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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지 편(2)

  • 작성일 2020-11-01
  • 조회수 1,979

[느린 기린 큐레이션]

 

 

〈느린 기린 큐레이션〉
문예지 편 2

 

 

조시현, 조온윤

 

 

 

 

 

③ 다양한 예술 장르를 아우르는 올-라운드 문예지 《TOYBOX》

 

    다음으로 만나 볼 독립 문예지는 올-라운드 문예지 《TOYBOX》(이하 TOYBOX)입니다. TOYBOX는 반년간을 주기로 문학스튜디오 ‘무시(muci)’에서 발행되고 있어요. 2018년 여름에 ‘장난-감(感) : 장난하는 마음으로’를 주제로 한 1호가 나왔고, 올해 5월에 SF문학과 다양한 예술 장르의 결합을 시도한 4호 ‘철세계 : SF’가 나왔어요. 그리고 얼마 전엔 12월에 발행될 5호의 원고 투고를 모집했는데요. 그간 정형화된 문학의 틀을 깨는 작품과 구성을 보여주었던 터라, 이번에는 또 어떤 새로운 작품을 만날 수 있을지 벌써 기대가 되는 문예지입니다.

 

 

Q. 문학스튜디오 무시 여러분,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TOYBOX》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안녕하세요. 올-라운드 문예지 《TOYBOX》는 ‘문학스튜디오 무시(muci)’에서 반년간으로 발간하는 문예지입니다. 문학을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의 재미를 뒤섞고 경계를 넘나드는 즐거움을 추구합니다. 문학이라 일컬어지는 장르와 형식과 모든 관습의 테두리를 의도적으로 탈주하여 문학의 외연과 상상력의 확장을 도모하는 문학 실험실입니다.문예지 이름 앞에 붙은 ‘올-라운드’는 야구 경기에서 전방위 역할을 맡는 선수를 뜻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all-round player)에서 가져왔습니다. 저희 문예지도 문학을 비롯해 여러 예술 장르를 만능으로 종횡무진 한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어요. 또 이름을 들었을 때 바로 ‘문학’을 떠올리지 않았으면 싶은 생각도 반영되었고요.

 

Q. 그렇다면 의도에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TOYBOX를 처음 보았을 때 문예지보다 더 넓은 의미로 예술잡지 같다는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있거든요. 이런 콘셉트를 기획한 문학스튜디오 무시는 어떤 분들로 구성되어 있는지 궁금해요. 어떤 계기로 함께하게 되었는지도요.

A. 무시에는 문학 전공자와 비전공자가 섞여 있습니다. 현재는 세 명이서 만들고 있는데 각자 기획자, 연구자, 편집자, 강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문학을 좋아하고 문학이라는 경계, 예술 장르 간 경계를 허무는 일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죠. 기존 문학계에 의문을 갖고 있고, 또 진지하게 사수하지 않는 자유로운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저희는 시 수업을 함께 듣다 만나게 되었습니다. 시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은 서로 말도 몇 마디 나누지 않다가 뒤풀이 자리에서 독립 출판을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와 얼떨결에 팀이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마침 다들 조금씩 독립 출판에 대한 호기심과 열의가 있기도 했고요. 롤모델이나 경험자가 없어 주먹구구처럼 시작했지만, 열심히 성장하며(?) 지금은 나름의 체계를 만들어 3년째 계속 이어 가고 있네요.

 

Q. 수록된 작품들이 모두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난 실험적인 작품들로 가득한 것 같아요. 작품을 분류하는 코너명도 남다른 것 같고요. TOYBOX의 전체 구성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요?

A. TOYBOX는 크게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됩니다. 1부는 커버스토리로, 매호의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루는 파트예요. 따라서 주제와 기획에 꼭 맞는 글을 써주실 작가분들을 직접 섭외하는 편입니다. 2부 ‘팔짱X팔짱’은 문학을 중심으로 둘 이상의 사람과 사람, 장르와 장르가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서로를 침범하고 교차해 탄생한 콜라보레이션 작품들을 담습니다. 3부 ‘문양 : 문학의 모양’은 문학의 형식을 실험하는 형태 실험실입니다. 문학의 외양, 모양을 찢고 비틀어 형식적인 새로움을 만들고 선형적인 읽기를 탈피하는 실험을 담는 공간입니다. 2, 3부의 경우에는 섭외한 작가님들의 작품과 투고해 주신 분들의 작품 중 선정하여 함께 싣습니다. 4부 ‘on-paper(紙-上)’는 문학의 (기존) 영역 경계에서 활동하는 분들의 목소리를 올립니다. 주제와 관련된,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고 계신 분들의 인터뷰 또는 작품을 싣습니다.

 

Q. 책을 처음 접할 때의 첫인상은 아무래도 표지로 정해진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토이박스는, 특히 최근에 나온 4호는 인상적인 디자인인 것 같고요. 토이박스의 책 디자인은 어떻게 정해지는지 궁금해요.

A. 저희 팀의 전반적인 디자인은 ‘물질과비물질’이라는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해주시는데, 지인이기도 한 디자이너님이 문학에도 원래 관심이 많아서 흔쾌히 함께하게 되었어요. 판형은 너무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되 문학 작품이 잘 담길 수 있는 무난한 사이즈로 정해졌어요. 매호 표지의 경우 팀 내에서 주제와 관련해 어떤 이미지가 좋을지 먼저 기획을 하고, 그 이미지를 구현해 주실 수 있는 작가님을 찾는 편이에요. 내지의 경우는 각 작품을 만드신 작가님과 배치 등의 표현 방법을 의논해서 전달해 드리면 디자이너께서 작업해 주시고요. TOYBOX에 실리는 작품들은 일반적인 운문이나 산문의 형태가 아닌 경우가 많다 보니 그런 경우 작가님과 디자인에 대한 논의를 필수로 진행하게 됩니다. 작가님 본인이 원하시는 방향으로 최대한 구상해서 알려주시길 권장해 드리고요. 전체적으로 저희는 디자인을 굉장히 중요시합니다. 디자인이 잘 되어야 손과 눈이 간다고 생각해요.

 

[caption id="attachment_147029" align="aligncenter" width="640"] 《토이박스》 4호 표지. 1908년 발간된 우리나라 최초 SF소설인 『철세계』의 표지를 리메이크했다.
ⓒ문학스튜디오 무시
[/caption]

 

Q. TOYBOX는 특히 구성이나 디자인 모두 뚜렷한 특징이 있는 것 같아요. 다른 문예지와 다른 TOYBOX만의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게 또 있을까요?

A. 어떤 작가가 조금 독특하거나 전형적이지 않은 작품을 만들었을 때 떠올릴 수 있는 잡지라는 점(?)이요. 저희는 문예지를 만드는 데 작가분들이 좀 더 기획자적인 마인드를 가지실 수 있게 도우려고 해요. 작품의 폰트 느낌, 컬러, 구성 등 작가분들이 원하는 내용을 반영해 드리려 하고요. 또 장르명도 작가가 직접 정할 수 있습니다. 시, 소설 같은 일반적인 명칭뿐 아니라 ‘콜라주시’, ‘게임소설’, ‘텍스티미지’ 등 독자적으로 만들어 볼 수 있어요. 이런 시도가 신선하고 신박한 작품, 새로운 기획에 도전해 보는 문턱을 조금이라도 낮추는 역할을 했으리라 생각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TOYBOX는 참 예쁩니다. 일단 책이 예뻐야 손이 가기 때문에 미적인 완성도를 높이는 데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Q. 개인적으로 최근 발행되는 문예지 중에서도 가장 실험적인 시도를 하는 문예지가 아닌가 생각해요. 시인, 소설가, 사진작가, 미술가, 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참여하고 있기도 하고요. 굉장히 광범위하고 품이 많이 드는 기획이라 생각하는데, 이런 기획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나오나요?

A. 우선 각 호의 주제를 정하면 그 주제와 어울리는 작품의 형태에 대해 편집진끼리 먼저 의논하고 고민합니다. 문학에 어떤 장르를 또 접목할 수 있을지, 이 주제로 이번 호에서는 어떤 문학적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꼭 문학 작가가 아니어도 주제와 밀접한 사람들을 탐색하는 작업에 시간을 많이 들이기도 하고요. 예를 들면 ‘시’는 일반적으로 언어를 기반으로 한 문학(예술) 장르에 속하지만, 그 구분을 조금 비틀어서 음악이나 미술이 어떻게 시가 될지, 또는 시 안으로 녹아들거나 시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를 생각하면서 실릴 수 있는 작품들을 구상하고 그에 맞게 섭외를 진행합니다. 게임과 섞일 수도 있고, 건축과 결합하거나 무용으로 이어질 수도 있죠. 문예지가 가진 지면과 평면의 한계를 오히려 활용해 더 효과적인 느낌을 주는 방법을 논의하거나 기술적 장치에 대해서 주변에 자문을 구하기도 하고요. 한편 저희는 매호 투고를 받고 있는데, 보내주신 원고 중에는 저희의 예측을 뛰어넘는 멋진 기획과 상상력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늘 더 많은 작가분들을 모시지 못해 죄송스런 마음도 가지고 있어요.

 

[caption id="attachment_147030" align="aligncenter" width="640"]《TOYBOX》 4호 발행과 함께 출간 파티가 열렸다.
ⓒ문학스튜디오 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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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독립 출판과 더불어 독립 문예지 발간이 점점 다양해지고 활발해지면서 문학계에도 어떤 변화를 주고 있다고 느껴요. TOYBOX도 그러한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혹시 이러한 변화에 대해서도 어떤 의식을 하고 있을까요?

A. 저희는 독립 문예지로 분류되지만, 요즘은 굳이 독립 문예지로 불려야 하나 생각해요. 저희는 그냥 문예지를 만들고 있을 뿐이니까요. 어쨌든 저희를 비롯한 독립 문예지, 웹진 등 새로운 플랫폼이 많이 생기면서 문학의 가능성이 넓어지는 것 같아요. 작품 활동을 하기 위해 꼭 등단을 해야 하거나 청탁을 기다리는 대신, 직접 나서서 작품을 알리고 활동하는 일들이 많아지니 긍정적이겠지요. 기존 문학계의 여러 폐단을 조금씩 바꿔 나가려는 흐름이 활발한 것 같아요. 최근 활동을 시작하는 분들에 비해 저희는 대단한 문제의식이나 저항정신을 가지고 문예지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은 공유하고 있었어요. 문학계가 더 나은 쪽으로 가는 방향을 늘 지향하고요. 일례로 저희는 작가 소개에 ‘등단’이라는 말을 쓰는 걸 지양하고 있습니다. ‘~에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 등과 같은 유사한 표현을 쓰기를 권장해 드려요.

 

Q. 기존에 굳어 있던 표현이나 용어를 지양하면서 작은 것부터 바꾸어 가려는 생각이 무척 좋은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전해 주세요.

A. TOYBOX는 늘 리미티드 에디션입니다. 제때제때 쟁여 주세요 :)

 

 

 

    ④ 포근한 밤 머리맡의 문예지, 《베개》

 

    마지막으로 소개해 드릴 문예지는 2017년 5월을 첫 발행으로 시작해 반년간의 주기로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는 독립 문예지 《베개》입니다. “평온한 걸 좋아하고 느려도 괜찮다”는 게 베개에 담긴 마음이라고 해요. 《베개》는 20, 30대의 비등단 창작인 다섯 사람과 50대의 조원규 시인이 의기투합하여 시작되었고, 지금은 상근 편집자인 조원규 시인이 이전 호에서 활동했던 ‘베개의 시인들’, 그리고 매호 새로이 소개되는 창작자들과 함께 천천히 상의하여 꾸려 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매번 기획과 편집 과정에 다른 목소리들이 반영된다는 것도 《베개》의 매력인 것 같은데요, 그러면 지금부터 《베개》를 함께 알아보도록 할까요?

 

 

Q. 먼저 《베개》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해 주실까요? 그리고 문예지의 이름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A. 반년간지인 《베개》는 2017년 5월에 첫 호를 내고 지금까지 다섯 권을 냈습니다. 최근 발행일은 2020년 올해 3월입니다. 주로 시에 중점을 두고, 그밖에 스케치라 명명한 짧은 산문들, 그림동화, 10분 희곡, 외국문학 관련 에세이, 치유하는 창작을 주제로 한 산문 등을 싣습니다. 책 이름을 정할 때 ‘책인데 베개라고 써 있으면 어떨까?’라고 한 멤버가 물었는데, 따뜻하고 푸근하고 다정한 느낌이 마음에 들어서 모두의 환영을 받았습니다. 평온한 걸 좋아하고 느려도 괜찮다는 기분과 믿음 자체가 《베개》라는 문예지에서 꽤 중요한 부분입니다. 어떤 기분의 뒷받침이 없으면 하지 못하는 일들이 있잖아요. 베개 3호까지는 20, 30대의 비등단 창작인 다섯 사람과 50대 시인인 제가 의기투합하여 함께 만들었는데요, 이후 창간 당시의 모임이 느슨해져서 4호와 5호는 상근 편집자인 제가 호마다 다른 젊은 창작인들의 도움을 받아 내오고 있습니다. 젊고 느슨하고 따뜻하게, 라는 기조가 잡힌 뒤에는 《베개》는 누가 만들든 ‘베개다움’의 길을 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5호까지 100분의 필자 가운데 80분이 비등단 창작인이었어요. 수록 원고는 공모를 통해 선정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SNS나 주위에서 눈에 띄는 좋은 글을 발견해 원고수록을 의논하는 ‘찾아가는 청탁’을 하기도 합니다. 《베개》를 내고서 재미있었던 일은, 사람들이 《베개》를 쓸 때 상상외로 오타를 많이 낸다는 사실입니다. 배게, 베게, 배개 등, 그럴 때마다 “안 돼! 왜 그걸 틀려?”라며 잠시 안타까워하다가, 뭐 어때, 그래도 상관없지, 라며 웃었습니다. 아무려면 어때, 그래도 괜찮다는 태도 역시 《베개》답다고 생각했습니다.

 

Q. 《베개》는 독립 문예지가 크게 활성화되지 않은 시기부터 쭉 이어져 왔는데요,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A. 창간의 모토가 ‘등단이라는 승인제도를 거치지 않고도 문학하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등단, 비등단을 가리지 않는다는 청탁 원칙이 꽤 퍼져 있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새로운 시도로 받아들여졌던 것 같습니다. 이 때문인지 뜻밖에 많은 호응을 받았는데, 문학계의 새로운 흐름과 만난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등단, 비등단을 가르는 제도적 규정 때문에 열정적인 창작인들이 “나는 아직 아니다”라는 기분에 구속되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베개》 자체가 또다시 위계를 구성하는 좁은 문이 되지 않을 방법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caption id="attachment_147032" align="aligncenter" width="387"]베개 로고. 베개가 지향하는 편안함과 따뜻함을 형상화한 듯하다.
©독립문예지 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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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문예지를 만드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A. 첫째, 한 호를 새로 낼 때마다 적자가 누적됩니다. 이 사실이 너무 확연해서 평온한 얼굴로 말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독립 문예지 씬의 고정 독자군 말고 새로운 독자와 교감할 방안을 찾기 위해 눈을 굴리고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5호까지 낸 현시점에서 그간의 활동을 자체 평가하고, 새로움을 도입할 필요를 느끼고 있습니다.둘째, 독립 문예지를 창간한 배경에는, 창작인들이 처한 어떤 다층적인 소외의 조건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어려움이 해소되는 것은 별로 없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긴 지면이 필요한 얘기인데, 이 문제에 관해 방향을 탐색하는 일이 모호하고 쉽지 않습니다.창작인에 대한 과거의 관성적인 이해라면 ‘미적 자율성’을 내세우고 ‘사회적 정의’나 ‘아름다움’에 대해 말하는 주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주체성과 어울리지 않는 아이러니한 사회적 소외가 있고 위계적인 문학제도 안에서 타협하는 자기모순이 있습니다.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창작인들이 겉보기에 그럴듯한 주체성을 전시하길 포기한 다음에 가능한 세계에 관한 전망이 필요합니다. 정말 창의적인 무언가가 필요한데, 창의적이란 것은 새로운 생각과 실천하는 힘, 두 가지의 결합입니다. ‘독립’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서 진짜 창의적이지는 못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 어렵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가 창작하는 삶을 산다고 할 때 실제로 하는 일이 무엇인지 성찰하고, ‘한다고 생각하는 일’과 ‘실제 하는 일’을 일치시키는 가운데 가끔씩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소외된 노동으로 이루어진 이 세계에서 의미 있는 한 방향일 수 있을 겁니다. 또 한 가지 덧붙이자면, 문화적인 것과 예술적인 것의 경계에서 후자 쪽으로 한 걸음 내딛은 상황을 상상해 보곤 합니다. 사실 우리는 예술이 죽고 문화만 남은 시대를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전자가 고상하고 아름다운 것을 공유하는 체제의 일부로 기능하며 관행적 경로에 의존한다면, 후자는 체제에 대해 바깥을 사유하는 동기, 감정, 자세가 상대적으로 더 강한 편입니다. 독립 문예지가 미소(微小)한 규모에도 불구하고 후자의 면모를 통해 가치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러자면 낯설고 이해되기 어려우면서도 환영받기를 바란다는 모순이 생겨납니다. 모순은 기만적인 실존으로 이어집니다. 이런 주제에 관해 전망을 갖고 행위하는 독립 문예지는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 가볍고 싶은 독립 문예지 《베개》의 무거움입니다.

 

Q. 어려움도 있겠지만, 여기서 얻는 즐거움도 있을 것 같아요. 《베개》가 오랫동안 이어질 수 있었던 것도 아마 그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무엇이 이 일을 계속하게끔 하는 힘을 주나요? 이것이 《베개》만의 자랑이다, 하는 것이 있을까요?

A. 밝은 햇빛과 향기로운 풀과 따뜻한 바람 속에서 행복한 것처럼 창작하고 글을 쓰는 사람들의 열의, 무언가에 대한 지향, 성실, 노력 같은 것을 느끼며 행복해집니다. 그 한 매개자의 역할을 한다는 보람 때문에 문예지를 내는 것입니다. 또, 문학/하기에 관한 새로운 기분과 자세를 스스로 구현하여 ‘정말 되는지’를 확인해 보고 싶습니다. 위계 없이 친밀한 자세를 가지려 애쓰고 있고, 용맹 정진하는 비등단 창작가들(약 80퍼센트 비율)의 글로 좋은 책을 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항상 느리고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이 자랑입니다. 무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해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편하고 즐겁게 함께해 봐요, 라는 가벼운 기분을 가지려 했고, 발간 주기를 반년간으로 잡아 손해를 적자를 그럭저럭 메우며 버텨 올 수 있었지요. 하지만 정말 롱런하려면 독립 씬의 고정 독자 외에 새로운 독자들을 발견해야만 합니다. 그걸 아직 못 하고 있습니다.

 

Q. 《베개》는 “평화롭고 느슨한 문예공동체를 꿈꾼”다고 소개하는 걸 보았어요. ‘평화롭고 느슨한 문예공동체’는 어떤 모습인지 좀 더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베개와 접촉하는 분들이 평화로움과 느슨함을 느끼고 전달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베개》에 글이 실린다고 대단한 이득이나 변화를 얻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우리는 아직 쓰고 있다’라는 동행의, 곁의 존재를 확인하게 된다는 거요, 그런 걸 느슨한 문예공동체라고 표현해 봤어요. 일종의 위계조직 느낌이 아니라 문예지와 필자와 독자가 서로 지지하고 응원하는, 아마추어적이고 종종 퍼스널한 느낌의 관계를 말한 겁니다.

 

[caption id="attachment_147033" align="aligncenter" width="448"] 베개의 책임편집인 조원규 시인. 베개는 책임편집인과 이전호에 참여한 ‘베개의 시인들’, 그리고 매호 바뀌는 창작인들이 함께 상의해 나가며 꾸려지고 있다.
©독립문예지 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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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독립 문예지 활동이 점점 활발해지면서 문학 분야에 새로운 흐름이 조성돼 가고 있다고 느껴요. 독립 문예지가 지닌 가치, 독립 문예지 활동이 갖는 의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A. 독립 문학계의 개인이나 그룹, 여러 주체들이 저마다의 개성을 지키며 성장해 갔으면 좋겠어요. 그런 주체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대안적인 ‘장소’가 생겨난다는 것이지요. 그렇게 장소들이 연결되어 열린 계(界)를 이루면 좋겠습니다.

 

Q. 앞으로의 발간 일정이나 준비 중인 이벤트, 프로젝트 등 활동 계획을 소개해 주세요!

A. 베개》에 실렸던 희곡을 짧은 영화처럼 영상물로 만들어 유튜브 채널에 공개할 계획입니다. <10 minutes>라는 10분 희곡인데 극작, 연기, 촬영에 뜻을 둔 이들에겐 코로나 시국에도 작업을 계속한다는 의미가 있고, 《베개》 입장에서는 영상매체를 통해 독자와 접촉하는 시도를 한다는 뜻이 있습니다.올해 8월에 『지난 여름의 구름』이라는 베개 필자들의 산문집을 냈으니, 이제 ‘베개의 시인들’에게 청탁하여 앤솔로지를 한 권 낼 예정입니다. 다른 한편 《베개》의 필자들만 우대하고 싶지는 않고 독립 문예지 생태계가 활성화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팀의 응집력이 좋아 보이고 작품에도 믿음이 가는 그룹이 있으면 그들의 작품집도 《베개》와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하도록 도우려고 합니다. 올해 안에 <팀 유후>의 새 시집 『ㅂㄷㅂㄷㅂㄷ』이 나올 거예요. 연말이나 내년 초에는 《베개》 6호가 나올 건데, 예산이 모자라면 내년 봄에 나올 수도 있겠습니다.

 

Q. 포근하고 풍성한 답변 감사합니다! 덧붙이고 싶은 소개나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전해 주세요!

A. A. 좀 더 두꺼운 베개가 되어 보려 합니다. 《베개》의 투고 이메일(neulbo2017@naver.com)로 좋은 원고를 보내주세요.

 

 

 

    이번 호에서는 이렇게 네 가지 문예지를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저마다 다양한 지향점과 문제의식을 가지고 문학과 관련된 여러 가지 시도와 실험을 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문예지마다 뚜렷한 개성은 디자인과 구성에도 드러났는데요, 창작자와 독자의 간극을 좁히려는 노력이나, 문학 내에서의 위계와 경계를 허물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문학을 꿈꾼다는 점, 창작자가 지치거나 고립되지 않도록 ‘지속 가능한 문학’을 상상한다는 점이 특히 눈에 띄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문학을 접하고 향유할 수 있도록 〈느린 기린 큐레이션〉도 함께하겠습니다. 자본에 대한 공통적인 고민에도 불구하고 문학에 대한 애정으로 힘쓰는 제작자분들에게 응원의 말씀을 전합니다. 아직 소개해 드리지 못한 문예지들이 남아 있어 〈느린 기린 큐레이션〉은 다음 호에도 문예지 소개로 여러분을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달에 만나요, 안녕~!

 

 

 

 

 

 

 

 

 

 

 

조시현

작가소개 / 조시현

2018년 실천문학 소설부문 신인상
2019년 현대시 상반기 신인상으로 작품활동 시작

 

조온윤

작가소개 / 조온윤

2019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문장웹진 2020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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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책쾌의 여정 우당탕탕 독립출판 북페어 기획자 도전기 임주아 뜻밖의 부재중 이름이 폰에 떠 있었다.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S 팀장이었다. ‘이 시간에 무슨 일이지?’ 일로 만난 공무원이 퇴근 시간을 넘어 전화 문자 콤보로 연락했다는 건 모종의 긴급 상황 아닌가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어딘가 다급해보이는 목소리였다. “헉 제가요?” 요지는 전주에서 처음 독립출판박람회를 여는데 내가 총괄 기획을 맡아줬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시기는 6~7월이라 했다. “오늘이 벌써 3월 7일인······” 기간도 기간이지만 독립출판 전문가도 아닌 내가 총대를 메는 게 맞는지 주제 파악에 나섰다. 그러자 팀장은 전주에서 책방을 운영하는 동료와 팀을 꾸리면 어떻겠냐며 인건비도 한번 생각해보라고 했다. 당황스러우면서도 눈에 광이 돌았다. 단기간에 아이디어를 짜고 사람 모으고 경주마처럼 내달리는 일은 내 주특기 아니던가. 그렇게 살아온 임시변통스러운 삶에 드디어 어떤 보상이 따르려나. 함께할 내 기쁜 동료는 누구인가. 기획자 동료 구하기 첫 타깃은 전주에서 10년 가까이 독립출판 전문책방을 운영중인 뚝심의 M이었다. 그의 책방 인스타그램 프로필에는 ‘기성으로 출간된 도서는 입고를 받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단호하게 적혀 있다. 설사 혈육이 역사에 남을 명저를 썼다 하더라도 독립출판이 아니면 가차 없이 거절 메일을 전송하고야 말 꼿꼿함이었다. 그런 M의 책방에는 개인이 스스로 쓰고 만든 각양각색의 독립출판물이 대거 진열되어 있는데 그 큐레이션된 목록에는 웰메이드 작품인 ‘책방을 꾸리는 중입니다’라는 에세이도 있다. 화학공학과를 나온 공대생이 어쩌다 모교 대학로의 한 건물 지하에서 책방을 시작해 지금 모습에 이르게 됐다는 애환 서사가 담긴 책이다. 그는 그 책을 들고 전국을 쏘다니며 독자를 만났다. 주6일 책방 문을 여는 그가 문 닫는 날엔 어김없이 북페어 현장에 가 있었으니까. 캐리어를 끌고 고속버스를 타고 기꺼이 책 보부상으로 분해온 그는 힘들다 힘들다 해도 매년 매회 출전을 멈추지 않았다. 전주에서 오로지 독립출판만을 다루는 책방 주인은 M이 유일해서 대표성도 남다른 터다. 때문에 함께 하자는 내 제안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 그의 눈높이도 짐작이 간다. 일찍이 S 팀장이 독립출판박람회 관련 자문을 구하고 싶다고 여러 번 M의 책방을 찾았으나 그는 ‘박람회’라는 명칭부터 맞지 않다고 생각해 소통에 소극적이었던 것이다. 특히 독립출판 행사는 스스로 책을 낸 제작자나 책방 운영자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해 열리는데 전주에선 도서‘관’ 주도로 만들어질 행사라 생각하니 최대한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럴수록 나는 M이 적극적으로 합류해 의견을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잘되면 그가 책방 꾸리는 일에도 전환점이 올 거라

  • 관리자
  • 2024-05-01
도깨비 이야기

[에세이] 도깨비 이야기 한정현 최근 친구의 부탁으로 점집에 동행한 적이 있었다. 사실 무속에 대해선 알면 알수록 이건 민속 문화의 하나이지, 미래를 알려주는 예언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에서 무속 때문에 큰 피해를 본 경우도 있어서 나같은 경우는 사실 이제 거의 점괘를 안 믿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친구가 갓 신내림 받은 애동이라기에 나 또한 어디 구경이나 한 번 해보자 하는 생각에 따라가겠다고 했다. 문화로서의 무속은 여전히 관심거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옆에서 들어보니 그 영검하다던 무속인의 점사는 무척 일반적인 내용이었다. ‘어깨가 아프지 않느냐’ ‘밤에 늦게 자지 않느냐’ ‘두통이 가끔 오지 않느냐’ 오랜 시간 책상에 앉아 있는 친구의 직업상 대부분 추측 가능한 증상이었다. 게다가 친구는 불면증도 없고 두통도 없다는 거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순간 친구는 자신이 혹시 두통이 있는 걸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마치 도깨비에 홀린 것처럼 그 말에 순간 따라가고 있더란다. 하긴 나도 그 당사자가 되면 순간 나도 모르게 내가 그런 건 아닐까? 싶기도 할 것 같다. 말 그대로 이런 걸 보고 도깨비에 홀린다고 하나 보다. 다행히 친구는 도깨비에 홀려 도깨비가 되기 전에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런데 이후 나는 왜인지 내내 도깨비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살면서 도깨비 만나기 사실 어렵지 않군, 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말이다. 사실 어릴 땐 도깨비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큰 산을 끼고 있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나고 자라다 보니 자연스레 온갖 민간 신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인 것 같다. 흔히 도깨비와 저승사자는 이길 수 없고 오로지 속일 수만 있다고들 한다. 그들이 그만큼 무서운 존재라는 것인데 특히 도깨비에 대해서는······. 얼마 전 영화 〈파묘〉에서도 나왔지만, 도깨비들은 주로 안 쓰는 물건에 혼이 깃들어 만들어지는 귀신이다. 이후엔 도깨비가 그 사물을 대신하여 그 자체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일반적인 혼령하고는 아주 다른 무시무시한 존재가 되어버린다고 한다. 한데 찾아보니 이 험상궂은 도깨비는 사실 일제강점기 이후 도입된 ‘일본식 도깨비’ 이야기가 일부 섞여 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혹부리 영감이 그러한데, 우리가 알고 있는 혹부리 영감에서는 영감이 부러 도깨비를 속여 혹을 떼지만 이것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만들어낸 이야기라고 한다. 원래 한국 전래동화에서는 도깨비가 그리 나쁜 존재로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영감과 같이 어울려 놀던 도깨비들이 서로의 교감을 통해 친밀해진 후 먼저 나서서 영감의 혹을 떼준다는 이야기라고 한다. 생각해 보면 혼령이 물건에 깃들어 만들어진 것이 도깨비라고 한다면 무슨 혼령이냐에 따라 좋은 도깨비가 될 수도 있고 나쁜 도깨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내가 이십 년 가까이 이고지고 다니

  • 관리자
  • 2024-05-01
어떤 기준

[에세이] 어떤 기준 전석순 “그래도 꽃은 잊지도 않고 제때제때 피네.” 예년보다 개화가 늦어지던 해였다. 어머니는 작년 봄 집 근처 공원에서 찍은 사진을 살펴보며 분명 이번 주쯤에는 피었어야 했다고 중얼거렸다. 이어서 괜히 달력을 들춰 보며 오늘 날짜를 확인했다. 사진 속 날짜와 일치했지만 어째선지 올해는 아직 봉오리조차 불거지지 않았다. 왠지 노크라도 해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뭐 잊은 거 없냐고. 어디선가 계절을 알려주는 나무는 계절관측목이라고 부른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개나리, 진달래, 매화, 벚꽃 같은. 이 기준에 따르면 아직 봄이 오지 않은 셈이었다. 옆에서 발톱을 깎던 아버지는 아마 까먹은 거 같다고 말하며 히죽였다. 사람도 깜빡깜빡하는데 꽃이라고 다를 게 있겠냐면서. 심드렁하게 이어지는 목소리에 어머니는 아버지를 슬쩍 흘겨봤다. 안 그래도 요새 외출하고 집에 들어올 때 수선 맡긴 바지를 찾아와야 한다거나 식초와 긴장이 떨어졌다는 사실을 더러 잊었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어머니는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닌 눈치였다. 몇 번쯤 길을 걷다가도 순간순간 또 뭔갈 잊고 지나쳐 버린 건 없는지 따져 보는 것 같았다. 한참 골몰하다가 겨우 친목회 회비 날짜를 기억해 낼 때도 있었다. 그때부터 사소한 거라도 핸드폰에 따로 메모를 해두고 수시로 빠뜨린 건 없는지 살펴봤다. 요가 교실 수업 신청 날짜나 관리비 납부 마감일과 함께 수리기사 방문 일정까지. 고개를 들다 어머니와 눈이 마주친 아버지는 돌아앉으며 우물댔다. “한 해쯤 그냥 지나가면 뭐 어때서.” 아버지의 생각과는 달리 뉴스에서는 연일 전국 봄꽃 개화 예상 일정을 내보내며 전문가까지 나와 늦어진 원인을 분석했다. 동네 사람들은 환경오염을 들먹이며 사나워진 날씨 탓에 종잡을 수 없는 계절 때문일 거라고 입을 모았다. 꽃도 계절을 헷갈리는 거라고. 개중에는 진짜 꽃이 피지도 않고 봄이 지나가는 게 아닐지 염려하는 이도 많았다. 어머니도 그중 하나였다. 나중에는 꽃을 향해 잊을 것 같으면 알람을 맞춰 두거나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라고 조언해 줄 기세였다. 어머니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앞산을 내다보고 매일 지나다니던 화단과 공원을 천천히 돌아봤다. 더러 까치발까지 하고선 주변을 휘둘러보기도 했다. 혹시 진즉 만개한 꽃을 놓친 게 아닌가 싶은 듯했다. 처음에는 조금 서운한 기색이더니 나중에는 아예 울상이 되었다. 어느새 나도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꽃이 필 기미가 보이는지 기웃거렸다. 언뜻 봉오리라도 보이면 사진을 찍어 바로 보내드리려 했지만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바람까지 서늘하니 날짜와는 상관없이 정말 봄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이러다가 봄을 건너뛰고 곧바로 여름이 되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즈음 제법 많은 양의 봄비가 내리더니 하루 사이에 기온이 크게 올랐다. 곧 지천으로 사방이 꽃이었다. 지난해 유난히 다닥다닥 모여 있

  • 관리자
  • 202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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