 보내기도 하고요. 도서관도 이용자가 있어야 하잖아요. 도서관이라는 게 수입은 하나도 없는데 돈을 쓰기만 하는 기관이잖아요. 당장 먹고 사는 게 급한데 저기에 많은 돈이 투자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독서 클럽, 청년 독서 동아리, 작가와의 만남 같은 것들을 기획하기도 하고요. 결국 같은 입장인 것 같아요. 단지 저희는 수입을 안 내도 된다는 하나의 장점이 있지만, 저는 서점 운영자님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신다는 게 가장 부러워요. 동네 서점이 많이 생겨나는 게 정말 좋고, 그 색깔들을 유지하시면 좋겠어요. 베스트셀러에 연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내가 발굴하고 싶은 책을 서점으로 찾으러 가는 거잖아요. 그런 책들을 책방지기님들께서 발굴해서 안내해주셨을 때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자상한 시간’에서 직접 발간한 책을 읽고 눈물을 흘린 적도 있어요. 독서클럽에서 만나 글을 쓰고, 출판하신 것 같더라고요. 클럽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좋은 글들을 모아 책으로 엮어 출판물로 나왔을 때 참 좋았어요. 도서관과 손잡고 하면 도서관도 좋아할 것 같아요.

 

유진목 : 제가 질문지에도 썼지만, 책이라는 것은 스스로 자기 어필을 하지 못하잖아요. 그냥 그 자리에 가만히 꽂혀 있지요. 도서관이라는 곳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가니까 한 번도 대출되지 않은 책을 상상할 수 없었어요. 누구 한 명이라도 꺼내서 보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이야기를 넘기면, 책은 스스로 말을 걸지 않고 가만히 있는 데다 시간을 들여 읽어야 하잖아요. 요새처럼 OTT나 영상 플랫폼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들고, 글자를 하나하나 읽어야 하고, 시간이 한참 걸리니까 부담스러울 수 있잖아요. 영화도 두 시간 동안 휴대전화를 확인할 수 없기에 부담스러워하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OTT는 보다가 멈출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책은 더 많은 시간이 걸리잖아요. 더 많은 사람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어려워진 장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붙잡고 있는 분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이 시간이 애틋합니다. 저희는 책의 규모도 1,000~1,200권 정도인 작은 서점이에요. 보셔야 합니다! 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면, 한 칸을 그 책으로 가득 채워 둬요. 지금 서점 문을 열 때부터 닫을 때까지 제 인생의 책은 미야모토 테루의 『환상의 빛』이거든요. 그건 항상 스무 권씩 꽂혀 있어요. 서점에 들어왔을 때 딱 눈높이 책장에 꽂아 뒀어요. 다양한 책들이 꽂혀 있는 가운데 스무 권이 있는 거죠. 저희 서점의 베스트셀러는 그 책이에요. 대형 서점에서는 출판사 마케팅의 일환으로 책을 쌓아 두는데, 저희 서점에서도 나름대로 그걸 하는 거죠. 저희도 그 책은 언제나 스무 권 정도 확보해 가득 채워 둘 수 있도록 하죠. 각자 서점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내가 팔고 싶은 책을 눈에 띄게 하는지 궁금합니다.

 

박진숙 : 저희 책방에서는 ‘동네사람 책 한 권’이라는 추천도서 릴레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인생 책에 대해 동네사람끼리 나누자는 프로그램입니다. 시작은 매달 하는 거였는데, 책을 추천받는 것뿐만 아니라 두 시간 정도 인터뷰를 하게 되니 여건상 힘들기도 해요.

 

유진목 : 선생님께서 인터뷰하시는 건가요?

 

박진숙 : 인터뷰는 저희 남편이 맡아서 하고 있어요. 인터뷰 두 시간이면 녹취 푸는 데도 오래 걸리잖아요. 그 인터뷰를 정리해 SNS에 업로드하고, 중요한 매대에 설치해 두어요. 내 이웃이 권한 책이고, 너무 좋은 책들이라 정말 판매가 잘 됩니다. 처음 열 때 제 지인에게 부탁했던 추천도서도 정말 좋은 책이라 많이들 사가고요. 책방지기의 추천 책도 따로 비치하고요. 저희도 베스트셀러는 거의 없고요. 2021년부터 진행한 북토크 포스터를 책과 함께 역사처럼 전시해 두었어요. 저희 책방에 왔다 가신 저자분들을 더 친근하게 여기고 그분들의 책을 많이 사가기도 하고요. 저는 《녹색평론》 때문에 서점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생태, 환경 관련 책을 많이 두고 있어요. 저희 책방의 책들을 너무 어렵다고 하는 분들도 많은데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나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 책을 반갑게 사가는 분들이 계셔서 너무 뿌듯해요.

 

유진목 : 저희는 독립 출판물만 취급하는 ‘유어마인드’라는 서점의 주도하에 여섯 책방이 각자 자기 책방의 이야기를 써내 출판했거든요. 서점마다 그 서점의 모습으로 표지가 바뀌어 있어요. 저희 서점에서 파는 건 저희 서점이 책 커버고, 다른 서점은 그 서점 공간이 책 커버인 거죠. 표지를 다르게 뽑는 거예요. 서점에 오면 ‘여기 책인가 봐’ 하고 사 가는데요. 책을 쓸 때 많은 고민을 했어요. 어떤 이야기를 쓸까, 서점에서 있었던 일들이라든가 서점이 해온 일들, 앞으로 서점을 하며 꾸려 나가고 싶은 계획 등을 써달라고 하셨는데, 저는 불평불만을 많이 썼어요. 작은 서점에 오셨을 때 이런 것들을 하지 않으면 좋겠다 같은 얘기를 많이 썼어요. 쓸 때 두려웠거든요. 이걸 보고 욕을 하면 어떡하지 했는데, 오히려 그걸 보고 배려해 주시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예를 들면, 책을 사진 찍는 도구나 장식으로 쓰지 않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썼어요. 잘 꽂아 두면 좋은데, 책을 꽂다가 표지가 구겨지기도 하는 일들이 생기는 거예요. 그러면 저희가 고스란히 그 책을 떠안아야 하거든요. 그리고 아이들이 책을 사달라면 꼭 책을 사주라고 부모님들께 당부 드리기도 했고요. 저는 그 두 가지를 가장 용기 내어 썼어요. 아이들이 와서 책을 사달라고 하는데, 빨리 나오라고 호통 치는 경우가 있어요. 한번은 어떤 아이들이 와서 부모님께서 구경하는 동안 조용히 앉아 고른 책을 읽었어요. 갈 때쯤 되니 그 책이 사고 싶었던 거죠. 부모님께서 얼른 나오라고 하셨고, 아이들이 실망하면서 책을 꽂아 두려 하자, 저는 아이들에게 그 책을 선물로 주었어요. 가져가고, 너희들이 경제 활동을 할 수 있게 되면 책을 마음껏 사서 읽으라는 말을 했어요. 중학생 정도 되는 아이들이었거든요. 부모님께서 깜짝 놀라 책값을 계산하려고 하셨는데, 제가 여기에서는 안 사셔도 되니 다음에는 책 사달라면 꼭 사주시라고 말씀드렸어요. 그 후에 변화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요. 여하튼 책을 사가는 분들이 어쨌든 공간을 이용하는 분들이 그 공간의 주인에게 기대하는 어떤 것들이 있거든요. 그렇다면 우리도 기대하고, 존중받고 싶은 것이 있단 말이죠. 역으로. 그건 이야기가 안 되고 있어서 그런 면들을 무서워하면서 썼습니다. 요새는 괜찮은 건가 생각하고 있고, 오는 분들이 조심조심 책을 꺼내어 봐주어서 좋아요. 책을 엮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남겨 놓는 건 좋은 일인 것 같아요. 저는 앞으로 하고 싶은 것 중 하나가 처음 서점을 열 때 하고 싶었는데 아직 못 한, 오프라인으로 매거진을 만드는 거예요. 거창하지 않게 중철 제본으로 신문처럼. ‘손목서보’라고 이름도 정해 두었어요. 제가 추천하는 책, 단골들이 추천하는 책 같은 얘기들, 간단한 인터뷰를 통해 책 이야기를 해서 비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은 엄두도 못 내고 있지만요. 포항에 있는 ‘달팽이책방’에서 〈Snail Tribune〉이라는 신문을 정기적으로 내세요. 제가 굉장히 부러워하기도 하고, 몇 년간 어떻게 하고 계시는가 생각하기도 하고요. 제가 처음에 계획했으나 아직 해내지 못한 것, 그래서 앞으로의 꿈은 그렇고요. 선생님께도 여쭤 보고 싶습니다.

 

박경애 : ‘가문비나무아래’ 책방 대표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이디어가 많다, 책을 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희도 초반에는 제 인생 책들을 메모지에 적곤 했는데, 단골들이 오면 그 서가가 지루하실 것 같아 뺐어요. 뺐더니 책 추천해 달라고 해주는 분들이 계시고, 그러면 달리 추천해 드릴 책이 서가에 없는 거예요. 저희도 자상한 시간이 미는 책을 따로 서가에 비치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희는 독서 모임 책들을 꾸준히 사가고, 행사하는 책들을 주로 사 가는 것 같아요. 책이 항상 그 자리에 꽂혀 있다가 위치가 바뀌면 좀 팔리더라고요. 다른 책처럼 보이나 봐요. 그래서 서가를 한 번씩 바꿉니다. 책장에 있던 책을 이 달의 주제를 정해 테이블 위에 올려 둔다거나, 서가의 위치를 바꾸고, 다른 책들과 새로운 큐레이션을 해보는 등 시도하다 보면 어느 날 책이 나가더라고요. 한자리에 꾸준히 있으면 잘 안 나가는 것 같아요. 저희는 웬만하면 반품을 안 하려고 하는데, 몇 년째 안 나가는 책은 계속 안 나가더라고요.

 

최한숙 : 아까 얘기한 도서관과 비슷하네요.

 

박경애 : 여기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가서 열심히 생각해 보려고요.

 

유진목 : 다들 같은 고민을 하고 있네요.

 

최한숙 : 저는 아까부터 제가 이방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직접 운영을 하는 분들과 비교하면 저희는 봉사 형태로 운영되다 보니 절실함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노력하는 부분도 많이 없고. 저희는 95% 이상이 독립 출판 서적이고, 오는 분들이 주로 책을 쓰고 싶어 하는 분들이에요. 이 사람들이 책을 어떻게 썼나 하는 것들이고, 독서모임을 할 때는 지역 작가와 지인 작가가 많이 옵니다. 그분들을 모시기 위해 책을 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많이 읽고 쓰고 싶은 분들이 오는 것 같아요. 특별한 큐레이션 노하우가 없다 보니 많이 배워 갑니다. 나도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원주에서 특이한 걸 하나 소개해 드리고 싶은데, ‘터득골북샵’인데 산속에 있어요. 원주에서 좀 떨어진 곳인데, 테마가 자연과 책이에요.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죠. 식사도 할 수 있고, 워크숍이나 글쓰기도 할 수 있고, 잠을 잘 수도 있어요. 짧은 시간에 자리를 잘 잡은 분들이거든요.

 

유진목 : 숙박이 가능한가요?

 

최한숙 : 네, 거기가 원주에서 잘하고 계신 곳 중 하나예요.

 

유진목 : 저희도 북 스테이를 하고 싶어서 처음엔 2층에 방을 하나 만들었거든요. 한 명만 누울 수 있는데, 저희 서점의 위치상 해가 지면 사람이 다니지 않아요. 위험도 걱정이 되고, 문을 닫고 가는데 저희 공간을 낯선 사람에게 맡긴다는 게 어렵더라고요. 서점과 분리되어 있으면 가능했을 텐데, 서점과 같이 있다 보니 저희가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은 창고가 되어 있는데, 한 번쯤 기회가 되면 해보고 싶어요. TV가 없는 방. 그곳에서 2박 이상만 가능하도록 해두고, 2박 이상을 TV 없이 지냈을 때 자신에게 일어나는 변화 같은 것을 체험할 수 있게 해드리는 공간을 만드는 게 앞으로의 꿈이긴 한데 지금은 벌인 일을 잘 유지하는 것으로도 벅차네요. 선생님은 어떠세요?

 

박진숙 :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이요? 저희도 처음에는 매거진을 생각하기도 했고요. 책 처방전 같은 걸 생각하기도 했어요. 가장 좋은 책은 사람이잖아요. 책방 회원 중 60~70대분들과 한 시간 이상 이야기를 하다 보면 책을 읽은 것 같아요. 말씀 속에서 얻을 것도 많고, 저만 듣기 아까울 때가 많아요. 그래서 ‘사람 책’ 강연을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지금 진행하고 있는 ‘동네사람 책 한 권’ 프로그램의 인터뷰이(Interviewee)들은 대부분 책을 많이 읽는 독서가들인데 인터뷰이가 치킨집 아저씨까지 확대되는 게 꿈입니다.

 

유진목 : 사람에게 많이 열려 있는 것 같아요. 저희는 사람을 어려워하는 축에 속해서 더 그렇습니다. 저희는 구석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박진숙 : 저희 책방에 감사한 분들이 많이 계세요 어떤 단골께서는 특정 책이 많이 읽히기를 원하셔서 열 권을 저희 책방에서 구매해 기증해 주셨어요. 얼마 전에는 또 다른 분께서 그분이 좋아하는 책 다섯 권을 기증해 주셨고요.

 

박경애 : 책을 통해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셨군요.

 

박진숙 : 맞아요. 좋은 분들이 너무 많은 거예요. 사실은 작년에 힘들어서 책방을 접을까 했는데, 접어선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최한숙 : 평수를 줄이면 운영상 애로사항이 줄어들 것 같아요.

 

박진숙 : 책방을 열 때 건물주께서 얼마든지 지원해 주겠다고 하셨어요. 임대료를 반만 내고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잘 되는 줄 알고 임대료를 다 내라고 해서 다 내고 있어요. 행사할 때마다 적자인데, 행사를 하도 많이 하니까 그렇게 보이나 봐요.

 

박경애 : 아이러니한 게 그런 것 같아요. 강사료 주고, 뭘 하면 남는 게 없고, 이거를 왜 하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책이라도 사가길 원해서 하는데, 생각보다 책을 안 사가잖아요. 저희도 올해 계약이 끝나요. 고민이 정말 많거든요. 여기서 계속해야 할지, 임대료가 낮은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할지, 옮기면 어디로 갈지, 아예 문을 닫아야 할지. 저희도 책방 차리고 계속 마이너스였어요. 남편이 도시개발 연구원이었는데 마을 커뮤니티 같은 것도 하고 싶어 했고, 저도 제가 진행하는 독서 모임 공간을 찾다가 남편과 제가 하고 싶은 게 같은데 무얼 망설이나 싶어 갑자기 충동적으로 책방을 시작했는데 너무 힘들더라고요. 처음 몇 개월은 매일 울었어요. 분명 내가 좋아하는 일이고 꿈꾸던 일이었는데 현실은 다르더라고요. 책방이 생각보다 더 힘든 일이었어요.

 

최한숙 : 원주 책방지기 모임에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그 부분을 애로사항으로 많이 이야기하더라고요. 도서관이 지원 사업을 하긴 하는데, 책방지기들이 가져갈 수 있는 게 전혀 없는 것 같아요.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박진숙 : 저희 동네 도서관에서는 행사할 때 저를 진행자로 넣어 주셔서 항상 강사료를 주세요.

 

최한숙 : 강사료도 급수가 있어요. 최고가 27만 원인가 해서 현실화되지 않은 부분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박경애 : 저희가 작년에 지원 사업을 정말 많이 했어요. 지원 사업을 연 것은 책방을 알리고, 책을 사가면 좋겠다는 의미에서였는데요. 코로나19로 모이는 인원도 적고, 정작 무료이고, 그 순간에만 참여하기 위해 오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꾸준한 고객이 되는 분은 열 분 중에 한 분이었어요. 책도 별로 안 사가고요. 행사 이후 정산도 어렵고, 행사 동안 저희는 책방 공간을 사용하지도 못하고, 기존 단골들도 이용을 불편해했고요. 지원 사업을 웬만하면 줄이려 하고 있어요.

 

유진목 : 우리의 대화가 널리 읽혔으면 좋겠네요.

 

최한숙 : 지원 사업 문제는 객관적으로 많이 중요한 것 같아요. 힘을 실어 주는 부분에 정부 기관에서 많은 도움을 줬으면 좋겠는데, 중간 매개체 역할만 하고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박경애 : 대관료도 시간당 만 원에서 이만 오천 원이고, 그 시간 동안 영업을 못 하고요. 모객과 행사 진행도 저희가 하는데 참가비도 못 받게 하고요. 나중에 정산 같은 일거리는 너무 많고요.

 

최한숙 : 도서뿐만 아니라 모든 지원 사업이 그런 것 같아요.

 

유진목 : 죽어나는 사람만 죽어나는 것 같아요.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가요?

 

박경애 : 열심히 살아야죠.

 

최한숙 : 이 이야기를 열심히 전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정선원 : 저희가 상주작가 지원 사업 같은 것도 많이 하는데, 대부분의 지원 사업은 작가님들에게 치우쳤던 것 같아요. 제가 공모 사업의 주관기관은 아니지만 사업의 실행기관으로 사업 결과 보고서에 건의사항 등으로 최대한 반영토록 하겠습니다.

 

유진목 : 책과 관련해서 계속해서 그렇게 진행하다 보면 책은 공짜라는 인식이 생기는 것 같아요.

 

정선원 : 로마 콜로세움에 들어갈 때도 한화로 삼만 원의 입장료를 받더라고요. 우리 행사는 너무 입장료가 싸거나 거의 무료잖아요.

 

유진목 : 책도 단행본 기준으로 만 원에서 만 오천 원이잖아요. 굉장히 비싸다는 인식이 많아요. 책만큼 가성비 좋은 취미 생활도 없다고 할 정도로 가격이 싼 편인데요. 행사가 무료가 되거나, 도서관에서 빌려 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서점에서 돈을 쓰는 것에 대해 문턱이 높아지는 것 같더라고요.

 

정선원 : 공공성을 위해 도서관이 존재하잖아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도서관이 모두에게 개방된 게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요. 자기 과시, 업적 자랑, 사교 클럽 등으로 특정 계층만이 접할 수 있던 도서관과 책을 공공 모두를 위해 세금으로 구입하고, 누구나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도서관의 중요한 기능인데, 그것 때문에 서점들의 매출이 준다면 마음이 아픕니다.

 

유진목 : 도서관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행사 같은 경우 참가비가 무료인 것은 문제라고 생각해요.

 

정선원 : 책과 독자를 연결해주는 중요한 매개가 되는 서점의 역할이 중요함을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알았으니 최대한 함께 예산에 반영할 수 있도록 고민하겠습니다.

 

유진목 : 의견 피력을 부탁드립니다.

 

정선원 : 이렇게 만나 뵙고 보니까 책방지기님들이 정적인 것 같지만, 사람들과 인연을 잘 맺으시고, 인연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시고, 관리하시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프로그램을 기획하시고, 추진력 있게 밀고 나가시는 게 저보다 훨씬 뛰어나신 것 같아요.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금전적인 부분 등으로 저희와 연을 맺었던 독립서점들도 폐업, 휴업, 이전하시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번창하시고, 최대한 잘 버텨 주셨으면 좋겠어요.

 

최한숙 : 객관적인 시각으로 볼 때는 우리 원주에 책방들이 생긴 게 3~4년으로 지금이 과도기인 것 같아요. 조금 더 열심히 하면 좋은 보완책이 많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유진목 : 독자층이 넓어져야겠죠. 책을 사서 줄을 그으며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층이 넓어져야겠죠. 교육 과정이 바뀌면서 중학교, 고등학교에 ‘한 학기 한 권 읽기’가 생겼어요. 한 학기에 한 권의 책을 읽어야 하는데, 프로그램이 교육 과정에 반영되었는데도 실행하지 않는 학교가 많다고 해요.

 

최한숙 : 학교에서 저는 사교육을 하고 있거든요. 아이들을 지도하는 일인데 과제물을 보면 독후감 쓰기를 하긴 해요. 아이들이 실제로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인터넷에서 발췌해 대충 짜깁기해서 올리는 것이 문제인 것 같아요. 어려서부터 책 읽는 습관을 가져야 하는데 그런 현실이다 보니 오히려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독서량이 줄어드는 것 같아요.

 

유진목 : 책을 읽는 게 충만한 기쁨을 준다는 걸 겪으면 당연히 독자가 늘어날 텐데 말이죠. 엄청난 수익을 꿈꾸었다면 우리가 이 일을 시작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만약 돈 벌 궁리를 했다면, 이것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마인드가 강한 사람들이 고집스럽게 이런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저는 어쨌든 임대료를 충당해야 하고, 인건비를 가져갈 수 있어야 하고, 생활도 꾸려 나갈 수 있어야 하는 점들을 고려한다면, 마음고생을 엄청나게 하겠지만, 어쨌든 책을 정말 좋아한다면 서점을 해보는 것에서 열리는 신세계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서점을 하는 것만큼 굉장한 일도 없다는 생각을 해요. 책을 입고하면서 원하는 책들을 모두 살펴볼 기회가 주어지는 거잖아요. 그때의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고, 책을 주문하려고 봤는데 품절이 뜨는 경우 책장에서 슥 빼는 거예요. 안 파는 거죠. 그런 정보를 빨리 접할 수 있다는 건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서점이 더할 나위 없는 직업이죠. 저는 좋아하는 작가님의 책이 절판되는 걸 책 주문하면서 많이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이 책 절판될 건가 보다, 하고 빼두면 책이 온라인서점에서 품절이더라고요. 어쨌거나 어느 일을 하든지 생계에 대한 고민과 스트레스가 있지만, 돈과 바꿀 수 없는 희열을 책에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서점을 할 때의 희열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 같아요.

 

최한숙 : 저는 일주일 중에 책방에서 봉사하는 목요일이 가장 행복해요. 서점에 앉아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다 하는 거예요. 내가 읽고 싶은 것도 다 읽고. 남들은 거기서 뭐 하냐고 하는데, 저는 그게 정말 좋은 거예요.

 

유진목 : 서점이 아니었으면 이 책을 어떻게 모았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저희 오늘 이런저런 말들을 두서없이 했는데요. 서점 문 닫지 마시고, 계약 앞두고 계신다는데 응원합니다.

 

박경애 : 독자를 많이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오늘 또 들어서 더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최한숙 : 작은 책방이 이렇게 아름다운 건지 몰랐어요. 저도 원주에 가서 오늘 나눈 많은 내용들을 전파하겠습니다.

 

박진숙 : 기대를 하고 왔는데, 기대 이상으로 기댈 수 있는 언덕을 만난 것 같고, 든든하고, 계속 뵙고 싶은 생각입니다. 계속 연락하고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유진목 : 사실 요즘 서점을 하면서 조금 지쳐 가고 있었거든요. 코로나19로 행사를 하지 못하게 되고, 정기 발송을 통한 원거리 독자들 이외에 긴밀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지쳐 가고 있던 시기였는데 오늘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다시 파이팅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돌아가서 다시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문장웹진 2022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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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01
도깨비 이야기

[에세이] 도깨비 이야기 한정현 최근 친구의 부탁으로 점집에 동행한 적이 있었다. 사실 무속에 대해선 알면 알수록 이건 민속 문화의 하나이지, 미래를 알려주는 예언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에서 무속 때문에 큰 피해를 본 경우도 있어서 나같은 경우는 사실 이제 거의 점괘를 안 믿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친구가 갓 신내림 받은 애동이라기에 나 또한 어디 구경이나 한 번 해보자 하는 생각에 따라가겠다고 했다. 문화로서의 무속은 여전히 관심거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옆에서 들어보니 그 영검하다던 무속인의 점사는 무척 일반적인 내용이었다. ‘어깨가 아프지 않느냐’ ‘밤에 늦게 자지 않느냐’ ‘두통이 가끔 오지 않느냐’ 오랜 시간 책상에 앉아 있는 친구의 직업상 대부분 추측 가능한 증상이었다. 게다가 친구는 불면증도 없고 두통도 없다는 거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순간 친구는 자신이 혹시 두통이 있는 걸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마치 도깨비에 홀린 것처럼 그 말에 순간 따라가고 있더란다. 하긴 나도 그 당사자가 되면 순간 나도 모르게 내가 그런 건 아닐까? 싶기도 할 것 같다. 말 그대로 이런 걸 보고 도깨비에 홀린다고 하나 보다. 다행히 친구는 도깨비에 홀려 도깨비가 되기 전에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런데 이후 나는 왜인지 내내 도깨비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살면서 도깨비 만나기 사실 어렵지 않군, 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말이다. 사실 어릴 땐 도깨비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큰 산을 끼고 있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나고 자라다 보니 자연스레 온갖 민간 신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인 것 같다. 흔히 도깨비와 저승사자는 이길 수 없고 오로지 속일 수만 있다고들 한다. 그들이 그만큼 무서운 존재라는 것인데 특히 도깨비에 대해서는······. 얼마 전 영화 〈파묘〉에서도 나왔지만, 도깨비들은 주로 안 쓰는 물건에 혼이 깃들어 만들어지는 귀신이다. 이후엔 도깨비가 그 사물을 대신하여 그 자체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일반적인 혼령하고는 아주 다른 무시무시한 존재가 되어버린다고 한다. 한데 찾아보니 이 험상궂은 도깨비는 사실 일제강점기 이후 도입된 ‘일본식 도깨비’ 이야기가 일부 섞여 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혹부리 영감이 그러한데, 우리가 알고 있는 혹부리 영감에서는 영감이 부러 도깨비를 속여 혹을 떼지만 이것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만들어낸 이야기라고 한다. 원래 한국 전래동화에서는 도깨비가 그리 나쁜 존재로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영감과 같이 어울려 놀던 도깨비들이 서로의 교감을 통해 친밀해진 후 먼저 나서서 영감의 혹을 떼준다는 이야기라고 한다. 생각해 보면 혼령이 물건에 깃들어 만들어진 것이 도깨비라고 한다면 무슨 혼령이냐에 따라 좋은 도깨비가 될 수도 있고 나쁜 도깨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내가 이십 년 가까이 이고지고 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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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01
어떤 기준

[에세이] 어떤 기준 전석순 “그래도 꽃은 잊지도 않고 제때제때 피네.” 예년보다 개화가 늦어지던 해였다. 어머니는 작년 봄 집 근처 공원에서 찍은 사진을 살펴보며 분명 이번 주쯤에는 피었어야 했다고 중얼거렸다. 이어서 괜히 달력을 들춰 보며 오늘 날짜를 확인했다. 사진 속 날짜와 일치했지만 어째선지 올해는 아직 봉오리조차 불거지지 않았다. 왠지 노크라도 해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뭐 잊은 거 없냐고. 어디선가 계절을 알려주는 나무는 계절관측목이라고 부른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개나리, 진달래, 매화, 벚꽃 같은. 이 기준에 따르면 아직 봄이 오지 않은 셈이었다. 옆에서 발톱을 깎던 아버지는 아마 까먹은 거 같다고 말하며 히죽였다. 사람도 깜빡깜빡하는데 꽃이라고 다를 게 있겠냐면서. 심드렁하게 이어지는 목소리에 어머니는 아버지를 슬쩍 흘겨봤다. 안 그래도 요새 외출하고 집에 들어올 때 수선 맡긴 바지를 찾아와야 한다거나 식초와 긴장이 떨어졌다는 사실을 더러 잊었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어머니는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닌 눈치였다. 몇 번쯤 길을 걷다가도 순간순간 또 뭔갈 잊고 지나쳐 버린 건 없는지 따져 보는 것 같았다. 한참 골몰하다가 겨우 친목회 회비 날짜를 기억해 낼 때도 있었다. 그때부터 사소한 거라도 핸드폰에 따로 메모를 해두고 수시로 빠뜨린 건 없는지 살펴봤다. 요가 교실 수업 신청 날짜나 관리비 납부 마감일과 함께 수리기사 방문 일정까지. 고개를 들다 어머니와 눈이 마주친 아버지는 돌아앉으며 우물댔다. “한 해쯤 그냥 지나가면 뭐 어때서.” 아버지의 생각과는 달리 뉴스에서는 연일 전국 봄꽃 개화 예상 일정을 내보내며 전문가까지 나와 늦어진 원인을 분석했다. 동네 사람들은 환경오염을 들먹이며 사나워진 날씨 탓에 종잡을 수 없는 계절 때문일 거라고 입을 모았다. 꽃도 계절을 헷갈리는 거라고. 개중에는 진짜 꽃이 피지도 않고 봄이 지나가는 게 아닐지 염려하는 이도 많았다. 어머니도 그중 하나였다. 나중에는 꽃을 향해 잊을 것 같으면 알람을 맞춰 두거나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라고 조언해 줄 기세였다. 어머니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앞산을 내다보고 매일 지나다니던 화단과 공원을 천천히 돌아봤다. 더러 까치발까지 하고선 주변을 휘둘러보기도 했다. 혹시 진즉 만개한 꽃을 놓친 게 아닌가 싶은 듯했다. 처음에는 조금 서운한 기색이더니 나중에는 아예 울상이 되었다. 어느새 나도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꽃이 필 기미가 보이는지 기웃거렸다. 언뜻 봉오리라도 보이면 사진을 찍어 바로 보내드리려 했지만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바람까지 서늘하니 날짜와는 상관없이 정말 봄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이러다가 봄을 건너뛰고 곧바로 여름이 되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즈음 제법 많은 양의 봄비가 내리더니 하루 사이에 기온이 크게 올랐다. 곧 지천으로 사방이 꽃이었다. 지난해 유난히 다닥다닥 모여 있

  • 관리자
  • 202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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