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문학특!기자단]민들레예술문학상, ‘소박한 토크콘서트’로 알리다

  • 작성일 2013-11-15
  • 조회수 637




민들레예술문학상, ‘소박한 토크콘서트’로 알리다



- 문학특!기자단 글틴기자
방보경(bbk0923@naver.com)


tok-con1



서교예술실험센터 1층, 토크콘서트가 진행되기 삼십 분 전부터 관계자들은 행사 준비에 바빴다. 그 와중 마이크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제 목소리가 원래 좋은데, 지금은 에코가 너무 심한 것 같네요.” 진행자 이은선 작가는 수줍은 표정과 어울리지 않게 능청스러운 멘트를 던졌다. 뒤쪽에는 차와 커피, 과자가 마련되어 있었다. ‘민들레 예술문학상’에 어울리는 노란색 컵홀더가 눈에 띄었다. 컵홀더에는 ‘예술이 세상을 바꾼다’는 로고와 함께 크라우드 펀딩(좋은 아이디어를 알려, 다른 이들에게 필요 자금을 얻어내는 것)에 참여할 수 있는 주소가 인쇄되어 있었다.
와우북페스티벌에서 열리는 ‘소박한 토크콘서트’는 한국예술위원회가 주도하고 있는 민들레 예술문학상을 홍보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노숙인· 쪽방촌· 비닐하우스 거주자 등 주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시, 소설 분야 문학 작가 분들의 자발적인 재능기부를 통해서 문학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연말에 공모한 작품 중 몇 개를 뽑아 시상금을 수여하는데, 2회에는 자발적인 후원, 즉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모금을 하게 된다.
이번 무대는 단이 거의 없었고, 사십여 개의 의자를 가깝게 배치해 놓아 그야말로 ‘소박한 토크콘서트’였다. 하지만 작년보다 올해 사람이 더 많이 왔다는 이은선 작가의 말에 행사가 대중들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tok-con2



@ 편견을 버리고 다가서기 “손을 내밀고 다가가세요”


1부는 김응교 시인의 강의가 있었다. 김 시인이 만난 노숙인들 중에는 사람들의 편견과는 다르게, 예전에 버젓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 많았다. 김 시인은 가난은 개인의 수치가 아니며, 사회 구조의 문제가 비정규직 문제를 양상하고 있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그는 민들레 문학특강 전과 후 달라진 점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더 달라지고 더 인간다워져야겠다”고 느꼈다며 앞으로 강연이 더 많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소망을 밝혔다.
2부의 작가와의 대화에서는 권오영, 노경실 작가가 자리를 빛내 주었다. 권 작가는 마음을 나누는 것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특강을 처음 했을 때는 경계심어린 눈빛이 가득했는데, 강연이 끝난 후 많이 친해졌다. 마지막 강연 때 환송식이 매우 감동적이었다”며 몇몇 노숙인들과 연락을 주고받고 있음을 밝혔다.
노 작가는 1차에는 탈락했으나, 인원을 보충하는 단계에서 영입되었다. 다소 늦게 들어왔지만, 누구보다도 열성적인 태도로 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노 작가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축복이며, 마음속 한 줄기 사랑의 빛이라고 말했다. 전에도 시각장애인 관련 봉사활동을 했다던 노 작가는 “한 발짝 다가갔을 때부터 마음의 문이 열린다. 일단 손을 내밀고 다가가라”며 크라우드 펀딩의 중요성에 시사점을 던졌다.
‘빅이슈’ 소속 진무두 국장은 대학생 시절에 노숙인을 싫어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들이 게으르거나 나약하다고 생각했기 때문. 그러나 ‘거리의 천사들’에서 민간복지사 활동을 하며 일하기를 원하는 노숙인들을 보며 진 국장은 자신이 편견을 가졌음을 알게 되었다. 그 이후, 그는 2010년에 한국에 「빅이슈」를 창간하고 노숙인의 가능성을 드러내는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tok-con3



@ 노숙인들의 진솔한 얘기 “내가 이렇게 가족을 많이 사랑하는 줄 몰랐습니다”


콘서트의 가장 큰 장점은 노숙인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자신이 직접 쓴 ‘거슬러’라는 시를 낭독하는 내내 노숙인 김미영(가명) 씨의 얼굴에는 쑥스러움이 가득했다. 투박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시였지만, 그녀의 삶이 절절하게 녹아났다. 시를 다 읽고 김미영 씨는 “내가 이렇게 가족을 많이 사랑하는 줄 몰랐다. 가족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하다. 언젠가 미안하다고 사과할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눈물을 보였다.
작가와의 대화가 끝나고 노숙인들과의 대화가 있었다. 안수남(가명) 씨는 “나약해진 제 자신을 돌아보고 다지는 기회가 되었다”며 “잊고 방치하고 있던 삶을 되돌아보며 많은 것을 얻게 되었다”고 밝혔다. 수업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들었다는 황인규(가명) 씨는 “문학특강은 지나온 삶과 지금의 삶을 그대로 이야기하는 것이었다”며 작가에게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하기도 했다. ‘진철이’로 2012년 민들레 문학상을 수상한 김두천 씨의 인터뷰도 이어졌다.
현재는 민들레 문학상 상금을 받아 아파트에 입주해 지내고 있는데, 제일 좋은 점은 마음대로 씻는 것과 옷을 깨끗이 입을 수 있는 것이라며 소박한 기쁨을 드러냈다. 그는 “건강이 좋지 않지만 지금도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시를 쓰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배출될 수상자들에게 민들레 문학특강 열심히 들어서 같은 아파트에서 지내자는 격려도 잊지 않았다.

tok-con4



@ 연대와 지원 속에서 함께 가기
- “우리가 빼앗아간 것을 나누면 그 분들도 언젠가 남을 도우시겠지요”


토크콘서트에 있는 모두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적극적인 지원이었다. 수업은 좁은 공간에서 선풍기 세 개에 의지해서 이루어진다. 권 작가는 “노숙인, 복지사, 강사에게 모두 열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원할 시스템이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시인이 일본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시절의 동영상에서 그는 “우리가 빼앗아간 것을 나누면 그 분들도 언젠가 남을 도울 수 있다”고 역설하였다. 또한, 시인은 “민들레 문학특강을 들으며 글을 쓰는 노숙인들에게 많은 사람들이 손길을 뻗어 준다”고 말했다. 문학의 힘이 사회의 변혁에 있다는 것이다.
“진철이가 갔단다/집 없는 진철이가 갔단다 어딘지 몰라도 갔단다/공원 맞은편 쓰레기통 옆에 허름한 텐트를 쳐놓고 살다/공원 맞은편 쓰레기통 옆에 허름한 텐트를 쳐놓고 살다/영영 저 세상으로 갔단다”(시 ‘진철이’ 중)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진철이’가 생겨나지 않도록 많은 관심과 연대가 필요하지 않을까.

tok-con5

tok-con6




《글틴 웹진》


추천 콘텐츠

[후회할거야_2]그대들이여,꿈을 갖지 마라. 꿈은 갖는 게 아니라 꾸는 것이다.

[후회할 거야_시즌2] 그대들이여, 꿈을 갖지 마라. 꿈은 갖는 게 아니라 꾸는 것이다. 김추령(교사) 얼마 전 아이와 이런 대화를 했다. “지금 전 무엇을 위해 버티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어요.” 나의 대답은 이랬다. “그렇구나.……. 실은 나도, 아직도 그렇단다.” 지금 다시 청소년 시절로 돌아간다면 나는 뭔가를 제대로 알고 나의 길을 갈 수 있을까?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세상은 불확정성이 넘쳐나는 정글이다. 전체 속에서 나라는 개체가 어떻게 영향을 받으며 어떤 식의 진화를 해나갈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니 청소년들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정글의 불확정성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인가? 불확정성을 뛰어넘을 수 있는 길이 있기나 한 것일까? 그런데도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폭언을 내뱉는다. 그것도 아주 당당하게, 빈번하게. “넌 이다음에 무엇이 될 거니?” “너의 꿈은 무엇이니?” 질문을 던지는 어른들은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나 알고 아이들에게 그런 질문을 던지는 것일까? 청소년 시절 나의 기억은 햇살이 한 뼘 정도 들어오는 아버지의 책상으로부터 시작된다. 당시 우리 집에 서재라는 아름다운 이름의 공간이 별도로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래된 한옥의 한쪽 방에 크고 투박한 책꽂이에 뒤죽박죽으로 여러 종류의 책이 꽂혀 있었고 그 옆에 낡은 나무 책상이 하나 놓여있을 뿐이었다. 나는 아버지의 책상이 앉아 일본어로 된 책들은 그림만 들여다보았고, 한글로 활자화된 것들은 텍스트를 읽었다. 세로쓰기로 편집된 것은 세로로, 가로쓰기로 편집된 것은 가로로 읽었다. 아버지가 청년 시절에 사 모은 책들은 모두 활자가 세로로 편집된 조악한 서적들이었고, 활자가 가로로 된 책들은 자식들의 교육을 위해 특별히 마련하셨거나 아니면 지인의 부탁에 울며 겨자 먹기로 구입한 전집류의 책들이었다. 책꽂이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백과사전이었다. ‘가갸~’로 시작해서 ‘~흐히’로 끝나는 인덱스를 머리에 달고 있는 말 그대로의 백과사전. 백과사전을 비롯한 여러 책을 읽으면서 나는 다양한 삶을 살았다. 당시의 나를 구성한 것은 꿈을 꾸는 여러 명의 나였다. 지금의 나는 정해진 하나의 직업을 가지고 있다. 선생. 그러나 여전히 내 안에는 꿈을 꾸는 여러 명의 내가 있다. 내가 왜 선생이 되었는지 몇 년 전에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대학 진학을 할 때 좋아하던 소설 속의 주인공을 닮고 싶은 마음에 지원하려 했던 학과를 부모님이 완강히 반대하셨었다. 몇 해 전 부모님께 여쭤보았다. “그때 왜 그렇게 반대를 하셨나요?” 돌아온 대답은 이러했다. “여자가 너무 잘나면 고생을 한다. 조금은 못남 직해야 좋은 남편을 만나서 행복하게 편안하게 잘 살 수 있을 듯해서 반대를 했지.” 당시에 선생은 조금은 못남 직한 직업

  • 작가
  • 2013-12-17
[후회할거야_2] 중독의추억

[후회할 거야_시즌2] 중독의 추억 홍경님(조각가) 태어나서 내가 최초로 중독된 것은 야구였다. 말하자면 나는 원년 프로야구를 소재로 한 박민규의 장편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꼬마 주인공과 거의 일치하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소설 속 주인공이 언제나 꼴지를 하던 삼미 슈퍼스타즈의 팬클럽이었다면 나는 언제나 그들을 울게 만들었던 얄미운 리틀 베어스였다는 것. 나의 야구 중독은 고교야구로부터 시작한다. 프로야구 출범 전 고교야구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대통령기, 황금사자기, 봉황기, 청룡기의 4대 전국 고교야구대회가 쉴 새 없이 채워주는 즐거운 에너지 덕에 나는 지루하고 유치한 어린이 시절을 견뎌낼 수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좋아하는 소설과 팝송도 야구만큼의 열광적 에너지를 만들어주진 않았다. 야구는, 정말이지 중독이었다. 나는 조그만 여자아이라는 자신의 신체적 약점에는 아랑곳 않고 선머슴아처럼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캐치볼을 했다. 가죽 냄새가 손에 배는 거친 글러브를 끼고 돌처럼 딱딱한 야구공을 받을 때 울리는 경쾌한 펑!펑! 소리는 최고의 쾌감을 주었다. 손바닥이 터져나갈 듯 세게 꽂히는 공. 그럴 때면 소리 높여 고함을 지르곤 했다. “어---이! 조오---았어!” 내가 좋아했던 고교야구팀은 '경북고'였다. 광주일고, 군산상고, 선린상고, 천안북일고 등 쟁쟁한 야구 명문 고교들이 있었으나 당시 경북고는 황금시절이라 불릴 만큼 굉장했었다. 무엇보다도 천재 유격수였던 강타자 유중일과 큰 게임마다 대담한 투구를 보여주던 언더핸드 투수 문병권 ㅡ 실력에다 잘생긴 용모까지 갖춘 두 선수가 있는 경북고의 카리스마는 지금의 아이돌 그룹 EXO만큼이나 소녀팬들을 열광시켰다. 당시 고교 야구 선수 최고의 인기는 선린상고의 박노준이 누리고 있었으나 나는 언제나 소매에 세 줄이 그려진 유니폼을 입은 경북고 선수들을 응원했다. 어린 시절 내 키가 한 뼘쯤 자라도록 성장판에 펌프질을 해 준 것은 그러니까 80년대 초의 고교야구였던 것이다. ‘깡!’ 하는 알루미늄 배트 소리만큼 힘차고 생생한 고교야구의 새파란 에너지 말이다. 프로야구 출범 즈음 아버지의 사업이 부도가 나 우리 집은 춘천으로 이사했다. 잘 가꾸어진 정원이 있던 넓은 집을 헐값에 팔고 하루아침에 서울을 떠나 아무 연고도 없는 강원도 춘천의 작은 아파트로 이사한 뒤 아버지는 딸이 받을 정신적 충격을 염려하셨을까, 유난히 어디건 나를 데리고 다니셨다. 당시 아직 젊었던 아버지는 망가진 사업을 새로 일으켜보려 연일 바쁘셨지만 그 와중에도 야구광인 나를 위해 주말이면 꼬박꼬박 춘천 구장은 물론이고 서울, 인천 구장까지 함께 프로야구 경기를 보러 다녔다. 야간 경기가 늦게 끝나면 아예 근처 숙박업소에서 자고 다음날 아침 부녀가 나란히 마주 앉아 해장국을 사먹고 돌아오는 것도 그 무렵 아버지와 나의 즐거움이었다. 중학생이 된 뒤엔 자율학습 시간에 작은 라디오를 소매에 숨겨 이어폰으로 야간 경기 중계를

  • 작가
  • 2013-11-15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 1500

댓글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