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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그래픽노블 이야기1 – 열세 살부터 시작되는 여성 생존 보고서

  • 작성일 2021-07-01
  • 조회수 866

[리뷰 - 그래픽노블]

기존 〈글틴스페셜〉이 9월호부터 〈Part.g〉로 변경되었습니다. 〈Part.g〉는 청소년 대상의 성장소설은 물론 창작희곡과 그래픽노블까지 다양한 영역의 '작품'과 '리뷰'를 게재할 예정입니다.




오늘의 그래픽노블 이야기 1

- 열세 살부터 시작되는 여성 생존 보고서


김유진




1. 열세 살의 여름 바다와 겨울 반달


『열세 살의 여름』(이윤희, 창비, 2019)에서 시작하자. 『열세 살의 여름』은 제목대로 6학년 여름방학부터 시작해 겨울방학에 끝나는 사랑 이야기다. ‘1998년 여름’이라고 첫 문장에서 밝히고 있으나 작품에서 자전적 성격이 강조되고 있지는 않다. 2021년의 열세 살이 아닌 1998년에 열세 살이었던 이야기가 지니는 의미는 다른 데 있어 보인다. 1998년의 열세 살에만 집중한다는 것. 그러므로 1998년의 열세 살로 2021년의 열세 살을 넘겨짚지 않는다는 것. 그럼에도 1998년의 열세 살과 2021년의 열세 살은 책 어디쯤에서 반드시 만나리라는 것. 20여 년이라는 시간 차이로 그때의 열세 살과 지금의 열세 살은 다르겠지만, 열세 살은 열세 살이어서 같기도 할 테니까. 다른 점과 같은 점을 동시에 가진 얼굴로 마주할 것이다.
여름방학 때 우연히 바닷가에서 만나 천천히 서로에게 밀려드는 해원과 산호의 마음.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일치하지 않는 교차로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우진과 려희의 마음. 매 갈피마다 섬세하게 그려낸 이 마음들은 지금의 열세 살에게도, 이십 년 전의 열세 살에게도 비슷해 보인다. 그렇게 이 작품은 지금의 열세 살과 서른세 살에게 동시에 다가간다. ‘1998년 여름’의 이야기가 모두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열세 살의 연애라 하면 종종 풋사랑으로 여기고 만다. 성인이 된 후 사랑과는 다른 경계에 두고, ‘첫사랑’이란 단어로 이상화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이 그려내는 사랑은 생생하고 진지하다. 사실 사랑이라 부를 만한 마음은 언제나 그러했다. 가장 처음 시작된 사랑이라고 해서 그 마음이 오롯하지 못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열세 살을 무엇에든 오롯할 수 없는 나이라고 보는 편견에 가리지 않는다면 말이다.
열세 살의 사랑이 오롯하다면 열세 살의 불안과 공포와 고통도 마찬가지다. “열세 살, 여름이 끝날 무렵부터 겨울까지 반년 동안 나는 지하 계단 아래 반달 모양의 무대 뒤에 있었다.” 『반달』(김소희, 만만한책방, 2018)의 첫 문장이다. 이 책 역시 열세 살의 이야기지만 똑같은 열세 살을 보내고 있지는 않다. 송이는 ‘카시오페아’라는 이름의 지하 ‘라이브 노래 주점’, 반달 모양 무대 뒤, 작은 창고에 산다. 주점을 운영하는 엄마가 밤새 손님들의 안주를 만들 동안 송이는 시끄러운 노랫소리를 들으며 무대 뒤 창고에 꼭꼭 숨어 잔다. 송이의 반달은 옛 동요에 나오는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인 반달,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가 사는 반달과 멀다.
그러나 이 책은 어두컴컴한 지하 주점의 무채색 배경에서도 줄곧 송이의 후드 티셔츠를 유난히 맑은 초록빛으로 돋보이게 그린다. 송이의 초록색 티셔츠 한가운데 크게 그려진 별은, 송이의 가슴에 가장 빛나는 별이 빛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송이는 비슷한 처지의 선영을 외면하며 수치심과 죄책감을 느끼고, 자기보다 더 힘든 상황에 처한 숙희를 보며 불운의 그늘을 끝까지 확인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어두운 지하 가방 공장 한편에 살며 컵라면을 내놓는 숙희와, 컵라면을 받아든 송이의 얼굴은 끝내 담담하다. 이 책 『반달』은 열세 살이라고 해서 모두 보름달처럼 환하고 안락한 보살핌 속에 살아가지는 못하는 현실을 비춘다. 반달과 같은 절반의 밝음과 절반의 어두움. 열세 살 아이들이 겪는 반달 같은 시간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지하 창고방의 무대를 닮은 반달 속에서 우리는 웃고 있었다. 밝게 빛나는 저 반달 속에서 우리는 가난하지도 외롭지도 않은 노래를 끝없이 부르고 있었다. 저 반달 속의 친구들을 나는 내내 기억할 거라고 생각했다.” 이 마지막 문장과 송이의 미소로 이야기는 끝난다. 첫 장에서 ‘1987년 초가을’이라는 배경으로, 작가의 자전적 경험임을 알리며 시작한 이야기는 마지막에 ‘기억’을 다짐한다. 이 책 『반달』은 기억하겠다는 약속을 삼십 년이 지나서도 비로소 지켜낸 자리가 된다.
‘후기 만화’에서 작가는, 『반달』이 자전적 성격을 지닌 이야기라는 사실을 더 상세히 알리며 강조한다. “송이가 30년 더 나이를 먹은 소희입니다” “우리 집 망했을 때 경험을 만화로 만들까 하는데” “30년 전으로 저를 만나러 갈 수 있었습니다” “과거의 여행길에서 저는 잊고 지냈던 친구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는 작가가 밝혔듯 “어딘가에 있을 송이 같은 친구들을 위해” 가능했던 작업이다. 지금의 열세 살과 언젠가 열세 살이던 모두와 부르는 노래일 것이다. 삼십 년이란 긴 시간 동안 지켜낸 약속이기에 더 많은 열세 살들을 한데 모을 수 있는 듯 보이기도 한다.
이는 ‘1998년의 열세 살’을 충실히 그려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오늘날 여성 작가의 작품 경향 중 하나는 이렇듯 작가의 경험을 사실적으로 기억하고 재현하는 데서 시작한다.



2. 혼자인 스무 살을 기르는 자리


이제 열세 살은 스무 살 성인이 되었다. 웹툰 『혼자를 기르는 법』(김정연, 창비, 2017)에서 “안동에서 서울로 도망치듯” 상경한 스무 살은 아주 작은 고시원에 짐을 푼다. 인테리어 회사의 막내 사원으로 일하며, 야근을 밥 먹듯 하고, 햄스터를 기르며, 고시원에서 월세방으로 집을 옮긴다. 아무런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독립해야 하는 과제는 누구에게나 만만찮은 일이다. 그러나 스무 살 여성을 짓누르는 건 경제적 곤란만이 아니다. 독립을 반대하는 아버지의 성마르고 분노 가득한 얼굴과 ‘니가 무슨 돈이 있어서?’라고 물을 게 빤한 어머니의 걱정이 더욱 무겁다.
『자리』(김소희, 만만한책방, 2020)에서 “미대 졸업 후, 독립을 결심하고 (…) 작업실을 찾고 있”는 두 명의 이십대 여성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은 인트로 포함 총 13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의 제목은 이들이 살았던 집 혹은 새 집을 구하면서 보고 다녔던 집들의 이름이다. 빨간 머리 앤의 창문 집, 할머니네 마당 집, 예술가들의 집, 터가 좋은 집……. 제목만 봐서는 낭만적이고 따듯하지만, 얼마 안 되는 보증금과 월세로 서울에서 웬만한 집을 구할 수 없는 현실은 빤하다. 이 책에서 그래픽노블이란 장르는 청년 주거 빈곤의 현실을 생생한 이미지로 재현하는 데 매우 적합한 형식이 된다. 미처 상상치 못할 만큼 빈곤한 주거 형태를 한 집, 두 집 확인하며 독자들은 이들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두 발 뻗고 잘 ‘자리’ 하나 없는 현실이 나의 삶의 ‘자리’라는, 뼈아픈 인식을 함께한다.
그런데 『혼자를 기르는 법』에서 그러했듯 이십대 여성의 독립은 주거 빈곤, 저임금 노동, 노동착취 등 청년 계층의 노동과 복지 문제에 한정되지 않는다. 가부장제라는 이중의 억압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자리』의 주인공들이 혼자만의 힘으로 작업실을 찾고, 만화와 그림책이라는 꿈을 향해 나아갈 때 부모는 매번 그들의 의기를 꺾는다. “얌전히들 지내다 시집가”라고 종용하며, 그림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짓”이고 “헛바람만 들어서 시집 못 가”기 십상이라고 다그친다. 예술 노동자인 이십대 여성에게 경제적 독립의 과제는, 현재 필요한 생활비와 주거 공간을 마련하는 일에 더해 미래를 예비하는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까지도 요구한다. 언제 소득으로 전환될지 모를 노동에 시간을 투자하고, 기회비용을 감수한다. 그때 자본과 가부장제는 모두, 어디에도 예속되지 않은 이 젊은 여성에게 매우 차갑고 혹독한 전쟁터가 된다.
작가는 이 책 후기를 통해 “『반달』에서 10대의 송이를 그리고 『자리』에서 20대의 송이를 그리면서 이것은 ‘고난 시리즈’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말하며 이 작품 역시 자전적 이야기임을 밝힌다. 친구 ‘순이’가 ‘고정순’ 그림책 작가라고도 명시한다. 고정순 작가를 아는 이라면 작품 속 ‘순이’가 개인전을 여는 갤러리 뜨쥬, 로베르네를 보고도 그 사실을 짐작할 수 있겠다.(『반달』에서도 고정순 작가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실존인물인 동료 작가를 등장시키는 이 작품에는 작가의 실제 경험이 예상보다 더 많이 사실적으로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과, 최근 출간된 고정순 작가의 산문집 『그림책이라는 산』(만만한책방, 2021. 이하 『산』으로 표기)을 나란히 두고 보면, 두 여성 작가의 이십대가 작품 속 두 주인공과 상당 부분 일치하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집도 가까운 순이가 이런 생활을 할 필요가 있을까.(『자리』, 20면)
나는 스무 살에 집을 나왔다.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작업실이 있었고, 점점 집보다 작업실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고, 자연스럽게 부모님과 떨어져 생활하게 되었다.(『산』, 10-11면)


(순이는-필자 주) 주말에 경륜장 매표소에서 알바를 해요. 형광주황색 투피스가 유니폼이래요.(『자리』, 109면)
마침 올림픽 공원 내에 있는 경륜장에서 매표원을 모집했고 나는 1년 8개월 동안 어울리지 않는 살구색 스리피스 제복을 입고 간이 매표소 안에서 경륜장 입장권을 팔았다.(『산』, 13면)


그림책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을 모아서 하는 워크숍인데 (…) 소개로만 받는데 언니가 해준대!(『자리』, 110면)
(…) 그때 내게 유일한 희망은 이화여자대학교 후문에 있는 ‘초방책방’ 워크숍뿐이었다. 사노 요코 그림책을 알려준 작업실 이웃 언니의 고급 정보에 의하면 그곳에서 그림책 워크숍이 곧 열리고 워낙 소수 인원을 모집하니 재빠르게 접수해야 한다고 했다.(25면)


순이는 워크숍뿐만 아니라 그림책 까페에서 평일 알바까지 구했다.(『자리』, 111면)
초방책방에서 함께 일할 사람을 찾는다는 신경숙 선생님의 말씀에 나는 번쩍 손을 들었다. 까페에서 일한 경험이 있고, 그림책을 공부하며 돈을 벌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산』, 27쪽)


『자리』에 나타난 ‘순이’의 이야기와, ‘순이’의 모델인 고정순 작가의 에세이는 크고 작은 설정에서 매우 꼼꼼하게 일치한다. 양쪽 책에서 굳이 이를 찾아 인용한 이유는, 『자리』가 작가의 경험에 근거해 현실을 기록하는 성격을 강하게 지닌다는 점을 말하기 위해서다. 이제 그들이 함께 살거나 보았던 여러 집과, 예술 노동자로서 겪어야 했던 일들은 픽션보다는 보고서로 읽게 된다. 이십대 여성들의 독립과 생존에 관한 보고서인 것이다.



3. 열 살에도, 스무 살에도 끝나지 않는 비밀


힘겨운 과정을 거쳐 드디어 여성은 자립을 이룬다. 『이세린 가이드』(김정연, 코난북스, 2021)는 유능한 음식 모형 제작자 이세린의 이야기다. 매 장마다 캘리포니아 롤, 와플, 비빔밥 등 음식 모형이 하나씩 등장하고, 세린은 각 음식 모형을 만드는 과정과 그에 얽힌 기억을 독백으로 풀어 놓는다. 이 유능한 여성은 첫 직장의 음식 모형 부서에서 직장 선배의 텃세를 견디다가, 실력을 쌓아 독립하고,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며 자신을 능력 있는 프리랜서 노동자로서 구성해 나간다. 그런 세린에게도 1인 가구로 살아가며 감수해야 하는 주거 안전에 대한 불안은 여전히 남아 있다. 안전을 위해서는, 남자 신발을 현관에 갖다 놓고 배달원이 왔을 때 집에 남편이 있는 척 연기해야 한다. 급기야 어느 새벽 누군가 현관문을 덜컹이는 소리에 경찰을 부르기까지 한다. 세린은 떡국 모형 고명을 만들며 “위에 두 오빠를 둔 나는 줄곧 고명딸이란 이야기를 들으며 컸다. 그럴 때마다 두 오빠는 메인이고 난 장식을 맡아 태어난 기분이라 싫었어.”라고 고백한 뒤 “어른들은 셋 중에 내가 돈을 제일 잘 벌게 될 거라곤 예상 못 했겠지. 결국엔 떡이 고명인 파달걀국이었다 이거야!”라고 과거를 여유롭게 돌아볼 수 있지만, 현재의 폭력 앞에서는 난감해한다.
열 살에도, 스무 살에도 여성은 지속적인 억압과 폭력에 노출되어 있으며, 폭력의 피해에서 생존하기 위해 애쓴다. 『올해의 미숙』(정원, 창비, 2020), 『비밀을 말할 시간』(구정인, 창비, 2020), 『기분이 없는 기분』(구정인, 창비, 2019)은 성폭력과 가정폭력에서 끝내 생존하는 여성의 이야기다. 특히 구정인 작가의 두 작품은 여성폭력 피해자의 심리를 낱낱이 드러내면서 생존자로 나아가는 과정을 따라간다.
『비밀을 말할 시간』에서 아동 성추행 피해자인 은서는 결코 지워지지 않는 기억, 가해자에 대한 분노, 잘못된 자책감과 수치심, 엄마와 친구들에게 예상되는 반응 등을 두고 혼자서 고민하다가 결국 성폭력 피해 사실을 친구에게 말한다. 이후 일어나는 일들은 마냥 원만하지 않다. 괜한 걱정까지 더해져 친구와 단둘이 산부인과를 찾아야 했다. 피해 사실을 들은 엄마의 첫 마디는 고작 일곱 살이었던 은서의 행동을 탓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국 은서는 주변 여성들의 격려와 연대 속에서 피해 생존자로 살아갈 수 있게 됐고 “나는 이제 안다. 내가 잘못하지 않았고 잘못되지도 않았다는 걸, 나는 괜찮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기분이 없는 기분』은 절연한 아버지가 고독사 한 이후 우울증이 점점 깊어지는 혜진이 진정한 애도의 시간을 거쳐 나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특히 이 책은 원가족과의 갈등으로 인한 기혼 여성의 우울증을 심리적으로 살피는 시선을 통해 생애 전반에 걸친 여성폭력이 여성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기혼 여성의 삶은 수신지 작가의 웹툰 『며느라기』(수신지, 귤프레스, 2018), 『곤 gone』(수신지, 귤프레스, 2019)에서 산뜻하면서도 통쾌한 가부장제 비판으로 우리 만화에 전면 등장한 바 있지만 『기분이 없는 기분』은 이와는 또 다른 색깔로 여성 개인에 집중해 여성들의 삶을 말한다.
혜진은 평생 무능하고 무책임했던 아버지에게 화낸 적 없이 살았고, 오히려 관계 회복을 위해 일방적으로 애써 왔다. 이혼해 혼자 사는 아버지의 집을 찾아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방걸레질을 하고, 빨래를 하고, 식사를 챙긴다. 혜진이 분노를 억눌러야 했던 이유가 오래도록 가부장제에서 유지된 ‘착한 딸’ 이데올로기에 있을 때, 혜진의 우울증은 가부장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이 작품은 오래된 공기처럼 당연한 듯 여겨지는 여성혐오와 폭력의 역사가 개인의 삶에 얼마나 스미듯 영향 미쳤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심리 상담과 정신과 치료를 통해 우울증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폭력의 역사를 분별하고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 혜진의 지혜와 용기를 기록한다.
최근 여성 작가의 작품에서는 이렇듯 성폭력과 가족폭력의 경험들이 작품 곳곳에 표현되어 있으며, 성폭력 피해자의 생존 과정을 또렷이 기록해 놓은 작품도 확인할 수 있다. 『나, 여기 있어요』(디담 ·브장, 교양인, 2020)는 작가가 실제로 겪은 만화계 성폭력 사건을 다룬다. 작가 브장은 프로필에서, 웹툰계 반성폭력 활동을 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문화예술계 조직 내 성폭력 해결 방안을 자문하고, 해바라기센터와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대응 안내서〉를 만들고, 여성가족부와 불법 촬영 피해 지원에 대한 만화를 작업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고 한다. 문화예술계 성희롱, 성폭력 예방교육 전문 강사로도 활동하는 작가는, 이 작품의 처음과 마지막에서 성폭력 피해자를 상담하는 인물이자 성폭력 피해자인 현지로 등장한다. 만화계의 도제식 구조에서 일상적인 가스라이팅과 노동착취에 더해 성폭력과 폭력 범죄의 피해자였던 현지는 생존자로 살아남아 “나, 여기 있어요”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 역시 여성 폭력 피해와 생존을 기록하는 성격을 지닌다.



4. 더 많은 여성들의 이야기


앞서 살펴본 작품들 외에도 최근 여성 서사를 내세운 만화들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여명기(女命記)』(팀 총명기, 위즈덤하우스, 2020)는 ‘여성 서사 단편만화집’이란 타이틀을 내세운 단편집이다. ‘팀 총명기’는 2019년에 결성된, 12인의 청년 여성으로 이루어진 만화 창작팀으로, 이 책에는 이들의 작품 12편이 실려 있다. ‘기획의 글’은 “로맨스가 중심이 아닌 여성의 이야기”라는 프로젝트 주제 아래 “현재를 살아가는 여성, 나아가서는 앞으로 살아갈 여성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고 선언한다. 여성 만화라 하면 순정 만화, 로맨스 만화로 한정되어 온 역사에서 나아가 새로운 ‘여성 만화’의 계보를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열두 작가의 작품은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펼쳐진다. 먼저, 최근 페미니즘의 주요한 실천인 탈코르셋 운동을 모티브로 자매간의 연대(「시스터후드」)를 보여주며 페미니즘 한복판에 성큼 들어서는 작품이 있다. 어느 날 반삭을 해버린 동생과 긴 머리 웨이브를 고수하는 언니의 대조적인 모습은 지금까지 만화가 여성 이미지를 어떻게 그려 왔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또 다른 작품들은 『혼자를 기르는 법』이나 『자리』처럼 여성의 독립과 주거 안정, 가부장제의 구속을 벗어나 실행하는 미래에의 희망을 다양한 장르 형식으로 말하고 있다.(「플랑크톤의 귀향」, 「어떤 날」, 「세상은 거대한 거짓말」) 후기 자본주의 체제에서 노동하는 여성(「Teller」, 「최저 임금을 위하여」), 전장에 나가 싸우는 여성(「이스파라의 마녀」)의 목소리를 복원하기도 한다.
단편집 『여자력(女自力)』(AJS외 4인, 문학동네, 2021) 또한 여성 주인공의 ‘초능력’을 주제로 한 테마 만화집으로 여성 서사를 표방한다. 여자력(じょしりょく, 女子力)이라는 단어는 일본 사회의 은어로, 원래 뜻은 남성의 시각에서 여성이 얼마나 여성스럽고 청순하고 매력적인지를 평가하는 말이라고 한다. 『여명기』가 ‘여명(黎明)’의 한자어를 ‘여명(女命)’으로 바꾸며 의미를 확장한 데 비해 ‘여자력(女自力)’은 ‘여자력(女子力)’에 담긴 여성혐오를 삭제하고 전환시킨다. 수록작 중에서는, 돌아가신 할머니에게서 작은 생명체로 이어지는 삶의 연대(「함안군 가야리 땅문서 실종사건」), 아포칼립스를 헤쳐 나가는 여성 돌봄 공동체(「조용한 세상의 미소」)를 그린 작품들이 여성 서사의 의미로 좀 더 확연하게 다가온다.
이 두 작품집은 ‘여성 서사’를 전면에 내세운 만큼 자연스레 기존 만화와는 뚜렷이 다른 지향과 문법을 기대하게 만든다. 하지만 작품집에 수록된 모든 작품들로 미루어 만화 장르에서의 새로운 여성 서사의 형태를 추출해 내기는 쉽지 않다. 각 수록작 중에는 여성 서사로 평가할 만한 지점을 찾아보기 힘든 작품들도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다른 예술 장르와 마찬가지로 만화 장르에서도 이 시대 새로운 여성 서사를 찾고 만들어 나가는 시도를 여성 작가들이 공유하고, 이를 출간으로 완성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앞 장에서 살펴보았듯 최근 그래픽노블과 만화에서 여성 서사라는 의식을 분명히 하고 있는 작품들은 대개 자전적 경험에 근거하고 있다. 이 작품들은 여성 어린이, 여성 청소년으로 성장한 경험과 여성 예술가로서 겪은 현실을 사실적으로 재현한다. 그것은 가족과 사회가 여성을 억압하는 이중의 굴레와 폭력에서 생존한 과정에 다름 아니었고, 가히 여성 생존 보고서라고 부를 만하다. 이러한 작품 경향은 2015년부터 한국 사회에서 시작된 페미니즘 리부트와 미투 운동의 영향일 것이다. 긴 호흡의 서사를 차분히 담아낼 수 있는 그래픽노블이란 장르는 이러한 여성 서사를 담기에 적절한 형식으로 보이기도 한다.
앞으로는 또 어떤 여성 서사를 기대해 볼 수 있을까. 웹툰 연재 중이고 출간작으로도 사랑받은 『정년이』(서이레 글, 나몬 그림, 문학동네, 2020)처럼 잊힌 여성의 역사를 복원하며 오늘날의 이야기로 탄생시키는 작업 등 더욱 다양한 이야기를 기다려 본다. 외국 그래픽노블의 상당수는 여성 서사이며, 이 작품들은 매우 뛰어난 작품성으로 그래픽노블이란 장르를 새롭게 개척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 그래픽노블에서도 더욱 다양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만나보고 싶다. ■












김유진
작가소개 / 김유진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동시인.
평론집 『언젠가는 어린이가 되겠지』, 동시집 『나는 보라』, 『뽀뽀의 힘』, 청소년 시집 『그때부터 사랑』, 그림책 『오늘아, 안녕』 등을 냈다. 대학과 여러 기관에서 아동문학, 동시, 글쓰기, 젠더 주제의 강의를 한다.


《문장웹진 2021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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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22-10-01
너와 나의 알싸한 세계

너와 나의 알싸한 세계 백온유, 『페퍼민트』(창비, 2022) 김젬마 재난이 남긴 것들 백온유의 『페퍼민트』는 준비 없는 재난 앞에 닥친 기약 없는 기다림과 불투명해진 미래를 견디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소설은 ‘프록시모 바이러스’ 후유증으로 식물인간이 된 엄마를 돌보는 ‘시안’과, 슈퍼 전파자라는 낙인으로 두려움과 불안함을 안고 사는 ‘해원’의 이야기가 교차된다. 전염병이 발생하기 전까지만 해도 시안과 해원은 가족처럼 가까운 사이였지만, 바이러스가 삶에 침투하자 이들의 평범한 일상과 관계에 균열이 생긴다. 식물인간이 된 엄마의 세계가 멈추고 자신의 미래까지 멈춰버린 시안은 돌봄 노동을 수행하느라 정작 자신의 세계여야 할 학교와는 단절된 삶을 살아간다. 그저 자신의 하루를 견디고 버티며 사는 것 외에는 그 어떤 희망이나 미래를 품을 수 없는 고단한 삶 속에 놓여 있는 시안의 일상은 위태롭고 무력할 뿐이다. 엄마가 깨어날 거라는 희망보다 엄마의 죽음을 기다리는 것에 익숙해진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엄마를 누구보다 꼼꼼하고 세심하게 돌보지만 결국 모든 정성과 노력들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들에 지쳐 있다. 한편 슈퍼 전파자라는 무차별 공격으로 인한 불안함에 시달린 나머지 자신의 이름을 ‘지원’으로 개명하고, 이사와 전학을 선택한 해원은 자신의 과거를 감추고 마치 바이러스가 자신의 삶에 없었던 것처럼 평범하게 살아간다. 가족만큼이나 끈끈했던 두 사람은 우연한 계기로 6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되지만 이들의 공백은 쉽게 메워지지 않는다. 이 공백은 두 사람의 잃어버린 시간과 멀어진 마음의 거리만큼 복잡하고 난해한 감정들을 담고 있다. 그렇게 다시 만난 시안과 해원은 서로에게 불편함을 느낀다. 시안은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는 해원을 보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그동안 자신을 짓눌러 왔던 감정의 화살을 해원에게 돌린다. 해원은 유일하게 자신의 과거를 아는 시안의 등장이 당혹스럽기만 하고 지난 시간을 들추는 것 같아 불편하다. 희망 없는 현실을 견디고 있는 시안과 과거로부터 도망쳐 평범한 삶을 꿈꾸는 해원, 이 두 사람은 다시 연결될 수 있을까? 고여 있는 삶 재난을 준비할 시간도 없이 엄마와 이별을 한 시안은 식물을 돌보듯 엄마를 간병한다. 엄마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은 엄마가 썩지 않도록 기저귀를 자주 갈아 주는 것뿐이지만, 시안은 엄마의 미각을 깨우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 엄마가 좋아하던 페퍼민트 차를 매일 우려 입에 적셔 준다. 시안은 매일 같이 차를 우리며 어린 시절을 회상할 뿐 아니라, 절망과 무력함으로 점철된 일상에 작은 희망을 품으며 나름의 의식을 행하고 있다. 엄마는 고여 있는 것 같다가도 우리 삶으로 자꾸 흘러넘친다. 우리는 이렇게 축축해지고 한번 젖으면 좀처럼 마르지 않는다. 우리는 햇볕과 바람을 제때 받지 못해서 냄새가 나고 곰팡이가 필 것이다. 우리는 썩을 것이다.(98쪽) 시안이 오랜 간병 경험으로 얻은 것은 자신을 바라보는 연민의 시

  • 관리자
  • 2022-10-01
K-할머니의 이름은

[리뷰 - 청소년소설] 기존 〈글틴스페셜〉이 9월호부터 〈Part.g〉로 변경되었습니다. 〈Part.g〉는 청소년 대상의 성장소설은 물론 창작희곡과 그래픽노블까지 다양한 영역의 '작품'과 '리뷰'를 게재할 예정입니다. K-할머니의 이름은 유은실, 『순례 주택』(비룡소, 2021) 김젬마 불편한 것들에 대하여 동화나 청소년소설에서 노년 여성 캐릭터는 대개 죽음이라는 소재와 연관되거나 주인공에게 정서적인 위안을 주고 성장을 돕는 존재로 그려진다. 그들은 주로 돌봄 노동과 모성의 주체로 호명되다 보니 자신의 이름보다 누군가의 어머니 혹은 할머니로 불려 온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자신을 이런 방식으로 규정하는 호칭들에 매우 민감한 이가 있으니, 바로 『순례 주택』의 건물주 순례 씨다. 75세인 순례 씨는 어머니, 할머니, 사부인, 동거녀 등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타인과 가족 단위로 엮이는 호칭들을 불편해한다. 이러한 호칭들은 순례 씨의 다채로운 삶과 이력들을 괄호 칠 뿐 아니라 순례 씨의 바운더리를 침범하는 무례함을 담고 있다. 순례 씨는 사별한 남자친구의 손녀인 수림을 손녀가 아닌 최측근으로 호칭 정리하며 할머니와 손녀라는 전형적인 관계 방식에서 벗어난다. 그는 ‘순하고 예의바르다’의 순례(順禮)에서 남은 인생을 지구별을 여행하는 순례자의 마음으로 살기 위해 순례(巡禮)로 개명할 만큼 자신의 이름에 대한 애착과 소명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의 가족으로 소환될 뿐 정작 자신의 이름으로 불린 경험이 없는 ‘K-할머니’의 이름은 자신을 옭아매는 규범적인 호칭들을 하나씩 덜어내며 재정의 된다. 순례 씨는 호칭뿐만 아니라 물질과 돈을 필요 이상으로 소유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 때문에 필요 이상의 것들을 덜어내는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한다. 이산화탄소를 마구 배출하는 인간들과 쓰고 남는 돈, 썩지 않는 쓰레기가 인생 최대의 고민인 그는 푸짐하고 손 큰 할머니의 밥상이 아닌 노동력을 최소한으로 하는 간단하고 소박한 밥상을 차린다. 순례 씨는 정직하게 땀 흘려서 노동하는 삶을 추구하며 세상과 물질에 욕심 없는 다소 초월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 누구보다 자기만의 경계가 매우 뚜렷한 인물이다. “월세 밀리는 건 참아도, 분리배출 제대로 안 하는 건 못 참”(80쪽)을 만큼 그는 순례 주택의 생활 수칙에 있어서만큼은 엄격하고 단호하다. 이렇게 순례 주택 입주민들은 공용 생활 수칙과 자신의 바운더리를 지키며 사는 것을 중요시하고, 무엇보다 이들은 “자기 힘으로 살아 보려고 애쓰는 사람들”(53쪽)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유은실의 『순례 주택』은 고정된 공간과 다양한 인물들의 대화를 중심으로 서사가 진행되며 기본적으로 순례 주택이라는 공동체의 복작거리는 삶을 그린다. 이는 사건이 인물과 장소의 활용도가 높고 이를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되는 시트콤의 형식과 비슷하다. 『순례 주택』은 등장인물의 이름, 나이, 직업, 특징 등을 세세하게 묘사하며 이

  • 관리자
  • 2022-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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