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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게임을 한다 - 언더테일 3

  • 작성일 2017-08-01
  • 조회수 1,923

[serialization]



우리는 게임을 한다

- 언더테일 3



염성진





아직 확인하지 못했으니까


해피엔딩, 그러니까 불살 엔딩을 지켜보고 나는 한동안 언더테일을 다시 플레이하지 않았다. 나의 선택이 괴물들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것을 알기도 했지만, 시간을 되돌리지 말아 달라는 플라위의 부탁은 단순한 게임 캐릭터의 대사가 아닌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괴물들의 시간을 쥐고 있는 전능할지도 모르는 존재. 플레이어가 이렇게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임을 처음 해보아서인지 모르지만, 내가 해보지 않은 선택인 ‘몰살’만큼은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게임에 남겨진 의문점들과 겪어 보지 못한 몰살의 경험은 내가 플레이하지 않고,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거나 다른 플레이어들의 플레이를 지켜보면서 해결했었다.


게임 프로그램의 일부분일 뿐인 괴물들이 생명과 동등하게 느껴질 정도로 언더테일의 불살 엔딩은 플레이어에게 큰 여운을 남긴다. 그러나 게임의 입장에서, 이 해피엔딩 또한 플레이어의 어떤 선택의 결과일 뿐이고, 우리는 또 다른 가능성인 몰살 엔딩을 아직 확인해 보지 못했다. 나는 몰살 플레이에 관한 정보들을 하나 둘 접하면서 그것들이 주는 큰 충격에 놀랐다. 동시에, 내가 직접 플레이하지 않고는 도달할 수 없는 감상의 영역도 분명 존재함을 느꼈다. 몰살의 끝을 직접 확인해 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조금 더 커서, 나는 결국 언더테일을 다시 플레이하게 되었다. 그렇게 고민 끝에 게임을 하고 난 감상을 가지고서, 지금부터 다른 엔딩들과 너무나도 분위기가 다른 몰살 루트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고개를 흔드는 악마


몰살 플레이에 진입하는 조건은 당연히 괴물을 모두 죽여 레벨을 올리는 것이다. 다만 플레이어는 우연히 마주치는, 그러니까 자신을 덮치는 괴물들만 죽여서는 안 되고, 일정 LV에 도달할 때까지 다음 지역으로 이동하지 않고 괴물들을 ‘찾아서’ 죽여야 한다. 이 ‘찾아내기’의 요령 또한 괴상한데, 위와 아래의 방향키를 동시에 누르면 주인공이 벽에 붙은 채 몸을 앞뒤로 흔든다. 괴물을 죽일수록 괴물이 나타나는 빈도가 낮아지고, 괴물이 출현하는 시스템은 걷다 보면 발생하기 때문에, 우리의 킬러 주인공은 이런 꼼수로 끊임없이 걸으면서 괴물이 나타나길 기다리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그렇게 괴물들을 모두 죽이고 몰살 플레이의 조건이 충족되면, 전투가 발생해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으며, 게임의 배경음악이 조금 섬뜩하게 바뀐다. 세이브 포인트에는 ‘~에 의지가 충만해졌다’가 아닌, ‘의지’라는 문장만 나온다. 그렇게 주인공을 맞이하는 토리엘의 집에 들어가면, 물건들을 조사하면서 지금까지의 플레이와는 다른 점들을 확인할 수 있다. 거울 앞에서는 ‘당신이다!’였던 반응이 플레이어가 지은 이름인 ‘나다, 차라(Chara)1)’라고 나오는 식으로. 주인공의 이름은 프리스크인데, 어째서 게임의 내레이션은 플레이어가 지은 이름을 쓰며, 왜 이것은 1인칭인가. 이후의 전개 또한 충격적이다. 주인공의 살인에 대한 의지가 강한지 토리엘은 공격 한 번에 쓰러지며, 자신이 지키려던 것은 주인공이 아니라 ‘저들’, 곧 괴물들이었다고 탄식하며 죽는다. 폐허의 끝에서 만난 플라위도 기존의 조롱하는 분위기의 말을 던지지 않고, ‘넌 인간이 아니야’라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플라위는 자신처럼 주인공의 속이 공허하다며, 주인공이 차라가 아니냐고 묻는다. 이어 그는 시간이 지나도 ‘우리’를 떼어 놓지 못했다며, ‘우리’가 정말 강해질 계획이 있으니 이 저주받은 세상의 모든 것을 박살내자고 한다.

1) 원래는 플레이어가 지은 이름이 출력되지만, 이 글에서는 편의상 차라(Chara)로 하겠다. 이름이 자유로운 캐릭터를 부르기 위해 편의상 지어진 디폴트 네임이다. 처음 이름을 차라로 지으면 ‘진짜 이름’이라는 메시지가 출력되며, 이것은 캐릭터(Character)의 앞글자를 딴 것으로 보인다.



몰살 후 플라위와의 만남


불살 엔딩까지의 플레이를 마쳐야만 확인할 수 있는 충격들이 게임 곳곳에서 자꾸만 튀어나온다. 주인공은 프리스크가 아니고 차라라는 듯 이야기가 진행되며, 아스리엘의 정체를 숨기고 있는 플라위도 플레이어를 차라로 인식하고 세상을 없애자는 이야기를 한다. 언더테일에 관한 사전 정보가 없다면 몰살 플레이의 ‘찾아서 죽이는’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하는 플레이어는 많지 않을 텐데. 마치 게임은 불살 엔딩을 본 플레이어라면 다음은 분명 몰살 플레이를 할 것이라고 예측한 것처럼 이야기를 짜놓았다. 몰살 플레이에 거부감을 느낀 사람도 여기서부터는 멈추기 쉽지 않을 것이다. 강력한 호기심이 플레이어를 붙잡고 놓아 주질 않을 테니까. 정말로 세상 모든 것이 박살나는 이야기가 될까. 게임을 시작한 이상 플레이어는 확인해 보아야만 한다.



게임은 이미 경고했다


이렇게 폐허에서 몰살 플레이가 결정되면 게임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다른 플레이들과는 완전히 다르게 변한다. 스노우딘까지의 여정에서는 샌즈와 파피루스를 처음 만나고 인간을 붙잡아 명성을 얻으려 하는 파피루스의 바보 같은 퍼즐들을 헤쳐 나가는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몰살 플레이에서 주인공은 샌즈와 파피루스의 유머들에 반응하지 않고 냉정한 태도를 유지한다. 재미있는 것은, 샌즈와 파피루스 형제가 주인공을 ‘인간’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샌즈는 동생이 인간을 보고 싶어 하니 ‘인간인 척을 해달라’고 하고, 파피루스는 처음에는 아예 주인공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겠다는 말을 한다. 주인공은 그 뒤로도 많은 퍼즐들 앞에서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무시하며, 뼈다귀 형제가 없는 사이 수많은 살해를 저지른다. 게임의 엔딩을 향하는 데 남의 말 따위는 필요 없다는 것처럼. 세이브 포인트에서는 빨간 글씨로 죽여야 할 괴물이 몇 마리 남았는지를 알려주며, 평화로운 스노위의 배경음악도 어색하게 느려진 채로 흘러나온다.



몰살 플레이를 향한 샌즈의 충고


세이브 포인트가 알려주는 살해 횟수를 모두 채우면 스노우딘 마을은 괴물들이 모두 대피하여 텅텅 비게 된다. 상점에는 ‘우리 가족은 해치지 말아 주세요’ 하는 쪽지만 놓여 있고, 아무도 없어 아이템 역시 원하는 대로 챙겨 가져갈 수 있다. 마을 한복판에는 괴물 꼬마 하나만이 도망간 어른들이 멍청하다며 서 있다. 이 꼬마는 후에 워터폴에서 주인공이 길을 지나갈 수 있게 돕는데, 그걸 주인공도 알고 있는지 모르지만 꼬마를 죽이는 일은 지금 일어나지 않는다. 텅 비어서 둘러볼 것 없는 마을을 지나면 바로 파피루스와의 싸움이 시작된다. 파피루스는 주인공이 위험한 길로 빠져들고 있는 것 같다며 자신이 바로잡아 주겠다고 자비를 베풀지만, 그런 파피루스 역시 주인공은 일격에 죽여 버린다. 사라지면서도 파피루스는 주인공이 좀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며 독려하는데, 이 말을 들은 플레이어들의 반응은 과연 어떨까. 파피루스에게 미안한 마음에 지금이라도 플레이를 멈출지, 아니면 아무런 감정 없이 다음 지역인 워터폴을 향해 나아갈지. 어찌 됐든 게임을 리셋하지 않는 이상, 아니 게임을 리셋해도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죽였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 사실 앞에서 죄책감을 누르고 마저 엔딩을 향하든, 지금까지의 호기심을 누르고 게임을 멈추든 모든 선택은 플레이어의 몫이다.



주인공은 대체 누구인가


워터폴에서 주인공은 스노우딘 마을에 홀로 있던 꼬마를 만난다. 꼬마는 언다인이 ‘나쁜 놈들’을 때려눕히는 걸 보기 위해 길을 나섰다고 하며, 시시각각 언다인에게 쫓기는 주인공을 보며 언다인의 관심을 받는 주인공을 부러워한다. 주인공이 수풀 속에 숨어 있을 때 언다인에게 대신 잡혀 주거나, 넘을 수 없는 높은 절벽 앞에서 자신의 어깨를 밟고 올라가라는 등 꼬마는 워터폴을 헤쳐 나가는 데 도움을 준다. 일반적인 플레이라면 주인공이 인간이자 적이라는 사실을 안 꼬마와 다시 만나고, 언다인이 쫓아오는 상황에서 다리에서 떨어지는 그를 구할지 말지 선택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몰살 플레이의 경우에는 주인공이 친구들을 해친다는 언다인의 말이 사실이냐고 묻는 꼬마를 방해물 취급 하며 전투 상황에 돌입한다. 사실 말이 전투이지 주인공은 꼬마를 ‘공짜 경험치’로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꼬마를 죽이려고 공격을 하는 순간 언다인이 나타나 대신 공격을 받고 죽음의 위기에 놓이게 되는데, 주인공이 괴물들뿐만 아니라 인간들도 모두 죽일 것이라며 이들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각성하게 된다.



영웅이 나타났다


이전까지 주요 괴물들이 허무하게 한 방에 쓰러졌다면, 이번에는 다르다. 진짜 영웅으로 되살아난 언다인은 지금까지 본 괴물들보다 당연히 강하며, 쉽지 않은 상대이다. 아마 몰살 루트의 전투들에서 지루함을 느낀 플레이어라면, 지금이야말로 게임 좀 하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몰살 플레이는 주어진 조건만큼 살해를 저지르고 다음 지역으로 넘어가는 식으로 이루어진 셈인데, 기계적으로 살해 횟수를 채우고 괴물들과의 대화도 무시한 채 진행하는 일은 재미없는 과정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플레이어의 게임 실력에 따라 다르지만, 어쨌든 게이머의 ‘의지’로 이루어진 수많은 도전 앞에서 언다인은 무릎을 꿇고 만다. 그녀는 이 싸움을 지켜본 알피스가 괴물들을 대피시킬 것이고, 아스고어에게는 여섯 영혼을 흡수하라고 연락이 갔을 것이라며 이 세계가 살아남을 것이라는 말과 함께 죽게 된다.
언다인의 영웅심이 발현된 각성은 괴물들뿐만 아니라 모두를 지키기 위해 생겨났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죽음의 문턱에서 의지를 다지고 일어나는 인물. 흡사 주인공 같지 않은가? 몰살 플레이에서 프리스크인지 차라인지 모를 우리가 조종하는 주인공은 사실 ‘주인공답지 않다’고도 말할 수 있다. 살인마로부터 세계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괴물들의 모습이 플레이어인 나에게 불편함과 함께 많은 생각을 안겨 주었다. 이 ‘죽고 죽이기’의 끝에는 과연 무엇이 있기에 나는 이렇게 영웅에게 도전하고 있는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영웅 언다인이라는 난관 다음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또 나는 어떤 ‘게임의 재미’를 위해 이 학살을 자행하고 있는가. 그러나 어떤 생각을 하든, 플레이어가 영웅 서사의 주인공이 아님은 분명해 보인다.



지루해도 멈출 수 없다


알피스 연구소에 도착하면 알피스는 없고, 메타톤이 혼자 주인공을 맞이한다. 알피스는 괴물을 대피시키느라 여기 없다는 말을 하고, 싸움을 걸려는 주인공을 두고 ‘시체보다는 스타가 더 필요하다’며 도망친다. 이후에는 더 많은 요구 살해 횟수와 함께 퍼즐과 장애물이 작동하지 않는 핫랜드와 코어를 지나야 한다. 끊임없이 주인공을 막아서는 괴물들, 언다인의 죽음에 복수하려 하는 왕실 근위대, 모처럼의 인간인데 맛이 끔찍해서 버려야 한다는 머펫 등 플레이어는 가차 없이 괴물들을 죽여 나간다. 메타톤의 TV쇼 또한 없다. 핫랜드는 넓은데 이벤트가 별로 없으니 휑한 느낌이다. ‘지루한’ 살해는 계속되는 것이다. 마치 게임이 ‘이렇게 지겨운 일, 정말 할 거야? 그만두는 게 낫지 않아?’ 하고 끊임없이 반문하는 것처럼.
살해 횟수를 충족하고 주인공은 코어의 끝에서 메타톤과 대면한다. ‘관중 없이는 스타가 될 수 없다’며 괴물과 인류 모두에게 위협인 주인공을 막아서는 메타톤. 자신은 원래 인간 청소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로봇이라며 본 모습을 공개하지만, 그 역시 주인공의 앞길을 막는 장애물에 불과했는지 일격에 쓰러지고 만다. 그렇게 허무한 듯 또 한 번의 살해가 끝나면 플레이어는 성에 당도한다. 확인해 보고 싶은 엔딩이 눈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성에 도착한 뒤 주인공은 아스고어의 집을 탐색할 수 있다. 하트 모양 로켓과 진짜 칼을 얻을 수 있는데, 이것들을 장착하면 ‘이제야’, ‘원래 자리로’라는 말이 출력된다. 아스고어를 만나기 위해 열쇠를 가지러 움직이면 플라위가 나타나 말을 건다. 차라의 이름을 부르며 예전에 이 집에서 놀던 것을 회상하며 오늘은 더 재미있을 것이라고 한다. 열쇠를 모아 체인을 풀 때, 빨간 글씨로 ‘나는 체인을 풀었다’는 메시지가 출력되고, 지하 복도를 걷는 내내 플라위의 말은 계속된다. 꽃으로 부활한 자신이 감정을 잃어버리고 시간을 되돌리는 의지의 힘을 얻었다, 남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되찾고 싶어서 모두와 친구가 되었지만 이내 질려버렸다, 결국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야 하니까’라는 변명으로 모두를 죽여 보기도 했다는 이야기. 세상의 모든 정해진 수와 대사 한 줄까지도 다 보았다는 플라위의 말은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의 말처럼 들린다.


몰살을 지켜보는 사람들을 향한 플라위의 말



플라위는 ‘우리’는 직접 해보지도 못하는 겁쟁이들보다는 낫다, 그들은 지금도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 거라는 말들도 하는데, 이는 플레이어 이외에도 몰살 엔딩에 궁금증을 갖고 인터넷 방송 등을 통해 플레이를 지켜보는 사람들까지 꼬집는 말이기도 하다. 플라위는 주인공, 그러니까 차라에게 세상의 법칙인 ‘죽거나 죽이거나’를 모두에게 보여주고 지상에서 함께 지내자고 제안하지만, 이내 자신을 향한 살의를 느낀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공포라는 감정에 떨기 시작한다. 그에게 일을 그만두고 돌아가라는 말까지도 듣고, 플레이어는 샌즈에게 심판을 받는 방에 도착한다.



무엇을 바라고 여기까지 왔는가


샌즈는 플레이어의 LV를 심판하는 대신, 끔찍한 시간을 보내고 싶으냐고 묻는다. 사실 샌즈는 주인공이 지하에 떨어졌을 때 토리엘에게 인간을 지켜 달라는 부탁을 받았었는데, 이래서 자신이 약속을 하지 않는다며 전투에 돌입한다.



마지막 전투의 시작


샌즈와의 싸움은 지금까지의 전투들과는 다른 양상을 띤다. 기본적으로 ‘턴제 전투’의 형태를 가진 언더테일은 주인공이 먼저 행동하면 이어 괴물들의 공격이 이어지는 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샌즈는 ‘왜 다들 처음부터 강한 공격을 쓰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거센 공격을 퍼붓고 전투를 시작한다. 제작자가 의도했는지 모르지만, 이 ‘선제 공격’은 정말 플레이어가 주인공이 아니라는 느낌까지 주는 것 같다. 샌즈는 정보를 살펴보면 ‘가장 쉬운 적’이라고 나오지만, 그는 플레이어의 공격을 ‘회피한다’. 가만히 서서 맞아 줄 거라고 생각했느냐면서, 그는 공격을 계속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는 시공간에 막대한 변칙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시간이 리셋되는 일이 플레이어의 짓이라는 걸 꿰뚫어보는 말을 한다. 어떤 해피엔딩을 맞이해도 갑자기 기억을 잃은 채 지하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고, 그는 모든 것에 흥미를 잃고 게으른 성격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몰살 뒤에 일어날 일을 알고 있으니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주인공을 막아서는 샌즈. 공격 도중 그는 주인공 안에 희미하게나마 착한 사람이 있다며, 다른 시간대에서는 친구였을지도 모른다며 자비를 베푼다. 이때 자비를 받아들이면 힘든 결정을 했다며 주인공을 죽이고, 우리가 진짜 친구라면 다시는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말을 한다. 결국 샌즈가 스스로 자처한 역할은 최후의 보루인 셈이다. 자신의 힘으로 시간을 되돌려 자신에게 돌아오는 주인공을 끊임없이 쓰러뜨려 몰살 플레이의 진행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으로 말이다.
샌즈의 자비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한층 더 어려운 공격들이 몰아친다. 그는 리셋이 행해지는 이유가 플레이어가 만족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원하는 걸 얻으면 멈출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플레이어가 ‘절대 만족할 수 없는 부류’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지금껏 치러 온 어떤 전투보다 어려운 공격 속에서 끈질기게 살아남으면, 샌즈는 자신이 필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한다. 필살기는 어떤 공격도 아니고, ‘자신의 턴을 붙잡고 있는 것’이다. 다음 플레이어의 턴에서 자신은 공격받고 죽을 것이기 때문에, 세상이 끝날 때까지 서 있어야 한대도 플레이어가 포기하기 전까지 자신의 턴을 유지할 것이라고. 대사가 끝나고 가만히 있으면 이내 그는 지쳤는지 잠이 드는데, 그가 잠든 동안 플레이어는 하트를 움직여 자신의 박스를 ‘공격 버튼’ 쪽으로 옮길 수 있다. 그렇게 공격을 선택하면 이전처럼 샌즈는 가볍게 플레이어의 공격을 피하지만, 이번에는 플레이어가 아무런 조작을 하지 않아도 주인공이 한 번 더 무기를 휘두르고 샌즈를 죽인다. 쓰러진 그는 자신이 경고하지 않았다고만 하지 말아 달라며 죽게 되고, 이후부터 플레이어는 게임의 주도권을 잃어버리게 된다.


알현실에서 플레이어는 아스고어와 만나는데, 꽃이 경고한 자가 주인공이냐며, ‘자네는 무슨 괴물인가?’라고 묻는다. 전투에 돌입하려는 주인공을 차라도 한잔 하자며 말리려고 하지만 곧바로 주인공은 아스고어를 공격해 쓰러뜨린다. 이 전투 장면에서 자비 버튼은 아예 존재하지 않으며 플레이어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인공은 아스고어를 죽이게 되는데, 게임의 선택권을 잃어버렸다는 말은 플레이어가 조작을 하지 않아도 멋대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뜻이다. 빈사 상태의 아스고어를 플라위가 완전히 죽이고, 자신은 차라를 배신한 게 아니라며, 절대 방해가 되지 않고 도움을 주겠다고 살려 달라고 애원하지만, 주인공은 플라위 역시 죽여 버린다. 이후에는 플레이어의 힘으로 부활했다고 하는 차라와 대면하게 되는데, 자신이 부활한 이유를 플레이어 덕에 알았다며 쓸모없는 세상을 없애버리자는 제안을 하며 플레이어 앞에 유일한 선택지를 내놓는다. 그러나 이 제안을 거절해도, 차라는 언제부터 너에게 주도권이 있었냐고 섬뜩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세상을 파괴한다. 그리고 게임이 강제로 종료된다.
이렇게 정말 세계가 부서지는 것으로 몰살 플레이는 허무한 엔딩을 맞는다. 그러나 게임을 다시 켜고 아무것도 없는 새까만 화면에서 기다리다 보면, 영혼을 달라는 조건으로 세계를 돌려주겠다는 차라가 나타난다.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게임이 다시 시작되고 세계가 리셋 된 듯 새로운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지만, 여기서 불살 엔딩을 확인하면 마지막 엔딩 장면에 프리스크의 얼굴이 차라의 얼굴로 바뀌며 불안한 결말을 맺는다. 영혼을 대가로 한 리셋이라는 말 그대로 해피엔딩을 확인할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우리는 재미있는 것을 한다


허무하기도 한 몰살 엔딩 이후, 나는 플라위가 자신의 ‘플레이’를 말했던 때처럼 이 끝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고 변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변명은 소용없다. 수많은 괴물들을 죽인 건 다름 아닌 플레이어인 나의 손이었으니까. 차라의 이름을 플레이어의 손으로 직접 짓는 것도 그런 맥락인 것 같다. RPG 게임에서 자신이 이름 지은 캐릭터는 보통 자신의 분신이니까. 그래서 차라가 곧 플레이어라고 생각해도 괜찮다고 나는 생각한다. 불살 플레이에서 프리스크가 죽음을 맞이할 때마다, 시간을 되돌려준 의지의 힘 역시 차라, 곧 플레이어의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플레이고 엔딩이든, 게임 플레이에는 플레이어의 의지가 개입되어 있는 것이니까.
언젠가 악에는 악의가 없다는 내용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몰살 엔딩 이후 느낀 점이라면 그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샌즈는 전투 도중 내가 아무런 이득이 없어도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내 욕망이 선한 쪽이든 아니든 ‘할 수 있으니까 해야만 하는’ 거라고 게이머인 나를 간파하는 듯 말했는데, 그 말에 너무 깊이 찔린 느낌이다. 할 수 있으니까 해야만 한다고 믿는 것은 몰살 엔딩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언더테일 전체에 대한 감상도 그렇다. 게임의 내용이 어떻든 게이머는 자신의 의지로 끝을 향해 나아간다. 그런 면에서, 삶도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영화나 소설이 주는 재미 중 하나가 삶의 대한 자세를 보여주는 데서 온다면, 분명 게임도 같은 매력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다 소개하지는 못했지만, 언더테일에는 괴물들의 삶이 정말 살아 있는 듯 느껴지게 하는 사소한 요소들이 아주 많다. 그런 매력들은 내 역량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분명 직접 플레이해야만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몰살을 지켜보는 사람들을 향한 플라위의 일침도 있고, 플레이 도중 녹화가 되지 않은 부분도 있어서 몰살 플레이 전체의 영상은 남기지 않으려고 한다. 분명 직접 게임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일 것이다.













작가소개 / 염성진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국어국문학과
글을 쓰고 싶고, 음악을 하고 싶고, 게임을 하고 싶습니다.


《문장웹진 2017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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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22-10-01
너와 나의 알싸한 세계

너와 나의 알싸한 세계 백온유, 『페퍼민트』(창비, 2022) 김젬마 재난이 남긴 것들 백온유의 『페퍼민트』는 준비 없는 재난 앞에 닥친 기약 없는 기다림과 불투명해진 미래를 견디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소설은 ‘프록시모 바이러스’ 후유증으로 식물인간이 된 엄마를 돌보는 ‘시안’과, 슈퍼 전파자라는 낙인으로 두려움과 불안함을 안고 사는 ‘해원’의 이야기가 교차된다. 전염병이 발생하기 전까지만 해도 시안과 해원은 가족처럼 가까운 사이였지만, 바이러스가 삶에 침투하자 이들의 평범한 일상과 관계에 균열이 생긴다. 식물인간이 된 엄마의 세계가 멈추고 자신의 미래까지 멈춰버린 시안은 돌봄 노동을 수행하느라 정작 자신의 세계여야 할 학교와는 단절된 삶을 살아간다. 그저 자신의 하루를 견디고 버티며 사는 것 외에는 그 어떤 희망이나 미래를 품을 수 없는 고단한 삶 속에 놓여 있는 시안의 일상은 위태롭고 무력할 뿐이다. 엄마가 깨어날 거라는 희망보다 엄마의 죽음을 기다리는 것에 익숙해진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엄마를 누구보다 꼼꼼하고 세심하게 돌보지만 결국 모든 정성과 노력들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들에 지쳐 있다. 한편 슈퍼 전파자라는 무차별 공격으로 인한 불안함에 시달린 나머지 자신의 이름을 ‘지원’으로 개명하고, 이사와 전학을 선택한 해원은 자신의 과거를 감추고 마치 바이러스가 자신의 삶에 없었던 것처럼 평범하게 살아간다. 가족만큼이나 끈끈했던 두 사람은 우연한 계기로 6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되지만 이들의 공백은 쉽게 메워지지 않는다. 이 공백은 두 사람의 잃어버린 시간과 멀어진 마음의 거리만큼 복잡하고 난해한 감정들을 담고 있다. 그렇게 다시 만난 시안과 해원은 서로에게 불편함을 느낀다. 시안은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는 해원을 보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그동안 자신을 짓눌러 왔던 감정의 화살을 해원에게 돌린다. 해원은 유일하게 자신의 과거를 아는 시안의 등장이 당혹스럽기만 하고 지난 시간을 들추는 것 같아 불편하다. 희망 없는 현실을 견디고 있는 시안과 과거로부터 도망쳐 평범한 삶을 꿈꾸는 해원, 이 두 사람은 다시 연결될 수 있을까? 고여 있는 삶 재난을 준비할 시간도 없이 엄마와 이별을 한 시안은 식물을 돌보듯 엄마를 간병한다. 엄마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은 엄마가 썩지 않도록 기저귀를 자주 갈아 주는 것뿐이지만, 시안은 엄마의 미각을 깨우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 엄마가 좋아하던 페퍼민트 차를 매일 우려 입에 적셔 준다. 시안은 매일 같이 차를 우리며 어린 시절을 회상할 뿐 아니라, 절망과 무력함으로 점철된 일상에 작은 희망을 품으며 나름의 의식을 행하고 있다. 엄마는 고여 있는 것 같다가도 우리 삶으로 자꾸 흘러넘친다. 우리는 이렇게 축축해지고 한번 젖으면 좀처럼 마르지 않는다. 우리는 햇볕과 바람을 제때 받지 못해서 냄새가 나고 곰팡이가 필 것이다. 우리는 썩을 것이다.(98쪽) 시안이 오랜 간병 경험으로 얻은 것은 자신을 바라보는 연민의 시

  • 관리자
  • 2022-10-01
K-할머니의 이름은

[리뷰 - 청소년소설] 기존 〈글틴스페셜〉이 9월호부터 〈Part.g〉로 변경되었습니다. 〈Part.g〉는 청소년 대상의 성장소설은 물론 창작희곡과 그래픽노블까지 다양한 영역의 '작품'과 '리뷰'를 게재할 예정입니다. K-할머니의 이름은 유은실, 『순례 주택』(비룡소, 2021) 김젬마 불편한 것들에 대하여 동화나 청소년소설에서 노년 여성 캐릭터는 대개 죽음이라는 소재와 연관되거나 주인공에게 정서적인 위안을 주고 성장을 돕는 존재로 그려진다. 그들은 주로 돌봄 노동과 모성의 주체로 호명되다 보니 자신의 이름보다 누군가의 어머니 혹은 할머니로 불려 온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자신을 이런 방식으로 규정하는 호칭들에 매우 민감한 이가 있으니, 바로 『순례 주택』의 건물주 순례 씨다. 75세인 순례 씨는 어머니, 할머니, 사부인, 동거녀 등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타인과 가족 단위로 엮이는 호칭들을 불편해한다. 이러한 호칭들은 순례 씨의 다채로운 삶과 이력들을 괄호 칠 뿐 아니라 순례 씨의 바운더리를 침범하는 무례함을 담고 있다. 순례 씨는 사별한 남자친구의 손녀인 수림을 손녀가 아닌 최측근으로 호칭 정리하며 할머니와 손녀라는 전형적인 관계 방식에서 벗어난다. 그는 ‘순하고 예의바르다’의 순례(順禮)에서 남은 인생을 지구별을 여행하는 순례자의 마음으로 살기 위해 순례(巡禮)로 개명할 만큼 자신의 이름에 대한 애착과 소명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의 가족으로 소환될 뿐 정작 자신의 이름으로 불린 경험이 없는 ‘K-할머니’의 이름은 자신을 옭아매는 규범적인 호칭들을 하나씩 덜어내며 재정의 된다. 순례 씨는 호칭뿐만 아니라 물질과 돈을 필요 이상으로 소유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 때문에 필요 이상의 것들을 덜어내는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한다. 이산화탄소를 마구 배출하는 인간들과 쓰고 남는 돈, 썩지 않는 쓰레기가 인생 최대의 고민인 그는 푸짐하고 손 큰 할머니의 밥상이 아닌 노동력을 최소한으로 하는 간단하고 소박한 밥상을 차린다. 순례 씨는 정직하게 땀 흘려서 노동하는 삶을 추구하며 세상과 물질에 욕심 없는 다소 초월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 누구보다 자기만의 경계가 매우 뚜렷한 인물이다. “월세 밀리는 건 참아도, 분리배출 제대로 안 하는 건 못 참”(80쪽)을 만큼 그는 순례 주택의 생활 수칙에 있어서만큼은 엄격하고 단호하다. 이렇게 순례 주택 입주민들은 공용 생활 수칙과 자신의 바운더리를 지키며 사는 것을 중요시하고, 무엇보다 이들은 “자기 힘으로 살아 보려고 애쓰는 사람들”(53쪽)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유은실의 『순례 주택』은 고정된 공간과 다양한 인물들의 대화를 중심으로 서사가 진행되며 기본적으로 순례 주택이라는 공동체의 복작거리는 삶을 그린다. 이는 사건이 인물과 장소의 활용도가 높고 이를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되는 시트콤의 형식과 비슷하다. 『순례 주택』은 등장인물의 이름, 나이, 직업, 특징 등을 세세하게 묘사하며 이

  • 관리자
  • 2022-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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