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 아래 다시 생긴 점은 구태여 빼지 않을 작정이다
- 작성일 2006-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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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 아래 다시 생긴 점은 구태여 빼지 않을 작정이다
성미정
눈 밑의 점은 눈물점이란 얘기를 듣고
난 후 빼버려야겠다고 결심했다
난 드라이한 사람이고 눈물
따윈 내게 어울리지 않으니까
구월 어느 날 비뇨기과에 가서
(우리 동네는 비뇨기과가 피부과도 겸하고 있다)
살타는 냄새와 함께 점을 뽑았다
그런데 아직 여름 햇살이 남아
있는 탓인지 주근깨처럼 엷게 눈 밑의
점이 다시 올라오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러나 나는 김수영이 그러했듯
내 눈 아래 다시 생긴 점을 구태여
빼지 않을 작정이다
김수영은 모든 곡은 눈물이고
눈물은 시인의 장사 밑천이라
빼지 않겠다고 시인다운 이유를 댔지만
나는 단지 그 비뇨기과에 다시 가기
싫고 살타는 냄새를 두 번 맡고 싶지
않다는 전혀 시인답지 않은 이유로
빼지 않을 작정이지만
어쨌든 다시 빼지 않겠다는 점에
있어선 김수영과 다를 바 없고 엷은
주근깨처럼 눈물점이 올라오고 있는
건 그래도 내게 시인의 마음이 엷게나마
남아 있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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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 2024-05-01
글 쓰는 기계 김응교 사실 기계들은 자기 프로그램을 업데이트 할 기계적 고독이 필요하여 자기만의 기계실에서 밤새 작동한다 그를 누구도 볼 수는 없겠지만 껍질이 날아간 뼈다귀 로봇 등 뒤 상자 서너 박스에는 유영을 멈춘 지느러미들 생선집 좌판에 파리 날리는 근간 시집들이 옆으로 누워 있다 그의 얼굴은 점점 기계를 닮아 가고 책 모양 사각형으로 바뀌어 옆으로 누운 가자미, 눈알과 손가락만 남아 상상력이 냉동되면 어떤 창작도 휘발되고 너무 많은 과거의 형태와 언어가 얼어붙어 더 이상 신선한 속살을 드러내지 못하는 이 기계에게도 컨베이어에 실려 뜨거운 화덕에서 태워질 운명이 다가온다
- 관리자
- 2024-05-01
멍쯔 삼촌 김응교 내 피의 4분의 1에는 몽골 피가 흐르고 아마 4분의 1은 옛날 중국인 피가 흐를지 몰라 내 몸에는 지구인들 피가 고루 섞여 있을 거야 그니까 삼촌이라 해도 뭐 이상할 거 없지 중국에 삼촌이 산다 삼촌이 쓴 책에 역성혁명이 나오는데 우리는 비슷한 혁명을 몇 번 경험했지 제자가 많다는데, 나는 삼촌으로 부른다 중국인은 멍쯔라 하고 한국인은 맹자라 하는 멍멍, 차갑게 웃을 중국인 삼촌 우리는 계속 역성혁명을 하고 있어 불은 든 프로메테우스들이 많아 멍쯔 삼촌, 우린 심각해요
- 관리자
- 2024-05-01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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