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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욕

  • 작성일 2010-03-26

능욕

한영옥

초현실주의자의 그림을 본 것은 실수

마그리뜨의 ‘능욕’을 본 것은 더욱 큰 실수

두 개의 유방은 멀끔한 두 눈동자였으니

한 배꼽은 벌름거리다 잦아든 한 콧구멍이었으니 

그리고 그 다음은, 물론 그 다음도 있다

 

‘능욕’덕분에 지금까지 버텨 놓은 체계가

거세게 능욕 당하는 중이다 

여기저기서 벽돌이 빠져 나간다 

 

다정했던 그 눈길은 쨍한 눈 흘김

부드럽던 그 목소린 된 욕지거리  

그리고 그 다음은,  물론 그 다음도 있다 

 

그래, 능욕당한 걸 알았다

여기저기 튀는 벽돌에 얻어터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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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이미지 연우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 차 밑에서 죽은 고양이를 봤다 친구는 늘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다 팔을 괸 채 창밖 바다를 보며 오기로 한 사람들의 얼굴을 그리며 나의 얼굴은 상상 속에서만 정확히 떠올릴 수 있는데 도화지 위로 옮기는 순간 전부 흩어져 버린다고 했다 친구는 지우개 가루를 가리키며 얼굴은 사실 이런 것이라고 했다 내가 죽은 고양이를 볼 때 친구는 죽은 고양이의 미래를 볼 것이다 흙에 스며들고 하수구 밑을 흐르다 봄비가 되어 내리는 쓰러진 가로수의 뿌리로 되돌아가기도 하는 친구가 기다리던 사람들의 발끝에 겨우 닿은 길이 되기도 하는 미래 이곳에서는 사람들이 그것을 큰 비닐에 담아 흙에 묻었다 아니면 투명한 방탄유리 벽 너머에 박제하자고 기계처럼 견고하게 만들자고 사라지는 것들에게서 들리는 망가지는 소리는 무서우니까 쇠로 적힌 일기와 겨울바람 새어 나오는 악몽을 납땜하면 안전해지는 걸까 더 부서지기 전에 그래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비스듬히 걸으며 흙 속 뿌리로 돌아가지 못하는 유리 벽 뒤에서 얼굴 잃은 금속 소음이 되어 사는 미래의 친구를 생각한다 다음날 깨끗해진 골목에서 친구를 부르면 친구가 나타날 것 같다 차 밑에 손을 넣으면 젖은 흙냄새 골목 모퉁이를 돌며 길처럼 고요해지는 자세를 연습하고 그늘진 판잣집 문을 열고 들어가면 책상에 앉아 그림 그리는 친구가 있다 지우개 가루가 테이블 위에 흩어진다 이렇게 많은 얼굴이라니 조금 징그럽지 않아? 물으면 친구는 휘파람을 불며 이렇게 많은 얼굴들이 온다니 기쁘지 않아? 물었다 창밖 파도가 잦아들었다 친구의 뺨을 만지면 차갑고 선명했다 하지만 친구는 이런 건 얼굴이 아니라고 했다 선분으로 그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기록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우리는 잠시 말이 없다 약간 젖은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둔다 네 개의 희고 작은 발이 나란히 테이블 밑에 있다 매번 무섭고 이상하도록 늦게 도착해서 미안해 여기는 조용하구나 친구는 고양이를 고양이에게로 나무를 나무에게로 되돌릴 때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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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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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선자
  • 202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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