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물
- 작성일 2007-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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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물
성기완
당신이 선녀탕을 나와 무화과나무 속으로 사라졌어요 나는 얼른 물쿵뎅이 신발을 꺾어 신고 당신을 따라 갔죠 어디 계세요 어른어른 푸른 이파리 사이로 당신 흰 다리가 널을 뛰더니 붉게 익어 흐드러지기 직전의 무화과가 당신 치마폭에 하나 가득 당신이 씹두덩 같은 그걸 쭉 찢어주자 나는 오돌오돌 치모 끝 돌기 같은 씨가 징그럽게 촘촘히 박힌 그 속살을 입술에 즙 묻히며 받아먹어요 아 밍밍하고 지려 맛없어 투덜거리자 하나 더 먹어봐 이게 달콤하지 않니 당신이 그렇게 말하며 이번엔 아예 헤벌어지도록 익은 그걸 내 입에 대주자 나는 숨이 막혀요 이로 씹을 틈도 없이 혀끝에서 녹아드는 그 속살을 비로소 알아봐요 이 맛이로구나 수줍고 담담한 요런 달콤함이야말로 진짜 달디 단 자연의 맛이로다 단물이 줄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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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달프고 사나운 황인숙 느지막이 장년 훌쩍 지나 만난 나의 반려 내 젊은 날 친구랑 이름 같은 누군가 돌아볼지 몰라요 아니, 재길이 그대 부른 거 아니에요 “제기랄! 제기랄, 제기랄, 제기라알!” 시도 때도 없이 길바닥에서도 짖어 부르는 내 반려욕 사납고 고달픈 맘 달래 줍니다 사실 나는 내 반려욕을 사랑하지 않아요 못나기도 못났으니까요 어디서 그렇게 나 닮은 욕을 만났을까요 만나기는 뭘 만나 내 속으로 낳았지
- 관리자
- 2024-05-01
글 쓰는 기계 김응교 사실 기계들은 자기 프로그램을 업데이트 할 기계적 고독이 필요하여 자기만의 기계실에서 밤새 작동한다 그를 누구도 볼 수는 없겠지만 껍질이 날아간 뼈다귀 로봇 등 뒤 상자 서너 박스에는 유영을 멈춘 지느러미들 생선집 좌판에 파리 날리는 근간 시집들이 옆으로 누워 있다 그의 얼굴은 점점 기계를 닮아 가고 책 모양 사각형으로 바뀌어 옆으로 누운 가자미, 눈알과 손가락만 남아 상상력이 냉동되면 어떤 창작도 휘발되고 너무 많은 과거의 형태와 언어가 얼어붙어 더 이상 신선한 속살을 드러내지 못하는 이 기계에게도 컨베이어에 실려 뜨거운 화덕에서 태워질 운명이 다가온다
- 관리자
- 2024-05-01
멍쯔 삼촌 김응교 내 피의 4분의 1에는 몽골 피가 흐르고 아마 4분의 1은 옛날 중국인 피가 흐를지 몰라 내 몸에는 지구인들 피가 고루 섞여 있을 거야 그니까 삼촌이라 해도 뭐 이상할 거 없지 중국에 삼촌이 산다 삼촌이 쓴 책에 역성혁명이 나오는데 우리는 비슷한 혁명을 몇 번 경험했지 제자가 많다는데, 나는 삼촌으로 부른다 중국인은 멍쯔라 하고 한국인은 맹자라 하는 멍멍, 차갑게 웃을 중국인 삼촌 우리는 계속 역성혁명을 하고 있어 불은 든 프로메테우스들이 많아 멍쯔 삼촌, 우린 심각해요
- 관리자
- 2024-05-01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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