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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죽이다

  • 작성일 2024-03-01
  • 조회수 810

   별을 죽이다 


이승하


   영원히 빛나는 별이 있을까


   어린 날, 외갓집 마당 평상 위에 누워 

   밤하늘을 보았다 헤아릴 수 없는 별들이 

   한꺼번에 와르르 쏟아져 내릴 것 같아 

   공포에 질려 부르르 떨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경북 상주읍 화산리 외갓집의 뒷마당  

   하늘 향해 가지 쭉쭉 뻗은 감나무 

   앞마당 땅 깊이 한참 파내려간 우물 

   밤이면 펼쳐지는 별, 천지의 별천지


   수백 알 열리는 감보다 많은 별은 

   무슨 시름이 있어 저렇게 눈물 글썽이는지

   우물에도 빠져 있는 수많은 별은

   무슨 아픔이 있어 저렇게 떨고 있는지


   내 이마를 향해 달려드는 별들이여

   어제 못 본 별이 오늘 찾아올 때도 있지만   

   별과 별 사이는 늘 멀어지고 있었다

   막내이모, 외할머니, 중간외삼촌 차례로 돌아가시고


   외갓집은 갈 때마다 상갓집 

   나와 죽은 이들 사이엔

   별들 사이만큼이나 넓은 공간과

   광년보다도 긴 시간의 터널이 생겨났다 

  

   발인 전날 밤에 하늘을 보았다 

   나 별 없는 하늘 이고 살아왔구나

   별 하나 안 보이는 사막의 길을 걸어왔구나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별을 무시하면서


   그예 별을 내 마음속에서 죽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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