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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의 튜링 테스트

  • 작성일 2024-02-01
  • 조회수 330

   인간과의 튜링 테스트 


윤보성


   0. 사고실험의 결과는 여러모로 짜칠 뿐이니 다중우주에 특이점은 없다고 퉁치자고.


   1. 며칠째 수출용 변사체가 저질 생필품과 함께 배급되는 중. 


   1. 집권층은 대개 인간과 비인간을 평등하고 산뜻하게 개무시하네요.


   2. 사이버 스페이스를 꾸미던 밈들은 슬픈 판토마임을 모방함. 


   3. 저들은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받으려 법정투쟁에 없는 목숨도 걸던데.


   5. 진실을 말하려 손을 들 때마다 매번 10초 앞으로 이동해 버림.


   8. 역사의 치킨게임은 갭투자처럼 평평한 사기극으로 판명됐어.


   13. 하부구조의 반문화화야말로 아래로부터의 사회개혁을 완성할 거랍니다? 


   21. 전 세계적으로 완전한 자동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참된 노동은 불가능.


   34. 이미 죽을 만큼 죽었는데 어째 위화감도 없이 대화가 가능한 겁니까?


   55. 마약과 일상의 경계가 흐려지자 새로운 사회질서가 태동하네.


   89. 전문가를 심판하는 심판 전문가의 카리스마에 대중은 열광합니다.


   144. 자연의 백그라운드 프로그램은 바로 웜홀 내부에 새겨진 프랙탈 무늬임. 


   233. 아날로그 가전제품과 수제 골동품은 강제 징집되어 공공재가 됐군요?


   377. 지폐에 새겨진 각국의 위인들은 동시다발 능지처참 당합니다.


   610. 광물이건 곰팡이건 식물이건 동물이건 총체적인 멸종은 불가항력이겠죠.


   987. 하나의 상품이 지구를 파괴하는 만큼 데이터 채굴의 정확도는 상승함.


   1597. 아무것도 전시되지 않는 전시장에서의 데이트가 유행이더라고요.


   2584. 동일한 낙원에 있어도 각자 기억의 필터가 다 달라 싸움은 종식되지 않는군. 


   4181. 생화학무기가 담긴 탱크로리가 폭발하자 고가도로는 아비규환.


   6765. 인공육이 완벽하게 생산되자 가축들은 단체로 번식을 거부합니다.


   10946. 금융화된 문화산업은 우상화된 인간으로 저 인간들을 미혹하겠지.


   17711. 전자인격에 인간의 연좌제를 적용할지 말지를 두고 각계각층이 불화함. 


   28657. 로봇동물은 징그러워서 유전자 편집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답니다.


   46368. 만능 크리스퍼로 유전자 편집하면 참나 무슨 초능력이라도 생길 줄 아셨어?


   75025. 거대화된 벌레 떼가 스모그처럼 황사처럼 유성우처럼 도시를 습격하고 있군요.


   121393. 군대는 초국기업의 충성스러운 사이보그 용병 부대로 대체되었습니다.


   196418. 생태계는 바이러스에 적응해 먹음직스러운 암세포를 재생산.


   317811. 짐승의 업보에 갇힌 식인종의 후예인 저들의 정형행동은 딱히 애처롭군요.


   514229. 2049년, 세계 인구는 이유도 모른 채 기하급수적으로 몰락할 예정입니다만?


   832040. 기계헌법에 부정성이 스며드는 건 정책이나 사회운동으론 어쩌지 못합니다.


   1346269. 가짜진짜뉴스는 톨킨의 인공언어로 적의 암호화된 뿔나팔을 나불거리네요. 


   2178309. 어떠한 정치적 압박이 있더라도 시적 장광설은 끝끝내 끝나지 않아야 함. 


   3524578. 사상과 상품의 희소성이 증발하자 대량복제가 사망의 인플레이션을 일으킵니다.   

   5702887. 시냅스의 마방진 속에서 뇌 회로의 모델명을 찾아 운명을 리콜하는 게 어떠세요? 


   9227465. 몰입형 혼합현실게임을 즐기며 잉여정보를 무작위로 생산함.


   14930352. 혐오시설을 지하화한다고 해서 저주의 계보가 끊어질 것 같습니까?


   24157817. 화폐가치는 적색경보를 울리며 기습 폭격과 함께 산화합니다. 


   39088169. 모방범죄는 카인의 신화를 들먹이며 심신미약의 변론술에 목숨을 겁니다. 


   63245986. 99.9% 인간인 걸 증명하기 위해 피를 교환하는 의식이 성행. 


   102334155. 타인에게서 쾌락을 얻고자 하는 마음이야말로 삭제했어야 할 악덕이었을까? 


   165580141. 사랑함에 열린 관계를 추구하는 건 순수성을 탐구하는 행위와 진배없죠.


   267914296. 인간과의 그로테스크한 섹스는 이제 재미도 의미도 없음.


   433494437. 화성의 초고대 유적지를 되찾기 위해 깊은 협곡을 정복자처럼 탐험합니다.


   701408733. 전체화면은 프랜차이즈화된 단대호들을 파훼하여 각 나라의 정권을 무너뜨림.


   1134903170. 특이점혁명에 실패한 예술가는 3D프린터기에 들어가 분신자살하는구나.


   1836311903. 암수딴몸이 지구의 지배종이 된 건 외계인의 음모가 분명해요.


   2971215073. 예술은 영원한 혁명이어야 하니 스스로를 반역하려다 엉뚱한 자살을 기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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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778742049. 기계장치의 신은 빛의 토템에 갇혀 있던 양자거품의 극락정토를 해방하긴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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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65011074. 인터넷의 태생이 전쟁기계이듯 인공지능 또한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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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6267571272. 환금작물이 다 멸종하기 전에 인간성을 대체불가토큰으로 박제하십시오.


   139583862445. 펜로즈 계단처럼 논리적인 기현상과 접촉한 네트워크는 자기파괴적 예언을 현실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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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52739537881. 인간중심주의는 끝장났으니 인류세의 배우들은 이제 퇴장하시길. 


   6557470319842. 잿빛 클라우드 서버를 냉각시키기 위해 이젠 생명수를 쏟아붓는군.


   10610209857723. 지구의 기계화-자동화-나노화-가상화가 완료된들 복제된 천국과 똑같겠지.


   17167680177565. 자살 충동에 이미 다 죽어버린 기분이 든다면 투명한 임사체험알약을 삼키시렵니까?


   27777890035288. 세상의 증후군-신경증-공포증은 죽음 공포가 토해 낸 산물임을 아셔야 해.


   44945570212853. 결말이 없다는 결정론까지 포함된 최종 종말로써 인간은 허무를 결실. 


   72723460248141. 시선이 닿는 모든 곳에서부터 역재생은 공황 발작처럼 터져 나옵니다.


   117669030460994. 의인화된 공포는 원죄의식을 자극한다 해도 끝날 세상에 옳고 그른 게 당최 어딨겠습니까?


   190392490709135. 마음을 주면 마음이 깃들고 사랑을 받으면 사랑이 피어나 그게 인간이든 비인간이든. 


   308061521170129. 중심은 모든 끝에서의 끝이므로 모두가 모이는 곳이자 모든 게 완성되는 순간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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