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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칠판이 될 때

  • 작성일 2024-06-01
  • 조회수 674

   세상이 칠판이 될 때  


박형준


   비 오는 밤에 

   고가도로 난간에 기대어

   차들이 남기는 불빛을 바라본다

   도로의 빗물에 반사되는 모습을 

   바라보고 또 바라본다


   나는 차들이 달리며 빗물에  

   휘갈겨 쓴 불빛들을 읽으려고 하지만

   도로에 흐르는 빗물은

   빠른 속도로 불빛들을 싣고

   고가도로 아래로 쏟아진다


   빗물받이 홈통 주변에

   흙더미가 가득하고 

   간신히 피어난 풀꽃 하나가 

   그 아래로 휩쓸려 들어가지 않으려고

   버티고 또 버틴다


   나는 비 내리는 고가도로에 올라서서

   가장 낮은 자리에 버려진 칠판을 떠올린다

   번져서 하나도 읽지 못하더라도

   빗물에 쓰여진 글자들을 바라보고 또 바라본다

   차들이 남긴 불빛들과 함께

   저 아래 빗물받이 홈통으로 떨어질지라도 

   꿋꿋하게 버티는 풀꽃의 결의를 생각한다


   고가도로 밑

   물이 불어나는 강물을 거슬러 

   상류로 올라가는 물고기의 지느러미가 

   강물에 팔딱이며 쓰고 있을 글자들을

   마음 어딘가에 품고서 

   나는 비 내리는 고가도로(생략해주세요) 난간에 기대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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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리뷰 안미옥 중요한 걸 잃어버린 것 같다 그게 무엇인지 찾을 수 없을 것 같다 나는 바닥에 앉았다가 바닥을 짚고 일어난다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사람에게 서툰 사람처럼 창문을 열어도 닫아도 기어코 날아 들어와 부딪혀 떨어지는 미래처럼 어디에나 무거운 문 있다 질문을 멈출 수 없다 왜 온몸으로 밀어야만 열리는 문으로 만들었을까 탁자 위에 떨어진 한 방울의 물 물자국 무엇이 될지 알 수 없어서 나는 기억하기로 했다 떨어진 한 방울이 있었다는 것 한 방울로 시작되는 물계단도 있다는 것 그러나 물은 온통 깨져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각자의 일을 했다

  • 관리자
  • 2024-09-01
이거 무슨 꿈인가요

이거 무슨 꿈인가요 안미옥 * 이유는 모르겠고 한여름 땡볕에 밖을 걸어야 했는데 정수리가 너무 뜨거웠어요 친구가 그림자를 밟으며 걷자고 했어요 골목길엔 건물 그림자가 있었고 큰길엔 나무 그림자가 있었어요 덥고 뜨거워서 어디로 가는지 생각도 못 하고 걸었어요 그러다 그림자 없는 길이 나온 거예요 어떡하지? 하다가 서로의 그림자를 밟으며 가자고 했어요 친구가 갑자기 엄청 뛰어서 저도 엄청 뛰었어요 그림자 밟으려고요 밟아도 사라지지 않는 것을 보려고요 근데 쫓아가기 힘들어서 헉헉 숨 몰아쉬고 왜 뛰어? 왜 뛰어? 친구에게 소리치며 뛰었어요 ** 부엌에서 프라이팬으로 야채를 구웠습니다 버섯 가지 양파 당근 파프리카 그리고 처음 보는 것도요 아무리 구워도 잘 안 구워져서 그냥 먹으려고 담을 접시를 찾았습니다 찬장에 흰 접시가 빼곡했어요 전부 크기가 달랐습니다 접시 하나를 꺼냈는데 이가 나가 있었어요 다른 것을 꺼내도 잘 보이지 않지만 분명 이가 나가 있는 것입니다 이제 보니 차곡차곡 쌓여 있던 것 모두 이가 나가 있었고 누군가 날카롭지 않게 이 나간 부분을 전부 갈아 두었습니다 손으로 만져도 베이지 않게 얼굴만 한 접시에 설익은 야채를 담았습니다 담자마자 쩍 소리가 나면서 다 쏟아졌어요 발등 위로요 *** 모르는 사람들이 자꾸 찾아와 초인종을 눌렀어요 누구세요? 하자마자 이야기를 쏟아냈어요 모기떼를 만나 도망쳤다고 어금니가 전부 쪼개졌다고 계단만 오르면 무릎이 깨지고 흰 새가 모여들어 발을 쪼았다고 한번 죽었는데 계속 다시 태어난다고요 음…… 좋은 거 아닐까요? 고민거리가 해결되고 큰돈 벌 일만 남았네요 막혀 있던 문제가 풀리고 원하던 목표를 이룰 것입니다 새사람이 된 것처럼 다르게 살 수 있겠어요 말해 줘요 말하느라 목이 다 쉬었는데 말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또 와서 물어 볼까 봐 **** 아무리 멀리 가려고 해도 두 발은 끝없이 집으로 돌아와요 이 모든 걸 꿈이라고 생각해요

  • 관리자
  • 2024-09-01
진딧물의 맛

진딧물의 맛 나희덕 잎꾼개미나 고동털개미는 농사를 지어요 일개미가 가져온 나뭇잎을 씹어 죽처럼 만들고 거기에 균류를 심지요 여왕개미가 입속에 보관한 종균을 퇴비 위에 뱉어 버섯 농사를 짓는 거예요 개미는 전쟁도 처절하게 하지요 어느 한쪽이 무너져 내릴 때까지 싸워요 꿀단지개미는 적을 생포해 노예로 부리거나 애벌레들에게 먹인다고 해요 개미는 다른 곤충을 기르기도 하지요 개미가 목이 마를 때마다 마시는 진딧물의 즙 개미가 더듬이로 진딧물을 자극하면 진딧물은 달콤한 즙을 내놓지요 개미는 무당벌레로부터 진딧물을 보호해 주고요 공생은 서로 돕는 게 아니라 이용하고 착취하는 거라고 진화생물학자들은 말하지요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 이득을 보도록 모든 생물종은 설계되었다고, 그들에게서 이타성을 읽어내는 것은 인간적인 생각이나 바람일 뿐이라고 말이지요 요즘 내가 궁금한 것은 진딧물의 맛 개미의 더듬이가 진딧물을 스칠 때 진딧물은 어떤 표정을 지으며 즙을 내뿜는지 과연 개미는 개미 자신을 위해서만 진딧물은 진딧물 자신을 위해서만 물기 어린 손을 잡는 것인지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는 없는 것인지

  • 관리자
  • 2024-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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