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처, 『가만히 듣는다』를 배달하며
- 작성일 2023-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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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승우
서영처의 『가만히 듣는다』를 배달하며
책 표지에 나오는 약력을 보면 이 책을 쓴 이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한 시인이다. 그래서 그런가, 음악에 대한 이 책은 문학적이기도 해서 음악을 듣고 싶은 마음과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을 동시에 자극한다. 독자는 언급되는 음악을 듣기 위해 잠시 책을 덮겠지만, 음악을 듣고 나면 다시 책을 들고 싶어질 것이다. 문장들이 음악을 향하고 음악이 문장들에게 손짓하는,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타격하는 아름다운 책을 ‘가만히 읽는다’. 가만히 들어야 하듯 가만히 읽는 것이 좋다.
종달새가 왜 종달새인지 궁금해한 적이 있었다. 종달새의 다른 이름인 노고지리가 ‘노골노골 지리지리’ 운다고 해서 붙여졌다는 말을 듣고 종달새라는 이름도 우는 소리가 ‘종달종달’처럼 들려서 붙여진 것일까 막연히 추측했었다. 이 책을 읽다가 종달새의 소리를 종치는 소리로 들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그러자 ‘노골노골 지리지리’나 ‘종달종달’의 경박함이 사라지고 그 자리로 종치기의 수고와 성실함이 찾아왔다. 이 글의 저자는 자신의 시 한 부분에서 종달새를 ‘종을 달고 다니는 새’라고 부른다. 그래서 종달새라고 작명의 비밀을 알려준다. ‘종을 달고 다니는 새여/종일 종을 치는 종치기 새여’. 그러니까 ‘스프링처럼 하늘로 솟구치다가 초원으로 곤두박질’하는 종달새는 온몸으로 종을 치고 있는 것이다. 알려야 할 것을 알리고 있는 것이다. 애써서 자기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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