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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의 시배달, 문장 회원 여러분께도 서비스 개시

  • 작성일 2006-05-08
  • 조회수 532

저희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학나눔' 에서는

문학집배원 '도종환의 시배달'이란 서비스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오늘(5/8)을 시작으로하여 매주 월요일이면 어김없이

문장 회원 여러분들을 찾아가게 될 것입니다.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문학나눔 홈페이지 방문하기

 

 

시를 배달해 드립니다 ― 문학집배원 ‘도종환의 시배달’을 시작하며

 

 

 

                                    연분홍 산벚나무꽃 지자 진분홍 복숭아꽃 피는 오월입니다.

                                    싱그러운 오월의 나뭇잎 사이를 지나 제게 오는 집배원이 있습니다.

                                    그 집배원은 제게 편지만을 전하러 오지 않습니다. 고개를 넘고 사과과수원을

                                    지나고 고추밭 사잇길을 돌아 제가 있는 산방으로 오는 동안 저를 생각하며

                                    옵니다. 여름에는 오다가 오토바이를 세워놓고는 칡꽃을 따가지고 오고,

                                    가을에는 까만 오가피열매를 따오거나 산도라지를 캐가지고 옵니다.

                                    제게 우편물만 전하러 오는 게 아니라 마음의 선물도 안고 오고 기쁨을 싣고도

                                    옵니다. 제게만 그러는 게 아니고 혼자 사는 할머니를 위해 감기약을 지어가지고

  가기도 하고 산골아저씨가 전해주는 전기요금을 받아가지고 내려오기도 합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고개를 넘어 제게 옵니다. 언제나 웃음 가득한 얼굴로 저희 집을 들어섭니다.

  저도 집배원이 되고 싶었습니다.

  편지만이 아니라 희망도 전해주고 위안도 주고 마음의 안식과 삶의 아름다운 힘을 주는 집배원이 되고

  싶었습니다. 고개를 넘고 내를 건너 여러분의 창문을 두드리며 기쁜 소식을 전해주는 집배원.

  여러분이 밖에 나가고 안 계시면 주인 없는 빈 뜨락에 가만히 엽서 한 장을 내려놓고 오는 집배원.

  그런 집배원이 되고 싶었습니다.   

  저는 마침내 그런 소원을 이루었습니다.

  편지는 아니더라도 시를 배달하는 문학집배원이 된 것입니다.

  일주일에 한번 월요일 아침 일찍 여러분의 집으로 시를 배달해 드리기로 했습니다.

  지난 봄 내내 저는 여러분에게 무엇을 배달할까를 고민하며 가슴 설레었습니다.

  오월 팔일 월요일에는 병들어 누워 계신 어머니의 발을 손에 쥐고 어머니 발톱을 깎아드리며 쓴

  이승하 시인의 시를 배달하기로 했습니다.

  오월 십오일에는 열을 가르치려는 욕심보다 하나를 바르게 가르치려는 소박함을 위해 기도하는

  선생님의 간절한 기도시를 골랐습니다.

  오월 넷째주 월요일쯤에는 아카시꽃이 하얗게 질 겁니다. 그 하얗게 지는 아카시꽃 아래에 서서

  돌아오는 아이를 기다리는 엄마의 마음을 담은 나희덕 시인의 시를 배달하려고 합니다.

  오월 마지막 주에는 단오가 있는 때라서 아름다운 여울목에서 사랑하는 이의 머리를 감겨주고 싶은

  마음을 노래한 곽재구 시인의 「단오」라는 시를 골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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