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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게임을 한다 5 -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 브루드 워

  • 작성일 2017-10-01
  • 조회수 1,036

[serialization]



우리는 게임을 한다

-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 브루드 워



염성진





수라도


오리지널까지 스타크래프트의 이야기는 세 종족의 등장과 본격적인 충돌까지라고 감히 요약해 볼 수 있겠다. 테란 연합을 무너뜨리고 자신의 왕국을 세우기 위해 저그를 이용하는 멩스크, 닥치는 대로 별들을 공격하고 프로토스에게까지 손을 뻗는 초월체의 저그 군단, 그렇게 저그로부터 침략당하는 고향 아이어를 수호하기 위해 뭉친 프로토스의 기사들까지. 이들의 삶에는 여전히 생존과 목적을 위한 싸움들이 펼쳐져 있고, 이번 브루드 워에서는 이를 위해 뭉쳤다 흩어지는 그들의 관계가 더욱 다양하게 그려져 있다. 끝인지도 알 수 없는 이야기의 끝을 향해, 바로 나아가 보도록 하겠다.



프로토스 : 생존의 문제


태사다르의 희생으로 초월체는 죽었지만 아이어를 침공한 저그 무리들은 통제권을 잃었을 뿐 의식이 없는 채로 여전히 행성을 뒤덮고 있어 프로토스는 이곳의 평화를 되찾기 힘들어 보인다. 이번 에피소드에서 플레이어는 살아남은 프로토스 세력의 집행관이 되어 동족들을 모아 저그 무리로부터 구해야 한다. 다크 템플러 제라툴은 생존자들을 자신들의 고향인 샤쿠라스로 피난시키자고 주장하며, 고향에서 끝까지 항전하겠다는 알다리스를 말린다. 또한 알다리스는 자신들이 다크 템플러들에게 배척당하지 않겠냐며 반박하는데, 제라툴은 모든 존재가 대의회처럼 용서를 모르는 건 아니라는 말까지 하며 그를 설득시킨다. 새로이 법무관으로 임명받은 아르타니스, 이전 에피소드에서 함께 싸웠던 동료 피닉스와 레이너까지 탈출을 시도하지만, 샤쿠라스로 향하는 차원 관문을 저그로부터 지키다 피닉스와 레이너는 다른 이들을 먼저 탈출시키고 아이어에 고립되고 만다. 샤쿠라스로 탈출한 프로토스는 정착에 성공하지만, 차원 관문을 통해 저그가 이곳까지 들이닥친 상황이다. 플레이어는 이들을 저지하고 관문을 되찾아 남아있던 피닉스와 레이너를 데려오려 하지만, 그들은 관문을 닫고 저그의 지원군을 차단하겠다고 하며 아이어를 위해 끝까지 남아 싸우기로 한다.


한편, 생존자들은 다크 템플러의 대모 라자갈을 만나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전한다. 그녀는 저그를 샤쿠라스에서 영원히 제거할 힘이 고대 젤나가 사원에 있다고 말하며, 사원의 에너지를 모으기 위해 우라즈와 칼리스라는 수정을 구해야 한다고 한다. 우선은 사원을 확보하기 위해, 플레이어는 다크 템플러의 힘을 빌려 사원 근처에 자리잡은 저그 정신체를 처치한다. 정신체를 처치하면 돌연 저그의 여왕 케리건이 이곳에 나타난다.



케리건과의 불편한 동맹


당연하게도 알다리스와 제라툴은 그녀를 경계하지만, 케리건은 초월체가 죽은 지금 자신은 차 행성에서처럼 ‘자각 없는 살인마’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녀는 변절한 정신체 무리가 새로운 초월체로 결합했으며, 그들은 아직 유아 단계라 군단 전체를 조종할 수 없지만 곧 자신을 다시 지배할 정도로 성장할 것이고, 온 우주를 위협할 존재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초월체를 처치하는 게 아니라 이 세계를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제라툴에게 그녀는 선뜻 자신도 우라즈와 칼리스를 찾는 것을 돕겠다고 제안한다. 라자갈은 같은 문제를 직면한 상황이라며 힘을 합치는 일에 동의하고, 아르타니스 역시 그녀의 범죄를 잊지는 않겠지만 일단은 협력하겠다고 한다. 케리건의 제안은 거짓이 아니었고, 플레이어는 그녀의 도움으로 브락시스 행성에 정착한 테란을 몰아내고 우라즈 수정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다.


그런데 수정을 확보하고 돌아서려는 프로토스 함대 앞에 미확인 대규모 테란 함대가 나타난다. 자신들이 ‘지구 집정 연합(UED)’에서 왔다고 말하는 알렉세이 스투코프라는 제독은, 테란 자치령과 변방 식민지의 지휘권을 확보하러 온 자신들의 영역을 프로토스가 침범했다고 주장한다. 머나먼 지구에서 찾아온 새로운 세력의 방해에 플레이어는 하는 수 없이 아르타니스와 함께 UED의 동력 생성기를 파괴하여 이들을 무력화시킨다. 그렇게 UED를 따돌리는 데 성공하면, 다음은 칼리스 수정을 찾아야 할 차례다. 칼리스 수정은 저그의 본거지였던 차 행성에 있으며, 근처에 새로운 초월체가 자리하고 있어 플레이어는 거센 포화를 뚫고 수정을 확보하거나 초월체에게 큰 피해를 입혀 저그를 진정시키고 수정을 회수하는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성공적으로 수정을 모두 확보해 샤쿠라스로 돌아간 플레이어는, 알다리스가 아이어의 생존자들을 이끌고 다크 템플러 세력에 반란을 일으켰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대모 라자갈은 플레이어에게 알다리스를 제거하고 반란을 진압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제라툴은 지혜롭고 온화한 대모가 이런 결정을 내릴 리 없다며 의문을 품는다. 석연치 않게 시작된 임무 속에서 플레이어가 처치한 알다리스는 모두 환영이었고, 제라툴과 아르타니스는 그에게 다시 함께 힘을 합쳐 저그를 물리치자며 투항을 권유하지만, 그는 대모가 케리건과 손을 잡은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차라리 죽음을 맞겠다고 강경하게 맞선다. 아르타니스 역시 케리건은 변했다고 하지만, 알다리스는 플레이어가 제라툴, 아르타니스와 수정을 회수하는 동안 대모가 세뇌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폭로한다.



알다리스의 죽음


그러나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케리건이 나타나 알다리스를 살해해 버린다. 그녀는 ‘너희 쓰레기를 대신 처리해줬다’는 말과 함께 변절한 정신체를 쓰러뜨리는 목적을 덕분에 이루었다고 하며 곧바로 사라진다. 알다리스는 그렇게 허무하게 죽어버리고, 케리건에게 놀아난 사실에 아르타니스는 분개한다. 수정과 사원의 힘을 변절한 저그 무리에게 사용하는 것은 케리건이 바라는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프로토스가 살아남을 길이기도 하기에 제라툴은 분노를 뒤로하고 사원을 작동시킬 준비를 하자고 하고, 라자갈 역시 이에 동의한다. 제라툴은 여전히 캐리건의 세뇌가 남아있는 것이냐고 대모를 의심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그녀의 말을 일단 믿기로 한다. 마지막 임무에서 제라툴과 아르타니스는 수정의 힘으로 사원의 에너지를 모아 작동시켜, 샤쿠라스에서 저그의 존재를 완전히 소멸시키는 데 성공한다.



테란 : 권력의 문제


한편, 테란의 이야기는 지구에서 온 새로운 세력인 UED의 시점에서 시작된다. UED는 테란 식민지들을 감시해오며 저그와 프로토스의 활동을 발견하고, 전쟁의 피해를 회복하지 못하는 코프룰루 구역을 점령하고자 군대를 보내기로 한다. 차 행성에서 새로운 초월체가 출현했다는 소식에 UED는 제라드 듀갈이라는 유능한 제독을 파견하고, 플레이어는 UED 소속의 함장이 되어 테란 자치령의 독재자 멩스크를 제거하고 초월체를 생포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듀갈 제독과 각별한 사이이자 부제독인 알렉세이 스투코프의 명령으로, 플레이어는 우선 자치령의 정보망에 침투하기 위해 브락시스 행성을 공격하고 장악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연합 저항군 소속이라며 병력과 기술을 지원하겠다는 사미르 듀란이라는 자를 만나게 되는데, 선뜻 다가온 제안을 의심하는 스투코프에게 듀란은 임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자원과 정보를 제공하여 신임을 얻게 된다. 그러나 듀갈 제독은 듀란을 ‘변절자 친구’라 부르며 불신하는 모습을 보인다.



듀란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듀갈


이후 플레이어는 자치령의 조선소에서 배틀크루저(전투순양함)를 탈취하고, 이를 저지하러 온 듀크 장군에게 선전포고를 한다. 자치령 침공은 순조롭게 계속되고, 플레이어는 다음으로 자치령이 멸망시켰던 테란 연합의 무기였던 사이오닉 분열기를 확보하는 임무를 맡는다. 사이오닉 분열기는 오리지널 에피소드에서 등장했던 저그를 유인하는 장치인 사이오닉 방출기와는 달리, 저그의 통신 체계 자체를 교란할 수 있는 강력한 기능이 있다고 한다. 듀란은 분열기가 자치령의 손에 들어가기 전에 파괴하자고 주장하고, 스투코프는 저그를 상대로 승리할 수 있는 장치를 쉽게 포기해선 안 된다고 반박한다. 듀갈 제독은 듀란의 말에 따라 그를 직접 파견하여 분열기를 확보하는데, 임무 성공 시 스투코프가 분열기를 가로채 파괴하지 않고 가져간다.


이후로는 본격적인 자치령 침공이 시작된다. 자치령의 핵심 무기 시설을 파괴하고, 끝내 플레이어는 수도인 아우구스트그라드까지 함락하는 데 성공한다. 궁지에 몰린 황제 멩스크는 협상을 요구하지만 듀갈은 그를 수감하고 처형하려 하는데, 이 때 멩스크를 끔찍이도 싫어하던 레이너가 프로토스를 이끌고 나타나 그를 데려가 버린다. 레이너는 아이어의 차원 관문 근처로 도망쳤고 플레이어는 그를 쫓아 아이어의 프로토스 요새까지 진입하지만, 차원 관문으로 탈출하는 레이너를 막으려하자 듀란이 위치한 곳에서 다수의 저그 무리가 포착된다. 듀란은 자신의 탐지기에는 저그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며 발뺌하고, 저그가 난입하면 멩스크를 잡지 못할 것이라는 스투코프의 다급한 말을 무시한 채 통신 불량을 핑계로 유유히 철수해 버린다. 스투코프는 플레이어가 있는 곳도 저그에게 함락당할 것이니 퇴각하라며, 듀갈에게는 개인적인 문제가 있다고 전해 달라 부탁하고 사라진다.


상황을 전달받지 못한 듀갈은 스투코프가 아이어에서의 전투를 포기한 채 사라진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고, 듀란은 스투코프가 그만큼 듀갈에게 충성하지 않은 것 같다며 돌려 말한다. 듀갈은 친구인 스투코프를 찾아 해명을 들어야겠다고 하지만, 곧이어 그가 자신의 명령을 어기고 사이오닉 분열기를 파괴하지 않은 사실을 알게 된다. 듀란은 그가 듀갈을 방해하려고 분열기를 복구했다며 이간질을 시도하고, 듀갈은 석연치 않으면서도 듀란에게 부제독을 ‘적절히’ 처리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적절히’라는 말에 담긴 의미는 단순한 것이 아닐 텐데도, 듀란은 스투코프를 찾아내자마자 살해해버린다. 스투코프는 총에 맞아 죽어가면서 저그를 상대할 최적의 수단인 분열기를 파괴하라고 주장한 것이 듀란이었고, 아이어에서 도망자들을 붙잡으려 할 때 저그 무리를 불러온 것도 듀란이었으며, 그가 저그에 감염되어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듀갈에게 털어놓는다. 듀갈이 친애했던 스투코프는 결국 숨을 거두고, 듀란은 분열기에 자폭 명령을 내리고 홀연히 사라져 버린다. 그가 사라지자마자 저그가 나타나 플레이어를 방해하고, 이로써 그가 저그와 손을 잡았다는 사실이 명확해진다.



스투코프의 죽음, 사라져버린 듀란


플레이어가 사이오닉 분열기를 지켜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동료들을 잃은 듀갈은 곧이어 초월체를 차지하기 위해 차 행성으로 출발할 것을 명령한다. 분열기의 위력으로 행성까지는 저그의 위협 없이 쉽게 도착했지만 여전히 초월체 근처에는 정신체들이 남아 있었으며, 듀갈은 분열기를 파괴해선 안 된다고 했던 스투코프가 옳았다며 후회한다. 힘든 싸움 끝에 플레이어가 초월체를 차지하는 데 성공하면 감염된 듀란이 케리건을 데리고 나타난다. 케리건은 듀갈의 개입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며, 자신이 UED의 지배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선언한다. 스투코프가 듀갈보다 훨씬 뛰어난 인물이었다고 조롱까지 하면서. 이후에는 지구의 뉴스 프로그램 영상이 나와 스투코프가 전투 중 순직했으나, 테란이 저그의 힘을 손에 넣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테란 에피소드는 끝이 난다.



저그 : 생존과 권력, 그 뒤에는 무엇이


저그 캠페인은 UED가 초월체를 손에 넣은 직후로부터 곧바로 이어진다. 초월체를 손에 넣게 해 준 UED의 사이오닉 분열기 때문에 케리건이 저그 무리에 행사하는 지배력이 약해졌고, 따라서 그녀는 레이너, 피닉스와 동맹을 맺어 분열기를 파괴하고자 한다. 플레이어는 반역자 무리의 초월체와 함께했었으나 케리건에 의해 그 연결이 끊긴 정신체가 되어, 복종하면 살려주겠다는 케리건의 말을 따르게 된다. 피닉스는 분열기를 파괴하면 모든 저그를 케리건이 조종하게 된다고 제안을 거절하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돕지 않으면 탐욕스러운 지구의 세력이 이 구역 전체를 점령할 것이라 주장한다. 논쟁이 벌어지는 도중 듀란이 분열기에 의해 케리건의 저그 무리에 내분이 일어났다고 알리고, 플레이어는 저그의 둥지 역할을 하는 하이브 클러스터를 수호하는 임무를 맡는다.


임무를 마치고 다시 동맹의 이야기로 넘어가서, 케리건은 분열기를 억제하고 자신 휘하의 병력들을 제어하는 것만으로도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고 토로한다. 그에 레이너는 멩스크를 데려오라 한 이유를 묻고, 그녀는 멩스크가 저그 앞에서 자신을 버린 일에 원한은 없다며 UED를 막는 데 그가 꼭 필요하다는 말을 한다. 정확히는 그가 가지고 있는, 케리건의 삶을 통째로 바꾸어버린 사이오닉 방출기가 말이다. 멩스크는 뻔뻔하게 그에 따른 대가를 요구하고, 케리건은 UED로부터 자치령의 수도 코랄을 되찾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한다. 멩스크가 어떻게 약속을 보장할 것이냐며 재차 묻자, 케리건은 자신의 도움 없이는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것이라고 협박한다. 결국 플레이어는 멩스크로부터 사이오닉 방출기를 받고, 그것으로 저그를 조종해 사이오닉 분열기를 파괴하는 임무를 맡아 성공시키게 된다.


한편, 피닉스는 사이오닉 분열기를 파괴하는 목적을 달성한 케리건이 자신들을 배신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레이너 역시 UED를 제거한다는 케리건에 목적에 동조하고 있을 뿐, 그 뒤 자신들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고. 멩스크는 자신의 코랄을 되찾을 수만 있다면 얼마든 협력하겠다고 한다. 이후 케리건은 코랄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군대를 늘려야 한다며 자원을 모아달라는 부탁을 한다. 곧 듀란이 나타나 케리건이 의심받고 있는 것 아니냐고 묻지만, 그녀는 저들이 미지의 악을 상대하기 위해 익히 알고 있는 악과 손을 잡았고, 그 대가를 모르고 있을 뿐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자원을 모두 모으면 계획대로 코랄을 되찾기 위한 공격이 시작된다. 멩스크는 한시라도 빨리 황제의 자리에 다시 오르고 싶어 안절부절 하고, 케리건은 날이 새기 전에 코랄을 돌려주겠다고 한다. 플레이어가 UED 방어 군대와 그들의 저그 세력까지 격파하는 데 성공하면, 멩스크는 비굴한 모습이 싹 사라지고 코랄을 손에 넣는 것이 마땅한 대가라는 말을 자신만만하게 한다. 케리건은 순순히 물러나는 듯 보이지만, 곧바로 ‘쌀에서 겨를 솎아낼 시간’이라며 자신에게 쓸모없어진 동맹군을 쳐내라는 명령을 내린다. 지시에 따라 플레이어는 곧바로 피닉스와 멩스크의 오른팔인 듀크 장군을 살해해야 한다. 프로토스와 테란 병력 모두 승리를 만끽하고 휴식을 취하고 있어서, 임무 시작 직후 6분 동안은 적의 반격 없이 무자비하게 학살을 자행할 수 있다.



피닉스와 듀크의 죽음, 분노하는 레이너와 멩스크


결국 용맹한 프로토스 전사 피닉스는 저그에게 ‘두 번’ 죽게 되고, 테란 연합에서 자치령까지 기회주의적 면모로 살아남아오던 에드먼드 듀크 역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피닉스의 죽음에 레이너는 언젠가 반드시 자신의 손으로 케리건을 죽이겠다고 다짐하며 도망치고, 듀크를 죽이면 멩스크가 거래를 하지 않았느냐며 항변하는데, 케리건은 자신이 그를 용서할 리가 없다며 권력의 정점에 오르는 것을 지켜보라고 한다. 적을 모두 제거하면 케리건은 자신이 저그가 된 이후 처음으로 살육에 신물이 난다며 휴식의 시간을 갖기로 한다.


그러나 숨 돌릴 틈도 없이, 케리건의 요새로 UED가 조종하는 저그 무리가 공격을 퍼붓는다. 공격을 성공적으로 막아내면, 케리건은 다크 템플러의 대모 라자갈과의 일이 끝나지 않았다며 차 행성의 초월체를 공격하기 전에 라자갈을 데려와야 한다고 말한다. 플레이어는 듀란의 도움으로 견고한 샤쿠라스의 방어 체계에 침투해 대모를 빼돌리는 데 성공하고, 이제 초월체를 제거할 수단을 얻게 된다. 초월체는 다크 템플러의 힘으로만 죽일 수 있었기에, 라자갈을 볼모로 삼아 다크 템플러의 협력을 얻어내야 했던 것이다. 케리건의 예상대로 제라툴이 찾아와 대모를 돌려달라고 요구하는데, 결국 그녀는 제라툴이 가장 아끼는 것으로 협박을 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라자갈 역시 프로토스를 위해 공동의 적 초월체를 죽이라 명하고, 제라툴은 하는 수 없이 다크 템플러를 지원해 플레이어를 돕게 된다.


플레이어가, 아니 다크 템플러와 제라툴이 초월체를 제거하는 데 성공하면, 약속대로 케리건은 라자갈을 풀어주려 한다. 그러나 케리건에게 세뇌당한 대모는 그녀와 남겠다고 말하고, 제라툴은 케리건의 농간에 또다시 분노한다. 케리건은 자신이 대모를 타락시킨 것이 샤쿠라스를 찾아가기 한참 전이었다고 하며, 자신의 힘을 얕본 대가를 치른 것이라고 비웃는다. 결국 초월체가 사라지고 구역의 모든 저그는 케리건의 지배하에 놓이게 된다. UED 함대는 대부분 차 행성을 떠났고, 제라툴은 세뇌당한 대모를 정지장 감옥 안에 가둔 채 데리고 도망쳤다.


분노한 케리건은 라자갈이 자신의 세뇌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다며, 플레이어에게 프로토스가 샤쿠라스로 도망치기 전, 그러니까 30분 내로 그들을 섬멸하고 제라툴과 대모를 데려오라는 임무를 준다. 25분 내로 클리어에 성공하면 ‘비밀 임무’를 플레이할 수 있게 되는데, 이 이야기는 나중에 살펴보기로 하자. 임무를 성공시키면 궁지에 몰린 제라툴은 세뇌당한 라자갈을 구원할 방법이 없음을 알고 자신의 손으로 그녀를 죽인다. 대모는 유언으로 자신을 섬기던 제라툴에게 동족의 미래를 맡기고, 이 때 케리건은 의외로 순순히 그를 놓아 준다. 스스로 대모를 죽인 것을 용서할 수 없게 만드는 일이 최고의 복수라고 하면서.



대모를 죽이고 도망치는 제라툴


이후 저그의 완전한 여왕이 된 케리건의 우주 정거장으로 세 함대가 들이닥친다. 지금껏 그녀에게 당한 자들이 동맹을 맺고 그녀를 공격하러 온 것이다. 듀란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여왕의 병력들 또한 대부분 차 행성으로 떠난 이 최악의 상황에서, 플레이어는 마지막으로 이 세력들을 전멸시키는 임무를 맡게 된다. 멩스크의 테란 자치령 함대, 복수를 갈망하는 아르타니스의 프로토스 함대, 그리고 듀갈이 이끄는 UED 함대의 잔당을 모두 처리해야 하는 이 어려운 임무를 클리어하면, 드디어 브루드 워, 종족 전쟁의 이야기가 막을 내린다. 마지막 영상에서 칼날 여왕 케리건은 자신의 힘 아래에 모든 것을 지배하겠다 선언하고, 저그로부터 도망치는 듀갈은 끝내 자살을 선택하게 된다. UED의 잔당들은 모두 말살 당했고, 이곳의 일을 지구에 전할 함선은 단 한 척도 남지 않았다. 멩스크는 자치령의 재건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아르타니스와 프로토스 생존자들 역시 자신들의 문명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샤쿠라스로 돌아갔다. 제라툴과 레이너는 각자의 길을 떠나 소식이 묘연해졌다고 한다.



살아 움직이는 세계


게임의 시간은 아주 빠르게 흘러간다. 장르 자체의 특성상 임무 내부와 외부의 스토리텔링이 분리되어 있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브루드 워의 이야기는 빽빽하고 긴박하게 흘러간다는 느낌을 준다고 해야 하나. 우주의 세 종족이 각자의 목적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게 오리지널의 주요 이야기였다면, 브루드 워에서는 칼날 여왕 케리건의 행적 또한 게임 내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신출귀몰하는 그녀의 행동과 뼈아픈 배신들이, 우주의 지배자의 자리까지 올라가기 위한 여정의 일부였음을 플레이어는 마지막 저그 에피소드를 통해 알 수 있다. 스타크래프트 1을 완전히 끝내고 나면, 케리건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었구나, 하고 어렴풋이 느끼게 된다는 말이다. 또 게임의 엔딩에서 케리건은 공허한 승리를 마주하며 무언가 위협이 다가오고 있다는 불길한 예감을 느끼는데, 이것은 그녀의 속내를 공개하지 않고 뒷이야기를 암시하는 제작사의 전략으로 볼 수 있겠다. 실제로 2010년 스타크래프트 2 시리즈가 세상에 나와 이야기를 이어 가기도 했고.


앞에서 넘긴 ‘비밀 임무’ 이야기를 여기서 하려고 한다. 라자갈을 죽이고 케리건에게서 도망친 제라툴은 샤쿠라스로 향하는 도중 프로토스의 신호를 발견하는데, 신호의 근원은 놀랍게도 테란 연구 시설이었다. 이곳에서 그는 테란이 프로토스와 저그의 유전자를 결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경악한다. 결국 프로토스와 저그의 혼종이라는 끔찍한 생물까지 마주한 제라툴은 케리건을 버리고 사라졌던 듀란을 그곳에서 발견한다. 인간의 목소리도, 저그의 감염된 목소리도 아닌 기묘한 소리로 듀란은 자신이 진짜로 섬기는 힘과 우주에 찾아올 변화를 이야기한다. 스타크래프트 2에서는 이 혼종과 얽힌 이야기가 펼쳐지게 되는데, 이것을 매끄럽게 이어주는 역할을 이 비밀 임무가 해내고 있는 셈이다.



혼종을 마주한 제라툴과 본색을 드러내는 듀란


게임을 끝내고 나면 늘 긴 허무함이 찾아오는 것 같다. 목적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캐릭터들의 치열한 삶에서 빠져나오니, 그렇게 힘을 손에 넣은 케리건의 앞엔 무엇이 있는가? 같은 의문들이 떠올랐다. 그러다 문득, 그 이후가 그렇게 중요하냐는 물음이 따라 나왔다. 결국 이렇게 새로운 세계를 다룬 게임의 재미는 그 세계 자체에서 나오는 것 아닐까. 오리지널에서도 이야기했듯, 우리와는 사뭇 다른, 동시에 어딘가 닮은 삶을 게임을 통해 체험하는 것 자체에서 말이다. 스타크래프트의 팬들이 다른 매체 - 대표적으로 소설 - 에도 흥미를 갖고 찾아 읽는 광경들도 심심찮게 보면서, 이런 재미의 전이를 성공적으로 일으키는 것의 원동력도 게임이 담고 있는 세계의 매력에서 출발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넓고 광활한 ‘스타크래프트의 우주.' 이제는 ‘고전게임’으로 대우받는 게임 서사는 이런 것일까.













작가소개 / 염성진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국어국문학과
글을 쓰고 싶고, 음악을 하고 싶고, 게임을 하고 싶습니다.


《문장웹진 2017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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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문제 없음 고비읍 오른쪽에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입을 틀어막고 참아 보려는 듯하지만, 결국은 끕끕 새어 나오는 소리. 내 바로 왼편에 앉은 아이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내기 바빴다. 사방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온 건 무대 위의 한 남자애가 울기 시작하고서부터였다. “부족한 저에게 이렇게 많은 사랑을 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드려요. 그 사랑 다 돌려드릴 수 있도록 더 노력할게요. 저를 사랑받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셔서 감사…….” 그 애는 울먹이느라 말을 다 끝내지 못했다. 누군가가 크게 그 애의 이름을 연호하자 팬들이 한목소리로 그 애의 이름을 외쳤다. “연홍아, 울지 마!” “연홍아, 사랑해! 더 많이 사랑할게!” “최연홍! 행복하자!” 반짝거리는 옷을 입고 예쁘게 화장을 하고 눈부신 조명을 받는 무대 위의 남자애를, 이미 많이 행복해 보이는 그 애를 팬들은 더 행복하게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나는 커다란 공연장 안을 둘러보았다. 2만 명이 앉아 있는 이 공연장 어딘가에 송리윤도 있었다. 다른 팬들처럼 송리윤도 그 애를 보고 울었을까. 더 사랑해 주겠다고 외쳤을까. 따로 연락도 한 적 없고, 밥 한 번 같이 먹은 적 없지만 그 애는 송리윤에게 사랑받았다. 아무 이유 없이. 아무 대가 없이. 세븐플래닛은 마지막 무대라면서 팬들에게 함께 부르자고 했다. 팬들은 노래 가사 전체를 다 알고 있는지 막힘없이 따라 불렀다. 3시간쯤 콘서트가 진행되는 동안 세븐플래닛이 불렀던 노래 대부분은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노래들이었다. 애초에 나는 세븐플래닛에 관심이 없었다. 멤버가 몇 명인지, 이름이 무엇인지도. 관심도 없는 세븐플래닛 콘서트 티켓을 산 건 오로지 송리윤 때문이었다. “여러분, 오늘 즐거웠나요?” “네!” “행복했나요?” “네!” “저희도 너무너무 즐겁고 행복했어요.” 멤버들은 돌아가면서 엔딩 멘트를 던졌다. 아까는 우느라 말을 끝까지 하지 못했던 최연홍이 이번에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세븐플래닛과 가디언이 함께한 지 벌써 5년이 됐어요. 이만하면 한 가족이나 다름없어요. 그러니까 우리 평생 서로 사랑하고 아껴 줘요. 알았죠?” 팬들은 큰 소리로 “네!” 하고 대답했다. 어딘가에서 송리윤도 같이 외치고 있을 것만 같았다. “뭐야? 할 말 있어?” 송리윤이 근처에서 쭈뼛대는 내게 물었다. “저기…….” “쉬는 시간 다 끝나 간다. 아까운 시간 잡아먹지 말고 빨리 좀 말해 줄래?” “나도 갔었어, 어제. 세븐플래닛 콘서트 말이야.” 혹시나 반가워해 주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송리윤의 얼굴을 흘끔 쳐다보았다. 하지만 송리윤의 표정은 변함없었다. 여느 때처럼

  • 관리자
  • 2022-10-01
너와 나의 알싸한 세계

너와 나의 알싸한 세계 백온유, 『페퍼민트』(창비, 2022) 김젬마 재난이 남긴 것들 백온유의 『페퍼민트』는 준비 없는 재난 앞에 닥친 기약 없는 기다림과 불투명해진 미래를 견디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소설은 ‘프록시모 바이러스’ 후유증으로 식물인간이 된 엄마를 돌보는 ‘시안’과, 슈퍼 전파자라는 낙인으로 두려움과 불안함을 안고 사는 ‘해원’의 이야기가 교차된다. 전염병이 발생하기 전까지만 해도 시안과 해원은 가족처럼 가까운 사이였지만, 바이러스가 삶에 침투하자 이들의 평범한 일상과 관계에 균열이 생긴다. 식물인간이 된 엄마의 세계가 멈추고 자신의 미래까지 멈춰버린 시안은 돌봄 노동을 수행하느라 정작 자신의 세계여야 할 학교와는 단절된 삶을 살아간다. 그저 자신의 하루를 견디고 버티며 사는 것 외에는 그 어떤 희망이나 미래를 품을 수 없는 고단한 삶 속에 놓여 있는 시안의 일상은 위태롭고 무력할 뿐이다. 엄마가 깨어날 거라는 희망보다 엄마의 죽음을 기다리는 것에 익숙해진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엄마를 누구보다 꼼꼼하고 세심하게 돌보지만 결국 모든 정성과 노력들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들에 지쳐 있다. 한편 슈퍼 전파자라는 무차별 공격으로 인한 불안함에 시달린 나머지 자신의 이름을 ‘지원’으로 개명하고, 이사와 전학을 선택한 해원은 자신의 과거를 감추고 마치 바이러스가 자신의 삶에 없었던 것처럼 평범하게 살아간다. 가족만큼이나 끈끈했던 두 사람은 우연한 계기로 6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되지만 이들의 공백은 쉽게 메워지지 않는다. 이 공백은 두 사람의 잃어버린 시간과 멀어진 마음의 거리만큼 복잡하고 난해한 감정들을 담고 있다. 그렇게 다시 만난 시안과 해원은 서로에게 불편함을 느낀다. 시안은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는 해원을 보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그동안 자신을 짓눌러 왔던 감정의 화살을 해원에게 돌린다. 해원은 유일하게 자신의 과거를 아는 시안의 등장이 당혹스럽기만 하고 지난 시간을 들추는 것 같아 불편하다. 희망 없는 현실을 견디고 있는 시안과 과거로부터 도망쳐 평범한 삶을 꿈꾸는 해원, 이 두 사람은 다시 연결될 수 있을까? 고여 있는 삶 재난을 준비할 시간도 없이 엄마와 이별을 한 시안은 식물을 돌보듯 엄마를 간병한다. 엄마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은 엄마가 썩지 않도록 기저귀를 자주 갈아 주는 것뿐이지만, 시안은 엄마의 미각을 깨우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 엄마가 좋아하던 페퍼민트 차를 매일 우려 입에 적셔 준다. 시안은 매일 같이 차를 우리며 어린 시절을 회상할 뿐 아니라, 절망과 무력함으로 점철된 일상에 작은 희망을 품으며 나름의 의식을 행하고 있다. 엄마는 고여 있는 것 같다가도 우리 삶으로 자꾸 흘러넘친다. 우리는 이렇게 축축해지고 한번 젖으면 좀처럼 마르지 않는다. 우리는 햇볕과 바람을 제때 받지 못해서 냄새가 나고 곰팡이가 필 것이다. 우리는 썩을 것이다.(98쪽) 시안이 오랜 간병 경험으로 얻은 것은 자신을 바라보는 연민의 시

  • 관리자
  • 2022-10-01
K-할머니의 이름은

[리뷰 - 청소년소설] 기존 〈글틴스페셜〉이 9월호부터 〈Part.g〉로 변경되었습니다. 〈Part.g〉는 청소년 대상의 성장소설은 물론 창작희곡과 그래픽노블까지 다양한 영역의 '작품'과 '리뷰'를 게재할 예정입니다. K-할머니의 이름은 유은실, 『순례 주택』(비룡소, 2021) 김젬마 불편한 것들에 대하여 동화나 청소년소설에서 노년 여성 캐릭터는 대개 죽음이라는 소재와 연관되거나 주인공에게 정서적인 위안을 주고 성장을 돕는 존재로 그려진다. 그들은 주로 돌봄 노동과 모성의 주체로 호명되다 보니 자신의 이름보다 누군가의 어머니 혹은 할머니로 불려 온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자신을 이런 방식으로 규정하는 호칭들에 매우 민감한 이가 있으니, 바로 『순례 주택』의 건물주 순례 씨다. 75세인 순례 씨는 어머니, 할머니, 사부인, 동거녀 등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타인과 가족 단위로 엮이는 호칭들을 불편해한다. 이러한 호칭들은 순례 씨의 다채로운 삶과 이력들을 괄호 칠 뿐 아니라 순례 씨의 바운더리를 침범하는 무례함을 담고 있다. 순례 씨는 사별한 남자친구의 손녀인 수림을 손녀가 아닌 최측근으로 호칭 정리하며 할머니와 손녀라는 전형적인 관계 방식에서 벗어난다. 그는 ‘순하고 예의바르다’의 순례(順禮)에서 남은 인생을 지구별을 여행하는 순례자의 마음으로 살기 위해 순례(巡禮)로 개명할 만큼 자신의 이름에 대한 애착과 소명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의 가족으로 소환될 뿐 정작 자신의 이름으로 불린 경험이 없는 ‘K-할머니’의 이름은 자신을 옭아매는 규범적인 호칭들을 하나씩 덜어내며 재정의 된다. 순례 씨는 호칭뿐만 아니라 물질과 돈을 필요 이상으로 소유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 때문에 필요 이상의 것들을 덜어내는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한다. 이산화탄소를 마구 배출하는 인간들과 쓰고 남는 돈, 썩지 않는 쓰레기가 인생 최대의 고민인 그는 푸짐하고 손 큰 할머니의 밥상이 아닌 노동력을 최소한으로 하는 간단하고 소박한 밥상을 차린다. 순례 씨는 정직하게 땀 흘려서 노동하는 삶을 추구하며 세상과 물질에 욕심 없는 다소 초월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 누구보다 자기만의 경계가 매우 뚜렷한 인물이다. “월세 밀리는 건 참아도, 분리배출 제대로 안 하는 건 못 참”(80쪽)을 만큼 그는 순례 주택의 생활 수칙에 있어서만큼은 엄격하고 단호하다. 이렇게 순례 주택 입주민들은 공용 생활 수칙과 자신의 바운더리를 지키며 사는 것을 중요시하고, 무엇보다 이들은 “자기 힘으로 살아 보려고 애쓰는 사람들”(53쪽)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유은실의 『순례 주택』은 고정된 공간과 다양한 인물들의 대화를 중심으로 서사가 진행되며 기본적으로 순례 주택이라는 공동체의 복작거리는 삶을 그린다. 이는 사건이 인물과 장소의 활용도가 높고 이를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되는 시트콤의 형식과 비슷하다. 『순례 주택』은 등장인물의 이름, 나이, 직업, 특징 등을 세세하게 묘사하며 이

  • 관리자
  • 2022-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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