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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살의 동네야구

  • 작성일 2009-02-24
  • 조회수 572


 

                                열아홉 살의 동네야구

                     

 

 

“나랑 한 게임 붙자.

 남호우의 말은 의외였다. 실연의 아픔을 좀 더 달래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는데,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누군가 자신과 상대해 줄 것을 제의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놈이 싸우려고 시비 걸 때의 자세와 비슷했다.

 

 



박상

 

 

 비의 수압이 몹시 과격한 날이었다.

 아파트 창밖으로 죽죽 그어지고 있는 비를 보고 있으니 집에 있는 건지 잠수정에 타고 있는 건지 구분이 안 갔다.

 

 부모님이 한 날 한 시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이런 일도 버젓이 일어날 수도 있는 걸 보니 인생이란 장르가 개판인 거다.

 

 유일한 친척인 삼촌이 내가 살 아파트를 구해 주고 어려운 일을 돌봐준다. 그는 간혹 와서 내가 혼자 술 마시고 있으면 패지만, 나쁜 어른은 아니다. 나를 도와주니까.

 하지만 나는 열아홉 살이기 때문에 텅 빈 아파트에서 간혹 운다. 스무 살만 되었어도 안 울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비라도 오면 흠뻑 적셔지고 찢어진다.

 하지만 나는 열아홉이니까 금방 또 단단히 합체되기도 한다. 아직은 완전히 절망해 버린다든지, 나약하게 ‘쫄아서’ 비실거리기 싫기 때문이다.

 

 이 터무니없이 넓은 32평 아파트에 혼자 살게 된 사연은 두 가지였다.

 돌아가신 부모님과 같이 살던 낡은 집을 처분하고 새로 시작한다는 의미가 첫 번째고, 사두면 값이 오를 지역이라며 삼촌이 우겨서가 두 번째다. 둘 다 내 생각은 아니다. 40대 노총각인 삼촌 생각이 밥맛인 건 열아홉 살짜리가 혼자 이런 아파트에 살면 장래고 집값이고 나발이고 너무 외롭다는 걸 간과했다는 것이다.

 

 텅 빈 신축 아파트의 몸은 인간의 몸이 내는 소리를 그대로 공명하고 있었다. 자신이 텅 비었다는 것을 증명하지 않으면 이런저런 살림살이들로 꽉 차 벽지색이 바랜 채 늙어가는 아파트와 구별될 수 없다고 생각하듯 갓 신축된 신선한 몸을 쩡쩡 울어댔다. 그건 내겐 빌어먹을 외로움의 소리로 들렸다.

 

 비를 구경하는 게 지겨워 방으로 들어가려다 나는 문지방에 발가락을 찧었다. 아파하며 허리를 접다 또 문손잡이에 이마를 찧었다. 방 안에 있던 친구가 그걸 보고 이런 병신, 하면서 비웃었다. 이런 걸 보면 나는 아직 웃길 수 있다. 웃길 수 있다는 것은 살아있을 수 있다는 것과 같다.

 텔레비전을 보며 바닥에 깔려 있는 친구는 원식이었다. 내가 텅 빈 집에 텔레비전 다음으로 채운 무언가가 인간이라니. 하지만 이원식은 부모님이 형편없는 일을 당하신 뒤, 누구보다도 내 곁을 단단하게 지켜주고 있는 친구다. 같은 학년이지만 나보다 한 살 많다. 형이라고 불러달라지만 싫다. 이제 더 이상 십대가 아니라고 좋아하지만 성인이 되어버린 개똥같은 나이다. 더구나 그의 말투는 ‘~하게’ 체를 남용해서 어른스러워 보이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의 동안(童顔)이 말투와 배치되어 거지같은 언밸런스 유머를 자아내곤 했다. 그런 식으로 웃기려는 사람을 형이라고 하긴 싫다.

 

 텔레비전에선 메이저리그 야구 중계가 나오고 있었다.

 “언제 시작했어? 새끼야 부르지 그랬어?

 “재방송이라네. 박찬호 저러다 4회에 강판되는 거.

 이원식이 말하는 순간 우리가 응원하는 박찬호가 안타를 얻어맞았다.

 나는 아! 젠장. 하는 탄성을 냈고 바닥에 모로 누운 이원식은 에잇! 식빵. 저때부터 흔들렸어, 하고 된소리를 냈다. 우리가 방금 내뱉은 말들은 아 쩡~ 에잇 쩡~ 하고 울렸다.

 

 “어이, 고삼? 자넨 공부 좀 하지?

 “지랄하네. 한 해 꿇은 새끼도 안 하는데 내가 왜?

 박찬호는 안타를 맞았음에도 마운드 위에서 투지에 찬 표정으로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었다. 그것은 끈적거리는 비운 같은 것을 털어내려는 동작 같아 보였다.

 심판이 고개를 살짝 꺾으며 그가 방금 힘차게 던진 공을 외면했다. 스트라이크라고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하며 우리가 아, 저런 걸 안 잡아주니까 흔들리지! 하고 있을 때 휴대폰이 몸을 떨었다. 휴대폰이 떠는 소리는 다른 아무런 가구도 없이 티브이만 달랑 있는 아파트의 빈 몸을 함께 진동시켰다.

 

 “지금 이수역이야. 지금 거기 갈 건데 괜찮냐?

 남호우라는 친구였다. 전화 속에서 그는 거의 울먹거리며 말했다. 평소에 울먹거리며 말하는 습관이 있는 친구가 아니었으므로 나는 정학이나 퇴학처럼 좋지 않은 일이 그에게 있었음을 직감했다. 다른 사람의 슬픔을 눈치 까는 건 쉽다. 내가 이미 졸라 겪어 보았기 때문에 비슷하면 때려 맞출 줄 안다.

 “괜찮다, 와라. 택시 타고 H아파트 가자 그래. 기본요금이야. 여기 이원식도 있으니 오랜만에 야구광 트리오가 뭉칠 수 있겠군.

 “알겠다……”

 

 “남호우 온대. 이 새끼 완전 울먹이는 목소리던데. 전화를 끊을 땐 거의 울기 시작했어.

 나는 이원식에게 다급하게 말했다.

 “올 때 소주도 좀 사오라고 하지 그랬나?

 이원식 TV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성의 없이 말했다.

 “청소년에게 소주를 사오라는 게 말이나 돼?

 “뭐가 말이 안 되나? 야구광 트리오가 술 없이 뭉치는 게 더 말이 안 되지.

 다행히, 죽어라고 비에 잔뜩 젖어 눈물인지 빗물인지를 뺨에 줄줄 흘리며 벨을 누른 남호우는 손에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다. 한눈에도 묵직해 보이는 것이 소주 같았다.

 “소주냐?

 “응.

 남호우는 검은 봉지를 내게 건네며 집 안으로 들어섰다. 남호우는 얼굴이 좀 삭아서 야근하고 지쳐서 퇴근하는 만년 샐러리맨 아버지 같은 몰골이었는데 평소처럼 눈빛만은 번뜩이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마른 수건을 건넸다. 그는 눈가를 가장 먼저 닦았다.

 “기본요금이라고 개 뻥을 쳐? 천원이나 더 나왔잖아.

 “택시가 돌아서 왔겠지.

 “뭐? 역 앞에서 타자마자 직진만 했거든?

 우리 중에서 싸움을 가장 잘하는 남호우는 원래 가진 날카로운 눈빛을 더욱 곤두세우며 내게 큰 소리로 말했다. 평소에 그러는 눈빛은 날카롭게 웃겼지만, 오늘의 표정은 평소에 웃기려는 방식과는 좀 달랐다.

 

 이원식이 방에서 나왔다.

 “여어, 어서 오게. 남호우! 오랜만이야.

 남호우와 이원식과 나는 작은 방에 술자리를 마련했다. 이 아파트에 살게 된 뒤로 나는 간혹 술을 빤다. 아직은 빨면 안 되는 나이라고는 하지만 이미 술 사러 가서 ‘민증’ 깔 일도 없는 액면인데다, 슬픔이나 고통에 비하면 술은 맹물 같아 상관없다. 더구나 사람 잘 패는 삼촌에게 맞으면서 술을 배워 술버릇이 나쁘다거나 지랄맞지도 않고 친구들도 양아치 주제에 제법 정중하게 마실 줄 안다. 남호우가 사 온 것은 족발과 소주와 콜라였다. 좀 아저씨 같은 메뉴였지만 그것은 술추렴을 시작하기 위한 기본요금 같았다. 남호우 역시 부모님 사고 이후로 보여준 의리 때문에 정말 친해진 친구다.

 

 “이 넓은 집을 혼자 쓴단 말야?” 남호우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의 표정에는 이상하게도 평소 보기 힘들던 진중함이 짙어가고 있었고, 눈 밑 한쪽이 계속 씰룩거리고 있어 무언가를 굳게 참고 있는 기미가 관찰되었다.

 “몰라, 삼촌이 구해줬어. 장래를 생각하라며 보상금이랑, 전에 우리 집 있잖아, 그거 판돈하고 합쳐서.

 “열아홉 살에 이렇게 넓은 집도 있고, 난 자네가 아주 부러워 죽겠네.

 이원식이 소주병을 따고 족발에 씌워진 랩을 벗기며 말했다.

 “조까, 너넨 부모님도 있잖아. 이건 뭐 관리비 내야지, 청소하는 데 두 시간 걸리지, 이원식 새낀 절대 도와주지도 않지. 빈 집에 먼지는 또 존나리 쌓여요. 청소 안 해봤으면 말을 꺼내질 마.

 “왜 청소하기 싫은 줄 알아? 자네가 공부를 못해서 그래.

 “시끄러, 이 닭대가리 새끼야.

 “이 식빵새끼 또 형한테 닭대가리래.

 

 경기도가 집인 이원식은 내가 이 집에서 살기 시작하자마자 같이 살고 있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이 방 3칸짜리 32평 아파트를 혼자 쓰는 것 보다는 다른 사람이 하나라도 더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짐 없이 텅 빈 아파트는 삶이나 슬픔이 쌓여가기 전의 갓 태어난 빈 공간이라는 점에서 몹시 비인간적인 공간이다. 여기에 끝없는 의리로 뭉친 친구와 같이 있다는 건 전혀 싫지 않았다. 이원식, 오늘 온 남호우가 없었더라면 나는 부모님 사고 때 인생을 포기해버렸을 지도 몰랐다.

 

 우리는 각자 잔을 채우고 건배했다. 종이컵이라 잔을 부딪치는 소리가 나지는 않았다. 남호우의 표정은 처음 들어올 때보다 더욱 굳어갔다. 나는 그에게 왜 그러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그의 진지함이 말할 수 없이 어색했다. 커다란 빈 집 같은 공허함이 그의 표정 전반을 압도하고 있었다.

 내가 용기를 내어 ‘표정이 왜 그 모양이냐?’ 하고 물어보려는 찰나, 이원식이 젓가락을 탁 놓으면서 말했다.

 “남호우. 이거, 빵집 옆에서 산건가?

 “응.

 “에이, 맛없어. 무슨 족발이 고기가 퍼석퍼석해? 전에도 그랬는데 이게 식빵이랑 맛이 다를 게 뭔가.

 “뭐, 맛있기만 하구만. 식빵하고 족발도 구분 못 하냐? 뭔 말만하면 식빵이야. 사 왔으면 닥치고 처먹기나 해.

 내가 이원식을 타박했다. 이원식은 담배를 한 대 피워 물었다. 남호우가 자기 잔에 스스로 술을 채웠다.

 “어허, 따라 달라고 하지, 뭐 그렇게 급해?

 내가 자작한 남호우의 잔에 손가락을 담그면서 말했다.

 이젠 남호우가 왜 죽을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는지 물어볼 타이밍이 되었다. 하지만 친구에 대한 매너로 나는 좀 더 완만한 표현을 야구와 관련하여 골라보았다.

 

 1. 비가 오면 울상이 되는 습관이 있는 거? (몸에 맞는 공)

 2. 밝은 표정의 설정기간이 끝난 거구나? (희생번트)

 3. 아니 말로만 듣던 기말고사 전 과목 빵점? (적시타)

 4. 스무 살이 되어가는 게 부끄러운 거지? (내야 강습)

 5. 아까의 그 울 듯 말 듯한 목소리는 뭔데? (외야 뜬공)

 6. 야 이 자식아 대체 무슨 일이야? (우중간을 가르는 직선타)

 

  1번 타자부터 6번 타자까지 나섰으나, 뭔가 적절하지 못한 것만 같았다. 나는 7번 타자를 생각했다.

 

 “근데 남호우는 표정이 왜 그 따위인가?

 그때 이원식이 대뜸 물었다. 그건 냅다 던지는 1루 견제구 같았다. 남호우는 말없이 자기 잔에 술만 한 잔 더 따랐다.

 “뭔가 대단한 고민이 있는 것 같은데 한번 털어놓아 보지.

 이원식이 자작한 남호우의 술잔에 손가락을 담그면서 말했다.

 

 그제야 남호우는 비장하게 고개를 숙이며 흡 하고 흐느꼈다. 동시에 그의 몸이 진동했다. 그의 몸이, 먼저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 같은 슬픔을 설득력 있게 토로하기 시작했다.

 남자는 쉽게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 우리 같은 양아치들끼리라면 더욱 그렇다. 나는 그가 겪었을 중대한 일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했다. 여자친구와 헤어진 걸까, 아니면 매독 선고를 받은 걸까? 아니면 어지간히 외로웠던 걸까. 하지만, 얘기를 듣기 전에는 무슨 일인지 짐작할 수 없었다.

 “아니 대체 왜 그래? 다운이랑 깨진 건가?

 그때 이원식이 족발을 새우젓에 찍으며 물었다. 남호우는 흐느끼는 채로 고개를 딱 두 번 끄덕거렸다.

 “이럴 줄 알았지. 이럴 줄 알았어. 별로 오래갈 것 같지 않더라니……”

 나는 무슨 얘기인지 몰라 궁금해 했다.

 “우리 반 다운이? 난 몰랐는데. 얼마나 됐어? 그 공부 잘하고 예쁜 애를 어떻게 꼬신 거야?

 

 이원식에게 다그쳐 물었다. 이원식은 뭔가 알고 있는 듯한 눈치였다. 남호우가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눈가에 눈물들이 잘 익은 포도방울들처럼 폴폴 맺혀 있었다. 딴 학교 애들한테 다구리당해 미친 듯이 처 맞고 와도 안 울던 녀석이었는데.

 그는 말을 할 수 없는 상태처럼 보였으나 억지로 입을 떼서 말했다.

 “내가 나빴어, 크윽. 걔는 대학 가야 돼. 아무 잘못이 없……어. 걔를 나쁘다고 하면 안 돼.

 , 빌어먹을 전형적인 고삼 실연이었다. 차이고 버림받았는데 여전히 사랑해서 찢어지는 가슴으로 울어야 하는 거다. 우리가 암만 양아치 짓을 해도 공부 잘하는 재수 없는 녀석들에 비하면 마음이 더 순수하다. 그놈들은 시험 기간엔 안 만난다거나 대학가서 연애하자거나 하지만 보고 싶은데, 당장 좋은데 그게 되냐? 우린 그런 힘 조절 같은 건 안 하고 그냥 ‘올인’해 버리거든. 물론 그랬다가 나도 우리 반 여짱 정아에게 버림받았지만.

 나는 남호우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꽉 쥐었다.

 “실컷 울어라, 괜찮아. 이 세상에 여자 존나 많다. 마음껏 울고 잊어버려. 내 집에서 운다고 시비 걸 새끼 아무도 없으니까 눈물이 마를 때까지 마음껏 펑펑 울어라.

 나는 남호우를 가급적 부드러운 어조로 위로했다. 남호우는 내 말을 듣자마자 깜짝 놀랄 만큼 펑펑 울었다. 굉장히 서러운 분위기가 좌중을 정기 여객선처럼 순항했다. 이 텅 빈 집에 이사 와서 나 혼자 울고 있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래, 울어야 한다. 눈물은 가슴 속의 사랑을 비워내는 작업이다. 하도 울어 내 가슴엔 사랑 따위가 없다. 마른 식빵 같이 퍼석퍼석해질 때까지 비워내지 않으면 괴로울 뿐이다.

 “한잔 주게.

 이원식이 조금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말했다. 내가 그의 잔에 술을 채워주자 이원식이 잔을 들며 남호우에게 말했다.

 “자, 그만 울고 한 잔 하게. 야구광은 27연타석 삼진을 당했을 때나 우는 거야.

 이원식! 네가 사랑을 알아?

 버럭 남호우가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나와 이원식은 동시에 깜짝 놀랐다. 이원식은 거의 잔을 떨어뜨릴 뻔했다.

 “사랑을 아냔 말이다! 정말 사랑했는데 다시는 못 본다고. 걔가 나 따윈 잽싸게 꺼지고, 다신 자기 눈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했어. 이제 걔를 만날 수 없게 되었단 말이야. 차라리 걔가 죽었다면, 그래서 못 보게 되었다면 이렇게 슬프지는 않을 텐데. 같은 나라의 같은 도시에, 같은 학교에 버젓이 걔가 살고 있는데 만날 수 없다는 건 너무나도 끔찍한 일이란 말이다.

 

 이원식은 남호우의 말을 끝까지 듣더니, 흠흠 하고 기침을 두 번 한 다음, 다시 말했다.

 “난, 사랑 같은 건 모르네. 어서 한잔하고 눈물을 감추게, 눈물을 아끼게, 이별보다 더 아픈 건 그리움이라네.

 나는 이원식의 말을 듣다가, 전혀 웃을 분위기가 아니었음에도 설핏 웃고 말았다. 난 참지 못하고 이원식에게 소곤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거, 나훈아 노랫말 아냐?

 “아니 자네 나이에 나훈아를 어떻게 아는 건가?

 이원식 역시 슬쩍 웃음을 비치며 내게 소곤거렸다. 나는 이원식이 겨우 한 살 많으면서 그러는 게 웃겨서 급기야 피식 뺨 근육을 쪼개고 말았다. 그러자 다시 남호우가 고함을 질렀다.

 “이 새끼들, 친구가 슬픈데 농담이 나와? 나훈아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꺼져, 이 생양아치 새끼들아. 혼자 있게 나가!

 

 나와 이원식은 그 기세에 눌려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실연당하더니 술이 약해져서 ‘꼬장’ 부리는 건 아닐 것이다. 슬픔은 결코 술주정으로 오해되어서는 안 된다. 난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술 한 방울 안마시고도 온갖 진상은 다 부렸으니까. 그래, 울게 내버려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가 어디 가서 이렇게 울겠는가. 호우 집에 가본 적이 있었는데 부모님과 여동생과 함께 사는 꽉 차 있는 그 좁은 공간은 절대 울 만한 곳이 못 되고, 타인들로 점철되어 스스로도 타인이 되어야 하는 카페나 술집에 들어가서 울 수도 없을 거고, 더군다나 울음소리가 메아리 칠 벽도 없는 길거리에서 울 수도 없지 않은가. 울 곳은 텅 빈 우리 집밖에 없다. 우리는 그가 마음껏 텅 비울 수 있도록 방해하지 않기로 했다.

 남자가 눈물을 펑펑 쏟는 좋은 구경거리는 오랜 우정을 고려해서 싹 포기했다.

 

 거실 한쪽 구석에서 이원식과 나는 며칠 전 만들어 두었던 야구배트와 공을 꺼냈다. 배트라는 건 신문지를 세로로 빡빡하게 말아 테이프를 세 군데 감은 길쭉한 것이었고 공은 탁구공 크기로 빡빡하게 뭉친 알루미늄 호일에 청 테이프를 소가죽처럼 발라놓은 것이었다. 며칠 전 빈 집의 먼지들처럼 심심해서 하품을 하다 이원식과 내가 고안해낸 야구 장비였다. 애늙은이 이원식은 컴퓨터 게임을 너무 못해서 같이 할 만한 게 없었는데 역시나 우리는 야구로 통했다.

 

 거실에도 가구라곤 없으니 충분히 야구가 가능했다. 거실 한쪽 모서리에 무릎 높이의 박스를 하나 세워 두고 그 위에 직사각형의 베개를 올려놓았다. 말하자면 그것이 스트라이크 존이었다. 스트라이크 존이 눈에 보인다니 이상하지만, 포수나 심판이 없으니까 그게 아주 딱이었다.

 투수는 주방 앞에서 공을 던지고, 1루 베이스는 화장실 문짝, 3루 베이스는 작은방 문.  주방 쪽의 싱크대 넘어가면 홈런. 작은방과 화장실 사이를 흐르는 타구만 안타. 그리고 나머지 벽에 맞는 모두는 파울.

 

 며칠 전 급조해서 만든 규칙이었지만, 놀랍게도 야구다운 스코어가 나왔었고 그만큼 야구다운 재미가 있었다. 공이 작고, 신문지로 만든 배트는 가늘기 때문에 정교하지 않으면 치기가 힘들었지만, 이원식과 나의 운동신경과 야구감각으로는 문제가 안 됐다.

 처음에 설렁설렁 던지던 공도 나중에는 최선을 다해서 던지지 않으면 난타 당했다. 거의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른 공도, 첨엔 반칙이라고 못 던지게 하다가, 나중에는 그것마저도 스피드가 어느 정도 이상 나오지 않으면 다 타이밍을 맞추게 되었다.

 야구를 시작하자는 말도 없이 이원식이 투수 쪽, 내가 타자 쪽에 섰다.

 “호우새끼 두고 우리끼리 이래도 되는 거야?

 “괜찮아. 혼자 있게 해주려고 일부러 농담을 했네. 사랑이고 이별이고 어차피 혼자 하는 것 아니겠나?

 

 애늙은이 이원식이 어울리지 않게 초구를 빠른 공으로 승부해 왔다. 나는 초구를 보내고 2구를 기다렸다. 2구는 역시 그가 자주 쓰는 체인지업이었다. 볼 배합 하면 빠른 공 하나, 느린 공 하나 던지는 게 전부인 엉성한 이원식의 패턴 정도는 충분히 읽어낼 수 있었다. 나는 느린 볼을 끝까지 기다렸다 방망이를 휘둘렀다. 그러나 공은 전혀 배트에 스치지도 않았고 허공을 가르는 듯한 느낌만 났다. 주방 쪽에서 이원식이 미친 듯이 웃어댔다.

 “하하하, 내 포크볼 맛이 어떤가?

 “이게 포크볼이란 말이야?

 “그렇다네. 어젯밤에 자네 몰래 연습해 뒀지. 공이 작으니까 더욱 던지기 쉽구만. 하하하.

 이원식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그때 남호우가 화장실에 가는지 눈물자국 가득한 얼굴로 나왔다. 그는 우리들 몸에서 뿜어 나오는 웃음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야구를 시작함과 동시에 살아 오르던 몸의 경쾌하고 호탕한 신호. 나는 남호우에게 조금 미안해졌다. 그래서 이원식 쪽으로 입술에 손가락을 갖다 대는 시늉을 했다. 남호우는 우리 모습을 잠깐 보더니 화장실이 어디냐고 물었다. 나는 손가락으로 우리의 1루 베이스를 가르쳐주었다. 그가 화장실에 들어가자 울음소리가 물 흐르는 소리와 함께 얼핏 들려왔다.

 

 그 뒤로 나는 이원식의 포크볼에 계속 헛스윙을 하고 5회까지 한 점도 내지 못하며 끌려갔고, 직구+커브+체인지업의 배합으로 가던 내 공은 홈런 두 방에 밑천을 다 드러내고 말았다.

 2-0으로 지고 있던 찰나, 이원식이 던지는 포크볼의 비밀을 알아냈다. 그 공은 타자 앞에서 뚝 떨어지지만, 안치고 기다려 봤더니 절대 베개 아랫단에 걸리지 않았다. 유인구였고 기다리면 볼이었던 것이다. 나는 이원식이 포크볼을 던지면 가만히 서서 기다리고, 직구만을 노려 치는 방법으로 순식간에 3점을 뽑아냈다. 역전이었다.

 이원식은 좀 전의 웃던 기세는 간 데 없이 비칠비칠 땀을 흘리고 있었다.

 “보일러 켰나? 왜 이렇게 덥냐?

 그는 투수를 메이저 리그에 나오는 최고의 마무리 투수 ‘마리아노 리베라’로 바꾼다고 말하고 그와 비슷한 투구 자세를 취한 후 공을 던졌다. 그가 태도를 돌변해 던진 공은 높게 오다가 베갯머리에 톡 떨어지는 묘한 공이었다. 높게 왔으므로 볼 같아서 휘두르지 않으면 어김없이 베갯머리에 떨어졌고, 휘두르면 파울이 되거나 땅볼이 되었다. 이원식은 승리를 예감했는지 표정이 밝아졌다.

 “이것은 컷 패스트볼이라는 것이네.

 똥이 마려울 만큼 기묘한 볼이었다. 나는 더 이상 점수를 내지 못하고 9회 말을 맞았다.

 “그렇다면 나도 마무리 투수 올리겠어. 후지카와 큐지!

 나는 일본의 괴물 마무리 투수처럼 묵직하게 아무런 표정 없이 마운드에 서 있다가 아주 느린 서클체인지업들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원식은 한 점을 쫓아와야 하는 입장인데다가 마지막 공격이니 마음이 달아 있었는데 내가 있는 힘을 다해 던지는 느린 서클체인지업에 속수무책이었다. 공이 들어오기도 전에 배트를 두 번이나 휘두르던 그는 결국 나에게 졌다.

 

 “야, ! 무슨 후지카와가 체인지업만 던져? 강속구 투수잖아?

 경기에 역전승한 기쁨을 허리를 돌리는 춤으로 만끽하고 있던 나에게 갑자기 남호우가 다가왔다. 호우는 화장실에서 세안을 했는지, 얼굴이 조금 말끔해졌는데 여전히 눈 주위가 퉁퉁 부은 채 빨갛고 습했다.

 나는 야구에 열중하느라 그가 화장실에 얼마나 오래 슬픈 몸을 가둬 놓고 있었는지 가늠할 수도 없었다.

 

 “나랑 한 게임 붙자.

 남호우의 말은 의외였다. 실연의 아픔을 좀 더 달래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는데,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누군가가 자신과 상대해 줄 것을 제의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놈이 싸우려고 시비걸 때의 자세와 비슷했다.

 뭐 실연의 슬픔을 야구로 달래려는 건지도 몰랐다. 하지만 나는 그와 경기하고 싶지 않았다. 믿기지 않겠지만 이원식과의 경기에 전력을 다했기 때문에 체력이 고갈되어 있었다. 그때 이원식이 말했다.

 

 “남호우, 나랑 떠. 야구가 뭔지 가르쳐주마.

 남호우는 이원식을 돌아보더니 기선을 제압하듯 칼진 눈빛을 날리며 고개를 두 번 끄덕였다.

 “이거 빅 매친데? 여러분, 이수 돔구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나는 그치지 않고 내리는 창밖의 빗물을 보며 구장 관리인처럼 너스레를 떨고 간단한 규칙을 설명해 주었다.

 “여긴 1, 저긴 3, 투아웃이면 공수 교체되고 싱크대 넘어가면……”

 “알고 있다.

 남호우는 내가 설명하는 중간에 배트를 들고 타석으로 가 버렸다. 굉장히 비장한 표정이었고, 금방이라도 다시 울 듯했지만, 간신히 누르고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워낙 야구라면 밥도 굶는 우리들이라, 아무리 슬퍼도 야구를 하고 싶어 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실연당한 즉시 야구라니 의외였다. 그러나 나는 남호우가 안쓰러워 공을 던질 채비를 하는 이원식에게 살짝 말했다.

 “살살해라, . 불쌍해 죽겠잖아.

 이원식은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원식과 남호우의 경기는 의외로 싱거웠다. 2회까지 남호우는 슬픔 때문에 힘이 빠졌는지, 우리 룰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계속 난타를 당했고 그때마다 거의 자신을 자책하며 화를 내는 듯한 표정이 되었다. 그 표정은 잔뜩 습기를 머금은 먹구름처럼 슬퍼보였다.

 

 살살하라고 얘기했는데도 이원식은 전혀 봐주지 않고 있었다. 이원식의 포크볼은 좀 전과 달리 베개 밑단에 꽉 차서 들어가 남호우를 계속 삼진으로 물러나게 했고 위로 솟아오르는 패스트 볼은 그대로 우주까지 날아가 버릴 것처럼 위력적이었다. 그는 그러면서 몹시 즐거워했다. 이원식은 나에게 진 분풀이를 가엾은 남호우에게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3회 초 공격에서 이원식이 잠깐 미끄러지며 던진 실투를 남호우가 받아쳐 2루타를 만들고 다시 볼넷을 골라 베이스에 가상의 주자들을 세웠다. 그에게는 처음 찾아오는 득점 찬스였다. 원 아웃, 주자 만루. 인생이나 야구나 기회는 반드시 온다는 삼촌 말이 맞다.

 이원식은 아까의 그 마리아노 리베라 폼으로 돌변해서 베개머리에 뚝 떨어지는 기묘한 공을 다시 던지기 시작했다. 남호우는 그 낯선 공을 끝까지 집중해서 잘 기다려 투 스트라이크 쓰리 볼 풀카운트까지 갔다. 놀라운 선구안이었다. 나는 그가 눈물 자국 남은 눈으로 공을 구별해 내려는 치열한 눈빛을 띠고 있는 것이 왠지 모르게 살짝 우스웠지만 극적인 상황이라, 웃음을 삼켰다.

 이원식이 승부구를 던질 준비를 했다. 느리게 와인드업 한 다음 그는 힘차게 공을 뿌렸다.

 나는 그 공에 신경을 집중했다. ‘날려라. 날려서 잊어라. 무슨 고통이든 멀리 쳐내고 보면 가볍잖아.’ 하고 나는 속으로 남호우를 응원했다.

 세상엔 죽도록 고통스러운 일도 있지만, 죽을 만큼 재미있는 것들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세상의 질량이 유지 되니까.

 남호우가 배트를 꽉 쥐었다. 타격 자세가 완전 애원하는 폼이었다.

 심각한 교통사고를 당해 평생을 침대 위에 드러누워 누군가가 똥오줌을 받아내야 하는 고통 같은 것에 비교한다면 사실 실연쯤은 사치스러운 고뇌다. 나는 남호우가 우리들의 야구를 통해 그딴 걸 빨리 잊었으면 했다.

 그리고 야구광 트리오로 돌아와 함께 술 마시며 야구 얘기로 이 비오는 저녁을 떠들썩하게 만들 수 있길 바랐다. 그러려면 남호우가 이번 타석에서 안타를 쳐야 했다.

 

 그런데 이원식이 마지막 승부구로 선택한 건 무시무시한 라이징 패스트볼이었다. 공은 빠른 속도로 들어가다 타자 앞에서 솟아오르며 베갯머리의 윗부분에 살짝 걸쳐졌다.

 “삼진 아웃!

 이원식이 소리치고 웃으면서 공수교대 준비를 했다. 그런데 남호우가 버럭 화를 냈다.

 “이게 어떻게 스트라이크야? 베갯머리에 스치지도 않았어.

 “무슨 소릴 하는 건가, 꽉 찬 스트라이크였는데.

 “절대 아니야. 베개 위로 들어왔다고! 벽에 맞는 소리였지, 베개에 맞는 소리가 아니었거든?

 “어허, 우길 걸 우겨야지, 분명히 스트라이크였네. 박상에게 물어보면 알 것 아닌가.

 내가 보기에도 분명히 공은 베개의 상단에 들어갔다. 오해의 소지가 있을 만큼 살짝 스치듯이 들어갔지만, 그것은 스트라이크라고 해도 전혀 오심이 아닌 공이었다.

 하지만 펄펄 뛰는 남호우를 바라보니 아직도 놈의 눈매에 그렁그렁하게 얼룩져 있는 눈물 자국과, 억울하다며 떼쓰는 표정이 겹쳐 미친 듯이 웃음이 터져 나오려고 했다. 어떻게 실연이고 나발이고 금방 야구에 이토록 몰입해 버릴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진지한 분위기 때문에 절대 웃을 순 없었다. 나는 웃음을 참느라 눈이 튀어나오려고 하는 붉은 표정이 되어버렸다.

 “박상, 너는 멀리서 봤잖아. 이 베개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은 나란 말이다. 분명히 볼이었다고.

 전형적인 판정시비 상황이었다. 남호우는 목에 핏발을 세우고 눈썹을 위로 한껏 치켜뜨며 손바닥을 내보이고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강변했다. 방금 전까지 울던 사람이라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았다. 그리고 판정시비 고유의 동작들을 이어갔다. 배를 내밀고 손으로 스트라이크 존과 공이 지나간 순간에 대한 재연을 하다, ‘아 놔~!’ 하는 소리를 내고 벽의 자국을 주먹으로 탕탕 치면서 억울해 했다. 나는 벽을 긁으면서 웃음을 참았다. 죽을 것 같았다. 가슴속에서 웃음의 초신성이 폭발하듯 견딜 수 없는 압력이 밀려나왔다. 그래도 나는 판결을 생각하는 척하며 간신히 참아낼 수 있었다. 배가 몹시 당겼고 눈물이 찔끔 흘렀다.

 “넌 뭐해!

 남호우와 이원식이 동시에 고함질러 간신히 웃음이 멈추자, 나는 그것을 실연의 아픔을 잊기 위한 그의 본능적 몸부림이라고 생각했다. 이 상황에서 지면 자신의 무거운 실연에게도 지는 것이라고 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거친 항변은 생각 없이 웃기만 하던 내 가슴을 좀 흔들었고 나는 심판이 되어 그 상황을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이 이원식, 그건 볼이었어. 고로 밀어내기 한 점. 스코어는 5 1!

 “나 참, 이런 식빵 동네야구 같으니라고. 분명히 스트라이크였는데.

 “좀 봐줘. 이기고 있잖아. 게다가 방금까지 울던 녀석이 우기니까 좀 웃기긴 하잖아.

 “임마, 난 완봉승을 날린 거다.

 나는 어이없어하는 이원식 앞에 다가가 말했다.

 “남호우가 겨우 눈물을 그친 게 완봉승보다 값지지 않냐.

 이원식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내가 한 말에 피식 웃었다.

 “좋아. 겨우 한 점이니까. 인정해 주겠네. 하지만 지금부턴 정말 똑똑히 봐.

 

 경기가 재개되자, 남호우가 타석에 서서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웃긴 폼의 강타자 ‘개리 셰필드’처럼 배트를 흔들어 대고 있었다. 그의 눈가의 눈물자국은 여전했으나, 그의 얼굴 표정은 조금 전의 득점으로 한결 밝아져 있었다. 그가 우렁차게 소리 질렀다.

 “쫄았냐, 이원식, 어서 던져! 날 상대로 완봉승을 할 생각을 했다니, 오늘 그 어설픈 착각을 안드로메다에 보내 주지.

 이원식은 그 말에 자극받았는지 조금 전보다 더욱 매서운 공들을 던져댔다. 하지만 남호우의 방망이는 달라진 기분과 함께 무섭도록 달떠 있었다. 남호우는 싱크대 맞고 떨어져 나오는 깊숙한 타구를 날린 뒤 특유의 빠른 발을 이용해서, 이원식이 공을 더듬는 사이 화장실 문과 작은방 문을 짚고 베개가 있는 홈까지 달려들었다. 번개처럼 빨리 실연을 잊으려는 것처럼 정말 빠른 주루 플레이였다.

 “세이프! 그라운드 홈런! 5 4!

 남호우는 기쁨의 세리모니를 펼치기 시작했다. 야구의 환희가 슬픔을 털어내는 전환점이 된 것 같았다. 키스를 하늘로 보내고 양손을 치켜들며 점프해댔고 심지어는 그 모든 것이 여전히 우스워 견딜 수 없는 상태인 나를 꽉 껴안기도 했다.

 이원식은 통타를 허용한 투수 특유의 자세로 머리를 감싸 쥐며 주저앉았다.

 

 그때 벨이 정확히 다섯 번 연속으로 울렸다. 벨소리는 좌중에 얼음물 한 드럼통 같은 무시무시한 냉각기류를 끼얹었고 일제히 침묵이 이어졌다.

 “뭐 배달 시켰어?

 내가 남호우에게 물었다.

 “아직 족발 남았는데 뭘 시켜?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누구지? 삼촌이면 좆되는데.

 다시 벨이 다섯 번 연속으로 올려 내가 문을 열자 몹시 화가 난 표정의 남자가 곰처럼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는 문이 열리자마자 현관 안으로 들어와, 가구가 없어 쩌렁쩌렁 울리는 거실에 대고 고함을 질렀다.

 “이봐! 나 아래층에서 왔는데, 뭐가 이렇게 쿵쾅거리는 거야? 밑에도 사람이 살고 있어. 아내가 위층에 캥거루라도 사는지 올라가보라고 해서 왔는데 이건 뭐 하는 짓들이야, 정말 캥거루야? 왜 그렇게 방방 뛰어다니면서 고함을 질러!

 

 나는 남호우에게 룰 중의 하나를 가르쳐 주지 않은 것을 상기했다. 주루플레이를 할 땐, 뒤꿈치를 들고 해야 한다는.

 “죄송합니다. 야구 경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즉각 곰 같은 아저씨에게 사과했다.

 “야구? 아파트에서 야구? 그렇게 쿵쾅거리는 게 무슨 야구야? 대학생이야 고등학생이야? 공부는 안 하고 밤중에 이 무슨 비상식적인 짓거리들이냐고. 공부하기 싫으면 야동이나 보고 딸딸이나 치든지, 야구는 무슨. 비 오는데.

 그 남자는 소나기가 쏟아지는 것처럼 많은 말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우리들의 그라운드에 비가 하염없이 쏟아지는 것 같았다.

 

 우리들은 그가 하는 말이 모두 옳다고 생각하며 책임을 통감하고 일제히 미안한 얼굴빛을 했다. 상대가 어른이니까 무조건 개기고 봐야 하는 상황은 아니었다. 순간 맞서 싸울까도 생각했으나 잘못한 쪽에서 그러면 십년간 재수 없다는 것을 이제 아는 나이이고, 상대의 인상이나 덩치도 좀 압도적이었다.

 “야구에선 병살타가 제일 나쁘고 공공주택에선 다른 집의 행복을 방해하는 게 제일 나쁜 거야! 알겠어?

 

 그의 훈계에 이원식이 앞으로 불쑥 나서서 허리를 크게 숙이며 대표로 사죄했다.

 “아저씨 참 죄송하게 됐습니다. 학생은 아닌데 애들이 어려서 철도 없고 개념도 없었습니다.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고 아주머니께도 사과드립니다. 저희는 지금부터는 얌전히 앉아만 있겠습니다. 이제부턴 머리카락 떨어뜨리는 소리도 내지 않을 테니 부디 화를 풀어주십시오.

 남자는 이원식의 눈을 보고 진심을 확인하려는 듯이 빤히 바라보다가, 뒤돌아서서 현관을 나갔다.

 “한 번 더 쿵쾅거리면 경찰 부른다. 명심해.

 

 곰 같은 뒷모습의 압도적인 덩치를 과시하며 남자가 아래층으로 돌아간 뒤, 우리는 허탈하게 그라운드에 서있었다.

 “뭐하고 있나, 소주나 한잔 더 하세.

 이원식이 그라운드를 떠나 방으로 들어갔다.

 남호우가 그 뒤를 따랐다. 이제 그의 눈가엔 눈물자국은 남아있지도 않았다. 우리들의 몸은 아쉬움을 풀풀 날리고 있었지만, 이 정도 만으로도 야구의 즐거움은 이미 촉촉이 만끽했다는 기분이었다.

 

 “강우 콜드다. 젠장. 돔구장에서 강우 콜드라니. 어쨌든 점수는 5-4로 이원식이 앞섰으나 5회를 넘지 못했으니까 이건 노게임으로 선언한다.

 내가 조용히 술잔을 채우며 말했다. 우리들은 건배를 하고 잔을 목 너머로 꺾었다.

 

 “근데 이 새끼 아까부터 왜 자꾸 심판인 척해.

 그때 이원식이 입가에 조금 흘린 소주를 손등으로 훔쳐내며 내게 말했다. 그리고 이제는 완전히 슬픔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이는 남호우가 그의 말을 거들었다.

 “우리 중에 공부는 제일 못하는 새끼가 뭔 대가리로 판단하고 결론 내리는 거야?

 “맞아, 동감이네. 이런 녀석은 맞아야 머리가 좋아질 거야. 일루와. 좆만아, 좀 맞자.

 녀석들은 장난스럽게 나를 퍽퍽퍽 때리기 시작했다. 흥미진진했던 야구경기가 아쉽게 끝나버린 것에 대한 분풀이인지도 몰랐다. 장난이지만 좀 아팠다.

 

 실컷 얻어맞은 뒤, 방바닥에 벌렁 드러누워 나는 말했다. 

 “씨발, 야구 선수나 할 걸. 야구라면 졸라 잘했을 텐데.

 

 그 말을 듣고 남호우가 자기 잔에 혼자 술을 채웠다. 이원식도 자기 잔에 혼자 술을 채웠다. 모두 43명인 반에서 41, 42등인 새끼들. 이 닭대가리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

 

 그들을 친근한 눈길로 바라보다 일어나서 43등인 나도 내 잔에 혼자 술을 채웠다. 우리들은 한 잔씩 쭉 비웠다. 쓴 맛이 입안을 타고 넘어 가슴속에 자극적인 울림을 만들어 냈다. 우리들의 몸은 그 쓴 맛의 고통을 털어내기 위해 거의 동시에 카아, 하는 소리를 빈 집에 울렸다.

 우리들의 슬픔을 삼진 아웃시킨 그 소리만큼은 단연 1등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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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소개*


  

박상

소설가

1972년 부산 출생
200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짝짝이 구두와 고양이와 하드락」으로 등단
현재 인터넷문학라디오 문장의소(
http://radio.munjang.or.kr)에서  격주로 <박상의 라디오만담>코너 진행,
스포츠서울에 장편소설 <말이 되냐> 연재중


개인 블로그
http://blog.naver.com/1more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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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후기>
"내가 좋아하는 것은 소설, 야구, 음악, 치킨, 술, 친구, 모터사이클, 여자, 민주주의.싫어하는 것은 그 이외의 모든 것. 균형을 맞추려면 좋아하는 것들을 더 미친 듯이 좋아라하는 수밖에 없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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