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은선의 「생의 찬미」를 배달하며
- 작성일 2023-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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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수명
백은선┃「생의 찬미」를 배달하며
무슨 특별한 일이 생겨서가 아니다. 새가 난간에 앉아 울고 있는 것이 전부다. “나는 우주로 사라지고 싶”다고 생각한다. 창밖으로 낙엽이 떨어질 뿐인데, 어두워질 뿐인데, 사라지고 싶다. 무게중심이 사라지는 순간이 오고 만 것처럼,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텐데”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들은 언제나 그것을 만류하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사라지지 말라는 간곡한 음성, 그리고 “이렇게 나를 버릴거야?”라고 다시 되묻는 음성이 있다. 나는 죽음에 기울면서 동시에 삶으로 기울어진다. 유튜브에서 본, 동굴 속을 기어가다 죽은 사람이 마지막 순간에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해한다. 사라지고 싶은 때는, 그리하여 사라짐에 이르는 때는, 생에 가장 근접하여 “뼈처럼 울고” 마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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