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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좌담 : Ⅲ 작품집 발간과 계약 등 출판 과정

  • 작성일 2020-07-01
  • 조회수 2,544

[기획특집/좌담]


본 연속 좌담은 고착화된 문단권력과 창작자의 불평등 문제, 관행화된 불공정 거래 문제에 대한 반발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 따라, 현황 진단 및 개선 과제 도출을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ㅇ 회차별 주제
   – (1차) 문예지 원고청탁 및 작품 발표 과정
   – (2차) 문학상과 유사 공모제도 참여 과정
   – (3차) 작품집 발간과 계약 등 출판 과정
   – (4차) 신진의 시선으로



 

 

2020년 예술위 현장소통소위원회·문장웹진 공동기획 연속좌담 :
Ⅲ 작품집 발간과 계약 등 출판 과정

 

 

 

- 1차 좌담에 덧붙여 – 구두청탁과 원고료 문제
- 2차 좌담에 덧붙여 – 문학상과 공모전의 구분
- 작품집 발간 계약서 : 2차 저작권과 복제전송권
- 인세 지급의 투명성
- 출간 이후 홍보 과정, 프로모션(promotion)
- 등단자 위주의 문학 출판 시스템이라는 기득권

 

사회 : 정홍수(출판사 강 대표, 사회)
좌담 : 김정은(자음과모음 편집자, 소설가), 서효인(민음사 편집자, 시인), 유병록(창비 편집자, 시인), 임애리(변호사, 법무법인 덕수)

 

 

 

□ 좌담 내용

 

1차 좌담에 덧붙여 – 구두청탁과 원고료 문제

 

정홍수 : 오늘 좌담은 앞의 두 번의 좌담하고 이어져 있는 상황이라서 따로 떼어서 이야기하기가 좀 애매한 것 같습니다. 오늘 좌담 참석자분들이 시, 소설을 쓰는 문인이면서 편집자들이기도 한데, 조금은 다른 입장이 나올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앞선 좌담의 이야기를 다 검토할 수는 없겠지만, 몇 가지라도 짚어 본 뒤 오늘 주제인 ‘작품집 발간과 계약 등 출판 과정’의 문제로 넘어가는 게 어떨까 싶은데요.

 

유병록 : 네, 좋습니다.

 

정홍수 : 지난번 녹취록을 보니까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 이야기도 나왔던데요. 보통 출간을 전제로 하는 공모제 문학상의 경우 장편소설이 대상이고 상금이 선인세 형식으로 지급되는 게 일반적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은 단편소설이 대상인데, 선인세 방식의 상금이 수여되면서 문제가 된 것 같습니다만.

 

김정은 : 《자음과모음》은 처음 발간할 때, 장편소설 연재를 중심으로 한 계간지를 표방하였습니다. 당시 장편소설상, 네오픽션상 등 장편소설 출간을 목적으로 한 공모를 여러 개 진행하였고, 단편소설상도 동일한 공모 형식이 적용되면서 선인세 방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세금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상금 대신 선인세 방식으로 지급하는 관행이 있기도 했고요. 어쨌든 기존의 공모 방식이 실상과 맞지 않다고 판단하였고, 단편소설을 대상으로 하는 신인문학상의 공모 내용을 선인세에서 상금으로 수정하게 되었습니다.

 

정홍수 : 상금이 5백만 원으로 조정된 건가요?

 

김정은 : 네. 선인세 조항을 삭제하고 상금 5백만 원으로 공모 내용을 수정하였습니다. 계약과 관련해서는 별도로 논의하여 진행하기로 하였고요. 이번 신인문학상 상금과 관련해 많은 작가분들이 목소리를 내주셨고, 앞으로도 문학상이 보다 공정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다양한 의견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정홍수 : 상금이 5백만 원으로 조정된 건가요?

 

김정은 : 네. 선인세 조항을 삭제하고 상금 5백만 원으로 공모 내용을 수정하였습니다. 계약과 관련해서는 별도로 논의하여 진행하기로 하였고요. 이번 신인문학상 상금과 관련해 많은 작가분들이 목소리를 내주셨고, 앞으로도 문학상이 보다 공정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다양한 의견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정홍수 : 그렇군요. 1차 좌담에서 문예지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루어졌는데, 마침 여기 세 분 편집자 모두 문예지를 내는 출판사에서 일하고 계십니다. 원고청탁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앞선 좌담에서 구두청탁 이야기가 나와서 조금 놀랐습니다. 이제는 메일로 하는 청탁 방식이 정착되어 있는 것 아닌가요. 저도 이런저런 청탁 원고를 쓰기도 합니다만, 보통 편집자로부터 원고 수락 여부를 묻는 전화를 받고, 그다음에 정식 청탁서를 메일로 받는 식으로 진행되지 않습니까. 다들 원고청탁을 받기도 하고, 하기도 하는 입장들인데 어떠신지요.

 

서효인 : 저는 먼저 ‘업무상 구두청탁이라는 게 가능한가요?’라고 반문을 하고 싶어요. (웃음) 왜냐하면 일하는 입장에서는 메일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으면 언제 청탁을 했는지, 청탁을 했는지 안 했는지 기억하기가 어려워요. 당연히 메일로 청탁을 드려야 하는 게 맞고요. 구두로 청탁한 다음 나중에 마감이 임박해서야 글을 달라고 했다는 내용을 앞선 좌담의 녹취록에서 읽었는데, 운영이 원활한 문예지의 경우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되겠죠.

 

유병록 : 저는 창비에서 어린이출판부에서 일하고 있어요. 어린이출판부에서는 《창비어린이》라는 어린이문학 계간지를 운영하고 있는데, 일반적인 청탁 과정으로는 편집위원들과 같이 논의해서 필자 후보를 정하고, 그분들에게 전화해서 일정에 맞추어 원고 집필이 가능한지 먼저 여쭤 보고, 그다음에 청탁서를 정식으로 보내는 식으로 진행해요. 제가 시인으로 등단해서 10년 정도 활동을 했는데, 생각해 보면 구두청탁은 거의 받아 본 적이 없어요. 다만 술자리 같은 데서 편집주간들한테 ‘다음에 우리 잡지에 발표 좀 해줘. 시 청탁하면 받아 줘.’ 이런 정도의 얘기를 들어 본 적은 있어요.

 

서효인 : 네, 맞아요. 그런 일이 있고 그 후에 메일이 오기는 오죠. 구두청탁을 한 뒤에 메일을 안 보내는 경우는 보지 못한 것 같은데, 어디든 일처리는 확실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구두청탁이라는 게 확실한 일처리가 아니죠. 술자리 같은 사적인 만남에 의해서만 가능하고 만나지 않으면 청탁을 못 받는 거잖아요. 안면을 익히고 서로의 인연이 좀 닿은 후에 작품이 궁금하니 청탁을 해보자 하는 건데 글쎄요, 예전에는 그런 얘기를 술자리에서 부드럽게 건네는 형태가 용인되어 왔다면, 이제는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문화를 좀 더 확산시켜야 할 것 같아요. 저희 출판사 같은 경우에는 작가를 사적으로 만난 자리에서는 청탁 얘기를 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청탁 얘기는 사무실에서 전화 후 메일의 순서로 하는 게 일종의 매뉴얼인 셈이죠.

 

김정은 : 저희 계간지는 편집주간이 따로 있지 않고 편집위원 체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모든 기획과 청탁은 편집위원 회의에서 논의를 통해 결정되고, 결정된 사항에 따라 청탁 절차가 진행됩니다. 한 명의 개인이 청탁 권한을 갖는다는 것이 불가능한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홍수 : 저도 문예지 편집 경험이 있는데, 편집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을 편집자들이 받아서 연락하는 구조지요. 어쨌든 메일이 보편화된 이후에는 지금 말씀하신 경우 말고는 거의 없는 것 같아요. 물론 예외가 있겠죠. 편집위원과 작가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구두로 직접 원고청탁을 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겠죠. 요즘은 그런 자리도 많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만. 그런데 혹 그런 구두청탁이 있었다 하더라도, 곧바로 실무적인 정식 청탁이 메일로 행해지는 게 정상이겠죠. 원고청탁 시스템은 합리적으로 정착이 되어 있지 않나 싶어요. 왜 저 사람한테는 청탁하고 이 사람한테는 청탁을 안 하느냐 하는 문제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일 거고요. 그다음에 원고료 문제입니다.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만.

 

유병록 : 일단 제 생각을 전제하면, 저는 회사에 다니고 있고 회사에서 월급을 받다 보니까 원고료 부분에 대해서 아주 예민하게는 생각을 못 하는 것 같아요. 더군다나 시는 원고료가 많지 않은 상황이어서, 노동의 수입이라는 생각은 잘 안 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주변분들과 얘기하다 보면 20년 전과 지금의 원고료가 거의 동일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특히 시는 3만 원부터 시작해서 제가 생각하기로는 아마 15만 원이 한 편당 가장 많이 주는 액수인 것 같고, 산문 같은 경우는 평균적으로 원고지 기준으로 매당 6천 원, 8천 원으로 공급되고 대략적인 상한선은 매당 1만 원이 아닐까 해요. 잡지를 운영하는 쪽에서는 원고료가 꽤 큰 지출이겠지만, 필자들의 생계에 큰 도움이 된다고 보기는 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른 한편으로는 예전에는 잡지에 작품을 발표하는 게 원고료 이외의 부수적인 효과가 나름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현재는 그런 효과들이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원고료에 좀 더 초점이 맞춰진 게 아닐까 싶어요.

 

정홍수 : 네, 서효인 선생님께서도 말씀해 주시겠어요?

 

서효인 : 네, 당연히 작가들의 기본적인 생계유지는 아주 중요한 문제죠. 저는 생계유지의 수단이 문예지 원고료가 아닌 책의 인세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문예지 원고료가 지금에서 두 배로 오른다고 하더라도 아마 생계유지에 본질적인 수단은 안 될 거예요. 작품 발표를 그렇게 많이 할 수도 없는 거고요. 인세는 책이 잘 되면 판매가 이뤄지면서, 그다음 책에도 영향을 주는 식으로 지속 가능한 생계유지 수단이 되잖아요. 그런데 작가들의 활동을 보면 책은 적게 내고 발표를 많이 하는 경우가 꽤 있어요. 그런데 그게 노동으로서의 글쓰기로 나아가는 데 방해 요소가 되는 것 같더라고요. 결국은 책으로 생계유지를 하는 게 좀 더 원천적인 해결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건 출판사로서도 책이 더 잘 팔릴 수 있게 노력을 해야 할 테고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일전에 원고료 액수를 조사해서 발표하셨잖아요. 조사와 동시에 이뤄져야 할 게 출판사가 문예지를 내서 어느 정도 이득을 보는지 혹은 손해가 나는지 하는 것입니다. 지방 문예지에서부터 메이저 출판사의 문예지까지 전부 다요. 민음사 같은 경우에는 《릿터》를 내면서 꽤 많은 손해를 봅니다. 다른 문예지도 규모를 떠나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해요. 이익을 보는 문예지는 없을 겁니다. 이렇게 돈이 생길 구멍이 없는 구조에서 원고료를 어떻게 올려 드릴까 고민이 돼요. 원고료가 올라야 한다는 대의명분에는 동의하지만 방법을 어떻게 찾아야 할까 싶어요. 그러니까, 원고료가 너무 적다, 원고료가 20년 전 그대로이다, 원고료를 올려 줘야 한다는 당위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부분인 거죠. 우수문예지지원사업의 지원금 1천 5백만 원, 1천 2백만 원으로는 한 호 고료를 대기에도 빠듯합니다. 일부 작가들의 말대로 ‘그럼 문예지를 안 내면 되지 않나요?’라고 얘기를 할 수 있는 부분인가, 그게 맞는 방향성인가에 대한 의문도 사실 있는 것이죠. 결국 저를 포함한 출판사가 책을 더 열심히 잘 팔아서 원고료를 많이 올려 드려야 하는 문제인데, 전체 시장이 그렇게 굴러가지 않는 부분에 아쉬움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유병록 : 불필요한 오해가 이 이야기에서 생겨나지 않을까 싶어서 조금만 더 보태서 말씀드리자면, 이전 좌담회에서도 ‘그렇게 힘들면 잡지를 만들지 마라.’라고 하는 얘기가 나왔잖아요. 그런 생각의 기저에는 출판사가 문학계 내에서 어떤 입지와 영향력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잡지를 활용하면서 왜 그것에 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느냐는 문제의식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출판사들이 계간지를 운영하는 데는 상업적인 목적이든 문학계 내에서의 영향력이든 그것을 유지하려는 의도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도로 운영을 하는데, 그에 합당한 원고료로 출판사가 생각하는 합당한 금액과 필자들이 생각하는 합당한 금액의 격차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 문제는 원래도 어렵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적절한 수준으로 해결하기가 더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출판사에서 더 많은 손해를 감수하면서 원고료를 높이는 건 이제 좀 어렵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고, 작가들 입장에서도 원고료를 올려 주지 않으면 청탁에 응하지 않겠다고 얘기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 어려운 상황에서 유지가 되겠지만, 제 개인적인 예상으로는 잡지의 시대는 저물어 가고 있기 때문에 잡지의 수가 현저히 줄어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이런 문제들도 사실 몇 년 남지 않은 잡지의 시대와 함께 그냥 없어지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정홍수 : 김정은 선생님도 의견 좀 주시죠.

 

김정은 : 네. 문예지를 운영하는 게 문학계에서 어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함인 부분도 인정하지만, 모든 문예지가 꼭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저희 계간지의 경우가 그 예외에 해당한다고 느끼고요. 저희는 계간지를 작가와 직접 연결될 수 있는 소통 창구로 생각하고, 그 과정에서 단행본 출간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는 역할로 기능하길 바라서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 문학 단행본 출간 수가 현저히 줄어들고, 문학 시장 자체도 경직되면서 단행본 판매에서 얻은 수익으로 문예지에 투자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문예지를 통한 수익이 전혀 발생하지 않고, 출판사에서 온전히 감당해야 할 부담으로 여겨지면서 작가들이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원고료를 책정한다는 것이 늘 어려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분명 문예지가 담당하고 있는 긍정적인 역할이 있고, 지금의 문예지들이 잘 유지되기 위해서는 서로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홍수 : 사실 기왕의 문예지 시스템이 현재와 같은 인터넷 중심의 매체 환경, 문학 수용 환경의 변화를 반영한 시스템은 아니잖아요. 독립 잡지 등 새로운 플랫폼들이 만들어지고, 작가들이 직접 독자들과 만나는 다양한 경로가 생겨나고 있죠. 유병록 선생님께서 현재의 문예지 시스템이 머지않아 사라질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 있겠죠. 또 그런 가운데 변화하는 환경 안에서 성공적인 변신을 이루며 살아남는 문예지도 있을 수 있을 테고요. 전체적으로 큰 과도기의 상황인데, 그래서 더욱 원고료 문제가 쉽게 답을 찾기 어려운 상황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까 문예지의 권력, 영향력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거기에 부정적인 함의도 있겠지만 어떤 문예지든 자신들이 생각하는 좋은 작품, 의미 있는 문학담론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 아닌가요. 그걸 뭐라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요. 김정은 선생님이 말씀하신 대로 단행본을 출판하는 입장에서는 문예지가 작가들을 만나는 중요한 창구가 되는 것도 사실이고요. 그런 것까지 문제 삼는다면 정말 문학 출판과 관련된 시스템 자체를 완전히 다시 구축해야 할 텐데, 가능한 일도 바람직한 일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앞선 좌담에서 ‘문예지가 지원을 받아야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적자라면 안 내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식의 말씀도 있었잖아요. 그런데 일정한 공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현재의 문예지 상황이나 조건을 그렇게 단순하게 정리할 수는 없는 거겠죠. 문학이 상품이면서도 일정하게는 공공재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모순은 좀 더 넓은 생각의 지평을 필요로 하는 문제 같기도 하고요. 다만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지원을 받는 경우, 그 지원금이 우선적으로 원고료 지급에 쓰일 수 있도록 절차나 과정을 더욱 투명하게 관리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증빙 자료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기는 합니다만. 또 그 지원의 문이 기존의 문예지에 국한되지 않고 독립 잡지나 여타의 새로운 플랫폼에도 좀 더 적극적으로 열릴 필요가 있겠고요.

 

서효인 : 가장 기초적인 문제는 원고료가 얼마인지 밝히지 않고 청탁을 한다거나 원고료를 아예 정기구독료로 대체해 달라는 요청을 하는 경우인 것 같아요. 그런 일은 근절을 하자고 강력하게 합의를 할 수 있겠습니다.

 

정홍수 : 근데 원고료를 명시하지 않고 청탁하는 경우가 있습니까? 그런 건 없지 않나요.

 

서효인 : 아주 없다고 장담할 수는 없겠죠. 자기의 경험을 말하는 작가도 있고요. 지금 여러 대답이 조심스러운 게, 앞선 좌담회에 참여했던 작가들이 ‘여기에 이런 일이 있었다, 이런 일이 문제다.’라고 얘기하는 걸 저희가 다 ‘아니다. 모두 오해다.’라고 얘기하는 게 될까 봐요. (웃음) 그게 걱정스럽기도 하네요. 우리나라에 문예지가 굉장히 많고 다종다양하여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을 것 같아요. 큰 출판사의 경우는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크든 작든 그렇게 하면 안 되고요. 하나 업무상 과실이 있었거나 잘 모르고 그랬거나 하는 문예지들도 있을 테니까요. 이참에 원고료를 무조건 명시해야 한다고 해두면 좋겠죠. 원고료 지급 날짜까지 명시하면 더 좋고요. 이게 또 회사의 현금 문제가 있어서, 명시를 하는 게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어서, 어려운 출판사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원고료를 정기구독으로 대체해 달라는 권유를 아예 하지 않는다는 정도는 강력하게 합의할 수 있겠습니다. 제 경우에도 신인 때 정기구독 요청은 무언의 압력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이 원고료 문제가 문예지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도 이제 데뷔한 지 15년 정도 된 것 같은데요. 그때 당시 패션잡지, 일간지, 유가 화보의 원고료도 지금까지 그다지 오르지 않았어요. 이게 활자 매체 전반의 문제인 것도 사실이에요. 그래서 원고료 문제와 문예지 문제를 등치시켜 보는 게 백 퍼센트 정답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정홍수 : 제가 받아 본 청탁서에는 원고료 지급 시기가 명기되어 있는 경우도 있고, 지급 시기가 늦어지면 바로 연락해 주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출판사들마다 사정이 있겠지만 작가들 입장에서는 원고료 문제로 전화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당장은 이 문제만이라도 분명하게 해결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원고료 지급 시기를 명기하고, 부득이 늦어지면 작가에게 양해를 구하는 절차를 밟는 것 말이죠. 나중에 얘기하겠지만, 단행본 출판의 인세 지급 시기 문제, 인세 지급의 투명성 문제가 또 작가들 입장에서 굉장히 불만스럽고 중요한 문제잖아요. 애초에 지급 시기와 금액을 적고 지급 관련한 내용을 투명하게 하는 방향으로 서로 노력하는 게 당연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유병록 : 소소한 것 하나만 이야기해도 될까요? 원고료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고, 계약과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고, 노동자성에 관한 문제이기도 한데요. 잡지에서 원고청탁을 할 때, 처음에 전화를 하고 수락을 해주면 메일을 보내고 그다음 원고를 받는 식으로 진행을 하잖아요. 그런데 처음에 전화를 할 때, 보통 원고료 얘기를 안 합니다. 처음에 전화로 ‘저희는 원고료가 매당 얼마입니다.’라고 말해 주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어요. 전화 통화에서 청탁을 수락하고 난 뒤에 메일로 청탁서가 오면 거기에는 대부분 원고료가 적혀 있죠. 그런데 편집자가 구두로 전화를 걸어 청탁할 때는 금액 얘기를 하지 않는 것이 일종의 관행인 것 같아요. 편집자가 작가한테 전화해서 ‘원고료가 얼마입니다.’라고 얘기하는 게 뭔가 조금 어색하고 낯선 일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책을 계약할 때도 작가가 원고를 보내오면 ‘저희가 출간하고 싶습니다, 한번 만나시죠.’라고 얘기하고, 직접 만나서 계약서를 보여드릴 때 금액 얘기를 하죠. 작가가 작품을 투고할 때도 회사 측에서는 ‘우리는 몇 퍼센트의 인세와 얼마의 선인세를 드립니다.’ 하는 것들을 전혀 노출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작가들이 작품을 보내오고요. 어느 출판사의 인세가 어느 정도이고 어떻게 진행되는지 대략적으로 알고 계시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명시적으로 노출하지는 않는 게 보통인 것 같아요. 작가분들도 그걸 문제 삼지 않는 부분도 있고요. 그게 사실 어떤 일을 할 때 본인이 노동자라는 인식이 있다면 금액을 얘기하지 않고서 그렇게 계약하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것 같아요. 문학계에서는 그게 워낙에 관행처럼 굳어진 일이고요. 지금에 와서 갑자기 ‘다음부터는 전화할 때 원고료를 분명하게 밝히자. 모두가 합의해서 그렇게 하자.’라고 한다면 할 수 있겠지만, 그게 상당히 어색한 일이라는 생각은 들어요.

 

정홍수 : 보통 전화로 청탁 수락을 할 때는 원고료 이야기까지는 잘 안 하게 되지요. 그런데 그 후 청탁서가 메일로 오면, 거기 적힌 원고료를 보고 작가 입장에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실제로는 그러기가 쉽지 않죠. 처음 전화상으로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네요.

 

서효인 : 저희의 경우에는 작가님께 전화로 원고료 액수를 되도록 얘기합니다. 어색했던 적은 없었어요.

 

정홍수 : 그렇군요. 얼마 전에 민음사에서 표4에 들어가는 원고와 관련하여 전화를 받았는데, 편집자가 원고료를 바로 이야기해 주더라고요.

 

서효인 : 내용, 분량, 마감일, 돈은 기본적으로 이야기하면 좋겠습니다. 그중 돈이 가장 중요할 수도 있어요.

 

유병록 : 시도 그렇게 하나요?

 

서효인 : 네, 시도 그렇게 해요. 실수가 아닌 이상 돈 얘기는 꼭 하는 걸로 되어 있어요.

 

정홍수 : 지금 민음사가 하고 있는 방식이 옳다는 생각이 드네요.

 

임애리 : 제가 한 말씀 드려도 될까요? 제가 와서 30분째 이야기를 안 하고 있었는데. (일동 웃음)

 

정홍수 : 네, 대화 주제가 좀 그렇게 됐습니다. (웃음)

 

임애리 : 지금 말씀하시는 얘기가 저도 말을 보탤 수 있는 얘기 같아서요. 법률적인 관점에서 보면 결국 이 논의는 유효한 계약이 성립됐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출판사의 정립인 것 같아요.

 

정홍수 : 전화로 청탁을 얘기했을 때 말씀인가요?

 

임애리 : 저는 전화로 원고료 금액을 얘기한 것과 금액을 얘기하지 않은 것은 중요한 법률적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 입장이거든요. 청탁이라는 것이 법적인 관점에서 보면 저작물 이용에 관한 계약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텐데, 이런 구두 계약이 불가능한 건 아니죠. 구두 계약도 계약으로서 유효하게 인정이 되는 경우가 있고요. 그래서 처음 출판사에서 전화가 와서 청탁에 승낙을 했다면, 작가에게는 원고 마감일까지 원고를 집필할 여유가 발생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약간의 오해가 빚어지는 것 같아요. 지난 좌담회에서도 작가들은 정확한 계약 조건에 대해 듣고 결정하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출판사에서 갑자기 전화가 와서는 진행이 어디까지 되었느냐고 묻는 경우가 있어 당황스러웠다고 말하는 내용을 본 적이 있어요. 그런 식으로 진행이 되는 경우도 더러 있는 것 같아요. 구두 계약도 계약이지만, 계약으로서 유효하게 성립하려면 결국에는 그 계약의 중요한 권리 의무에 관한 사항에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이 되어야 해요. 그래야 계약이라고 인정이 되는 건데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예를 들어 《창비어린이》에서는 처음에 전화를 했을 때 금액에 대해 말씀을 안 하셨고 민음사에서는 금액을 말씀하시고 승낙을 받았잖아요? 그렇다면 민음사 쪽에서는 구두청탁으로 법적인 계약이 성립될 가능성이 있지만, 창비는 그렇다고 보기가 좀 어려운 거죠. 그러니까, 금액에 대해서 작가는 적절한 저작물 이용 대가인지가 가장 중요한 부분일 텐데, 그 주된 권리 의무에 대해서 합치가 없었던 거라고 보는 거죠. 결국에는 금액을 말하지 않았다면 출판사의 의사 확인 정도만 있었을 뿐이고 구두로 전화한 단계에서는 계약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거죠.

 

정홍수 : 문예지에서 원고청탁 할 때, 처음에 전화로 ‘이런 원고를 좀 써주시겠습니까?’ 하고 묻고 답하는 과정이 있죠. 그리고 이후에 정식으로 청탁서가 메일로 오고, 거기에 대해 작가가 회신을 보내면 그때 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보는 게 맞는 것 아닙니까?

 

임애리 : 네, 맞습니다. 정홍수 대표님이 이해하신 대로 구두청탁이 아니라 문서로 청탁서가 가고 거기에 대해서 작가가 승낙하는 회신을 보냈으면 성립되는 겁니다.

 

정홍수 : 네. 그런데 문제는 작가들이 일단 전화로 알았다고 한 다음에 청탁서가 왔는데, 거기에 적힌 청탁 조건이 자신의 생각과 다른 경우겠죠. 전화로는 승낙했는데 메일을 받아 본 뒤에 다시 못 하겠다고 말하기가 어렵게 되는 상황은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요. 여기서 다시 앞의 이야기로 돌아가면, 전화로 청탁할 때부터 원고료 이야기를 하는 것이 옳은 것 같습니다.

 

임애리 : 그런 액수는 업계 비밀 아닌가요?

 

김정은 : 그렇진 않습니다.

 

서효인 : 저는 이런 경우도 있어요. 원고청탁 건으로 작가와 통화할 때 ‘이러이러한 원고인데 원고료가 얼마다.’ 했더니 그 작가가 ‘그 원고료로는 쓰기가 어렵다. 이러이러한 이유가 있다.’라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다음 호부터는 해당 꼭지의 원고료를 올렸어요. 저는 서운한 게 없었고, 도리어 실상을 알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이렇게 문화가 바뀌기도 하겠죠? 그러니까 작가도 전화로 승낙했다 하더라도 메일로 청탁서가 왔을 때 청탁서에 적혀 있는 원고료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얘기해 줘야 해요.

 

정홍수 : 근데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으니까 문제겠죠.

 

서효인 : 네, 아무래도 사람의 성향이 다 다르니까요. 처해진 환경도 다를 테고요.

 

유병록 : 근데 제가 더 고민하는 건 이를테면 이런 상황이에요. 예를 들어, 제가 전화로 시를 한 편 청탁받고 발표하겠다고 승낙을 하고 나서 원고청탁서를 받았을 때, 저는 원고료로 10만 원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원고료가 15만 원인 거예요. 그럼 제가 생각했던 액수보다 더 많은 거고 금액에 대해서는 불만이 있을 수가 없잖아요. 그런데 작가들 입장에서는 그런 상황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거죠. 전화를 했을 때 왜 자기한테 처음부터 원고료가 15만 원이라고 얘기를 안 하는지에 대해서요. 자기가 생각했던 금액보다 더 많이 주더라도 절차상 전화로 그 금액을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해서 불쾌해할 사람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왜 처음부터 원고료를 밝히지 않느냐고요.

 

정홍수 : 처음부터 원고료를 밝히고 가면 좋을 것 같은데요.

 

서효인 : 돈 얘기를 하지 않는 약간 이 엄숙하고 성리학적인 분위기랄까요. (웃음)

 

유병록 : 맞아요. 굳이 따지자면 그런 건데, 그런 게 약간 있어요.

 

정홍수 : 이제는 그런 거 없어도 될 것 같습니다.

 

김정은 : 제가 문학잡지 편집자로만 10년 정도 일했는데, 사실 사오 년 전만 해도 청탁 연락을 드리면서 원고료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게 작가님들한테 약간 실례처럼 여겨졌거든요. 뭔가 돈을 지불하고 글을 사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전화 통화로는 원고 내용과 마감일만 안내드리고, 원고료는 메일로 청탁서를 보낼 때 알려드리는 게 당연한 일처럼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삼 년 전부터 청탁 전화를 드리면 작가분들께서 직접 “원고료는 얼마인가요?” 하고 명확하게 물어 보시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확실히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때부터 청탁 전화를 드릴 때 꼭 원고료도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유병록 : 저도 앞으로 원고청탁을 할 때, 전화 통화에서 바로 원고료를 안내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일동 웃음)

 

정홍수 : 네, 다음으로 이야기해 볼 문제가 요즘에는 출판사들이 원고를 종이 잡지에만 싣지 않고 웹진에 싣기도 하죠. 이걸 복사전송권이라고 부르나요?

 

서효인 : 복제전송권이에요.

 

정홍수 : 그렇군요. 요즘 청탁서에는 원고를 그렇게 디지털 콘텐츠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같이 명기되어서 오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런데 기존 원고료에 그 추가 사용분이 정확히 반영되어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물론 큰 액수는 아니지만요. 이 점은 어떻게들 생각하세요.

 

서효인 : 한번 문의를 드려 보고 싶은데, 원고를 받기 전에 보내는 청탁서에 ‘전자책이나 웹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라고 적혀 있잖아요. 그런 내용을 보내고 난 뒤에 원고를 받아서 활용하는 거겠죠? 그런 경우에는 콘텐츠 사용료가 추가로 발생하는 건가요? 미리 얘기를 한 건데.

 

정홍수 : 전화상으로 그런 내용까지 얘기할 순 없을 거고, 아마 원고청탁서에 적혀 있을 거 아니에요.

 

서효인 : 그렇죠. 어쨌든 청탁서에 있다는 가정하에서요.

 

정홍수 : 그러니까 청탁서에 그런 내용이 있는 경우, 작가들이 그 항목만을 문제 삼아서 ‘저 이거 못 쓰겠습니다’ 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는 말이에요. 그렇다면 이거는 좀 불공정한 문제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거죠.

 

서효인 : 그거까지 출판사의 위계에 의한 압력으로 여길 수 있을까요? 그런 문구를 안 쓰고 마음대로 실으면 굉장히 큰 문제가 되겠지만요.

 

임애리 : 청탁서에 복제전송에 관한 부분이 명시가 되어 있고 웹사이트 활용이나 전자책 출판에 관한 부분이 명시가 되어 있으면, 청탁서에 제시된 대가에 그 이용에 대한 권리 이용 부분도 포함이 된 것으로 해석을 하는 게 맞죠. 그건 일차적으로 청탁서를 제대로 안 읽어서 그런 얘기가 나온 걸 수도 있고, 아니면 알고서도 어쩔 수 없이 다른 선택지가 없으니까 승낙했다고 생각하는 작가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일단 법적으로는 청탁서에 명시가 되어 있고 대가를 지불했다면 복제전송권을 이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정홍수 : 그러니까 작가들 입장에서 본다면 그건 자유 복제의 이용 권한이 하나 더 생긴 건데, 그 부분에 대한 원고료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임애리 : 그러니까 지난 좌담회에서 나왔던 주된 문제 제기는, 청탁서에 그런 문구가 없었거나 사전에 알지 못했는데 추가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나중에 복제전송에 관한 부분을 어물쩍 얘기만 하고 그냥 사용하려는 그런 시도들이 있어서, 그게 문제가 됐던 것 같아요.

 

정홍수 : 자음과모음도 청탁서에 그런 문구를 표시하죠?

 

김정은 : 네, 저희도 표시를 해요. 디지털 콘텐츠로 활용할 경우 단행본과 동일한 비율로 저자와 이익 배분을 하겠다는 내용으로 청탁서가 나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문예지를 전자책으로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매 호 실리는 많은 작가분들과 일일이 이익 배분을 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서효인 : 저희도 청탁서에 쓰긴 쓰는데, 실제로 웹 공간에 만들지 못했어요. 투자비가 너무 많이 들고 투자비용 대비 효율이 안 나올 것 같아서요.

 

임애리 : 저는 예술인 상담을 주로 합니다만, 특히 젊은 작가분들에게는 조금 더 민감한 부분인 것 같아요. 전자출판 시장이 확 커지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고 일반적으로 종이 출판에 비해서 전자출판이 유통 마진이 더 높다고 알려져 있어서, 인세나 이런 걸 약정할 때 전자출판의 분배 비율이 종이 출판보다 더 높다는 인식이 있어요. 그런데 출판사에서 종이 출판하고 뭉뚱그려서 한 번에 그냥 약정을 하는 일에 대해서 문제가 없냐는 문의도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정홍수 : 단행본 전자책과 관련된 이야기는 나중에 또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서효인 : 이야기가 자꾸 고료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가는데요. 문예지의 문제가 그것만은 아닌 듯합니다. 저작권은 돈 이전에 작가의 존재 자체이기도 할 테니까요. 이전 좌담 내용을 보니까 종이 문예지 시대가 가고 전부 웹으로 이동할 거라는 인식도 많이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웹에 대한 저작권 문제를 더 예민하게 생각하시겠죠? 그런데 한 7, 8년 되었을까요? 문학 출판사나 인터넷 서점에서 다들 웹진을 운영한 적이 있어요. 그때 웹진이 굉장히 많았고 장편 연재도 막 쏟아지던 시기여서 단행본이 많이 나왔죠. 그런데 나중에 몇 년 지나지 않아서 전부 다 없어졌거든요.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그때 당시에는 웹에서 무언가를 유료로 본다는 개념 자체가 성립이 안 됐고, 지금도 딱히 아주 많이 좋아진 것 같진 않아요. 지금 문학동네에서 운영하는 《주간 문학동네》도 무료잖아요. 종이 잡지에서 웹으로 문예지 시장이 완전히 변할 거고, 저도 아까 문예지가 없어질 수도 있다고 그랬지만, 제 개인적 판단으로는 문예지가 웹진으로 변하는 속도보다 문예지 자체가 없어지는 게 확률적으로 더 높을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부분에서도 출판사와 작가들의 인식이 좀 다른 것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유병록 : 논의가 약간 겹쳐서 조금 혼동이 되는 것 같은데, 이전 좌담에서 이야기됐던 건 이런 문제인 것 같아요. 잡지에 발표된 작품이 이를테면 학술정보원 같은 곳에 논문의 형태 등으로 등재가 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럼 그게 인용되거나 활용되면서 출판사에 수익이 들어오는데, 그걸 작가들이 전혀 동의하지 않고 모르는 상태에서 등록이 되어 있다는 거죠. 작품명이나 자기 이름을 검색해 보면 자기 작품이 논문의 형태로 등록이 되어 있는 거예요. 그런 게 문제가 되는 거죠. 전자책은 전혀 다른 문제인 것 같고요. 저희는 저희 작품을 전부 그렇게 등록을 하거든요? 그리고 당연히 청탁서에 그런 내용이 들어가 있고요. 그런데 그걸 거절하는 분이 종종 있어요. 선생님이 작가 입장에서는 거절하기가 어렵다고 말씀하셨지만요. 그런데 시를 한 편 발표할 때 10만 원의 원고료가 있다고 하면 그런 등재까지 포함된 금액이 10만 원이에요. 그렇다면 ‘나는 등재를 하지 않겠어.’라고 했을 때 10만 원에서 만 원이라도 금액을 깎느냐면 그러지는 않습니다. 거절한다고 하더라도 똑같이 10만 원이 나갑니다. 이 부분에 관한 문제는 왜 그렇게 등재해서 벌어들인 수익을 자기에게도 주지 않느냐고 작가분들께서 따지는 그런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그 수익이란 게 아주 적어서 저희가 커피 한 잔 사 먹기도 어려울 정도로 미미한 금액인 게 분명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그 부분은 금액보다는 그렇게 등재되는 일을 작가 본인들에게 고지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인 것 같아요.

 

임애리 : 그렇다면 구체적인 이용 목적을 계약서에 명시하면 해결될 문제 같아요.

 

정홍수 : 지금은 많이들 청탁서에 명시를 하고 있지요.

 

유병록 : 그게 아직 일반화되지는 않은 상황이어서요.

 

임애리 : 아니, 예를 들어서 아까 민음사 같은 곳에서 ‘전자책으로 출간될 수도 있습니다.’라고 하는 것처럼 명시하면 되지 않을까요?

 

유병록 : 그건 또 다른 문제인 것 같아요. 그때 말하는 전자책은 잡지를 통째로 전자책으로 만들어서 판매하는 거니까요.

 

정홍수 : 그건 완전히 다른 문제죠.

 

유병록 : 네, 전혀 다른 문제예요. 작품을 웹에 등재하는 경우는 그냥 그 잡지에 발표된 작품을 하나하나 쪼개서 다 이용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어서요.

 

정홍수 : 문예지는 검색이 가능하잖아요. ‘DBpia’ 사이트에 들어가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으니까요.

 

유병록 : 네, 그렇게 한 편 한 편을 살 수 있으니까요.

 

서효인 : 아마 그런 게 아닐까요? 국가에서 문예지에 지원을 해주는 것도 마찬가지이고, 국가 혹은 이 출판문화계에서는 문예지를 비롯해서 문예지에 발표된 작품들을 공공의 것으로 인식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공공의 것으로 발표가 되었으니 이것을 국가에서 운영하는 논문 등재 기관에 등재하고, 그것을 학생들의 교육이나 학술 용도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끔 하는 거죠. 이건 좀 큰 차원의 논의가 필요할 것 같은데, 결론적으로는 편집자가 일을 더 해야 하는 것밖에 답이 안 나오는 거죠. 돈은 얼마 되지 않지만, 그 수익이 3천 원이든 3백 원이든 작가 선생님께 ‘이러이러한 경로로 수익이 발생했습니다.’라고 공유를 다 해드려야 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실제로 그렇게 하기가 쉽지는 않죠.

 

유병록 : 그 수익이 실제로 진짜 적은 금액이거든요.

 

정홍수 : 사실은 그런 면에서 작가들도 그것이 정확히 고지가 된 상태라면 그 액수 때문에 불만을 갖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전자책 말고 개별 작품이 등재되는 경우에요.

 

임애리 : 논문 등재한 것 가지고 누가 수익을 더 달라고 하지는 않겠죠.

 

 

2차 좌담에 덧붙여 – 문학상과 공모전의 구분

 

정홍수 : 네, 이 문제는 이 정도로 하고요. 2차 좌담에서 많이 이야기되었던 문학상 문제로 넘어가 볼까 합니다. 사실 이번 좌담을 촉발한 사안이 이상문학상 관련 문제인데, 수상 작품집에 실리는 작품들의 저작권을 3년 동안 그렇게 묶어 둔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2000년인가요,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수록 작가들이 연대해서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었지요. 상금 외에 정당한 양도 계약 없이 수상 작품집을 판매하는 데 대해 제동을 건 거지요. 그때 법원에서 작가들 손을 들어준 걸로 알고 있고, 그래서 저는 그 정도 선에서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알고 있었어요. 소설가 김금희 씨의 문제제기가 없었다면 계속 모르고 넘어갔을 이상한 저작권 양도 조항이 그렇게 존재하는 줄은 몰랐습니다. 그런데 출판계의 상식으로 볼 때 수상 작품집에 실리는 작품들의 저작권을 3년간 제한한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것 아닌가요?

 

서효인 : 들어 보지 못했습니다. 이번 사태로 알았어요.

 

정홍수 : 그러니까 말이 안 되는 상황이 오랫동안 이런 식으로 진행되어 왔던 거네요. 문학사상사도 문제를 제기하는 작가에게는 그 조항을 강요하지 않았다고 하는 걸 보면, 조항의 문제점을 알고 있었다는 거고요. 그런데 제가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거는 수상 작품을 소설집의 표제작으로 쓰는 문제인데요. 그러니까, 대상을 수상했을 때의 경우입니다. 비슷한 방식으로 수상 작품집을 내는 현대문학상도 해당될 수 있는 문제겠네요. 대상 수상작의 경우 단행본 표제작으로 쓰는 걸 제한하는 문제는 출판사의 입장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갑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같은 제목의 책 두 권이 동시에 서점에 놓이는 상황이 올 수도 있으니까요. 이 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유병록 : 저도 이 문제가 불거지고 나서 방금 말씀하셨던 그런 부분이 고민되더라고요. 그런데 우리가 만약에 관행이라는 말을 쓸 수 있다면, 사실은 여기에 써야 한다고 저는 생각해요. 수상작에 대해서, 이를테면 뭐 소설집의 문제겠죠.

 

정홍수 : 네, 소설집의 경우죠.

 

유병록 : 이상문학상을 받은 대상 수상작의 제목을 단행본의 제목으로 쓰지 못하게 한다는 내용으로 이상문학상을 운영하는 측에서 계약서를 작성한다면, 이거는 어쨌든 작가의 권한을 침범하는 일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계약서를 그렇게 쓰지 않는 게 올바른 거라고 생각해요. 다만 대상 수상작이 수상 작품집으로 발표됐기 때문에, 그 작가의 소설집을 출간하는 출판사 쪽에서는 보통 일고여덟 편씩 작품이 들어간다고 하면 다른 작품에서 제목을 찾는 게 서로 양해될 수 있는 지점이고요. 그런 양해가 그동안에는 많은 곳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계약서의 내용이 없다고 하더라도요. 이를테면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을 다른 출판사에서 자사 단행본의 제목으로 쓰지 않고, 현대문학상이나 다른 문학상을 받은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쓰지 않는 게 관행적으로 이뤄졌다고 생각하고요. 그게 저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걸 계약에 넣고 명문화하는 게 과연 좋은 일인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정홍수 : 서효인 선생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서효인 : 이상문학상 수상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라면 출판사 편집자가 단행본을 낼 때 그 작품을 책 제목으로 쓰고 싶은 생각이 있을 수도 있고, 작가도 쓰고 싶어 할 수도 있겠죠. 그런 경우는 어떻게 하겠는가, 이상문학상을 운영하는 측에서 쓰지 말라고 할 권리가 지금까지 있었다는 건데, 이해가 안 됩니다. 저는 관행까지는 모르겠고 제목을 쓰든 안 쓰든 작가와 배타적 발행권을 가진 출판사에게 모든 권한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럼 문학사상사나 문학상을 운영하는 출판사 측은 대체 무얼 가졌고 무슨 권리를 가져야 하냐면, 비배타적 발행권이겠죠. 수상 작품에 한정된 비배타적 발행권을 가진 출판사에서 배타적 발행권을 가진 출판사나 저작권 자체를 가진 작가한테 ‘이 제목을 쓰시오. 쓰지 마시오.’라고 얘기하는 것 자체가 합리적이지 않죠.

 

정홍수 : 지금 문학동네에서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 나오고 있잖아요. 그래서 제가 그곳 편집자한테 어떻게 하고 있냐고 물어봤더니, 수록 작품들에 대해 저작권 관련한 어떤 제한도 작가한테 요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소설집을 묶을 때 표제작으로 쓰든지 그 작품을 다른 앤솔로지에 수록하든지 하는 문제에 대해서요. 사실 그게 당연하고 맞는 거죠. 그런데 임애리 선생님, 문학사상사 측에서 작가한테 그런 계약서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권력 관계에 의한 계약이 되는 건가요? 작가는 상을 받는 입장에서 까다롭게 문제제기를 하기 어려우니까요.

 

 

임애리 : 이게 결국 그 약정 내용의 문제와 절차상의 문제 두 가지가 다 논의가 되어야 한다고 보는데, 일단 큰 문제인 이상문학상의 약정과 관련한 분쟁에서 절차적인 부분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봐요. 이상문학상이 제가 알기로는 어떤 공모전처럼 모집 요강 같은 걸 공개하고 모집을 받는 게 아니라, 그해에 발표된 작품 중에서 추천을 받아서 대상과 우수상을 선정한다고 알고 있어요. 그다음에 그 작가들하고 개별적으로 접촉해서 저작권에 관한 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이런 조건을 제시했다고 알고 있고요. 그리고 대상 수상 상금이 3천만 원이 넘는 걸로 아는데, 예를 들어 대상 수상작이라고 할 경우에는 이상문학상이라는 영예와 3천만 원 수령을 거부하고 그 계약을 할지 말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을지의 문제이겠죠. 그런 관점에서 보면 결국 상대방과 그 내용을 논의하고 결정할 수 있는 자유가 충분히 주어졌다고 보이지 않는 거예요. 만약에 그 사람의 수상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수상작을 영구적으로 표제작으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그런 내용이 외부에 공지되었던 바가 전혀 없고 작가가 그 계약서 내용을 보고서야 알았다면, 그 계약은 사실 불공정한 계약일 가능성이 매우 큰 거죠. 절차적인 이유로 보면요. 그러니까, 수상작을 표제작으로 영구히 쓰지 못하게 하는 부분은 출판사의 이해관계로도 이해가 되고 기존에 성립된 관행으로도 이해가 되는데, 거기에 대해서 작가가 자유롭게 합의하기만 한다면 저도 얼마든지 가능한 계약이라고 생각합니다. 뭐 그 외에도 다른 쟁점들이 있지만 표제작 문제만 놓고 보면 그렇습니다. 그런데 결국엔 이게 지금처럼, 진행 절차 중에 대상 수상 작가가 수상을 거부하는 정도의 어떤 용기와 배짱, 그리고 그분이 가지고 있는 신념 이런 것들이 아니었다면 사실은 밝혀지기가 어려웠을 것 같아요.

 

정홍수 : 우수상이었죠.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임애리 : 아, 우수상인가요? 우수상 수상을 거부한 작가의 경우에도 결단을 내린 거겠죠. 대부분의 작가들은 사실 그렇게 선택할 수 있는 입장이 못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작가들이 지금 이상문학상 수상 거부 운동에 공감하고 동참을 많이 했던 이유가 그런 부분이었던 것이고요. 결국은 내가 계약 내용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지의 문제인 것 같아요. 계약 내용도 내용이지만, 거기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아요.

 

정홍수 : 김정은 선생님께서는 보태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김정은 : 충분히 많이 나온 것 같아요. (웃음)

 

정홍수 : 지난번 좌담에서 이즈음의 젊은 작가들의 경우 단행본 출간을 전제로 하는 공모제 문학상에서 상금을 선인세로 대체하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불공정하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는 거죠. 상금은 상금이고, 인세와는 별도여야 한다는 거겠죠. 그런데 이런 형식의 문학상에서 상금을 선인세로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될 만한 거라고 보는데, 어떻게들 생각하세요.

 

김정은 : 네, 일단은 용어 사용을 명확하게 해야 오해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현재 운영 중인 많은 문학상들이 ‘공모전’에 가깝거든요. 공모전은 투고작들 중 가장 우수한 작품을 뽑아서 단행본으로 출간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입니다. 그런데 ‘무슨 공모전’보다는 ‘무슨 문학상’이라고 하는 것이 조금 더 권위가 있어 보이니까 공모전보다 문학상이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선인세를 상금이라고 칭하게 되었고요. 저희도 신인문학상과 경장편소설상을 운영 중인데 이번에 ‘상금’이라는 말을 없애고 대신 ‘선인세’라고 명시하였습니다. ‘공모전’과 ‘상’이라는 개념도 명확하게 구분되어야 한다고 판단해, 경장편소설상이라는 명칭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논의 중에 있습니다.

 

정홍수 : 단행본 출간과 무관하게 운영되는 문학상들도 꽤 있잖아요?

 

서효인 : ‘오늘의 작가상’은 이미 출판되어서 시중에 나와 있는 책의 작가한테 창작지원금을 주는 형태로 몇 년 전에 바뀌었습니다.

 

정홍수 : 그러니까 장편을 공모해서 수상작을 단행본으로 출간하는 경우를 말하는 건데요. 지금 김정은 선생님이 말씀하신 대로 그걸 상금이라고 하기보다는 아예 선인세라고 명시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서효인 : 근데 어렵네요. 아까는 자신 있게 이야기했는데, 난처하게도 김수영문학상에는 시를 투고할 수 있도록 열어 놓고, 당선작의 경우에 선인세를 지급하거든요. (일동 웃음)

 

정홍수 : 그 상도 선인세 개념인가요?

 

서효인 : 네, 선인세 개념이고 공모제와 상의 성격이 섞여 있어요. 이름을 ‘김수영 문학 공모’라고 하기는 어렵잖아요. 상은 상인데 상금을 수상 시집의 선인세로 천만 원을 드리죠. 돈 얘기해서 너무 죄송스러운데, 저도 2011년엔가 그 상을 탔습니다.

 

유병록 : 천만 원 받으셨잖아요.

 

서효인 : 천만 원 받았죠. 너무 감사하게도요. 그런데 민음사 서고에 가보니까 제 책이 쌓여 있더라고요. 안 팔려서요. (웃음) 그 책이 3쇄를 찍지 못했고, 아마 3천 부 안 되게 판매된 걸로 알고 있어요. 3천 부 정도 판매되면 받을 수 있는 인세는 2백만 원이 좀 넘겠죠? 그러면 나머지 8백만 원은 그냥 드리는 거고, 그 이상으로 인세가 발생할 확률이 매우 적어요. 선인세가 상금을 뛰어넘는 경우는 열 명 중에 한 명꼴일까요? 김수영문학상이 공모제로 바뀐 이후로 선인세가 상금 액수를 넘었던 경우는 황인찬 시인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사실상 출판사에서는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데, 선인세란 이름으로 상금을 드리는 것이고 손해를 최소한으로 막는 장치 정도였던 것 같아요. 서로 눈 가리고 아웅인데, 저는 이게 걱정이 되더라고요. 이렇게 운영되는 상들이 몇 개 있어요. 만약에 이게 논란이 커져서 운영 주체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온다면, 그건 그대로 상의 운영 여부를 결정해야겠죠. 의사 결정권자에게 ‘수상자에게 상금 천만 원을 주고 인세도 따로 또 주시죠. 아니면 이 상 운영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라고 얘기할 때, 어떻게 결정될 것인지 걱정스러운 거예요. ‘그럼 이 상 운영하지 않을래.’라고 할 수도 있거든요. 최근에 없어진 상들도 꽤 많고요.

 

정홍수 : 단행본으로 출간하는 장편 문학상이 꽤 있지만, 실제로 상금을 상회할 정도로 판매되는 경우는 거의 없죠. 말씀하셨던 것처럼 아주 드물게 열 번에 한 번 정도 될까요?

 

서효인 : 그것도 안 될 가능성이 더 크죠.

 

정홍수 :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인 <새의 선물>, 한겨레문학상 초창기의 <홍합>이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생각나는데 오히려 이런 경우가 예외적이죠. 실제로 요즘의 문학 출판 시장에서는 수상작이라는 게 큰 메리트가 되는 것 같지도 않아요.

 

서효인 : ‘이게 맞다, 이게 맞으니까 작가들이 감내해라.’라는 얘기는 아니에요. 저희도 그냥 상금을 드리게 되면 너무 좋겠죠. 우리가 책을 못 팔고 있다는 건 출판인으로서 좀 부끄러운 얘기예요. 그래도 난처함을 토로하자면, 상금을 선인세로 드려도 투자라는 이름의 마이너스가 남아요. 이걸 바꾸려면 이런 상황을 전환할 다른 방법이 필요한데 아직 못 찾았어요. 제 의견은 이 정도로 정리가 되어야 할 것 같아요.

 

정홍수 : 장편 공모상의 경우 2차 저작권 문제도 생각해 볼 만한 것 같습니다. 여기서는 주로 영화 판권과 관련된 걸 텐데요, 어떤 문학상은 공모 요강에 2차 저작권을 10년간 주최 측에 귀속시킨다고 되어 있더라고요. 그런데 응모하는 이들 중 그런 조항이 마음에 걸리니까 투고를 하지 않겠다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그런데 응모하는 순간 주최 측의 조항에 동의한 것이 되어버리는 거죠. 장편소설상을 수상한 뒤 책의 판매도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인데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작가와 갈등을 빚은 사례가 있었죠. 상당한 액수의 영화 판권료에 대해 작가가 아무런 권리를 행사할 수가 없게 된 거죠. 이건 혹시 불공정 계약에 해당할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2차 저작권을 그렇게 10년간 귀속시키는 건 조금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창비장편소설상의 경우, 물어보니까 그런 조항 자체가 아예 없더라고요. 나중에 2차 저작권과 관련한 사안이 생기면 2차 저작권은 기본적으로 작가에게 귀속되니까 출판사는 계약을 대행하거나 도와주는 정도의, 통상의 출판 관행으로 이 문제를 처리하고 있는 거죠.

 

임애리 : 영상 관련 분야의 계약은 7년, 10년씩 기간을 두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제작하는 데 기간이 오래 걸리니까요.

 

정홍수 : 네, 여기서 기간 문제는 그런 측면도 있겠네요.

 

임애리 : 네, 근데 공모전 계약하고 그 수상 작품에 대한 저작권 이용 계약은 구분이 되어야 하는 게 원래는 맞고요.

 

정홍수 : 그러면 공모전에 응모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 계약이 성립되는 건 아니라는 말씀인가요? 별도로 다시 계약을 해야 한다는 건가요?

 

임애리 : 네, 그런데 공모전 모집 요강 같은 경우에는 약관이라고 들어 보셨는지 모르겠는데, 이 약관에 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커요. 약관은 규제에 관한 법률이라고 해서 약관의 내용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경우에는 무효로 본다는 조항을 두고 있어요. 그 법률이 적용되는 경우들은 불공정한 개별 조항들이 무효가 될 가능성이 크고 공정위의 제재를 받기도 합니다. 그런데 공모전 계약은 수상작들과의 개별 교섭을 거쳐서 맺는 저작물 이용 계약과는 다르게, 모집 요강을 출판사나 주최 측이 일방적으로 만들고 그걸 그냥 계약 내용으로 적용하는 거라서 응모자들에게 개별적인 교섭 권한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약관에 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큰 거예요. 그렇게 되면 사실은 거기에 있는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을 10년간 귀속한다는 그런 조항들은 무효가 될 가능성이 크죠.

 

유병록 : 그러니까 계약 단계에서 그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조정할 수 있다는 말씀으로 이해하면 되는 거죠?

 

임애리 : 네, 근데 사실 문학예술계에서 수상 작가들이 저작물 이용 계약을 할 때 출판사가 제시한 조건에 대해 얼마나 자유롭게 교섭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거는 경우마다 다를 거라는 생각이 들고, 만약 교섭 가능성 없이 강요한다는 정황을 입증할 수만 있다면 그 조항을 무효로 만들 수 있겠죠. 수상작 계약 단계에서요. 결국에는 출판사가 조건을 제시하되 그 조건은 우선 협상권 같은 개념인 거예요. 그런데 출판사가 제시하는 조건을 작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수상을 취소한다고 하는 경우가 매우 많거든요. 그럼 그게 공정하다고 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네요.

 

정홍수 : 이제 공모전 주최 측에서 2차 저작권을 무리하게 가져가는 관행은 시정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렇게 하는 게 옳은 거고요. 2차 저작권에 대해서는 별도로 협의하고 계약하는 과정을 갖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다음에 많이 나왔던 문제가 문학상 심사 과정의 투명성, 그리고 심사위원의 제한된 인력풀에 관한 거예요. 이 문제에 대해서도 많이들 지켜보셨을 테니까 한마디씩 해주시죠.

 

서효인 : 저부터 할까요? (웃음) 심사위원 인력풀이 협소한 건 사실인 것 같아요. 여러 지원사업의 심사도 마찬가지이고요. 특히 남성 문인이 많았고, 성별 안배도 잘 안 됐고요. 또 젊은 독자들이 한국 문학을 많이 접하잖아요? 나이가 들면 독자층에서 이탈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근데 기성세대가 심사위원을 주로 맡는 경향이 있어서, 지금 독자들의 수요와 그러한 심사의 결과가 상응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종종 들기도 했어요. 분명히 고쳐져야 할 지점들이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심사 과정과 결과에 대한 의심을 갖기 시작한다면 이 생태계가 유지되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제가 알기로는 심사 과정이 불공정하거나 어떤 검은 손이 개입해서 상을 받지 않아야 할 사람이 상을 받거나 하는 경우는 없었던 것 같아요. 심사위원이라고 해봐야 인공지능이 아니라 취향에 의한 합의잖아요. 그렇게 합의된 작품이 어떤 취향에서는 맘에 들지 않을 수도 있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 심사는 잘못되었다.’라고 얘기하면 우리가 불문율로 서로에게 갖고 있는 신뢰가 파헤쳐지는 일이 되기 때문에 심사 과정에 대한 그런 이야기는 좀 섣부를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정홍수 : 최근에는 심사 과정에서 회피 제도를 도입하는 곳도 있더라고요. 가령 대산대학문학상 같은 경우 공모 대상이 대학생들이고 심사위원이 문예창작과의 교수일 가능성도 많이 있으니까요. 제자의 작품이 올라왔을 때는 심사에서 빠지는 절차를 도입한 것으로 알아요. 사실 기본적으로는 방금 서효인 선생님이 이야기하신 대로 서로의 양식을 믿어 왔던 거고요. 취향의 문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요. 바깥에서는 쉽게 특정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문학상이면 으레 출판사의 입김이 들어가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데 적어도 제 경험으로는 그렇지 않고, 전적으로 심사위원들의 판단에 따른다고 봅니다. 장강명 씨가 문학상을 취재해서 쓴 책에서도 심사 과정의 공정성은 믿어도 좋다는 이야기가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전체적으로 서로의 양식을 믿으면서 심사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봅니다. 다만 심사 회피 제도 같은 방식으로 조금씩 더 투명해지는 것은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번 좌담 녹취록을 보니까 문학상 예심을 별도의 예심위원단을 꾸리지 않고 설문조사 방식의 추천제로 운영하는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던데, 그런 부분도 시정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 정도면 대체로 지난번 두 차례의 좌담에서 나왔던 문제들을 짚어 본 것 같습니다. 이어서 오늘의 주제인 작품집 계약, 출판 과정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은데, 잠깐 쉬었다 할까요?

 

서효인 : 네.

 

 

〈휴회〉

 

 

 


작품집 발간 계약서 : 2차 저작권과 복제전송권


 

정홍수 : 그럼 이제 작품집 발간 계약 등 구체적인 출간 과정에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 계약 과정이 기본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 작가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걸 우리가 앞에 있었던 두 번의 좌담에서 확인할 수가 있었고요. 그렇다면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계약서 자체에 작가들에게 불리하고 공정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조항이 있는가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계약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작가들이 느끼는 불만이랄까 문제점은 무언가 하는 겁니다. 김정은 선생님께서 먼저 말씀해 주실까요? 출판 계약에 사용하는 계약서 내용 중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이 있나요?

 

김정은 : 저희는 표준계약서를 활용하고 있고요. 그리고 출판 계약을 할 때 작가님께 계약서에 명시된 조항들을 일일이 설명해 드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계약서의 어떤 조항 하나가 크게 문제가 된다기보다는 여러 개의 조항이 뭉뚱그려져 있거나, 세부 내용은 ‘작가와 협의해서 결정함’이라고 되어 있기도 합니다. 출판편집권, 2차 저작권, 전자책, 해외 출판에 관한 많은 내용들이 하나의 계약서에 담기다 보니 각 조항과 관련된 세부 사항들이 자세히 명시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책을 많이 출간한 분들은 그런 조항들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데, 책을 처음 출간하는 신인 작가분들 경우에는 자세히 설명해 드려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실 때가 많습니다. 계약서에 나와 있는 각 조항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않으면, 혹시 내가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는 게 아닐까, 혹시 불공정한 계약을 하는 게 아닐까, 하고 많이 불안하실 수 있거든요.

 

정홍수 : 아무래도 제일 어려운 게2차 저작권 문제겠죠. 그런데 전자책과 2차 저작권은 별도의 사항 아닌가요?

 

김정은 : 네, 다르죠.

 

정홍수 : 어쨌든 이 두 항목이 작가들한테는 충분히 이해가 안 되면서 투명하지 않다거나 출판사에 끌려간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2차 저작권은 기본적으로 작가한테 귀속되는 거잖아요. 보통은 계약 단계 때 2차 저작권과 관련해서 가령 영화 판권을 계약한다든지 해외 출판권을 계약한다든지 하는 일을 출판사에 위임할 수 있다고 계약서에 쓰지 않습니까. 제가 본 표준계약서는 ‘2차 저작권과 관련한 계약 과정을 출판사에 위임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거든요. 작가가 에이전시를 갖고 있는 경우라면 에이전시를 통해서 계약하면 되겠죠. 그런데 그런 경우는 많지 않죠. 대개 2차 저작권 의뢰는 출판사를 통해서 들어오고, 그런 경우에 작가가 위임을 해주면 출판사가 계약을 대행하는 입장이 되는 거고요. 그리고 그 위임에 대한 대가를 어느 정도 받을 건가 하는 문제는 또 별도의 계약 사항이죠. 지난번 좌담 녹취록에서 2차 저작권 계약이 9대 1로, 출판사가 9가 되는 경우가 있었다고 했는데, 이건 뭔가 말이 잘못 전달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있을 수가 없는 조건이죠. 통상 출판사 몫이 30퍼센트 선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걸 최초 계약 때 모두 명시하느냐, 2차 저작권 문제가 생겼을 때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그때그때 처리하느냐 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 것 같습니다만.

 

서효인 : 저희 같은 경우에는 미리 다 정해 놓는 편이에요.

 

정홍수 : 어느 정도 선까지 정하나요?

 

서효인 : 네, 자세한 사항까지도요. 그런데 이런 자사의 계약서 내용을 밝히기 전에 총괄적인 고민을 말씀드리자면, 모든 계약서는 갑과 을로 이뤄져 있잖아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제시하는 표준계약서를 계속 보고 있는데, 표준계약서는 표준계약서대로 해야 하겠지만 어디까지나 일종의 참고자료예요. 계약 내용은 경우마다 계속 바뀔 수밖에 없고, 갑과 을이 명시가 되어 있어도 실질적인 갑과 을도 계속 바뀌어요. 매우 유명한 작가와 출판사가 계약을 하면 출판사가 약자가 되는 거고, 신인 작가와 출판사가 계약을 하게 되면 출판사가 강자가 될 수밖에 없겠죠. 그렇기 때문에 모든 계약을 통합하면서도 오류가 전혀 없는 아주 이상적인 계약서는 사실상 불가능해요. 출판사는 도움을 주는 분들이 많잖아요? 직원들도 있고 자문 변호사도 있고 하니까요. 그러니까 작가님들은 이제까지 한 대로 계약서에 그냥 사인하지 마시고, 계약서를 꼼꼼하게 읽어 보고 여쭤 볼 건 여쭤 보고 해야 할 것 같아요. 출판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전부 막 출판사의 이익에 혈안이 되어서 작가를 잡아먹으려고 하지 않거든요. (일동 웃음) 물어보고 조정할 건 조정하면 될 텐데, 그런 담백함이 너무 많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표준계약서로 계약서를 통일하자는 이런 얘기보다는 작가가 계약서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와 문화를 만들자, 이게 더 답에 가까울 것 같아요. 민음사의 2차 저작권에 한해서 말씀드리자면, 저희는 출판권 및 배타적발행권이라고 해서 하나로 쓰고 있는데 거기에 복제전송권까지 항목으로 포함을 시켜요. 그러고 나서 그 2차 저작권에 대해 ‘국내 2차 저작권의 대리 중계를 허가합니다.’ 하는 문장 옆에 네모 빈칸을 두고, 그 아래 ‘해외 번역 저작권의 대리 중계를 허용합니다.’ 하는 문장 옆에 또 네모 빈칸을 두고 허가 여부를 V자로 체크할 수가 있어요. 그래서 작가가 ‘2차 저작권 대리 중계권을 허락하지 않는다.’에 체크하면 저희는 그냥 그 권리를 가지지 않는 형태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에 허가를 하면 분배 비율을 7대 3으로 하려고 해요. 8대 2를 요구하는 분들도 있고, 9대 1을 요구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희는 그 이상이나 이하를 요구하지 않고 그냥 기본값을 7대 3으로 해서 설명을 하고 사인을 받죠. 여기에 대해 작가들이 자기 작품인데 분배가 왜 7대 3이냐고 한다면, 여기서는 여러 가지 논쟁의 장이 있을 것 같아요. 편집자가 아이디어를 줘서 그 소설이 더 좋아졌을 수도 있고, 또 어떤 경우에는 그 출판사 아니면 그 소설이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고, 그 소설에 대해 출판사가 여러 가지로 행한 일이 있잖아요. 그 부분에 대한 권한을 어느 정도 인정할 거냐는 문제인데, 저희는 그걸 최소한 30퍼센트의 수수료를 받는, 대리중개권을 보상으로 보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판사에 맡기지 않는다고 하면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거고요. 그리고 출판사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작가가 ‘2차 저작권에 대해 출판사와 계약하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얘기하면 저희 입장에서도 ‘아, 그렇다면 저희는 그 소설을 출간하지 않아도 됩니다.’라고 할 수도 있는 거예요. 이건 계약상에 발생하는 서로의 거부 권한이에요. 이 부분에 대해 출판사는 너무 크고 신인 작가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 시작하면 논리가 성립이 안 되는 거죠. 서로가 거절할 수 있고 서로가 협의할 수도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하는데, 아직은 그런 게 안 되어 있다고 작가들이 느끼고 있고요. 출판사도 대리 중개권의 명목으로 30퍼센트를 출판사에 주더라도 돈이 아깝지 않을 만큼의 역량을 갖추어야겠죠. 작품의 영화화나 드라마화를 위한 여러 가지 작업, 작품을 소개하고 협의하고 또 해외에 작품을 알리는 작업을 작가가 체감할 수 있도록 출판사도 역량을 키워야 해요. 작가가 이 30퍼센트에 대해서 부당하다고 느끼는 데는 민음사를 포함해서 지금 한국의 문학 출판사 대부분이 그 역량이 현저하게 약하기 때문이겠죠. 그런 점에서 저희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병록 : 네, 저희 회사의 얘기를 말씀드리자면, 대략 비슷한데 크게 둘로 나뉘는 것 같아요. 하나는 해당 작품이 재사용되는 곳이 도서일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도서가 아닐 경우예요. 도서일 경우에는 민음사와 비슷하게 분배해요. 특히나 어린이책 같은 경우에는 교과서나 자습서, 학습서에 인용되는 경우가 많고 해외에 번역되는 경우도 왕왕 있는데, 이런 것들은 다 도서 형태로 발간되기 때문에 역시 비슷하죠. 그리고 도서가 아닌 연극, 영화, 방송 등으로 활용되는 경우에는 그 건마다 다시 협의해서 진행하자는 식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화가 되는 경우는 사실 거의 없고, 어린이책에 그림 같은 것들이 많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그런 이미지를 활용하는 경우에는 금액이 크지 않고, 대부분 작가한테 드리고 있어요. 작가분들이 문제를 제기한 부분들을 생각해 보면 그런 의구심도 조금 있는 것 같아요. 인세가 왜 10퍼센트인가 하는 의문도 좀 있고, 말씀하셨던 대로 30퍼센트의 수수료에 대해서도 자료만 제공하는 데 30퍼센트나 중개 수수료를 떼어간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이를테면 책이 외국에 번역되어 나간다고 하면 저희가 그 책을 소개하기 위해서 에이전시를 통해 국제도서전에 가고 부스를 마련해서 책을 홍보하고, 이런 일들로 많은 비용을 쓰게 돼요.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앉아서 수수료를 먹는다고 보는 건 오해가 있는 것 같고요. 또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건, 제가 출판사에서 일하는 입장이니까 좌담 내용을 보는 분들이 어떻게 볼지 모르겠지만, 계약에 대해 문제가 있으면 그냥 담당 편집자한테 이야기해 주시면 돼요. 이야기하면 담당 편집자는 계약 조건을 수정해야 하니까 좀 번거롭긴 하죠. 그냥 사인해 주는 게 제일 편하긴 하지만, 작가가 무언가를 요구하면 그걸 내부에서 논의하고 가능한 방법을 찾고 하는 게 일반적인 업무 프로세스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그러니까 너무 강압적으로 계약을 진행한다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자기가 거부할 수 있는 건 그냥 거부해도 대단한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일단 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정홍수 : 2차 저작권에서 출판사의 몫이 단순히 계약 대행의 대가만이 아니라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투여된 편집 전반의 노력, 그리고 출간 이후 홍보 과정 등을 통해 2차 저작권을 가능하게 한 노력의 대가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 작가들에게 충분히 전달되고 이해되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앞선 좌담에서 작가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알기 위한 오리엔테이션 자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지금 말씀드린 이런 점은 편집자 입장에서는 작가들의 이해를 적극적으로 얻고 싶은 부분이기도 합니다. 2차 저작권 관련해서 더 보탤 말씀이 없나요?

 

김정은 : 네, 조금 더 보태서 말씀을 드리면 저희 출판사의 경우에는 스토리성이 강한 작품들이 많아서 영화 판권 계약의 빈도수가 높은 편입니다. 영화 제작사에서 저희 쪽으로 먼저 연락해 오는 경우도 있지만, 저희가 영상화에 적합한 작품들을 제작사에 먼저 소개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한 영상화가 결정된 뒤에도 여러 번의 미팅을 통해 원작 사용료라든가 계약 기간, 작업 진행 등을 조율하는 일종의 에이전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콘텐츠에 있어 원작자의 권한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작가와 출판사의 배분 비율을 7대 3으로 정하고 있는데, 작가분들께서 그 30퍼센트를 단순히 중개 수수료라고 생각하신다면 조금 억울한 부분도 있습니다. ‘왜 아무 일도 하지 않았으면서 30퍼센트나 가져가나’라고 생각하시면요. 예전에 비해서 문학 출판에서도 드라마나 영화, 웹툰화가 하나의 중요한 사업이 되었고, 그러한 경우 종이책의 판매가 상승하는 시너지 효과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출판사 내에서도 2차 저작권을 활용한 마케팅이 중요시되고 있습니다. 물론 출판사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요.

 

서효인 : 여쭤 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예전에는 두루뭉술하게 출판권이라고 해서 완성된 책에 대해 편집 출판을 했던 출판사의 권리라는 식으로 30퍼센트를 책정한 거잖아요. 대리 중개라고 하는 건 사실 그 출판권을 작가의 입장을 들어주자는 취지에서 최근에 대리 중개권, 위임권이라고 용어를 바꾸어서 쓰고 있는 것이고요. 아직까지도 이걸 출판권이라고 지칭하는 출판사도 있더라고요.

 

임애리 :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요?

 

서효인 : 네, 그래서 이 출판권이라는 게 가능한 개념인 건지 궁금해요. 책을 내기까지의 출판사의 노력과 편집자의 공력 같은 게 그 저작권의 일부로 몇 퍼센트가 들어갈 수 있는 건지, 혹은 아예 불가능한 건지요.

 

임애리 : 출판권은 출판사에게 설정해 주는 권리라서 저작권의 일부인 2차적 저작물 작성권과는 개념적으로 다르고요. 출판사에게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주거나 대리 위임을 하는 이유는 작가들이 창작에 전념해야 하니까, 유통이나 2차 사업화에 강점이 있는 출판사에게 그 권한을 위임하는 거죠. 그래서 그런 건 얼마든지 가능해요. 제가 2차 저작물 작성권에 관련한 논의를 들으면서 생각했던 것은, 이게 단순히 배분 비율의 문제이거나 권한을 줄 것인지 주지 않을 것인지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은 이제 특약을 한 경우가 아니면 양도할 수 없도록 2009년에 저작권법이 개정되면서 바뀌었고요. 그래서 표준계약서에서도 보통 부속합의서를 붙여서 2차 저작물 사업화에 대한 계약을 하게 되어 있어요. 예술인분들이 이걸 어떻게 해야 하냐고 상담하러 오시면 저는 몇 가지 포인트를 말씀드리는데, 그게 단순히 수익 분배 조건의 문제는 아니에요. 예를 들어, 대리 중개로 할 것인지, 이용 허락이나 양도의 형식으로 2차 저작물 작성권을 줄 것인지 하는 문제들이에요. 굳이 양도할 필요는 없죠. 예술인 입장에서 제가 자문을 드리자면, 그런 것부터 일단 결정을 해야 해요. 그다음에 사업화를 허락하는 분야가 있어요. 지금 표준계약서를 그냥 이대로 가져가서 비율만 정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하면 법률가 입장에서 볼 때 출판사에게 상당히 많은 권한을 주는 거거든요. 예술인은 이거를 하나하나 따져 봐야 해요. 해외 번역이나 영화화, 연극화, 캐릭터 굿즈 등등 다양한 사업 분야가 있잖아요. 이 중에 일부만 허락할 수도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거기에 대해서 자문을 하죠. 그리고 허락하는 권리에서도, 예를 들어 전시권 같은 건 필요가 없는데 그런 권리까지 다 넘겨버리는 경우가 있거든요. 권리도 꼼꼼하게 건별로 따져 보시라고 해요. 또 사업화되기 전에 저작자와 합의해야 하는 의무에 관한 조항도 있고, 해외 판권인 경우에는 국가나 지역을 포괄적으로 하지 않고 국가와 지역, 기간을 기본 계약과는 별개로 정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이런 옵션을 하나도 모르세요. 그러니까 저는 분배 비율에 관한 것도 중요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더 자세한 논의들이 이뤄져서 출판사와 작가 모두 그런 부분들을 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출판 분야의 표준계약서는 사실 그 부분이 좀 미약하죠. 다른 분야의 표준계약서들 중에서, 특히 영화와 관련한 표준계약서를 보면 2차 저작물 작성권에 대한 규정이 상당히 자세하게 나와 있거든요. 저는 다양한 예술 분야를 상담하기 때문에 여러 계약서를 보는데, 그래서 저는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출판사가 작가에게 이런 옵션들이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어떻게 하실 건지 자유롭게 얘기하는 식으로 계약을 진행한다면 불공정성 문제는 특별히 발생하지 않을 거라고 봐요. 2차 저작물 작성권에 관한 계약이 좀 어려운 계약이기 때문에 논란이 많은 것 같아요. 애초에 이게 법률가 도움 없이는 완전하게 합의하기가 어려운 계약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정홍수 :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백희나 씨의 경우는 어떻게 된 거죠?

 

서효인 : 2차 저작권을 포함한 하나의 계약서에 사인을 해버린 거로 보이던데요.

 

정홍수 : 그렇군요.

 

서효인 : 특약이라고 하면 계약이 따로 존재해야 하는 거잖아요. 아직까지도 계약서 한 장 안에 뭉뚱그려서 그런 사항들이 문장으로 해결되어 있는 계약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임애리 : 그런데 특약이라는 건 반드시 별도의 계약서에 사인을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고, 이런 표준계약서처럼 계약서 조항을 수정해서 그 안에 2차 저작물 작성권도 대리 중개권을 위임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으면 되는 거예요.

 

서효인 : 그러면 그 대리 중개권을 어떻게 위임할 것인지 협의해야 하는 거군요.

 

임애리 : 그렇죠. 그건 당사자들이 얼마나 자세하게 규정하느냐에 달려 있어요.

 

 

유병록 : 제가 생각할 때는, 아까 말미에 출판사 입장에서 자사의 책을 외국이나 영화사에 소개한다고 하셨는데, 그렇게 책을 소개하는 출판사의 역량이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에요. 콘텐츠를 만들고 있기는 하지만 그 콘텐츠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사실 능력이 많이 떨어져요. 이런 2차 콘텐츠의 성공 사례들이 많이 생겨나면 저런 법적 조항들도 빨리 만들어질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너무 예외적으로 몇 개의 사례들만 성공을 하는 거예요. 2000년대만 봐도 성공적으로 많은 수익을 냈던 작품들을 꼽으면 열 손가락 안에 다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예외적인 성공 사례만 산발적으로 발생하다 보니까 출판사들도 그 작가들도 ‘내 책이 뭐 그렇게까지 성공하겠어?’라고 생각하는데, 정말 그렇게 성공하게 되어버리는 거죠. 백희나 작가도 아마 처음에는 그 책이 이렇게 많은 파급력을 가져올 작품이라고는 예상치 못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많은 신인 작가들도 그렇게 생각할 거고요. 출판사들 입장에서도 무수히 많은 책을 내는데 그 책들의 성공 사례가 곳곳에서 터지는 게 아니라, 정말 몇 년에 하나꼴로 터지는 거죠. 그렇다 보니까 이런 부분에 대해서 좀 미온적이고 수동적으로 뒤늦게 적응해 나가는 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

 

임애리 : 저는 안타까운 게 저도 문학을 전공했지만, 문학이라는 게 사실 모든 콘텐츠의 원점이 될 수 있는 것 같거든요. 상상력과 펜과 종이만 있으면 쓸 수 있는 거라서 자본도 필요 없고요. 그러니까 사실 2차 사업화하기가 가장 좋은 영역이에요. 최근에 2차 사업화가 많이 되고 있는 웹소설이나 웹툰의 스토리 같은 것도 사실은 이쪽 문학에서 분파되어 나가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고요. 저는 문학 작가들이 상담하러 오시면 본인 작품의 잠재력을 스스로 높이 평가하시라고 말씀드려요. 출판사도 2차 상업화에 대해서 유통하는 콘텐츠에 좀 더 자부심을 갖고 임하실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저는 문학이 굉장히 잠재성이 있고 2차 상업화가 활발히 이뤄질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법률적인 이야기는 아닙니다. (웃음)

 

유병록 : 한 가지 일화를 말씀드리면, 저희가 올해에 새로운 동화 시리즈를 하나 냈는데, 그 동화를 홍보하기 위해서 뮤직비디오를 촬영했습니다. 그래서 그 동화 속 그림에 나오는 캐릭터의 인형을 만들고, 안무하는 분을 섭외해서 춤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고, 가수를 섭외해서 그 동화로 창작한 노래를 요청했습니다. 이런 분들을 섭외해서 그 계약서를 처리하는 게 진짜 힘들더라고요. 너무 복잡한 거예요. 그러니까, 작품의 저작권은 동화작가한테 가고, 노래의 작사 부분은 동화를 쓴 분과 노래를 부른 분이 함께 갖고, 작곡에 관한 부분은 작곡한 분이 갖고, 안무의 저작권은 안무한 분이 갖고, 출판사는 이렇게 해서 만든 뮤직비디오를 홍보용으로 활용할 수 있고요. 저희는 그 뮤직비디오를 만들어서 홍보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권한만 있는 거예요. 일 처리가 너무 복잡한 거예요.

 

임애리 : 공연 기획자들이 하는 일이네요. (일동 웃음)

 

유병록 : 결국 그냥 안 했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담당자였는데 정말 복잡하더라고요. 그거 하나 만드는 게 너무 힘들어서 뮤직비디오가 다 만들어져서 나올 때에야 그 계약서를 맺었어요. 계약과 관련해서 자문 받고 조항을 수정하고 하나하나 바꾸느라고요. 그런데 이렇게 한번 해놓으면 다음에 할 때는 이 매뉴얼을 기본으로 해서 따라할 수 있거든요. 이 다음에는 이런 사업 자체를 적극적으로 해야 계약 조항도 잘 따라올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효인 : 출판사 사장님들이 이 좌담을 읽을지 안 읽을지 모르겠지만, 출판사를 보면 보통 마케팅부, 편집부, 제작부, 관리부 이렇게 나뉘어 있는데 여기에 저작권부라는 부서가 하나 추가되어야 하는 상황인 거예요.

 

임애리 : 저작권 부서가 없어요? 충격이네요.

 

서효인 : 저희 저작권부는 해외 수출입을 주로 관리해요. 국내의 2차 저작권을 관리하는 건 한국 문학팀 편집자가 하는데, 공부하면서 관리하는 실정이죠. 공부가 쉽나요 어디? (웃음) 저희 회사가 규모가 큰데도 이 정도니까 다른 곳도 보통은 이런 식이겠죠? 아니면 아예 없거나. 그래서 편집부와 동등한 규모의 저작권부를 마련해서 이 30퍼센트에 대한 값어치를 할 수 있도록 부가가치를 만들어야 해요. 충분히 가능해요. 지금 OTT(Over the top) 서비스도 나오고 시장이 커지고 있는데, 출판사는 너무 방어적이고 소극적이에요. 아까 말씀하신 대로 작가는 글만 쓰게 해주고 출판사가 에이전시 역할과 2차 저작물에 대한 판매자 역할을 충실히 해줘야 하는데, 지금 한국 출판사는 그런 역량이 부족하죠.

 

유병록 : 말씀을 보태서, 그래서 최근에 어린이문학 쪽에서는 그걸 묶어서 관리할 수 있는 에이전시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어요. 이미 여럿 생겼어요. 왜냐하면 어린이문학이 성인문학하고는 다른 게, 성인문학의 2차 상업화는 영화화가 된다거나 외국에 번역 출판이 된다거나 하는 규모가 큰 것들이죠. 그런데 어린이문학은 교과서에 작품이 수록되면 20, 30개 출판사의 학습서에 들어가는 거예요. 무단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아요. 그런 무단 사용을 전수조사해서 사용료 및 위약금을 받는 에이전시들이 생겨나고 있어요. 2차적 사용에 관해서 무단 사용에 대응해 주는 거죠. 그런 식으로 운영하는 에이전시들이 많이 생겨나서 어린이문학 쪽은 에이전시와 2차적 사용에 관한 문제들이 엄청나게 많이 이야기되고 있어요.

 

서효인 : 출판사가 있어도 에이전시가 그 몫을 다 가져가는 거죠? 계속 이런 식이라면 출판사는 2차 저작권에 대한 대리 중개권을 가져가지 않고, 대신 에이전시가 다 가져가게 될 것 같아요.

 

정홍수 : 그렇게 하면 작가들도 에이전시와만 계약하려 할 거고요.

 

서효인 : 그렇죠. 솔직히 말하면 제가 작가들과 계약을 맺고 작업을 진행할 때, 저작권 에이전시가 있는 작가가 더 반가울 때가 있어요. 저는 회사에서 월급을 받고 일하는 입장이니까, 작가에게 에이전시가 있으면 제 업무가 확 줄어드는 거예요. 그리고 에이전시는 일을 잘하잖아요. 저는 공부하고 있는데. (웃음) 그런 장점도 있고요.

 

임애리 : 출판사의 노고가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작가분들이 상담하러 오실 때 계약에 대해서는 출판사가 책임지고 작업해 줘야 하고 자신은 검토만 하고 사인만 하면 된다는 수동적인 자세를 가진 분들이 되게 많아요. 저는 그런 식으로 임하면 출판사가 당신을 사업 파트너로 대우하지 않을 것이라고, 그 부분은 작가의 책임도 크다고 얘기를 해요. 어쨌든 작가 개인에 비해서는 출판사가 법률 검토를 받거나 내부에 법무 역량을 갖출 수 있기는 하지만요. 그러니까 지금 작가들이 저작권이나 불공정 문제에 대한 해결을 출판사 쪽에 요구하는 거고, 반대로 출판사는 양 당사자가 같이 해결해 나가지 않고 출판사한테만 그 책임을 지우는지 억울하거나 답답한 부분도 충분히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상담하다 보면 그런 문제점이 느껴지더라고요. 작가분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계약 조건을 제시하려는 생각 자체가 아예 없는 경우가 많아서요. ‘제가 그렇게 해도 되나요?’ 하고 묻는 분들도 있고, ‘출판사가 계약서를 제시하지 않는데 제가 직접 만들어 가야 하나요?’ 이런 질문을 하는 분들도 있고요. 그래서 에이전시가 중간에 끼어 있는 경우에는 오히려 업무가 편하다고 하신 말씀이 어떤 말씀인지 알 것 같아요.

 

서효인 : 네, 에이전시는 요구 조건도 정확하고요. (웃음)

 

정홍수 : 제가 지난 좌담회의 녹취록을 보면서 느꼈던 거는, 이게 구체적인 계약 조항의 문제이기보다는 계약 과정을 두고서 출판사와 작가 사이에 존재하는 공기, 분위기, 문화의 문제인 것 같아요. 그걸 작가들이 기울어져 있다고 느끼는 게 문제고요. 그와 관련해서 녹취록에 언급된 예로, 식사 자리에서 계약서를 제시하니까 충분히 검토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실제로 계약서를 검토할 시간을 드리지 않나요? 사전에 메일로 보내든가 해서요.

 

유병록 : 저희는 보통 만나서 계약을 진행해요. 작가님이 어떤 원고를 보내주면 이걸 책으로 만들어 보자고 답을 드리고, 그럼 한번 만나서 얘기를 나누자고 해요. 그렇게 해서 만나게 될 때 저희 회사 내부의 표준 양식 계약서를 가지고 설명을 해드립니다. 그리고 며칠 살펴보시라고 그대로 전달해 드려요. 그럼 제가 며칠 뒤에 전화를 드리겠다고 하고, 혹시라도 뭔가 수정하거나 보충할 부분이 있으면 말씀해 주시라고 하고 며칠 뒤에 전화를 다시 드립니다. 그래서 수정할 부분이 있는지 여쭤 본 뒤에 없다고 하면 회사 내부의 결제라인을 거쳐서 계약서를 2부로 만들어서 보내드리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홍수 : 지금 말씀을 들으니 창비의 경우는 분명한 매뉴얼이 있는 것 같은데 그렇지 못한 경우도 분명 있을 것 같습니다. 여하튼 계약 과정이 공정하게 진행된다는 느낌을 작가들이 가질 수 있도록 편집자와 출판사가 좀 더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자음과모음은 어떤 식으로 계약을 진행하고 있나요?

 

김정은 : 제가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방식은, 계약에 관한 얘기가 어느 정도 진전되면 계약서 초안을 먼저 메일로 보내드리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직접 만나서 계약서 내용을 논의하다 보면 의견 조율이나 내용 수정 등의 이야기를 꺼내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초안을 보내드리고 협의해야 할 사항이나, 이해가 되지 않는 조항 또는 수정되어야 할 내용들을 미리 조율한 뒤 직접 만나서 계약을 하거나, 우편을 통해 전달해 드리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작가분들도 완성된 계약서라고 하면 경직하는데, 초안이라고 하면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말씀하시거든요. 초안 단계를 거치는 게 상호간의 오해나 불만을 해소시키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정홍수 : 지금 계속 얘기를 듣다 보니까, 지난번 두 차례 좌담회가 있었던 나라하고 이쪽 나라가 서로 다른 나라 같아요. (일동 웃음)

 

서효인 : 좌담회에 나와서 내가 다니는 출판사가 부당한 계약을 강요하고, 갑질을 한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죠. (웃음) 제가 그렇다는 건 아니고요. 그리고 요즘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이후로는 이런 업무들을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게 기본이잖아요? 저는 거의 모든 걸 메일과 우편을 통해서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인세 지급의 투명성


 

정홍수 : 네, 무엇보다 작가 입장에서 계약에 대해 충분히 검토할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직 작가들의 체감지수는 좀 낮은 것 같습니다만, 전반적으로 나은 방향으로 정착이 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다음에 계약과 관련해서 이야기가 많이 나왔던 게 인세 지급의 투명성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인세 공유 시스템 이야기도 나왔던 것 같고요. 다산북스가 만들었다고 했나요? 대개 2쇄, 3쇄로 중쇄할 때의 인세 지급이 문제죠.

 

유병록 : 다들 분기별로 하시나요? 분기별로 정산하세요?

 

서효인 : 저희는 1년에 두 번 합니다.

 

유병록 : 자음과모음은 어떻게 하나요?

 

김정은 : 1년에 두 번 공지하고 있긴 한데, 사실 그게 정확하게 이루어지는 데는 조금 어려움이 있어요. 어떤 분은 그 기간 사이에 인세가 발생하는 반면에 또 어떤 분은 인세가 전혀 발생하지 않기도 하니까요. 사실은 정확하게 공지해 드려야 하는데, 편집자가 직접 하는 게 아니다 보니까 업무적으로 많이 누락되기도 해요.

 

서효인 : 관리부에서 하죠.

 

유병록 : 아, 그러면 6개월 동안 10만 부가 팔리면 6개월 후에 10만 부에 해당하는 인세를 드리는 거예요?

 

서효인 : 아니죠. 통상적인 기준은 있지만 특수한 경우에는 특수한 방법을 찾아야겠죠.

 

유병록 : 아니, 물론 과장법으로 말씀드린 거예요.

 

서효인 : 그런 케이스는 너무 특별하기 때문에 엑셀 파일에 별 표시를 쳐놓죠.

 

유병록 : 만약 그렇게 되면 결국 쇄별로 인세가 나가겠죠?

 

서효인 : 그럴 수도 있겠죠.

 

유병록 : 그러니까, 보통은 6개월 내에 쇄를 두 번이나 세 번 찍게 된다면 그걸 묶어서 그냥 6개월마다 드리는 거군요. 저희는 이 부분에서 조금 다르게 약간 수직적이에요. 저희는 책 1쇄가 나오면 1쇄 인세를 드리고, 2쇄부터는 다 팔리면 인세를 드리고 있어요.

 

정홍수 : 분기별로 나누어 하는 게 아니고요?

 

유병록 : 보통의 경우에는 쇄별로 나갑니다.

 

서효인 : 그러면 3쇄를 찍게 되면 2쇄 인세가 나가고, 4쇄를 찍어야 3쇄 인세가 나가는 식이군요.

 

정홍수 : 창비만 그렇게 하나요?

 

서효인 : 많이들 그런 것으로 압니다.

 

유병록 : 이를테면 1년에 쇄를 12번 찍으면 인세도 12번을 드리는 식으로 하는 거예요. 한두 번 정도는 묶어서 드릴 수 있고요. 그래서 쇄를 많이 찍는 분은 인세가 계속 나가는 거예요.

 

서효인 : 혹시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시스템이 있나요?

 

유병록 : ERP 시스템이 있죠. 그런데도 그래요.

 

정홍수 : 분기별로 하는 게 어려운 점이 있죠.

 

유병록 : 판매부수를 계속 확인하는 게 편집부에서 어려움이 있지만 작가분들의 그런 문제제기도 있고 해서 이제 요청을 하고 있어요. 이거를 변호하자면, 저희가 절판된 책이 거의 없거든요? 그래서 책의 종수가 무척 많은데, 그 책들이 한 분기에 두 권, 1년에 다섯 권 이렇게 나가는 거예요. 이렇게 판매되는 걸 전부 확인할 수가 없어요.

 

서효인 : 우리는 그거를 하고 있어요.

 

유병록 : 민음사도 책 많잖아요.

 

서효인 : 그래서 인세 보고를 하는데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책이 1권 팔려서 인세가 1,200원 발생했습니다.’ 이렇게 메일을 보내요. 관리부가 고생하죠. 전자책 같은 경우는 150원이 나오기도 하고, 저도 민음사 책이 있는데 인세로 800원을 받기도 해요. 그렇지만 이렇게 해야 하겠죠?

 

유병록 : 보고하려면 금액이 있어야 하잖아요. 2년, 3년이 지났을 때 인세가 5만 원, 10만 원으로 넘어가면 그건 지급을 해드려야죠. 그런데 1, 2천 원씩 나오는 걸 분기별로 낼 수가 없는 거예요. 저희는 책이 나오면 책의 인쇄본을 작가분께 우편과 이메일로 같이 보내드리거든요. 그렇게 보내드리는데 ‘인세로 1,200원이 나왔습니다.’라고는 보낼 수가 없는 거예요. 어떻게 보면 그게 맞을 수도 있겠죠. 근데 그렇게 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워요.

 

정홍수 : 다산북스에서 도입한 인세 공유 시스템은 인세 발생 내역을 작가와 출판사가 같이 공유하자는 취지겠죠? 작가가 언제든지 자기 책을 얼마만큼 더 찍었고 얼마만큼 팔리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말이죠.

 

 

서효인 : 제가 다산북스에도 책이 있네요. (웃음) 다산북스는 전부터 투명하게 운영해 왔어요. 그 투명성에 자신감이 있으니까 그런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 같아요. 다산북스는 예전부터 분기별로 가령 판매 40부, 반품 13부, 그러면 27부의 돈이 들어왔다는 식으로 메일을 보내줬는데, 그런 메일 시스템을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서 프로그램의 아이디를 작가한테까지 배포한 거죠. 그래서 작가가 언제든지 들어가서 볼 수 있게 하는 거고요. 사실 그 프로그램이 어렵지는 않을 거예요. 어지간한 출판사는 그 물류 프로그램에 아이디가 있잖아요. 작가용으로 ID를 새로 개발해서 작가가 자기 책에 대한 판매나 반품 상황을 볼 수 있게끔 만든 거죠. 좋은 것 같아요. 그런데 다산북스는 해마다 베스트셀러를 내는 출판사이고 규모가 꽤 큰 출판사잖아요. 작은 곳에서 그게 가능할까요? 작가분들의 사정이 다 다르듯이 출판사들의 사정도 다 다르단 말이죠. 그래서 어떤 게 맞다고 강제할 수는 없어요. 국회에서 입법해서 법으로 정해 주면 거기에 따르겠지만, 출판사는 다 사기업이니까 그전에는 강제할 수단이 없잖아요. 그래서 어떤 출판사는 1년에 한 번씩 인세를 주고, 어떤 출판사는 6개월에 한 번씩 주고, 어떤 출판사는 그냥 판매하는 대로 주는 거겠죠. 이런 것도 계약서에 당연히 쓰여 있을 거고요. 뭐가 더 좋은 방법이냐고 논의할 수는 있겠지만 강제할 수는 없다는 거죠. 그리고 두 번째로는, 작가가 ‘나 인세 잘 못 받는 거 같다. 내 책이 시중에 얼마나 팔렸는지 모른다.’라고 하는 문제는 특정 작가와 출판사 사이의 문제가 아닌, 출판 시장 구조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출판사 제작부장님도 자사 책이 정확히 얼마나 나갔는지 모르잖아요. 위탁 판매이기 때문예요. 그래서 어려움이 더 있죠. 도서유통망이 완전히 투명화가 되어서 음반이나 영화처럼 판매량이 정확하게 집계가 된다면 이런 얘기를 할 필요도 없고 인세 보고도 더 정확할 수밖에 없겠죠. 인세에 대해서는 좀 더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유병록 : 맞아요. 출고량만 확인할 수 있지 판매량은 확인이 안 돼요.

 

정홍수 : 그렇습니다. 현재 출판 시장의 문제와도 얽혀 있는 측면이 있어서요. 투명성이라는 대원칙에는 누구나 동의할 테지만, 어떤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투명한 방식인지 말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떤 방식을 일률적으로 강제하기도 어렵고요.

 

임애리 : 제가 수익 분배 계약을 하는 예술인분들께는 일단 이거 굉장히 어려운 계약이라고 먼저 말씀을 드려요. 체크하셔야 하는 포인트로는 수익 분배의 기준이 정확히 잡혀 있는지, 예를 들어 순이익의 몇 퍼센트라고 하면 거기에서 어떤 명목으로 빠지는지, 그 부분에 대한 공지 항목이 명시가 되어 있는지, 그 내용을 모른다면 정산 내역서 등을 통해서 그 내용을 알 수 있는지. 이런 것들을 확인하시라고 하고 증빙 자료 청구권을 반드시 넣으시라고는 해요. 그런데 저는 사실은 이게 그렇게 효용성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게, 결국에는 증빙 자료를 보여주라고 청구해도 출판사에서 원장부를 보여주는 경우는 많지 않잖아요. 아까 다산북스처럼 프로그램 아이디를 통해서 자료를 제한적으로 열람할 수 있게 해주는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에요. 증빙 자료로 뭘 요구를 해야 하는지 그것 자체가 약간 문제이고, 출판사에서 보여주는 자료를 작가가 믿는지 안 믿는지는 또 다른 문제고요. 그래서 결국에 작가분께서 정확한 자료를 원하실 경우에는 소송을 하셔야 하는데, 소송하셔도 전부 아실 수 없을 수도 있다고 말씀을 드려요. 왜냐하면 전국에 책이 어떻게 유통되고 있고 그 판매 부수가 총 얼마인지를 작가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으니까요. 그래서 수익 분배 계약이 굉장히 어려운 계약이고 출판사와의 신뢰 관계가 확실히 있는 상태에서 하시는 게 좋다고 말씀드리는데, 이거는 구조적인 문제가 큰 것 같아요. 그리고 프로그램 같은 것도 서효인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어느 출판사에서나 다 도입해서 쓸 수 있는 게 아니고요. 작가에게 정산 내역서를 얼마나 성실하게 공개하고 증빙 자료를 요구할 때 얼마나 잘 응대하는지의 문제인 것 같아요. 어쨌든, 계약서에는 증빙 자료 청구권에 관한 내용을 반드시 넣으시라고 말씀드려요. 출판 분야의 표준계약서에도 그게 들어가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김정은 : 그런데 인세 공유 시스템이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은 작가들마다 계약 조건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일일이 설정을 해줘야 해요. 특히 저희처럼 일반 단행본뿐만 아니라 청소년 학습 시리즈나 전집 같은 것을 많이 보유하고 있을 때는요. 또 구간이 많을 때는 시스템을 구축하기까지 작업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저희도 1년 전부터 이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준비 중인데, 정보를 입력하고 오류를 바로잡는 일이 그리 만만한 작업은 아니더라고요. 이렇게 좋은 시스템을 다른 곳에서는 왜 쓰지 않지? 라고 단순하게 접근하지는 말아 주셨으면 해요.

 

서효인 : 개발된 이후에도 관리 유지가 상당히 어려워요. 전산에 입력하는 작업도 책이 많을수록 어렵고요. 지금 갑자기 출판사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자리가 됐는데, (일동 웃음) 작가분들이 충분히 토로하셨으니까 저희도 토로해 본다면, 결론은 편집자가 야근하면서 꼼꼼히 더 확인하고 일하라는 정도여서요. 작가분들이 아픔을 느끼신다면 그렇게 해야겠죠? 어렵네요. (웃음)

 

유병록 : 그런데 이게 그런 문제들도 있는 것 같아요. 출판사라는 공간에 직원이 50명, 100명씩 근무하잖아요. 그중에 공대를 나온 사람들이 별로 없어요. (일동 웃음) 이런 분야에서 기술적으로 이해도가 너무 떨어져요. 전체적으로 출판사라는 곳이 그래요. 어쩌면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사실은 아주 효과적인 방법으로 빠르게 이런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몰라요. 우리가 모를 뿐이죠. 그런데 대부분 출판사에서 저작권 부서 구축이 제대로 안 되어 있는 것처럼, 그런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개발을 하는 곳이 잘 없어요. 출판사 중에는 별로 없을 거예요.

 

김정은 : 외부 업체에서 도움을 받기는 해요.

 

유병록 : 보통은 그렇게 하죠. 필요에 의해서 자사 직원을 두고 그 직원으로 하여금 여러 가지 회사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개발하도록 하는 것은 어렵죠.

 

임애리 : 그런데 정보가 확실히 출판사에 편중되어 있는 건 사실이거든요. 작가는 어떻게 해도 유통에 관한 정보를 알 수가 없어요. 결국 공공에서 나서서 도와줘야 하는 건가, 라는 생각도 드네요.

 

서효인 : 그건 확실히 공공에서 나서 줘야 해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계속하려다가 못하고 하려다가 못하고 있는 정책들이 있잖아요. 투명하게 판매량과 조회 수가 집계되는 그런 시스템들. 그게 안 되니까 사실 저희도 책이 얼마나 팔렸는지 몰라요. 신뢰 관계라는 게 똑같은 게, 저희도 서점이 책을 매대에 깔아 놓고서 책이 팔렸는데도 안 팔렸다고 말하면 몰라요. 인세 공유가 대단히 복잡한 일은 또 아니에요. 책이 얼마나 팔렸고 얼마나 반품이 됐고 그래서 10프로 인세가 얼마가 되는지, 뭐 이런 정도거든요. 이마저도 공유가 잘 안 됐다고 한다면 그건 출판사에 문제가 있는 거겠죠. 그건 저희가 잘해야죠.

 

정홍수 : 인세 문제는 이 정도로 정리할까요?

 

서효인 : 그리고 혹시 인세가 10퍼센트인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작가분들도 있나요? 왜 인세가 몇 프로밖에 안 되는지 문의하는 경우요. 아까 전자책 인세에 관해서도 말씀하셨잖아요.

 

임애리 : 네, 최저임금의 개념을 가지고서 저한테 문의하러 오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왜 예술계에는 그런 최저임금이 없나요?’라고 질문을 하시는데, 예술계에는 합의된 단가에 대한 법률적인 기준은 없어요. 인세는 굉장히 오랫동안 출판계의 관행으로 10퍼센트 안팎에 정착해 왔으니까, 그 정도 선이면 믿고 계약하시라고 얘기를 하죠.

 

김정은 : 제가 이번에 여러 사태를 거치면서 조금 재밌는 댓글을 하나 봤는데, 어떤 독자분이 이렇게 댓글을 남기셨더라고요. 작가들 인세는 10퍼센트이고, 편집자 월급은 박봉이고, 출판사는 계속 사정이 어렵다고 하는데, 그럼 나머지 돈은 다 누가 가져가느냐는 댓글이었어요. (일동 웃음) 제가 너무 웃기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해서 ‘아, 이 정도로 정보 공유가 안 되고 있구나’라고 인지했던 적이 있어요.

 

서효인 : 공급가가 만약에 1만 원짜리 책이라면, 그나마 양호한 조건인 65% 그러니까 6,500원에 책을 서점에 넘길 수 있죠. 6,500원 중에서 제작비가 2000원, 사무실 비용, 인건비, 홍보비, 디자인비를 해결해야겠죠. 물론 1,000원은 작가님께 드리고요. 사실 출판사도 늘 상황이 빠듯한데 이에 대해 궁금증을 갖는 작가분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뭐, 작가가 출판사의 사정을 이해하실 필요는 없지만요. 그리고 덧붙여서 전자책 같은 경우에는 저희 회사는 정가의 15퍼센트, 전자책 정가의 15퍼센트를 인세로 책정해요. 그렇게 하면 계산상 종이책 정가와 같아지는데, 전자책의 인세 부분은 좀 더 협의해서 인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정도는 생각하고 있어요. 회사와 상관없는 제 개인적 의견이고, 제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지만요.

 

정홍수 : 전자책 초기에는 통상 인세를 20퍼센트로 잡았던 걸로 기억합니다만. 전자책은 정가를 낮게 책정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걸 고려해서. 15퍼센트도 그런 근거가 있군요.

 

서효인 : 회사마다 다르겠죠?

 

정홍수 : 네, 회사마다 달리 조정할 수 있겠죠.

 

서효인 : 작가분들이 요구할 수 있는 건 아마 전자책 인세일 것 같아요. 전자책 인세의 비율을 합리적으로 약간 올리는 것은 서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유병록 : 출판사들은 그 부분에 대해서 다들 원칙이 있잖아요. 저희 같은 경우는 전자책의 인세를 비율로 하지 않고 종이책의 인세와 동일하게 책정해요. 1만 원짜리 종이책의 인세가 보통 10퍼센트라고 한다면 1천 원이 되잖아요? 그러면 전자책을 얼마에 팔든 전자책의 인세도 1천 원으로 책정해요.

 

정홍수 : 정액제 방식인데 독특하네요.

 

유병록 : 네, 그런 부분을 설명해 드리면 저자분들이 전자책은 제작비가 전혀 안 드는데 왜 이렇게 책정하느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요. 저희 내부에서 생각할 때 만약에 판매가 1만 원짜리 종이책을 전자책으로 만들어서 판매한다면 전자책의 적절한 판매가는 7천 원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서효인 : 저희도 전자책 가격이 종이책 정가의 70퍼센트예요. 70퍼센트면 계산상 얼추 비슷해요. 종이책 정가의 10퍼센트나 결론적으로 종이책과 같은 금액을 드리는 거예요.

 

정홍수 : 이런 점은 작가들에게 잘 설명하면 충분히 납득할 거 같네요.

 

유병록 : 처음에는 전자책 판매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들 하셨는데, 전자책은 종이책을 만들 때 들어가는 제작비가 안 들어가니까 무조건 2천 원, 3천 원에도 팔 수 있다고 보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데 사실 개발비라는 건 인쇄비용만 들어가는 게 아니고 여러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전자책의 가격은 7천 원 정도가 적절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서효인 : 그렇죠. 1만 원짜리 책의 정가에서 물류비와 인쇄비만 뺀 거죠.

 

유병록 : 책을 종이책으로 제작하는 비용이 종이책 정가의 30퍼센트 정도라고 생각하니까 그 정도만 뺀 거예요.

 

 


출간 이후 홍보 과정, 프로모션(promotion)


 

정홍수 : 네, 다음으로는 출간 이후에 하는 홍보 과정, 프로모션(promotion)이라고 하나요. 요즘은 특히 많아졌죠? 독자와의 만남 같은 행사가 상당히 많이 늘어났습니다. 매체가 늘어나면서 작가들이 해야 할 인터뷰도 훨씬 늘어났고요. 전반적으로 출간 이후의 책 홍보 과정에 작가가 참여해야 할 일이 많아진 거죠. 이 과정에서 작가들이 느끼는 불편함이나 불만은 없을까요.

 

유병록 : 큰 불만은 없는 것 같고, 오히려 프로모션을 어떻게 할 거냐고 먼저 물어보는 분들도 늘어나는 추세인 것 같아요. 그리고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강연이나 독자와의 만남 같은 행사를 추진하면 그것에 대한 강연비는 다 책정이 되죠.

 

정홍수 : 거마비 같은 걸 드리죠?

 

유병록 : 네, 저희 같은 경우는 서울에 자사 카페가 있는데, 카페에서 작가분들 행사를 하면 신간 홍보를 위한 행사이긴 해도 그 부분에 대한 강연비를 드려요. 사실 그 금액이 그렇게 많진 않지만 그래도 뭐, 이 정도면 받고 할 만하다고 생각할 정도의 금액을 드리고 있긴 합니다.

 

임애리 : 출판사가 프로모션을 안 해준다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냐고 문의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웃음) 그때 이렇게 설명해 드렸죠. 일단은 시정 요구를 해보시라고, 프로모션은 출판사의 재량 영역이기 때문에 그 요구를 안 들어준다고 해서 그것만 가지고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답변을 드렸어요. 그런 문의도 있었고, 이게 작가들에게는 중요한 문제인 것 같더라고요.

 

서효인 : 그러니까 프로모션을 안 한다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지 문의한 건가요?

 

임애리 : 네, 해주지 않는다고요. 아니면 프로모션이 본인 마음에 안 들거나 다른 작가들의 프로모션과 차이가 있거나 하는 경우에요.

 

유병록 : 이를테면 창비에서 소설책을 출간했는데 앞뒤로 출간된 다른 작가 소설책의 프로모션보다 자기 책의 프로모션이 뭔가 현저히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인 거네요. 또 동료들끼리 같은 시기에 민음사나 자음과모음같이 각각 다른 출판사에서 책을 낼 때도 있잖아요. 자음과모음과 민음사에서 동료들의 소설책이 나왔을 때, 거기에서는 그 책을 팍팍 밀어 주고 있는데 정작 내 책을 낸 출판사에서는 아무 행사도 없는 거예요. 만약에 그렇게 되면 작가분께서 이제 막 홍보에 신경 써달라고 어필을 하죠. 그럼 뭐라도 더 하지만요.

 

임애리 : 네, 그렇죠. (웃음) 출판사 블로그의 작품 소개나 책 정보의 작품 소개 분량을 문제 삼는 분들도 있어요. 웹소설 분야에서 이런 문제가 사실 심각해요. 순문학 분야도 그렇지만, 이런 홍보가 웹사이트에 다 떠버리니까요. 프로모션이 잘 된 작품과 그렇지 못한 자기 작품이 확실히 비교되니까요.

 

정홍수 : 바깥에서 쉽게 비판하는 쪽에서는 상업주의라는 말을 쓰죠. 출판 현장에 있는 입장에서는 참 받아들이기 어려운 말이죠. 책 한 권을 판매한다는 일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걸 매번 절감합니다. 출판사에서 모든 책을 동일한 강도로 마케팅 할 수는 없는 것 아니에요? 그리고 이런 모든 사정을 작가들에게 다 설명하기도 어렵고요.

 

서효인 : 네, 그렇죠. 처음에 책이 나올 때 예상 판매 부수가 2천 부라면 2천 부에 해당하는 수익이 나오는데, 그 이유로 마케팅을 할 수 없겠다고 작가에게 얘기할 순 없죠. 그건 상당히 오랜 기간 축적된 출판사의 시스템과 경험에 의해서 예상하는 수치잖아요. 그래서 마케팅부에서 처음에 결정이 되는 거고요. 그런 얘기는 당연히 작가한테 말할 수는 없죠. 그럴 필요도 없고요.

 

임애리 : 작가분들이 프로모션을 계약 조항에 넣어 달라는 요구는 안 하나요?

 

서효인 : 전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임애리 : 아, 없어요?

 

정홍수 : 예전에, 그러니까 어떤 베스트셀러 작가가 광고를 어느 정도 할 것인지 계약 사항으로 요구한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는 간접적으로 들은 적이 있습니다.

 

유병록 : 간혹 홍보비가 얼마쯤 책정될 것 같으냐고 물어보는 분들도 있어요. 방금 얘기된 것들이 상대적으로 프로모션이 적은 작가들의 어떤 서운함이라면, 한편에서는 그런 문제도 있습니다. 지금 이 인세는 업계에서 서로가 기준으로 정해 놓은 선이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도 그 정도 기준에서 인세가 결정돼요. 근데 소위 베스트셀러를 몇 번 낸 작가분들은 더 높은 인세를 요구하기도 하죠. 12퍼센트에서 13퍼센트 정도로요.

 

정홍수 : 아동문학 쪽에서도 그런 요구가 좀 있나요?

 

유병록 : 타 출판사에서는 그런 경우가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는 그 기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어요. 책 시리즈별로 동일한 인세를 유지하고, 그것보다 상회하는 인세를 요구하는 경우에는 어렵다고 분명하게 말씀을 드립니다.

 

정홍수 : 아까 자음과모음은 조금 다르게 운영하는 게 있다고, 시리즈물은 좀 다르다고 그러셨는데요.

 

김정은 : 학습 시리즈물의 경우 작가마다 인세 차이가 있다기보다는 시리즈물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작업 방식이 천차만별이다 보니, 조금씩 차이가 생기는 것 같아요. 프로모션 이야기에 생각을 조금 보태자면 베스트셀러를 많이 보유한 곳에서는 작가를 활용한 프로모션들이 상업주의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저희 출판사 경우에는 프로모션이 실질적인 책 판매로 연결되는 경우가 거의 없거든요. 사실 이 프로모션이라는 게 작가님들을 위한 행사일 때가 많아요. (웃음) 이런 프로모션을 해서 책 마케팅에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는 성취감을 저는 가져 본 적이 없어요.

 

서효인 : 말 나온 김에 얘기하자면, 낭독회 같은 행사를 하면 30명 정도 독자가 앞에 앉아서 진행하잖아요. 그 행사를 준비하는 데 발생하는 비용이 1백만 원에서 150만 원 정도 될 거예요. 그 비용은 회수될 가능성이 적어요. 우선은 책이 나온 뒤풀이 같은 느낌도 저희에게 있어요. 저자 관리의 차원도 있겠죠. 마케팅적으로는? 글쎄요.

 

유병록 : 어떤 경우에는, 그 30명 중에 20명 정도는 출판사 직원이 오라고 권해서 참여하는 거니까 분위기가 즐거운 거죠. (웃음)

 

서효인 : 마케터들이 다 직원 아닌 척하고 독자로 앉아 있고, 사인 받았던 사람이 사인을 또 받고 그러죠.

 

임애리 : 작가님들에게는 뭐 자식 같은 작품이니까, 조금만 더 알려지면 잘 팔릴 거라는 그런 생각이 있기 때문이겠죠.

 

 


등단자 위주의 문학 출판 시스템이라는 기득권


 

정홍수 : 또 하나의 논점인데요, 현재의 문학 출판 시스템이 바깥의 시각에서는 커다란 기득권으로, 그것도 문제가 많은 기득권으로 보이는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젊은 층에서 특히 더 그런 거 같고요. 최근에 기존의 등단제도나 문예지 시스템을 비판하면서 독립 잡지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그런 문제의식의 표현이기도 한 거죠. 지난 좌담에서 미발표작들로 소설집을 묶는 문제를 예로 들면서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던 것 같습니다. 지방 문인이나 미등단 혹은 비등단 작가의 경우 작품 발표 기회 자체가 거의 없는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사업 등에서 심사 대상을 발표작으로 한정해 버릴 경우, 이중의 차별, 소외가 발생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제가 참여한 문화재단 심사에서는 등단, 미등단 구분을 허무는 경우도 보았는데, 여전히 불가피한 칸막이는 존재하는 거겠죠. 어려운 문제이기도 한데요. 서효인 선생님은 이런 흐름을 최전선에서 느끼고 계시지 않나요.

 

서효인 : (웃음) 아까 쉬는 시간에도 말씀드렸지만, 이런 얘기들이 SNS에 많이 공론화되었을 때 출판 편집자들 사이에 약간의 집단적 우울감 같은 게 있었어요. 약간씩 격차는 있었겠지만요. 우리가 이 불공정에 기여하고 있는 부역자가 된 듯한 그런 느낌인 거죠. 사실 뭐가 불공정한지 따져 보면 그 층위가 여럿이겠지만, 나오는 이야기는 단편적이잖아요? 일단 SNS에 올라오는 이야기 중에는 물론 귀담아 들을 게 더 많지만, 일부는 잘 모르고 하는 말씀인 것도 있고, 사실은 그게 아니었던 적도 있고, 되게 특이한 사례였던 것도 있어요. 그런데 무차별적으로 출판사에 대한 비판이 올라오니까 이 일에 자부심을 갖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런 부분도 있었다는 걸 어차피 공개될 내용이니까 얘기해 보고 싶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글 쓰는 데 어려움을 느낄 정도로 어떤 불공정을 느낀다면 하나씩 찾아서 고쳐 나가야겠죠. 지금 그 과정에 있다고 생각해요. 등단제도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편집자가 열심히 움직여서 등단하지 않은 작가들한테서도 원고를 발굴해 내는 작업을 하고, 그리고 계약서에서 작가가 부당하게 느낄 만한 부분을 시정하는 일들을 출판사가 해나가야겠죠. 다소 계몽적인 말이 됐는데, 결론을 생각하면 할수록 더 현명하게 잘 움직여야겠다는 것밖에 답이 안 나와서, 그게 어렵네요. 일을 열심히, 꼼꼼히, 지속적으로 잘하자는 결론이라니.

 

유병록 : 저는 좀 단순한 편인데, 밖에서 출판사들을 황당한 갑질을 하는 엄청난 권력 집단으로 묶어서 비난하고 묘사한다는 건 맞는 것 같아요.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로서 그런 게 되게 억울하죠. 아까 말씀하신 대로요. 그런데 이 상황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제가 생각할 때는 역설적이게도 정말 그만한 영향력을 갖는 일 같아요. 사람들이 우리를 커다란 100층짜리 건물처럼 얘기한다면 ‘우리는 실제로 한 30층밖에 안 돼.’라고 얘기하지 말고, 정말로 우리가 100층짜리 건물이 되어야 하는 거예요. 지금 출판 시장에서 출판사가 총력전으로 책을 팔려고 해도 책이 잘 안 팔려요. 책을 파는 일도 그렇고 좋은 문학작품을 생산해 내는 일도 그렇고, 출판사에는 작가의 생계를 어느 정도 보장해 줄 수 있을 정도의 영향력이 없어요. 그러니까 출판사는 그런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해요. 말씀하신 대로 2차 저작물의 영화화, 연극화, 번역 같은 걸 정말 열심히 해서 영향력이 커져야 해요. 그런데 지금 출판사는 그만한 영향력이 없어요. 사람들은 ‘너희한테 그만한 영향력이 있어. 너희들은 갑질을 해. 너희의 영향력이 너무 큰 것 같아.’ 하고 욕하지만 사실 그게 없거든요? 그러면 ‘우리한테 그런 힘이 없어.’라고 설명하지 말고, 역설적으로 진짜 그만한 권력을 가져야 하는 거예요.

 

정홍수 : 그러니까 좋은 의미의 권력인 거네요.

 

유병록 : 권력이라고 하면 단어가 너무 부정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출판사는 지금 그만한 능력과 영향력을 갖춰야 하는 거예요.

 

정홍수 : 사실 등단, 비등단의 경계라고 하는 것도 그래요. 아마 어떤 편집자라도 등단 여부와 상관없이 좋은 작품을 찾고 싶을 거예요. 지금 유병록 선생님이 이야기한 좋은 권력 안에는 그런 작품을 찾아내고 그런 작품을 제대로 알리고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능력도 포함되어 있겠죠. 오늘 나온 이야기 중에서 가장 신선한 느낌입니다. 하도 비판을 받아 주눅이 들다 보니 (일동 웃음) 더 그렇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만.

 

서효인 : 멋지다. (일동 웃음)

 

유병록 : 지금 민음사, 자음과모음, 창비, 문학동네, 문학과지성사 등등 문학 출판사가 여럿 있는데, 이 출판사들의 책이 교보문고와 예스24와 알라딘, 영풍문고, 인터파크를 다 합쳐서 종합으로 1등을 찍어 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납니다. 아, 하나 있네요. 여기 『82년생 김지영』 하나 있잖아요. 이거밖에 없는 거예요. 나머지는 대부분 다 어린이책이거나, 아니면 문학동네에서 나오는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고요. 문학이 아닌 『설민석의 세계사 대모험』 이런 책은 나오면 베스트셀러로 바로 올라갑니다. 그런데 우리가 문학책 하나 출간해서 베스트셀러로 만들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합니까. 사실은 영향력이 없는 거예요. 그걸 인정해야 하는 거예요. 우리가 권력이 없다고 부정하지 말고, 정말 그만한 영향력을 갖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임애리 : 그런데 어떤 진입장벽을 허물어트리려는 노력을 출판업계에서도 지속적으로 해주셔야 할 것 같아요. 그러니까 등단과는 또 다른 일종의 공모제도인데, 등단 외로 투고를 받거나 작가와 개별적으로 접촉하고 교섭하는 그런 일들이 지금은 인력 부족 같은 출판사의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잘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 그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공의 지원 같은 것도 필요하겠지만, 어쨌든 루트를 다각화시켜서 등단을 거치지 않아도 순문학계에 데뷔가 가능하고, 이름 알릴 수 있고, 출판 계약을 할 수 있다는 이런 인식이 좀 커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게 시장이 워낙 작기 때문에 출판사가 거대 유통사와 작가 사이에 끼어서 힘든 입장인 것도 이해하지만, 순문학 작가들은 권력이라는 그런 층위에서는 정말 무(無)거든요. (웃음) 어쨌든, 작가들이 그렇게 주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그게 출판사의 문제라기보다는 순문학 시장 자체가 어떻게 보면 다른 시장에 비해서 돈을 벌기 힘든 구조인 탓이 크겠죠.

 

정홍수 : 제가 지난 좌담을 보면서 오해가 있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투고 제도는 순수하고, 신인상과 같은 공모제도는 출판사의 상업주의라고 생각하는 잘못된 선입견이 있는 것 같아요. 근데 제가 알기로는 《창비》의 경우도 예전에는 계속 투고로 신인 작품을 발굴하다가 그걸 신인상으로 전환한 거잖아요. 신인 발굴 과정을 좀 더 투명하고 공정하게 제도화한 거죠. 그리고 문학 출판사 중에 투고 작품에 열려 있지 않은 곳이 어디 있나요? 제가 일하는 강 같은 작은 출판사도 한 달에 한두 작품의 투고 원고는 들어옵니다만, 여기 있는 세 분 출판사의 경우는 그 수가 훨씬 많을 겁니다. 어디든 좋고 새로운 원고를 찾아내려고 노력하고 있죠. 지금 문제가 ‘당신들이 만들어 놓은 문학의 기준’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경우라면, 이건 또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는 거고요. 이런 식의 문학성을 둘러싼 경합은 언제나 있는 것이죠. 사실 최근 몇 년 사이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걸 우리 모두는 목도하고 있지 않나요. 낡고 고루한 기준이 있다면 그 자체로 버틸 수 없을 겁니다. 그리고 다 아는 대로 이제는 작가와 독자가 만나는 경로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새로운 플랫폼들이 생기고 있잖아요. 독립 출판이나 메일링 서비스 같은 게 그런 예죠. 그런 방식들에서 일정한 성과들이 쌓이면 기존의 출판 시스템과 경합하는 가운데 문학 출판 제도 전반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겠죠. 사실 변화에 대응하려는 기존 문학 출판사들의 노력도 적지 않고요.

 

서효인 : 저작권은 100퍼센트 작가한테, 그러니까 저작 이용권, 지적 재산권, 저작 재산권이 모두 작가한테 있는 거잖아요? 2차 저작권에 대해서 저희는 위임을 받는 대리 중개인인 거죠. 저희한테는 출판권, 편집권이라고 하는 것밖에 없어요. 출판사는 책을 낼 것인지 안 낼 것인지, 그걸 결정할 권리밖에 가지지 않는 것 같아요. 책의 출간 여부는 어쩔 수 없이 출판사가 결정해야 하는 거고요. 문예지에 작품을 싣고 싣지 않고도 마찬가지겠네요. 작가분들에게 당부 드리고 싶은 말은 출판사의 그 결정을 믿어 달라, 그 권리를 인정해 달라, 라는 얘기예요. 어떤 책을 낼지 안 낼지 판단할 출판사의 권리는 있는 거거든요. 출간의 권리만큼 편집자와 출판사가 책임을 지는 것도 당연하고요.

 

정홍수 : 계간 《자음과모음》은 최근 변화하는 문학장의 흐름에 맞춰 잡지 편집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런 것도 소개를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김정은 : 계간 《자음과모음》은 1년 전 리뉴얼호를 내면서 편집위원에게만 주어졌던 편집권의 일부를 개방하는 ‘게스트 에디터’라는 형식을 도입했습니다. 매 호 일종의 객원 편집위원을 모셔서 잡지의 특집 면을 함께 꾸리고, 고정되기 쉬운 잡지의 색깔을 다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관심사가 점점 다양화 되고, 세밀화 되고 있는 요즘 독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게 어떤 방식일까, 하는 고민에서 나온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도 등단과 미등단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지금까지는 거의 등단한 사람과 계간지에 작품을 발표했던 사람들 위주로 청탁이 이루어졌는데, 그런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진짜 좋은 작품들을 실어 보고자 미등단자의 작품까지도 투고의 형식으로 ‘가능성’을 열어 두었습니다. 시하고 소설, 평론 부문에 한해서요. 사실 일일이 투고작들을 검토하는 과정이 어렵고 힘든 작업이긴 하지만 닫힌 잡지가 아닌 변화하고 소통 가능한 잡지가 되고자 하는 노력이니, 조금만 저희를 믿어 주시고 너무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봐 주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일동 웃음)

 

정홍수 : 그리고 민음사는 계간 《세계의문학》을 종간시키고 《릿터》를 내게 된 과정 자체가 나름대로 새로운 흐름에 대한 대응 과정이었다고 생각하는데요. 《릿터》는 편집위원 체제가 아니고 편집자 체제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서효인 : 맞아요. 잘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웃음) 근데 지난 좌담에서 그건 좀 섭섭하더라고요. ‘종이 문예지를 왜 만드느냐. 어차피 문예지는 다 사라질 건데 웹으로 변환해 가야 하는 거 아니냐.’라고 하는 말들이요. 앞선 좌담뿐만 아니라 SNS에서 좀만 검색하면 그런 말들이 나오는데, 이걸 열심히 만들고 있는 사람은 되게 힘 빠지는 말이더라고요. (웃음) 어떤 분야든 소멸이라는 건 있으니까 나중에는 운명을 다해 없어질 수도 있겠지만, 같은 판 안에 있는 사람들이 너무 부정적인 말씀을 많이 하니까 문예지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힘이 빠져요. 저뿐만 아니라 많은 편집자들이 그랬던 것 같아요. 책 한 권, 잡지 한 권 만드는 데 드는 공력이 있으니까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좀 울컥하네요? (웃음) 팔리는 책이든 잘 안 팔리는 책이든 하나하나 최선을 다하지 않는 책이 없고, 귀중하게 대하지 않는 저자도 없어요. 그 저자가 그 콘텐츠의 주인이기 때문예요.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이 판을 개선해 나가려는 노력을 함께하는 동반자로서 서로에 대한 믿음이 더 있으면 좋겠어요. 믿음을 위해서 더 노력해야 할 건 아무래도 출판사 쪽이겠죠. 더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돼요. 《릿터》는 또 이제 마감 중이라서 다음 주에 아마 야근을 많이 할 것 같습니다.

 

유병록 : 저도 요즘 야근하고 있습니다.

 

서효인 : 아, 《창비어린이》도 마감이군요.

 

정홍수 : 그리고 창비에서도 전통의 계간지 《창작과비평》 말고 《문학3》이라는 새로운 문예지를 창간해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문학3》은 내용이나 편집의 혁신도 있지만, 웹상에서 독자와의 만남을 시도하는 등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대한 대응도 보여주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모색이 내부에서 일고 있는 변화의 모습이라면, 이런 것들이 독립 잡지나 새로운 플랫폼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흐름과 경합하기도 하고 만나기도 하면서 전체적으로 문학장의 변화들이 이루어져 가겠죠. 위기의식과 문제의식을 갖는 것은 언제든 긴요하겠지만, 사실과 다른 과장된 진단에서 제대로 된 변화가 일어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리고 이번 연속 좌담에서 절실히 느낀 건데, 작가들과 편집자들의 소통, 대화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연속 좌담의 기획이 아주 고맙게 생각되고요. 이제 웬만큼 논점들을 짚어 본 것 같은데, 더 나눌 이야기가 있을까요.

 

서효인 : 많이 한 것 같습니다. (웃음)

 

유병록 : 저는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보통 책을 출판하기로 결정하면 출판 계약을 바로 진행하나요?

 

서효인 : 최대한 빨리 하려고 해요.

 

유병록 : 이게 약간 근무 부서상의 차이인데, 저희는 작가 한 분이랑 계약하는 게 아니라 두 분이랑 계약해야 하거든요. 어린이책 같은 경우에는 그림 작가가 있어서요. 그러다 보니까 원고가 들어오고 출간 결정이 되면 그다음에 화가 섭외를 진행하거든요. 그러면 화가를 섭외하는 시간이 두세 달 걸릴 때가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최초에 출간 결정을 한 뒤로 1년, 2년이 걸려서 책이 나오는 상황이에요. 이건 약간 저의 반성문 같은 이야기인데, 책 출간과 관련해서 글을 쓴 작가분한테 전화하면 제가 ‘화가분 섭외가 되면 그때 같이 계약을 하시죠.’라고 말해요. 왜냐하면 글 작가와 그림 작가의 계약서를 따로따로 처리하면 결재를 두 번 올려야 하고 번거로우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글을 쓴 작가분께서 계약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지더라고요. 출간 일정이 언제이니까 화가가 섭외되면 그때 계약서를 작성하겠다고 말씀드려도 먼저 계약서를 꼭 작성하자고 요청하세요. 제가 출간하기로 해놓고 그걸 어긴 적이 한 번도 없고 출간 결정을 번복한 적이 없는데도 많은 작가분들이 그렇게 얘기하시죠. 그래서 생각보다 출간 결정이 번복되는 사례가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홍수 : 아, 그런 걱정을 작가들이 갖고 있군요.

 

유병록 : 네, 출간하자고 말만 해놓고 사실은 출간을 하지 않는 경우도 왕왕 있었던 거죠. 그래서 이제는 저희도 계약서를 빨리 작성하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그게 되게 번거로운 일이거든요. 결재나 계약금 처리를 다 따로 해야 하니까요. 그림 작가를 섭외하는 데 두세 달의 기간 차가 있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계약서를 빨리 작성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런 일들이 조금 번거롭지만, 출판사들이 더 노력하고 일을 더 해야 해요.

 

서효인 : 어떤 기사를 보니 편집자가 시집을 계약하자고 말만 하고 막상 계약서는 안 쓰고 시간만 계속 지나갔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그런 일이 있었을 텐데, 그게 악의적인 누락은 아닐 거예요. 물론 그건 고쳐져야 할 관행이긴 하지만, 이게 이야기되는 맥락이 출판사가 신인을 괴롭히고 있다거나 저자에게 갑질을 한다는 쪽으로 해석이 되니까…… 그렇게 해석이 안 되려면 출판사가 일을 더 해야 하는 수밖에 없죠. (웃음) 사실 얼마나 어려워요. 작가와 얘기하자마자 잊지 않고 상사에게 그 책을 출간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전체 출판 회의에서 통과시키고. 계약서를 출력하고, 검토하고, 사장의 서명을 받고…… 이런 과정을 빠르게 처리하기에는 만들고 있는 책들이 있고 만든 후에 홍보해야 할 책이 또 있고, 다른 업무도 많잖아요. 아까 말한 인세 관리에 기타 등등. 그래서 실수로 놓쳤을 수도 있죠.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까요. 젊은 신인 작가들 같은 경우에는 그런 경우에 상처를 많이 받으실 것 같은데, 메일이든 문자든 최초로 연락한 편집자에게 언제든지 물어보셔도 돼요. 인간적인 소통,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면 저희도 좀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계약서를 확실히 작성하고 드라이하게 계약 과정을 진행하는 것과 별개로요. 출판사와 저자의 관계가 이인삼각으로 함께 가는 관계였으면 좋겠어요. 실제로도 그럴 거고요.

 

정홍수 : 사실 출판사의 규모가 크다고 해도 작가가 실제로 만나는 사람은 편집자예요. 그러니까 편집자와 소통하면서 일을 풀어 가는 게 제일 좋은 방법 같아요. 편집자야말로 출판사와 작가 사이에 좋은 매개가 될 수 있는 자리에 있는 거잖아요. 물론 출판사에서 편집자들에게 그에 걸맞은 위상을 부여해 주고, 편집자들이 더 노력해야 할 부분도 많겠지만요. 김정은 선생님도 마지막으로 더 하실 말씀 있나요?

 

김정은 : 사실은 제가 이런 공식적인 자리에 대한 긴장감과 거부감이 있어서 여기에 나와서 말을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막상 와서 다른 출판사분들의 얘기를 듣다 보니까 여러 가지 생각도 할 수 있고 좋았던 것 같아요. 이런 부분은 더 신경 써서 잘해야겠구나, 이런 부분은 그래도 잘하고 있구나, 반성도 되고 안심도 되는 자리였던 것 같습니다. 작가들뿐만 아니라 출판사끼리도 이런 좌담을 하는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해요. 다른 출판사들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궁금할 때가 많거든요. 예를 들어서, 다른 문예지들은 원고료를 어떻게 책정하고 있는지, 계약할 때 2차 저작권 배분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등등. 하지만 민감한 부분일 수도 있어서 여쭤 보기가 어렵거든요. 이런 자리를 자주 마련하여 자성할 수 있는 문제는 자성하고, 긍정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은 개선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사실 이상문학상 사태도 멀리 떨어져 폐쇄적으로 운영되다 보니 문학계의 변화를 읽지 못했기 때문에 불거진 문제라고 생각해요.

 

정홍수 : 네, 유병록 선생님도 마지막으로 말씀해 주시죠.

 

유병록 : 네, 말씀하신 것들에 다 동의하고요. 지금 이 자리에 《뉴스페이퍼》 기자님도 참관하고 있는데, 보통 문학 관련 기사가 나올 때 대형 출판사 창비, 대형 출판사 민음사, 대형 출판사 자음과모음, 이런 표현으로 기사가 나가는데, 여기 다 대형 출판사가 아닙니다. (일동 웃음) 대형 출판사가 아니고요. 왜 그러냐면, 문학 분야만 놓고 볼 때는 당연히 이 세 출판사가 대형 출판사가 되겠지만, 실제로 전체 출판계의 대형 출판사는 따로 있어요. 교육 출판 쪽의 규모가 훨씬 크죠. 교과서나 학습서를 만드는 이런 출판사가 진짜 대형 출판사죠. 그러니까 저는 창비와 민음사가 경쟁하고, 민음사와 자음과모음이 경쟁하고, 자음과모음과 창비가 경쟁하는 이런 구조 자체가 잘못된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창비, 민음사, 자음과모음이 교육 출판 쪽과 경쟁하는 게 진짜 경쟁이라고 생각하고요. 더 나아가서는 CJ 같은 기업과 경쟁하고 세계적인 대형 출판사와 경쟁하는 게 필요하지, 우리 문학계 내부에서 경쟁하거나 이렇게 조금씩 변화하는 것은 이 세계의 흐름과는 동떨어진 일 같아요. 작가들이나 출판사들도 문학 출판계 안에서만 변화에 관해서 이야기하지 말고, 전체 출판계를 보고, 더 넓게는 문화예술계 전체를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CJ와 경쟁하지 못한다고 여길 게 아니라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죠. 이런 좌담회 자리도 출판계 대표 한 명, 영화계 대표 한 명, 다른 분야 대표 한 명, 이런 식으로 모여서 문화예술계가 다 같이 논의하고 경쟁하고 정보를 주고받아야 해요. 사실 민음사와 자음과모음과 같이 만나서 얘기하면 조금씩은 도움이 되거든요? 그런데 그건 정말 반보씩 나아가는 거고, 더 크게 나아가려면 우리보다 규모도 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는 분야와 대화하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이상입니다.

 

정홍수 : 지난번의 좌담하고 분위기가 너무 달라서 읽는 분들이 당황스러울 것 같아요. (웃음) 임애리 선생님께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임애리 : 여기에 출판업계 종사자분들만 계시다 보니까 제가 예술인을 대변하는 것처럼 말씀을 드리는 부분도 없잖아 있는데, 불공정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쨌든 상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것 같아요. 불공정하다는 것은 불리하다는 것과는 의미가 달라요. 단순히 불리한 계약을 한다고 해서 그걸 불공정하다고 보지는 않거든요. 불공정이라는 건 업계 전체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반 하는 게 크죠. 그런 차원에서 아무래도 저울이 어느 쪽으로 기울어 있는지를 외부에서 보고 평가하는 건데, 오늘 출판사 쪽 선생님들의 얘기를 듣다 보니까 저도 느낀 바가 많았고 그동안 가지고 있던 불공정의 개념에 대해서 다시금 많이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사실 저도 출판을 앞두고 있는데요. (웃음) 다른 출판사에서 법률 서적을 써서 출판하기로 했는데 어떤 책이냐면, 문학 분야가 아닌 다른 예술 분야의 작가들에게 법률 조언을 하는 일종의 가이드북이에요. 오늘 매절에 대해서는 얘기가 나오지 않았지만 그 책에서 매절 계약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는데, ‘매절 계약은 일반적으로 불리하니까 하지 마세요.’ 이런 식으로 굉장히 나이브하게 썼어요. 그랬더니 편집자님이 그 부분을 보고 이렇게 쓰면 안 된다고, 무조건 출판사들이 매절 계약을 원하는 건 아니고 작가들이 원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아무래도 그렇겠죠. 인세가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수익을 정액으로 받는 게 더 안정적이니까요. 편집자님도 출판업계 종사자이니까 그러한 경우들을 얘기해 주시더라고요. 그때 느꼈던 게, 제가 한쪽 얘기만 계속 듣다 보니까 약간 한쪽으로 기울어서 생각했던 부분이 있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이런 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방금 말씀하신 대로 2차 상업화를 하는 영화계의 대표 같은 분들과도 자리가 만들어져서 소통이 이뤄지면 좋겠고요. 이 시장에 관여하는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다 들어야 불공정의 개념이 정립되고 문학계의 어떤 재편을 이뤄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정홍수 : 오늘 다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저도 정말 이런 자리가 필요했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오늘 좌담에 오면서는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다소 답답하고 우울한 기분이었는데, 같이 이야기를 나눈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된 느낌입니다. 오늘 긴 시간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일동 박수)

 

〈폐회〉

 

 

 

 

 

 

 

 

 

 

 

 

 

 

 

정홍수 사회 / 정홍수

강출판사 대표, 문학평론가. 평론집 『소설의 고독』, 『흔들리는 사이 언뜻 보이는 푸른빛』, 산문집 『마음을 건다』가 있음.

 

임애리 참여자 / 임애리

변호사. 국어국문학 전공.
2012년부터 법무법인 덕수에 재직하며 예술가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을 해 왔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 한국문학번역원 등 문화예술계 공공기관의 자문을 담당하고 있으며 현재 한국저작권위원회 저작권 입문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유병록 참여자 / 유병록

시인·출판편집자. 201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시집 『목숨이 두근거릴 때마다』 를 펴냈다.

 

서효인 참여자 / 서효인

민음사에서 문학편집자로 일하며 동시에 시와 산문을 쓰는 사람. 2006년 『시인세계』 신인상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 『소년 파르티잔 행동 지침』 『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 『여수』, 산문집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 『잘 왔어 우리 딸』 등을 펴냈다. 김수영문학상, 천상병시문학상,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김정은 참여자 / 김정은

2014년 『작가세계』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활동명 김은).
앤솔러지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무민은 채식주의자』 등에 작품을 발표했다.

 

 

   《문장웹진 2020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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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2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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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24-05-01
어떤 기준

[에세이] 어떤 기준 전석순 “그래도 꽃은 잊지도 않고 제때제때 피네.” 예년보다 개화가 늦어지던 해였다. 어머니는 작년 봄 집 근처 공원에서 찍은 사진을 살펴보며 분명 이번 주쯤에는 피었어야 했다고 중얼거렸다. 이어서 괜히 달력을 들춰 보며 오늘 날짜를 확인했다. 사진 속 날짜와 일치했지만 어째선지 올해는 아직 봉오리조차 불거지지 않았다. 왠지 노크라도 해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뭐 잊은 거 없냐고. 어디선가 계절을 알려주는 나무는 계절관측목이라고 부른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개나리, 진달래, 매화, 벚꽃 같은. 이 기준에 따르면 아직 봄이 오지 않은 셈이었다. 옆에서 발톱을 깎던 아버지는 아마 까먹은 거 같다고 말하며 히죽였다. 사람도 깜빡깜빡하는데 꽃이라고 다를 게 있겠냐면서. 심드렁하게 이어지는 목소리에 어머니는 아버지를 슬쩍 흘겨봤다. 안 그래도 요새 외출하고 집에 들어올 때 수선 맡긴 바지를 찾아와야 한다거나 식초와 긴장이 떨어졌다는 사실을 더러 잊었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어머니는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닌 눈치였다. 몇 번쯤 길을 걷다가도 순간순간 또 뭔갈 잊고 지나쳐 버린 건 없는지 따져 보는 것 같았다. 한참 골몰하다가 겨우 친목회 회비 날짜를 기억해 낼 때도 있었다. 그때부터 사소한 거라도 핸드폰에 따로 메모를 해두고 수시로 빠뜨린 건 없는지 살펴봤다. 요가 교실 수업 신청 날짜나 관리비 납부 마감일과 함께 수리기사 방문 일정까지. 고개를 들다 어머니와 눈이 마주친 아버지는 돌아앉으며 우물댔다. “한 해쯤 그냥 지나가면 뭐 어때서.” 아버지의 생각과는 달리 뉴스에서는 연일 전국 봄꽃 개화 예상 일정을 내보내며 전문가까지 나와 늦어진 원인을 분석했다. 동네 사람들은 환경오염을 들먹이며 사나워진 날씨 탓에 종잡을 수 없는 계절 때문일 거라고 입을 모았다. 꽃도 계절을 헷갈리는 거라고. 개중에는 진짜 꽃이 피지도 않고 봄이 지나가는 게 아닐지 염려하는 이도 많았다. 어머니도 그중 하나였다. 나중에는 꽃을 향해 잊을 것 같으면 알람을 맞춰 두거나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라고 조언해 줄 기세였다. 어머니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앞산을 내다보고 매일 지나다니던 화단과 공원을 천천히 돌아봤다. 더러 까치발까지 하고선 주변을 휘둘러보기도 했다. 혹시 진즉 만개한 꽃을 놓친 게 아닌가 싶은 듯했다. 처음에는 조금 서운한 기색이더니 나중에는 아예 울상이 되었다. 어느새 나도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꽃이 필 기미가 보이는지 기웃거렸다. 언뜻 봉오리라도 보이면 사진을 찍어 바로 보내드리려 했지만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바람까지 서늘하니 날짜와는 상관없이 정말 봄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이러다가 봄을 건너뛰고 곧바로 여름이 되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즈음 제법 많은 양의 봄비가 내리더니 하루 사이에 기온이 크게 올랐다. 곧 지천으로 사방이 꽃이었다. 지난해 유난히 다닥다닥 모여 있

  • 관리자
  • 202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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