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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티너 입시&진로 가이드

  • 작성일 2013-07-15
  • 조회수 639




글티너 입시&진로 가이드

– 1.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김유진(글틴 명예기자)




고 3 학생에게 여름이란 마냥 덥기만 한 계절은 아닐 것이다. 고 3 글티너들도 예외는 아닐 터. 기말고사가 끝나고 바로 시작되는 원서 접수 기간. 자신의 꿈을 확고히 다진 글티너들도 있겠지만, 부랴부랴 학과 목록을 들여다보는 글티너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주어진 시간은 짧다. 게다가 자료는 얼마나 방대한가. 문학과 글쓰기에 관한 학과는 파면 팔수록 세부적으로 나뉜다. 막연한 관심으로만 지속되었던 취미를 '진로'로 결정지어야 할 때의 막막함. ‘문학 특! 기자단’은 수험생의 이러한 고민을 도와주고자 조사를 시작했다. 각 과의 재학생과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각각의 기사가 수험생들의 진로 결정을 도울 것이다.
향후 인터뷰 시리즈는 물론 현재 국문과를 진단하는 대담 등 글틴 명예기자들의 다양한 취재글을 연재할 예정이다.



  ○ 창작 중심의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예대 특유의 자유를 엿보다


어떻게 보면 오직 ‘글을 쓰기’위한 과는 하나뿐이다. 인문학적 관점도, 문화콘텐츠적 관점도 아닌 오로지 문학예술로서의 글쓰기를 지향하는 곳. 문예창작과는 글틴 문청들에게 문학 특!기자단이 추천해줄 첫 번 째 학과이다. 아마 글을 쓰는 청소년들이 꿈꾸는 생활은 문예창작과의 일상과 비슷할 것이다. 그 중 시인 김혜순, 소설가 한강, 평론가 이광호 등의 유명 문인들로 이루어진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는 그 로망의 표본이 아닐까?
어떤 문예창작과든 저마다의 특성이 있겠지만,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는 창작 위주의 탄탄한 커리큘럼과 예술대학 특유의 자유분방함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을 꿈꾸는 문청들이 적지 않다는 것은 매년 올라가는 입시 경쟁률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글틴 기자 김유진 학생이 직접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재학생과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인터뷰는 인터뷰이의 요청에 따라 그녀의 고향인 대전에서 진행되었다. 대전 둔산동의 한 회전초밥 집. 레일의 구석에서 만난 박지은(가명)학생은 인터뷰 사전 문자를 할 때보다 훨씬 조용하고 진중한 인상이었다. 과의 특정 대표자의 느낌이 날까봐 익명을 요구한 박지은 학생은, 근처의 조용한 카페를 묻자 알고 있는 곳이 있다며 기자를 직접 데리고 갔다. 시내 한 모퉁이에 위치한 작은 카페에는 각종 책과 함께 조용한 팝송을 틀어주고 있었다. 주문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카페모카를 사이에 두고 기자와 박지은 학생은 카페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박지은 학생은 이곳이 고 3시절 자주 와 글을 쓰던 카페라고 소개했다. 카페는 커피를 다 마시자 둥굴레차를 서비스로 주는 넉넉한 인심도 있었다. 어느 정도 긴장이 풀리자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인터뷰 내용으로 흘러들어갔다.


  ▶ 오직 글을 쓰고 글로 말할 수 있는 학과


● 김유진 (글틴 기자) - 글을 쓰는 입장에서 볼 때, 다른 과보다 문예창작과(이하 문창과)라는 학과가 가지는 장단점이 있을 것 같아요.
● 박지은 - 일단 창작 수업이 월등하게 많아요. 글을 쓰겠다고 다짐한 이상, 창작 시간은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각종 이론이나 학과와 관련 없는 수업을 듣는 대신 오직 문학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죠. 분위기부터가 그래요. 적어도 재학 중인 3년 동안은 오로지 글만을 쓰도록 약속을 받은 거예요.
현직 작가들에게 수업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에요. 현역작가로 활동하고 있다는 말은, 즉 현재 문단의 흐름을 파악하는 감이 있다는 뜻이에요. 그런 분들에게 배우는 수업만큼 현장감 있는 게 있을까요?



● 김유진 (글틴 기자) - 오직 글을 쓸 수 있는 과로군요.
● 박지은 - 하지만 방송작가라든가 출판작가를 하는 선배들도 많아요. 대표적인 예가 ‘신사의 품격’, ‘시크릿 가든’등의 작가 김은숙 선배고요. 사실 그 쪽에서 문창과를 많이 채용하기도 해요. 방송국엔 학교출신 선배들이 많기도 하고, 과 특성상 상대적으로 길이 넓죠. 졸업 시즌이 되면 채용 공고가 한가득 붙어요. 막내작가를 구합니다, 이런 식으로 말이에요. 그래도 여기 학생들의 공통점은 문학이자 작가라는 꿈이에요. 육십대든 칠십대든 등단을 하는 사람은 꾸준히 많은 것처럼 말이에요.



● 김유진 (글틴 기자) - 문창과에 들어가기 전의 환상과 실제 생활의 다른 점도 많았을 것 같아요.
● 박지은 - 저는 환상이랄 것은 딱히 없었어요. 다만 이 곳 학생들은 각자의 글에 대한 신념이 있어요. 저마다 상처도 있고요. 그래서 그런지 문창과 학생들이 겉으로는 굉장히 예민하고 개인주의적으로만 보이지만, 반대로 그 상처라든가 지향점 때문에 끈끈한 공감이 형성돼요. 예를 들어 남들이 이해할 수 없는 부분, 상식적으로 편견을 가지고 보는 부분도 ‘아, 쟤는 저런 상처를 가지고 있는 애구나.’하고 동질감을 느끼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서로에게 편해지고 숨김이 없어지는 거죠. 그게 자연스럽게 위로도 되고요.


  ▶ 절대적 기준이 없는 곳, 예대는 취업사관학교가 아니다



● 김유진 (글틴 기자) - 근래 취업률을 기준으로 문창과가 국문과와 통폐합되기도 하고, 예술대학이 부실대학으로 선정되기도 했잖아요.
● 박지은 - 사실 이건 누구나 하는 말일지도 모르지만, 대학은 취업 사관학교가 아니에요. 예술대학은 더더욱 그렇고요. 더 배우고 느끼기 위해 간 곳이 그저 취직을 위한 수단이 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아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낸 모순이죠. 이 부분에 대해선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요.
● 김유진 (글틴 기자) - 문창과 입시가 내신이나 수능성적 위주로 바뀌고 있단 것도 비슷한 맥락이죠.
● 박지은 - 문창과같은 예술계열은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기본적인 상식으로 판가름 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 예를 들어, 오직 성적으로만 뽑아 학교에 들어온 학생들과 합평을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수업은 진행조차 되지 않을 거예요. 글을 보는 안목이 단기간에 생기는 것도 아니고요. 문예창작이라는 학과의 목적에 맞는 학생들을 뽑아야 하는데, 성적으로 문창과 학생을 뽑아버리면 진짜로 글을 쓰는 학생들의 자리는 사라지잖아요. 학과 목적에 맞는 학생을 뽑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 자신의 한계를 선 긋지 않을 권리



● 김유진 (글틴 기자) - 실기를 위해 배우는 글과 실제 문창과에서 배우는 글이 많이 다르다던데요?
● 박지은 - 사실 입시용 글과 문창과에서 쓰는 글은 좀 달라요. 다만 그 입시글에서 교수들은 기초적 지식과 재능을 발견하는 거죠. 그리고 그것을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많은 학생들이 학원과 과외를 하는 거구요. 하지만 이건 오로지 합격을 위해 만들어진 글일 뿐이에요. 그 입시글을 합격을 하고서도 버리지 못한다는 건 기초단계에서만 머문다는 뜻이죠. 예를 들어 입시글에선 묘사위주로 쓴다든가 자극적인 소재만을 사용하지만 실제 소설은 그렇지 않잖아요. 문창과에 온 순간 입시글처럼 쓴다는 생각은 버려야 돼요. 학창시절에 큰 상을 많이 받고 문창과에 온 학생들도 마찬가지에요. 문창과에선 자기 글을 찾아야 돼요.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비슷비슷한 글만 쓰게 되는 거죠. 그걸 버리는 게 무척 힘든 과정이긴 해요. 그래서 교수님도 그러셨어요. 너희들이 여기에 합격한 건 어느 정도 기본이 있다는 뜻이니까 그 자리에서 머물지 말고 본인에게 맞는 것을 찾아도 된다고요.



● 김유진 (글틴 기자) - 교수님이 현직 작가라서 얻는 게 많은 것 같아요.
● 박지은 - 앞서 잠깐 말했지만, 교수님이 현직 작가라는 건 많은 장점이 있어요. 문단의 흐름은 물론 독자들의 입맛도 알고 있어요. 물론 작가가 독자에 맞추어 글을 써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독자들의 선호하는 스타일을 안다는 것은 많은 장점이 있잖아요. 현장감도 그렇죠. 작가들 사이의 유행, 작가들의 스타일이라든가 선호하는 방식같은 것은 사실 같은 직종이 아니면 아무리 전문가라도 알 수가 없어요.



● 김유진 (글틴 기자) - 많은 질문 대답해주셔서 감사해요. 마지막으로 글틴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 박지은 - 오히려 ‘나는 글 밖에 쓰는 재주가 없어.’라는 생각을 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그러니까, ‘나는 잘하는 게 많지만, 글을 쓰고 있는 거야.’ 라는 생각? 자신의 한계를 이만큼으로 좁히지 않고 무궁무진하게 펼쳐놓는 것도 한 방법이에요.
그리고 실기를 차선으로 두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대학을 위해 공부를 하는 만큼 글을 써야 해요.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 것도 좋지 않고요. 부담이나 자만을 하지 않되 무엇보다 열정적으로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글틴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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