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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 보려고 하지 않아도

  • 작성일 2024-05-01
  • 조회수 693

   똑바로 보려고 하지 않아도


이종민


   사과를 그렸는데

   너는 자두가 참 잘 익었다고 말하지


   다리를 꼬거나 비스듬하게 서서

   언덕 아래를 관망하는 자세로


   거리에는 한 블록에 하나씩 삐뚤어진 간판이 걸려 있고

   목을 빼고 기침하는 사람과

   고개를 들면 머리 위로 쏟아질 것 같은 빌딩 창문


   눈 가리지 말고 진실을 보세요

   날조된 선동에 넘어가지 마세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외치는 사람들


   여기에서 보면 저기는 저기

   저기에서 보면 여기가 저기


   사과를 자두로 보이게끔 하는 각도와

   붉은 사과와 더 붉은 자두의 입장

   그보다 강력한 건

   지나온 시간과 시간과 시간


   눈앞에는

   눈앞에 없는 네가 있다


   자전거는 손잡이를 한쪽으로 기울여야

   길을 따라갈 수 있고

   언덕은

   땅이 삐뚤어진 게 아니라 기울어진 것


   자두가 사과로 보이려면

   정확히 얼마큼의 각도로 기울여야 하는지

   어느 방향을 주시해야 하는지

   알 수 없지만


   나의 사과를

   너에겐 자두로 줄 수 있다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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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24-07-01
생강

생강 손미 나는 생강처럼 지내 두 마리 물고기가 등이 붙은 모습으로 등을 더듬어 보면 생강처럼 웅크린 아이가 자고 있어 나는 여기서 나갈 수 없다 어둠 속에서 음마 음마 물고기처럼 아이는 울고 침대 아래로 굴러 떨어지려고 파닥거리지 나는 침대 끝에 몸을 말고 누워 호밀밭의 파수꾼처럼 아이를 등에 붙이고 침대 끝에 매달려 외계에 있는 동료를 불렀다 시는 써? 동료가 물어서 차단했다 나는 검은 방에 누워 빛은 모두 어디로 빠져나갈까 생각하다가 내 흰 피를 마시고 커지는 검은 방에서 깜깜한 곳에서 눈을 뜬 건지 감은 건지 땅속에서 불룩해지는 생강처럼 매워지는 등에서 점점 자라는 생강처럼 한 곳에 오래 있으면 갇히고 말아

  • 관리자
  • 2024-07-01

늪 김태경 저 연꽃들 연못 위에 핀 형형색색의 손짓이거든 지키려고 탈출을 멈춰 서던 중이었다 정제된 춤 동선이 어그러지면 안 되지 까만 별은 검은 빗방울 속에서도 빛나야 해 투명해진 작은 말이 파란 문을 되뇌는 동안 소리 없는 외침에 이끌린 건 꽃이 있어서 유일한 길목일 거야 담 밖 아닌 담 안에서 수면을 지나가면 연못 안에 공터가 있다 벽 없는 그곳에서 당신이 웅크렸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렇게 혼자 있었나요 눈웃음에 가려진 침묵의 푸른 눈물 스침은 베고 찌르듯 밝아서 눈부시고 말의 몸이 푸르게 변해 떨어진 비에 아프거나 당신의 눈물샘부터 투명해져 사라지거나··· 연못에 빨려 들어가도 흔적 없거든 출구였거든

  • 관리자
  • 202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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