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독신자가 감기를 이기는 방법

  • 작성일 2014-03-01
  • 조회수 1,078

독신자가 감기를 이기는 방법

김성규


쿨럭 쿨럭 쿨럭 저보고 주정뱅이라굽쇼 허허 맞는 말입니다요 그래서 이렇게 감기도 걸렸지요 이놈은 늘 제 안에 살고 있죠 잠깐, 물 좀 주십쇼 언제든 지가 나오고 싶으면 나와서 저를 놀래 주죠 몸이 아픈데 일어나 보니 밥이 있어야 말입죠 그냥 물 한 그릇에 있는 거 아무거나 꺼내서 먹지요 이놈도 기운이 있어야 저와 싸울 거 아닙니까 저는 며칠째 굶죠 쿨럭쿨럭 나중에는 둘 다 지쳐 거동을 못 하게 됩니다 저는 간신히 기운을 차리죠 언젠가 이놈이 화가 나면, 결국 이놈이 저를 잡아먹고 말겠죠 콜록 소주나 한잔 마셔야겠네요 고춧가루 풀어서요 아이구 말 마십쇼 빈속에 먹어야 이놈이 깜짝 놀랍니다 아, 따라 줘서 고맙습니다요 이길 필요가 뭐 있겠습니까요 저나 나나 지치도록 내버려두는 겁니다요 이놈도 화가 나지만 어쩔 수 있겠습니까 쿨을… 쿨록 가까이 오지 마십쇼 감기 걸립니다요 내가 죽으면 이놈도 죽고, 예, 한 잔 더 주십쇼 무말랭이 안주면 됐습니다 죽으면서 저는 이놈을 죽인 겁니다요 제가 이긴 겁니다요 쿨럭쿨럭

추천 콘텐츠

고달프고 사나운

고달프고 사나운 황인숙 느지막이 장년 훌쩍 지나 만난 나의 반려 내 젊은 날 친구랑 이름 같은 누군가 돌아볼지 몰라요 아니, 재길이 그대 부른 거 아니에요 “제기랄! 제기랄, 제기랄, 제기라알!” 시도 때도 없이 길바닥에서도 짖어 부르는 내 반려욕 사납고 고달픈 맘 달래 줍니다 사실 나는 내 반려욕을 사랑하지 않아요 못나기도 못났으니까요 어디서 그렇게 나 닮은 욕을 만났을까요 만나기는 뭘 만나 내 속으로 낳았지

  • 관리자
  • 2024-05-01
글 쓰는 기계

글 쓰는 기계 김응교 사실 기계들은 자기 프로그램을 업데이트 할 기계적 고독이 필요하여 자기만의 기계실에서 밤새 작동한다 그를 누구도 볼 수는 없겠지만 껍질이 날아간 뼈다귀 로봇 등 뒤 상자 서너 박스에는 유영을 멈춘 지느러미들 생선집 좌판에 파리 날리는 근간 시집들이 옆으로 누워 있다 그의 얼굴은 점점 기계를 닮아 가고 책 모양 사각형으로 바뀌어 옆으로 누운 가자미, 눈알과 손가락만 남아 상상력이 냉동되면 어떤 창작도 휘발되고 너무 많은 과거의 형태와 언어가 얼어붙어 더 이상 신선한 속살을 드러내지 못하는 이 기계에게도 컨베이어에 실려 뜨거운 화덕에서 태워질 운명이 다가온다

  • 관리자
  • 2024-05-01
멍쯔 삼촌

멍쯔 삼촌 김응교 내 피의 4분의 1에는 몽골 피가 흐르고 아마 4분의 1은 옛날 중국인 피가 흐를지 몰라 내 몸에는 지구인들 피가 고루 섞여 있을 거야 그니까 삼촌이라 해도 뭐 이상할 거 없지 중국에 삼촌이 산다 삼촌이 쓴 책에 역성혁명이 나오는데 우리는 비슷한 혁명을 몇 번 경험했지 제자가 많다는데, 나는 삼촌으로 부른다 중국인은 멍쯔라 하고 한국인은 맹자라 하는 멍멍, 차갑게 웃을 중국인 삼촌 우리는 계속 역성혁명을 하고 있어 불은 든 프로메테우스들이 많아 멍쯔 삼촌, 우린 심각해요

  • 관리자
  • 2024-05-01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 1500

댓글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