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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 작성일 2014-03-03
  • 조회수 3,134

김춘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샤갈의 마을에는 3월에 눈이 온다.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이
바르르 떤다.
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을 어루만지며
눈은 수천 수만의 날개를 달고
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
지붕과 굴뚝을 덮는다.
3월에 눈이 오면
샤갈의 마을의 쥐똥만한 겨울열매들은
다시 올리브빛으로 물이 들고
밤에 아낙들은
그 해의 제일 아름다운 불을
아궁이에 지핀다.


▶ 시_ 김춘수_ 경상남도 통영시 출생. 1945년 유치환, 윤이상, 김상옥 등과 <통영문화협회> 를 결성하면서 본격적인 문학 활동을 시작했으며, 1946년 광복 1주년 기념시화집 『날개』에 「애가」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으로 『늪』, 『기』, 『인인(隣人)』, 『꽃의 소묘』,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 『처용』, 『꽃을 위한 서시』, 『김춘수 시전집』 등이 있으며, 시론집으로 『세계현대시감상』, 『한국현대시형태론』, 『시론』 등이 있다.


▶ 낭송_ 홍서준 - 배우. 뮤지컬 <우리 동네>, <위대한 캐츠비> 등에 출연.



배달하며

마르크 샤갈이라는 러시아의 화가는 애초에는 시를 써서 시인이기도 하지요. 러시아 농촌의 살림살이를 따스하고 환상적으로 그려낸 샤갈의 그림을 떠올리면 얼굴이 밝아집니다. 그의 그림을 떠올리면서 시인은 이 시를 썼겠지요?
3월이면 봄의 기운이 충만한 때입니다. 그 봄에 눈(아마 마지막 눈이겠지요)이 날리니 오는 봄을 축복하는 환상적인 눈발입니다.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내들’의 ‘새로 돋은 관자놀이’의 ‘정맥’을 ‘어루만지며’ 내리는 나비떼 같은 눈발입니다.
그러한 날 아낙들이 지피는 아궁이의 불은 당연히 ‘그해의 가장 아름다운 불’일 수밖에는 없지요. 그 불빛 앞에서 사내와 아낙은 숨결을 나누며 행복했을 겁니다. 그리고 일렁이는 긴 그림자를 오래도록 뒤에 남겼을 겁니다. 그 사랑으로 인해 그해의 농사는 당연히 풍년이었겠지요.

문학집배원 장석남


▶ 출전_ 『김춘수 시전집』(현대문학)

▶ 음악_ 권재욱

▶ 애니메이션_ 송승리

▶ 프로듀서_ 김태형

장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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