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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영원 해안

  • 작성일 2017-06-01

목소리 영원 해안

백은선


숨을 참고


끊어질 듯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노래 소리 희미하게 공기에 묻어 있었고
그것은 목소리라고 할 수 없다.

(바람이 들불처럼 지나가고)

그것은 숨을 몰아쉬는 짐승의 낮은 그르렁거림 어둠 속에서 마침내 모든 것이 끝장날 것 같은 그렇지만 아무런 사건도 없는 정적인 어둠 속에서 끝나지 않는 길고 긴 문장처럼 파도가 쳤고 기울어진 가로등 아래 서서 나는 망했다, 망했다, 그런 생각만 들 뿐이었고 더 이상 어디로 가야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알지 못해 망연할 때 눈을 감고 나는 벤치에 앉아 갑자기 치매에 대해 생각을 했는데 내가 만약 치매에 걸린다면, 기억을 서서히 잃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꾸며낸 모든 것을 믿는 증상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가만, 그런 것을 치매의 범주 안에 넣을 수 있나? 만들어낸 인물을 찾아 헤맬 것이고 있지도 않은 장소에 당도하려고 내내 떠돌기만 할 것이고 모든 것을 믿느라 아무것도 믿지 못하게 될 것이다. 눈을 감고 쇠잔해진 나를 생각하며 쇠잔에 한 걸음 다가서며 영원의 손을 잡고 차가울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고 따듯하지도 않았지만 단지 아픈 느낌. 설명할 수 없다. 웃으며, 노래 부르며, 아니야 내가 생각한 것은 네가 아니야.


거꾸로 감기


나는 영원을 보았다. (추락하는 영원, 떠오르는 영원, 멈춰선 영원, 영원 속에서 영원히 영원한 영원) 그래. 해안가를 따라 걸으며 보았다. 하얄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빨갛지도 검지도 않았다. 보았지만 투명했고 투명했지만 무색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영원의 얼굴 영원은 눈코입이 없었고 마땅히 얼굴이라고 할 만한 부위도 없었다. 그렇지만 나는 눈을 마주쳤고 느꼈고 몸서리쳤다. 팔랑거리는 투명한 영원 뒤로 해가 지고 있었다. 둘은 겹쳐져 영원은 꼭 불에 타고 있는 것 같았고 나는 영원, 하고 속으로 불러보았다. 영원의 이마를 관통하는 태양의 검은 손 이마가 있다면 그곳이 이마일 것이며 태양의 눈과 영원의 눈이 동일선상에 놓여 있을 때 그 눈과 마주하며 이상한 기시감을 느끼며 자기 얼굴이 제일 낯설어 보일 때 그런 묘한 기분 그것이 영원이라는 생각을 한 것은 집으로 돌아와 누웠을 때 아니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안에서였나? 영원은 영원답게 영원이라는 느낌이었고 갈매기가 날아다니며 어지럽게 공중을 풀어헤치고 있었고 나는 오래 전에 만났던 사람을 문득 떠올렸는데 왜일까? 해안가를 따라 걸으며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올 때까지 해안가를 따라 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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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25-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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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건

  • 바람을걷는법심리학도

    https://www.youtube.com/watch?v=xaQAyN95PIM&t=4s 선생님 혹시 시를 이런식으로 홍보할 생각은 없으신가요? 같이 win-win하게 연락주십시오 010-7794-4982

    • 2017-06-29 19:39:10
    바람을걷는법심리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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