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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선의 「생의 찬미」를 배달하며

  • 작성일 2023-10-05
  • 조회수 1,779

시인 이수명
백은선┃「생의 찬미」를 배달하며

   무슨 특별한 일이 생겨서가 아니다. 새가 난간에 앉아 울고 있는 것이 전부다. “나는 우주로 사라지고 싶”다고 생각한다. 창밖으로 낙엽이 떨어질 뿐인데, 어두워질 뿐인데, 사라지고 싶다. 무게중심이 사라지는 순간이 오고 만 것처럼,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텐데”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들은 언제나 그것을 만류하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사라지지 말라는 간곡한 음성, 그리고 “이렇게 나를 버릴거야?”라고 다시 되묻는 음성이 있다. 나는 죽음에 기울면서 동시에 삶으로 기울어진다. 유튜브에서 본, 동굴 속을 기어가다 죽은 사람이 마지막 순간에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해한다. 사라지고 싶은 때는, 그리하여 사라짐에 이르는 때는, 생에 가장 근접하여 “뼈처럼 울고” 마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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봬요 숙희 내일 봬요 그래요 내일 봬요를 처리하지 못해 그냥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서 내일 뵈요 라고 썼다가 그건 또 영 내키지가 않아 그럼 내일 뵐게요 라고 적어보니 다소 건방진 듯해서 이내 그때 뵙겠습니다 라고 고치자 너무 거리를 두는 것 같고 내일 봐요에 느낌표를 붙였다가 떼었다가 두 개를 붙였다가 떼었다가 갈팡질팡하는데 가벼운 인사를 가벼운 사람으로 당신이 나를 오해할까 잠시 망설이다 숨을 고르고 다시 봬요로 돌아온다 그런데 봬요를 못 알아보고 세상에 이렇게 한글을 이상하게 조합하는 사람도 있네 라고 하면 어쩌지 아니면 봬요는 청유형 존대어라 어색한 걸 모르냐고 되물을까 봐 아무래도 이건 안 되겠다 싶어져 내일 봅시다 라고 따따따 찍어보니 참나 이건 정말로 더 아니다 싶어 결국 내일이 기다려져요 라고 보내버리고는 손목에 힘이 풀려 폰을 툭 떨어뜨렸다 『오로라 콜』(아침달, 2024)

  • 관리자
  • 2024-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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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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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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