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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기린 큐레이션〉 에필로그

  • 작성일 2021-08-01
  • 조회수 837

[느린 기린 큐레이션]

 

 

〈느린 기린 큐레이션〉 에필로그

 

 

조시현, 조온윤

 

 

 

 

 

    《문장 웹진》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1년여 동안 《문장 웹진》 3기 청년간사로 활동하며 〈느린 기린 큐레이션〉을 연재한 조시현, 조온윤입니다. 매달 기획과 취재, 원고정리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청년간사 임기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느리미, 기리니 캐릭터와 함께 작년 11월 문예지를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 〈느린 기린 큐레이션〉은 이후 웹진과 메일링 서비스, 독립 서점, 문학 동인 등 문학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콘텐츠에 대한 소개를 연재해 왔는데요. 새롭게 시도하는 일이다 보니 어설프고 부족한 부분도 물론 있었겠지만, 처음 저희가 의도했던 것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의 다양한 활동과 시도가 미지의 독자에게 연결될 수 있었던 연재였기를 바랍니다. 마지막 편은 〈느린 기린 큐레이션〉을 만들면서 서로에게 궁금했던 질문을 쓰고 답해 보는 에필로그로 꾸려 보았어요. 너무 빨리 지나가 버린 지난 1년의 시간을 돌아보는 소회이자, 연재의 막을 내리며 독자분들께 드리는 심심한 작별 인사로 읽어 주셨으면 합니다. :-)

 

Q. 〈느린 기린 큐레이션〉을 연재하며 느꼈던 점은?

A. 조시현(이하 시현) : 지금 여기의 문학,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문학을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또 구현하고 있다는 점이 크게 다가왔어요. 그에 대해 공식적으로 궁금한 것들을 전부 질문하고 답변을 들을 수 있는 게 너무 귀한 기회였고요. 사실 저는 그간 읽고 쓰는 것에 중심을 두고 문학을 향유해 왔는데, 인터뷰를 하면서 그 저변이 넓어진 것 같아 저 자신에게도 좋은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조온윤(이하 온윤) : 무엇보다 문예지나 웹진 등 다양한 문학 매체를 만들고 있는 기획자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창작자 혹은 기획자가 독립적으로 만들어나가는 매체 활동에 관심이 많았는데, 〈느린 기린 큐레이션〉을 통해서 기획 과정을 배우기도 하고 여러 궁금증을 해소할 수도 있었어요. 그분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했던 문학 매체 운영의 어려움을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제게도 여전한 숙제지만요.

 

Q. 느린 기린 큐레이션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주제는?

A. 온윤 : 저는 다루었던 주제 중에 메일링 서비스가 최근에 널리 확장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꼽고 싶어요. 제가 메일링 서비스에 대해서는 아는 게 많지 않기도 했고, 또 그때 인터뷰이로 참여해 주셨던 나하늘, 박규현 작가님의 연재작을 감명 깊게 읽기도 했었고요.
 
시현 : 사실 이건 하나만 꼽기가 굉장히 어려운 것 같아요. 일단 문예지, 웹진, 온라인 전시, 메일링 서비스, 독립 서점, 동인 등 저희가 굉장히 다양한 콘텐츠를 취재했는데, 하나하나 좀 더 유심히 들여다보면서 각각이 추구하는 방향성이나 계기, 지향점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그게 문학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는 것도 여실히 느껴졌고요. 애정 없이는 쉽게 시작하거나 지속하기 어려운 일도 많았기에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엿볼 수 있었던 것도 좋았습니다. 매 인터뷰를 정리할 때마다 제가 하고 있는 일이나 할 수 있는 일, 각오를 곱씹고 되짚어 보게 되었어요.

 

Q. 활동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A. 시현 : 좋은 콘텐츠와 활동들, 작업물 등을 전부 소개하지 못한 점이 너무 아쉬워요. 또 각각의 테마 안에서 더 다양하게 소개해 드리지 못한 것도 아쉽습니다. 사실 매달 큐레이션을 기획하면서 걱정이 많았어요. 저희의 소개가 섣불리 대표성을 부여하게 되는 건 아닐지, 조온윤 시인님과 의논도 많이 했고요. 그래도 〈느린 기린 큐레이션〉이 입구와 창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활동하였어요. 한 분에게라도 좀 더 문학을 친숙하게 느끼고, 가까이서 경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면 잘 활동한 것 같습니다.
 
온윤 : 조시현 작가님과 마찬가지로 한 가지 주제 안에서도 저희가 미처 소개하지 못한 곳들이 많다는 게 가장 큰 아쉬움이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까지 〈느린 기린 큐레이션〉 연재를 통해 소개된 곳들 외에도 문학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꾸준히 멋진 작업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 아주아주 많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Q. 취재 과정이 가장 어려웠던 편과 가장 재미있었던 편은?

A. 온윤 : 〈느린 기린 큐레이션〉에서 맨 처음 다루었던 문예지 편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어려웠던 동시에 가장 설레었던 편이지 않을까 싶어요. 처음이다 보니 특히나 취재를 준비하고 원고를 정리하는 데 미숙했던 부분이 많은 거 같아 아쉬워요. 또 하나는, 독립 서점 편에서 ‘검은책방흰책방’을 소개했던 게 기억에 남아요. 제가 대학생이었을 때 왕왕 책을 사러 가곤 했던 광주의 문학 전문 서점인데, 그런 곳이 제 주변에 있다는 걸 감사히 생각하게 되는 계기였어요. 취재하면서 돌이켜보니 저에게 알게 모르게 문학적으로 적잖은 영향을 준 장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시현 : 사실 제가 어려웠던 건 크게 없었어요. 질문을 준비하며 관심 있었던 콘텐츠와 작업물들을 더 꼼꼼히 살펴볼 수 있어서 오히려 재밌었습니다. 함께 활동했던 조온윤 시인님이 워낙 잘해 주시기도 했고요. 오히려 많은 양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해 주신 인터뷰이분들이 많이 고생하셨을 것 같아요. 다만 대면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면 단순 질의응답을 넘어 좀 더 재미있는 기획들도 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워요. 가장 어려우면서도 재밌었던 편은 문학 동인 ‘어’ 인터뷰였는데, 여러 사람을 모시고 대면 인터뷰를 하는 건 처음이어서 제가 많이 긴장했어요. 진행이 서툴렀는데도 즐겁게 참여해 주셔서 저도 나중에는 편안하고 재미있게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인터뷰를 마치고 최유안 소설가님의 첫 소설집 첫 사인본을 받아서 그날이 아주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Q. 느리미와 기리니를 다른 곳에서도 계속 만나 볼 수 있을까?

A. 시현 : 이모티콘을 만들어 볼까요? 사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언젠가 활용할 기회가 생긴다면 기쁠 것 같아요.
 
온윤 : 찬성이에요. 더 멋진 모습의 느리미, 기리니를 다시 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하겠습니다!

 

Q.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는지?

A. 시현 : 지금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 계획은 매일 쓰겠다는 각오 정도인 것 같아요. 아마 가을쯤 얇은 단편집이 한 권 나올 것 같고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온윤 : 〈느린 기린 큐레이션〉 연재는 끝이 났지만, 지난 1년간 《문장 웹진》에서 얻은 경험을 밑거름 삼아 여러 가지 기획을 해보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어쩌면 〈느린 기린 큐레이션〉에 이어서 문학의 주변부를 확장해 나가는 시도이지 않을까 싶어요.

 

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온윤 : 청년간사 활동을 묵묵히 지원해 주시고 격려해 주신 《문장 웹진》 담당자 선생님, 편집위원 선생님들께, 그리고 활동하는 내내 배려와 존중으로 대해 주신 조시현 작가님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옆 사람의 발길을 먼저 살피는 섬세한 마음을 배울 수 있었던 최고의 동료였어요.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면서, 새로운 시도와 아이디어를 들고 나타날 작가분들께 바통을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시현 : 먼저 지금까지 〈느린 기린 큐레이션〉에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단순히 책을 넘어서 문학이 궁금해지셨다면, 그래서 조금 더 다양한 방식으로 문학을 향유하실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면, 혹은 문학 콘텐츠에 가지고 계셨던 궁금증이 조금이라도 해결되셨다면 그만큼 기쁜 일도 없을 것 같아요. 저에게도 정말로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 챙겨 주시고 도와주신 선생님들과 함께 활동했던 조온윤 시인님께도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문장 웹진》 청년간사님들이 매해 재미있는 기획을 많이 해주고 계시는데, 다음 분들도 재미있게 활동하시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느린 기린 큐레이션〉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자리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요 :-)

 

 

 

 

 

 

 

 

 

 

 

 

조시현

작가소개 / 조시현

2018년 실천문학 소설부문 신인상
2019년 현대시 상반기 신인상으로 작품활동 시작

 

조온윤

작가소개 / 조온윤

2019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문장웹진 2021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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