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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의 「그래도 네가 있다」를 배달하며

  • 작성일 2023-11-30
  • 조회수 1,935

시인 이수명
김도┃「그래도 네가 있다」를 배달하며

   나와 그는 차를 타고 간다. 도로에는 하얀 차선이 그려져 있다. 몽상가인 그는 선이 끝나는 곳에 있을 배, 햇빛, 불과 별, 개를 떠올린다. 그런 것들을 나에게 말해준다. 나는 몽상을 따라, 흰 선을 따라 더 가야 할지 그만 가야 할지 알지 못한다. 일단 그가 좋아하는 노래를 끈다. 그러면 히터가 꺼진다. 이윽고 “조용해진 차는 좀 굴러가다/멎었다”. 나는 알고 있다. “내가 내리면 그도 내린다”는 것을. 하지만 나는 내리지 못한다. 또 그가 “더 가자고 할까봐” 그에게 고개를 돌리지도 못한다. 망설임의 시간이다. 선으로부터 내려서지도, 선을 따라 나아가지도 못하고, 달리는 차들 사이 위험하게 멈추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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