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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人詩爲(일인시위) ‘디지털증후군’

  • 작성일 2017-12-01
  • 조회수 1,091

[기획]

 


포에트리 슬램이란?

시를 쓴 후 이를 슬램의 형태로 표현하는 것.
2차 대전 이후 시인과 래퍼들이 이를 세상을 향한 발화형태로 표현하기 시작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一人詩爲(일인시위) ‘ㄷㅣㅈㅣㅌㅓㄹㅈㅡㅇㅎㅜㄱㅜㄴ’ - Poetic Justice

 

 

 

 

 

 

픽셀이 죽었어
   디지털 조현병에 대해

 

제이크

 

가짜 계정을 만들고 진짜 계정으로 만든 것 같은 비밀 채팅방 초대를 수락한 적 있어? 너의 내면 세계는 며칠간 아무것도 먹지 못해 고개 들고 감상하는 시늉조차 못하는 도시의 그래피티 아티스트가 걸작을 그리고선 버린 스프레이 캔 더미 같지만, 네가 세일러문처럼 눈을 크게 뜨고 요술봉을 휘두르며 인간의 역사상 아무도 겪어보지 못한 재밌는 표정을 지을 때면, 너무 극혐이라 자기 자신한테 블락 때리기도 하니? 토끼 머리 쓰담쓰담 아니면 정장 차림 생선 인간 이모티콘을 보낼 때 네 인간성이 점점 토끼나 생선 같아진다고 생각한 적 없어? 할로윈에 토끼 가면 쓰고 토끼 의상 입고 셀카를 찍어 올린 인스타 포스트에 라이크를 받아 살아있음을 충분히 느껴서 집 밖으로 나가는 짓 따위 안 해도 될 것 같을 때 자기가 풀밭의 동산에 있다고 생각해? 종일 통통 튀거나 떡을 찌면서 아무데나 아무 때나 작고 둥근 공을 공공장소에서 부끄럼 없이 싸지르고 다니고 싶은 충동이 들어? 당근에 뻐드렁니를 꽂고 오물거리며SK 텔레콤에 껑충 껑충 뛰어가서 번호를 바꿔 달라고 하기도 해? 저 새끼 좆 까라 그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새 번호를 자신한테 주지 않기로 해? 저 새끼는 너 자신인데도? 이 디지털 시대에 인간관계란 그저 소모적인 거라서 자기 자신을 블언블 할 수도 있을 것 같아?

 

90년대엔 진실 됨이 유행했던 게 기억나B Real 이라는 래퍼도 있었어 ODB가 난 날 것이 좋아라고 했을 때가 기억나 슬프지 않아도 슬픈 척 했어야 했던 게 기억나 웃는다는 건 패배의 상징이었으니까 미원으로 미소를 만들고 탈색제로 금발을 만든 행복 전사 부대는 티비를 꺼도 네 마음속의 화면에 걸려있어 코트니가 커트 코베인을 죽였을 때, 난 울었어 그의 아내가 김광석을 죽였다는 말이 나올 때, 난 울었어 Old Dirty Bastard가 죽었을 때 Tupac이랑 Biggie Smalls가 죽었을 때 그게 세상은 혼돈이란 내 믿음에 대한 증언이라 믿었어

 

난 그 소리를 기억하는 마지막 세대의 회원일까? 우리의56k 모뎀은 전화선을 타고 인터넷으로 연결돼 나는 미래의 소리가 비명 지르는 쥐떼들의 떡진 등에 끓는 물이 부어져 지글거리는 소리라고 생각하는 마지막 세대의 회원일까? 날으는 자동차처럼 내 어릴 적 꿈은 팩스 기계 천국에 갔어 하지만 밤엔

 

가끔 나는 그가 나인 듯한 꿈을 꿔
진짜 나의 꿈은 그처럼 되는 것
움직이는 꿈을 꿔
리듬 타는 꿈을 꿔
내가 마이크 같을 수 있다면
마이클 조던

 

전화기를 들었는데 발신음이나 팩스 기계 소리가 안 들리면 항상 외톨이가 된 느낌이야 기계들이 나랑 말 안 하는 기분이야 내 폰의 검은 화면 아래 있는 건 나쁜 소식과 엄마가 보낸 문자 뿐 드론처럼 자동으로 폰 측면의 버튼을 눌러 오랜 잠에서 깨 이불을 걷어내는 것처럼 화면에서 검정이 벗겨져 전 여친이 나랑 깨졌다는 걸 난 몰랐지 나중에야 그의 페이스북 업데이트를 확인 했어 그제서야 내가 너무 늦었다는 걸 깨달았어 난 항상 너무 늦었나봐 너네들은 어떻게 최신을 따라잡니? 내가 최첨단일 땐 발아래에서 피가 흐르고 원숭이들이 크게 울어

 

내 베프가 죽고 나서도 사람들은 걔 페북 페이지에 댓글을 달았어 이안, 정말 유감이야. 엄지 척 두 개. 이안, 천사들은 어때? 엄지 척 다섯 개에 우는 얼굴 하나. 이안, 두바이에서 대박이구만, 두목. 엄지 내림.

 

폰을 떨어뜨렸는데 화면에 픽셀 하나가 죽었어 처음엔 눈이 멀어가는 줄 알았어 그 다음엔 핸드폰 보험을 안 들어놓은 걸 후회 했어 신이 모든 풍경에 번개 하나를 꽂듯이 이제 모든 이미지에 빨간 줄이 그어져 이제 픽셀이 죽었으니 세상이 더 신화적인지 더 허구적인지 모르겠어

 

몇 달 전 내 페북 계정을 해제했을 때 내 친한 친구 여럿이 내가 자살한 줄 알았대 옛날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이메일을 보내왔어 너 괜찮아? 무슨 일 있어? 페이스북은 세 달에 한 번 정도 나한테 이메일을 보내 내 과거 속의 친구들 사진을 첨부해 그들은 디지털 꿈 속의 유령처럼 내 받은 메일함 속에서 웃고 있어 가끔 페이스북은 내가 잊어버린 사진들을 보내주기도 해 그러면 난 생각해, 그런 시간이 정말 존재했나? 이 질문에 페북은 그럼요,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아무개는 널 보고 싶어 해요, 라고 대답하고 내게 물어봐, 당신도 누구누구를 보고 싶지 않나요? 계정이 없어도 페북의 존재 자체가 날 내 삶에 대한 영화를 보는 수동적인 관중이 된 것 같게 해 영화관에 혼자 앉아3D 안경을 내 그냥 안경 위에 걸치고 치즈 팝콘을 먹으며 내가 보고 있는 영화를 보고 있는 주인공이 주인공을 보는 걸 봐 사랑 영화는 아냐1년 이상 데이트 한 번 안 나갔어 액션 영화도 아냐 난 총을 쏴본 적도 없는 걸 드라마도 아냐 거의 매일이 팝송 같아—똑 같은 패턴의 반복에 사소한 변화들 이 닦고 얼굴 씻고 학교 가고 말하자면 이 영화는 현대인이 후기 자본주의의 어두운 영향에 쥐어짜여 소외되는 과정의 탐구 같아 권리를 박탈당한 이 캐릭터는 사회의 부패를 나타내는 전 세계적 상징이야 그는 자살할 만큼 슬프지는 않지만 도망칠 만큼의 용기도 없어 청구서가 쌓였는걸 그래서 그의 세계는 무색 꿈속의 회색 하늘처럼 매끄럽게 돌아가 영화의 상영 시간은32년이고 제작 기간은32년이야 예매율은 높지 않지만 몇몇 평론가들이 좋은 리뷰를 남겼어 한번은 영화관에서 여자애가 미소 지었어 영화 제목은 검은 장미의 시든 꽃잎, 외로움에 대한 명상 사운드트랙은 엘리엇 스미스 카탈로그라고 알고 있지만 감독은 누구지? 이거 컨펌한 프로듀서 누구야? 줄을 조종하고 있는 사람 누구야?

 


 

Generation Thigh Gap
    On digital schizophrenia

 

Jake Levine

 

Have you ever created a fake profile and accepted an invitation to a private chatroom that was sent from your real profile? Despite the fact that your inner world is like a pile of cans abandoned by the graffiti artist after he is done painting his masterpiece in a city where no one has eaten food in many days and is too hungry to look, when you are taking a selfie with big eyes like Sailor Moon and you wave your wand and make a face like you are experiencing a fun that no one has experienced in the history of humanity, do you get so horrified that you have to block yourself? When you send an emoticon of a rabbit being patted on the head or a fish man in a business suit, do you ever think the nature of your humanity is becoming more and more like a rabbit or fish? When it is halloween and you wear the mask of a rabbit and a rabbit bodysuit and look in the mirror and take a selfie and feel so alive from the instagram likes that you think you don’t even need to go outside your house, do you begin to believe that you belong in the grassy knoll, jumping around and fucking all day? Do you have the urge to shit shamelessly small balls in public spaces wherever, whenever? Gnawing with your buck teeth on a carrot, do you hop to the SK telecom store and ask the sales employee to change your number? Do you not give yourself your new number because you think to yourself, fuck that dude, even though that dude is you? In this digital age are human relationships so expendable that you think you can ghost yourself?

 

I remember authenticity was a thing in the 90’s. There was even a rapper called B Real. I remember when ODB said I like it raw and it was important to act sad even when you were not sad because to smile was a sign of defeat. The legions of happy warriors with artificially sweetened smiles and bleach blonde hair hang on the screen in your mind even after you kill your T.V. When Curt Cobain was murdered by Courtney, I cried. When Kim Kwang Seok was killed by his wife, I cried. When Old Dirty Bastard died and when Tupac and Biggie Smalls died I took it as an affirmation in my belief that the world is chaos.

 

Will I be a member of the last generation to remember that noise? Our 56k modem connecting over the phone line to the internet. Will I be a member of the last generation to think the sound of the future was like boiling water tossed and sizzling upon the greasy coats of a horde of screaming rats? Like flying cars, my childhood dreams went to fax machine heaven. However, at night,

 

Sometimes I dream that he is me
Got to say that’s how I dream to be.
I dream I move, I dream I groove.
If I could be like Mike. Michael Jordan.

 

I feel isolated and alone whenever I pick up my phone and don’t hear the dial tone or fax machine sound. I feel like the machines don’t speak to me. The only thing waiting for me under the black screen of my phone is bad news and text messages from my mom. Like a drone, I automatically press the button on the side of my phone. The black lifts off the screen like taking off the blanket after a long sleep. I didn’t know my ex-girlfriend broke up with me. Then I checked her facebook update. It was then that I realized I was too late. I guess I am always too late. How do you people stay so current? When I am cutting edge, blood pours underneath my feet and monkeys cry loudly from the trees.

 

Even after my best friend died people continued to comment on his Facebook page. They said Ian I am so sorry. Two thumbs up. Ian, how are the angels? Five thumbs up and a crying face. And Ian, looking good in Dubai dude. Thumbs down.

 

When I dropped my phone a pixel died in the screen. At first I thought I was going blind. Then I was regretful I didn’t sign up for phone insurance. Like God shooting a bolt of lightning through every landscape, all the images that appear now have a red line running through them. Now that the pixel is dead, I can’t tell whether the world is more mythic or more fake.

 

When I deleted my facebook account several months ago, many of my closest friends thought I committed suicide. I received emails from former students and teachers that said are you okay? Is everything alright? Facebook sends me emails every three months or so with pictures of friends from my past. They smile in my inbox like ghosts in a digital dream. Sometimes they send me pictures of people I forgot. Then I think to myself, did that time really exist? To this question, Facebook answers yes, it did, and so and so misses you. And Facebook then asks, don’t you miss blah blah blah too? Even though I am not on it, just the existence of Facebook makes me feel like a passive spectator watching a movie about my life. I am in the theatre, sitting by myself, my 3-d glasses hanging over my ordinary glasses, eating cheesy popcorn watching the protagonist watch the protagonist of a film I am currently watching. It is not a love story. I haven’t been on a date in over a year. It is not an action movie. I’ve never even shot a gun. It’s not really a drama either. More or less every day is like any pop song-- the same repetitive pattern with minor variations. Brush your teeth, wash your face, go to school. I guess this movie is an exploration on the alienation of modern man being squeezed by the dark forces of late-capitalism. This disenfranchised subject is a universal symbol for social decay. He isn’t sad enough to kill himself and he also isn’t courageous enough to run away. He has bills to pay. So his world rotates smoothly like the grey sky of a colorless dream. The film is 32 years in length and 32 years in the making. Even though ticket sales are not good, some critics have given it positive reviews. A girl once smiled in the theatre. The title of this movie is Wilted Petals of the Black Rose, a Meditation on Loneliness. I know the soundtrack to the film is the Elliot Smith catalogue, but who is the director? What producer decided this was a good idea? Who is pulling the strings?

 


 

 

 

 

 

 

 

 

나는 수퍼 데드리프 8세트

 

김경주

 

 

어느 날 날 손끝으로만 세계를 만지는 일이 지겨워
직접 몸으로 이 세상과 만나고 싶어 졌어
나는 계획을 세우기 시작 했어

 

스미스 바벨로우, 렛풀다운
데드리프트, 시트드로우 하루5세트

 

등 두께를 넓혀서 디지털 증후군에 빠지지 않겠어
풀업을 턱 끝까지 잡아당겨
어깨전면과 광배근을 자극해
이소룡처럼 코브라처럼 할배를 펼치고
세상을 만날거야
디지털 증후군에 빠져선 안 되니까

 

레그익스션, 레그프레스로 하체를 키우자
하체야말로 지상을 딛는 힘이야

 

손가락으로 터치, 패드만 해선 거시기도 쫄아들 거야
디지털 판타지에 빠져 거시기처럼 살순 없어
생명연장보다 속눈썹연장을 원하는 내 애인이 멋진 것 같아
다시 몸을 쓰자

 

밀리터리 프레스 전면삼각근
비하인드 밀리터리3세트 측면삼각근
사이드레이즈 5세트
이건 측면!
후면삼각근엔 리버스 플라이
케이블, 팩댁플라이 4-5세트
레그프레스로 엉덩이도 키워야해

 

난 지적인 타락보다 정신적인 타락을 경계해
비난의 화살은 가슴에 오는 게 아니면 무의미하다
키보드로 자신을 증명하려고
애쓰는 사람은 말썽쟁이 꼬마일 뿐이지
네이버 지식인이 못되어도 좋아
나 엠시메타는
네이버 지식인에게 다시는 의존하지 않는다
무엇이든 내게 물어봐 내가 만든 내공을 보여줄게
생명연장보다 속눈썹을 연장하는 애인이 물어 본다
오빠 코끝을 세워!
요즘성형은 콧대보다 코끝을 살려야해
인간은 남의 결함을 보고 웃는 경향이 있지
감기엔 판콜에이 감기조심하세요~
세금내야 하는데 잠이 안 온다 물수건으로 모니터 닦고
인공눈물 넣고 타인과 접촉한다. 저랑 왕가위 미용실가서 같이 머리 자르실래요?

 


 

I Am Super Deadlift 8 Sets

 

Kyung ju Kim

 

 

One day the feeling of having the world at my fingertips got boring.

 

I wanted my body to have direct contact with the world.

 

So I made plans.

 

Making my back thick so I won't get digital schizophrenia, smith barbell, lat pulldown, deadlift, seated row, 5 sets everyday. I pull up my body over my chin.

 

I stimulate my shoulders and lats.
Like a cobra, like Bruce Lee, I spread my abs
And I make contact with the world
Because I don't want to be a digital schizophrenic.

 

Leg extension, leg flex, I grow my lower body
To trample upon the ground.

 

You can't feel this shit with the finger touchy and the pad whatchamathingy.
I think it is beautiful that my honey
Is into eyelash extensions more than a life extension.
Let's get our bodies moving again.

 

Military press, front deltoids, backwards military lift, 3 sets.
Side flanks!

 

Back deltoids, reverse fly, cables, pectoral fly, 4 sets.
Leg press and the ass. Got to make it cute.

 

More than the corruption of intelligence, beware the corruption of consciousness.
If this arrow of criticism doesn't pierce your heart, then it has no meaning. Yes men, troublemakers, trying to prove yr existence by tapping a keyboard, you're all babies.

 

If I never become a naver intellectual, good.
I don't need naver to tell me I am the real MC. Meta. If you test me, I'll whip out my life force.

 

My lover who is into eyelash extensions more than life extensions said to me, Oppa, I did my nose! Yeah these days it is more popular to cut the tip rather than restructure the bridge.

 

Humans have a tendency to pick at stranger's faults.

 

Get a cold, Pancol A. Beware of the colds.

 

Got to pay taxes. Can't sleep. Wipe the screen with a wet rag and fake tears and strangers converge.

 

Let's go to the Wong Kar Wai barbershop and get a cut, shall we?

 


 

 

 

 

 

Review

 

김봉현

 

 

‘디지털 증후군’에 대한 두 시인의 태도는 비슷하다. 미간 찌푸리며 엄숙하게 접근하지 않는다. 대신에 농담도 던지고 장난도 친다. 하지만 특유의 유쾌함 속에 통찰이 살아 있는 건 여전하다.

 

물론 둘 사이에 다른 점도 있다, 김경주가 디지털 세계의 손끝을 현실 세계의 몸과 대비시키며 헬스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면 제이크의 시는 더 생활밀착형이다. 제이크의 시에는 수많은 예시가 담겨 있는데, 현실에서 겪었던 여러 상황과 감정을 꼼꼼히 소환한 뒤 자기만의 독특한 시선을 부여하며 생각거리를 안긴다. 평소에 이런 걸 다 적어놓나? 조금 이상한 사람인 것 같다. 아, 90년대 힙합의 정신이었던 ‘Keep It Real'을 디지털 증후군과 대비시킨 것 역시 놓쳐서는 안 될 재미있는 부분이다.

 

한편 엠씨메타의 결과물은 ‘해석’의 관점에서 매우 인상적이다. 나는 조금 전에 그에게 카톡을 보내 그가 사용한 비트 2개의 출처를 물어봤다. 비트 선정이 탁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엠씨메타의 2곡은 김경주와 제이크의 시를 텍스트로 읽은 후 받은 느낌을 하나도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완전하게 청각으로 구현해낸 세계라고 할 수 있다.

 

몇 회 전에는 ‘고독사’를 ‘트랩뮤직’에 얹는 실험을 하기도 했던 엠씨메타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그는 디지털 증후군이라는 주제 자체의 질감에서부터 이 주제를 대하는 시인들의 태도까지 그대로 섬세하게 소리로 만들어낸다. 특히 김경주의 시를 노래 부르듯 퍼포먼스하는 부분은 확실히 인상적이다. 이번 주제에서만큼은 김경주와 엠씨메타는 마치 한 사람 같다. 김경주 역시 엠씨메타의 결과물을 들으며 마치 자기가 부른 것처럼 느끼지 않았을까. 카톡을 보내봐야겠다.

 

 

 

 

 

 

 

 

 

 

 

김경주
참여 / 김경주

이리카페 운영자, 시인, 마음 드러머

 

제이크
참여 / 제이크 레빈

아이스크림 황제

 

MC메타
참여 / MC메타

힙합 음악가. 현재 <금기어> 발표 가리온 3집 준비

 

김봉현
참여 / 김봉현

힙합 저널리스트. 대중음악, 그중에서도 힙합에 관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네이버뮤직, 에스콰이어, 씨네21 등에 글을 쓰고 있고 레진코믹스에서는 힙합 웹툰을 연재하고 있다. <서울힙합영화제>를 주최하고 있으며 김경주 시인, MC 메타와 함께 시와 랩을 잇는 프로젝트 팀<포에틱 저스티스>로 활동 중이다.

 

Lei
참여 / Lei

그래픽 디자이너

 

   《문장웹진 2017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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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2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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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24-05-01
어떤 기준

[에세이] 어떤 기준 전석순 “그래도 꽃은 잊지도 않고 제때제때 피네.” 예년보다 개화가 늦어지던 해였다. 어머니는 작년 봄 집 근처 공원에서 찍은 사진을 살펴보며 분명 이번 주쯤에는 피었어야 했다고 중얼거렸다. 이어서 괜히 달력을 들춰 보며 오늘 날짜를 확인했다. 사진 속 날짜와 일치했지만 어째선지 올해는 아직 봉오리조차 불거지지 않았다. 왠지 노크라도 해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뭐 잊은 거 없냐고. 어디선가 계절을 알려주는 나무는 계절관측목이라고 부른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개나리, 진달래, 매화, 벚꽃 같은. 이 기준에 따르면 아직 봄이 오지 않은 셈이었다. 옆에서 발톱을 깎던 아버지는 아마 까먹은 거 같다고 말하며 히죽였다. 사람도 깜빡깜빡하는데 꽃이라고 다를 게 있겠냐면서. 심드렁하게 이어지는 목소리에 어머니는 아버지를 슬쩍 흘겨봤다. 안 그래도 요새 외출하고 집에 들어올 때 수선 맡긴 바지를 찾아와야 한다거나 식초와 긴장이 떨어졌다는 사실을 더러 잊었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어머니는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닌 눈치였다. 몇 번쯤 길을 걷다가도 순간순간 또 뭔갈 잊고 지나쳐 버린 건 없는지 따져 보는 것 같았다. 한참 골몰하다가 겨우 친목회 회비 날짜를 기억해 낼 때도 있었다. 그때부터 사소한 거라도 핸드폰에 따로 메모를 해두고 수시로 빠뜨린 건 없는지 살펴봤다. 요가 교실 수업 신청 날짜나 관리비 납부 마감일과 함께 수리기사 방문 일정까지. 고개를 들다 어머니와 눈이 마주친 아버지는 돌아앉으며 우물댔다. “한 해쯤 그냥 지나가면 뭐 어때서.” 아버지의 생각과는 달리 뉴스에서는 연일 전국 봄꽃 개화 예상 일정을 내보내며 전문가까지 나와 늦어진 원인을 분석했다. 동네 사람들은 환경오염을 들먹이며 사나워진 날씨 탓에 종잡을 수 없는 계절 때문일 거라고 입을 모았다. 꽃도 계절을 헷갈리는 거라고. 개중에는 진짜 꽃이 피지도 않고 봄이 지나가는 게 아닐지 염려하는 이도 많았다. 어머니도 그중 하나였다. 나중에는 꽃을 향해 잊을 것 같으면 알람을 맞춰 두거나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라고 조언해 줄 기세였다. 어머니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앞산을 내다보고 매일 지나다니던 화단과 공원을 천천히 돌아봤다. 더러 까치발까지 하고선 주변을 휘둘러보기도 했다. 혹시 진즉 만개한 꽃을 놓친 게 아닌가 싶은 듯했다. 처음에는 조금 서운한 기색이더니 나중에는 아예 울상이 되었다. 어느새 나도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꽃이 필 기미가 보이는지 기웃거렸다. 언뜻 봉오리라도 보이면 사진을 찍어 바로 보내드리려 했지만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바람까지 서늘하니 날짜와는 상관없이 정말 봄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이러다가 봄을 건너뛰고 곧바로 여름이 되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즈음 제법 많은 양의 봄비가 내리더니 하루 사이에 기온이 크게 올랐다. 곧 지천으로 사방이 꽃이었다. 지난해 유난히 다닥다닥 모여 있

  • 관리자
  • 202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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