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작가축제 탐방 : 쓰는 사람들
- 작성일 2024-11-01
- 좋아요 0
- 댓글수 0
- 조회수 320
[문장서포터즈] 문장서포터즈 1기 '몽글' 6명은 만 18세 이상 미등단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몽글'은 직접 작성한 활동계획서를 기반으로 문학 관련 콘텐츠를 취재하며 다양한 형식으로 재생산하는 기획자로서 문학을 탐구합니다. 2024년 8월부터 2025년 1월까지 6개월간 문장웹진 '모색'에서 문장서포터즈의 다양한 기획을 만나보세요. *몽글 : 문장서포터즈의 이야기가 독자의 마음에 몽글몽글 뭉치어 있게 해주겠다는 포부를 담은 이름 |
서울국제작가축제 탐방 : 쓰는 사람들
문장서포터즈 채미나
지난달,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진행하는 서울국제작가축제를 다녀왔습니다. 종로를 빙글빙글 도는 버스를 타고, 종로 6가1)가 있을 것만 같은 기분에 휩싸인 채로 서국제가 열리는 장소까지 선선한 바람 맞으며 걸어갔어요. 서울국제작가축제는 국내 독자들의 문학 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한국 문학과 세계문학이 쌍방향 교류하는 토대를 만들기 위해 기획되었는데요. 올해는 <입자와 파동>이라는 주제로 축제가 열리게 되었어요.
입구서부터 서울국제작가축제라는 것을 명시하고 있어서, 길 잃지 않고 걸음할 수 있었습니다. 조금 설레는 마음으로 터벅터벅 입장했답니다. 들어가자마자 날짜별, 시간별 프로그램 타임 테이블이 친절하게 적혀 있는 것이 보였어요. 언제, 몇 시에 프로그램이 열리는지 알 수 있어 좋았습니다.
가장 먼저 발걸음한 공간은 1층 <입자와 파동> 미디어 전시관이었습니다. 불 꺼진 전시관에서 <입자와 파동>을 주제로 한 10분 남짓의 영상이 상영되고 있었어요. 같은 영상을 영사기를 통해 세 면의 벽에 쏘고 있어서 그런지 정말 파동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영상은 한글의 자음들이 파도치듯이 움직이는 이미지들이 연속적으로 나오다가, 국제작가축제에 참여한 작가님들의 작품 속 아름다운 구절들이 천천히 페이드 인/아웃 되는 방식으로 연출되고 있었습니다.
서울국제작가축제에서 <입자와 파동>을 주제로 선택한 이유는 바로 입자와 파동의 관계가 문학의 지향점과 닮아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는데요. 입자와 파동의 관계는 거대한 바다를 마주한 작은 나비와 같이 낯선 도전 혹은 작은 시작이 거대한 변화를 추동하는 나비효과를 만들어냅니다. 모순된 것의 공존, 낯선 도전, 나비효과 등을 아우르는 것이 어쩌면 문학의 지향점이겠죠. 문학은 지역/국가/민족/인종/젠더/세대 등 다양한 층위에서 발발하는 다양한 이슈나 문제의식을 표현하는 동시에 시공간을 초월하여 예술적 가치를 담아냅니다. 서울국제작가축제는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모순적 대립 항을 아우르며 관계성을 사유하게 하고, 새로운 물길을 내는 문학의 입자성과 파동성을 함께 체험하는 장으로 준비하였다고 합니다.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미디어 전시는 아주 탁월하다고 볼 수 있겠죠. 보는 내내 작은 언어들이 일렁이면서 아름다운 여러 구절을 만들어내는 듯했어요. 서울국제작가축제가 왜 <입자와 파동>이라는 주제를 선택했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았습니다.
3층의 프로그램 전시장으로 이동했어요. 서울국제작가축제에서는 주제별로 프로그램이 나뉘어 있었어요. 여러 작가와 그들의 작품 세계에 맞닿은 현대사회의 다양한 주제에 대해 대담을 나누는 [작가, 마주 보다], 다양한 국적을 지닌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글쓰기와 문학, 독자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작가들의 수다], 소설과 시를 원작자 및 다른 장르의 예술가와 함께 낭독과 노래로 만들어 보는 독자 참여형 프로그램인 [융복합 프로그램] 세 종류로 분류되었는데, 제가 참여한 프로그램은 [융복합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황유원 시인의 시를 이랑 가수와 함께 노래로 만들어 보는 작업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어요. 문학예술 융합에 관심이 많은 저는 가지 않을 수 없었어요.(하하)
프로그램은 진행자(황유원, 이랑) 소개와 각자의 창작 방식에 관한 이야기 나누기, 황유원 시인의 시 낭독 후 가사로 쓸 부분들 정리하기, 독자와 함께 곡 만들기, 완성된 곡 불러 보기 순서로 진행되었습니다.
맨 첫 번째 자리에 앉자마자 스태프분들께서 친절하게 오늘 필요한 텍스트를 나누어주셨습니다. 발췌는 황유원 시인께서 하신 듯한데, ‘제멋대로 정해 본’이라는 말이 굉장히 웃겼어요. 두 분이 오시고 나서 아주 순조롭게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습니다. 이랑 가수는 처음 뵈었는데, 아주 매력적인 목소리와 창법을 가지고 계심에 깜짝 놀랐습니다. 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볼 때마다 어디선가 시적인 무언가가 이 공간 안에서 운동성을 가진 채 통통 뛰어다닐 것만 같았어요······. 황유원 시인의 시와 이랑 가수의 노래가 합쳐지면 어떤 이름다운 장면이 등장할까 기대하면서 프로그램에 참여하였습니다.
많은 여러 시가 있었지만 「양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고」라는 시가 채택되었어요.
양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연주는 얼마나
놀라운가
풀 한 포기 없는 방을 풀밭으로 만들어 놓고
천장을 본 적 없는 하늘빛으로 물들이는
이 연주는,
머릿속을 점령한 채 계속 날뛰는 무가치한
생각들을
스르르르 잠들게 하는 이 연주는!
- 「양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고」中
이 시는 시인의 『하얀 사슴 연못』에 수록됐어요. 황유원 시인과 이랑 가수, 이곳에 온 독자들은 하나둘씩 멜로디를 먼저 만들기 시작하였는데요. 이랑 가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제대로 된 작곡을 해본 적이 없어 정적이 오래 이어졌습니다. 고민하던 찰나에 황유원 시인님이 “머니 코드”라는 것이 있다며 G-C-D-E 코드를 제시해 주셔서, 이랑 가수님이 순식간에 리듬과 멜로디를 변주하시며 하나의 곡을 만들어내셨어요. 신기한 경험이었답니다.
하지만 가장 신기하였던 것은 따로 있어요. 이랑 가수님께서 이제 토대가 된 ‘머니 코드’를 계속 들려줄 테니, 독자분들은 이 멜로디 중에서 가장 잘 들리는 음을 흥얼거려 달라고 요청하셨던 것이었어요. 저
는 가장 아래의 음이 잘 들렸고, 다른 사람들도 저와 똑같을 줄 알았습니다.
저는 모든 사람이 흥얼거리는 순간에 잠깐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 보았어요. 각기 다른 음역을 가진 사람들이 다 다른 멜로디를 흥얼거리고 있는 것 아니겠어요? 순간 음악이란 정말 이상하고 아름다운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문학도 어쩌면 마찬가지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어요. 같은 작품을 읽어도 우리는 다른 감상을 공유하니까요.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같은 글을 읽는데도 왜 우리는 다른 생각을, 다른 느낌을 공유할까요? 문학이 하는 일이란 바로 ‘우리가 같을 수 없음’, 즉 불가해를 깨닫고 나서 다름을 인정하고 ‘그럼에도’ 함께 나아가기를 요청하는 일일지도요.
독자들이 흥얼거리는 동안, 이랑 가수님과 황유원 시인님은 독자들이 흥얼거리는 멜로디 중 좋은 것들을 채집하여 노래에 사용하였습니다. 이후 멜로디에 맞게 시의 여러 구절 혹은 글자가 빠졌어요. 저는 시의 구절을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노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였는데,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시가 노래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다 같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잊을 수 없어요. 하얀 벽으로 둘러싸인 작은 공간에서 하모니를 이룰 때 무어라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습니다. 모두가 다른 목소리로 같은 노래를 열심히 부르는 순간은 그 자체로 시적인 장면이 될 수 있을 듯했습니다.
프로그램을 마친 후에 2층을 방문하였습니다. 2층에는 독자들이 서울국제작가축제에 참여한 작가들의 책을 읽을 수 있는 소도서관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아늑한 소파와 작가들의 작품 구절로 이뤄진 벽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어요. 제가 인상 깊었던 구절은 황인찬 시인의 ‘나는 천사니까, 우리는 서로의 천사란다’라는 구절이었습니다.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라는 시집에 수록되어 있는데, 관심이 생긴 독자들은 한번 읽어 보아도 좋을 듯해요.
책을 읽는 공간 옆으로 작은 노트를 만들 수 있는 부스가 작게 나 있었어요. 친절한 스태프분께서 만드는 방법을 설명해 주셨어요. 자신이 원하는 속지를 5장 고른 후 묶어 가져가면 되는 방식이었어요. 불꽃, 사랑, 믿음 등등의 키워드가 있는 책갈피들의 디자인이 예뻤고 속지들도 깔끔하게 잘 나와 있어서 두 개씩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답니다. 그렇지만 다른 분들을 위해 하나만 만들어서 소장하였어요!
소도서관 옆에 책방도 함께 있었습니다. 서울국제작가축제에 참여한 작가들의 시가 좋은 설명과 함께 전시되어 있었어요. 따로 구매도 가능했어요. 저는 시간이 없는 관계로 책을 구매하지는 못하였는데, 구절들을 접한 뒤에 책이 궁금해진 사람들이 한두 개씩 사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책방까지 구경을 마친 후에 다시 정문으로 나와 펄럭거리는 SIWF 현수막을 촬영했어요.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습니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문학에 관한 생각을 끊임없이 했어요. 문학이란 무엇일까, 작가란 무엇일까, 예술이란 무엇일까······.
서포터즈 활동을 계속하며 문학과 다른 장르의 예술을 접목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문학과 다른 예술이 융합되는 여러 순간을 마주했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또 장면을 목격하며 예술은 살아가는 데 경제적인 도움이 별로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얻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문학을 계속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서울국제작가축제에 다녀오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결국 ‘계속 쓰는 사람들이 여기에 있다’라는 것을 감각할 수 있어서였던 듯해요.
그런 생각을 마친 후에는 어느새 버스가 터널 안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버스 안에 달린 알록달록한 커튼 사이로 흔들리는 빛이 새어 들어왔어요. 오늘 본 미디어 전시 영상처럼요! 어쩌면 문학은 어둡다는 것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새어 들어오기를 멈추지 않는 빛일지도 모르겠습니다.(하하) 2025년에도 서울국제작가축제가 열린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기회가 된다면 방문하여 다양한 종류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1) 김승일의 종로6가에서 차용.
추천 콘텐츠
[문장서포터즈] 문장서포터즈 1기 '몽글' 6명은 만 18세 이상 미등단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몽글'은 직접 작성한 활동계획서를 기반으로 문학 관련 콘텐츠를 취재하며 다양한 형식으로 재생산하는 기획자로서 문학을 탐구합니다. 2024년 8월부터 2025년 1월까지 6개월간 문장웹진 '모색'에서 문장서포터즈의 다양한 기획을 만나보세요. *몽글 : 문장서포터즈의 이야기가 독자의 마음에 몽글몽글 뭉치어 있게 해주겠다는 포부를 담은 이름 〈문학주간2024〉 : 소극장에서 울려 퍼지는 작가와 글틴의 진심 문장서포터즈 채미나 지난 9월 말, 종로에서 문학 주간 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문학 주간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2016년부터 주관하고 있는 행사로, 문학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고 향유 분위기를 조성하여 한국문학 진흥의 토대를 굳건히 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많은 프로그램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저는 9월 28일에 개최된《고선경 시인/김멜라 소설가와 함께하는 ‘글틴이 뽑은 2024 오늘의 문학 북토크》에 참석하기 위해 종로까지 향하였습니다. 글틴은 글과 TEEN이 만나 붙여진 이름으로, 문학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의 자유로운 창작 활동과 소통을 연결하기 위해 2005년부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운영해 오고 있는 국내 유일한 청소년 온라인 문학 플랫폼입니다. 만 13세에서 만 18세라면 누구나 글틴 친구가 되어 글을 나눌 수 있답니다. 저의 첫 문학 지면이 되어 준 ‘글틴’에서 지금은 어떤 글틴러들이 활동하고 있는지, 요즘 글틴러들이 주목하고 있는 시인과 소설가는 누구인지 얘기를 들어 보고 싶었어요. 문학 주간은 아주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마로니에 공원에 누가 보아도 문학 주간을 즐기러 온 듯한 사람들이 각자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거든요. 저는 마로니에 공원 한가운데서 ‘스핀오프’ 부스를 즐기는 글틴 친구들과 주임님을 발견하였습니다. 글틴 친구들은 쑥스러워하면서도 대화에 성실하게 참여해 주었습니다. 친구들을 따라 저도 스핀오프 부스에서 진행하는 행사에 참여하였어요. 좋은 시 혹은 소설 일부의 구절에 구멍을 내어놓고, 참여자의 마음대로 구멍을 채운 뒤 SNS에 인증하면 인센스를 주는 행사였습니다. 친구들은 마로니에 공원 의자에 앉아 열심히 고민하며 저마다의 빈칸을 채웠습니다. 저 역시 그 열정에 힘입어 빈칸을 채우고 신경림 시인의 시 구절이 적힌 아름다운 인센스를 받았어요. 스핀오프 부스 옆에는 ‘올해의 한국 작고 문인’ 전시 부스도 함께 있었어요. 운문은 김소월 시인, 산문으론 염상섭 작가가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두 문인의 활동 기록들과 함께 옆 팻말에 시집과 작품집 소개가 정성스럽게 적혀 있었어요. 혼자 팻말들에 적힌 글들을 읽으면서, 한국문학의 역사가 유구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이런 문인들이 있기에 지금의 문인들도 있는 것이겠
- 관리자
- 2024-12-01
[문장서포터즈] 문장서포터즈 1기 '몽글' 6명은 만 18세 이상 미등단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몽글'은 직접 작성한 활동계획서를 기반으로 문학 관련 콘텐츠를 취재하며 다양한 형식으로 재생산하는 기획자로서 문학을 탐구합니다. 2024년 8월부터 2025년 1월까지 6개월간 문장웹진 '모색'에서 문장서포터즈의 다양한 기획을 만나보세요. *몽글 : 문장서포터즈의 이야기가 독자의 마음에 몽글몽글 뭉치어 있게 해주겠다는 포부를 담은 이름 서로를 읽는 ‘시’간 속에 문장서포터즈 팅팅 삭막한 회색의 도시를 잊게 하고, 쉼을 허락해 주는 아름다운 자연, 그리고 지친 마음을 따스하게 위로해 주는 시. 내가 사랑하는 자연과 시가 어우러지는 곳이 있다면, 내가 그곳에 가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처음으로 방문하게 된 평창엔 깨끗한 날씨, 고요한 풍경, 그리고 시를 통해 소통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었다. 어느 가을, 각자의 시를 품은 그들은 그곳 대관령에 모여 서로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졌다. 찍어 주신 분의 작은 실수 덕분에 모두가 환하게 웃을 수 있었던 소중한 순간 ‘어느 가을, 시가 내게 말을 걸었다’라는 이름의 이번 시 캠프는 서울의 책방 ‘풀무질’과 ‘초록길 도서관’, 그리고 평창의 책방 ‘선인장’이 협력하여 ‘문학주간 연계 권역별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 프로그램이다. 우리는 시를 매개로 점점 가을이 깊어지기 시작하는 때에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시 캠프에서 마주한 풍경과 가장 어울리는 색이 있다면 가을의 황금빛이 아닐까 생각했다. 내게 가을의 빛깔은 단체 사진 속 사람들의 웃음에 담긴 따스함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대관령으로 출발하는 날, 태풍이 다가오고 있어서 그런지, 아침의 바람은 유난히 세차게 불어왔다. 하지만 서울은 여전히 여름의 더위를 떨쳐 내지 못하고 있었다. 목적지인 대관령에 도착했을 때, 서울에서 불던 바람은 대관령까지 나를 따라와 후덥지근한 늦여름을 어느새 선선한 초가을로 바꾸어 주었다. 그날 오후, 낭독회가 시작되기 전 이미 도착한 사람들은 책방 ‘선인장’에서 서로 인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책방 밖에서는 강아지 방글이의 짖는 소리가 우리를 환영하는 듯 반갑게 들렸고, 아직 도착하지 않은 사람들을 기다리는 동안, 서로의 대화 소리, 책장을 넘기는 소리, 그리고 방글이의 발톱이 나무 바닥을 탁탁 울리는 소리가 우리가 있는 공간을 부드럽게 메우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분명 소란스러운 듯했지만 그 속에서도 생동감 넘치는 이 소리들은 낯선 장소에서의 긴장된 마음을 서서히 진정시켜 주었다. 문득 이번 낭독회에서 함께 읽을 김고니 시인의 시들 중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동시에 숨을 쉬고 있는 것들이 있어서 / 외롭지 않다고.” 이 시를 처음 읽은 것은 며칠 전, 잠 못 이루던 어느
- 관리자
- 2024-12-01
[문장서포터즈] 문장서포터즈 1기 '몽글' 6명은 만 18세 이상 미등단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몽글'은 직접 작성한 활동계획서를 기반으로 문학 관련 콘텐츠를 취재하며 다양한 형식으로 재생산하는 기획자로서 문학을 탐구합니다. 2024년 8월부터 2025년 1월까지 6개월간 문장웹진 '모색'에서 문장서포터즈의 다양한 기획을 만나보세요. *몽글 : 문장서포터즈의 이야기가 독자의 마음에 몽글몽글 뭉치어 있게 해주겠다는 포부를 담은 이름 선물 같은 하루, 마로니에 여성 백일장 문장서포터즈 배연주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다. 선선해진 날씨가 마음을 사색에 잠기게 만들어서 그런 것 같다. 나에게는 ‘가을’하면 독서 말고 떠오르는 게 또 있다. 혜화역 2번 출구를 나오면 보이는 단풍으로 물든 마로니에공원. 약간 쌀쌀한 아침 바람 냄새. 외투를 입고 접수처 앞에 줄 서 있는 사람들. 나는 마로니에 여성 백일장에 참가할 때마다 가을이 왔다는 걸 실감한다. 마로니에 여성 백일장은 올해 42회째로 개최됐다. 보도 자료를 보면 ‘미등단 여성이 참여 가능한 국내 여성 백일장 중 가장 오래된 대회’라는 수식이 붙어 있곤 하다. 그 의의를 빼고 보아도 백일장이 42회째 사라지지 않고 지속해서 열리는 건 크게 가치 있는 일이다. 42회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원고지에 자신의 마음을 펼쳐 놓고 갔을까. 헤아려 보면 마로니에 여성 백일장은 존재 자체가 문학계의 한 역사 같다. 나도 그 역사에 38회부터 함께 하고 있다. 올해까지 마로니에 여성 백일장에 5회 연속 참여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온라인으로 백일장이 열렸다. 백일장 당일 실시간으로 글제가 공개되었고, 시간 내에 원고지 형식 한글 파일에 글을 써서 제출했다. 친구를 만나러 부산으로 가는 열차 안에서 노트북을 펴고 참여했던 것도 이색적인 경험이었지만, 역시 백일장은 오프라인 현장에서 즐기는 게 더 좋았다. 2022년부터는 원래 역사대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진행 중이다. 백일장은 해를 거듭할수록 프로그램 구성과 이벤트들이 조금씩 달라졌다. 작년에는 ‘마로니에 온라인 백일장’이 신설되었고, 올해는 당일 프로그램 중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할 수 있는 ‘어린이 도슨트 투어’가 생겼다. 이처럼 마로니에 여성 백일장은 글만 쓰고 끝나는 단순한 백일장이 아니라 참여자가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 행사이기도 하다. 올해도 사전에 열린 ‘제2회 마로니에 온라인 백일장’의 대상 수상자 분을 개회식에서 뵐 수 있었다. 이재숙 님은 환한 미소를 띤 채 상을 받고 수상 소감을 말씀하셨다. 개회식이 끝나고 인터뷰를 요청드렸다. 제2회 마로니에 온라인 백일장 대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마로니에공원에 오시면서 많이 설레셨을 것 같아요. 마로니에 온라인 백일장은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온라인 서핑하다가 우연
- 관리자
- 2024-12-01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선택하신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