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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밭 사진관

  • 작성일 2012-11-12
  • 조회수 807

사과밭 사진관*

빨강 사과가 열리고 갓 낳은 아이가 자라고 아이는 빨강 사과 속에 숨고 곱사등이는 등에 빨강 사과를 짊어지고

사과가 파래지고 파란 잎사귀가 몰려와 둥지를 짓고 아이는 입을 벌려 지지배배 지껄이고 곱사등이의 입술 위로 파란 사과가 구르고

아이는 사과를 등 뒤에 숨기고 별 가득 베어 문 아이의 입에서 곱사등이의 사과가 열리고 사라진 사과는 푸른 하늘 은하수가 되어 흐르고

시인은 곱사등이의 등에 사과를 심고 곱사등이는 사과처럼 아이처럼 아삭거리고 시인의 손가락이 더듬더듬 사과를 쓰다듬고

*2011년 10월, 신현림 시인의 사진전 《사과밭 전시관》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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