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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온을 나눠주세요

  • 작성일 2015-09-01
  • 조회수 903

체온을 나눠주세요

김사이


해가 꺼지지 않은 밖에서
어둠이 잠을 자는 곳으로 들어와도
어디선가 시시때때로 쇠 치는 소리가 난다


말랑말랑 피가 도는 몸에 깡통이 생겼다
깡통이 커질수록 말랑하던 나는
황폐한 허허벌판으로 변해 가고 있다


찍소리 안 하는 건 적당한 비타협이라고
사랑을 버리는 것이 잘사는 법이라고
나는 사람이라는 것을 잊어야 산다고
살기 위해 지은 죄는 죄가 아니라고 *
깡통이 끊임없이 주문을 건다


차라리 깡통 안에서라면
살아가는 데 안전할까
자유를 팔면 밥을 살 수 있는지
노란 나비에게 물어나 볼까


내 안의 깡통과 피터지게 싸운들
권력은 세상을 잘근잘근 씹어 먹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깡통과 싸우는데도
홀로 죽어가는 거짓말 같은 새빨간 진실


그대의 체온은 아직 따뜻하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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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건

  • stritegdc

    '체온을 나눠주세요'라는 제목을 보고 바로 이 시를 읽어보게 된것은, 아직 몇일 전 갔다왔던 꽃동네의 여운이 남아있기때문일것이다. 그 곳에서 잡은 할머님의 손의 체온이, 내가 나눠주고싶었으나 도리어 받아온 따뜻한 체온이 마음속에 깊게 박혔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을 버리는 것이 잘 사는 법이다, 내가 살기위해 지은 죄는 죄가 아니다. 이 시에서 말하고 있는 생각들은 현대인들이 자주 하는 자기합리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꽃동네에서 만나뵈었던 교관선생님들께서는 꽃동네가 이렇게까지 커진 이유는, 사랑을 잃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가족을 버렸기 때문이라고 하셨는데, 그 현실이 그대로 드러나있는 시라고 느꼈다. 그대의 체온은 아직 따뜻한가? 로 끝나는 마지막 말이 많은 생각과 여운을 남긴다. 누군가에게 나의 체온을 나눠줄 수 있을 때 비로소 내 체온이 아직 따뜻하다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게되지 않을까. 체온을 나눠주세요.라는 부탁하는 말투의 제목이 더욱 씁쓸하게 느껴지면서도, 냉랭한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을 느낄 수 있는 시인것같다.

    • 2017-07-09 16:51:05
    striteg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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