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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서류적인 코번트리 부인

  • 작성일 2024-04-01
  • 조회수 222

   양서류적인 코번트리 부인


이소연


   애초에 손 쓸 도리가 없었다 

   결국, 하던 대로 하게 되는 

   물결이다 


   양서류의 아랫배처럼

   끊임없이 흘려보내고 

   함께 흐른다

   조금 다른 물질들의 함량을 이해하면서

   물과 밖을 잇는다


   숨을 쉬는 거지?

   사랑을 하다 보면 

   그게 궁금하다


   내 웅덩이를 드나드는

   발가락들 사이에 물갈퀴가 있었다

   마른 땅이 발자국에 젖어버리면

   몰랐던 말을

   듣게 되고

   새로운 이끼를 알게 되었지

   그러나 나는

   여전히 그대로인 세상 앞에 엎드린다


   혹시

   이렇게 저렇게 하면

   이렇게 저렇게 되고

   사실은 그쪽도 나름 손 써 볼 수도 있었던 거 아닐까?

   나의 무능이며 나의 재능이

   난삽해지고 싶어 한다


   여전히 네가 보고 싶다

   여전히 처음을 지우지 못하며

   여전히 호수가 생각난다

   여전히 밤을 낭비하고

   몸이 있어 새벽이 차다

   물 밖의 슬픔은

   여전히 믿기 어렵다 


   숨을 쉬는 거니?

   그거 말고는 정해진 게 없어서 

   그것에 대해서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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