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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문학예술잡지 BTL 인터뷰

  • 작성일 2013-10-15
  • 조회수 1,914




비틀어 달리 보면 더 보인다.
‘BTL(청소년 문학 예술지)’를 만드는 10대들



- BTL 제작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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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즐겁게 했을 때 중요한 지점이 있다. ‘시간’이다. 어느 시기에 무언가를 했을 때 소위 ‘적절한 타이밍’이 가치기준이 되기도 한다.
10대 청소년 자체 제작 시스템을 정비한 ‘BTL’은 시간의 주인들이 만드는 잡지다. 현재에 충실한 이들, 미래에 지금을 저당 잡히지 않았다. 당당하다. 청소년들만의 손길로 만들어진 잡지, BTL은 ‘Between The Lines Literary Magazine’의 줄임말로 ‘청소년 문학 예술지’를 표방한다. “행 사이사이를 읽자”는 뜻이다. “예술을 읽을 때는 속독보다는 천천히 ‘왜?’를 생각하며 읽자”는 의도로 지었다. 글틴 웹진이 글을 쓰는 10대들과 그 선배들이 주축으로 쌓아가는 공간이듯, BTL은 10대라서 참여가능한 공간이다. 고등학생들이 직접 기획· 취재· 편집하고 마케팅까지 통틀어 다 한다.
만일 그들이 10대가 아니었더라면, ‘그게 직업인가보다’, ‘좋아서 하나보다’ 정도로 이해의 범위가 한정될 수도 있으나, BTL은 감흥이 좀 남다르다. 청소년 고유의 목소리, 혹은 그 세대만이 기록할 수 있는 글을 ‘지금 이 곳에서’ 스스로 엮는 까닭이다. 특히 입시 위주로 돌아가는 국내 환경에서는 더 주목받을 팀이다. 이 잡지는 자발적으로 모인 제작팀이 국내외 청소년들의 글쓰기 욕구를 북돋고, 제작에 필요한 비용이나 유통망 관리도 직접 책임지고 있다. 현 제작진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시에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어줄 예정이다.
글틴 명예기자인 오수진, 전수현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신도림 사무실에서 황윤하 편집장을 비롯 변용준 편집장, 황준하 아트디렉터, 남재헌 마케팅부장 등 여럿 BTL 팀원들과 만나 잡지 제작과정, 참여방법 등을 간접 경험했다.
이 인터뷰는 황윤하 대표가 문화예술위원회에 문예지 기금에 관해 전화로 문의하면서 이뤄졌다. 글틴 담당자와 따로 만난 뒤, BTL 성향이 글틴기자 커뮤니티에 전해졌고, 이후 인터뷰로 성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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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TL, 학교 동아리로 시작해 전국 네트워킹으로 확장


애초에 BTL은 학교 안 2개의 영문학 동아리, 문학 토론·과 (시 중심) 창작집단에서 출발했으나 두 동아리가 하나로 합쳐지고 잡지 제작팀으로 바뀌면서 다른 학교로 번졌다. 비슷한 의도로 뭉친 학생들이 제각기 다른 색채의 글과 디자인을 섞고 작품을 받아 결과물을 내면서, 참가 범위도 확장된 것이다. 영문으로 시작했으나 1년 후 국문, 영문을 동시에 실었다. 현재는 ‘청소년 예술인 네트워크 구축’도 설립 목적에 두고 있다. 글을 쓰고 나누는 공간 외에도 문학 작가와 다른 장르의 예술가, 학생들이 소통할 수 있는 장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 글틴 : 일단 먼저 이 잡지를 만들게 된 계기가 되게 궁금했어요. 여러 다른 분야로도 만들 수 있잖아요? 그런데 문학과 예술 관련 잡지로 만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 BTL : 영문학이나 국문학을 모든 사람이 다 하기는 힘들잖아요? 소수의 사람들만 즐길 수 있게 느껴지는 게 예술인데, 더 많은 사람들이 예술을 생활화하길 바랐어요. 자신이 이과라거나 예술 관련 직업에서 일하지 않더라도 예술을 할 수 있고, 문화생활을 할 수 있잖아요. 그런 걸 퍼뜨리고 싶었어요. 예술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 가볍게 쉬었다 갈 수 있는, 그런 예술을 만들자고 생각했죠. 소수가 아니라, 누구나 글을 창작할 수 있고 읽을 수 있다는 마음에서 비롯됐어요. 동아리로 시작했는데 이젠 동아리를 벗어났고 개인으로 참가할 수 있어요. 동아리를 연계하는 식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모이는 거라고 생각하심 돼요.
용인외고, 민사고, 경기고 등 여러 학교 사람이 모였는데요. 어떻게 커졌는지 모르겠는데, 저희 뜻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이 예술 잡지를 굳이 하나의 스펙으로 보기보단, 지하철 타고 가면서 쉬어가면서 읽는 잡지로 봤으면 좋겠어요.


▶ 글틴 : 잡지가 일반 잡지들과 다르게 되게 한 눈에 들어오던데요. 어떤 면들은 장을 넘길 때도 독특하게 넘어가요. 예술적인 표지는 어떻게 표현했나요?
▶ BTL : (아트디렉터) 질감하고 연관된 미술 작품을 되게 좋아해요. 종이를 이용해 만들어서 포토샵 작업을 한 뒤, 눈에 들어오도록 효과를 낸 거예요. 예술 잡지이기 때문에 디자인도 예술적인 모습을 담기 위해서 공모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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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TL, 개방적인 공모, 협업 제작 시스템


2011년 영문학 동아리로 출발했던 이들은 2012년 5월에 1호 ‘RED’, 2012년 12월에 2호 ‘Blue’, 2013년 4월 ‘Phobia/공포증’을 발간했다. 출판사, 정기간행물 등록도 마쳤다. 출간된 잡지들은 교보·영풍·반디앤루니스·인터파크·Yes24·11번가 등 12개의 온오프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 글틴 : 공모 준비하면서 BTL 공모도 자주 봤어요. 잘 쓴 글을 뽑겠지만 잡지가 중점적으로 보는 게 있을 텐데요. 궁금합니다.
▶ BTL : 여러 가지를 보는데요. 점수를 매기는 시스템에서는 콘텐츠, 스타일, 그리고 이 주제와 다른 작품들과 맞춰가는 것, 조화 등을 기준으로 봐요. 엄청나게 잘 썼어도 떨어지는 게 있어요. 책 한 권도 하나의 작품이니까 맞물려 들어가야 하니까요. 그래서 열편을 뽑아놓고 비슷한 성향이 있다거나 하고자 하는 말이 너무 똑같은 글은 넣지 않아요. 최대한 다양하게 가려고 하죠. 무겁게 가는 필자가 있으면 가볍게 가는 필자가 있어요. 농담을 많이 하는 사람이 있으면 화려하게 수사를 하는 사람도 있죠.
잡지로서 추구하는 가치는 청소년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지예요. 청소년 트렌드를 만드는, 큰 틀에 기여할 수 있는 작품을 많이 봐요. 점수 시스템이 있지만, 잡지 색채가 실험적인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실험적인 작품이 있으면 ‘바로 이거다’ 하죠. 그런 걸 중요하게 생각해요. 이제까지 했던 것을 똑같이 하는 것은 어른들을 따라하는 것이니까요.
가령 ‘공포증’으로 글을 받을 때도 ‘대인공포증’, ‘폐쇄공포증’ 등을 소재로 쓴, 완성도 높은 매끄러운 글이 있더라도 청소년 시각으로 쓴 글을 뽑아요. ‘밥솥 안에 갇힌 바퀴벌레가 무서워서 씨름하는 장면’을 묘사하거나 ‘스무 살이 되는 게 무섭다’고 쓴 글들은 좋았어요.


▶ 글틴 : 청소년 색채로 잡히는 게 있나요?
▶ BTL : 청소년들의 심리상태를 반영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대개가 항상 우울해요. 우울한 게 맞는데, 그렇다고 ‘한국 청소년들은 불행하다’라고 하는 건 맞지 않아요. 그렇게 바쁜데도 뭔 가를 쓰고 있다는 게 신기한 거 같아요. 억눌린 느낌을 많이 느꼈어요. 표현하고 싶어하는 느낌이랄까? 많은 학생들이 쓴 글을 보다 보면, 자기가 되려고 쓴다기보다 말을 하고 싶은데 말을 할 기회를 안 주니깐 쓰고 싶다? 그런 게 보였어요. 우울한 게 멋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좀 있어요. ‘나는 힘들다’, ‘나는 슬프다’ 이런 말을 하고 위로받고 싶은 느낌이요. 그래서 오히려 많이 갇혀 있어요. 자유로운 창작이어야 하는데, ‘시는 이렇게 써야 해’라든가, 어디서 배워온 거 같기도 해요. ‘이렇게 써야겠지. 이렇게 안 쓰면 이상하겠지?’ 그런 조심스러움이 많이 보여요.
디자인 미술 쪽은 굉장히 자기만의 색깔을 갖고 독특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있어요. 공부의 무서움? 그런 것도 있지만요. 갇혀 있는 게 아닐까요? 이런 잡지들을 알려주고 열어주면 달라질 것 같아요.


▶ 글틴 : 그럼 함께 일하는 사람을 뽑을 때는 어떤 점을 중점으로 보는지요?
(BTL은 현재 40여 명이 참여하고 있고, 새로운 호를 만들 때마다 모집 공고를 통해 후배를 뽑는다. 운문편집부· 산문편집부· 아트편집부· 디자인팀· 자료관리부· 재정관리부· 마케팅및유통관리부 등의 부서가 있다.)
▶ BTL : 여러 가지 자질들을 보는데요. 일단 저희들은 포트폴리오를 받아보거든요. 최근 몇 달 안에 완성한 작품이 있다면, 가장 중점적으로 ‘저희 색깔이랑 맞는지’와 ‘색깔을 늘릴 수도 있는지’를 봐요. 독특한 사람들을 찾아요.
각 부서 헤드들 밑에서 에디터로 들어오고 나면, 실력은 활동하면서 좋아지는 경우가 많아요. 대개 실력이 처음부터 안 높더라도 이후에 높아지니까, 창의성이나 톡톡 튀는 아이디어 위주로 봐요.
편집부는 창작을 잘 하는 사람만 뽑는 게 아니에요. 작품을 보는 안목이 있고, 한번 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끈기나 정신력으로 오랫동안 질리지 않고 하는 사람일지를 봐요.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 필요한 거 같아요. 항상 BTL을 생각할 수 있고, 잠자기 전에도 생각하는 사람이요. 실력보다는, 문학,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을 알리고 싶은 사람이요. 우러나오는 열정이 필요해요.
마케터는 성실성을 중점적으로 봐요. 에디터는 글을 보지만, 마케팅부서는 행사 진행을 하기 때문에 정해진 양만큼만 일하는 게 아니에요. 더 많이 홍보하고 더 널리 알릴 수 있는 적극성이 중요해요. 성실성을 보죠. 사람들이랑 관계 맺고 홍보하는 일이니까, 그런 방면의 경험이 있거나 광고 같은 것 등에 참여할 사람인지를 위주로 봐요.


▶ 글틴 : 각각의 부서들은 얼마나 자주 모여 회의를 하세요?
▶ BTL : 일주일에 한 번이요. 부서별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게 있고, 헤드 대표와 일주일에 한 번 모여서 중요한 안건들을 의논해요.
대개가 융합하는 타입이 많아요. 의견이 강한 학생이 있어서 부딪친 경우들도 있지만 싸우는 건 아니고, 의견을 발제하면 그것에 대해 반대한다든가 더 의견을 얘기한다든가 하는 게 저희 회의 분위기예요.
기관에서 단계별로 일하는 관류주의적인 분위기보다는 최대한 가족같이 하려고 노려하고 있어요. 고등학교 1,2학년이고 진짜 친구들이잖아요? 그래서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아니야. 우린 패밀리가 있어야 돼’ 이런 식으로 부딪칠 때도 있는데 적절하게 융합해요.
(마케팅은) 잡지가 새로 나올 때마다 판매· 유통하면서 개선할 점이 있으면 그때그때 ‘이런 점을 개선하면 좋겠다’,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을까’ 제시해주는 방식을 써요.
저희 부서(편집부)는 다 착해서, 사근사근한데요. 의견 충돌이 많을 때는 전쟁이에요. 두 시간 정도 다른 사람들이 쓴 작품을 두고 좋은 게 나오도록 분석하는 과정이 재미있어요. 저희가 분석하고 더 큰 작품을 만들어가는 걸 느껴갈 때 항상 행복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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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잡지를 모색하는 BTL, 실험을 지속하고 싶다



▶ 글틴 : 잡지를 만드는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을 텐데요. 어떤 점이 힘들었나요?
▶ BTL : (대표) 힘든 점은 여러 가지가 있죠. 대면을 하면서 일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누가 갑자기 일을 안 한든가 카톡 연락이 안 되고 전화도 안 받을 때 힘들죠. 저희가 공부를 하면서 이걸 만드니 투잡으로 스케줄이 생기잖아요. 기말 고사가 내일이면 당연히 누가 이걸 하겠어요? 그래서 저희가 스케줄을 짤 때 기말고사, 개학, 방학 일정을 고려해서 잡아요. 제가 대표로서 느꼈던 건 40명의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적당하게 일정을 받아서 수행할 수 있도록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게 힘든 거였어요. 사실 그게 제일 힘들어요.
(편집장) 가장 힘든 일은 남들 관심 받는 거예요. 저희가 이런 활동을 하고 있는데 알아달라고 해야 되잖아요? 독자층이 있어야 해요. 이미 잡지들도 엄청 종류가 많아요. ‘잡지 읽을 시간이 어디 있어요? 잡지를 볼 이유가 있어요?’ 그런 데에 이유를 만들어주고자 잡지 콘텐츠를 구성하고, 오프라인 행사를 기획했는데요. 청소년 문화의 일부로 잡지를 정착시키는 게 아직 완벽히 소화하지 못한 부분이기도 하고 가장 어려운 일이에요.
(아트디렉터) 저희 멤버들이 문학을 많이 하더라도, 미술 쪽은 별로 안 하더라고요. 하더라도 바로 나가거나 못하겠다고 할 때가 있어요. 그 과정을 조절하고, 협조를 부탁하는 게 힘들고 중요해요. 그래서 더 많은 참여를 이끌어내고 싶어서 잡지 홍보를 더 하고 싶어요.
(마케팅) 저희는 이 잡지를 판매해야 하는데요. 문학 이벤트나 북페어가 진행될 때 어떤 크루 한 명한테 딱 ‘조사해봐라’ 그랬을 때 다 뽑아 주는 경우도 있지만, 완벽히 해줄 순 없단 말이에요. 재차 요청해야죠. 제가 대표나 다른 크루와 조사를 해서 진행하는데, 그 과정이 힘들 때가 있었어요.
(편집) 사람이 다 다른 게 신기해요. 남들하고 글에 대해서 얘기하는데, 저는 같이 작업하고 그런 걸 잘 못하는 사람이에요. 처음에는 그게 힘들었어요. 제 시간 맞춰서 회의하고 회의록을 써내야 하는데, 사무적이고 시스템적인 면에서 약해요. 남을 배려하기 위해 해야 되는 것인데 그게 쉽지 않았어요. 더 큰 걸 만들려면 나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더 해야 하니까요. 지금은 많이 늘어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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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가 네트워킹을 꿈꾸는 BTL


현재 BTL은 ‘문학 예술 잡지’라는 정체성 외에도 다양한 활동에 도전하고 있다. 공개적인 모금 방식인 ‘소셜 펀딩’으로 제작비를 마련하기도 했고, 예술작품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데에 관심을 두고 ‘저작권 기부 운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우리 잡지가 완벽하지 않아도 다르게 써먹을 수 있는 것이라서, 저작권을 갖고 있지 않고 저소득층을 위해 저작권을 환원하려고 해요. 그래서 저희 잡지는 저작권 사이트에 무료로 올라가거든요. 정확히 수입이 얼마나 될지 몰라도 그런 식으로 환원을 하면서 저작권 기부운동에 참여하고 있어요. 예술이 엘리트 소유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가끔 어떤 이들은 ‘예술을 자랑하는 잡지인가? 어떤 정체성의 잡지냐?’, ‘그냥 잘 하는 애들이 자랑하는 잡지야? 작품집 아니야?’ 정도로 비아냥거리는 말을 할 때도 있다. 머릿속에 전형적인 잡지 포맷이 들어있는 사람에게는 ‘정보 전달’의 정도가 낮아서 잡지가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은 계속해서 “예술이 재미있고, 이과든 문과든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잡지로서 보여줄 심산이다.
또한 “궁극적으로 학생이 수동적인 존재로 학교에서 내준 숙제만 하는 이들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안 하는 것도 하고 돌아다니는 능동적인 존재라는 것”을 드러내고 싶다. “‘우린 이런 사람이다. 잡지를 사달라. 팔아달라. 써달라. 읽어달라’ 각종 요구를 하는 입장이라 사회생활을 일찍 힘들게 시작하는 느낌”도 있으나 이것이 결국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기 위한 “에피타이저”처럼 다가온단다.
그래서 비티엘 팀원들의 각자 포부는 크고 넓다. 비티엘을 통해 꿈을 꾸고 있고 더 많은 꿈을 꾼다. 어떤 이는 예술계통에서 어떤 이는 경영분야에서 진로도 모색 중이다.
황윤하 대표는 비티엘이 잡지뿐만 아니라 “잡지를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가 되길 바란다. 잡지는 하나의 요소이고, 고등학생을 벗어난 팀원들도 항상 이곳에 남아서 “비티엘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데 힘쓰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문학만이 아니라 음악, 무용 등 다양하게 융합했으면 하는 것도 필수다.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1년에 단 한 번 만나더라도 다들 BTL 네트워크였으면 좋겠어요. 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예술커뮤니티가 됐으면 하는 마음도 있어요.”
변용준 편집장은 “고등학생 때는 트렌드를 만들고자 힘들었지만 사회 나가서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트렌드를 확산시키고 정체성을 찾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멤버들은 각기 다른 꿈 안에서도 서로 즐겁게 맞춰가고 결과물을 만들어내며 성장하고 있다. 이들은 지금 한국 학생들이 ‘쉴 시간이 없다’는 진단에 “BTL을 보며 쉬고 갈 수 있으면 좋겠다. 천천히 읽을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싶다”고 생각하며 잡지를 만들고 있다. 그 시간들이 축적되다 보면 어느새 제작 멤버들도 독자들도 또 다른 시간 안에서 BTL을 추억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에도 꾸준히 현재진행형일 잡지를 꿈꾸며, 매호마다 다른 고등학생의 참여를 부추기고 있다. 새 잡지는 1년에 3번 나온다. 더 자세한 정보와 공모소식은 www.btlmag.com으로 접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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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 문학특!기자단 담당 변인숙




《글틴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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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01
K-할머니의 이름은

[리뷰 - 청소년소설] 기존 〈글틴스페셜〉이 9월호부터 〈Part.g〉로 변경되었습니다. 〈Part.g〉는 청소년 대상의 성장소설은 물론 창작희곡과 그래픽노블까지 다양한 영역의 '작품'과 '리뷰'를 게재할 예정입니다. K-할머니의 이름은 유은실, 『순례 주택』(비룡소, 2021) 김젬마 불편한 것들에 대하여 동화나 청소년소설에서 노년 여성 캐릭터는 대개 죽음이라는 소재와 연관되거나 주인공에게 정서적인 위안을 주고 성장을 돕는 존재로 그려진다. 그들은 주로 돌봄 노동과 모성의 주체로 호명되다 보니 자신의 이름보다 누군가의 어머니 혹은 할머니로 불려 온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자신을 이런 방식으로 규정하는 호칭들에 매우 민감한 이가 있으니, 바로 『순례 주택』의 건물주 순례 씨다. 75세인 순례 씨는 어머니, 할머니, 사부인, 동거녀 등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타인과 가족 단위로 엮이는 호칭들을 불편해한다. 이러한 호칭들은 순례 씨의 다채로운 삶과 이력들을 괄호 칠 뿐 아니라 순례 씨의 바운더리를 침범하는 무례함을 담고 있다. 순례 씨는 사별한 남자친구의 손녀인 수림을 손녀가 아닌 최측근으로 호칭 정리하며 할머니와 손녀라는 전형적인 관계 방식에서 벗어난다. 그는 ‘순하고 예의바르다’의 순례(順禮)에서 남은 인생을 지구별을 여행하는 순례자의 마음으로 살기 위해 순례(巡禮)로 개명할 만큼 자신의 이름에 대한 애착과 소명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의 가족으로 소환될 뿐 정작 자신의 이름으로 불린 경험이 없는 ‘K-할머니’의 이름은 자신을 옭아매는 규범적인 호칭들을 하나씩 덜어내며 재정의 된다. 순례 씨는 호칭뿐만 아니라 물질과 돈을 필요 이상으로 소유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 때문에 필요 이상의 것들을 덜어내는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한다. 이산화탄소를 마구 배출하는 인간들과 쓰고 남는 돈, 썩지 않는 쓰레기가 인생 최대의 고민인 그는 푸짐하고 손 큰 할머니의 밥상이 아닌 노동력을 최소한으로 하는 간단하고 소박한 밥상을 차린다. 순례 씨는 정직하게 땀 흘려서 노동하는 삶을 추구하며 세상과 물질에 욕심 없는 다소 초월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 누구보다 자기만의 경계가 매우 뚜렷한 인물이다. “월세 밀리는 건 참아도, 분리배출 제대로 안 하는 건 못 참”(80쪽)을 만큼 그는 순례 주택의 생활 수칙에 있어서만큼은 엄격하고 단호하다. 이렇게 순례 주택 입주민들은 공용 생활 수칙과 자신의 바운더리를 지키며 사는 것을 중요시하고, 무엇보다 이들은 “자기 힘으로 살아 보려고 애쓰는 사람들”(53쪽)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유은실의 『순례 주택』은 고정된 공간과 다양한 인물들의 대화를 중심으로 서사가 진행되며 기본적으로 순례 주택이라는 공동체의 복작거리는 삶을 그린다. 이는 사건이 인물과 장소의 활용도가 높고 이를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되는 시트콤의 형식과 비슷하다. 『순례 주택』은 등장인물의 이름, 나이, 직업, 특징 등을 세세하게 묘사하며 이

  • 관리자
  • 2022-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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