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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야카 오이시의 문을 열었을 때

  • 작성일 2015-07-01
  • 조회수 7,403



내가 아야카 오이시의 문을 열었을 때




임승훈



삽화-아야카오이시의



조우

나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붉은 대문을 열고 들어갔다. 철제 대문이 바닥에 긁히면서 날카로운 마찰음이 들렸다. 그렇다. 나는 아야카 오이시의 집에 들어서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아야카 오이시의 집에 들어설 때, 아야카 오이시는 죽어 있었다. 거실은 어두웠다. 조금 전까지 아야카 오이시는 한 남자와 대화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둠만 남았다. 거실의 통창은 바닥까지 오는 암막 커튼으로 가려져 있었다. 커튼 밖의 빗소리가 먹먹한 울음처럼 들렸다. 오직 TV만이, 50인치 LED TV만이 소리를 냈다. 아주 높은 주파수의 노이즈가 장송곡처럼 울렸다.
아야카 오이시는 죽어 있었다. 그녀는 알몸으로 소파 위에 널브러졌다. 소파는 그녀의 몸에 난 다섯 개의 자상으로부터 흘러나온 피로 물들어 갔다. 피가 나올 때마다 그녀는 점점 투명해져 갔다. 어쩌면 처음부터 그랬다는 듯이, 어쩌면 항명이라도 하듯이.
그녀를 죽인 남자는 빗길을 뚫고 택시에 몸을 실었다. 남자가 뒷좌석에 앉자마자 택시기사는 말했다. 손님 옷이 너무 새까매서 잘못하면 칠 뻔했습니다. 그제야 남자는 자신의 흰 셔츠가 온통 피에 젖은 것을 깨달았다. 남자는 말했다. 이 옷은 검은색이 아닙니다. 택시기사가 말했다. 그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오늘은 비가 오는 날이니까요. 조심하세요.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남자는 사랑에 대해 떠올렸다. 남자는 자신의 목덜미를 잡고 피를 토해 내던 아야카 오이시를 떠올렸다. 남자는 죽어가면서 투명해지던 그녀의 몸을 떠올렸다.
남자는 그녀의 배를 다섯 번 찔렀다. 첫 번째 찌른 칼은 아야카 오이시의 갈빗대에 부딪혔다. 칼과 뼈가 부딪히는 무기질적 촉감이 그의 손에 전해졌다. 남자는 부르르 떨었다. 그는 이물감을 지우기 위해 더 빠른 속도로 칼을 놀렸다. 치명상은 두 번째 찌른 칼이었다. 그 칼은 그녀의 심장 부근 동맥을 잘랐다. 네 번째 칼이 들어갔을 때쯤 아야카 오이시의 끈적끈적한 육체는 툭 끊어지듯 소파 위에 쓰러졌다. 남자는 말했다. 사람 몸 안에 얼마나 많은 촉감들이 있는지 아십니까? 이번에는 택시기사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남자는 다시 말했다. 우린 아무것도 모르고 있어요. 아무것도 모르고 있지. 하지만 택시기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택시는 어두운 밤 건너편으로 사라졌다.
내가 아야카 오이시의 집에 들어서기 직전에 그녀의 숨은 끊어졌다. 그녀는 생각했다. 나는 죽었구나. 어둠 속에서 죽었구나. 혼자서 죽었구나. 그녀는 큰 고통을 느끼지 않았지만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이 슬펐다.
그때 그녀는 내 존재를 느꼈다. 이봐요, 저는 방금 죽었어요. 나는 대답했다. 맞아요. 당신은 방금 죽었어요. 그녀는 말했다. 이제 어떡하죠? 나는 무서워요. 나는 말했다. 걱정 말아요. 지금 들어가고 있어요. 그녀는 물었다. 들어온다는 게 무슨 말이죠? 그 순간 나는 문을 열고 있었다. 붉은 철제 대문은 바닥에 긁히며 날카로운 마찰음을 냈다.



한 달 전

나는 썩어 가고 있었다. 나는 한 달 전 내 방에서 목을 매달았다. 내 방은 지하 1층이었지만, 그보다 깊었다. 방의 전등은 켜지 않았다. 나는 목에 줄을 매달고 의자 위에 서서 삼십 분 동안 고민했다. 그 이전에는 삼 년 동안 고민했다. 나는 어두운 방에서 언제나 내가 앉아 있는 방에 대해 생각했다. 그 생각은 너무 옹골차서 방에서 벗어나도 방에 대한 생각만 했다. 오랫동안 고민했지만 죽음은 순식간에 찾아왔다.
그리고 나는 썩어 가고 있었다.



아야카 오이시

내가 아야카 오이시의 문을 열었을 때, 우리는 한 공간에 있었다. 이전의 우리는 그렇지 않았다. 우린 각자의 공간에 있었다. 그녀는 일본에 살았고, 나는 한국에 살았다. 나는 그녀를 만날 수 없었다. 그녀도 나를 만날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컴퓨터를 켜면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아야카 오이시는 AV 배우였다. AV 속에서 아야카 오이시는 소녀처럼 웃었다. 소녀가 아닌데도 그렇게 웃었다. 그러므로 그녀는 때때로 두려운 표정으로 웃었다. 그녀가 소녀처럼 웃지 않는다면 두려운 표정으로 웃지 않을 것이다. 나는 더듬더듬 그녀의 표정을 찾았다. 이미 그녀의 영화는 균열됐다. 곳곳에 그녀의 표정이 확산됐다. 나는 그 표정들을 향해 오이시라고 부른다. 내가 오이시, 라고 부르면, 네, 라고 대답할 것만 같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하지만 투명하다. 나는 그녀의 대문을 열고 있었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녀는 이미 투명했다. 투명함은 언제나 슬프다. 투명함은 존재의 은유다. 아니다. 부재는 존재의 은유다. 어쨌든 나는 슬펐다. 심지어 그녀의 엷은 갈색 유두를 보면서도 작은 슬픔을 느꼈다. 물론 나는 남자다. 그녀를 보고 발기했다. 하지만 발기하면서도 슬펐다. 아야카 오이시의 모든 것은 그렇다. 그녀의 머리카락, 그녀의 눈동자, 그녀의 입, 그녀의 유두. 그녀는 여러 장의 유리를 겹쳐 놓은 것 같다.
아야카 오이시는 그런 여자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메모리』, 『아이돌』, 『섹스 모놀로그』 단 세 편의 AV만 남기고 사라졌다. 그 세 편은 하루에 찍은 것이다. 나는 때때로 생각했다. 아야카 오이시 일생의 단 하루에 대해 생각했다. 아야카 오이시에게 존재했던 그날이 존재하지 않는 아야카 오이시를 생각했다. 그날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나는 아아캬 오이시의 집에 들어서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소파 위에서 죽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나는 이렇게 슬프지 않았을 것이다. 내 몸은 젖었다. 나는 어둠 속에서, 빗속에서 내려왔다. 끼이이익, 하고 문이 열린다. 나는 이 문을 열고 있고 그녀는 죽었다. 그렇다. 이것이 현실이다. 그 하루는 존재했다. 아야카 오이시도 존재했다. 나는 썩어 가고 있다. 돌이킬 수 없다. 돌이킬 수 없음. 정말 그런 것일까?
나는 종종 비디오를 거꾸로 돌려서 보곤 했다. 사람들은 뒤로 걷는다. 뒤로 걸으며 화를 내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그들의 토사물은 다시 내장으로 들어간다. 뒤로 핑그르르 돌다 제자리에 앉아 묵묵히 침입자를 감시한다. 새까맣게 탄 사람은 하얗고 빛나는 피부로 돌아가 랍스타를 썰어 먹는다. 아드리안을 부르던 록키는 가난하지만 고통스러운 패배자로 전락한다. 나는 이게 신기했다. 도무지 질리지 않았다. 나는 그들의 절대자다. 그들의 행복과 불행은 내 것이다. 하지만 결국 잠자리에 들 때면 생각했다. 그들은 결국 앞으로 나갈 것이다. 화를 낼 것이고 토할 것이고 타죽을 것이다. 나는 잠이 들 것이며 하루가 지날 것이며 내일이 올 것이다. 아야카 오이시는 죽었고 그녀 역시 썩을 것이다. 나는 결국 그녀의 문을 열기 위해 아야카 오이시의 옥상에서 잠들 것이다.
어쨌든 아야카 오이시에겐 그날이 마침표처럼 찍혔다. 그녀는 약속된 장소로 갔고, 남자 세 명과 섹스를 했다. 제작자는 그날의 영상을 삼등분해서 간격을 두고 출시했다. 첫 작품 『메모리』는 2002년 12월 31일에 나왔다. 그녀의 첫 작품은 형편없다. 낡은 서정과 불성실한 연기, 불성실한 섹스, 이해할 수 없이 촌스러운 화면 구성까지, 작품 자체만 보자면 졸작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작품에는 아야카 오이시가 있다.
그녀의 연기는 뻣뻣했고, 때로는 성의가 없었다. 남자의 성기를 눈앞에 두고 손을 떨었다. 자주 눈을 질끈 감은 채 거북이처럼 굳었는데, 그녀는 자신이 지금 어디 있는지 깨닫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남자 배우가 그녀의 얼굴에 사정하자 불쾌함과 작위적 표정이 번갈아가며 드러났다. 그녀는 어쩌면 필사적이었다. 두려움과 불쾌함과 혐오가 뒤섞여 끊임없이 웃었다. 웃음이 사라지면 그녀의 표정은 나무껍질처럼 갈라졌다.
어쩌면 이런 작품이기 때문에 강렬했다. 나는 그녀의 서투름 속에서 진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그녀를 발견한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웹상에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는 우리를 ‘우리’라고 불렀다. 인터넷상에서 아야카 오이시에 대해 한 줄이라도 올라오면 우리는 몰려들었다. 우리는 그녀의 미모만 본 게 아니었다. 청순한 미모라면 아즈미 카와시마가 빼어났다. 요시자와 아키호와 유즈키 티나도 수준급이었다. 우에하라 아이와 모모타니 에리카는 웬만한 아이돌보다 뛰어났다. 하지만 우리는 아야카 오이시의 미숙함에 반했다. 우린 베테랑 배우의 능숙한 움직임을, 정제된 교성을, 이젠 견딜 수 없었다. 진짜 삶에서 그들은 그렇게 다리를 벌리지 않을 것이다. 진짜의 삶에서 그들은 그렇게 소리 내지 않을 것이다. 몬부란은 실제로 그런 과격한 섹스를 즐길 리 없다. 스즈키 코하루는 실제로 강간당하는 걸 즐길 리 없다. 사쿠야 유아는 실제로 수줍은 섹스를 할 리 없다. 하지만 아야카 오이시는 다르다. 그녀는 진짜였다.
누군가 내게 말할 것이다.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당신은 그저 자위만 할 수 있으면 되는 게 아닙니까? 비겁한 변명 아닙니까? 젊고 아름다운 여자가 실제로 섹스 하는 모습만 보여주면 되는 게 아닙니까?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아닙니다, 우리가 아야카 오이시의 AV를 본다고 하면, 그건 섹스를 한다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자위는 기능적입니다. 하지만 아야카 오이시의 AV를 보면서 하는 자위는 섹스입니다. 당신은 모르고 있습니다. 섹스도 결국 정신적인 행위입니다. 정신적인 만족을 얻지 못한다면 섹스는 자위가 됩니다. 이게 무슨 말인지 아시겠습니까? 그러면 그는 내게 물어볼 것이다. 대체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그러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나는 마음속으로 화가 날 것이다.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장면이 있다. 『메모리』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는 갑자기 눈물을 터뜨렸다. 카메라는 그녀의 눈을 클로즈업했다. 눈물은 그녀의 눈꼬리에 고여 부풀어 오르다가 툭 하고 흘러내렸다. 그녀에게 삽입하던 남자 배우는 당황해서 물었다. 아야카 오이시, 왜 우는 거야. 그녀는 대답했다. 잘 모르겠어요. 카메라는 줌아웃 했다. 남자는 말했다. 어렵네 역시, 내 게 너무 컸나? 그녀는 대답하지 않고 눈물을 닦았다. 카메라맨은 말했다. 너무 좋아서 울었을 거야, 아마. 남자는 말했다. 지금까지와 달랐어? 아야카 오이시는 대답했다. 첫 경험보다 힘들었어요. 그러자 카메라맨은 말했다. 오늘이 처음 아니었어? 그러곤 카메라맨과 남자는 큰 소리로 웃었다. 하지만 아야카 오이시는 웃지 않았다. 다다미방에 참을 수 없는 적막이 고였다. 곧 아야카 오이시는 말했다. 모르겠어요,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진짜로 느껴버렸어요, 정말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남자는 말했다. 눈물이 나올 정도로 좋았나 보군. 카메라맨이 말했다. 눈물이 나올 정도로 컸나 봐. 남자 둘은 또다시 큰 소리로 웃었다. 하지만 아야카 오이시는 웃지 않았다. 그녀는 웃지 않았다.
우리는 죄책감을 느꼈다. 우리는 알고 있었다. 그녀는 이방인이었다. 그녀는 우리를 혐오했다. 우리를 혐오했기 때문에 자신을 혐오했다. 우리는 벌겋게 달아오른 우리의 성기를 감춰야만 했다. 아니 실제로 감추지는 않았다. 하지만 감추고 싶은 마음이었다. 어떤 사람은 그 장면에서 영상을 멈췄고, 어떤 사람은 영상을 껐다. 어떤 사람은 그 장면을 반복해서 돌려 봤다. 우리는 눈물을 흘리고 싶었다. 그녀의 미움에 보답하고 싶었다. 나는 문을 열고 있다. 아야카 오이시는 죽었다. 아야카 오이시는 우리를 모욕했다. 아야카 오이시는 우리를 수치스럽게 했다. 나는 수치에 대해 말하려고 한다. 수치에 대해 말하는 것은 사랑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수치는 사랑이다. 사랑은 수치다. 나는 그 누군가에게 말할 것이다. 당신은 사랑을 하고 있습니까? 당신은 수치를 느끼지도 않는 주제에 당당하게 사랑이라고 말하고 있습니까?



고양이

수치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다. 혹은 사랑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다. 어느 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나는 새끼고양이들의 우는 소리를 들었다. 나는 언제나 새끼고양이들의 울음소리에 죄책감을 느꼈다. 소리는 골목길 끝의 산비탈에서 나고 있었다. 그곳은 커다랗고 날카로운 편마암들이 쌓여 만들어진 경사면이었다. 돌무더기 속 어딘가에 고양이가 있었다. 내가 다가서자 그들의 울음소리는 잦아들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나는 그 생각만 했다. 새끼고양이들이 굶주림 속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상상했다. 나는 다음날 그곳에 다시 갔다. 내 검정색 배낭에는 잘게 자른 플라스틱 조각들과 신문지와 부채가 있었다. 내가 다가서자 새끼고양이들은 어제처럼 울음을 멈췄다. 그들의 침묵에 산비탈 전체가 적의에 휩싸인 것만 같았다. 나는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잠시 후, 혹은 한참 후 고양이들은 다시 울기 시작했다. 방금 전 느낀 긴장감을 토해 내듯 더욱 애처롭게 울었다. 그러면 나는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다가갔다. 내가 몇 걸음 다가서면 고양이들은 다시 입을 다물었다. 몇 시간 동안 이걸 수십 차례 반복해야 했다. 하지만 내게는 신념이 있었다. 이런 수고는 사소했다. 그래서 내가 그들의 보금자리, 커다란 돌들이 쌓인 그곳에 가까스로 발을 디디고 섰을 때, 고양이들의 미움과 공포가 내 발바닥에 느껴졌을 때, 나는 행복을 느꼈다.
나는 입구라고 짐작되는 곳에 신문지를 깔고 그 위에 플라스틱 조각들을 올려놓았다. 그건 지난 밤 커다란 김치통을 잘라 만든 것이었다. 신문지에 불을 붙이자 곧 신문지와 함께 플라스틱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검고 역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나는 그 연기를 부채로 부쳐 고양이 굴 입구로 밀어 넣었다. 검은 연기는 뱀처럼 구멍으로 기어 들어갔다. 몇 분이 흐르자 숨죽이고 있던 고양이들이 고통에 찬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나는 더욱 열심히 부채질을 했다.
그때 언덕배기 아래서 어떤 남자가 물었다. 거 지금 뭐 하고 있는 겁니까? 나는 대답했다. 새끼고양이들을 구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남자는 말했다. 지금 그건 죽이려는 게 아닙니까? 나는 말했다. 아니에요. 이렇게 하다가 구할 겁니다, 분명히 구하려는 겁니다. 남자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는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지금 고양이들이 죽겠다고 비명을 지르는 것 아니요. 나는 말했다. 비명이지요, 비명이지요, 하지만 이 비명은 그런 비명이 아닙니다. 남자는 물었다. 그런 비명이 아니면 어떤 비명이요. 나는 생각했다. 그건 삶의 비명이다, 그건 진정성이다, 그건 진짜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했다. 곧 끝날 겁니다. 이렇게 연기를 안으로 들여보내 고양이들을 탈진시켜서 구하려는 겁니다, 곧 끝날 겁니다. 남자는 말했다. 잡아서 뭐에 쓰시려고? 나는 대답했다. 잡아서 동물병원이나 동물보호센터에 넘깁니다. 남자는 물었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거요? 나는 말했다. 새끼고양이들은 새로운 주인을 만날 겁니다. 남자는 담배 연기를 뱉었다. 바람이 불지 않는 날이었다. 담배 연기는 수직으로 올라갔다. 남자는 물었다. 뭐라는 거요, 지금 그 고양이 새끼들이 어미가 없다는 거요? 나는 말했다. 그게 아니라, 새로운 주인을 만난다니까요. 남자는 말했다. 그러니까 지금 그 고양이 새끼들한테 어미가 없다는 말이냐고. 나는 다시 말했다. 그게 아니고요, 새로운 주인, 이 새끼고양이들을 아껴 줄 주인을 만나게 될 거라는 말이에요. 남자는 웃었다. 그는 큰 소리로 웃었다. 그는 새로운 담배를 꺼내며 말했다. 그러니까 말이요, 내 말은 그 빌어먹을 고양이 새끼들한테 먹이를 주고 핥아 줄 어미가 없냐는 거요. 나는 화가 났다. 나는 최대한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게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라고요, 새끼고양이들은 진짜 사랑을 받게 될 거라는 말입니다. 그러자 남자는 말했다. 무슨 말을 지껄이는 거요, 어쨌든, 거 불태운 거는 잘 치우고 가는 게 좋을 거요.
남자는 들어갔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슬퍼졌다. 어느새 고양이들은 울지 않고 있었다. 나는 불을 껐다. 바위를 들어 올리니 새끼고양이 두 마리가 탈진해 쓰러져 있었다. 나는 고양이들을 배낭에 담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산비탈을 내려와 골목길을 되돌아왔다. 배낭은 두 마리의 새끼고양이 무게 때문에 리드미컬하게 좌우로 흔들렸다. 그럴 때마다 물컹한 촉감과 온기가 내 등에 전해졌다. 이들의 삶은 이제 내 등에 짊어져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아주 감동스러웠다. 울려면 울 수도 있었다. 나는 한 마리는 내 곁에 남겨 둬야겠다고 생각했다. 모두 보내는 건 가혹하다. 나에게 가혹한 짓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집에 와서 보니 고양이 한 마리는 죽어 있었다. 나는 망연자실했다.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알게 됐다. 책상 위에 있던 작은 거울에 내 더러운 얼굴이 비쳤다. 나는 거울을 집어던졌다. 살아남은 고양이가 비틀거리며 배낭에서 빠져나와 구석으로 구석으로 걸어 들어갔다.



동거

고양이와 나는 함께 살게 됐다. 고양이는 나를 좋아했고, 나도 고양이를 좋아했다.



계단

하지만 고양이는 사라졌다.
창문을 열면 언제나 습기에 젖은 시멘트벽이 나타났다. 내 방은 책상과 행거를 놓으면 몸을 누일 공간만 겨우 남았다. 불을 끄고 내 방에 누워 있다 보면 때때로 깊은 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곳은 아주 깊은 냄새가 나는 곳이었다. 나는 그곳이 편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부끄러움을 견디다 못해 눈을 떴다. 눈을 뜨면 내가 아닐 수도 있겠다, 라고 생각하면서 눈을 떴다. 하지만 여전히 내 방이었다. 어두운 방이었다. 내 창백한 손가락도 보이지 않는 방이었다. 내가 눈을 깜빡거리면, 그 소리를 듣고 고양이가 다가와서 내게 몸을 비비적댔다. 나는 말했다. 어디 있다 온 거야. 그러면 고양이는 저 문 너머로 갔다 왔지, 라고 말하는 듯했다. 나는 놀라서 문에 귀를 기울였다. 혹시 문이 열려 있는 게 아닐까? 미세한 공기의 파동, 냄새, 어둠의 들고 나감, 나는 이 중 무엇도 놓치지 않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언제나 문은 닫혀 있었다. 나는 고양이에게 말했다. 문 너머로 가지 마. 문 너머는 없어. 너에게 문은 없어. 너에게는 여기가 전부야. 그럼 고양이는 야옹, 야옹이라고 대답했다.
그 문으로 고양이가 사라졌다. 내 방은 언제나 어두웠고, 어둠을 따라 걷다가 고양이는 어느새 문 밖으로 나갔을 것이다. 그는 곧 계단을 타고 내려온 청량한 냄새를 맡았을 것이다. 그러고 본능적으로 계단을 하나씩 올랐을 것이다. 고장 난 센서등은 몇 차례 깜박이다가 영영 꺼졌을 것이다. 내 방은 아주 깊고 아주 어두웠으므로, 어느 순간부터 올라가는지 내려가는지 분명하지 않았을 것이다. 새끼고양이는 낮은 소리로 야옹거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나는 어디 있었는가. 나는 그 울음소리가 내 곁에서 나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 나는 더듬거리며 고양이를 찾아 기어 다니고 있었다. 그러므로 어쩌면 어둠 때문이다. 내 방에 들어찬 어둠 때문이다. 축축한 냄새를 풍기는 어둠 때문이다. 내 방을, 이 지하를 가득 채우고, 채우고, 채우다 넘쳐흘러 빠져나간 어둠 때문이다. 이 혐오스러운 동네를 주우우우르륵 주우우우르륵 하고 점액질처럼 덮어씌운 어둠 때문이다. 고양이는 나를 좋아했다. 나도 고양이를 좋아했다. 고양이가 나를 떠날 리 없다.
나는 문을 열고 있었다. 아야카 오이시의 문을 열고 있었다. 아야카 오이시는 말했다. 불을 켜세요. 불을 켜야 해요. 어쩌면 고양이는 당신 방의 한구석에 아직 있을지도 몰라요. 나는 슬픈 얼굴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럴지도 몰라요. 어쩌면 계속 내 옆에 있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나는 불이 켜지면 견딜 수 없어요. 아야카 오이시는 물었다. 그건 왜죠? 나는 말했다. 알 수 없어요, 알 수 없어요. 아야카 오이시는 말했다. 하지만 당신은 문을 열고 있어요. 너무 무서워요. 그건 무서운 거예요. 나는 말했다. 문이 열렸는지도 모르죠. 하지만 닫혔는지도 몰라요. 그건 아무도 알 수 없어요. 아야카 오이시는 말했다. 고양이는 알고 있었을 거예요. 나는 대답했다. 저도 알고 있어요.



모자이크

그녀를 본 건 사흘 전이었다. 이틀 동안 비가 오다 갠 날의 정오였다. 나는 지하철에 앉아 있었다. 평일 낮의 2호선은 한산했다. 창틀에 작은 거미 한 마리가 줄에 매달려 흔들렸다. 햇빛 때문에 거미줄은 때때로 반짝거렸고 때때로 보이지 않았다. 지하의 방에서 내 몸이 썩어 가고 있었다. 지하철의 내게도 악취가 풍기기 시작했다. 나는 고민 중이었다. 오래전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거미를 보며 약속한 게 있었다. 그 거미는 거대한 거미줄을 만들고 있었고, 우린 그 앞에서 약속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지하철은 서울을 세 번째 돌았고, 나는 아직 내릴 생각이 없었다. 그때 성수역에서 아야카 오이시가 탔다. 나는 단박에 알아볼 수 있었다.
아야카 오이시는 내 맞은편에 앉았다. 나는 거미를 보는 척하며 그녀를 훔쳐봤다. 확실히 그녀였다. 믿을 수 없지만 사실이었다. 생각해 보면 한국에 일본 AV 배우들이 오는 건 이상하지 않았다. 하네다 아이가 한국에 자주 온다는 사실은 유명했다. 동대문에서 어떤 남자는 그녀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 사진은 인터넷에서 큰 화제가 됐다. 후지우라 메구리는 한국에서 어학연수를 받은 적이 있다. 그녀는 트위터에 한글로 메시지를 남기곤 했다. 호시노 미유는 눈물의 은퇴식 이후 한류에 빠져 지낸다고 했다. 그녀는 자주 한국을 방문했고 몇 개의 목격담이 있었다. 전설적인 배우 나가세 아이는 재일교포다. 이름은 정영희. 아사카와 란은 재일교포일 수도 있다. 소난은 재일교포다. 아이다 유아는 재일교포일 수도 있다. 미츠키 카나는 재일교포다. 미시마 카나는 재일교포일 수 있다. 미즈키 이와시타도 재일교포일 수 있다. 그렇다면 아야카 오이시가 내 앞에 앉아 있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나는 그게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건 왜냐하면 부재의 문제였다. 그건 부재의 문제이자 외로움의 문제였다. 아니 그건 그러니까 사랑의 문제였다. 내가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고? 아니다. 우리는 모두 그녀를 사랑했다.
나는 몇 년 전 겨울, 그녀의 성기가 보고 싶어 견딜 수 없었다. 우리는 그녀의 가슴도, 그녀의 항문도 볼 수 있다. 우리는 그녀의 수치스러운 표정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녀의 성기만은 볼 수 없다. 나는 그게 참을 수 없었다. 아야카 오이시는 우리의 세계로 왔다.
그녀는 내게 말했다. 저는 원한 게 아니었어요. 나는 대답했다. 알고 있어요. 그래요, 그 정도는 알고 있어요. 하지만 당신은 원하지 않아도 왔어요. 그래요. 당신은 당신의 세계에서 후벼 파졌죠. 당신은 망명자였어요. 나는 그래서 참을 수 없었어요. 아야카 오이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문고리는 차가웠고, 내 손도 차가웠다. 나는 문을 밀고 있었다. 나는 말했다. 그럼 전 계속 얘기를 할게요.
만약 아야카 오이시가 티나 유즈키였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가 사쿠야 유아였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가 아야카 오이시였기 때문에 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녀의 고통을 목격한 나는 그녀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권리를 얻은 셈이었다. 모자이크가 없는 그녀를 기대하는 것은 아주 행복하고 고통스럽다. 소유는 언제나 혐오를 동반하니까. 옥상에서 병아리를 던져 보지 않았다면, 병아리를 가져 본 적이 있다고 할 수 없듯이.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그녀를 찾았다. 수많은 공개ㆍ비공개 토렌트 사이트들을 헤맸다. 미디어파이어와 4쉐어드 중국의 수많은 사이트들을 들락날락거렸다. 심지어 이제 누구도 사용하지 않는 이뮬이나 당나귀, 소울식 등도 뒤졌다. 그러다 결국 나는 찾고 말았다. 고릴라에서 나온 『Educational Training At One Summer Day』라는 동영상이었다. 제목대로 장면은 교실에서 시작됐다. 작은 교실에 남학생 다섯 명이 앉아 있었다. 삭발머리가 꽁지머리에게 말했다. 야마구치, 오늘 새 선생님이 온대. 야마구치가 대답했다. 그래? 그럼 오늘 우리가 신고식을 하자. 삭발머리가 말했다. 언제나처럼 하는 거야? 야마구치가 말했다. 언제나처럼. 노랑머리가 웃으며 말했다. 언제나처럼. 그리고 아야카 오이시가 들어왔다. 하지만 그 여자는 아야카 오이시가 아니었다. 동그란 이마와 귀엽고 뾰족한 턱이 아야카 오이시와 닮았지만, 아야카 오이시가 아니었다. 그녀는 아야카 오이시보다 능숙했고, 그녀의 미소는 균열이 없었다. 그녀의 이름은 마이 사쿠라자와였다. 그녀의 등장 이후 영상은 뻔하게 전개됐다. 남학생들은 선생을 강제로 범하고 선생은 저항하다가 어느새 쾌락에 빠진다. 그리고 그들은 다정하고 유쾌한 난교 파티를 벌이며 영화를 끝맺는다.
아야카 오이시의 질은 견고한 모자이크에 막혀 있었다. 어쩌면 이건 당연했다. 논리적으로 생각해 보면 간단했다. 그녀의 영상을 제작한 프레스티지는 현재 일본 AV계의 선두기업이다. 그들은 제작부터 배급까지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그런 그들이 아야카 오이시의 노-모자이크 버전을 유출할 리 없다. 그것은 아마 프레스티지의 재정이 막바지에 몰렸을 때나 가능할 것이다.
반면 고릴라는 모자이크 없는 영상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회사다. 그런 회사들은 대부분 영세하고 규모도 작다. 이런 회사가 AV계의 전설적 아이돌인 아야카 오이시의 노-모자이크 판권을 프레스티지로부터 구입할 여력이 있을 리 없다. 이래저래 말이 되지 않는 가정이었던 것이다.
최대 피해자는 마이 사쿠라자와였다. 일본에서는 한 해에 5000명의 여자가 AV에 뛰어든다. 아무리 AV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한 해에 쏟아지는 모든 신인의 작품을 볼 수 없다. 그러므로 마이 사쿠라자와처럼 몇 작품 찍지 않았으면서도 임팩트 없는 배우는 주변에 전혀 알려지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 굉장한 다작 배우였던 사아카와 란은 은퇴 이후 삼 년 동안 그녀의 부모에게 AV 경력을 감출 수 있었다. 심지어 그녀의 부모는 딸이 숫기가 없어 성경험이 없을 거라고 믿었다. 그러니 만약 마이 사쿠라자와가 아야카 오이시를 닮지 않았다면, 그녀의 포르노 경력은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아야카 오이시의 하루가 없었다면 마이 사쿠라자와란 이름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랬다면 나도 고통스럽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생각했다. 그녀의 질을 볼 수 없다는 것은 그녀를 가질 수 없다는 것. 아니 그녀의 질을 볼 수 없다는 것은 그녀를 가질 기회를 가질 수 없다는 것.
그녀의 맞은편에 앉은 나는 알았다. 어쩌면 이것이 내 일생의 한 번의 기회, 유일한 하루라는 것을 알았다. 아야카 오이시의 하루와 내 하루가 병렬되는 날이라는 것을 알았다. 병렬과 병렬, 그리고 다시 병렬. 모자이크.
그녀는 잠실역에서 내렸고, 나도 잠실역에서 내렸다. 나는 문을 열고 있었다.



추적1

그녀는 빠른 속도로 걸었다. 나는 멀찍이 그녀를 따라갔다. 그녀는 돌연 왼쪽으로 꺾었다. 나는 서둘러서 그녀의 뒤를 쫓았다. 그녀는 곧 오른쪽으로 꺾었다. 그녀는 왼쪽으로 꺾었다. 조금 걷다가 왼쪽으로 꺾었다. 나는 조심스럽지만 민첩하게 따라갔다. 다시 그녀는 왼쪽으로 꺾고, 오른쪽으로,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오른쪽으로, 그녀는 걸었다. 다시 왼쪽. 그녀는 걸었다. 왼쪽. 그녀는 원룸과 빌라가 모인 골목으로 들어섰다. 그녀는 오른쪽으로 꺾고, 또 오른쪽으로 꺾었다. 그녀는 걸었다. 거리는 떨어지는 해의 그림자로 붉게 물들었다. 오른쪽. 그녀는 걸었다. 오른쪽, 오른쪽, 조금 걷다가 왼쪽으로 꺾었다. 그녀는 걷고, 오른쪽으로 꺾고, 다시 오른쪽으로 꺾고, 다시 걷고, 조금 더 걸었다. 어디선가 개가 짖었다.



거미의 삶

이쯤에서 나는 지하철에서 본 그 거미가 나와 아야카 오이시가 내린 후에 어떻게 됐는지 말해야겠다. 그 작은 거미는 부화한 지 한 달 남짓한 어린 무당거미였다. 거미는 한 소년의 방에서 태어났다. 소년은 거미를 좋아했다. 소년의 방에는 열다섯 종의 거미가 있었으며, 종마다 구분해서 격리했다. 소년은 어린 무당거미 열두 마리를 넣은 채집통을 들고 지하철을 탔다. 소년은 풍뎅이를 키우는 소년에게 가고 있었다. 풍뎅이를 키우는 소년은 거미를 키우는 소년에게 각자 키우는 벌레를 조금 바꿔 볼 수 있냐고 제의했다. 소년은 흔쾌히 승낙했다. 소년은 자신이 키우는 어린 무당거미 중 가장 색깔이 분명하고 건강한 놈들만 골라서 채집통에 넣었다. 소년은 아주 검고 커다란 풍뎅이를 갖게 될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소년이 풍뎅이의 모습을 상상하느라 부주의해진 틈을 타 몇 마리의 거미가 탈출했다. 채집통의 뚜껑은 미세하게 열려 있었고, 거미들은 이 틈을 눈치 챘다. 소년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채집통에 두 마리의 거미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소년은 울고 싶었다.
탈출한 열 마리의 거미 중 두 마리의 거미는 거미를 혐오하는 여자들에게 밟혀 죽었다. 세 마리는 거미를 혐오하는 한 노인에게 밟혀 죽었고, 세 마리는 거미를 혐오하는 남자들에게 밟혀 죽었다. 그리고 한 마리는 플랫폼에 정차한 지하철을 빠져나가는 데까지는 성공했으나 작은 거미를 좋아하는 미국 바퀴벌레에게 먹혀 죽었다.
하지만 내가 봤던 거미는 살아남았다. 그는 졸고 있는 어느 노인의 모자 위로 숨어들었다. 노인은 뚝섬 서울숲으로 가서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노인의 모자에 붙은 거미를 보고 말했다. 여보, 자네 머리에 거미가 붙었구먼. 노인의 친구는 가볍게 거미를 쳤다. 거미는 두 노인과 멀지 않은 숲 속으로 떨어졌다.
어린 무당거미는 그곳에서 훌륭하게 적응했다. 거미는 몇 번의 탈피를 했으며, 자신이 강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무늬는 정교하고 분명했다. 무엇보다 그는 그 숲의 어떤 무당거미보다 크고 단단한 거미줄을 만들 수 있었다. 그의 거미줄에는 파리나 잠자리뿐만 아니라, 커다란 나방 혹은 매미까지 걸려들었다. 그는 평생 두 번의 교미를 했다. 그와 교미를 한 암컷들은 모두 천 백서른두 개의 알을 낳았다
11월이 됐다. 거미는 자신의 삶이 만족스러웠다. 이제 자신에게 노년이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이제 옛날만큼 민첩하게 움직일 수 없었다. 그는 더 이상 옛날처럼 커다란 거미줄을 만들 수 없었다. 얼마 뒤 무당거미는 머리왕거미에게 잡아먹혔다. 물론 머리왕거미는 무당거미의 체액만 녹여 먹었으므로 무당거미의 껍질은 길고 긴 줄에 매달린 채 그 겨울 동안 바람에 흔들렸다.



추적2

그녀는 오른쪽으로 꺾었다. 걸었다. 걷고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다시 왼쪽, 왼쪽, 왼쪽, 어떤 남자가 어떤 여자를 때리고 있었다. 다시 오른쪽, 오른쪽, 오른쪽, 왼쪽, 오른쪽, 오른쪽, 그녀는 걸었다. 가로등이 하나 둘 켜졌다. 왼쪽, 걸었다. 왼쪽, 왼쪽, 걷고, 오른쪽, 걸었다. 오른쪽, 오른쪽, 오른쪽으로. 걷다가 왼쪽으로, 걷다가 오른쪽으로, 오른쪽으로, 그녀는 걸었다. 걸었다. 나도 걸었다. 몇 개의 가로등 속에서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가 어둠으로 들어왔다. 그럴 때면 나는 늘어진 그녀의 그림자를 따라 걸어야 했다. 그녀는 오른쪽으로 꺾었다. 계속 걸었다. 그녀는 다시 오른쪽으로 꺾었다.
그곳에 그녀의 집이 있었다.



옥상

아야카 오이시는 낡은 빌라로 들어갔다. 그녀가 한 층 한 층 계단을 오를 때마다 센서등이 켜졌다. 나는 빌라 맞은편 가로등 아래에 있었다. 빌라의 층계참마다 있는 창문으로 빛이 들어왔다가 꺼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빛이 조금씩 위로 올라가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4층까지 올라갔다. 빌라는 4층짜리였다. 곧 4층 오른쪽 집의 창문이 환해졌다. 나도 그녀를 따라 계단을 올랐다. 내가 층계를 오를 때 센서등은 켜지지 않았다. 나는 죽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죽어 있었다. 하지만 나는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나는 아야카 오이시가 사는 4층을 지나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으로 올라가자마자 오른쪽 집이 있는 바닥에 엎드렸다. 엎드려서 바닥에 귀를 바싹 붙였다. 딸깍 하고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작고 부드러운 발이 걷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 소리를 따라 기어갔다. 텔레비전 소리가 들렸다. 맥주 캔을 따는 소리가 들렸다. 꿀꺽꿀꺽 소리가 들렸다. 소파에 앉는 소리와 눕는 소리가 들렸다. 전화벨 소리가 들렸다.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일본어로 얘기하고 있었다. 그 목소리는 아야카 오이시의 목소리였다. 내가 알고 있는 목소리였다. 투명한 그 목소리였다. 그녀는 소파에서 일어나 걸으며 통화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앞으로 갔다가 다시 왼쪽으로. 그녀의 목소리를 따라 나는 바닥에 귀를 붙인 채 기어 다녔다. 옥상 바닥에 잔뜩 쌓인 허연 새똥이 내 온몸에 묻었다. 곧 텔레비전을 끄는 소리가 들렸다. 딸깍 하고 거실의 전등을 끄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계속 통화했다. 그녀를 따라 나는 계속 기었다. 이윽고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아주 나른하고 다정한 음색으로 그녀는 말하고 있었다. 그곳은 그녀의 침실인 것 같았다.
나는 커다란 물탱크 안에 있었다. 커다랗고 노란 물탱크였다. 뒤집힌 물탱크였고, 한쪽 면이 깨진 물탱크였다. 오래전에는 물이 가득했지만 이젠 우울한 빌라촌의 바람이 들어찼다 빠져나가는, 그런 물탱크였다. 그 물탱크 아래 그녀가 누워 있었다. 누운 그녀의 말소리가 물탱크 안에 울려 퍼졌다. 그녀의 매혹적인 일본어가 물탱크 안에서 공명하며, 자음과 모음이 분리된 채 마구 날아다녔다. 그건 노랫소리 같았고 혹은 아름다운 종소리 같았다. 나는 그만 마음이 먹먹해졌다. 어쩌면 나는 무의식중에 에밀레종을 떠올렸는지도 모르겠다. 그건 언제나 슬픈 메타포니까. 어쨌든 사방에서 울려대는 그녀의 말소리에 견딜 수 없이 외로워졌다.



지하

그 시간, 한 고양이가 내 방을 찾아왔다. 그는 몇 년 전 나를 떠났다. 내 방에서 빠져나갔다. 나는 때때로 그날을 떠올렸다. 어린 고양이가 어둠 속에서 증발해 버린 그날을 떠올렸다. 어린 그는 축축하고 더러운 은유들을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깊은 곳으로 잠겨드는 감각을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고양이가 계단을 내려오자 센서등이 들어왔다. 그 센서등은 오래전에 고쳐졌다. 더 오래전에는 고장이 났었다. 그때 그는 자신이 올라가는지 내려가는지도 모른 채 무작정 다음 계단으로 발을 옮겼다. 하지만 다시 내 방을 찾은 고양이는 자신이 계단을 내려가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고 있는 듯했다. 센서등의 불이 들어오든 아니든 그는 자신이 내려가고 있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 듯했다. 그는 오래전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어둠 속에서 한 남자와 의지하고 지낸 기억. 매캐한 연기처럼 세상이 방으로 틈입해 오는 기분이 들 때면 서로의 체온을 찾아 어둠 속을 더듬었던 기억. 잘 때는 언제나 기괴한 뿌리처럼 엉켜서 잠들었던 기억. 과연 세상은 힘들었다. 고양이는 매일 쓰레기통을 뒤져야 했다. 싸워야 했다.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겨야 했다. 인간의 음식을 훔쳐 먹어 그의 신장은 썩어 가고 있다. 고양이는 잔뜩 부은 몸으로 계단을 내려왔다. 내가 있던 곳, 어둠으로.
하지만 문 앞에 이르자 그는 참을 수 없는 악취가 지하에 가득 고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악취는 그에게 익숙한 악취였다. 오래전 배낭 속에서 맡았던 악취. 종종 길거리에서 맡곤 하던 그 악취. 고양이는 깨달았다. 그 남자가, 그러니까 가 죽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마치 조사를 읊듯이 울어댔다. 고양이의 울음은 내 방의 철제 대문을 뚫고 들어왔다. 그 울음은 미약하게 공기를 진동시켰다. 공기의 진동은 미약했지만 천장에 목매달고 있는 내 몸, 썩어 가고 있는 내 몸, 이제는 사물이 되어버린 내 몸을 조금씩 흔들리게 하기엔 충분했다. 고양이는 자신이 울수록 악취가 진해진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그는 몸을 돌려 오래전처럼 계단을 다시 올랐다.



폭우

아야카 오이시에게 한 남자가 찾아왔다. 나는 바닥에 엎드려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그들은 아야카 오이시의 방에서 부엌에서 거실에서 쉴 새 없이 다투었다. 둘은 일본어로 대화했다. 하지만 중간 중간 남자는 한국어로 욕을 했다. 비가 내렸다. 옥상 바닥을 기어 다니는 내 등에 비가 떨어지고 있었다. 밤이었다. 삼 일째 비가 오는 밤이었다. 오늘 새벽부터는 소름끼치는 기세로 비가 내렸다. 옥상에 물이 고였다. 고인 물 위에서 새똥이 고였다가 흩어졌다. 비가 내렸다. 등이 아파 왔다.
그리고 한 개천이 불어나고 있었다. 어둠은 강물을 물들였다. 검게 물든 물이 제 몸집을 불려 나갔다. 작은 다리가 검은 물속으로 사라졌다. 강물은 목마른 짐승처럼 거칠게 거리로 골목으로 달려들었다. 안으로, 더 안으로. 이윽고 강물은 어느 건물의 계단으로 흘러들었다. 밑으로, 더 밑으로, 깊이 자리한 내 방으로, 흘러들었다. 아주 작은 방이었다. 어두운 방이었다. 손가락도 보이지 않는 어둡고 습한 방이었다. 물이 밀려들었다. 차올랐다. 검은 구두가 떠올랐다. 낡은 슬리퍼가 떠올랐다. 구석에 쌓여 있던 책이 무너졌다. 첨벙 소리가 났고, 시집 몇 권이 떠오르다가 가라앉았다. 구겨진 이불이 물을 머금어 부풀었고, 이불 위에 던져진 베갯잇이 떠올랐다. 쓰러져 있던 의자 위로도 물이 차올랐다. 의자 위에 있던 머리카락 몇 개가 떠올랐다. 물은 탐욕스럽게 제 몸집을 부풀렸다. 빠른 속도로 부풀렸다. 그리고 물은 내 몸의 끝자락, 엄지발가락에 닿았다. 하지만 발가락에 닿기가 무섭게 물은 금세 천장까지 차올랐고, 썩어서 흐물흐물한 내 몸은 목에 매달린 줄을 구심점 삼아,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아야카 오이시는 울고 있었다. 울면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남자도 큰 소리로 울었다. 울면서 소리를 질렀다. 돌연 아야카 오이시가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그것은 아주 비극적인 비명이었다. 그것은 연극의 절정에 나올 법한 비명이었다. 나는 벌떡 일어났다. 나는 잔뜩 젖었다. 다리가 무거웠다. 세상은 숨 쉴 틈도 없이 비가 내렸다. 내 안으로 점점 더 많은 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나는 무겁게 무겁게 아야카 오이시의 집으로 걸어갔다. 아주 천천히 갔다.




문은 빡빡했다. 아야카 오이시의 대문과 바닥의 대리석이 끼어서 잘 열리지 않았다. 그때 아야카 오이시는 조금씩 투명해지고 있었다. 아야카 오이시는 죽었다. 그녀의 삶은 이제 파괴당했다. 하지만 그녀는 내게 말했다. 나는 이것이 조금도 놀랍지 않아요. 나는 물었다. 왜 그렇죠? 그 남자는 저를 너무 사랑했기 때문이에요. 나는 그 말을 듣자 작년에 그녀에 관해 꾼 꿈이 떠올랐다. 나는 그녀에게 내 꿈 얘기를 해주기로 마음먹었다. 이 꿈은 작년에 꾼 꿈이다. 나는 그해에 지독한 슬럼프를 겪고 있었다. 나는 매일 나 자신을 파괴할 것을 찾고 있었다. 나는 나를 욕했으며, 나에게 다정한 사람들을 모욕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았다. 나는 사랑받고 싶었다. 사랑받고 싶지 않기도 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꿈 얘기를 하려고 한다. 이 꿈은 총천연색 같기도 하고, 흑백 같기도 한 꿈이었다. 이 꿈은 아주 길게 느껴지기도 하고, 찰나처럼 느껴지기도 한 꿈이었다.
아야카 오이시는 코끼리였다. 나는 벌레였다. 우린 연인이었다. 나는 그녀의 엉덩이에서부터 정수리까지 산책하는 것을 좋아했다. 정수리에 오르면 나는 언제나 그녀의 이름을 크게 부르곤 했다. 오이시! 오이시! 라고. 그러면 그녀는 코를 물결치듯 흔들며 네에? 혹은 그래요, 라고 말하곤 했다. 우린 맑은 날이면 온종일 재잘거렸는데, 내 목소리는 너무 작아서 그녀는 큰 귀를 위로 접어 올려야만 했다. 하지만 아야카 오이시의 귀는 너무 무거웠고 모잠비크의 햇볕은 강렬해서, 그녀는 땀을 한 바가지씩 흘렸다. 그래서 때때로 나는 이렇게 말했다. 이봐요, 오이시, 그만 귀를 내려요. 그러면 그녀는 아니에요, 이게 제 행복이에요, 라고 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나는 그녀의 눈꺼풀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면 그녀는 눈을 감고 누워 조용히 속삭였다. 그녀의 속삭임은 눈꺼풀 안에 있는 내게 기분 좋은 파도소리처럼 들렸고, 나는 까무룩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일주일 뒤에도 한 달 뒤에도 나는 그녀의 등허리를 산책했고, 정수리에서 그녀를 불렀다. 우리는 태양 아래서 속삭이다 잠들었다. 때때로 우린 서로의 이름을 바꿔 부르기도 했다. 나는 그녀가 됐고, 그녀는 내가 됐다. 우리는 행복했다.
어느 날부터였다. 아야카 오이시는 웃지 않았다. 내가 그녀의 콧잔등으로 내려와 힘껏 깨물기 전까지 나의 존재를 잊곤 했다. 나는 물었다. 오이시, 무슨 걱정이 있어요? 저는 당신의 애인이에요. 그러면 오이시는 대답했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그럼요, 당신은 제 애인이죠. 하지만 나는 그런 날이면 그녀의 정수리 털을 베고 누워 불안에 휩싸이곤 했다.
그러던 하루, 아야카 오이시가 포흐툴라카리아 아프라를 먹고 있을 때였다. 나는 그날도 그녀의 태도를 곱씹으며 그녀의 엉덩이에서부터 척추를 타고 천천히 산책하고 있었다. 문득 나는 아야카 오이시가 포르툴라카리아 아프라를 씹다가 멈추고, 씹다가 멈추는 것을 알게 됐다. 포르툴라카리아 아프라는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풀이어서 평소의 그녀라면 아주 정성스럽게 단맛이 충분히 배어나올 때까지 씹는 것을 좋아했다. 나는 서둘러서 그녀의 등을 지나 목을 타고 올랐다. 그녀는 멍하니 무엇을 하는 것일까? 나는 그것을 알아야 했다. 아야카 오이시의 정수리에 도달했을 때, 결국 나는 그녀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았다. 이십여 미터 전방에서 그녀의 여동생이 남자 친구와 섹스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야카 오이시는 내가 그녀의 정수리에 올랐다는 것조차 눈치 채지 못한 채 멍하니 여동생의 정사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알았다. 그녀가 보는 곳을 나도 보고 있었다. 그곳에는 근거 없는 낙천성이, 안도와 기분 좋은 긴장이 있었다. 그들은 이제 지난 삶이 얼마나 지난했는지 생각할 것이다. 그들은 남은 삶이 얼마나 지난할지도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죽어가는 것에 대해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아야카 오이시와 나는 죽는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는 오직 현재, 현재에 머물러 있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코끼리고, 나는 벌레였다. 내 내부에는 마치 즙과 같은 내장이 있었다. 내가 먹은 것들은 내 심장이고 위이고 간장이고 대장인 곳으로 들어와서 곧 똥으로 나갔다. 하지만 그녀의 내부에는 단단하고 질긴 내장이 있다. 그녀가 먹은 포르툴라카리아 아프라는 분자 단위로 쪼개져 모든 영양소를 집요하게 착취당하고 똥으로 나갔다. 그녀의 똥은 내 증조할아버지의 고조할아버지 때부터 시작된 모든 가계가 모여서 싼 똥보다 크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것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나는 생각했다. 나는 알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자궁에서 깨어났다. 내장 따위는, 똥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는 남자로서 그녀에게 어떤 가치도 없었다. 차라리 나는 그녀의 똥보다 못했다.
그날 이후 우리는 각자의 아픔을 되새김질했고, 꼭 그만큼의 적막이 맴돌았다. 우린 대화하고 있었지만 대화하지 않았다. 대화하지 않았지만 대화했다. 내가 그녀의 정수리에서 이봐요, 오이시! 라고 부르면 그녀는 더 이상 코를 흔들지 않았다. 힘없는 목소리로, 그래요, 라고 말했다. 그러면 나 역시 작은 목소리로 그래요, 라고 대답하곤 조용히 그녀의 털 위에 엎드렸다.
밤이었다. 나는 별똥별이 떨어지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그날은 백삼십 년 만에 유성우가 내리는 날이었다. 유성은 애잔한 소리, 비명과도 같은 소리를 내며 지면에 떨어졌고, 땅에 닿을 때면 요란하게 부서졌다. 내 친구들은 형형색색의 유성을 줍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그때 작은 유성 하나가 내 발치에 떨어졌다. 그것은 분홍색으로 붉은색으로 푸른색으로 빛났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서 몇 가지 이미지가 빠른 속도로 명멸했다. 그것은 회귀하는 연어, 코끼리들의 무덤, 절벽에서 떨어지는 물소, 갈색으로 변색되는 과일, 부서진 바위와 그 위에서 죽은 검은 새였다. 나는 유성을 쥐었다. 그것은 뼈, 오십억 년 동안 우주를 유영한 자의 뼈였다. 이제 나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자고 있었다. 거대한 귀를 내린 채 미동도 하지 않고 자고 있었다. 어쩌면 꿈속에서 그녀는 깊은 땅속으로 들어가고 있을지도 몰랐다.
다음날 우리는 커다란 나무 아래서 밥을 먹었다. 나는 그녀의 귓속으로 들어가 조용히 그녀를 불렀다. 오이시. 그러자 그녀가 대답했다. 네. 그녀의 대답은 그녀의 입천장과 그녀의 상악과 그녀의 두개골을 거쳐 귓속에서 웅웅 울렸다. 나는 말했다. 아무래도 이제 내가 생각한 걸 해봐야 할 것 같아요. 그게 무엇인가요? 그리고 나는 속삭였다. 오이시는 몇 번 고개를 젓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몇 가지 희미한 장면이 있었다. 나는 오팔처럼 빛나는 운석을 그녀에게 선물했다. 아야카 오이시와 나는 우리의 계획을 수행하기에 적합한 장소를 찾아 계속 헤매기도 했다. 때때로 그녀는 울면서 나를 설득하려 했다. 때때로 그녀는 내게 화를 내기도 했다. 때때로 나는 우울한 기분에 빠져 그녀의 눈꺼풀 안에 들어가 몰래 울기도 했다. 그러면 내 눈물이 아야카 오이시의 눈꺼풀 밖으로 흘렀다. 어느 날인가는 아주 다정하게 서로를 불렀으며 밤새도록 대화를 했다.
다시 밤이 됐다. 우린 노란 사막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그곳을 노란 사막이라고 불렀고, 가끔 오줌 사막이라고도 불렀다. 우린 그 사막에 있었다. 아주 작은 오아시스 옆에 있었다. 오아시스는 아야카 오이시의 엉덩이만 했다. 달은, 초승달 같기도 하고 혹은 그믐달 같기도 했다. 그곳에서 아야카 오이시는 다리를 살짝 벌린 채 엎드렸다. 나는 오이시의 정수리에서 그녀에게 말했다. 오이시! 그러자 그녀는 대답했다. 네. 나는 그러고 그녀의 엉덩이까지 천천히 걸었다. 걸으면서 계속 말했다. 오이시. 오이시. 그럴 때마다 그녀는 코를 흔들며 대답했다. 네. 네. 그녀의 질 입구에 도달했을 때 나는 다시 한 번 외쳤다.
오이시.
네.
나는 그녀의 질로 들어갔다.
나는 더듬이로 앞을 더듬으며 나아갔다. 그곳은 아주 습하고 어둡고 깊은 곳이었다. 내 열두 개의 다리는 금세 질 내부에서 분비되는 액으로 축축하게 젖었다. 그곳은 내 생각보다 넓었다. 더듬이가 점차 욱신거렸다. 하지만 난 쉬지 않았다. 그녀를 위해서 쉬지 않았다. 부지런히 길을 찾은 덕분에 이윽고 목적지에 도달했다. 나는 오돌토돌하고 툭 튀어나온 언덕 같은 곳에 이르렀다. 내가 그곳을 더듬이로 문지르자 그녀의 질은 순간적으로 수축했다. 나는 확신했다. 이곳은 내가 찾는 곳이었다.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두 개의 앞다리로 오돌토돌하고 툭 튀어나온 그곳을 지그시 밟았다. 그러자 질은 더 긴박하게 수축했다. 이번에 나는 내 열두 개의 다리를 이용해 그곳을 밟고 문질렀다. 그러자 그녀의 내장 너머에서 열에 들뜬 소리가 웅웅 전해졌다. 그에 맞춰 질 내부는 더욱 축축해졌다. 온도도 급격히 올라갔다. 질 내벽이 점차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더욱 열심히 그녀를 애무했다. 그럴수록 그녀의 질은 살아 있는 생물처럼 꿈틀댔다. 꿈틀꿈틀 나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나는 더욱 박차를 가했다. 정신없이, 마치 증기 기계처럼, 내 온몸의 힘을 짜내 그녀의 그곳을 매만졌다. 어느새 부풀어 오른 질 벽에 내 더듬이가 뜯겨 나가고 내장이 으스러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쉬지 않았다. 이내 저 멀리서 그녀의 크디큰 교성이 가득 차올랐다. 교성은 그녀의 척추를 타고 빠른 속도로 질에 전달됐다. 그것은 마치 천둥소리 같았다. 그것은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안녕.
그리고 나는 터졌다.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터져버렸다.
그 순간 아야카 오이시도 깨달았다. 내가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자신의 아래를 부여잡고 울었다. 사막이 굳어서 산이 되고, 산이 무너져서 호수가 돼도 아야카 오이시는 그 자리에서 울고 있었다.
이야기가 끝나자 아야카 오이시는 말했다. 슬퍼요. 나는 대답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아야카 오이시가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하실 거죠? 나는 말했다. 문을 열고 있습니다. *

* 아야카 오이시는 실존 배우이며, 이 소설처럼 사망하지 않았다. 그녀가 살아 있는지도 확신할 수 없다. 다만 우리에게 그녀는 영원히 살아 있고, 영원히 죽어 있다. 그러므로 그녀의 영화 세 편은 출시하면서부터 이미 비문(碑文)이었다고 할 수 있다.




작가소개 / 임승훈(소설가)

- 서울 출생. 2011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문장웹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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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옷 빨래의 날 안담 오늘은 마지의 기일이니까 흰옷을 모아 빨래를 한다. 마지가 유니폼처럼 자주 입던 크림색 티셔츠도 잊지 않고 꺼내서 빤다. 아마도 처음 살 때는 흰옷이었을 거다. 내가 애용하는 독일 브랜드의 캡슐 세제는 성능이 뛰어나다. 이 티셔츠에서는 마지의 냄새가 사라진 지 오래다. 이제는 나도 마지의 냄새를 잘 떠올릴 수가 없다. 꽤 강한 냄새였는데, 그런 냄새가 잊히기도 한다는 게 신기하다. 가끔 그 냄새를 다시 기억해 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면, 4년 전 마지와 내가 처음 만났던 장소인 모둠 전집에 간다. 전을 굽는 작업대가 가게 밖으로 툭 튀어나와 있어서 포장 손님도 많은, 반은 노점인 그런 가게. 튀는 기름을 막기 위해 조리대 틈새와 철판 모서리에 은색 호일이 덧대어져 있고, 그럼에도 철판 가장자리나 작업대 위 처마에 쌓이는 기름때를 막을 수는 없다. 조용히 질색하며 지나치는 행인들, 저 시커먼 데서 맛이 나오는가 보다고 농담하는 손님들, 그런 사람들 사이에 섞여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기름 냄새를 맡는다. 이 냄새와 비슷했던 것 같아. 열과 기름과 사람이 합쳐서 내는 냄새. 전혀 아닐 수도 있지만. 적어도 이 냄새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기억만큼은 선명하다. 내 동거인의 냄새, 홍제천 스리룸의 주방 맞은 편 작은 방의 냄새, 마지의 냄새. 앞으로는 누구와 같이 살 생각이 없다. * 윤석열 나이로 스물아홉이 되던 2021년 겨울, 나는 당근마켓을 통해 홍제역 인근 스리룸의 하우스메이트를 구하고 있었다. 마지는 그 글을 보고 연락한 세 번째 사람이었다. 일반적인 시각에서 좋은 집으로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백련산과 홍제천이 코앞이고 인왕산이나 북한산도 비교적 멀지 않다는 점을 제외하면 인프라랄 게 없는 집. 인적 드문 가파른 언덕에 있고 북향이라 볕이 잘 들지는 않으며 어떤 역에서든 멀었다. 낡은 건물인데 월세는 70만 원으로 센 편이었다. 월세를 제외하면 그 집의 여러 요소는 내게는 장점이었다. 크고 힘 좋은 내 개와 오를 산이 있고 사람은 만나기 힘들다는 게. 스리룸에 방들이 크고, 연식이 오래된 집의 컨디션을 의식한 집주인이 못 박기를 포함해 여러 변화를 허용해 준다는 점도 좋았다. 나부터가 담배를 피우기 때문에 흡연자도 좋았다. 내가 대형견과 산다는 사실은 누군가에게는 극단적인 장점이고 누군가에게는 극단적인 단점이었을 테다. 내 개는 순하다 못해 맹한 편이었지만, 글에는 남자나 키 큰 사람에게는 경계심을 보인다고 적었다. SNS로 하메를 구하는 여자에게 피곤한 사람이 얼마나 꼬이는 줄 아냐고 으름장을 놓은 지인이 많았기 때문이다. 지인 소개가 낫지 않냐는 조언도 숱하게 들었지만, 지인의 지인이 길거리에 다니는 아무개보다 더 좋은 사람일 거라는 전제에 동의가 잘 안되었거니와, 하우스메이트가 맘에 안 들었을 때 소개해 준 지인의 체면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도 만들고 싶지 않았다. 나의 구인 글은 짧아졌다 길어졌다를 반복하다가 이런 형태가 되었다. ‘홍제역 인근 스리룸 하메 구합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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