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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분야 창작발표 및 유통 확대를 위한 공공 플랫폼 제1차 좌담회

  • 작성일 2020-01-01
  • 조회수 2,101

[기획특집 / 좌담]

 


    본 좌담은 2019년 7월 중 페이스북을 통해 작가들에게 도움이 될 온라인 플랫폼의 가능성에 대한 의견을 개진한 김서령 작가의 글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등단제도, 출판과 결합된 문예지 시스템 등 기존 문학장의 물적 토대를 이루는 체제의 한계적 상황, 매체 환경의 변화에 따른 작가의 존재 양식 변화와 문학 생태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독자들의 등장 등 최근 한층 강화되고 있는 문학계 내의 흐름과 변화에 부응하여 해당 의견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지원부의 검토를 거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현장소통소위원회에 상정되어 주요 의제로 논의되었다. 이후 지금까지의 정부의 문학 지원 방식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과 함께, 작가는 물론 문학 생태계 내의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참여함으로써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새로운 방식의 지원 패러다임의 가능성을 타진해 보기 위해 현장소통소위원회 주관으로 마련된 이번 좌담은 모두 세 차례(11.18, 12.16, 12.27)에 걸쳐 진행되었으며, 그 내용은 1.1, 1.8, 1.15, 모두 3회로 연이어 게재할 예정이다.
    끝으로, 이번 좌담에 귀한 의견으로 참여해 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이 논의가 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하여 생산적이고 발전적인 단계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 좌담 참여자 명단(회차별, 가나다순)
        · (1차 좌담) 김대현, 김서령, 오창은, 이민호, 이설야, 정훈교, 황규관
        · (2차 좌담) 김지윤, 박서련, 박소란, 신지영, 유희경, 허 희
        · (3차 좌담) 김미정, 김태형, 배명훈, 최진석, 최하연, 하명희



 

 

문학 공공 분야 창작 발표 및 유통 확대를 위한
'공유경제 플랫폼' 제1차 좌담회

 

 

사회 : 김대현(문학평론가, 현장소통위원회 민간위원)
좌담 : 이민호(시인, 문학평론가), 정훈교(시인), 이설야(시인), 오창은(문학평론가), 김서령(소설가), 황규관(시인)

 

 

 

 

 

김대현 : 문학 공공 분야 창작 발표 및 유통 확대를 위한 '공유경제 플랫폼' 도입 관련 연속 좌담회 중 제1차 좌담회 사회를 맡은 문학평론 하는 김대현입니다. 이 좌담회는 작가 발굴 수단으로서 등단제도와 문예지, 일부 문학 전문 출판사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작품 발표와 유통체제 등 그동안 기존 문학장의 물적 토대를 이루었던 다양한 시스템들이 한계에 봉착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동시대 작가들의 존재 양식도 변화하고 있다는 진단에 따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학 분야 지원제도의 개선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좌담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 현재 문학장이 직면하고 있는 몇 가지 문제들을 설정하고 이 문제들에 대해 전문성을 가지고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선생님들을 모셨습니다. 이민호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이설야 시인, 오창은 문학평론가, 황규관 시인, 김서령 소설가, 정훈교 시인입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어려운 자리에 오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각 선생님들께는 제시된 주제에 대해서 개별적으로 발제 부탁드렸습니다, 이 발제문은 향후 백서로 제작될 예정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이 자리에서는 각 주제들을 소재로 선생님들께서 간단히 화두를 띄워 주시면 비교적 자유롭게 현재 선생님들이 생각하고 있거나 체감하고 있는 문학장의 변화에 대한 내용들을 말씀해 주시는 방향으로 진행하고자 합니다. 주제에 연결성이 있거나 멀게나마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면, 해당 주제에 얽매이지 않고 생각하는 바를 자유롭게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또 저희가 순서상으로 첫 번째 좌담이다 보니 오늘 나눈 이야기들이 향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 방향을 설정하는 동시에 오늘의 문학장이 가진 문제를 진단하는 역할도 함께할 것 같습니다. 이상으로 참석자들과 좌담의 주제에 대해 간단히 소개를 마쳤습니다.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가장 먼저 우리가 중요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 현재 문학장의 기초적인 통계 실태 현황인 거 같습니다. 그래서 이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천착해 오신 이민호 선생님께 현 문학장의 기초적인 현황과 문제점에 대해 들어 보겠습니다. 문학인의 수, 문예지 현황, 발표 지면 등 현 문학 상태를 일별할 수 있는 내용인데요, 말씀을 듣고 이후 해당 문제에 대해 다른 선생님들께서는 발언의 기회를 얻어 자유롭게 말씀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먼저 이민호 선생님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민호 : 네. 소개받은 이민호입니다. 우선 제가 담당한 것은 문학제도, 문학 현장에서 매체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문학인의 활동을 데이터를 통해서 알아보는 것인데, 통계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통계를 어떻게 분석하고 현황을 어떻게 이해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현재 제가 확보할 수 있는 통계 자료가 많지 않아서 대략적인 것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문학 단행본 발간 현황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발간 현황은 사단법인 대한출판문화협회 통계를 통해서 살펴봤습니다. 가장 최근의 2018년도 출판 현황에서 표1에 나온 부분은 우리나라에서 출판문화협회를 통해서 출간된 신간들이 거의 망라되어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 문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해 보고자 합니다. 여기서 보면, 신간 발행 종수와 발행 부수가 있는데 2018년도 현황을 보면 전체 신간 도서 발행 종수가 6만 3,000건 정도 됩니다. 2017년도에는 5만 9,000건 정도여서 발행 부수가 늘어난 것을 알 수 있지요. 종수의 변화폭을 더 자세히 보기 위해서 2013년도 자료를 보니까 4만 3,000종이었어요. 매해 이 정도의 폭으로 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줄지 않는 것 같습니다.
문화 경제 상황의 어려움 속에서도 출판 종수는 늘고 있고, 특히 발행 부수는 백만 부수가 넘어가는 것 같습니다. 작년에 비해서도, 2013년도에 비해서도 대폭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 경제적 상황으로 위축된 2017년에는 발행 부수가 6.3% 증가했는데, 이것은 2016년도에 감소한 것에 비해서 역작용으로 일어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다음에 발행 부수가 발행 종수의 폭에 비해서 21.6% 증가했다는 것은 종수의 증가폭보다 발행 부수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문학이 차지하는 부분을 보면, 2017년도 문학의 종수가 12,900종이고, 2018년도 13,300여 종입니다. 부수는 14% 정도 줄었습니다. 그 이유는 종은 늘어났지만 책은 적게 찍어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판매 부수와 관련해서 면수를 보니까 면수가 줄었어요. 이것은 책이 경량화 되고 있다는 의미죠. 종은 늘어나고 부수는 늘어났지만 책의 규모는 얇아지는 추세입니다. 이것은 현재 독자들의 경향도 있지만 출판계가 거기에 맞춰서 발행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활동 현황인데, 2018년도 문예연감이 아직 탑재되지 않아서 2017년도 보도 자료를 참조하니까 시각예술, 공연예술 등을 포함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문학의 경우에는 단행본 출판에서 12,000건 정도인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납본 위주로 참조하고 있어서 출판협회하고는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신간 납본을 못 하는 경우가 있어서 900건 정도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역시 보도 자료에 따르면 문학이 2016년에 크게 증가세를 보였다가 2017년도에 약간 위축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4쪽에 보면 문학별 도서 유형이 나오는데, 일반 단행본과 아동 단행본, 번역 도서, 국내 도서로 나눠져 있습니다. 국내 도서 12,000건 중에서 문학도서가 8,800권, 번역 도서가 3,000권, 비율상 따지만 3분의 1 정도가 번역이었습니다. 그동안 번역물들은 문학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였습니다. 아동 출판물이 갈수록 축소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아무래도 교육 관련 부분도 있고, 수요층이 줄어드는 것도 있고, 출산율 저하도 원인인 것 같아요.
5쪽은 국립중앙도서관 납본 문학도서 중 장르별 현황입니다. 2016년 현황을 보면 시가 2,903종 출판됐고, 소설은 3,440종, 수필은 1,748종, 희곡은 64종, 평론은 140종, 번역이 6,939종으로 여전히 번역책이 많이 나오죠. 2016년도 총 발행 종수가 1,500종이에요. 2013년도와 비교해 보면, 그 당시에 8,800종이었으니까 두 배 정도 증가한 셈이지요. 시집도 소설집도 증가했는데, 평론집은 10분의 1 정도 줄었습니다. 그다음에 문학잡지 발표 현황이 있는데, 2016년도를 찾아보니까 전체 종수가 18,053종입니다. 이것을 목록으로 따지자면 670종입니다. 여기에 실린 시가 100,000편, 소설 3,300편, 수필·산문이 24,000편, 평론이 7500편, 희곡·시나리오는 소략하게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보려면 개별적으로 얼마나 시를 발표하는지 통계를 내야 하는데, 전에는 문예연감이 80여 개 잡지를 샘플링해서 작가들의 작품을 다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파악할 수 있는 상황이 안 돼서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작가회의나 문인협회나 펜클럽에서 각 장르별로 문학인을 파악해 주시면 흐름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대현 : 말씀 잘 들었습니다. 추세를 말씀드리자면 종수는 증가하고 부수는 늘었는데 책은 경량화 되고 읽는 분량이 적어진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제가 여기서 궁금한 게 있는데, 시가 100,000편이 실린다고 했는데 제가 듣기로 그중에 한 사람당 발표한 수는 4.5편 정도로 나타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거칠게 정리하면 대략 1년에 20,000명 정도의 시인들이 활동한다고 볼 수 있는데, 저희가 문학인 총수를 근사로나마 통계를 내고 싶은데, 현재 20,000명 정도 시인들이 활동하고 있을까요?

 

황규관 : 작가회의 회원이 2,300명인데 시인이 60, 70% 됩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는 문학 단행본이 증가하는 이유는 창작지원금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창작지원금은 발간지원금입니다. 즉 시집이나 소설집 낼 출판사에 제작비를 주는데, 제작비를 받고 출판사를 운영하는 곳이 있고, 그렇지 않은 곳이 있습니다. 그래서 발간 종수가 늘었다고 해서 출판 활동 자체가 활발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발간 지면도 마찬가지입니다. 잡지가 600종이면 되게 많은데 왜 발표 지면이 없다고 하는지는 심리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자신이 발표하고 싶은 지면은 잘 안 주어집니다.

 

정훈교 : 2016년도에 시가 100,000편 발표됐는데, 저는 그해에 한 편도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저에게는 청탁이 안 왔어요. 어떤 분은 한 계절에 20편 가까이 청탁이 들어온다고 합니다. 저는 이 통계에 작가가 개인적으로 출판하는 독립 출판물도 포함되어 있다고 봅니다.

 

김대현 : 정훈교 선생님 말씀은 통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지점이 있다는 내용으로 들리고, 황규관 선생님 말씀은 자신의 작품이 많은 사람들이 보는 잡지나 단행본에 실렸으면 좋겠는데, 유통이 되지 않고 좁은 범위 내에서만 소모되고 마는 잡지에 작품을 싣고 싶지 않다는 말씀 같습니다. 그래서 물리적으로는 지면이 충분해 보이지만 심리적으로 지면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오창은 : 원하면 모두가 시를 쓰고, 모두가 시를 발표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의지만 있다면, 모두가 매체를 창간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읽는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죠. 공통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문학의 공유지대가 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시인은 있는데 시를 읽는 사람들은 사라졌고, 매체는 있는데 그 매체는 소규모 커뮤니티 내에서만 향유됩니다. 통계와 다르게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을 이해해야 합니다.

 

김대현 : 문학의 외연은 확대되고 있는데 문학이 내포하는 것은 오히려 축소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문학 플랫폼에 집중하자면 결국 유통의 문제와 연관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유통의 문제를 개선해야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을까요?

 

김서령 : 사실 문예지에 발표하는 의미가 의심스러웠어요. 작가들에게는 발표 기회라고 하는 데 독자들은 하나도 보지 않는데, 편집자와 나만 봅니다. 엄마도 읽어 주지 않습니다. (웃음) 그러면 왜 우리는 문예지에 작품을 실으려고 아등바등하는지? 김대현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게 이런 유통의 문제인가요?

 

정훈교 : 우리가 속한 문단 밖에 있는 분들은 유튜브, 라디오, 사진으로 보여주는데, 우리 문학계에서만 아직 못 따라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문학계도 이제는 이러한 것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메이저에서 내고 싶은 마음을 해결하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김대현 : 두 분께서 말씀 주신 대로 문학과 문예지 시스템을 둘러싼 매체 환경이 이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오창은 선생님께 매체 환경의 변화와 동시대 작가들의 존재 양식의 변화, 그리고 이에 따른 공공지원 양식의 변화 가능성과 문학 활성화 방안에 대해 말씀을 들어 보고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오창은 : 우리는 경험한 세계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유추해 해석합니다. 다른 형태의 감각, 세계를 알아보는 태도가, 존재가 등장했습니다. 예전에는 인터넷이 그런 역할을 했고, 이제는 스마트폰이 그런 역할을 합니다. 웹 플랫폼의 변화가 놀랍습니다. 유튜브는 감각을 바꿔 놓고 있습니다. 지구상의 모든 지역과, 기록된 모든 시간들까지도 유튜브에 업로드 되고 있습니다. 인터넷이 먼 곳과 먼 과거를 평면적으로 네트워킹 했습니다. 테크놀로지의 변화 발전이 급격하여 문화 환경의 변화가 혼란스러울 지경입니다. 시인들은 시 낭송을 할 때 스마트폰을 꺼내서 자기 시를 낭송하는 게 자연스러워졌습니다. 테크놀로지는 문학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글쓰기 노동에 대해서도 생각해 봅시다. 시간을 투여해서 문학 작품이 나오고, 그 문학 작품들이 모여서 시집을 내고 소설집을 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간의 문학 행위가 갖는 문학 작품 생산 양식이었지요. 하지만 테크놀로지가 변화함에 따라 글쓰기 노동 환경도 변했습니다. 이제는 누구나 자율적으로 매체를 창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체들 간의 권위주의적 격차는 엄청나지요. 권위 있는 문학잡지들은 내부에서 공유하는 필진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문학적 권위에 도달하려고 하는 매체들은 새로운 형태의 문화적 도전을 감행합니다.
문제는 문학장 내의 이러한 상징적인 질서가 문학 바깥쪽에서 바라보면 상당히 폐쇄적이고 고착화된 질서로 보인다는 것이지요. 외부가 없는 내부만의 질서로 보여요. 이제는 어느 정도 자본이 있으면, 어느 정도 편집 기술이 있으면 매체를 창간할 수 있습니다. 또한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민주적인 다원화가 문학장의 내부와 외부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봅니다.
작가들은 정치권력으로부터 탄압받았을 때 가장 멋있습니다. 지금은 작가의 문화적 상징 권력에 대한 반감이 존재합니다. 작가들은 암암리에 스스로 문화적 상징 질서를 가진 자로 상상하거나, 과거의 질서에 대한 도전과 개혁을 통해 작가들의 문화적 상징 질서가 획득됐다고 봅니다. 그런데 현재는 페미니즘이 되었든, 성소수자가 되었든, 퀴어적인 것이 되었든 이데올로기나 정치적인 측면에서 예전과는 다른 질서가 구축되고 있습니다. 이런 형태에서 기존의 출판 질서에 속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출판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굳이 출판사 등록을 하려고 하지 않고 책을 내고, 소수가 공유할 목적으로만 매체를 출간하기도 합니다. 또한 텀블벅으로 필요한 만큼만 찍고 소비합니다. 웹상으로만 소통하고 공유하는 형태들도 있습니다.
젊은 작가들은 이러한 변화들을 포착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문학 시스템에서는 작가들이 개성적이고 특별한 작품을 내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획득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작가 스스로 나서서 열심히 SNS 활동을 하고, 독자들과 대화하고 상담도 하고, 열심히 존재 증명하는 개별적 활동을 합니다. 쓰기로서의 작품에 국한하지 않고, 열심히 자신의 작품을 둘러싸고 있는 문화를 창조해 냅니다. 또한 크로스 오버, 영화, 음악, 미술 등 다른 장르와 문학을 결합시키는 젊은 작가들의 노력도 활발하지요.

 



 

김대현 : 인상파의 사례처럼 기술의 발전이 예술 양식의 혁명을 견인한 것은 예술사적으로 드문 일이 아닙니다. 문학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전의 작가들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승인받았다면 지금은 작품과 그에 연계된 다른 활동들, 예컨대 다른 장르와 결합하거나 최근 몇몇 작가들처럼 SNS를 통해 출판사나 언론 매체 등 다른 매개 없이 독자와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작가로 존재하는 새로운 세대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오창은 선생님의 말씀대로 기존의 관점에서 이들을 재단하거나 기존의 방식을 답습하는 플랫폼을 생각하는 것은 오류의 가능성이 예정되어 있다고 말씀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이민호 : 오창은 선생님 말씀 중에 글쓰기 노동에 관한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글쓰기가 노동인지가 의문입니다. 4차 혁명시대 작가들은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입니다. 이미 일본에서 시도됐고, 상도 받았습니다. 작가의 존재 양식을 생산자로서 보지 말고 이제는 생산자이자 소비자의 측면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공지능은 스스로 소비자로서 반응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공유경제 플랫폼도 생산자로서 작가를 지원한다는 것은 노동에 대한 반대급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는 향유, 놀이, 쾌락으로 그것이 어떠한 플랫폼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새롭게 영역을 만드는 것이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대현 : 그래서 지금 다들 고민하고 있는 지점도 새로운 플랫폼이 기존의 웹진처럼 단순히 작품을 실을 수 있는 지면을 제공하고 이를 공적으로 지원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의 과정, 어떻게 하면 작가, 독자, 비평, 출판, 서점, 도서관 등 문학 생태계를 구성하는 모든 성원이 한데 모여 새로운 문학적 사건이 벌어질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요컨대 기존에 명백히 구획되어 있던 각자의 영역을 해체하고 하나의 장으로 포섭하여 구성원 사이의 연결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 그렇겠죠.

 

정훈교 : 사실 글쓰기 노동자는 없다고 봐요. 유통 부문도 테크놀로지로 보는데, 요즘은 읽든지, 보든지, 듣든지 이렇게 세 가지 플랫폼으로 구성하면 쉽지 않을까 싶습니다. 출판사를 등록하지 않고 책을 발간하면 불법입니다. 그래서 장차 플랫폼을 구성할 때 이런 점까지 고려해서 구상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김대현 : 말씀 잘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지금까지 논의를 진행하는 중에 중요하게 언급되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플랫폼을 구상할 때 현재 침체된 비평 부문을 어떻게 활성화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거든요. 조금 전 이민호 선생님께서 말씀 주셨듯이 비평집이 이전에 비해 10분의 1 정도로 축소되어 있는 현실입니다. 여기에는 지금까지 문학장을 견인하는 담론의 장이 넓게 펼쳐져 있다기보다 특정 문인이나 소수 문예지를 통해 결정되어 유통되는 부분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여성, 노동, 퀴어, 청년, 생태, 통일, 다문화 등 다양한 문학담론들이 다층적인 공공성을 가지고 문학장에 유통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 보려 합니다. 이에 대해서 황규관 선생님의 말씀을 간단히 들어 보고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황규관 : 오늘날 담론이 있습니까? (웃음) 비평집의 감소를 이야기하셨는데 일단 안 팔리잖아요. 안 팔리니까 못 찍는 거죠. 이번에 신동엽 문학상에 비평 부문을 신설했는데, 발표된 평론 한 편을 대상으로 해요. 비평집이 안 나오니까. 이 비평 문제는 이 자리에서 논할 것은 아니구요, 대학 구조, 출판사 등 통틀어서 봐야 합니다. 여성 문제나 퀴어 문제는 이제 담론이 아니고 문학 체제 안에서 아주 중요한, 잘나가는 상품입니다. 그런데 문학 바깥쪽 관계자 말을 들어 보면 난감한가 봐요. 페미니즘 책이 너무 빨리 나온대요.
저는 문학장 안에서는 담론은 없다고 봐요. 우리는 굉장히 고도화된 자본주의에 빠져들고 있어요. 극소수만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봐요. 만약에 플랫폼을 만든다고 해도 예민하고 정치적인 주제 담론들이 자동적으로 만들어질 것 같지는 않아요.

 



 

정훈교 : 시집도 안 읽는데 비평은 더 안 읽겠죠. 독자들이 보지 않는 비평을 우리가 어디까지 보듬고 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민호 : 아까 황규관 선생님이 이야기하신 담론이 없다고 하신 건 중요한 표현 같아요. 담론은 없을 수가 없죠. 그것 자체가 담론이 있다는 이야기인데, 담론 자체의 어원이 discourse잖아요. 즉 소통한다는 것인데, 그동안 담론 형성 주류가 강단 비평자들이었어요. 그런데 그분들이 노쇠하시고 돌아가시고 젊은 사람들은 위축되고 그래요. 관심도 없고. 결국 담론이 형성되어야지 문학장이 넓혀질 텐데, 결국은 강단 비평에서 멀어져야죠.

 

황규관 : 즉 소통의 과잉이 소통의 부재와 맞닿아 있다고 봐요. 소통하는 거 아니에요. 각자 떠드는 것이잖아요. 전체적으로 봤을 때 작품이 많아요, 그런데 작품이 없어요. 민주주의의 굉장히 위험한 지점 중 하나가 다수를 멍청이로 만든다는 거죠. 이 상태에서는 비평이 있을 수 없어요. 경력 있는 출판 편집자에게 들었는데, 예전처럼 소설을 써서는 독자들이 못 읽는대요. 독자들이 읽을 근육이 없대요. 테크놀로지가 다 망쳐 놓은 거죠.

 

이설야 : 제가 잡지를 만들면서 느꼈던 점인데요. 비평가들에게 청탁을 하면, 평론은 점수가 안 된대요. 논문은 점수가 되는데. 대학 구조에도 분명히 문제가 많죠. 여러 글을 동시에 쓰는 평론가들의 경우, 동어반복을 자주하는 것처럼 느껴져요. 논문 쓰기도 바쁘니까 지금 작품의 흐름을 다 따라가지 못한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담론 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고. 2002년에 창간호를 냈던, 『(시인들이 함께 만드는)시평』이라는 잡지가 있었잖아요. 그 당시 편집에 관여했던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시인들이 평론을 더 잘 쓴다는 거예요. 평론의 원고 분량도 12매 정도로 한정했었죠. 어쨌든 요즘에는 창작자들이 평론을 겸하는 경우가 늘고 있지요. 주로 시인들이 평론을 겸하기도 하잖아요. 소설가들이 겸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데요. 예외로 오늘 사회자인 김대현 평론가가 있네요. 어쨌든 대학 구조와 출판사, 평론가들 사이에 여러 가지 복합적인 상황들이 있는 거 같아요.

 

오창은 : 문학장의 민주주의화와 연관시켜 볼 때, 가장 취약한 존재가 비평가예요. 왜냐하면 이미 작가들은 자기 작품들을 통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어요. 독자들도 반계몽주의적이어서 자신의 해석에 대해 비평가들의 권위를 동원할 필요가 없어졌어요. 공유경제 플랫폼이라는 것들도 비평을 살리는 것보다는 비평가의 역할을 대체하는 형태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큽니다.

 

황규관 : 플랫폼을 만들어서 여러 담론들이 흐르고 모이게 만들려면 플랫폼을 운영하는 주체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봐요. 청탁을 하고, 쓰게 해야 한다고 봐요. 그나마 최근 뜨거운 문학적인 이야기가 페미니즘이잖아요. 사실 페미니즘 문학 담론 같은 경우는 다 똑같은 이야기예요. 여성주의가 새로운 언어들을 발굴해야 하는데, 항상 동일한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이야기를 하면 박살이 납니다. 사실 담론이라는 것은 같은 이야기를 하는 내부에서 투쟁이 벌어져야 하는데, 계속 동일한 언어를 재생산하는 건 담론이 아니죠. 우리는 어떤 이슈가 벌어지면 몰빵하는 문화가 있는 것 같아요. 이런 풍토에서는 담론이 나올 수 없다고 봐요. 실제적으로 담론을 형성해 주는 사람들은 다 대학에 들어가서 노동자가 됐단 말이에요. 그래서 플랫폼을 설계할 때 적극적으로 개입해 주어야 하는데, 문제는 국가기관이 그렇게 해줄 수 있느냐 말이죠.

 

이설야 : 페미니즘이나 퀴어 문학이 뜨는 이유 중의 하나도 상품이 되기 때문이에요. 독자층이 3040에서 2030으로 내려왔거든요. 특히 2030은 여성 독자층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해요. 그래서 계속해서 담론들이 페미니즘 쪽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그런데 비평가들도 어떤 이슈가 뜬다고 하면 그것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청탁을 받거나 출판사에서 요청하는 서평도 써줘야 하잖아요. 그런데 균형감을 잃을 때가 종종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모순점들을 어떻게 개선해 나가야 할지 비평가들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이민호 : 플랫폼이 시장의 눈치를 안 봐도 되잖아요. 오히려 비주류적이고 외곽에 있는 시각들을 보여주는 게 낫지 않나 생각합니다.

 

김대현 : 담론의 부재원인에 대한 여러 선생님들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시장에 종속된 비평, 소통의 과잉 또는 부재에 따라 자기 말만 하는 비평의 왜소화, 최근 주류적 태도를 구성하는 반계몽주의에 대한 진단과 함께 그 대안으로 강단비평에서 독립한 현장비평의 필요성과 담론을 구성할 수 있는 사람들의 적극적인 개입, 시장에 종속되지 않는 비평장의 필요성을 말씀해주셨습니다. 지금부터는 작가, 비평과 함께 문학장의 주요한 문학주체인 독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조금 전에 오창은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셨듯이 문학장의 민주주의와 함께 기존의 독자들과 다른 존재양식을 가지는 새로운 독자층이 대두하고 있습니다. 기존 독자층이 단순히 작품을 소모적으로 소비하는 소비자라 한다면, 현재의 독자들은 작품을 소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재생산하는 형식으로 문학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독자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작가와 함께 독서 공동체를 꾸리거나 독립 작품을 통하여 직접 창작 비평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에 대해 이설야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이설야 : 저도 요즘 새로운 독자층의 출현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독자들이 지면 밖으로 나오려 하고 있고, 창작자들도 지면 밖으로 나오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 몇 년간 문학장의 변화와 함께 새로운 독자와 창작자들이 출현하고 있는데, 종이 매체는 뒤처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일간 이슬아〉나 문보영 시인 이야기가 언급되었지만, 작가들이 독자를 직접 찾아가는, 여러 가지 사례들에 대해 말씀 드릴게요. 이랑이라는 작가가 있는데 이 작가는 자신을 자영업자로 칭해요. '앨리바바와 30인의 친구친구'라는 구독 시스템이에요. 암 선고 받은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를 돕기 위해서 구독료의 1%는 작가가 갖고 나머지는 그 친구를 돕겠다 그런 의도로 시작한 거예요. 구독자들이 후원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후원하는 시스템이에요. 또 청소년 사이에서는 '커미션'이라 칭하며 자신들의 그림이나 글을 팔아요. 예술을 노동의 값어치로 환원하는 거예요. 다르게 보면, 예술을 가지고 놀이를 하는 거죠.
지금 문예지가 많이 없어졌잖아요. 『릿터』나 『악스트』 같은 가벼운 잡지가 등장했는데요. 『릿터』는 비평가 없이 기획을 시작했고, 『악스트』는 비평 없는 잡지를 표방했어요. 이 두 잡지는 비평과 거리를 두고 있는 셈이죠. 그런데 오히려 성공적이라 할 수 있어요. 독자층이 현재 변화되고 있습니다. 종이 잡지의 미래와 함께 실험적인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트레바리'라는 북클럽이 있어요. 트레바리 같은 북클럽 경우는 돈을 얼마 정도 내요. 4개월에 19만 원에서 많게는 29만 원을 내요. 그런데 조건이 있는데 꼭 책을 사서 읽어 와야 하고 서평을 써야 해요. 자발적인 북클럽이 아니라 사업을 하는 거예요. 2015년 회원 40명으로 시작했는데, 창업 3년 반 만에 유료 회원이 4,600명이래요. '취향관'이라는 곳은 상대의 취향에 맞춰 주제별로 대화할 수 있는 유료 커뮤니티예요. '퍼블리'는 지식 콘텐츠인데, 한 달에 2만 1,900원을 냅니다. 여기도 워낙 세분화되고 독자가 원하는 대로 서비스 되고 있어요.
자발적인 전국 독서 모임도 있어요. 지역마다 있는데, 데이터화하지 못해서 얼마나 되는지는 잘 몰라요. 시흥에 '상록독서회'란 곳은 1982년에 시작했대요. 가장 오래된 독서 모임이라고 해요. 청주에는 소종민 평론가가 운영하는 '체홉'이란 곳이 있어요. 홍동에는 '할머니 독서모임'이 있는데, 불혹에 만나서 칠순을 넘었다고 해요. 김해에 공무원 독서 모임 '행복한 책읽기'와 대전의 '백북스'도 있어요.
인천에 '마샘'이라는 곳이 있는데, 2009년에 '마중물'이라는 인천 지역 독서 모임으로 시작해서, 서점 협동조합을 만들었어요. 복합문화서점으로 굉장히 규모가 커졌어요. 그곳에서 교보문고처럼 문구도 팔고요. 빵이나 수제맥주도 팔아요. 전시회나 작가 모임도 하고, 책도 다양하고 많아요.
이제 독립 서점이랑 동네책방이랑 이야기할 텐데, 이 둘을 운영 주체인 당사자들은 같은 개념으로 보더라구요. 한국서점조합연합회의 '2018 한국서점편람'에 따르면, 전국 서점 숫자는 2017년 2,050곳으로 계속 감소하는 추세인데요. 여기에 독립 서점을 300개로 파악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2,350곳이죠. 독립 서점은 계속 증가하고 있어요. 2018년 독립 서점의 숫자는 466곳인데, 이 중에서 50곳이 휴폐점한 상태라고 해요. 실제로 독자들이 독립 서점을 많이 찾아가는데, 책은 안 사고 작가를 보러 가는 거죠. (웃음) 저도 독립 서점과 연대해서 가끔 강사로 참여하거나 행사 기획을 하기도 했는데요. 서점 운영자나 참여자들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강좌가 많이 열리고, 서로 친밀감도 높아요.
몇 년 전에 독립 출판물을 전문적으로 파는 독립 서점에 가봤는데, 정말 ISBN 없는 책을 파는 거예요. 그리고 독립 출판을 해본 사람은 강사로 나서기도 해요. 출판을 했으니까 자신이 직접 작가로 활동하기도 하고. 새로운 독자들도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 같아요. 이렇게 여러 가지 흐름들이 있는 거 같아요. 문학장의 변화와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새로운 독자층과 소통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대현 :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트레바리라는 독서 공동체에서 독자들이 의무적으로 서평을 쓰는 것이 이른바 독자들이 작품을 함께 읽고 느낌을 나누는 소셜 리딩의 대표적인 사례 같습니다.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널리 읽히고 싶은 것과 마찬가지로 독자 또한 자신이 작품을 통해 생성된 사유를 다른 사람들과 널리 공유하고 싶은 인정욕망을 가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독자들이 점점 조직화돼서 독서 공동체를 만들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이 흐름이 독립 출판, 동네서점으로 점점 확대되는 것 같습니다. 이전에는 비평이 독자가 자신이 느낀 감상을 승인하는 유일한 통로였다면 이제는 다른 독자들이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비평이 점점 필요 없게 되고, 또 상징 질서에 복종할 필요가 없으니까 본인 스스로가 책을 내는 이런 적극적인 태도로 변하는 것 같아요. 이런 독자들에게 어떤 문학적인 역할을 줄 것인가 관련 이야기들을 나누면 좋겠습니다.

 

김서령 : 정말이지 변화를 무시할 수는 없거든요. 독자가 변하고 있는데 작가가 제자리에 서서 아직도 80, 90년대 타령을 할 수는 없는 거예요. 트레바리 같은 경우가 대표적으로 이 시대 문화를 보여주는데, 그들에게 트레바리는 문학 활동이 아니라 놀이문화예요. 하나의 문화 아이콘이에요. 그들에겐 트레바리가 사교의 장이 되는 거죠. 지금 소셜 포지션을 빼고는 트레바리를 도저히 설명할 코드가 없어요. 아니, 분기별로 20만 원이나 내면서 독서토론을 하다니, 이게 무슨 소리야? 그랬는데 이제는 투자도 어마어마하게 받았다고 해요.
이제 글 좀 읽는 사람들은 "너 밀리의 서재 보니? 리디 보니? 어떤 게 낫니?" 이런 이야기를 해요. 요새는 밀리의 서재가 인기죠. 김영하의 책이, 조남주의 책이 거기서만 나오기로 했거든요. 종이책으로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같은 거예요. 구독료에서 만 원씩 더 내야 해요. 그런데 그 책을 나만 가질 수 있거든요. 서점에선 살 수 없어요.
텀블벅에 올라오는 독립 출판물들이 수준이 높아서가 아니에요. 텀블벅에서만 팔기 때문에 사는 거예요. 그래서 이제는 등단, 비등단에 연연하지 않아요. 내가 책을 내고 싶은데 왜 문단의 허락을 받아야 하지? 누군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면 나는 독자에게 허락을 받고 싶어, 그런 마인드죠. 그들만의 문화를 만드는 일이 벌써 벌어지고 있는 것이죠. 우리는 이런 판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대현 : 책이 한정판이군요. 요즘 유행하는 아이돌 문화처럼 취향의 개별화와 다시 개별화된 취향을 공유하는 취향 공동체 내부에서 통용되는 이른바 굿즈, 상품이 가지고 있는 콘텐츠나 품질보다 자기만의 것이라는 소유욕을 만족시키는 개념으로 접근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정훈교 : 그런데 우리가 플랫폼을 구축할 때 문학의 하향평준화로 가면 안 되거든요. 제가 독립 문예지도 만들어요. 독립 출판 작가들의 원고도 받는데 2, 3페이지 분량의 손바닥 소설이 있어요. 열 명 정도 응모했는데 제가 볼 때 이건 소설이 아니에요. 한 명 정도만 수필 정도로 할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그만큼 작품 완성도가 많이 떨어져요. 그런데 그분들이 독립 출판 작가가 되고 다른 데서 활동하고 그러면 문학의 하향평준화가 우려되고 결국은 세계 문학에서 한국 문학의 수준이 떨어질 수 있으니까 플랫폼을 짤 때 이런 우려들을 고려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대현 :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우려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 논의되는 지점도 새로운 플랫폼이 기존의 웹진처럼 단지 작품을 싣고 관심이 있으면 찾아서 읽으세요, 라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의 참여와 소셜 리딩을 통해 독자들의 수요에 부응하는 작품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것과 동시에, 비평가, 작가들도 참여하여 본인들이 추천하는 작품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형식으로 다양한 층위에서 다층적 공공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동시에 독자와 작가가 다른 매개 없이 직접 접촉할 수 있는 장으로서 플랫폼 자체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이제 화제를 바꾸어 지역 문학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의 문학은 대체로 중심보다는 주변에 관심을 두는 편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분명히 문학장 내부의 권력 분배 차원에서는 지역이 중앙으로부터 소외된 측면이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지역에서 꾸준히 활동해 온 정훈교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정훈교 : 문학창작학과가 남아 있는 곳, 그리고 그 비슷한 곳을 찾아보니, 신라대학교에 문학창작비평학과가 있고, 동아대학교에 한국어문학과, 계명대, 조선대, 순천대, 원광대, 광주대에 문예창작학, 한남대학교에는 국어국문창작학과가 있습니다. 대전대는 국어국문창작학 전공, 세명대학교는 미디어창작학과, 강원대학교는 스토리텔링학과로 바뀌었습니다. 이 중에 많은 문창과들이 스토리텔링이나 미디어과로 바뀔 것입니다. 이는 지역에서 문학이 설 자리가 점점 축소되거나 사라지고 있다는 방증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역 문학 생태계라고 하면 서로 영향을 작게라도 주고받는 기관이나 단체가 있어야 하는데, 대구에서는 크게 한국작가회의 대구경북지회, 대구문인협회, 대구시인협회가 있습니다. 또한 문예지가 3개 정도 있습니다. 그만큼 생태계 자체가 열악하기도 하고, 기존 단체, 출판사, 문예지에서 변화를 읽기 어렵습니다. 모 단체 같은 경우는 문보영, 박준 시인이 누군지 모릅니다. 서점에서 작가 특강을 열어서 작가가 오고, 책을 사놓는데 두 권이 채 안 나갑니다. 지역에서는 서점이 책을 사는 곳이 아니에요. 서점하고 책방은 다르지만, 시인보호구역 같은 경우는 자기들이 만날 수 없는 분들을 만나는 곳, 이색 공간으로 여겨지는 것 같습니다. 또, 지역은 정치 관계에 영향을 받는데, 시인보호구역은 대구 지자체에서 지원 받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또 하나는 시인보호구역이 지금까지 8, 9년 활동하면서 카페도 같이했는데, 문학계 손님은 한 명도 없어요. 그 이유는 대표가 나이가 어려서 그렇대요. 그 지역의 어른들이 힘을 보태 주거나 응원할 줄 알았는데 대표의 나이가 어리니까 안 오는 거예요. 이외에도 대구경북 지역은 정치적으로 너무 민감해서 공간이나 단체의 대표가 되면 정치․사회적 발언을 소신 있게 하기가 힘이 듭니다. 블랙리스트에 걸려서 지원을 못 받을 수 있거든요. 이런 부정적인 내용도 있지만 반면 희망적인 이야기도 있습니다. 한번은 저희에게 대관 행사 요청이 들어왔는데, 40명 정도가 소설책을 내서 자기들끼리 리딩을 하는데 대관을 하겠다는 거예요. 그들끼리 문학을 하는 거예요. 이런 분들을 위한 플랫폼을 또 고려해야 하지 않나 싶구요.
또 시 배우러 오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분들은 카카오톡에 전국 문학 채팅방이나 온라인카페에서 자기들끼리 공부하는 거예요. 그런 오픈 채팅방도 저희가 눈여겨봐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결국 문학 생태계가 살려면 신진작가들이 유입되어야 하는데 대구경북 지역의 어느 문학 단체든 젊은 작가들의 유입이 없어요. 그래서 새로운 층이 유입될 수 있도록 새로운 문화를 선도하는 그런 부분, 문학 공간을 유희 공간이라든지 레지던스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했으면 좋겠습니다. 또 2030 문학청년이 작가가 될 수 있는 물적 토대를 마련해 주었으면 합니다. 이분들을 위한 문학 컨설팅, 글쓰기 지도 등 2030을 위한 프로그램을 많이 개설했으면 좋겠고, 또 지역 문예지가 3, 4개 정도 있는데, 후원을 해서 좀 살려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전시나 공연 등 예술 그래픽 기획을 같이하여 시민과 같이 호흡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기존의 문학 기관 단체들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없으니까 새로운 문학 기관 단체의 등장으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문학을 소통하는 새로운 방식으로서 본인의 작품을 가지고 문학 비디오를 수준 높게 촬영하여, 읽고 볼 수 있도록 시각 및 청각화 시키는 작업도 필요합니다. 또 지역 내의 대표 도서관에 그 지역 문인들, 단체들이 가서 새로운 문화를 선도하고 같이 만들어 가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독자와의 접점을 높여야 합니다. 또 지역 서점을 통한 지역 작가의 도서를 구매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또 온라인 채팅방에는 그 참여 인원들을 지도하는 작가를 두어 문학의 상향평준화를 유도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 고시령 제2018-0016호에 따르면, 정부에서 인정하는 생활문화시설에 대해 고시하고 있는데 생활문화센터, 지역영상미디어센터, 그리고 2018년 3월 9일에 지역 서점이 신설되었습니다. 고시령은 지역 서점을 생활문화시설로 독립적으로 인정하라고 했습니다. 조건은 지역주민의 문화적 욕구 충족을 위한 문화활동 공간(서점 전용면적의 1/10)과 설비를 갖추고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매월 1회 이상의 독서동아리 운영, 저자초청 특강, 전시 및 공연 등 문화 행사를 1년 이상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서점으로서 기초지방자치단체장이 인정한 서점으로 한하고 있습니다. 수도권은 이처럼 생활문화시설을 우선적으로 지원해 주고 있는데, 수도권 몇몇 서점은 대기업과 연계해서 하기도 합니다. 이런 제도적 내용을 잘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김대현 : 요약해 보면, 지역은 고립되어 있다, 각 지역마다 정치색이 있기 때문에 편향되어 있는 것 같고, 고령화가 심각하다, 또 나이에 대한 위계가 있어서, 청년들이 뭘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안 된다, 그래서 지원 자체도 몇몇 단체에 집중되어 있는 현실 같습니다. 이 문제들의 원인은 지역 문학 생태계가 수도권이나 다른 지역과 건강하게 연계되지 않고 일종의 갈라파고스처럼 고립되어 있는 부분이 큰 거 같습니다.

 

황규관 : 사회 구조와 문화가 수도권에 몰려 있고, 대학도 무조건 수도권에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지역 문학이 어떻게 건강해지고 활성화되는지 방법을 찾는 것이 굉장히 요원할 것 같아요. 그러면 지역성과 역사성을 띠고 있는 주제들을 운동적인 차원에서 결합해야 문학 활동도 활발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제주 같은 경우는 4·3 문학이 있는데, 제주 고유의 언어들이 살아 있단 말이에요. 저는 이렇게 지역 문화를 접근하지 않으면 어떤 사업을 해도 별 효과가 없다고 봐요. 문학은 제도나 정책으로는 절대 나아지지 않는다고 봅니다.

 

김대현 : 사실 지역 문제에 대해서도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금 좌담 시간이 많이 지났고 다음에 말씀드릴 내용과 연동선상에 있으니 김서령 선생님이 제안하는 플랫폼의 구상을 들어 보고 거기서 이야기를 또 끌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김서령 : 오래전 독자들은 이미 소설을 읽지 않는다고, 아무도 안 읽는 소설을 내가 왜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동료 작가에게 하소연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그 시인이 말했어요. 문학은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소화되는 것이라고요. 그 말을 아주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살았는데 요즘은 그게 잘 안 됩니다. 여전히 저는 독자가 필요하고, 문학이 소비되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자꾸 들고요. 후배 작가 한 명은 신춘문예 등단 후 8편의 작품을 문예지에 발표했는데, 그 작품을 읽었다는 사람을 한 번도 만나 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자기가 작가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부모님과 자기뿐인 것 같다고 하며 서글퍼했어요. 기존의 문예지가 문단 내 사람들이 돌려보는 수준에 그치고, 일반 독자들에게 노출이 될 가능성이 없다 보니 신인 작가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내보이는 일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될 것도 같습니다. 그 작가에게 여동생이 있는데 여동생이 늘 궁금해 한다고 합니다. 우리 언니가 무슨 일을 하기는 하는 것 같은데 도통 무얼 하는지는 모르겠다고요.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계획은 젊은 작가들을 만나며 구체적으로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한 겁니다. 얼마 전 우연찮은 기회에 젊은 작가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열두어 명 작가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한 것이 '개인 아카이브'였습니다. 문예지에 단편을 발표하고, 그 단편들을 모아 창작집을 출간하고 하는 일련의 과정들에 피로감을 느낀 젊은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언제든 독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한 것이죠. 그래서 개인 아카이브를 이미 개설한 작가들도 몇 있습니다. 웹에 단편소설 등을 올리고 독자들에게 판매하는 방식입니다. 〈일간 이슬아〉의 성공이 우리 작가들에게 미친 영향이 꽤나 컸던 셈입니다.
물론 한계가 많습니다. 개인 아카이브다 보니 시스템의 한계가 있는 것이죠. 보통 개인 아카이브의 경우 독자들이 작가의 작품을 읽으려면 송금을 해야 합니다. 단편소설 한 편 구독료를 작가의 계좌로 송금하면 이메일로 작품을 보내주거나 하는 방식입니다. 매력적이지만 불편합니다. 온라인 플랫폼은 이런 작가 개인의 아카이브를 한데 모아 시스템을 구축하면 어떨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여기서 작가들이 장편 창작에 대한 열망이 크다는 점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듯합니다. 문예지가 대개 단편을 요구하는 것은, 단편이 장편보다 그 미학적 가치가 뛰어나서라기보다는 문예지의 특성상 단편을 싣기가 용이해서일 수도 있어요. 장편을 쓰고 싶은 작가들은 연재 매체는 턱없이 적고, 혼자 작업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일단 고료가 없는 장편을 오랫동안 작업하기도 버겁고 중간에 단편 청탁이 들어오면 고료 때문에라도 장편 작업을 접고 단편에 몰두해야 해요. 장편 작업은 계속 흐름이 끊기고 이 어려움은 내내 반복됩니다. 그런 이유로 온라인 플랫폼이 장편 작업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온라인 플랫폼은 크게 작가와 독자, 그리고 플랫폼의 역할로 구분되어야 할 것입니다. 시간이 정해져 있는 좌담회다 보니 거칠게 얘기해 볼게요. 먼저 작가는 기완성 된 원고 혹은 미완성 원고와 연재 기획안을 마련하여 각자의 작업 환경에 맞추어 연재 주기를 결정합니다. 주 1회, 혹은 주 2회나 3회로 연재 주기를 결정한 뒤 회당 원고의 양도 결정합니다. 현재 흐름으로 보아 등단자와 비등단자를 구분해서는 안 되겠죠. 문단의 허락이 아니라 독자의 허락으로 작가가 되고 싶다는 비등단 작가들의 목소리에 저는 100퍼센트 동의합니다. 많은 선생님이 걱정하는 작품의 하향평준화를 막기 위해 심의위원회가 필요하다면, 매월 기완성 원고나 미완성 원고 및 연재 기획안을 심의하고, 심의를 통과한 작품은 작가별 아카이브에 업로드 됩니다. 독자는 플랫폼에서 원하는 작가의 작품을 구독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 작가의 장편을 구독 시작한 후 이후 새 연재분이 업로드 될 시 알림 신청을 받을 수 있으며 댓글과 리뷰로 작가와 직접 소통하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독자의 역할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고료의 지급 방식 또한 고려되어야 할 것입니다. 고료의 지급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첫째는 플랫폼에서 작가에게 전액 고료를 지급하는 방식, 둘째는 플랫폼에서 최소한의 고료를 책정해 작가에게 지급하고 나머지 예산을 독자들에게 회원 가입 시 사이버머니 형식으로 지급해 독자가 직접 작가에게 구독료를 지불하는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첫 번째 방식이라면, 작가가 독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만의 작품을 마음껏 창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테고, 두 번째 방식이라면 독자가 좀 더 적극적으로 작가를 후원하고 있다는 심적 즐거움, 온라인 플랫폼이 작가만을 위한 장이 아니라 작가와 독자를 동시에 지원하는 장이라는 자각이 장점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온라인 플랫폼이 기존 마니악한 독자층에서 그 저변을 더욱 넓혀 한국 문학의 기존 독자층이 아닌 새로운 독자층을 유입하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만큼 독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는 플랫폼 성장에 가장 큰 힘이 될 것입니다. 해서 댓글과 리뷰 작성 시 (두 번째의 고료 지급 방식이 된다면) 사이버머니로 돌려주고 북콘서트, 창작클래스, 강연 등 문학 행사에 우선 초대하는 방식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플랫폼은 프로모션과 에이전시의 역할을 모두 수행해야 할 것입니다. 작가의 연재 시작 전 이메일 인터뷰 혹은 동영상 인터뷰를 미리 제작해 작가 및 작품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큐레이션 유튜브 채널 등을 개설해 독자들이 보다 넓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시인이 동료 시인의 시를 소개하고 소설가가 동료 소설가의 소설을 소개할 수도 있을 테고, 해시태그 작업을 통해 테마를 선정, 큐레이션을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출판사들은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접해 볼 수 있고 파트너 출판사의 투고 통로를 플랫폼에 만들 수도 있을 겁니다. 연극, 영화 등 문학을 원천 소스로 사용하고자 하는 곳이나 기타 콜라보 작업을 하는 이들 역시 플랫폼을 통해 보다 쉽게 한국 문학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고요. 또한 젊은 작가들의 독립 출판을 위해 매해 심의를 통해 지원작을 결정한 후 인큐베이팅을 하는 방식, 비평 담론을 위한 연구의 장 마련, 시와 소설의 동인 앤솔러지 출간 지원 등 플랫폼이 문학 지원을 위해 수행할 수 있는 일은 무척 많다고 봅니다.

 

황규관 : 김서령 선생님이 구체적으로 제시해 주신 플랫폼 모델은 잘만 운영된다면 꽤나 생산적인 장이 될 것 같습니다. 특히 소설이나 비평 쪽에서는요. 다만 시를 쓰는 입장에서 보면 시에게는 얼마나 유의미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웃음) 덧붙여 이 모델이 만들어져 운영이 될 때 새로운 시장, 즉 새로운 마켓 플레이스가 될 수 있음도 세밀하게 유념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좌담회의 주제가 심지어 '공공재', '공유경제'에 관한 것이지 않습니까? 최근에 공유경제가 온라인 플랫폼으로 슬쩍 변신을 하는 것을 자주 보는데, 이것은 단지 기능적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공유경제 개념과 아예 맞지 않는 것입니다. 심하게 말하면 참칭이라고 할 수 있지요. 공유경제는 가치를 함께 생산하고 함께 분배한다는 의미에 가까울 텐데 어느새 새로운 사적 소유 개념이 된 것 같아요. 엄밀히 말하면 공유경제라기보다 기존 문학장 바깥에 구축하는 새로운 유통 시스템이라 불러야 마땅할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모델은 지금처럼 폐쇄적인 문학장 구조에서 나름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플랫폼을 만들고 아무나(?) 참여하게 방치하는 것은 앞에서 말한 민주주의 원리와도 어긋납니다. 각자 말하는 것이 민주주의는 아니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척도를 손쉽게 두고 간섭하고 배제하는 것도 안 되지만. 암튼 예상되는 이런저런 문제점들을 최소화하고 운영 방식에 만전을 기한다면 지금 만연한 현상을 어느 정도 넘어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훈교 : 김서령 선생님의 플랫폼 제안은 흥미롭고 유익한 시스템이라고 여겨집니다. 다만 상업적으로 치우칠 수 있어 많은 고민이 필요할 듯합니다. 또한 초기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 같고요. 방식은 일면 동의합니다.

 

오창은 : 플랫폼이 새로운 문학 생산 양식의 탄생, 혹은 기존의 문학장을 뛰어넘는 문학 향유 양식의 탄생으로 이어졌으면 합니다. 문학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가 기존 존재 양식과 새로운 존재 양식의 갈등이 아니라, 새로운 존재 양식이 새로운 문학 공간을 개척하는 방식이었으면 좋다는 것이지요. 경제적인 측면에서, 작가와 독자의 소통 방식의 측면에서, 문학장이 문화적 놀이터가 되는 측면에서도 그런 새로운 공간의 생산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해봅니다.

 

김대현 : 모두의 말씀 잘 들었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오늘 참석해 주신 모든 선생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앞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현장소통소위원회는 오늘 나온 주요 내용을 바탕으로 작가, 출판사, 서점, 독자 등이 참여하는 '플랫폼 사업의 기본방향 공유와 이해관계자 그룹 간담회'를 두 차례 정도 개최할 예정이며 이후 온라인 콘텐츠 기획자, 빅데이터 전문가, 독립 잡지 기획자, SNS 홍보 전문가, 대형 포털 플랫폼 기반 기획자, UI 설계 전문가, 인접 장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공개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니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다시 한 번 참석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김대현

사회 / 김대현

2011년에 문화 비평지 《플랫폼》에서 '문화 비평상'을, 2012년 《실천문학》에서 문학평론 신인상을 받았다. 《플랫폼》, 문예지 《리얼리스트》의 편집위원을 역임했고,『삶이 보이는 창』의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 지은 책으로 역사소설 『불온한 제국』등이 있다.

 

김서령

참여자 / 김서령

1974년 포항에서 태어나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한 뒤 소설가가 되어 『작은 토끼야 들어와 편히 쉬어라』, 『어디로 갈까요』, 『티타티타』 등을 출간했다. 번역가가로도 활동하며 『빨강 머리 앤』, 『에이번리의 앤』, 『마음도 번역이 되나요 두 번째 이야기』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오창은

참여자 / 오창은

문학평론가. 1970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중앙대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비평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작가회의 평론 분과 위원장, 계간 《문화/과학》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중앙대학교 교양학부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비평의 모험』, 『모욕당한 자들을 위한 사유』, 『절망의 인문학』 등이 있다.

 

이민호

참여자 / 이민호

1994년 《문화일보》에 시로 등단. 시집 『완연한 미연』, 편저 『김종삼전집』, 연구서 『낯설음의 시학』, 평론집 『도둑맞은 슬픈 편지』 등. 종삼포럼 대표.

 

이설야

참여자 / 이설야

1968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2011년 《내일을 여는 작가》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우리는 좀더 어두워지기로 했네』가 있다.

 

정훈교

참여자 / 정훈교

2010년 《사람의문학》 등단. 시집 『또 하나의 입술』, 시에시이집 『당신의 감성일기』가 있으며, 현재 시인보호구역 대표.

 

황규관

참여자 / 황규관

전주시 교동에서 태어났다. 제철소에서 일하며 쓴 시로 전태일문학상을 받고 구로노동자문학회에서 활동했다. 시집 『철산동 우체국』, 『물은 제 길을 간다』, 『패배는 나의 힘』, 『태풍을 기다리는 시간』, 『정오가 온다』, 『이번 차는 그냥 보내자』 등이 있다.

 

 

   《문장웹진 2020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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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쾌의 여정

[에세이] 책쾌의 여정 우당탕탕 독립출판 북페어 기획자 도전기 임주아 뜻밖의 부재중 이름이 폰에 떠 있었다.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S 팀장이었다. ‘이 시간에 무슨 일이지?’ 일로 만난 공무원이 퇴근 시간을 넘어 전화 문자 콤보로 연락했다는 건 모종의 긴급 상황 아닌가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어딘가 다급해보이는 목소리였다. “헉 제가요?” 요지는 전주에서 처음 독립출판박람회를 여는데 내가 총괄 기획을 맡아줬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시기는 6~7월이라 했다. “오늘이 벌써 3월 7일인······” 기간도 기간이지만 독립출판 전문가도 아닌 내가 총대를 메는 게 맞는지 주제 파악에 나섰다. 그러자 팀장은 전주에서 책방을 운영하는 동료와 팀을 꾸리면 어떻겠냐며 인건비도 한번 생각해보라고 했다. 당황스러우면서도 눈에 광이 돌았다. 단기간에 아이디어를 짜고 사람 모으고 경주마처럼 내달리는 일은 내 주특기 아니던가. 그렇게 살아온 임시변통스러운 삶에 드디어 어떤 보상이 따르려나. 함께할 내 기쁜 동료는 누구인가. 기획자 동료 구하기 첫 타깃은 전주에서 10년 가까이 독립출판 전문책방을 운영중인 뚝심의 M이었다. 그의 책방 인스타그램 프로필에는 ‘기성으로 출간된 도서는 입고를 받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단호하게 적혀 있다. 설사 혈육이 역사에 남을 명저를 썼다 하더라도 독립출판이 아니면 가차 없이 거절 메일을 전송하고야 말 꼿꼿함이었다. 그런 M의 책방에는 개인이 스스로 쓰고 만든 각양각색의 독립출판물이 대거 진열되어 있는데 그 큐레이션된 목록에는 웰메이드 작품인 ‘책방을 꾸리는 중입니다’라는 에세이도 있다. 화학공학과를 나온 공대생이 어쩌다 모교 대학로의 한 건물 지하에서 책방을 시작해 지금 모습에 이르게 됐다는 애환 서사가 담긴 책이다. 그는 그 책을 들고 전국을 쏘다니며 독자를 만났다. 주6일 책방 문을 여는 그가 문 닫는 날엔 어김없이 북페어 현장에 가 있었으니까. 캐리어를 끌고 고속버스를 타고 기꺼이 책 보부상으로 분해온 그는 힘들다 힘들다 해도 매년 매회 출전을 멈추지 않았다. 전주에서 오로지 독립출판만을 다루는 책방 주인은 M이 유일해서 대표성도 남다른 터다. 때문에 함께 하자는 내 제안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 그의 눈높이도 짐작이 간다. 일찍이 S 팀장이 독립출판박람회 관련 자문을 구하고 싶다고 여러 번 M의 책방을 찾았으나 그는 ‘박람회’라는 명칭부터 맞지 않다고 생각해 소통에 소극적이었던 것이다. 특히 독립출판 행사는 스스로 책을 낸 제작자나 책방 운영자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해 열리는데 전주에선 도서‘관’ 주도로 만들어질 행사라 생각하니 최대한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럴수록 나는 M이 적극적으로 합류해 의견을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잘되면 그가 책방 꾸리는 일에도 전환점이 올 거라

  • 관리자
  • 2024-05-01
도깨비 이야기

[에세이] 도깨비 이야기 한정현 최근 친구의 부탁으로 점집에 동행한 적이 있었다. 사실 무속에 대해선 알면 알수록 이건 민속 문화의 하나이지, 미래를 알려주는 예언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에서 무속 때문에 큰 피해를 본 경우도 있어서 나같은 경우는 사실 이제 거의 점괘를 안 믿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친구가 갓 신내림 받은 애동이라기에 나 또한 어디 구경이나 한 번 해보자 하는 생각에 따라가겠다고 했다. 문화로서의 무속은 여전히 관심거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옆에서 들어보니 그 영검하다던 무속인의 점사는 무척 일반적인 내용이었다. ‘어깨가 아프지 않느냐’ ‘밤에 늦게 자지 않느냐’ ‘두통이 가끔 오지 않느냐’ 오랜 시간 책상에 앉아 있는 친구의 직업상 대부분 추측 가능한 증상이었다. 게다가 친구는 불면증도 없고 두통도 없다는 거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순간 친구는 자신이 혹시 두통이 있는 걸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마치 도깨비에 홀린 것처럼 그 말에 순간 따라가고 있더란다. 하긴 나도 그 당사자가 되면 순간 나도 모르게 내가 그런 건 아닐까? 싶기도 할 것 같다. 말 그대로 이런 걸 보고 도깨비에 홀린다고 하나 보다. 다행히 친구는 도깨비에 홀려 도깨비가 되기 전에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런데 이후 나는 왜인지 내내 도깨비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살면서 도깨비 만나기 사실 어렵지 않군, 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말이다. 사실 어릴 땐 도깨비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큰 산을 끼고 있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나고 자라다 보니 자연스레 온갖 민간 신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인 것 같다. 흔히 도깨비와 저승사자는 이길 수 없고 오로지 속일 수만 있다고들 한다. 그들이 그만큼 무서운 존재라는 것인데 특히 도깨비에 대해서는······. 얼마 전 영화 〈파묘〉에서도 나왔지만, 도깨비들은 주로 안 쓰는 물건에 혼이 깃들어 만들어지는 귀신이다. 이후엔 도깨비가 그 사물을 대신하여 그 자체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일반적인 혼령하고는 아주 다른 무시무시한 존재가 되어버린다고 한다. 한데 찾아보니 이 험상궂은 도깨비는 사실 일제강점기 이후 도입된 ‘일본식 도깨비’ 이야기가 일부 섞여 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혹부리 영감이 그러한데, 우리가 알고 있는 혹부리 영감에서는 영감이 부러 도깨비를 속여 혹을 떼지만 이것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만들어낸 이야기라고 한다. 원래 한국 전래동화에서는 도깨비가 그리 나쁜 존재로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영감과 같이 어울려 놀던 도깨비들이 서로의 교감을 통해 친밀해진 후 먼저 나서서 영감의 혹을 떼준다는 이야기라고 한다. 생각해 보면 혼령이 물건에 깃들어 만들어진 것이 도깨비라고 한다면 무슨 혼령이냐에 따라 좋은 도깨비가 될 수도 있고 나쁜 도깨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내가 이십 년 가까이 이고지고 다니

  • 관리자
  • 2024-05-01
어떤 기준

[에세이] 어떤 기준 전석순 “그래도 꽃은 잊지도 않고 제때제때 피네.” 예년보다 개화가 늦어지던 해였다. 어머니는 작년 봄 집 근처 공원에서 찍은 사진을 살펴보며 분명 이번 주쯤에는 피었어야 했다고 중얼거렸다. 이어서 괜히 달력을 들춰 보며 오늘 날짜를 확인했다. 사진 속 날짜와 일치했지만 어째선지 올해는 아직 봉오리조차 불거지지 않았다. 왠지 노크라도 해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뭐 잊은 거 없냐고. 어디선가 계절을 알려주는 나무는 계절관측목이라고 부른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개나리, 진달래, 매화, 벚꽃 같은. 이 기준에 따르면 아직 봄이 오지 않은 셈이었다. 옆에서 발톱을 깎던 아버지는 아마 까먹은 거 같다고 말하며 히죽였다. 사람도 깜빡깜빡하는데 꽃이라고 다를 게 있겠냐면서. 심드렁하게 이어지는 목소리에 어머니는 아버지를 슬쩍 흘겨봤다. 안 그래도 요새 외출하고 집에 들어올 때 수선 맡긴 바지를 찾아와야 한다거나 식초와 긴장이 떨어졌다는 사실을 더러 잊었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어머니는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닌 눈치였다. 몇 번쯤 길을 걷다가도 순간순간 또 뭔갈 잊고 지나쳐 버린 건 없는지 따져 보는 것 같았다. 한참 골몰하다가 겨우 친목회 회비 날짜를 기억해 낼 때도 있었다. 그때부터 사소한 거라도 핸드폰에 따로 메모를 해두고 수시로 빠뜨린 건 없는지 살펴봤다. 요가 교실 수업 신청 날짜나 관리비 납부 마감일과 함께 수리기사 방문 일정까지. 고개를 들다 어머니와 눈이 마주친 아버지는 돌아앉으며 우물댔다. “한 해쯤 그냥 지나가면 뭐 어때서.” 아버지의 생각과는 달리 뉴스에서는 연일 전국 봄꽃 개화 예상 일정을 내보내며 전문가까지 나와 늦어진 원인을 분석했다. 동네 사람들은 환경오염을 들먹이며 사나워진 날씨 탓에 종잡을 수 없는 계절 때문일 거라고 입을 모았다. 꽃도 계절을 헷갈리는 거라고. 개중에는 진짜 꽃이 피지도 않고 봄이 지나가는 게 아닐지 염려하는 이도 많았다. 어머니도 그중 하나였다. 나중에는 꽃을 향해 잊을 것 같으면 알람을 맞춰 두거나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라고 조언해 줄 기세였다. 어머니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앞산을 내다보고 매일 지나다니던 화단과 공원을 천천히 돌아봤다. 더러 까치발까지 하고선 주변을 휘둘러보기도 했다. 혹시 진즉 만개한 꽃을 놓친 게 아닌가 싶은 듯했다. 처음에는 조금 서운한 기색이더니 나중에는 아예 울상이 되었다. 어느새 나도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꽃이 필 기미가 보이는지 기웃거렸다. 언뜻 봉오리라도 보이면 사진을 찍어 바로 보내드리려 했지만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바람까지 서늘하니 날짜와는 상관없이 정말 봄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이러다가 봄을 건너뛰고 곧바로 여름이 되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즈음 제법 많은 양의 봄비가 내리더니 하루 사이에 기온이 크게 올랐다. 곧 지천으로 사방이 꽃이었다. 지난해 유난히 다닥다닥 모여 있

  • 관리자
  • 202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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