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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식탁

  • 작성일 2022-10-01
  • 조회수 1,750

[단편소설]



참을 수 없는 식탁



엄창석





그저 일시적이라고 생각했다. 신남동에서 시작해 서평동에 이르는 번잡한 도로에서 깃발을 흔든 지 며칠 후부터 얼굴과 팔뚝이 유독 까매졌다. 그는 가로수의 웃자란 가지를 잘라내는 작업차를 따라가며 교통을 통제했다. 그가 직접 모터톱을 들고 스카이 차에 실려 공중으로 솟을 때도 있지만 그건 조경회사 직원이 늦게 출근했거나 배탈이 나 화장실에 다녀와서 어지럽다며 쉬고 싶어 하는 잠시 동안이었다. 대부분 그는 빨간색 콘을 도로에 세우고 차들이 비켜 가도록 깃발을 흔들었다. 하루 8시간 깃발을 흔들기도 했다. 그는 피부가 희었고 아주 튼튼한 편이었다. 그의 기억으로는 볕에 오래 노출되면 피부가 발갛게 달아오르다가 하루 이틀 안에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뙤약볕에 서서 깃발을 흔드는 건 오로지 다리만 건강하면 될 일이라고 여겼다.
친구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스카이 차량을 따라다니게 된 것은 원고가 불탔기 때문이었다. 한 권 분량이나 되는 번역 원고였다. 영문의 초벌 번역을 전문 작가에게 넘기기로 한 기한은 벌써 지나가 버렸다. 원고 더미만 아니라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들까지 불에 탔다. 그게 일 년 전이었다.
오후 늦게 작업 차량은 서평동 청라공원으로 올라갔다. 그곳은 유서 깊은 옛 토성을 공원화한 곳이었고 지대가 상당히 높았다. 공원 가장자리에 있는 - 토성이라서 가장자리가 더 높았다 - 은행나무와 회나무 옆으로 스카이 차를 이동하면서 전지를 했다. 공원이어서 깃발을 흔들 필요가 없었다. 우레탄이 깔린 공원 둘레길로 소풍객이나 킥보드만 다녔으므로, 라바콘만 세우면 되었다.
중락은 드물게 발생한 행운이 별로 기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허리에 손을 얹고 스카이 차의 붐대 끝을 올려다보았다. 은행나무는 꽤 우람했다. 가장자리에 있는 나무라 더 우람한 것 같았다. “마구 자라게 해놓고 이제 손보려고 해?” 팀장이 눈썹을 찌푸리며 투덜댔다. “위험하잖아. 나무 모양도 살지 않고.” 팀장의 불평이 나무 모양이 아니라 회사의 돈벌이 때문이라고 중락은 생각했다. 나무는 그냥 두면 더 잘 어울릴걸. 자르려고 하니까 위험하지. 꼭대기에서 우둑우둑 낙하하는 가지를 피해 둘레길 가로 물러섰다. 외곽은 벼랑이었다. 벼랑이 10여 미터나 되는 곳도 있었다. 그 아래로 넓은 주택가가 펼쳐졌다. 중락은 깜짝 놀랐다. 작업 차량만 쫓아다니다 보니 그의 동네까지 왔다는 걸 미처 몰랐다. 그는 한 번도 공원에서 동네를 내려다본 적이 없어서 게딱지처럼 빽빽이 붙은 작은 집들이 생소했다. 비탈에 듬성하게 자란 관목 사이로 그의 집을 발견하는 데 얼마 걸리지 않았다. 노랗고 빨간 개량 기와지붕과 시멘트 건물들 가운데 불탄 집 하나가 붓을 떨어뜨린 것처럼 검게 찍혀 있었다.


동생은 민소매와 핫팬츠 차림으로 방문턱을 밟고 쪼그리고 앉아 대문으로 들어서는 중락을 희뜩 보았다. 봤다기보다 턱만 슬쩍 움직였다. 늘 그런 식이었다. 중락은 동생에게 허벅지 안쪽을 좀 안 보게 해줘, 내뱉으려다가 종일 깃발을 흔들었다는 듯이 힘없이 팔을 휘저었다. 물론 손에 깃발을 들진 않았다.
“공원에서 작업했거든. 벼랑으로 바로 내려왔으면 금방인데.”
중락은 아쉽다며 혀를 찼다. 동생은 무표정했다. 그는 실제로 벼랑으로 미끄러져 내려올 생각도 없었지만 – 정문으로 둘러서 걸어오느라 꽤 피곤했다 - 전지 작업의 고됨을 동생이 알아줬으면 싶어서 팔을 과장스레 늘어뜨렸다.
“구청 직원이 왔다 갔어.”
동생이 턱을 무릎에 얹은 채로 말했다.
“왜?”
중락은 씻으려고 웃통을 벗고 옥외 화장실로 들어가다가 다시 나왔다.
“이 집 철거하래. 비용은 구청에서 다 대준다면서.”
그는 불에 탄 옆채를 돌아보았다. 시멘트벽이 위로 갈수록 꺼멨고 꺼먼 부분은 북극해를 거꾸로 그려 놓은 지도 같았다. 당시 방 안의 광경을 증거하듯, 마당에 내놓은 장롱이 숯검정이었다. 대지가 13평인 집은 본채와 옆채가 마주해 있고 부엌이 가운데서 두 채를 연결했다. 전체적으로 ㄷ자 모양이었다. 한 해 전에 전소된 곳은 벽돌조인 옆채였다. 본채인 한옥은 희한하게 말짱했다. 소방차가 빨리 달려와 준 덕분이었다. 운 좋게 바람도 바깥으로만 불었다. 중락은 옆채를 철거한 뒤를 상상했다. 마당이 넓어지면 벤치프레스 한 대는 넉넉히 둘 수 있을 것이다. 중락은 몸매가 좋은 친구들이 정말 부러웠다.
“3년간 주차장으로 쓰자고 해. 동네 주차장으로. 3년 임대비에 철거 비용이 포함된대.”
“우리 집 마당에 차를 들여놓는다고?”
중락의 머릿속에 금방 역도기가 물러가고 승용차가 쓱 들어왔다. 난아는 다리가 저린지 엉덩이를 약간 쳐들었다. “오빠, 그게 아니고.” 전소된 집만 아니라 담장까지 전부 철거한다는 얘기였다. 이미 집 전체가 불기를 먹었다는 것이다.
“오빠, 이 집 주차장으로 빌려주고 우린 주차장 한쪽에 텐트 칠까?”
난아가 나른하게 목을 비틀었다. 화장실에서 옷을 벗다가 동생이 웃는 소리가 들렸다. 불이 난 후로 일을 나가라고 달달 볶아대던 동생이 화창하게 웃자 그는 기뻤다. “주차장으로 써도 석 대밖에 못 댈걸?” 물을 끼얹으며 크게 소리쳤다. “그 말은, 난아야, 동네 미관을 해친다고 철거하란 소린 거야.”
“한 번도 미관이란 말을 하지 않았어. 기분 상할까 그러나? 근데 그게 더 기분 나쁜 거 있지.”
중락은 좀 전 공원에서 내려다본, 먹물이 찍힌 듯한 그의 집을 떠올렸다. 멀리서 보니 마당이고 담이고 시커멨다. 본채 지붕마저 가뜩이나 까만 함석기와여서 구청에서 오해할 만도 했다. 원래 이 집은 방이 하나(다락방이 딸린) 있는 작은 한옥이었다. 엄마가 살아 있을 때 벽돌을 쌓아 방 하나를 더 만들어, 중학생이 된 그가 쓰도록 했다. 만약 한옥으로 지었다면 이번에 사라지고 말았을 거다. 시멘트의 위력은 대단했다. 옥상에 쌓아 둔 각목과 고무대야까지 불이 붙었지만 벽돌집은 건재했다. 옥상에 버려져 있던 고무대야와 각종 파이프, 전선 따위가 녹으면서 옥상 바닥을 콜타르처럼 흥건하게 덮어서 오히려 비 샐 염려가 없어졌다.
몸을 씻고 나오자 방문턱에 앉았던 난아가 보이지 않았다. 집 모양이 ㄷ자가 되도록 두 채를 연결한 부엌에 문이 반쯤 열려 있었고, 난아가 저녁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그가 일을 나간 뒤로 난아는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혼자 청소하고, 밥도 차려 주었다. 이전엔 그런 적이 없었다. 중락은 은근히 기뻤다. 깃발을 오래 흔들어서 근력이 풀어진 팔로 숟가락을 들고 있으면 행복감이 묻어나는 피로가 어떤 건지 알 것 같았다.
토닥토닥토닥. 도마에 칼질하는 경쾌한 소리가 들렸다. 중락은 마치 불이 나서 다행인 것처럼 느긋이 자신의 방인 옆채로 들어갔다.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털고, 트레이닝복을 입었다. 까칠한 냄새는 여전히 콧속을 침범했다. 베트남 고추기름에 후추를 섞은 듯한 불 냄새. 환기해서 될 일이 아니었다. 알루미늄 문을 철수세미로 박박 문지르고, 말끔히 청소하고, 도배까지 했는데도 별 차이가 없었다. “벽돌에 깊숙이 스며들어서 그래.” 난아는 벽돌을 한 장 한 장 덜어내 물로 씻는 꿈을 꾼다고 했다. 둘은 자주 야식으로 컵라면을 먹었다. “벽돌을 어떻게 덜어내지?” 그런 비법이 궁금하단 듯이 라면 가닥을 입술로 빨며 물었다. “꿈이라고 했잖아.” 난아가 화를 냈다. 난아가 화를 낸 것은 꿈 때문이 아니라 절대 자기 방으로 돌아오지 말라는 뜻일 거다.
하지만 불이 난 후부터 얼마 전까지 중락은 난아와 한 방을 썼다. 게임을 같이했고 쿠션을 벽에 대고 영화도 같이 봤다. PC는 하나뿐이었다. 잠을 잘 때만 따로 이불을 썼다. 자다 보면 자꾸 발이 뒤섞였다. 속옷을 갈아입을 땐 다락방에 올라가면 되었다. 다락방 천장이 너무 낮아 무릎을 꿇어서 팬티를 갈아입었다. 어떨 땐 누워서 다리를 꿰었다. 불편해도 팬티를 갈아입는 기술이 점점 늘었다. 난아도 그런지 궁금했지만 물어 보지 않았다. 난아의 친구들은 불이 나기 전보다 더 자주 놀러왔다. 문을 활짝 열고 북극해 지도를 바라보면서 매콤한 냄새를 즐기는지 “이거 맥반석 구이 같애.”라며 마른 오징어 다리를 찍찍 씹었다. 같이 맥주를 마셨고, 친구들은 취해서 자고 가곤 했다. 그중 한 애는 자다가 옷 벗는 버릇이 있었다. 중락은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그 친구 때문에 난아는 오빠와 한 방을 쓰는 걸 창피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 그 애가 아니었으면 불탄 방으로 쫓겨나지 않았을 거다.
그렇게 해서 거의 일 년 만에 제 방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스카이 차량을 따라다닐 때이기도 했다. 방에 잿더미가 무릎 높이로 쌓여 있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마치 소다를 넣은 빵처럼 부풀어 있었다. 깃발을 흔들고 돌아와 밤늦게까지 재를 덜어냈다. 재가 밀가루처럼 부슬부슬하거나 진흙처럼 이겨져 있는데도 그것이 어떤 것의 흔적임을 분간할 수 있었다. 자신이 아니면 누구도 청바지, 카디건, 필통, 딱풀, 코끼리 조각상, 모래시계인지 알아채지 못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오래 방치한 게 미안했다. 미안한 만큼 방이 친근해졌다.
“이거 비누로 만든 꽃이야.”
중락이 검붉게 녹아내린 닭발 같은 잿덩어리를 난아에게 보여주었다. 고등학교 졸업할 때 엄마가 선물한 비누튤립인데 난아가 골랐다는 것이다.
“자세히 봐. 튤립인 걸 알 수 있지.”
“뭐야, 빨리 치워. 벌써 며칠째야.”
아무튼 재를 다 치우는 데는 사흘이 걸렸다. 종량제봉투가 꽤 많이 필요했다. 종량제봉투에 넣을 수 없는 여섯 자짜리 장롱이 난감했다. 이웃집에서 공사를 할 때같이 치워 달라고 부탁하면 될 것 같아 마당에 내놓았다.
중락은 팔베개를 하고 누워서 배가 점점 쪼여드는 시장기를 즐겼다. 난아가 부엌에서 뭔가를 볶고 있는 소리가 명랑한 음악처럼 들렸다. 오래지 않아 중락은 난아의 방으로 들어갔다. 이제 식사 때가 아니면 동생의 방에 들어갈 기회가 없었다. 방 안은 여자애 특유의 가꾸기를 해놓았지만 탈취제도 은근히 뿌려 놓은 듯했다. 그닥 좋은 향기가 돌진 않았다.
밥상은 꽤나 만찬이었다. 그가 일을 나가고부터 동생의 음식 솜씨가 확실히 좋아졌다. 전분을 묻혀 튀긴 가지, 야채와 파프리카에 겨자소스를 뿌린 샐러드가 커다란 접시에 담겼다. 입맛이 돋도록 알록달록한 색감에도 신경을 쓴 것 같았다. 난아는 어때, 하듯이 그를 쳐다보았다. 갑자기 중락은 속이 느끼해졌다. 사실 돼지고기 껍데기를 먹고 싶었다. 몇 시간 깃발을 흔들면 허연 돼지고기 껍데기에다 매운 고추를 고추장에 푹 찍어 먹어야 몸에 힘이 생겼다. 낮에도 인부들과 같이 돼지비계 기름에 밥을 비벼 먹었다. 번화한 서평동 골목 안에 돼지껍데기 식당이 있다는 게 놀라웠다. 중락은 돼지고기 껍데기라고 상상하며 샐러드를 우걱우걱 씹어 먹었다.
“오빠, 식탁이 있으면 좋겠어.”
“식탁?”
“응, 부엌에서 밥을 먹게. 몸에서 냄새 나.”
중락은 설마 자기를 보고 하는 소린가 싶었지만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 방 벽돌에 불 냄새가 배서 그렇지.”
난아는 벽돌처럼 몸을 박박 씻으라고 말했다. 저번엔 그게 꿈이라고 하지 않았냐며 중락이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응, 오빠. 불이 난 것도 꿈같아.”
난아는 입맛이 없다는 투로 젓가락을 놓았다.
지난해 겨울 말미였다. 중락은 폭설이 내렸다는 한라산에 눈을 보러 갔고, 난아는 친구들과 평창에 스키를 타러 갔다. 3일 일정이 지체돼 4일이 된 거 외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돌아와 보니 집의 절반이 불에 타 있었다. 그의 집과 잇따라 붙은 뒷집 세 채까지 훼손된 상태였다. 경찰서에 가서 진술을 했고 - 전기를 차단하지 않고 집을 비웠다고 말했다 - 그간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의 집에서 시작한 불이 옮겨갔다는 뒷집들은 모두 보험에 가입했다는 사실을 알고, 중락은 크게 안도했다. 이런 집에 살면서 죄다 보험을 넣었다는 게 정말 의외였다. 가난한 사람들은 보험을 꼭꼭 챙겨. 항상 불안하니까. 경찰이 말했다. 그렇구나. 중락은 왠지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깨달은 거 같았다.
“뒷집 사람들은 다들 착한가 봐. 아무도 원망하지 않아. 도리어 새벽 3시에 불이 났는데 인명 피해가 없어 다행이라고 날 안심시켜 주더라.”
그보다 이틀 늦게 귀가한 동생은 눈물을 펑펑 흘렸다.
중락은 원고가 타버렸다고 불평할 수 없었다. 그건 집이 타버린 것에 비해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수개월 동안 번역한 원고가 없어지자 머릿속도 화마를 입은 듯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고, 그래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뒷집들은 삼 개월 전후로 대대적인 수리를 하거나 리모델링을 마쳤다. 중락의 방은 황색 접근금지 테이프가 쳐졌고, 국과수에서 전기와 관련된 모든 증거물들을 수거해가 버려서 방을 들여다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중락은 네 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서울에 도착했다. 주소가 적힌 종이를 들고 압구정동 이면도로를 걸어가면서 Y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다. 집으로 등기 한 통이 배달된 것은 샐러드로 저녁을 먹은 다음 날이었다. 발송처가 서울지방법원이었는데, 뒷집을 리모델링한 비용을 보험사가 그에게 청구한 것이다. 구상권청구 소송이라고 했다. 중락은 구상권이란 말을 알게 된 것도, 소장을 받아 본 것도 처음이었다. 영화에서 본 삼엄한 재판정의 피고석에 앉아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 등받이가 교황의 모자처럼 삐쭉 솟은 의자에 몸을 싣고 그를 내려다보는 검은 법복들이 으스스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민사조정을 한다는 것이다. Y 변호사가 조정위원으로 위촉되어 그 변호사의 개인사무실에서 보험사 대리인과 조정 절차를 밟게 된다고, 법원 주사가 전화로 설명해 주었다. 재판에 회부하지 않고 먼저 서로 합의할 기회를 주는 법률상의 배려라고 한다.
Y 변호사 사무실이 입주한 빌딩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압구정동은 이면도로조차 빌딩숲이었다. 휴대폰에 내비게이션을 띄웠지만 뒤돌아보거나 짧은 횡단보도를 건널 때마다 방향 지시에 혼란이 일어났다. 마침내 중락은 한 빌딩으로 들어섰고, 어느 층에 이르러 무역회사와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요가원(院)의 문을 열기도 하고 여러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걷기도 했다. 중락은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한 빌딩 안에 있다는 게 기이했다. 마치 카프카의 소설 『소송』에서 카가 예심법원을 찾아가는 것을 연상했다. 율리우스가(街)의 양쪽에 있는 임대가옥들과 식료품가게, 과일장수들을 지나 사람들로 북적이는 2층 건물에 들어가서 그만 길을 잃고 만 카에게 예심판사가 다가와서 “당신은 한 시간 오 분 전에 출두해야 합니다.”라고 말한 것처럼, 사무실이 즐비한 복도를 오가는 사람들 중에서 한 명이 불쑥 그의 등을 때리며 “당신은 오십 분 전에 출두해야 했어요.” 하고 말할 것 같았다. 그는 인조가죽 재킷을 입고 있었는데 그런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로부터 한 시간 후, 중락은 서울역으로 되돌아가는 지하철을 탔다. 민사조정은 1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Y 변호사 사무실은 방이 여럿이었는데, 그중 한 곳에서 원형 테이블에 세 사람이 앉아서 이뤄졌다. 보험사 대리인인 B 변호사는 키가 훤칠하고 눈매가 서글서글한 사람이었다. 그는 다른 재판정에 들어갈 시간이 다 돼간다고 말했다. 지각하지 않았으면 한 시간은 진행됐을지 몰랐다. Y 변호사 사무실에 머문 30분 동안에 매우 단조롭고 확실한 일이 벌어졌다고 기억했지만 그게 무슨 내용인지 희미했다. 중락은 두 명의 변호사와 대등하게 원탁에 앉게 된 게 영광스러웠다. 사진이라도 찍고 싶었으나 오히려 침착하게 거만한 자세를 취했다. 그때 산뜻한 청바지를 입은 여직원이 잔을 받친 커피를 한없이 공손한 자세로 그의 앞에 갖다 놓았다. 중락은 마치 그것도 조정 절차의 일부인 것처럼 세심한 동작으로 커피 잔에 손을 댔다.
“단추가 떨어지려고 하네요.”
조정위원인 Y 변호사가 그의 재킷을 보고 말했다. 세 번째 단추가 침을 흘리듯이 늘어져 있었다.
“아까 서울역 지하철 개찰구에 급히 들어가다가 옷이 걸렸어요.”
중락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오래되고 지저분한 역이죠. 바늘이 없네요. 실을 잘라내는 게 낫겠어요. 그러면 단추가 떨어진 줄 모를 테죠. 트렌치코트를 입을 땐 단추를 끄르는 게 좋아 보이지 않아요?”
청바지 단추까지 풀고 다니는 애들도 있죠. Y 변호사는 웃음을 터트리며 인터폰으로 여직원을 불렀다. 좀 전 커피를 가져온 여직원이 들어와 문구 가위로 늘어진 실을 손수 잘라 주었다. 중락은 바로 눈 아래에서 그지없이 곱고 흰 손가락이 향기를 팔랑이면서 깃을 젖히고 단춧구멍에 남은 실까지 자르는 동안 거의 숨을 쉴 수 없었다. 예기치 않게 콧물이 떨어지거나 입에서 구취가 풍겨 그녀의 손에 닿을까 걱정했다. 여직원이 그의 손바닥에 단추를 딱 떨어뜨렸을 때 중락은 민사조정이 잘 될 거라는 확신이 섰다.
Y는 조정 개시를 선언했고, B는 재판 시간이 가까워졌다고 좀 전의 말을 되풀이했고 중락은 한 장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제가 가진 모든 재산입니다.” B는 슬며시 웃으며 고개를 쓱 흔들었다. 그러고 바로 일어나 서류에 뭔가를 막 기재하려는 Y의 어깨를 치곤 악수를 했고, 중락에겐 눈웃음을 보낸 뒤 사무실을 나가버렸다. 서울역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중락은 그때의 상황을 곰곰이 되짚었다. B가 조정파기를 선언한 건지, 앞 머리카락이 눈을 가려 머리를 흔든 건지 정말 애매했다. 그만큼 가벼웠고 다정한 느낌마저 주었다.
“10분 조금 더 걸렸어.”
난아는 방에 불을 켜놓고 방문턱에 앉아 중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중락은 Y 변호사 사무실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 난아는 입술을 내밀고 듣고만 있었다. 지각하지 않았으면 좀 더 자세한 조정이 이뤄졌을 거라고, 마치 B 변호사를 변호하듯이 애석해했다. 난아는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사실은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B가 머리카락을 찰랑찰랑 흔들고 나갔을 때, 앞에 놓인 커피가 식지도 않았다. 뜨거워서 단번에 마실 수도 없었다. 중락은 단추 실까지 잘라 주던 청바지 여직원을 떠올렸고, 그래서 잔을 비우지 않고 일어나는 건 큰 실례라고 느꼈다. 하지만 혼자 남아 커피를 마신다는 게 더욱 어색했다. 마치 할일이 남아 있다는 듯이 서류를 작성하고 있는 Y에게 물었다.
“불이 난 곳이 T시예요. 청라공원 바로 아래죠. 벼랑에 나무가 별로 없어서 공원으로 불이 넘어가진 않았어요. 정말 다행이죠……. 그런데 T시 법원에서 재판하지 않고 왜 서울법원에서 하는 거죠?”
Y는 약간 놀란 듯이 서류를 뒤적였다. “아, T시군요.” 서류는 꽤 두꺼웠다. 그는 이제 알았다는 듯이 볼펜을 놓고 서류를, 이번에는 뒤쪽까지 넘기는 시늉을 했다. “하지만, 피해자가 있는 곳에서 재판이 열리죠. 이건 통상적이에요.”
뒷집에 불이 난 사실을 뻔히 아는 중락은 잘못 들었나 싶었다. 고개를 갸웃하자, “피해 보험사의 본사가 서울에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서울에서 열리죠.” 하고 설명했다. Y는 이런 불필요한 대화가 남은 커피 때문인 걸 뒤늦게 알아채고 “오, 커피는 다 안 마셔도 됩니다.” 활짝 웃으면서 뭔가를 막듯이 손바닥을 쫙 폈다.
민사조정에서 벌어진 일은 대부분 Y와 청바지 여직원에 대한 것뿐이었다. 당사자인 B는 없었다. 이것을 어떻게 얘기할까 고민하는데 난아가 입을 열었다.
“그럴 줄 알았어. 보험회사 변호사들은 민사조정에 합의해 주지 않는대.”
난아는 다리가 저린지 한쪽 다리를 거위처럼 뻗었다 거둬들였다. 낮에 법률공단에 가서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왜 그런데?”
“생각해 봐. 걔들도 재판을 해야 돈을 받잖아.”
난아는 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루 일당만 날아갔다.
중락은 다음 날 깃발을 흔들러 나갔다. 그가 결근했을 때 아르바이트생을 따로 구하지 않고 팀장이 깃발을 흔들었다고 했다. 4월이 되면 전지 작업이 종료되기 때문인지 스카이 차도 느리게 이동했다. 해가 길어져서 귀가 시간도 빨라진 것 같았다.
책장을 만들어야겠어.
퇴근하고 돌아와도 해가 제법 남았다. 난아는 식탁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먼저 책장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새 문짝을 달고 벽지를 발랐는데도 방은 예전의 느낌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책장이 없는 게 원인이었다. 불 나기 전에는 장롱과 책장이 두 면을 장식해서 방이 아늑했다. 그렇다고 가구점에서 책장을 구입할 순 없었다. 앞으로 구상권 재판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 어느 날 갑자기 집달리가 쳐들어와 물건마다 노란 차압딱지를 붙일지 몰라서, 새 책장을 들일 수가 없었다.
중락은 마당 구석에 있던 벽돌을 모아 흙먼지를 털었다. 판자도 적당한 크기로 톱질했다. 대학 다닐 때 친구들 자취방에서 벽돌 책장이 유행했다. 간편하게 벽돌을 쌓고 판자를 가로지르면 책장이 되는 것이다. 제법 엔틱한 데다 데커레이션도 다양하게 가미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벽돌과 판자를 방으로 옮겼다. 원래 책장이 있던 자리에 - 집중적으로 전소가 된 탓인지 불 냄새가 많이 났다 - 벽돌을 가지런히 쌓고 판자를 걸쳤다. 하다 보니 벽돌과 판자의 숫자가 맞지 않았다. 판자가 보이지 않아서 마당에 있는 장롱 문짝에서 불에 많이 타지 않은 부분을 잘라 방으로 가져왔다.
두 자 폭의 아기자기한 책장이 마음에 쏙 들었지만, 꽂을 책이 없었다. 중락은 수건과 내의와 셔츠를(불 난 후에 구입한) 각 잡아 책장에 넣으면서 사라진 백여 권의 책을 그리워했다. 자신이 번역했던 실용서보다 카프카와 카뮈의 소설들, 옥타비오 파스의 시들이 없어진 게 무척 안타까웠다. 다시 살 것 같지 않아서 더 그랬다.
“왜? 깃발을 흔든 일당으로 사면 되지.”
한두 권쯤은 사줄 수 있단 투로 난아가 말했다. 돈은 난아가 관리했다.
“카뮈 소설이 필요하진 않아. 오뎅 한 봉지가 낫지. 그렇지만 필요하지 않아서 가치가 있는 거야. 의미가 담긴 거라고.” 중락은 근사한 말이라고 여겼는데 난아는 “난 오뎅보다 도미노피자가 좋아.” 하고 깔깔 웃었다. “가지고 있는 책을 다 읽지 못하고 늙는 게 괴롭다는 작가가 있었어. 내 책장에 있던 책들도 불에 타면서 충분히 읽히지 못해 괴로워하지 않았을까.” 떠벌리고 보니 불길에 휩싸이는 책들이 눈앞에 선했다. 검붉은 화염 속으로 글자들이 화르르 빨려들면서 허공으로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카뮈와 파스의 책은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단을 하나 걷어내야겠어.
중락은 종일 깃발을 흔들면서 책이 없는 책장에 대해 고민하다가 단을 하나 덜어내야겠다고 결론내렸다. 집에 오자마자 맨 위에 있는 벽돌과 장롱 나무판을 끄집어 내렸다. 4단이 3단이 되었다. 한 단만 없앴는데도 책장처럼 보이지 않았다. 걷어낸 판을 도로 장롱 안에 넣어 놓는데 장롱 바닥에 사과박스가 보였다. 재가 담긴 박스였다. 장롱 문을 자를 때 왜 눈에 띄지 않았는지.
박스 자체도 심하게 타 있었다. 박스 안은 온통 잿더미였다. 잠시 후, 중락은 마당에다 박스를 뒤집었고, 잿더미에서 눈처럼 하얀 여백이 있는 종이가 쏟아졌다. 그 종이는 자신이 번역한 원고였다. 야, 이게 뭐야. 방 안이 모조리 탔는데 어떻게 종이가 남아 있지. 어떤 것은 귀퉁이만 탔을 뿐 글씨에 재 한 톨 묻지 않았다. 그 원고는 마지막에 전문 작가와 약속을 지키지 못한 초벌 번역 원고가 아니고 그전의 것이었다. 중락은 꽤 두툼한 종이 뭉치를 들고 난아 방으로 뛰어갔다.
“난아야! 이게 글자의 위력이야.”
방에 난아가 없었다. 친구들이 왔다가 덩달아 나간 것 같았다. 오징어포와 맥주 캔이 어질러져 있었다. 나가면서 탈취제를 잔뜩 분사해 놓은 듯 방바닥이 끈적거렸다.
그 원고는 『세 시간 수면법』이었다. 몇 달간 밤을 새우면서 번역에 매달렸던 게 기억났다. 나중에 책이 출간되었을 때 초벌 번역을 그대로 쓰고 있어서, 자신의 이름이 번역자로 박혀야 한다고 내심 주장했다. 중락은 갑자기 차오르는 자부심에 숨을 가쁘게 쉬면서 원고를 책장에 착착 올렸다. 용지를 몇 부분 나누어 비치했을 뿐인데도 책장에 기운이 팽팽해지는 것 같았다. 원고 한 장을 집어서 들여다보았다. 애매한 문장구조에 밑줄이 쳐져 있고, 딱 들어맞는 우리말을 찾느라 빨간색으로 십 수 개의 단어를 나열한 곳도 있었다. 중락은 원고를 보면서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용기가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무턱대고 전문 작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일 년 만에 하는 전화였다. 받지 않았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언제든 전화를 달라고 문자를 넣었다.


며칠 후, 중락은 전지 작업에 나가지 않았다. 어차피 4월이 되면 그 일도 종료가 되는 것이다. 식탁을 만드는 건 자신이 있었다. 늦은 아침에 일어난 동생은 출근하지 않은 그를 보고 화를 내지 않았다. 친구들과 놀다 새벽에 들어와서인지 눈이 게슴츠레했다. 전날 설계해 놓았던 도면과 톱, 못, 망치, 사포 따위의 연장을 부산하게 준비했다. 부엌 바닥에 놓을 식탁이었다.
“2인용 식탁이지.”
동생이 방에 엎드려 문턱에 턱을 괴고, 술이 덜 깬 눈으로 장롱 문짝을 뜯어내는 그를 바라보았다. 장롱은 얇은 베니어 뒷판이 아예 없었고 서랍장도 숯이 되어 주저앉은 상태였다. 표면이 거품처럼 일어난 문만 남았다. 원래는 꽃무늬 자개가 박힌 포마이카 장롱이었다. 중락이 태어날 때부터 있었다. 본채에 둔 것을 난아가 싫다 해서 그의 방으로 옮겨 놓았다. 엄마가 세상을 떠난 뒤였다.
중락은 떼어낸 문짝에서 비교적 덜 탄 부분을 골라 1m 폭으로 톱질을 했다. 문은 중후하다 싶을 만큼 두꺼운 데다 단단한 재질이었다. 세로로는 20cm를 더 길게 잘랐다.
“가로 세로가 좀 다르지? 이래야 안정감이 들어.”
중락은 식탁 상판이 될 장롱 문짝을 동생에게 들어 보였다.
“오빠, 새로 사는 건 어때?”
“이게 좋아. 세월의 무게라는 게 있거든. 삶이 담겼다고 할까. 듬직한 식탁이 될 거야.”
난아는 턱을 들고 머리를 쓸어 올리며 뭐라 중얼거렸다. 중락은 잘 알아듣지 못했다. 몸을 비튼 난아가 이번엔 귀를 문턱에 대고 그가 하는 짓을 바라보았다. 중락은 잘라낸 문짝을 바닥에 눕히고, 불탄 표면을 커터칼로 베어냈다. 사포질은 보통 힘든 게 아니었다. 문질러도 끝이 없었다. 문짝이 아니라 손바닥이 벗겨질 지경이었다. 표면을 거의 고르게 다듬었을 때는 해가 지고 있었다.
이날 좀체 잠이 오지 않았다. 종일 사포질을 해서 손아귀가 알을 밴 듯 부풀고 어깻죽지가 뻐근했다. 지나친 피로는 오히려 잠을 방해했다. 깃발을 8시간 흔들었을 때도 잠들지 못하는 날이 더러 있었다.
중락은 이불을 감고 뒤척이다가 일어나서 야외용 사각 램프를 켰다. 국과수가 배선함에서부터 전선을 모조리 뜯어가서, 아직도 방에 전선을 연결하지 못했다. 야외용 램프는 형광등보다 광선이 더 강렬했다. 빛에 드러난 팔뚝과 손등이 거무튀튀했다. 얼굴도 그런 거 같았다. 종일 검댕이 문짝을 들고 칼로 베어내고 사포로 문질렀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을음은 비누칠을 해도 잘 지워지지 않았다.
잠이 오지 않아 가슴에 베개를 받치고 『세 시간 수면법』 번역 원고를 펴보았다. 책엔 세계적인 인사들의 수면 방식과 수면 시간도 기록되어 있었지만 - 저자도 평생 하루 세 시간 이상 잔 적이 없다고 했다 - 잠을 적게 자서 성공한 건지 성공한 사람이 잠을 적게 자는 건지 잘 알 순 없었다. 몇 군데 오역한 부분이 눈에 띄었다. 더 적절하다 싶은 우리말이 불쑥불쑥 떠올랐다. 아예 반대말이 들어간 문장이 아닌가 의심이 드는 곳도 있었다. 서른 장을 살폈는데도 잠이 오지 않았다.
새로 3시쯤 됐을 때 원고를 영문으로 되옮기기 시작했다. 나중에 영자 책을 구해서 대조해 보겠다는 이상한 호기심이 발동했는지 모른다.
아마 쓰레기 수거차가 골목을 지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든 것 같았다. 툭툭 쓰레기 봉지를 수거차에 투척하는 소리가 가까이 울렸고, 엔진 기름 냄새와 썩은 음식물이 뒤섞인 악취가 방으로 들어와서 이불을 뒤집어썼던 게 기억났다. 방은 여전히 밝았다. 램프도 끄지 않았나. 몇 시쯤 됐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잠결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쓰레기 봉지를 툭툭 던지는 듯한 소리를 듣고 있었다. 아직 새벽인지 몰랐다. 거친 엔진 소리도 바로 곁에서 다르랑다르랑 울렸다.
새 차로 좀 바꾸면 안 되나?
어째서 쓰레기 수거차는 엔진통에 기름때가 덕지덕지 붙을 때까지 사용할까. 반질반질한 쓰레기 신차를 본 적이 없었다. 정말이지 쓰레기차는 음식물 악취보다 기름내가 더 고약했다. 물론 항의할 거리는 아니다. 곡예운전을 하는 비좁은 골목에서 저런 낡은 차의 꽁무니에 올라타고 다니는 환경미화원의 노고도 이만저만이 아니겠다.
중락은 방 안에 진동하는 기름내를 조금이라도 덜 맡으려고 머리를 이불로 두텁게 감쌌다. 숨만 쉴 수 있는 작은 공간만 둔 채. 하지만 기름 냄새는 방 안에 찼을 뿐 아니라 집까지 흔드는 것 같았다. 정말이지 방바닥이 흔들흔들하였다.
참다못해 중락은 이불을 걷어 던지고 벌떡 일어났다. 질식할 판이었다. 집은 여전히 흔들거렸다. 장롱이 있던, 잠잘 때 머리맡이 되는 벽면 위쪽에 조그마한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보았다. 그 구멍으로 빛이 들어왔다 나갔다 반복을 했다. 거기서 떨어진 게 틀림없는 벽돌 부스러기가 지난밤에 영자로 옮겼던 종이에 소복이 쌓여 있었다. 중락이 밖으로 나갔다.
“이거 뭐 하는 거죠?”
마당에 들어와 있는 게 포클레인이었다. 포클레인이 팔을 뻗어 벽을 긁고 있었다. 운전석에 앉은 기사가 큰 소리로 대꾸했다.
“난 모르죠.”
“모른다고요?”
중락도 소리 질렀다. 포클레인은 무척 작아서 기사가 운전석에 앉았다기보다 포클레인을 깔고 앉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난아를 찾았지만 난아는 어딜 가고 없었다.
“방 안에 사람이 있는 거 같았죠. 그래서 조금만 두드려 보았던 거예요.”
기사는 운전석에서 내려올 의사가 전혀 없다는 듯이 조정 레버를 꼭 잡고 말했다. 하지만 웃통을 벗은 중락을 보고는 자기의 과오를 알아챈 것 같았다. 기사는 벽에서 버킷을 떼어 공중으로 쳐들었다. 의외로 버킷이 꽤 높이 솟아올랐다. 기사는 훌륭한 솜씨로 장애물을 피해 포클레인을 후진시켜 대문 밖으로 빠져나갔다.
포클레인이 나가자 마당엔 허리가 잘린, 불에 탄 장롱만 남아 끼우듬히 서 있었다. 장롱 한 짝은 이마가 잘려져 있고, 다른 한 짝은 허리가 크게 비어져 뒤에 있는 벽에 그려진 북극해 지도가 마치 장롱 안으로 들어와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간 무슨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밖으로 나간 포클레인이 골목이 좁아선지 대문턱에 바퀴를 걸친 채 계속 시동을 걸어놓고 있어서, 그건 명확하게 느껴졌다. 구청에서 하청을 받은 것일 테고, 이날 안에 처리할 작업이었다.
난아가 돌아온 건 한 시간쯤 지나서였다. 그사이 중락은 부엌 앞에 세워 둔 식탁 상판을 끌어다 다리를 부착했다. 상판에 다리를 다는 것에는 상당한 목공 기술이 필요했다. 바싹 마른 각목에 못이 잘 박히지도 않을뿐더러 각목이 쪼개지거나 못이 상판을 꿰뚫어버리기 십상이었다. 보다 못해서 포클레인 기사가 살금살금 마당으로 들어와 나무를 잡아 주다가 돌아가서 포클레인 곁을 지키곤 했다. 난아는 양손에 뭔가를 푸짐하게 들고 왔다. 부엌으로 옮겨 놓은 식탁을 보고 아주 반색했다.
“야, 예쁘네.”
2인용 식탁은 정말 맞춤했다. 냉장고 문을 여는 데 지장을 주지 않았고, 개수대와 가스레인지가 놓인 부뚜막의 높이와 꼭 맞았다. 난아가 봉지에 담긴 물건들을 식탁 위에 펼쳐 놓았다. 이전이었으면 부뚜막에 올려놓았을 것들이었다. 양배추, 파프리카, 새우, 딸기, 몇 가지 소스들, 돼지고기, 캔 맥주. 난아는 마치 어항에 열대어를 풀어 놓은 듯이 허리에 양손을 얹고 식탁 위의 풍경을 즐거워하는 투였다.
대문 밖은 잠잠했다. 기사가 대문턱에 걸쳐놓은 포크레인에 시동을 끄고 어디로 간 모양이었다. 좁은 골목에 내려놓을 수 없었던지 발톱 같은 버킷은 공중에 띄워져 있었다. 야채를 씻으면서 난아가 말했다. 점심을 먹으러 갔나 봐. 내일이 토요일이고 모레가 일요일이니까, 글피에 오게 하라고 전화해야겠어.
구청 일이라서 토요일에 하지 않는 건가. 그래도 날짜에 여유가 생겼으니 다행이었다. 중락은 포클레인에 대해 궁금했지만, 동생 옆에 서서 음식 만드는 일을 도왔다. 양파 껍질을 벗기고, 마늘을 총총 다지고, 프라이팬에 카놀라유를 붓고, 작은 칼로 새우의 내장을 뽑아냈다. 파프리카는 모양이 나야 한다며 난아가 직접 썰었다. 깐쇼새우를 만든다고 했다. 튀김용 프라이팬에 새우를 넣고 천천히 저었다. “이렇게 돌리면서 저어야 새우 빛이 고르게 나거든.” 중락은 새우를 물에 씻는 거 외에는 더 이상 할 게 없었다. 동생은 민첩한 손놀림으로 양파와 고추를 잘게 썰고 또 전분을 물에 개고 케첩과 간장을 섞어 소스를 만들었다.
중락은 놀라웠다. 그동안 자신이 깃발을 흔들고 왔기 때문에 동생이 밥상을 차린 게 아니라 동생이 밥상을 차렸기 때문에 자신이 깃발을 흔들었을 뿐인 것 같았다. 난아의 요리를 방해하는 얘기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구청에서 압박을 한 건지, 난아가 철거를 요청한 건지(그러면 마당을 주차장으로 임대했다는 건지), 다시 우리가 방을 같이 쓰게 되는 건지, 재판이 열리면 굳이 서울까지 가야 하는지에 대해. 모두가 당연한 거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
얇게 썬 아몬드를 새우에 뿌리는 걸로 요리가 끝났다. 양상추 사과 방울토마토 옥수수를 버무린 샐러드도, 버터를 바른 빵도 깐쇼새우 옆에 놓였다. 중락은 벽에 달린 선반에 머리가 닿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플라스틱 의자에 앉았다. 수채화처럼 식탁이 아름다웠다. 그때, 행주에 손바닥을 쓱 훔치고 맞은편에 앉는 난아의 눈에서 눈물이 설핏 비치는 걸 보았다.
난아가 웃으며 컵에 맥주를 따랐다. 잘못 본 건지 몰랐다. 중락은 맥주를 단숨에 마셨다. 소스가 질벅하게 묻은 새우는 맛이 기막혔다. 난아도 이날따라 더 맛이 있다고 했다. 중락은 새우를 샐러드로 쌈을 싸듯 해서 한입에 넣었다. 상체를 바짝 앞으로 기울이면 대문 위로 높이 쳐든 포클레인의 버킷이 보이겠지만 굳이 그러지 않았다. 버터를 바른 빵을 반으로 가르던 난아와 눈이 마주쳤다. “오빠, 얼굴이 자꾸 검어져.” 중락은 손등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이거? 괜찮아. 검정이 묻어서 그렇지.” “벽돌처럼 싹싹 씻어 봐.” 난아가 유쾌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럴 때 식탁이 투둑 내려앉았다. 접시가 한쪽으로 쏠렸다. 그는 가까스로 상판을 잡았고, 동생도 접시가 바닥에 떨어지지 않도록 재빠르게 식탁에 배를 갖다 댔다. 하마터면 음식이 바닥으로 쏟아질 뻔했다. 다리 하나가 꺾인 것 같았다. 불에 탔지만 괜찮아 보였던 각목이었다. 그는 자기가 앉았던 의자로 식탁 한쪽을 괴면서 식탁 다리만은 목재소 각목을 구입해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엄창석
작가소개 / 엄창석

199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소설 당선. 소설집 『슬픈 열대』, 『황금색 발톱』, 『비늘 천장』, 장편소설 『어린 연금술사』, 『유혹의 형식』, 『빨간 염소들의 거리』 등 출간. 한무숙문학상 수상.


《문장웹진 2022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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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집에 사는 소녀1) 김숨 1 내 방엔 거울이 있어. 빛— 빨간색. 세상의 모든 빛— “지금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2 지금, 지금, 그리고 지금, “난 다른 곳에 있고 싶어.” 3 딱딱하게, 딱딱하게, “내 사랑을 받아 주세요.” 다른 곳에선 똑같은 노래가 다르게 흘러, 다르게 슬프게, 다르게 쓸쓸하게, 다르게 외롭게. 다른 곳의 다른 나. 난 나를, 난 나를, 딱딱하게, 딱딱하게, 빨갛게, “난 설레고 싶어.” 4 다섯 살 때 처음 빛을 봤어. 네 곁에, 내 곁에, 빛은 환한 어떤 것. 아, 난 날······. 다섯 살 때 처음 빨간색을 봤어. 엄마가 빨간색을 가져다 내 얼굴에서 45도 사선 밑에 놓았어. 빨간색을 나는 외우고 외웠어. 내가 빨간색을 외우자 엄마가 빨간색을 치우고 노란색을 놓았어. 나는 노란색을 외우고 외웠어. 그리고 파란색, 흰색, 검은색. 세상은 다섯 가지 색깔로 만들어졌어. 세상은 다섯 가지 색깔로 만족해. 다섯 색깔 무지개, 다섯 색깔 도마뱀. 분홍색은 꽃에게. 초록색은 달에게. 내 얼굴에서 45도 사선 밑에 놓여 있는 빨간색만 나는 볼 수 있어. 내 방 거울은 흐르지 않아······. 5 딱딱한 벽에 딱딱하게 거울이 걸려 있어. 거울이 날 봐. 거울은 날 봐. 거울은 엄마 몰래 울고 있는 날 봐. 난 날 안 봐. 음, 흐른다는 건······. 생각하고 싶지 않아. 내가 생각하고 싶은 건 오직 하나. 6 빨간색 크레파스를 선물 받고 난 흥분해 소리 질렀어. “엄마, 난 화가가 될 거야!” 빨간색 크레파스가 흰 도화지 위를 신나게 날아다녔어. (그녀의 엄마) 뭘 그리는 거야? (그녀) 집! 빨갛게, 빨갛게, (그녀의 엄마) 뭘 그린 거야? (그녀) 집! 엄마, 난 집을 그렸어! (그녀의 엄마) 네가 그린 집을 만져 보렴. 엄마가 내 손을 내가 그린 집으로 데려갔어. (그녀의 엄마) 집에 창문이 없네. (그녀의 엄마) 집에 문이 없네. (그녀의 엄마) 집에 지붕이 없네. 난 창문을 본 적 없어, 난 문을 본 적 없어, 난 지붕을 본 적 없어. (그녀의 엄마) 집에 나무도 없네. 7 집에 나무가 있어야 해? 세상에 나무가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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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식물원

야생 식물원 하가람 식물원으로 가는 길이었다. 다이아몬드 모양의 철골로 둘러싸인 거대한 유리 온실에는 열대와 지중해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이국적인 식물이 자란다고 했다. 한 달 전 나는 식물원 근처에 있는 여러 호텔을 찾아 은규에게 링크를 보냈다. 보통 때의 그라면 어디든 좋다고 했을 것이다. 레스토랑도, 카페도, 동네의 작은 아이스크림 가게조차도 모조리 내 선택에 맡기곤 했으니까. 하지만 그날 은규는 이미 예약한 곳이 있다고 하여 나를 놀라게 했다. 은규가 보내 준 링크를 열어 보았다. 넓은 통유리 창 너머로 식물원과 공원이 내다보이는 스위트룸이었다. 나는 조금 들뜬 채 답장했다. — 우리가 만난 지 곧 1년이래. 믿어져? 1년이라는 시간은 내게 유별났고 은규에게는 별다른 감흥이 없는 것이었다. 그가 전에 사귄 여자친구는 단 두 명인데 각각 4년, 5년을 만났다고 했다. 매번 석 달도 채 넘기지 못하는 나와는 달랐다. 이따금 은규에게 이전 연인들에 대해 물었다. 그들이 어떤 성향의 사람이었고 어떤 외양을 가졌는지 궁금했다. 처음에는 응응, 하며 대꾸해 주던 은규는 내가 그녀들의 음악 취향이나 살던 동네처럼 구체적인 정보까지 캐묻자 태도를 바꾸었다. 기억 안 나. 그는 말했다. 다 옛날이야기라고. 그 후로는 이전에 나눈 대화를 떠올리며 그녀들을 생각했다. 눈, 손톱, 말투, 그리고 신발. 나와 닮았을지, 닮았다면 얼마나 닮았고 다르다면 무엇이 다를지도. 상상을 이어 가다 보면 늘 한 가지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은규는 한 번도 애인과 잠자리를 가진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니까 여자와 밤을 보내는 일이 오늘 그에게는 처음이었다. 서른을 넘긴 남성에게서 보기 드문 경우였지만 그가 처음인 게 좋았다. 그 점이 무엇보다도 나와 그녀들을 구분 지어 주는 것만 같았다. 차창에 머리를 기대었다. 햇볕에 데워진 창문에서 온기가 느껴졌다. 인터넷으로 보았던 화려한 꽃과 기다란 나무들을 떠올렸다. 노랗고 푸르고 분홍빛이 맴도는 공간을. 여름 휴가철이었고 도로는 차들로 빽빽했다. 졸음 껌을 씹는 은규를 보며 말했다. “오늘은 내가 운전하고 싶었는데.” “다음에. 너 힘들어.” 은규가 말했지만 나는 안다. 다음에도 그다음에도 그는 내게 차를 맡기지 않을 것이다. “보면 놀랄걸? 너무 잘해서?” 나는 허리를 세운 채 한 손으로 반원을 그려 보았다. 휙휙. 입으로 소리 내며 운전대를 쥔 그를 따라 했다. 그가 웃었다. 머릿속으로 주행하기. 그것은 나만의 놀이였다. 캠퍼스 변두리에 있는 H관 1층, 5평 남짓한 주차관리실에서 상상력을 충족시켜 줄 만한 것은 많지 않았다. 먼지 쌓인 커피믹스와 낡은 소파, 책상 위에 시간별로 놓여 있는 분홍색, 파란색, 노란색 주차권들. 지겨운 서류, 서류, 서류. 드물게 실장이 자리를 지키는 날이 아니면 대체로 혼자 그곳에서 일했다. 사람들이 찾아와 주차권을 사거나 정기 등록을 마친 후 돌아가면 나는 모니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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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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