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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 人 詩 爲 (일인시위) ‘비선실세’

  • 작성일 2017-08-01
  • 조회수 852

[기획]

 


포에트리 슬램이란?

시를 쓴 후 이를 슬램의 형태로 표현하는 것.
2차 대전 이후 시인과 래퍼들이 이를 세상을 향한 발화형태로 표현하기 시작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一 人 詩 爲 (일인시위) ‘비선실세’ - Poetic Justice

 

 

 

 

 

박근hel

 

김경주

 

 

1
흥분하지 말고 앉아 봐
내 얘기를 들려줄게
내 이름은 박근hel

 

옛날엔 허경영이 나랑 결혼한다고 미친 소리를 했지
나는 더 이상 미친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야?
귀를 막고 있는 게 보여?
7시만 되면 난 뉴스보단 순실한 드라마를 보았어
7시간 동안 내가 막장드라마를 만든 이유지

 

아침에 일어나면 얼굴에 뽕! 한 대 맞았어
국민들처럼 나도 일을 해야 하니까
하루 종일 너희들의 귀를 막고
너희들의 입을 틀어막고
그게 내 일이야
민주주의는 대세니까
국민실신이 대세니까

 

고통에 대해서라면 너희는 유단자도 아냐
내 부모는 흉탄 맞아 죽었어
나도 엄마 목소리가 그리워
나도 아빠 목소리가 그리워
최면술로 엄마 목소리 내주는 최태민이 좋았어
통장관리 나라관리 해주는 최순실이 편했어
우리는 드라마를 보며 연설문을 썼어
가족 하나 잃는 게 뭐 대수라고
프로폴도 없다면 어찌 살라고
아이들이 물속에 가라앉아 있다고?
감출 것만 감추고 배를 건져 올려 줬잖아

 

너희가 나보다 고통스럽다면 나는 억울해
이럴려고 내가 대통령 하는 게 아니야
나를 수사할 특검은 내가 뽑는다
피의자 이름은 박근hel

 

2
가까운 놈들과 나눈 게 죄라면
너희도 가까운 사람과 붙어먹잖아
기업 삥 좀 뜯어서 정유라 말 사준 게 죄라면

 

학생이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는 하나야
성공하면 누군가 연설문을 대신 써주기 때문이야
시민들이 국민연금 내야 하는 이유는 하나야
세금으로 우유주사 사고 남은 건 꼬불쳐 둬야

 

항상 너희들은 연예인과 공직자의 비도덕을 즐기지
너희들의 스펙은 도덕적 우월감뿐이지
그건 너희들의 자존감이 낮아서 그러지
민주주의가 대세인데 그런 차별은 당연하지

 

뉴스 좀 봐 미친 북이 미사일을 날린다잖아
뇌물 바쳐 미국 미사일을 사야 하잖아
전쟁 나면 너희들은 떡실신이 되잖아
그때 가서 "정은아 누나 말 좀 들어" 할 순 없잖아

 

하루 종일 너희들의 귀를 막고
너희들의 입을 틀어막고
그게 대통령의 일이야
민주주의가 대세니까
국민실신이 대세니까

 

진실로 맘대로 나는 너희가 걱정돼
나처럼 너희가 가족을 잃을까 봐
나는 더 이상 미친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야?
귀를 막고 있는 게 보여?
내 이름은 박근hel

 

너희가 나보다 고통스럽다면 억울해
이럴려고 내가 대통령 하는 게 아니야

 

나를 수사할 검찰은 내가 뽑는다
피의자 이름은 박근hel
fucking 박근hel

 


 

Park Geun Hell

 

Kyung ju Kim

 

 

1
Don’t get too excited. Try and take a seat.
I will tell you my story.
My name is Park Geun-hell.

 

A long time ago you may have heard that crazy shit about me marrying Huh Kyung-young.
I don’t want to hear that kind of crazy shit ever again.
What can I do?
Try to cover my ears?
No news. I was up at 7 to watch the innocent dramas.
The reason was to make a provocative drama for seven hours.

 

I woke up and boom, there it was, blown in my face.
Like the people, I have to work too.
Stuffing your ears all day long,
Shutting your mouths.
That is my job.
To replace democracy
With a blackout.

 

If we’re talking about suffering, there’s not a black belt among you who can beat me.
My parents died by bullet.
I also miss my mother’s voice.
I also miss my father’s voice.
I liked it when Choi Tae-min poured me a shot of my mother’s voice.
It was nice that Choi Soon-sil took care of my bank book and my country for me.
We wrote speeches while we watched dramas.
What is the big deal about losing your family and
Without propolis how can you live and
Did they say that there are children under the sea?
Only things that disappear are dredged up like a boat.
It is a false accusation to say that you have suffered more than me.
With the way things are going, I can’t be president.
You hired a special prosecutor to investigate me.
The suspect’s name, Park Geun-hell

 

2

 

If you separate close people and they confess
Even you will take those close to you and eat the ones you stick to.
Corporate execs were plucked so Chung Yoo-ra said they tried to buy her off

 

There is one reason students have to study.
If you have great success it means someone else is writing your speech.
Citizens have to pay into the pension system for one reason.
Taxes pay for a milk injection, and what is leftover gets hidden away.

 

Watch the news. Crazy north motherfuckers firing missiles.
Take the bribe. Buy missiles. Made in U.S.A.
If the war begins, we’ll all be turned into rice cakes.
Until then, “listen to Chung Eun-ah” on the news, because there is no time left.

 

All day long I shut your ears and
I plug up your mouth.
That’s the job of a president.
To replace democracy
With a blackout

 

Truthfully, from the heart, I worry about you all.
It looks like you might lose your family. Just like me.
But I don’t want to listen to the crazy shit anymore.
What can I do?
Try to cover my ears?
My name is Park Geun-hell.

 

It is a false accusation to say that you have suffered more than me.
With the way things are going I can’t be president.

 

The police locked me in the can to be investigated.
The suspect’s name is Park Geun-hell.
Fucking Park Geun-hell.

 


 

 

 

 

 

 

 

 

박근헬, 삼성 왕국에 살고 있는 아마추어 시인이자 영어 선생님의 사랑 노래

 

 

제이크

 

 

 

돈을 버는 비밀은 또 다른 비밀이다.
큰 브로콜리 두 개가 내 머릿속에서 귓구멍까지 툭 튀어나와 있다
영어영문학 교수님은 귓속에 키우시는 브로콜리 꽃을 만지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카프카의 허공으로 설명했다
교수님은 자신의 큰아들의 눈동자 속에 담긴 검은 어둠은
호수 수면에 얼어붙은 검은 고니의 시체 같다고 말했다
난 그 교수님의 몸이 궁금했다. 그의 마음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나는 비관적인 전공을 선택해 우등으로 졸업했다.
경제상황이 변할 때마다 변호사와 공무원 목소리들이
내 머릿속 브로콜리에 매달린 이슬을 떨게 했지만
무슨 말이 들려와도
머릿속 브로콜리 뿌리를 옮기진 않았다.
메르세데스 벤츠 차 안에 못생긴 남자 옆에
다소곳하게 앉아 있는 예쁜 여자를 볼 때마다
내 브로콜리의 기다란 줄기들은 힘없이 늘어진다
이 세상엔 내게는 너무 먼 그런 세계를
합리화하는 비밀의 질서가 있다
그리고 그 사실은 내 위 속 금속 과일 씨만큼 무겁게 틀어박혀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죽을 때까지 이 느낌을 다 뱉어내긴 어렵다
모든 액체는 공기 안에서 녹는다고 마르크스는 말했지만
불균형한 경제가 내게 아주 구체화되는 거지같은 느낌이다
나는 그 느낌을 시적 이미지로 표현하고 싶어서
이 언어를 줄에 매단다
두 눈에선 강철의 비를 잉태한 구름 속 햇빛이
세계의 등고선으로 내리쬐고
나는 언어의 줄을 팽팽하게 붙잡고 살고 있다

 

내 말들은 파괴된 여자 얼굴의 마스카라처럼 검은 진흙으로 번진다
그리고 내 구름 속 강철 비는 녹슬어 간다
나는 하느님에게 내 머릿속 브로콜리를 잡고
아름다운 아이디어 하나만 주라고 기도하는데
하느님은 그만 기도를 멈추라고 하신다

 

가짜 미소를 가진 채 유방을 확대한 저 여자는
인스타에 사진을 찍기 위해 필라테스를 하고 있다
그녀는 복어처럼 미소가 부어오른 표정이야
나는 궁금하다
그녀와 사랑에 빠지려면 얼마나 많은 아름다운 시를 써야 하나?
프렌치키스를 받으려면 이제 이태리적인 구문으로 바꿔야 하나?
낭만적인 시나 인간의 사랑에 대한 환율은 어떻게 측정하는가?

 

지금은 토요일 밤이다
나는 동성로 가짜 영국 술집에서 혼자 맥주를 마신다
사실 다른 손님이 시를 써야 할 필요는 없다
그 사람들에겐 친구나 애인이 있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가 있으니까
타인이 내 외로움을 이해할 리가 없으니
난 술집에서 혼자 시를 쓴다
시인들은 외톨이 전문가들이니까
혼자서 시인들끼리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쓴다
이제 눈물이 나면 시인인 것 같다
난 먼저 시인이 되어서 사람과 돈이 미워진 것인지
아니면 사람과 돈이 미워서 시인이 되었는지
사실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난 불행할 것이고
절대로 부자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방 안에서 Bjork 새로운 앨범 <Vulnicura>를
들으면서 혼자서 춤을 출 때
그냥 이유 없이 눈물이 난다
나는 맙소사!
나는 어떻게 이만큼 이상한 인간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하느님은 내 삶을 빨아 마시는 빨대 같은 시간인 것이다
반 고흐처럼 아름다운 여자에게
내 브로콜리 귀를 잘라 주고 싶다
진짜 화폐 대신 내 귀를 받아 달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나는 경찰국가에 살고 있어
그걸 함부로 생각만 해도 감옥에 들어갈 수도 있는 세상이다!
비밀스런 바람이 나를 통과하고 있다
나는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고
내게는 하얀 피부도 있고
나는 파란색 여관을 가지고 있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영어를 완벽하게 하는 백인들이
파란색 여관을 가지고 있었다
백인들은 이 땅에서
인간들을 죽이고 폭력과 강간을 자행해 왔다.
이것이 이 나라의 역사 속에서
백인 영어 선생님이 되어야 하는 비밀의 방법이다

 

그래서 나는 영어를 가르치는 척하면서
내 학생들이 고개 숙이고 배우는 척할 때
보이지 않지만 그들의 아름답고 건강한 의식 속에
브로콜리 씨앗을 피워 보기 시작했다
진정한 교육을 원한다면 세상이 불합리하다는 인식부터 연습해야 한다
영원히 반박하기 위해, 살찐 경제 속에서만 살지 않기를 원해
이 파괴된 현실에서 한 조각 한 조각씩 대응하는 전략을 배워야 한다

 

태어났을 때 입안에 금수저가 없다면
다음 세상에도 돈을 벌 수 있는 비밀을 알 수는 없다
실패를 하면서 성공을 배워야 한다
시인들은 실패의 전문가들이다
강철로 만든 비가 오는 날에
정부가 급격히 식량부족을 이야기할 때 시인들은
머릿속에서 귀퉁이까지 키운 브로콜리를 잘라 먹을 수 있겠지
그렇게 우리는 생존할 수 있겠지 잠깐 동안이라도.

 

 

In Park Geun Hell, the Samsung Kingdom English Teacher / Amateur Poet

 

 

Jake

 

 

The secret to making money is a secret.
Out of the two holes on each side of my head
Poke out two giant stalks of broccoli.
In college I took out loans and went to class
And my English professor who introduced me to Kafka
Played with the broccoli that came out of the side of her head
And said Behind Kafka’s fantasies and images is that void….
In the black pupils’ of your firstborn’s eyes, the body
Of a black swan frozen on a lake in Ukraine in January, the black
That you see in the empty gaze of the chilled corpse of your dead grandfather.
Because her words were deep, I wanted to become a dying bird
Lying with my wings spread on top of her naked body.
You could say she was the one that planted the seeds of broccoli inside my fertile brain.
I graduated magna cum-laude in pessimism.
Now when the economy shifts, I can feel the wind
Of the voices of corporate CEOS
Brush the flowery tips of my broccolis
But what do they say?
The voice of the rich does not stir the roots inside my brain.
Karl Marx said everything that is solid
Melts into air, but when I see a beautiful girl
Sitting with an ugly ass dude in the cab of a silver Mercedes,
The stalks in my ears grow limp because there is a secret order
That rationalizes a world that will forever be out of my reach.
This thought sits in my gut like a pit of a metal fruit so heavy
I will never be able to spit it up.
When I went up through the fog to the mountain tops,
In order to become a poet
I learned to tame words that blind the eye
Like the sun lit contours of a cloud filled with iron rain.
Whenever I try to capture what is beautiful
My words smear the page like the wet, black mud
Of mascara on a broken girl’s face. The rain
In my clouds begins to rust. All the air above the earth
Turns the color of steam that rises off a stream of piss on a winter’s day.
I grab the pieces of broccoli coming out both of my ears
And pray for God to give me something beautiful
And god looks down and prays for me to stop praying.
Over there is a woman with a fake smile and enhanced breasts
Who probably does pilates. She puffs up her cheeks
Like a blowfish and takes a selfie.
I wonder how much romantic poetry I would have to recite (from memory!)
In order to make her love me.
What is the exchange rate between romantic verse and human love?
Can I exchange an Italian villanelle for a French kiss?
It is Saturday
And I am at a fake English pub at night, alone, in 동성로.
The people that are here don’t need to read poems.
The people that are here don’t need to write poems.
They have lovers and friends and Facebook and Tinder and Instagram.
Not all professional lovers want to be poets, but all
Poets are professional loners.
I don’t know if I became a poet because
I hate people and money
Or I hate people and money
Because I became a poet.
In either case, I will never be happy
Or rich.
The other day I was cutting and washing vegetables for my juicer
While listening to Bjork’s Vulnicura and I thought to myself,
How the fuck did I get to be this weird?
I feel like time is a straw poked in my body
And every heart beat is God sucking the life out of me.
Like Vincent Van Gogh I want to cut off
One of the florets that grows out my ear
And hand it to that beautiful woman and say
In lieu of actual currency, please accept this flesh
As a token of my affection, but I live
In a police state where even having this thought could land me in the can.
The winds of the secrets of politicians and corporate CEOs blows by.
A long time ago, for many years
People with mostly white skin who spoke perfect English
And carried blue passports killed and raped
Many human beings so that people with white skin
And blue passports who speak good English
Would be able to make a livable wage just by existing.
That’s the history behind the secret of how to become an English teacher in Asia.
So at the English Hagwon when I pretend to teach English
To kindergartners and they nod and pretend
To learn, even though we can’t see it, inside their
Young beautiful minds, the broccoli seeds I planted
Have already begun to sprout.
Real education is the practice of cognitive dissonance.
To live within the fleshy borders of a never-ending-self-contradiction,
You’ve got to develop coping strategies for a broken reality.
If you don’t know the secret to making money
Then you weren’t born into a rich family
And not even in the next life
Will you be able to learn the secret.
You must accept failure as success.
Poets are professional failures.
When the iron rain comes pouring out the clouds
And the government is forced to admit there is an extreme food shortage,
The poets will cut the broccoli that grows out their heads
And we will survive, at least for a time.

 

 


 

 

 

 

 

Review

 

김봉현

 

 

결론부터 말하면, 엠씨 메타는 연재를 통틀어 가장 ‘힙합스러운’ 트랙을 완성했다. 두 트랙 모두. 결론을 말했으니 이제 밥 먹으러 갈 시간이다. 하지만 조금 더 쓰기로 하자.

 

사실 무하마드 알리는 힙합과 떼어놓을 수 없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힙합이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챔피언이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는 힙합에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실제로 그의 투지와 호전적인 태도는 힙합 문화의 정체성에 거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알려져 있다. 또 알리는 일종의 ‘시 낭독(포에트리 슬램)’ 앨범을 발표한 적도 있다. 김경주가 시의 서두에 인용한 알리의 말을 다시 보자. 이것이 시가 아니면 무엇인가. 알리는 랩이 생겨나기 전에 랩의 형태로, 힙합이 생겨나기 전에 힙합의 정서로 언어를 뱉은 인물이었다.

 

김경주는 직접 박근혜가 되어 시를 완성했다. 여전히 주제에 관한 여러 사실이 깨알같이 녹아 있고, 엠씨 메타가 뱉기 쉽도록 같거나 비슷한 발음이 산재해 있다. 제목 역시 그다운 유머다. 라임을 살려, 박근혤. 지옥 같은 대통령이었으니까. 이 시를 퍼포먼스하기 위해 엠씨 메타는 래퍼 퓨쳐(Future)의 앨범에서 들을 법한 비트를 골랐다. 마치 프로듀서 메트로 부밍(Metro Boomin)이 만든 것 같다. 하지만 어둠의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에도 이 비트는 썩 잘 어울린다. 엠씨 메타는 최근 가장 각광받는 힙합 스타일의 한 갈래를 선택한 후, 그 입을 벌려 김경주의 시를 삼켜버렸다.

 

한편 제이크의 시는 삼성과 그를 둘러싼 부정적인 세력을 자신의 현실과 대비시킨다. 시는 국정농단과 비선실세 자체보다는 제이크 자신에 보다 초점이 맞춰져 있고, 시 속에서 제이크는 자주 눈물을 흘린다. 자세히 보면 시의 마지막 문장은 떨어진 그의 눈물로 얼룩져 있다. 그러나 엠씨 메타는 울고 있는 제이크를 다그치기라도 하듯 시를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바꿔버렸다. 전투적인 브라스가 내내 반복되는 이 비트를 들어보라. 이것은 힙합이 늘 자기의 한 카테고리로 간직해온 개선가 혹은 찬가 풍의 힙합 트랙이 아닌가. 마치 복싱시합 인트로에 흘러나와야 할 것 같은, 사람들에게 에너지와 파이팅을 안기는 열혈 사운드 말이다.

 

이 트랙에서 엠씨 메타는 잽을 날리듯 플로우를 끊어 친다. 그러나 랩이 단순하다는 말은 아니다. 엠씨 메타는 a를 반복하면서도 a'를 끼워 넣고, b를 반복하다가 b'로 전환하기도 한다. 정석적이면서도 적절한 변주를 가미한 유연한 플로우다. 무엇보다 이 트랙 역시 완연한 힙합 트랙이다. 엠씨 메타는 힙합으로 제이크의 시를 삼켜버렸다. 요즘 <쇼미더머니>에서 ‘한국힙합 1세대 래퍼’ 논란이 화제던데, 단지 일찍 태어나서 먼저 활동했다고 1세대 래퍼로 존중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해야 존중 받을 수 있는지는 이 트랙이 말해주고 있다.

 

 

 

 

 

 

 

 

 

 

 

김경주
참여 / 김경주

시인, 극작가, Poetry slam 운동가.

 

제이크
참여 / 제이크 레빈

아이스크림 황제

 

MC메타
참여 / MC메타

힙합 음악가. 현재 <금기어> 발표 가리온 3집 준비

 

김봉현
참여 / 김봉현

힙합 저널리스트. 대중음악, 그중에서도 힙합에 관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네이버뮤직, 에스콰이어, 씨네21 등에 글을 쓰고 있고 레진코믹스에서는 힙합 웹툰을 연재하고 있다. <서울힙합영화제>를 주최하고 있으며 김경주 시인, MC 메타와 함께 시와 랩을 잇는 프로젝트 팀<포에틱 저스티스>로 활동 중이다.

 

Lei
참여 / Lei

그래픽 디자이너

 

   《문장웹진 2017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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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24-05-01
도깨비 이야기

[에세이] 도깨비 이야기 한정현 최근 친구의 부탁으로 점집에 동행한 적이 있었다. 사실 무속에 대해선 알면 알수록 이건 민속 문화의 하나이지, 미래를 알려주는 예언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에서 무속 때문에 큰 피해를 본 경우도 있어서 나같은 경우는 사실 이제 거의 점괘를 안 믿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친구가 갓 신내림 받은 애동이라기에 나 또한 어디 구경이나 한 번 해보자 하는 생각에 따라가겠다고 했다. 문화로서의 무속은 여전히 관심거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옆에서 들어보니 그 영검하다던 무속인의 점사는 무척 일반적인 내용이었다. ‘어깨가 아프지 않느냐’ ‘밤에 늦게 자지 않느냐’ ‘두통이 가끔 오지 않느냐’ 오랜 시간 책상에 앉아 있는 친구의 직업상 대부분 추측 가능한 증상이었다. 게다가 친구는 불면증도 없고 두통도 없다는 거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순간 친구는 자신이 혹시 두통이 있는 걸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마치 도깨비에 홀린 것처럼 그 말에 순간 따라가고 있더란다. 하긴 나도 그 당사자가 되면 순간 나도 모르게 내가 그런 건 아닐까? 싶기도 할 것 같다. 말 그대로 이런 걸 보고 도깨비에 홀린다고 하나 보다. 다행히 친구는 도깨비에 홀려 도깨비가 되기 전에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런데 이후 나는 왜인지 내내 도깨비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살면서 도깨비 만나기 사실 어렵지 않군, 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말이다. 사실 어릴 땐 도깨비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큰 산을 끼고 있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나고 자라다 보니 자연스레 온갖 민간 신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인 것 같다. 흔히 도깨비와 저승사자는 이길 수 없고 오로지 속일 수만 있다고들 한다. 그들이 그만큼 무서운 존재라는 것인데 특히 도깨비에 대해서는······. 얼마 전 영화 〈파묘〉에서도 나왔지만, 도깨비들은 주로 안 쓰는 물건에 혼이 깃들어 만들어지는 귀신이다. 이후엔 도깨비가 그 사물을 대신하여 그 자체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일반적인 혼령하고는 아주 다른 무시무시한 존재가 되어버린다고 한다. 한데 찾아보니 이 험상궂은 도깨비는 사실 일제강점기 이후 도입된 ‘일본식 도깨비’ 이야기가 일부 섞여 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혹부리 영감이 그러한데, 우리가 알고 있는 혹부리 영감에서는 영감이 부러 도깨비를 속여 혹을 떼지만 이것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만들어낸 이야기라고 한다. 원래 한국 전래동화에서는 도깨비가 그리 나쁜 존재로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영감과 같이 어울려 놀던 도깨비들이 서로의 교감을 통해 친밀해진 후 먼저 나서서 영감의 혹을 떼준다는 이야기라고 한다. 생각해 보면 혼령이 물건에 깃들어 만들어진 것이 도깨비라고 한다면 무슨 혼령이냐에 따라 좋은 도깨비가 될 수도 있고 나쁜 도깨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내가 이십 년 가까이 이고지고 다니

  • 관리자
  • 2024-05-01
어떤 기준

[에세이] 어떤 기준 전석순 “그래도 꽃은 잊지도 않고 제때제때 피네.” 예년보다 개화가 늦어지던 해였다. 어머니는 작년 봄 집 근처 공원에서 찍은 사진을 살펴보며 분명 이번 주쯤에는 피었어야 했다고 중얼거렸다. 이어서 괜히 달력을 들춰 보며 오늘 날짜를 확인했다. 사진 속 날짜와 일치했지만 어째선지 올해는 아직 봉오리조차 불거지지 않았다. 왠지 노크라도 해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뭐 잊은 거 없냐고. 어디선가 계절을 알려주는 나무는 계절관측목이라고 부른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개나리, 진달래, 매화, 벚꽃 같은. 이 기준에 따르면 아직 봄이 오지 않은 셈이었다. 옆에서 발톱을 깎던 아버지는 아마 까먹은 거 같다고 말하며 히죽였다. 사람도 깜빡깜빡하는데 꽃이라고 다를 게 있겠냐면서. 심드렁하게 이어지는 목소리에 어머니는 아버지를 슬쩍 흘겨봤다. 안 그래도 요새 외출하고 집에 들어올 때 수선 맡긴 바지를 찾아와야 한다거나 식초와 긴장이 떨어졌다는 사실을 더러 잊었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어머니는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닌 눈치였다. 몇 번쯤 길을 걷다가도 순간순간 또 뭔갈 잊고 지나쳐 버린 건 없는지 따져 보는 것 같았다. 한참 골몰하다가 겨우 친목회 회비 날짜를 기억해 낼 때도 있었다. 그때부터 사소한 거라도 핸드폰에 따로 메모를 해두고 수시로 빠뜨린 건 없는지 살펴봤다. 요가 교실 수업 신청 날짜나 관리비 납부 마감일과 함께 수리기사 방문 일정까지. 고개를 들다 어머니와 눈이 마주친 아버지는 돌아앉으며 우물댔다. “한 해쯤 그냥 지나가면 뭐 어때서.” 아버지의 생각과는 달리 뉴스에서는 연일 전국 봄꽃 개화 예상 일정을 내보내며 전문가까지 나와 늦어진 원인을 분석했다. 동네 사람들은 환경오염을 들먹이며 사나워진 날씨 탓에 종잡을 수 없는 계절 때문일 거라고 입을 모았다. 꽃도 계절을 헷갈리는 거라고. 개중에는 진짜 꽃이 피지도 않고 봄이 지나가는 게 아닐지 염려하는 이도 많았다. 어머니도 그중 하나였다. 나중에는 꽃을 향해 잊을 것 같으면 알람을 맞춰 두거나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라고 조언해 줄 기세였다. 어머니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앞산을 내다보고 매일 지나다니던 화단과 공원을 천천히 돌아봤다. 더러 까치발까지 하고선 주변을 휘둘러보기도 했다. 혹시 진즉 만개한 꽃을 놓친 게 아닌가 싶은 듯했다. 처음에는 조금 서운한 기색이더니 나중에는 아예 울상이 되었다. 어느새 나도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꽃이 필 기미가 보이는지 기웃거렸다. 언뜻 봉오리라도 보이면 사진을 찍어 바로 보내드리려 했지만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바람까지 서늘하니 날짜와는 상관없이 정말 봄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이러다가 봄을 건너뛰고 곧바로 여름이 되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즈음 제법 많은 양의 봄비가 내리더니 하루 사이에 기온이 크게 올랐다. 곧 지천으로 사방이 꽃이었다. 지난해 유난히 다닥다닥 모여 있

  • 관리자
  • 202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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