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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마지막 글틴 캠프 후기! (2024년 1월 29~1월31일)

  • 작성일 2024-02-23
  • 조회수 71

글틴을 올해 처음 알게 되었다. 청소년 문학 플랫폼이 있다는 사실을 더 빨리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이제서야 알게 된 게 너무 아쉬웠다. 20살 되기 전 청소년이 할 수 있는 혜택을 다 뽑아먹겠다는 마음으로 캠프를 신청했다. 떨어질까 봐 걱정했는데, 아직 고등학생이라는 이유로 참가할 수 있었다. 장소는 광주. 울산 사람인 나에겐 상당히 버거운 거리었다. 여행을 가는 부모님 차를 얻어타고 왔지만 거리가 상당했다. 해년 해마다 캠프 위치가 바뀐다고 하던데, 내겐 내년이 없다. 그래도 조금 입을 붙이자면, 동쪽에서 했으면 한다. 강원도 사람도 참가하고 싶을 것 같다.

일반 고등학교에는 글을 쓰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도서부 생활을 하다 보니 책과 관련된 관심사를 가진 친구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그래도 글 쓰는 사람은 전교에서 열 명도 체 안된다. 친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대뜸 무슨 글을 쓰냐고 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여태 글에 대한 이야기는 내 쌍둥이하고만 나눠봤다. 이렇게 글 쓰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자리는 처음이었다. 친구를 꼭 사귀겠다고 다짐하면서도, 내향적인 성격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글 쓰는 사람들이라면 대게 내향적일 것 같은 편견도 있었다. 조용하고 무거운 분위기일까 봐 긴장되기도 했다.

캠프 첫날. 일찍 가서 방 배정을 확인하게 되었다. 2인 1실이었는데, 나는 내 쌍둥이와 같은 방을 쓰게 됬다. 같은 방을 쓰게 된 룸메와 수다도 떨고 밥도 같이 먹는 상상을 했던 터라 좀 곤란했다. (오늘만큼은 내 쌍둥이와 같은 방을 쓰고 싶지 않았다. 솔직히 가족은 방을 찢어줬으면 좋겠다. 19년 동안 이런 일이 빈번했기에 익숙하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느낀다. 제발 다른 방 쓰게 해주십쇼.) 친구를 못 사귀면 어쩌지 조마조마 하며 다른 참가자들이 모일 때까지 기다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캠프가 시작됐다. 여기서 부터는 진행된 활동별 있었던 일과 후기들이다.

OT- 분위기도 풀고, 앞으로 있을 활동들을 안내해 주는 시간이었다. 한 명씩 돌아가면서 나이와 이름, 필명 등을 소개했고, 이후 모든 활동을 같이 하게 될 조원들이랑 팀 게임을 진행했다. (인상 깊은 발표를 한 사람이나 게임에서 고득점을 한 팀에겐 상품이 나갔다.) 처음에 서로 눈도 못 마주치던 우리 팀원들... 게임 시작하자 마자 책상 위에 올라가 손 흔들고 전광판에 '5조' 적고... 난리도 아니었다. 서로 머리 맞대고 생각하고 떠든다고 금세 친해졌다. 어색한 분위기도 풀어졌고 눈치 보며 주저하는 일도 없었다.

합평- 미리 제출한 합평작들에 대한 멘토님의 피드백&조언 시간이었다. 글을 같이 읽을 시간이 없어서 멘토님이 작품을 간략하게 요약하며 시작하셨다. 같이 합평하는 사람의 글을 미리 나눠줬으면 멘토님의 말을 더 잘 이해하지 않았을까 싶다. 대부분 '아? 이런 느낌인 건가?'하는 상태로 필기했다. 합평 시간이 부족했던 것도 아쉬웠다. 멘토님께서 언제든지 찾아와서 물어보라 하셨지만, 초반에 합평 받은 작품과 후반에 합평 받은 작품의 합평 시간 차이가 컸다. 나는 초반에 합평을 받았기에 괜찮았지만 후반에 합평 받은 친구는 많이 아쉬웠을 것 같다. 멘토님들은 최선을 다하셨다. 어떤 멘토님은 아침 시간을 따로 빼 추가적인 합평을 진행해 주시기도 했다. 대부분의 멘토님께서 합평 시간을 훌쩍 넘겨서까지 합평을 진행하셨다.

첫날 간식 타임!- 닭강정&콜라와 함께 둘째 날 있을 촌극 회의를 했다. 멘토님들이 촌극 내용에 대한 조언을 주시기도 했다. 우리 조는 정말 열심히였다. 다음날 아침, 함께 밥을 먹고 1시간 일찍 모여 더 논의를 나눴다.

문화 예술의 전당- 버스를 타고 이동해서 큐레이션을 들으며 작품을 관람했다. (전시와 관련된 씨앗 키트를 받기도 했다.) 혼자 천천히 관람하는 걸 좋아하다 보니 이 시간은 조금 아쉬웠다. 장점은 벽지처럼 설치되어 있어 그냥 넘어가기 쉬운 작품들도 놓치지 않고 관람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점심!- 소고기 버섯 전골! 전라남도라 그런지 밑반찬도 맛있었다.

문장청소년 시상식- 시상식 단상에 올라가는 입장이었는데, 너무 긴장한 나머지 기억이 통체로 삭제되어버렸다. 집에 며칠 동안 피어있던 꽃과 깨지면 슬플 것 같은 상패를 보고 '아, 상 받았다' 할 수 있었다. 옆자리에 앉아있던 모모코님과 대화를 나눴었는데... 정말 미안하게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땠는지 설명하고 싶은데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꽃을 500mm 생수병에 꼽아 보존하는 분을 봤는데, 정말 좋은 아이디어였다. 장미 종류가 빨리 시들었다.

작가님 강연- (여기서 첫째 날 밤을 샌 학생과 아닌 학생이 나눠졌다. 맨 뒷자리였는데 몇 명이 안간힘을 쓰며 졸음을 참고 있었다.) 미리 받은 질문들을 답변해 주셨는데, 평소에 하고 있던 고민들을 해결하거나 다른 사람의 고민을 통해 더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후 사인을 받거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촌극 경연 대회- 연습 시간을 (식사 포함) 3시간 정도 가지고 바로 경연을 펼쳤다. 우리 조는 식사까지 거르고 준비했다. 대본도 다 짰고 연습도 충실히 했기에 자신만만했다. 문예캠프에서 급하게 준비한 촌극이었기에 퀄리티가 그렇게 높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 상상을 초월한 작품들이 많았다. 짧은 시간 사이에 ppt와 음향 효과까지 준비하기도 하고, 조명 연출까지 신경 써 맞추기도 했다. 심지어 연기를 전공했는지 의심될 만큼 뛰어난 언변과 연기력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다. 기억나는 몇 명을 꼽자면 소설 아몬드의 주인공씨와 흥부 아저씨, 소나기 주인공에게 외투를 벗어준 관객분, 운수 좋은 날 주인공, 판사님, 드라이기 총으로 전부 죽였던 사람. (많네...) 우리 조 조장님이랑 심봉사 씨까지. 한참을 웃었던 시간이었다.

둘째 날 간식 타임!-피자와 콜라. 우리 조는 못 먹은 저녁을 이걸로 채웠다. 조장님의 건배사와 함께 다 같이 건배하고 먹었다.

둘째 날 저녁- 12시부터 조장님 방에 모였다. 옆방에서 기증받은 치킨 뜯으면서 마피아게임 하다가 문학 합평 했다. 중간에 글 쓰는 고민까지 서로 얘기하면서 밤을 샜다. 평소 11시 취침이 익숙하던 나와 내 쌍둥이가 제일 먼저 뻗었는데, 그때가 새벽 4시 30분이었다. 다들 언제 잤는지 모르겠다. 아침에 간신히 일어나 짐을 챙겨 나왔고, 다른 조 친구들도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마지막 날 마무리- 캠프 소감 한마디씩 하고 사진 찍고 서로 인스타 아이디 교환하고 헤어졌다.

캠프 시설 후기

숙소: 화장실 넓고, 샴푸, 바디워시가 놓여 있었던 점이 편리했다. 침대도 괜찮았다. 입구 쪽 사람이 움직일 때마다 현관 센서 등이 켜지는 게 불편했는데, 머리 위치를 바꿔 자니 괜찮아졌다. 비밀번호가 달린 사물함이 있어서 귀중품 잃어버릴 일도 없었다. 아쉬운 게 있다면 방음이 잘 안돼서 첫날 잠을 잘 못 잤다. 하지만 둘째 날 깨어서 노는 쪽이 되니 전혀 문제 될게 없었다. (다음에 캠프 가시는 분들, 밤에 노세요. 그게 최곱니다.)

식당 밥: 원하는 만큼 퍼다 먹을 수 있고 메뉴도 골고루 잘 나왔다. 양 조절 실패해서 너무 많이 담게 되니, 조금씩 떠다 먹는 걸 추천한다.

간식: 각종 과자들을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코너가 있었고, 중간에 샌드위치나 오렌지주스 보급이 있었다. 한마디로 배 곯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빵빵) 우리 조가 저녁을 굶을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녀와서 몸무게가 2kg 정도 불었다.

좀 두서없긴 한데 솔직한 후기다. 나는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게 아쉬웠다. 다들 기회가 있을 때 가보길 바란다. 친구 걱정은 안해도 된다.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