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經
- 작성일 2007-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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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經
박주택
숙소에 들었을 때
퀴퀴한 옷장 안에는 섬뜩하니
여자 구두 한 켤레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아귀가 맞지 않는 미닫이 문
모서리 부분이 찌그러져 있었다
길을 모아 집을 만들다 뒤꿈치가 닳고
가죽이 저렇게 해어졌을 것이다
바람이 연민을 건드리고 가
누군가가 와야만 따스해질 수 있는 밤
아무 것도 살지 않는 연못
불을 끈 방 휘어진 幽寂으로
파고드는 스르르 하얀 소리들
-흩어져 버렸어요, 달은 꽃잎을 물어뜯고 먼 곳에서 소리는 와요
그 누구도 내게 집이었던 적이 없어요 길을 모아 만든 건 헐떡거리는 일생
울긋불긋한 어둠뿐, 그 안에 숨어 있습니다 깊게 패인 자국이 이불에
덮여 있듯이 나 또한 마음의 미로에 운명을 빼앗겨
꽃이 핍니다 꿈에 불그레한 발자국이 찍혀 물처럼 찢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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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달프고 사나운 황인숙 느지막이 장년 훌쩍 지나 만난 나의 반려 내 젊은 날 친구랑 이름 같은 누군가 돌아볼지 몰라요 아니, 재길이 그대 부른 거 아니에요 “제기랄! 제기랄, 제기랄, 제기라알!” 시도 때도 없이 길바닥에서도 짖어 부르는 내 반려욕 사납고 고달픈 맘 달래 줍니다 사실 나는 내 반려욕을 사랑하지 않아요 못나기도 못났으니까요 어디서 그렇게 나 닮은 욕을 만났을까요 만나기는 뭘 만나 내 속으로 낳았지
- 관리자
- 2024-05-01
글 쓰는 기계 김응교 사실 기계들은 자기 프로그램을 업데이트 할 기계적 고독이 필요하여 자기만의 기계실에서 밤새 작동한다 그를 누구도 볼 수는 없겠지만 껍질이 날아간 뼈다귀 로봇 등 뒤 상자 서너 박스에는 유영을 멈춘 지느러미들 생선집 좌판에 파리 날리는 근간 시집들이 옆으로 누워 있다 그의 얼굴은 점점 기계를 닮아 가고 책 모양 사각형으로 바뀌어 옆으로 누운 가자미, 눈알과 손가락만 남아 상상력이 냉동되면 어떤 창작도 휘발되고 너무 많은 과거의 형태와 언어가 얼어붙어 더 이상 신선한 속살을 드러내지 못하는 이 기계에게도 컨베이어에 실려 뜨거운 화덕에서 태워질 운명이 다가온다
- 관리자
- 2024-05-01
멍쯔 삼촌 김응교 내 피의 4분의 1에는 몽골 피가 흐르고 아마 4분의 1은 옛날 중국인 피가 흐를지 몰라 내 몸에는 지구인들 피가 고루 섞여 있을 거야 그니까 삼촌이라 해도 뭐 이상할 거 없지 중국에 삼촌이 산다 삼촌이 쓴 책에 역성혁명이 나오는데 우리는 비슷한 혁명을 몇 번 경험했지 제자가 많다는데, 나는 삼촌으로 부른다 중국인은 멍쯔라 하고 한국인은 맹자라 하는 멍멍, 차갑게 웃을 중국인 삼촌 우리는 계속 역성혁명을 하고 있어 불은 든 프로메테우스들이 많아 멍쯔 삼촌, 우린 심각해요
- 관리자
- 2024-05-01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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